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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다섯개를 골랐는데 세개를 지우느라 고심했습니다.

개봉일 상관 없이 올해 본 영화 기준이긴 한데, 중간에 기록을 잘 안해놓은 데다가,

사실 영화는 거의 극장에서만 봐서 별 의미가 없어져버렸습니다. '

 

영화를 본 순서

 

 

 

 

 

 

 

 

 

 

 

 

 

 

 

 

 

 

 

 

 

 

 

 

 

 

 

 

 

 

 

 

러브레터는 13년만에 다시 봤는데 (고마우신 블로거님께서 특별 상영회를 해주셨어요) 무척 좋았던 기억에 특별히 함께 넣었고 나머지는 모두 올해 개봉작입니다. 특히 <서칭포 슈가맨>은 얼마 남지 않은 개봉관을 찾아가서라도 다들 꼭 보셨으면 좋겠어요!

 

 

열두편만 고르느라 아깝게 지운 영화 세편은 이거에요. 사실 위 영화들과 크게 차이가 있거나 그런 건 아니고, 모두 좋았는데 그냥 아래 영화들을 지운 건 오늘의 내맘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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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3-01-02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가 보편적으로 묵직해요..^^ (일명 돌직구 영화)

웽스북스 2013-01-10 00:02   좋아요 0 | URL
아. 좀 그렇죠. 그래도 중간중간 미드나잇 인 파리도 있고, 대학살의 신도 있고. ㅎㅎ
 

8월부터 봤던 영화들에 대한 단평을 다른 곳에 모아뒀는데, 여기에도 옮겨둡니다 :)

사실 마지막 두개는 10월 초에 봤어요. ㅎㅎ

 

 

우리 사회가 엄마라는 존재에 대해 잔혹하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영화를 다 보고 있었던 관객과의 대화에서 나눴던 이야기들은 정말 끔찍했다. 그녀는 분명 엄마로서 미숙했고, 겁이 많았고, 어느 부분에서는 실수를 했지만, 그래도 그녀가 받은 시험지가 유독 다른 사람들보다 어려운 시험지였다는 사실을 어떻게 부정할 수 있을까. 자신도 똑같이 그 과정을 무사히 지나왔다며 타인을 단죄하는 일에 길들여진 사람들을 지켜보는 일이 내게는 이 영화를 보는 일보다 더 괴로웠다. 깨어진 달걀 껍질이 박힌 오믈렛을 씹는 심정으로, 온통 빨간 칠이 가득하게 된 집을 묵묵히 닦아내던 심정으로, 그렇게 자신을 향한 사람들의 분노를 감내하며 살아가는 그녀의 모습은 담담했기에 오히려 더 깊이 가슴에 남았다. 격한 연기 한번 없이 그 모든 감정을 다 표현해내는 틸다 스윈튼은 정말 대단했고, 이즈라 밀러의 눈빛은 좀처럼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나는 다크나이트라이즈의 세계에 들어가면 악당이 되는건가. 내가 맨날 하는 말을 베인이 하고 있네. 명확한 선 긋기가 어려운 지점에 대해 선을 그어 놓고, 너무 한쪽 편만 들어서 오히려 전작이 안고 있던 딜레마가 주는 매력까지 다 뒤집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들었을 뿐이고. 베인이라는 캐릭터가 좀 더 매력적으로 그러져 세계관의 대립이 팽팽했다면 좀 더 매력적인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싶고. 근데 그러기엔 또 그 대립의 지점이 신선하지는 않고. 반전을 위해 악당 캐릭터도 살리지 못하고, 그저 무식하게 힘만 세 보여서 아쉬웠어요. 아이맥스에서 다크나이트 또 해주면 좋을텐데. 큰 화면으로 조커횽아 보고싶네.

 

 

연극으로 만난 작품. 영화는 원작에 약간의 변주만 주었을 뿐 연극의 내용을 거의 그대로 살렸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 아이들이 등장하는 것만 제외하면, 연극과 마찬가지로 한 번도 끊기지 않고 리얼 타임으로 현장을 보여준다. 주 무대인 집 안과 복도를 한 번도 벗어난 적이 없어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었을텐데 그럴 틈을 허용하지 않는다. 상황이 변화무쌍, 스펙터클 그 자체니까. 우아한 포즈로 서로를 배려하던 모습은 위선이었음이 드러나고, 결국 멘붕을 거쳐 파국으로 치닫는 과정은 매우 재밌지만 마냥 웃으면서 남일인 양 지켜볼 수 만은 없다. 영화가 끝날 때쯤이면 네 인물쯤 누군가를 보며 자신이 가진 위선과 가장 비슷한 모습을 지닌 이가 누구인지, 스스로 찾게될 수 밖에 없을테니. 내 경우는....비밀이다. ㅎㅎ 어쩌겠는가... 인간이라는 존재가 원래 그렇고, 그럼에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예의를 차리고 살아야 한다고 배웠으니... 위선의 옷으로 무장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아니겠는가. (라며 또 스스로의 위선을 합리화하는 교활한 영혼을 보라) 이 작품은 상연될 때마다 늘 그 나라 최고의 연극배우들이 배역을 맡곤 했다는데, 영화 역시 최고의 배우들과 함께한다. 네 배우의 연기를 지켜보는 일은 무척 즐겁다. 추천.

