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는 '청춘 발라드 특집'을 해줬다. 방송을 처음부터 안봐서 청춘발라드라는 워딩이 정확히 어떤 의미로 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느껴지는 그대로, 시청자들이 청춘을 지나고 있었을 그 시대를 풍미했던 발라드를 부르고 듣는다는 컨셉이었을 것이다. 채널을 돌렸을 땐 윤상이 나오고 있었고, 이어서 김형석(의 노래들), 성시경, 김원준, 델리스파이스, 015B가 차례로 나왔다. 좋아하는 노래들을 오랜만에 듣게 되어 무척 좋았고, 특히 015B의 노래는 진짜 오랜만이었다. 하지만 아직도 가끔 듣고, 여전히 좋아하는 것들이 이렇게 '청춘 발라드'라는 이름으로 '그 때 그 노래'가 되어 '추억'해야히는 대상이 된 것에 대해서는 씁쓸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문득 6년쯤 전이 떠올랐다. 첫직장에 다니기 시작한지 2년쯤 됐을때였나. 회사가 4층에서 자리를 넓혀 같은 건물 11층으로 이사를 했고, 회사의 이전 기념 오픈하우스를 준비하라는 명령이 우리 부서에 떨어졌었다. 나름 광고밥을 먹고 사는 업계였으니 평범하게 할 수는 없었고, 팀원들과 상의 끝에 70~80년대 추억의 학교를 컨셉으로 정했다. (말하고 나니 엄청 진부한데, 그 때만 해도 향수 마케팅이 스믈스믈 피어오르던 시기라 나름 신선했었다 ;; ㅠㅠ) 교복 대여업체에서 옛날 교복을 빌려 사장님을 비롯한 전 직원이 다 교복을 입고 손님들을 맞이했고, 인사동에 있는 추억을 파는 가게에서 책상과 각종 추억의 소품을 빌려와 회의실을 교실, 양호실, 과학실, 뭐 이런 컨셉으로 꾸미고, 추억의 게임이나 뽑기 같은 것도 준비했다. 흔들어먹을 수 있는 양철도시락도 만들어줬고 찍사들이 다니면서 오신 분들 사진도 찍어드렸었다. 컨셉을 정하니 준비는 수월했다. 


고백하건대, 그 때의 내가 기꺼이 그 컨셉에 즐거워할 수 있었던 건 그것이 내 세대의 추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윗세대들의 것이었고, 우리는 일을 성공적으로 마치기 위해 그들의 추억에 잠시 기댔을 뿐이다. '추억', '향수'라는 것은 실상은 지극히 평범하고 진부하지만, 실제로 구현이 되면 뭔가 유니크해보이는 묘한 지점에 속성으로 가 닿을 수 있게 해 준다. 아마도 받아들이는 사람의 개인적 경험에 기반한 내밀한 지점을 자극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사람들은 향수 앞에서, 추억 앞에서 그렇게 마음을 연다. 이때만 해도 내게 향수는 아직은 완벽히 타자화할 수 있는 것, 윗세대의 것이었기에 나는 그저 바라보며, 가끔 적절한 호응만 하면 될 뿐이었다. 못됐지만 이렇게 적절히 이용도 했다. 


그런데 시대가 바뀌어 갑자기 내 세대들이 벌써 향수라는 것의 주체가 되어버렸다. 세상은 내게 별로 그립지 않은 것들을 그리워하라고 등을 떠민다. 강남과 홍대에는 90년대 노래들이 흘러나오는 바가 생겨나 문전성시를 이룬다고 하고, <건축학개론>을 보고 온 사람들은 너나할 것 없이 기억의 습작을 들어, 가끔 듣던 전람회 앨범을 듣는 일조차 민망하게 만든다. 급기야 최근에는 <응답하라 1997> 이라는 드라마에 나랑 같은 해에 수능을 본 애들이 나와서 한번도 좋아해본 적이 없는 H.O.T와 젝스키스의 시절에 대한 그리움을 마구 주입한다. 아. 내 세대는 어느 새 향수를 강요당하는 세대가 되었버렸다.


