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크나이트라이즈의 세계에 들어가면 악당이 되는건가. 내가 맨날 하는 말을 베인이 하고 있네. 명확한 선 긋기가 어려운 지점에 대해 선을 그어 놓고, 너무 한쪽 편만 들어서 오히려 전작이 안고 있던 딜레마가 주는 매력까지 다 뒤집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들었을 뿐이고. 베인이라는 캐릭터가 좀 더 매력적으로 그러져 세계관의 대립이 팽팽했다면 좀 더 매력적인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싶고. 근데 그러기엔 또 그 대립의 지점이 신선하지는 않고. 반전을 위해 악당 캐릭터도 살리지 못하고, 그저 무식하게 힘만 세 보여서 아쉬웠어요. 아이맥스에서 다크나이트 또 해주면 좋을텐데. 큰 화면으로 조커횽아 보고싶네.
연극으로 만난 작품. 영화는 원작에 약간의 변주만 주었을 뿐 연극의 내용을 거의 그대로 살렸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 아이들이 등장하는 것만 제외하면, 연극과 마찬가지로 한 번도 끊기지 않고 리얼 타임으로 현장을 보여준다. 주 무대인 집 안과 복도를 한 번도 벗어난 적이 없어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었을텐데 그럴 틈을 허용하지 않는다. 상황이 변화무쌍, 스펙터클 그 자체니까. 우아한 포즈로 서로를 배려하던 모습은 위선이었음이 드러나고, 결국 멘붕을 거쳐 파국으로 치닫는 과정은 매우 재밌지만 마냥 웃으면서 남일인 양 지켜볼 수 만은 없다. 영화가 끝날 때쯤이면 네 인물쯤 누군가를 보며 자신이 가진 위선과 가장 비슷한 모습을 지닌 이가 누구인지, 스스로 찾게될 수 밖에 없을테니. 내 경우는....비밀이다. ㅎㅎ 어쩌겠는가... 인간이라는 존재가 원래 그렇고, 그럼에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예의를 차리고 살아야 한다고 배웠으니... 위선의 옷으로 무장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아니겠는가. (라며 또 스스로의 위선을 합리화하는 교활한 영혼을 보라) 이 작품은 상연될 때마다 늘 그 나라 최고의 연극배우들이 배역을 맡곤 했다는데, 영화 역시 최고의 배우들과 함께한다. 네 배우의 연기를 지켜보는 일은 무척 즐겁다. 추천.
본격 킬링타임용 영화. (내가 타임을 킬링할 때는 아니지만 ㅎ) 만듦새도 제법 짜임새있으나 후반 총격전에 너무 힘을 주어 길게 끈 나머지 오히려 전체적으로는 힘이 빠져버린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찍어놓은 게 아까워도 과감히 쳐낼 줄 아는 게 때로는 미덕. 전반적으로는 그냥 평균 이상의 영화 정도인 느낌입니다. 그나저나 김혜수는 역시 괜히 김혜수가 아니더라. 예뻐요.
빔 벤더스는 1985년 피나바우쉬의 공연을 보고 반드시 그녀의 모습을 영상에 담겠다 다짐했고, 그로부터 수년이 흘러 3D 기술이 나온 것을 보고 이제야 그녀의 모습을 아름답게 담을 수 있겠다 하여 영화 기획에 착수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암 선고를 받았고, 선고 5일만에 사망했다고 한다. 그리하여 이 영화에는 피나 바우쉬의 모습이 거의 담겨 있지 않다. 영화에 대한 사전 정보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처음엔 무척 아쉬웠다. 그러나 어느 순간에 이르면 이 영화에 담겨 있는 것이 피나 바우쉬 그 자체임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건 3D라는 기술 때문도 아니고, 뛰어난 영상미 때문도 아니다. 생전의 그녀를 사랑했던 사람들의 그녀에 대한 진심, 그리고 피나바우쉬가 춤을 통해 담고 싶었던 그 무엇이 결국 나에게도 닿는 순간이 오기 때문이다. 영화 중간 중간에 그녀의 단원들은 생전의 그녀에 대해 직접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대신 그들은 그보다 훨씬 많은 시간동안 온 몸으로 그녀가 안무한 작품들을 통해 그녀를 보여준다. 그 몸짓은 어떤 말보다 아름답다. 말로 할 수 없어 춤을 출 수 밖에 없는 그 순간을 좋아한다. i'd rather dance with you than talk with you 라고 노래하는 킹스오브컨비니언스도 '늦은밤 방한 구석에서 헤드폰을 끼고 춤을 춰'라고 노래하는 브로콜리 너마저도, 그리고 '춤을 추며 절망이랑 싸울 거야'라고 하는 검정치마도 모두 좋아한다. 마더에서 춤을 추던 김혜자의 모습도 잊혀지지 않는다. 피나바우쉬도 평생 춤에 대한 그런 믿음을 가지고 있었고, 그녀와 많은 시간을 함께한 부퍼탈 탄츠테아터의 단원들도 그녀에 대한 마음을 그렇게 나타낸다. 하지만 그 순간 나는 춤도 못추고, 에랄라. 평생 한번 물맞으면서 저렇게 춤한번 춰봤으면 좋겠네. 영혼도 팔겠네. 에헤라디여. 다시 태어나고 싶다.
기대는 많이 했는데, 의외로 무난한 평작이었다. 어차피 류승룡을 보러 간 거니 상관 없었다. 하지만 류승룡 출연 분량이.... 류승룡 출연 분량을 더 내놓으시오!!!
사실 많은 부분에서 참 화법이 거칠고 투박한 영화다. 지나치게 직설적이고, 친절하기도 하다. 너무 잔혹해서 보는 내내 괴롭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마지막 장면이 모든 것을 덮는다. 섬세하고, 아름답다. 오랫동안 마음에 남을 것 같다. 스웨터를 입고 엄마 옆에 눕던 강도의 모습, 새벽 도로에 선명하게 그려진 붉은 자욱. 놓치지 않고 봐서 다행이다.
너무 많이 울고 웃었다. 사랑스러운 만큼 웃었고, 사랑스러워한 만큼 울었던 것 같다. 뭔가 13년동안 쟤들을 같이 키운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_- 마지막 엔딩 곡이 나오는데 어찌나 감정이 이입되던지... (하지만 동물 공포증인 나는 늑대 아이를 키울 수가 없 ;;; 남자가 늑대로 변하면 도망 ;;;) 풍부하고 섬세하게 그려낸 자연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이 애니메이션의 미덕. 아이들의 이름이 눈과 비여서일까. 눈과 비가 내리는 장면은 여느 영화보다도 생생하고 아름다웠다. 결국은 제 길을 가기 위해 부모를 떠나는 것이 늑대의 일만은 아니기에, 내 부모도 이렇게 짠했겠구나 싶어 더 마음이 쓰이기도 했고... 처음에는 극장에 애들이 너무 많아 좀 의아했는데, 누구나 즐겁게 보고, 각자의 입장에서 자기 몫의 감동을 받을 수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