 

 

본격 킬링타임용 영화. (내가 타임을 킬링할 때는 아니지만 ㅎ) 만듦새도 제법 짜임새있으나 후반 총격전에 너무 힘을 주어 길게 끈 나머지 오히려 전체적으로는 힘이 빠져버린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찍어놓은 게 아까워도 과감히 쳐낼 줄 아는 게 때로는 미덕. 전반적으로는 그냥 평균 이상의 영화 정도인 느낌입니다. 그나저나 김혜수는 역시 괜히 김혜수가 아니더라. 예뻐요.

 

 

 

 

 

 

빔 벤더스는 1985년 피나바우쉬의 공연을 보고 반드시 그녀의 모습을 영상에 담겠다 다짐했고, 그로부터 수년이 흘러 3D 기술이 나온 것을 보고 이제야 그녀의 모습을 아름답게 담을 수 있겠다 하여 영화 기획에 착수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암 선고를 받았고, 선고 5일만에 사망했다고 한다. 그리하여 이 영화에는 피나 바우쉬의 모습이 거의 담겨 있지 않다. 영화에 대한 사전 정보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처음엔 무척 아쉬웠다. 그러나 어느 순간에 이르면 이 영화에 담겨 있는 것이 피나 바우쉬 그 자체임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건 3D라는 기술 때문도 아니고, 뛰어난 영상미 때문도 아니다. 생전의 그녀를 사랑했던 사람들의 그녀에 대한 진심, 그리고 피나바우쉬가 춤을 통해 담고 싶었던 그 무엇이 결국 나에게도 닿는 순간이 오기 때문이다. 영화 중간 중간에 그녀의 단원들은 생전의 그녀에 대해 직접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대신 그들은 그보다 훨씬 많은 시간동안 온 몸으로 그녀가 안무한 작품들을 통해 그녀를 보여준다. 그 몸짓은 어떤 말보다 아름답다. 말로 할 수 없어 춤을 출 수 밖에 없는 그 순간을 좋아한다. i'd rather dance with you than talk with you 라고 노래하는 킹스오브컨비니언스도 '늦은밤 방한 구석에서 헤드폰을 끼고 춤을 춰'라고 노래하는 브로콜리 너마저도, 그리고 '춤을 추며 절망이랑 싸울 거야'라고 하는 검정치마도 모두 좋아한다. 마더에서 춤을 추던 김혜자의 모습도 잊혀지지 않는다. 피나바우쉬도 평생 춤에 대한 그런 믿음을 가지고 있었고, 그녀와 많은 시간을 함께한 부퍼탈 탄츠테아터의 단원들도 그녀에 대한 마음을 그렇게 나타낸다. 하지만 그 순간 나는 춤도 못추고, 에랄라. 평생 한번 물맞으면서 저렇게 춤한번 춰봤으면 좋겠네. 영혼도 팔겠네. 에헤라디여. 다시 태어나고 싶다.

 

 

 기대는 많이 했는데, 의외로 무난한 평작이었다. 어차피 류승룡을 보러 간 거니 상관 없었다. 하지만 류승룡 출연 분량이.... 류승룡 출연 분량을 더 내놓으시오!!!

 

 

 

 

 

 

 

 

사실 많은 부분에서 참 화법이 거칠고 투박한 영화다. 지나치게 직설적이고, 친절하기도 하다. 너무 잔혹해서 보는 내내 괴롭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마지막 장면이 모든 것을 덮는다. 섬세하고, 아름답다. 오랫동안 마음에 남을 것 같다. 스웨터를 입고 엄마 옆에 눕던 강도의 모습, 새벽 도로에 선명하게 그려진 붉은 자욱. 놓치지 않고 봐서 다행이다.