내 세대가 이제 저 영악한 '향수'라는 녀석의 타겟이 됐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도 내게 엄청난 짜증과 당혹감을 안겨주었다. 그리고 나는 절대 그런 것들에 휩쓸리지 않겠다는 우습고도 비장한 결심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누군가는 그냥 적당히 추억하고 즐거워하면 되지, 라고 했지만, 적당히 추억하고 즐거워할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나는 벌써부터 추억 속을 사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고, 그것도 누군가가 짜준 틀 안에서 향유할 생각은 더더욱 없었다. 사본 적도 없던 다마고찌를, 잘 먹지도 않던 815 콜라와 축배 사이다를 당시에 내가 본 적이 있고 아직까지 알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땐 그랬지'라고 하며 반가워하고 싶지는 않았다. 오히려 '분명 <써니>가 유행했던 게 작년이었는데, 향수란 녀석은 어떻게 이토록 빠르게 1년 안에 10년도 넘는 세월을 거슬러올라왔냐'고 누군가에게 항의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지하책방의 O님과 이와 관련해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내가 이런 현상에 격한 짜증을 보이자, 그녀는 '향수', '추억'이라는 코드를 빌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컨텐츠는 사실 무척 쉬운 길을 가는 것이고, 본인은 그것을 매우 수준 낮은 컨텐츠라고 생각한다, 고 말했었다. 격하게 동의가 됐다. 향수라는 것, 그것도 한 세대가 공동으로 향유한 어떤 문화적 코드로서의 향수라는 것은 사람들의 내밀한 지점을 건드려 쉽게 흔들면서도, 공동의 경험을 무기로 단숨에 하나로 묶는다. 쉽게 만들어진 감동이고, 강렬하지만, 자꾸 반복하면 타성이 생기므로 더 강렬한 자극의 절대값을 유지하기 위해 메인 타겟 연령대를 자꾸만 아래로 아래로 내린다. 하여 내 세대는 이토록 빠르게 무방비상태로 향수 폭탄을 맞았으며 향후 5~10년 안에 현재 초중생들이 카카오톡으로 단체 채팅을 하고 마음 대신 애니팡으로 하트를 주고 받던 시대를 향수라는 이름으로 그리워하는 모습을 목도하는 재난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물론 그 때가 되면 우리는 아마도 그 유치한 향수라는 녀석으로부터도 소외당한 세대가 되어버릴 지도 모를 일이다. 아니, 그 편이 어쩌면 차라리 나은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 향수라는 이름의 이상한 유행이 얼른 내 세대를 좀 지나가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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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nleft 2012-10-06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러고 월요일 출근했더니, "자~ 이번 컨셉은 향수 마케팅입니다. 기획서 써 오세요~" 이러면 어쩔;;

웽스북스 2012-10-06 15:24   좋아요 0 | URL
으허허허 턴님 요즘 점점 잔인해지고 계심...ㅋㅋㅋㅋㅋ

Mephistopheles 2012-10-06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본격적으로 모두다 우르르르 몰려가는 "추억팔이"는 더 이상 향수가 되지 못하겠죠.^^

웽스북스 2012-10-06 15:24   좋아요 0 | URL
그렇지만 거기에 우르르 몰려갔던 게 또 향수가 될 것 같기도 하고 말이죠. ㅎㅎ

치니 2012-10-06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딱 한 번 본 '응답하라 1997'을 재미없어 했던 이유가 아마 이거였겠네요. ㅎㅎ
(하지만 '건축학개론'은 향수 마케팅 말고도 다른 덕목이 있어서 그런대로 좋았어요)
향수 마케팅에 솔깃한 적은 저 역시 한 번도 없는 듯.
뭐든 마케팅이 되면 재미없잖아요, 요즘 향수 말고 유행하는 힐링도 그렇고.

웽스북스 2012-10-06 15:26   좋아요 0 | URL
저도 타임라인이 떠들썩해서 한번 가서 본적이 있는데 20분 정도 본 걸로 무슨 말을 하겠냐마는 뭔가 저랑은 겉도는 느낌. 나 학교 다닐 때 얘기 같지도 않던데...ㅎㅎㅎ

힐링도 이제 진짜 식상하죠 -_- 힐링은 셀프...ㅎㅎ

치니 2012-10-06 15:32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문제는 비 다양성인 거 같아요. 우리는 너무, 한 세대의 경험을 다 동일하다고 간주하는 듯. 제 시대에 유행했다는 어떤 것들, 저는 처음 들어보는 것도 많고, 사람마다 관심사가 다르니까 추억도 당연히 다른데. 그땐 그랬지 정서 자체보다는 누구나 비슷한 걸 향유하는 게 당연하다 생각하는 그 태도가 문제!

응답하기싫어 2012-10-06 19:56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100%동감!

웽스북스 2012-10-08 01:21   좋아요 0 | URL
치니 / 맞아요. ㅎ 그래서 결국 그 때 주류 문화를 향유했던 분들이 또 좋아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그래요. ㅎㅎㅎ

응답하기싫어 / 아, 대화명 ㅋㅋㅋㅋㅋ

2012-10-06 22: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0-08 0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당고 2012-10-07 0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향수를 강요당하는 세대......
정말 그렇네요ㅠ
그 어느 것에도 흥미 없어요.
2012나 응답했으면......ㅠ

2012-10-07 08:26   좋아요 0 | URL
훗. 진짜 2012에나 응답하면 좋겠네요.

웽스북스 2012-10-08 01:22   좋아요 0 | URL
그니까요. 대답없는 2012 ㅠㅠ
아니다. 답이 안나오는 2012인가...

2012-10-07 0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단 완전 공감함. 근데 그러고 보니 '향수' 컨셉의 영화였던 <써니>와 <건축학 개론> 둘 다 몹시 촌스러웠어요. 그래서 둘 다 보고 좌절했던 영화.. <응답하라>는 아직 안 봤지만 그래도 기대를 품고 있는데, 얘도 좀 그럴까나요...

웽스북스 2012-10-08 01:24   좋아요 0 | URL
저는 <써니>는 봤고 (역시 남의 세대라고 편안하게..ㅋㅋ) <건축학개론>은 못봤는데 <써니>는 정말이지 너무 재미가 없었어요 ㅠㅠㅠ 단체로 본거라 어쩔 수 없이 봐서 크게 기대는 안해서 그나마 다행...

<응답하라>는 괜찮다고 하더라고요, 작품 자체는... 아다치 미츠루 떠오른다고 하는 분들도 있고요. 하지만 전 도저히 볼 자신이...
 


아침에 일어나 책을 잠깐 보다가 트위터에서 뉴스타파 업데이트 소식을 접하고 뉴스타파를 봤다 (라는 문장까지 쓰고 나니, 십오년 전이었으면 무슨 말인지도 몰랐을 말들이겠지. 트위터는 무엇이며 왜 뉴스를 업데이트 소식을 듣고 보느냐. 무의식 중에 보낸 평범한 아침이 생각해보니 첨단돋는 21세기 웬디씨의 아침이었구나 ㅎ) 매우 오랜만에 뉴스타파를 챙겨본 것이었는데, 광우병 발생과 정부의 약속에 대한 이야기가 이번 주의 메인 뉴스로 잡혀 있었다. 그리고, 김미화가  MBC PD수첩의 광우병 보도 때문에 징계를 받았던 PD를 찾아가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며칠 전,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날, 야근을 마치고 요가를 갈 생각이었으나, 요가에 갈 시간을 놓쳐 뭔가 억울한 마음에 집까지 걸어갔다. 무엇을 들을까 고민하다가 오랜만에 나는 꼽사리다를 들었다. 나는 꼽사리다는 선대인과 우석훈과 김미화가 함께 하는 경제 관련 방송인데, 문외한인 나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되는 사실들이 많다. 빗속을 투덕 투덕 걸으며 내려오는데, 오랜만에 셋의 그 어색한 "와아....." 소리가 들려 나는 조금 웃었다. 


아래는 김미화의 말 


- 이렇게 규제가 풀리면 정말 일부만 좋아져? 다 좋아진다고 생각하니까 사람들이 찍어준 거 아냐. 이렇게 규제를 풀어준다는데... 

- 봐봐, 지금 집이 안팔려, 근데 이렇게 깎아주면 사람들이 안팔리는 우리 집을 사줘. 얼마나 좋아?

- 근데 사람들은 지금 부동산 붐이 일어나기 바라잖아. 내 집값이 오를 수 있는 기대감도 있고..

- 살 사람은 그렇다 쳐도 팔 사람이 너무 많은데, 그러면 팔 사람들의 기대감이 채워지는 거 아냐... (팔 사람들은 주택값은 내려야죠) 손해보는데? 

- 그럼 우리는 어떡해. 하우스 푸어같은 거 탈출할 수 있어? 

- 그건 지금 경제학자니까 냉정하게 얘기하는 거고, 사람들은 내 집 내 재산 올라가는 거 중요해. 근데 집값 떨어지는 거 감수하세요. 이건 너무 냉정하게 느껴지는 말이야. 가슴이 아프잖아... 


나는 이 부분을 들으며 김미화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꼽사리다, 는 처음에 녹음을 했다가 너무 재미가 없고 어려워 두 번이나 재녹음을 했다고 하던데, 나는 여기에 김미화가 들어간 건 정말 멋진 한 수라는 생각이다. 이런 바보스러운 물음들을 들으며, 누가 그녀를 바보라고 생각하겠는가. 물론 이런 부분이 너무 억지스럽다고 느껴지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사실 그녀가 던지는 질문들은 대부분의 필부필부들이 가지고 있는, 차마 부끄러워서 하지 못하거나, 혹은 속물 소리를 감수하고 하는 평범하고 당연한 질문들이기에, 억지스럽고 바보스러워도 꼭 짚고 넘어가야 하는 물음들이라 생각한다. 그녀의 질문들이 있어서, 두 경제학자들은 계속 눈높이를 낮출 수 있고, 그들에게는 너무 어이없다고 생각해서 굳이 말하지 않고 넘어가는 것들까지 이야기해줄 수가 있게 된다. 누군들, 수많은 사람들이 듣는 방송에 나와 똑똑하고 멋져보이지 않고 싶겠는가. 그런데, 김미화는 그 욕심을 버리고, 자기 자리를 명확하게 하고, 거기에 충실한다. 그리고 느릿느릿, 바보같은 질문들을 계속 던진다. 두 경제학자가 답답해하면서 주는 면박에도 꿋꿋하게 제 목소리로 멍청한 사람들의 입이 되어 말한다. 그게 김미화의 힘이다. 