 

 

 

 

 

 

 너무 많이 울고 웃었다. 사랑스러운 만큼 웃었고, 사랑스러워한 만큼 울었던 것 같다. 뭔가 13년동안 쟤들을 같이 키운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_- 마지막 엔딩 곡이 나오는데 어찌나 감정이 이입되던지... (하지만 동물 공포증인 나는 늑대 아이를 키울 수가 없 ;;; 남자가 늑대로 변하면 도망 ;;;) 풍부하고 섬세하게 그려낸 자연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이 애니메이션의 미덕. 아이들의 이름이 눈과 비여서일까. 눈과 비가 내리는 장면은 여느 영화보다도 생생하고 아름다웠다. 결국은 제 길을 가기 위해 부모를 떠나는 것이 늑대의 일만은 아니기에, 내 부모도 이렇게 짠했겠구나 싶어 더 마음이 쓰이기도 했고... 처음에는 극장에 애들이 너무 많아 좀 의아했는데, 누구나 즐겁게 보고, 각자의 입장에서 자기 몫의 감동을 받을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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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12-10-08 0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니 피나는 아래 썼구나. ㅎ

비연 2012-10-08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둑들>만 봤네요. <피나>와 <늑대아이>가 보고 싶구요. <케빈에 대하여>는 보고는 싶은데.. 넘 무거운 느낌일까봐 피하게 된다는.

웽스북스 2012-10-14 20:31   좋아요 0 | URL
네. 무겁긴 해요. 저는 책으로도 사놨는데 차일피일중.

마늘빵 2012-10-08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나는 전 영화 음악도 샀어요. 음악 들으면서 봄, 여름, 가을, 겨울 춤도 춰요.

웽스북스 2012-10-14 20:31   좋아요 0 | URL
아프님은 동영상을 공개하라. 공개하라.

2012-10-08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늑대아이, 저도 너무 좋게 봤어요. 몇 번씩 울컥 하며.. 모두가 각자 자기 얘기를 완성하는 영화. 누구의 몫도 빠지지 않으며, 그러나 물 흐르듯 욕심없이 아름답게 전개되며.. 전 이 영화에 완전 반했지용~^^

웽스북스 2012-10-14 20:32   좋아요 0 | URL
네 :) 저도 너무 잘 봤어요~ 오미야게미쯔, 타코미쯔!

카스피 2012-10-08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참 좋은 영호가 많네요.예전에는 참 많이 봤는데 요샌 도통 안봐서 무슨 영화가 있는지도 잘 모르겠더군요^^;;;

웽스북스 2012-10-14 20:32   좋아요 0 | URL
영호는 철호 친구? (앗 죄송) 세상엔 좋은 영화가 참 많은 것 같아요 ㅎㅎ

굿바이 2012-10-10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그러니까!!!!! 베인의 캐릭터를 살렸으면 참 좋았을텐데 싶었어. 충분히 그럴 수 있는 감독이라고 생각하는데 어째 그랬을까 싶네. 여튼 영화를 보면서 나는 참 법 없이 살 수 없는 무능한 사람임을 또 깨닫고! 법 없이 살 수 있는 사람들 짱 부럽더라 ㅜㅜ

웽스북스 2012-10-14 20:33   좋아요 0 | URL
저도요. 저도 법없이 못살아요. 법의 테두리 안에서!!
베인은 정말 아쉬웠어요. ㅠㅠ
 


빔 벤더스는 1985년 피나바우쉬의 공연을 보고 반드시 그녀의 모습을 영상에 담겠다 다짐했고, 그로부터 수년이 흘러 3D 기술이 나온 것을 보고 이제야 그녀의 모습을 아름답게 담을 수 있겠다 하여 영화 기획에 착수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암 선고를 받았고, 선고 5일만에 사망했다고 한다. 그리하여 이 영화에는 피나 바우쉬의 모습이 거의 담겨 있지 않다. 


영화에 대한 사전 정보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처음엔 무척 아쉬웠다. 그러나 어느 순간에 이르면 이 영화에 담겨 있는 것이 피나 바우쉬 그 자체임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건3D라는 기술 때문도 아니고, 뛰어난 영상미 때문도 아니다. 생전의 그녀를 사랑했던 사람들의 그녀에 대한 진심, 그리고 피나바우쉬가 춤을 통해 담고 싶었던 그 무엇, 그것이 결국 나에게도 닿는 순간이 오기 때문이다. 영화 중간 중간에 그녀의 단원들은 생전의 그녀에 대해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대신 그들은 그보다 훨씬 많은 시간동안 온 몸으로 그녀가 안무한  작품들을 통해 그녀를 보여준다. 그 몸짓은 어떤 말보다 아름답다. 세련되고 쭉쭉 뻗은 아름다운 몸이 아니라, 패이고 주름진, 하지만 평생의 삶이 담겨 있는 몸이다. 그래서인지 어떤 완벽한 아름다움보다 더욱 아름답게 느껴진다. 