목소리로만 들어서, 김미화의 얼굴을 본 건 오랜만이었다. 뉴스타파를 통해서 오랜만에 보는 그녀의 얼굴이 참 고맙고 예쁘게 느껴지는 아침이었다. 



<손석희의 시선 집중>을 들으면 찬물로 머리 감듯 정신이 번쩍 난다. '시사의 신' 앞에 뉴스들이 줄을 서서 품평(?)을 받는 광경이 떠오른다. 인터뷰 대상의 정파를 막론한 손석희의 공평한 '쌀쌀맞음'은 밥벌이 전장으로 나서는 아침 청취자에게 적당한 긴장을 선사한다. 반면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은 하루치의 노동과 실망을 감당하느라 피곤해진 해질녘의 귀에 살갑게 달라붙는다. 황당무계한 뉴스의 자초지종을 헤아리고 싶지만 생각할 기운조차 달리는 시간, 그래도 피해를 입은 이웃이 우선 안타까운 우리 대신 김미화는 전문가들에게 재우쳐 묻는다. "아니, 어쩌다 그런 일이 일어났대요?" (중략) 


- 김미화씨도 5년쯤 진행을 하다 보니 식견이 쌓였잖아요? "이런 견해도 있던데요"라는 인용 대신 '나'를 주어로 반론을 하고 싶은 충동이 생기지 않습니까?


어느 부분에서는 의견을 밝히기도 하지만, 이런저런 의견을 제시해서 패널의 대응을 청취자에게 전달하는 게 더 좋은 방송이라고 생각해요. 또 오늘 우리 프로그램을 처음 듣는 청취자도 있을테니, 제가 아는 부분을 모두들 안다고 치면 무례라고 생각해요. 


<김혜리 - 진심의 탐닉 중> - ㄹㄹㅊ님의 제보로 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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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2-04-30 0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님, 내가 좋아하는거 알아요?! 부담스러워도 고백할래.
내가 진짜 웬디양님 좋아해요. ^^

그리고 이 페이퍼는 김미화씨에게 보여주고 싶다.

웽스북스 2012-05-01 21:46   좋아요 0 | URL
어머나 레와님 (하트) --> 맥북이라 하트 어찌 입력하는지 모름 ㅋ
 

 
집회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그리고 9시가 조금 못된 시간에 이제 해산하자고, 집에 가라고 주최측에서 이야기하고 우리는 모두 발걸음을 돌렸다. 패딩에 목도리를 두르고 모자까지 썼는데도 날은 추웠고 바닥은 차가워 엉덩이가 시려웠다. 광화문까지 걸어갈까? 그래도 일찍 끝내줘서 좋다. 라고 이야기하며 친구와 광화문쪽으로 건너가는 보도 쪽으로 갔다. 뒤에서도, 일찍 끝났으니 근처에서 커피나 한 잔 마시자, 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도 근처 커피가게에서 따끈한 커피로 몸을 녹여야지,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보도가 막혀 있다. 이상하네. 라고 말하며 대한문 쪽으로 건너가려고 하니, 경찰들이 길을 막고 서있다.

왜 못가게 하는 거에요?

난감한 듯 말을 무시하는 경찰도 있고, 교통이 혼잡해서 잠시 기다려 달라는 경찰도 있었다. 교통이 혼잡한데 왜 당신들은 길을 막는 거죠?

집에 가게 해주세요.
이제 파란불이잖아요. 보내주세요.
화장실 가야되요. 열어주세요.
그냥 집에 갈 거에요
지하철 타러 가는 거에요
교통법규 잘 지켜서 갈거에요. 열어주세요.

라고 시민들이 외쳤고, 경찰은 묵묵부답이었다. 함께 간 친구가 차를 따라가보자고 했다. 차는 나갈 거 아니야. 플라자호텔 쪽으로 돌아서 가는데 그 쪽도 경찰이 막고 있다. 버스도 돌아가고 차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친구가 틈새를 발견해 그 쪽으로 나가자고 해 겨우 빠져나갔다. 경찰들도 그 때까지는 대놓고 잡지 못했고, 우리도 얼른 빠져나왔다. 그녀가 아니었담 나도 빠져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시청앞 던킨에서 커피로 몸을 녹이며 트위터를 보는데 물대포를 쏘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믿을 수가 없었다. 도대체 왜?

아무 일도 없었다. 그냥 평화롭게 모여서 평화롭게 해산하고 집에 가려는 사람들을 왜 가지도 못하게 붙잡아두고 물대포를 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집으로 오는 버스에 몸을 실었지만,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그 곳이 얼마나 추웠는지 알고 있기에, 물을 맞은 사람들이 얼마나 추웠을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했다. 사람들의 옷이 얼었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그 상태로 사람들이 연행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광우병 촛불집회 때는 겨울이 아니었다. 그래도 추웠다고 들었다. 지금은 겨울이고, 체감온도는 영하였다. 무엇을 위한 물대포인지. 도대체 왜 이런 광경을 지켜보고 있어야 하는지.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저 모였을 뿐이고, 끝나고 집에 가려고 했을 뿐이다. 내가 그 중 하나였고,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경험했다. 운이 좋아 빠져나왔을 뿐이다. 나오지 못했다면 나도 그 곳에서 덜덜 떨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살아남은 자도 그만큼의 미안함으로 속상한 밤을 보낸다. 자꾸만 현장 소식에 눈과 귀를 기울인다. 이 폭력 시위는 없었는데, 결과적으로 폭력이 난무한 밤이 되어버렸다. 이 폭력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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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팀전 2011-11-24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고하셨어요. 부산도 추운데 서울은 얼마나 더 추울까... 권력이 없으니 이제 폭력으로 버티는겁니다.

웽스북스 2011-11-24 00:20   좋아요 0 | URL
제가 한 게 없어서 수고했다는 말을 듣기도 송구합니다. 이 밤에 물대포 맞으신 분들 부디 감기에 걸리시지 않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머큐리 2011-11-24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님도 계셨었군요...알았음 얼굴이나 함 뵐걸..^^

웽스북스 2011-11-24 00:37   좋아요 0 | URL
머큐리님도 계셨군요. 너무 화가 나고 어이가 없어요. 해산하는 사람들 가둬놓고 집에가라고 물대포 쏘면서 불법 폭력 시위로 변질됐다는 말까지 하네요. ㅜ_ㅜ

來而 2011-11-24 0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그 자리에 있었는데...
먼발치에서 물대포를 맞는 시위대의 용맹함과 이 추운 날씨에 물대포를 쏘아대는 견찰의 무자비함이 모순적으로 교차하는 순간을 바라보고 있자니 저 자신이 참 비참해지더라고요...

웽스북스 2011-11-25 01:48   좋아요 0 | URL
무화과나무님도 계셨군요. 저는 견찰이라는 말로는 성에 차질 않아요. 개자식들. 나쁜놈들. 어제 올해 한 욕 다 합한 것보다 더 많은 욕을 했어요. 그래도 오늘은 물대포가 없었다니 다행입니다.

비로그인 2011-11-24 0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대포... 몇 년 전의 악몽이 다시 떠오르네요. 추운 날 고생 많으셨어요. 저는 그 날 집에서 따뜻하게 몸 녹이고 있었으니, 정말이지 운수대통이었네요. 다친 분들은 없었으면 좋겠는데...

웽스북스 2011-11-25 02:23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근데 수다쟁이님. 물대포가 그 몇년 전보다 훨신 세진 것 같아요. 제가 물대포를 너무 우습게 봤나봐요. 흑.

마늘빵 2011-11-24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휴 다음 정권에서 자기들에게 아무 문제가 없을 거라고 믿을 거에요. 정권 바뀌면 언제그랬냐는듯이 거기에 또 맞출 테니까. 이명박은 그들의 모가지를 쳐도, 바뀐 정권은 민주적으로 하리라 예상할 테니까요.

웽스북스 2011-11-25 02:24   좋아요 0 | URL
나쁜 놈들. 개쓰레기들. 엉엉.

2011-11-24 10: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웽스북스 2011-11-25 02:24   좋아요 0 | URL
그니까요. ㅜ_ㅜ

2011-11-24 1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웽스북스 2011-11-25 02:25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제가 어리석었네요. ㅜ_ㅜ 거기서 도대체 왜 그러시냐고 묻다니. 흑. 생각해보니 진짜 바보.

jongheuk 2011-11-24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고생하셨어요!

저는 광화문 근처에서 유년시절과 청년시절의 대부분을 보냈기 때문에 그 장소에 대한 애착이 굉장히 큰데요, 언제부턴가 광화문 주변의 골목 골목을 닭장차와 경찰들이 막아 서고 있더라구요. 대단히 슬펐어요. 어느 날은 저희 누나가 물대포를 맞고 돌아와 씩씩거리며 경찰 욕을 하더라구요. 정말 우울한 밤이었어요.