말로 할 수 없어 춤을 출 수 밖에 없는 그 순간을 좋아한다. i'd rather dance with you than talk with you 라고 노래하는 킹스오브컨비니언스도 '늦은밤 방한 구석에서 헤드폰을 끼고 춤을 춰'라고 노래하는 브로콜리 너마저도, 그리고 '춤을 추며 절망이랑 싸울 거야'라고 하는 검정치마도 모두 좋아한다. 마더에서 춤을 추던 김혜자의 모습도 잊혀지지 않는다. 피나바우쉬도 평생 춤에 대한 그런 믿음을 가지고 있었고, 그녀와 많은 시간을 함께한 부퍼탈 탄츠테아터의 단원들도 그녀에 대한 마음을 그렇게 나타낸다. 하지만 그 순간 나는 춤도 못추고, 에랄라. 평생 한번 물맞으면서 저렇게 춤한번 춰봤으면 좋겠네. 영혼도 팔겠네. 에헤라디여. 다시 태어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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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한 쪽의 입장에서 일방적으로 그려진 영화라고 이야기를 한다.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런데, 이러한 논리 역시 어쩌면 강자의 논리 아닌가. 우리는 한 쪽의 입장에서 일방적으로 그려진 현실, 관점, 역사를 진실이라 강요하는 세계에서 살고 있다. 그런 세계에서, 명백히 약자인 자의 입장을 누군가 대변해 영화로 그린 것을 일방적이라 몰아가는 것도 모종의 폭력 아닌가. 당신들은 늘 해왔던 일 아닌가. 


분명한 것은, 우리가 이 영화에서 본 현실이 너무나 생경하고, 말도 안되는 것이 아니라, 실은 우리가 충분히 접하고 겪어온 권력의 말도 안되는 폭력을 구체화하고, 강화해 알려주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계가 부당하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고, 말도 되지 않는 것이 종종 현실이 되어 우리의 삶의 현장에 불쑥 침투하는 것을 경험해 왔음에도, 이런 사실들을 맞닥뜨리면 또 자꾸만 화가 나고, 분한 마음이 든다. 아무리 학습해도 내성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은 어쩌면 다행스러운 일일지도 모르겠다. 자꾸만 화내고, 억울해하고, 그렇게 기억하자. 그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 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슬프게도,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므로. 


 



*관련 팩트를 잘 모르긴 하지만, 좀 더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래 링크의 글이 도움이 될 듯. 여러모로 생각을 좀 해봐야 하는 문제인 것 같다.

 

http://mirror.enha.kr/wiki/%ED%8C%90%EC%82%AC%20%EC%84%9D%EA%B6%81%20%ED%85%8C%EB%9F%AC%20%EC%82%AC%EA%B1%B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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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ngheuk 2012-01-29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요새 관심이 생겨서 관련 자료들 많이 찾아보고 있어요. 결국 판결 자체에 대한 법리적인 해석보다는, 이 이슈를 둘러싼 담론들이 진행되는 형태에 더 많은 관심이 가는 것이 사실이예요. 혹자가 말하는 진영 논리로 변질되는 모습도 보이고, 이를 바라보는 시선 자체를 문제삼는 반대편의 물타기도 불편하고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네요.

웽스북스 2012-01-31 21:52   좋아요 0 | URL
저도 그래요. 하나의 영화와 그 영화를 대하는 시선들이 대변하는 어떤 시각들이 또 많은 것들을 보여주고 있어서 재밌어요!

서울엔 눈이 오는데, 종혁님 잘 지내고 계시죠? :)
 