웽스북스 2011-11-25 02:26   좋아요 0 | URL
종혁님. 저는 이 와중에요. 광화문 근처에서 유년시절과 청년시절의 대부분을 보냈기 때문에, 이 말이 너무 너무 부러워요. 저는 강북으로 넘어와 비로소 서울이 좋아졌거든요. 그런데 유년시절과 어린시절을 보냈고, 거기에 애착을 가지고 있다니. 세월은 돌릴 수도 없고, 광화문 근처에 사는 집에서 다시 태어날 수도 없고. 아. 저도 우울한 밤이에요.

물대포는 최루액 들어있다고 들었는데, 누나 많이 힘드셨겠어요.
 


나는 나를 안다. 나는 매우 이기적인 인간이다. 대의에 의해 움직이기보다는 철저히 나 자신에 의해 움직인다. 그런 사람이라는 사실을 어릴 적에는 몰랐고, 대의에 의해 움직이고 싶어 했고, 그게 온당하다고 믿었다. 그렇지만 나이가 들면 들수록, 나는 나 중심적인 인간이 되어 간다. 내가 즐겁고, 내가 좋아하고,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면서 사는 것이 옳다 믿는다. 다만, 즐거움을 느끼는 것,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 을 좀 더 바르게 가꿔나가기 위해 나 자신을 끊임없이 추스르고 타인으로부터 끊임 없이 배워야 한다는 사실 정도는 잊지 않는다. 

채식은 사실, 2005년쯤에 한 번 시도한 적이 있다. 그 때는 대의에 의해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환경과 축산업, 동물의 권리, 뭐 이런 것들에 대해 고민했고, 그런 책들을 읽으며 채식을 '결심'했다. 말 그대로 '결심' 이었다. 두달쯤 했고, 도저히 할 수 없어 포기했었다. 동력이 나 자신이 아니라 대의였기 때문에 포기해버린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의지가 약한 사람이다. 

그러다가 다시 채식을 시작한 건, 집을 나오고, 도시락을 싸기 시작하면서, 편리하게 한 끼를 먹기 위해 햄이나 돈가스, 소세지 같은 것들을 집에 쟁여놓고 먹는 나 자신을 어느 순간 발견했기 때문이다. 아, 내가 지금 뭘 먹고 있는 거지? 근본없는 남의 살들이 내 몸속에 너무 많이 들어온다고 생각했을 때, 갑작스레 경각심이 들었다. 적절히 줄일까, 생각했으나 도무지 절제할 자신이 없어 그냥 끊어버리기로 했다. 나는 적정선을 찾는 건 엄청 못하는데, 끊는 건 비교적 잘하는 편이다. 

채식을 결심하고 읽은 책은 이 책이었다. 나는 조너선 사프란 포어를 믿었다. 그의 표현력.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에서 만났던, 타인의 감정을 움직일 줄 아는 그 능력. 그 능력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지만, 나는 그 능력이 필요했고, 그라면, 마지막 남은 나의 고기를 향한 열망을 싹 잠재워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누군가, 이 책을 읽고 채식을 결심했느냐고 물었으나, 그건 스물 다섯의 내가 했을 법한 일이다. 나는 서른 두살이고, 책 한권에 흔들흔들하는 일은 여간해서는 없다. 채식을 결심하지 않았다면 이 책을 읽지 않았을 거다. 편하게 먹고 싶었을테니까. 이 책을 집어든 나의 목적은 딱 한가지였다. 나의 비위를 상하게 하는 것. 그리고, 결과는 성공이었다. 너무 고기를 안먹으면 힘들테니 닭, 정도는 먹을까 생각했으나 이 책을 읽고 나니 오히려 닭을 먹는 게 제일 내키지가 않는다. (그래도 의지박약 인간이라 달걀은 먹는다.) 이 책을 다 읽고, 고기를 먹고 싶은 마음이 거짓말같이 사라졌고, 집에 남아있던 육류란 육류는 다 버렸다. 회사에서 준 목우촌 햄만 좀 아까워서, 교회에 가져가 반찬으로 기증했다. 그렇게 시작한 지 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

이렇게 말하고 나니 '비건' 정도의 채식은 해야 될 것 같지만, 나는 절대 그럴 분이 아니다. (응?) 일단 비건의 메뉴를 감당할 자신이 없다. 아. 일단 혹, 설명이 필요할지도 모르는 분들을 위해 기억나는대로 대충 설명하자면, 채식의 단계는 아래와 같다.

세미 베지테리언 / 빨간 육고기만 안먹는다. 닭은 먹음
페스코 / 육고기와 닭은 안먹는다. 생선은 먹음
락토오보 / 생선까지 안먹는다. 우유와 유제품, 달걀 먹음 
락토 / 달걀까지 안먹는다. 우유와 유제품은 먹음 
비건 / 우유와 유제품까지 안먹는다

아래로 내려올수록 대략 독한 인간이라고 보면 된다. 비건이라는 말은 단어의 어감도 뭔가 비장하다. -_- 나는 비건은 어림도 없고, 페스코 수준의 채식인데, 사실 페스코도 육수조차 먹지 않아야 진짜지만, 내가 또 거기까지는 못하겠어서, 육수는 먹는 페스코다. 하하하하하. 뭐 이런 게 다 있담. ㅋㅋ 얼마 전에 어떤 책에서 봤는데, 동물성 지방에 몸속의 중금속을 분해하는 성분이 있어서, 채식주의자가 중금속 중독으로 사망했다는 에피소드가 다뤄졌었다. 그걸 보고 동물성 지방까지는 먹어야지, 생각한 건 아닌데 도무지 그것까지 안먹으면 먹을 게 없어서, 거기까지는 먹고 있는 중이다. 음식이라도 잘하면 모르겠는데, 제대로 무칠 줄 아는 나물 하나 없으면서 채식을 하겠다니, 좀 웃기고 모순적이라는 생각은 든다.

채식을 하면서 결심한 것 중 하나는 스스로 '저 채식하니까 다른 거 먹죠' 라는 말은 절대 절대 하지 말아야지, 라는 것. 어쨌든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결심을 했으면, 그 불편함을 감당하는 것은 내 몫이지 타인의 몫이 아니다. 회식 자리에서 10명을 나 하나 때문에 고기를 못먹게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내가 채식의 당위성을 내세우며 그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 이유도 없다. 그냥 나만 티 안나게 안먹으면 그만인데, 생각보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뭘 먹는지, 먹지 않는지에 관심이 그다지 없다. 그냥 젓가락을 놀리며 밑반찬과 기본 안주와 함께 술잔을 기울이다 보면 고기는 줄어들게 마련이고, 배는 불러오게 마련. 치킨집에서 치킨 안먹기, 고기집에서 고기 안먹기, 심지어 워크샵 가서는 고기만 굽기까지 다해봤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눈 앞에 있는 스테이크도 외면했었고, 순대 곱창볶음에서 야채만 주워먹기도 했다. 얼마전에는 우리집에서 치킨과 족발을 시켜먹는데, 배고파서 혼자 감자를 구워먹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내 식습관을 배려해 달라고 할 생각이 전혀 없다. 내 살 길은 내가 모색하는 거고, 그게 너무 지쳐서 못하겠으면 그만두면 그만이라는 생각이다.

게다가 사실, 육수도 먹는 페스코정도의 하급 채식인의 삶은 정말 어렵지가 않다. 돈가스 집에 가면 생선가스를 시키면 되고, 고기집에서도 김치찌개를 시켜먹으면 된다. 육수를 안먹는 페스코였다면, 그 김치찌개도 먹을 수 없었겠지만, 나는 육수는 먹는 페스코니까 ㅋㅋㅋㅋ 심지어 만두도 해산물 만두가 있다. 도시락 반찬으로는 버섯이나 두부가 자주 등장하고, 얼마전에는 한살림에서 가을 전어도 주문했다. 오히려 스팸이나 비엔나 소시지를 구워먹던 때보다 먹는 일이 더욱 즐겁고, 고기가 메인 메뉴인 자리에서 고기를 안먹으니, 섭취 칼로리도 줄어들었다. 게다가 매일 성취감도 느끼니, 완전 일석 몇조인지. 그러다가 고기가 먹고 싶어지면 언제든 배교할 생각이지만 다행히 먹고 싶어지지 않고, 시간이지나도 바뀌지 않는다.

사실 지난 주에는 너무 기운이 없어서 단백질 부족 탓인가, 막 혼자 자책도 했었다. 너무 탄수화물 위주인가, 생각하다가 잘 안먹던 두유도 먹기 시작하고, 의식적으로 단백질을 섭취하려고 애써보기도 한다. (방금 쿠팡에 저칼로리 두유가 있길래 살까 하다가, 단백질이 3g인 것을 보고 헉! 하고 안샀다는 -_- 두유에는 보통 6g 정도의 단백질이 들어있다... 그걸 먹자고 안먹는 두유도 먹고 있네) 아직까지는 고통이 아닌 즐거움이라 계속 할 수 있는 일이다. 물론 가끔 먹을 게 너무 없어서 괴로울 때도 있지만, 그걸 이겨낸 뒤에, 스스로의 원칙을 지켰다는 즐거움이 더 크다. 그리고 나는, 이 즐거움이 고통이 되는 순간, 언제고 그만둘 작정이다. 이러다가 또 '근본 있는 고기만 먹겠다' 정도로 노선을 수정할 지도 모를 일이지만 (한살림 고기라던가...) 먹기 시작하면 또 선이 모호해질 것 같아, 아직까지는 이 선을 지키고 있는 중이다.