도대체 왜? 라고 묻는 내가 어쩌면 속물스러운 건지도 모르겠다. 도대체 왜 저 사만다라는 여인은 시릴이라는 생면부지의 아이를 온 마음을 다해 돌보고, 거두고, 건사하는가, 통속적인 고정관념으로 저 여인의 무슨 사연이라도 좀 나와 주면 좋겠다, 라는 바람을 가져보기도 했지만, 세련된 문법을 가진 이런 영화에선 원래 안나와. 알아. 안나올거야. 알고 있다고. 그럼에도, 그녀의 모습은 내게 너무 낯설다. 뭐든, 대가를 바라지 않고 온전히 주는 관계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시간과 신뢰가 필요하다고 믿는 나는, 저렇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최선을 다해 호의를 베푸는 그녀를 온전히 이해할 수가 없다. 그리고, 실은 그렇게 그녀에게 자꾸만 이유를 묻는 내가 조금은 서글프다. 나의 마음의 결은 거기에 미치지 못한다는 걸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를 악물듯, 눈물을 삼키며 페달을 밟는 소년이 있다. 자신을 떠났을 리가 없다는 믿음이, 자전거를 팔아버렸을 리가 없다는 믿음이, 자신을 외면할 리가 없다는 믿음이 차례로 무너질 때마다 소년은 의연한 척 하지만 너무나 속상하다. '속상해 죽겠어' 라고 말하는 대신 '괜찮아'라고 말하고, 눈물을 흘리는 대신 페달을 밟는다. 표현하는 일에 서툴고, 웃는 방법을 잊었고, 상대방을 씩씩거리며 물어뜯는 것으로 자신을 지키던 소년에게 변화를 가져다 주는 것은 이런, 이유를 알 수 없는, '그냥' 사랑이다. 


영화는 과장스럽게 그녀의 사랑을 미화하지도, 호들갑스럽게 그녀의 희생을 강조하지도 않는다. 흐르고, 견디고, 싸우고, 이해하며, 그 때 그 때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그저 보여준다. 얻을 것 없는 사랑을 위해, 그녀가 치러야 할 대가는 결코 적지 않은데도, 그녀는 묵묵히 감내하며, 자신의 사랑을 보라고 생색을 내지도 않는다. 


세상에, 이런 사랑이라니. 


그런데 그 사랑이 결국엔 누군가의 삶을 바꾸어내는 것이다. 세계의 일부이지만, 누군가에겐 세계의 전부인 삶이다. 단 한 사람의 삶이지만, 그것을 바꾸어 내는 일은 결코 아무것도 아닌 일이 아닌 것이다. 돌이켜보면 세상이 그나마 좋은 쪽으로 움직이던 순간은 이렇게 누군가 묵묵히 어떤 것을 감당해주던 순간들이 아니었을까? 그 와중에 그러한 그녀의 사랑 앞에 '도대체 왜?' 라며, 자꾸만 물음표를 들이대는 나는, 아무래도 함량 미달로 아직 갈 길이 먼 사람이 아닐까. 혹은 함량 미달이라는 말로, 스스로에게 자꾸만 도망갈 길을 내어 주고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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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2-01-22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너무 와닿는 글... 그런데 저도 똑같은 꼬리표를 붙이며 영화를 봤다는, 흙.

웽스북스 2012-01-22 22:49   좋아요 0 | URL
꺄아 수다쟁이님! 반가워요~ :)
그런데 수다쟁이님도 ㅜㅜ 그러셨군요 ㅜㅜ

비로그인 2012-01-22 22:53   좋아요 0 | URL
히히, 반가워요 웬디양님! :)

저 여자가 소년이 학교로 잡혀가지 않으려고 자기를 붙잡았을 때,
붙잡아도 괜찮은데 아프니까 힘을 빼... 라고 말하는 장면에서부터
'도대체 왜?' 꼬리표가 붙여진 것 같아요.

'그냥' 사랑이라니, 거참... 이 글 보고 문득 아연해졌어요.

치니 2012-01-23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장이 가슴에 절절 와닿아요. 묵묵히 누군가 감내해 준 어떤 것들 때문에 세상이 그나마 망하지 않는다는 생각, 자주 하고 살아야겠어요.

웽스북스 2012-01-24 18:13   좋아요 0 | URL
치니님 리뷰도 잘 읽었어요. 치니님 마음도 B님 마음도 모두 공감이 가요. 완전하지는 않겠지만. 어떻게 결론을 내려야할까, 이래저래 고민했던 것 같아요. 이 영화는.

사과나무 2012-01-23 1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지만 그런 사랑이 영화니까 가능하지 현실은... 이라 생각한 나는?

웽스북스 2012-01-24 18:14   좋아요 0 | URL
오히려 너무 이상적으로 보여서, 관객들 각자가 느끼는 간극이 딱 현실과의 간극이다, 라고 이야기하려는 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도 해봤어요.

사과나무 2012-01-25 14:08   좋아요 0 | URL
맞아요
영화 전체에 걸쳐 현실 냄새가 잘 배어 있긴 했지만
그런 사만다의 모습 때문에 '이 영화는 우화야'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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