암튼, 그렇게 한 달이 지났다. 남을 위해서 하는 게 아니라, 나 즐겁고, 나 건강하자고 하는 거라 생각보다 재밌다. 처음은 그냥 한 달만 결심했었는데, 잘 해왔으니, 또 다시 잘 해볼 작정이다. :) 지난 한달간의 나에게 상이라도 주고 싶은 마음이다. 흐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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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11-02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한 달이라니. 저 3일 채식 해볼까 며칠째 고민했었는데 ㅡ,ㅡㅎㅎ
그래도 의지의 페스코인이네요, 웬디양님! 채식을 하고 나서 실질적으로 느낄 수 있는 변화 같은 건 없나요? 몸이 가벼워졌다든가, 피가 맑아졌다든가, 그런데 정말 단백질 때문에 기운이 없을 수 있으니 육수 먹는 것 정도는 너그럽게 용인하셔도 괜찮을 것 같아요!
음... 기회주의적 채식주의자로서는 감탄 밖에 안 나오는걸요 ( '')...
배교하는 날이 오면, 그 때도 꼭 글 써주세요 ㅎㅎ

웽스북스 2011-11-02 00:18   좋아요 0 | URL
사실 효과는 잘 모르겠어요. ㅎㅎ 고기만 안먹지 과자도 많이 먹었고요. 맥주도 이래저래 많이 마시고, 라면 같은 것도 먹고. ㅎㅎㅎㅎ 그래서 11월에는 추가로 과자를 안먹어보려고요. (제 별명이 결심 종결자인데 수다쟁이님 모르죠? ㅋㅋ) 근데 과자를 안먹겠다는 결심은 고기를 안먹겠다는 것만큼 강하지 않아요 ㅋ 암튼요. 이래저래 많이 먹었는데 살은 안찌네요. 지난 달에 3kg 뺐는데 (이 때는 과자 끊고 밥을 반으로 줄여서)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요. (하지만 이미 8kg이 찐 몸이었던지라 ㅋㅋㅋ)

암튼요 수다쟁이님. 채식을 일주일에 하루씩, 두번씩 이렇게 늘려가는 사람도 있대요. 뭐 이건 대의명분적 채식일 때 아무래도 그런 운동에 동참한다는 의미가 강하고요. 뭐, 아직까지는 돌도 씹어먹을 나이이실테니, 많이 많이 드세요. 헤헷. :)

레와 2011-11-02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줘요! 웬디양님!! ^^

회사에서 회식하는 날은 일년에 한번(송년회)이라 아직까지 고깃집을 간적은 없어요.
친구들 만나도 요즘은 세븐스프링스 같은 곳엘 가니..
고기집 가서 남들 고기 구워 먹을때 전 버섯이랑 양파 구워먹고 싶거든요. 이거 해보고 싶은데 기회가 없네..ㅎ

웽스북스 2011-11-02 09:15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얼른 기회가 오길. 그게 나름 기쁨이 커요 ㅋㅋㅋ
전 한달동안 그러고보니 정말 버라이어티한 고기를 외면하며 산전수전을 겪었네요 ㅋㅋㅋ (아 물고기는 외면하지 않았으니 수전은 아닌가. ㅋ)

마늘빵 2011-11-02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거 어려워요. 전 웬디님 만큼도 못해봤어요. 고구마나 계란으로 끼니를 떼우던 때도 있었는데, 그건 다른 사정과 겹쳐져서 그랬던 거고. 함께 밥을 먹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도 육식을 포기하기가 어렵고. 또, 뭔가 내가 한 턱 내야 할 때 고기를 제외하면 뭘 먹어야 하나 이런 생각도 들고. 고기를 대접해야 뭔가 제대로 사준 것 같은 느낌이 있잖아요. 음음, 어려워요. 그냥 난 육식을 좀 줄이자 정도. -_- 아침에 사는 샌드위치도 햄치즈, 햄에그, 이러다가 지금은 치즈에그로 통일했어요.

웽스북스 2011-11-02 09:17   좋아요 0 | URL
그냥 내가 안먹으면 되는 것 같아요 ㅋㅋㅋㅋ 함께 밥먹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안주는 게 제 개인적인 목표 ㅎ 그래서 극단을 추구하지는 못하는 것 같아요. ㅎ 뭔가 한턱 내야할 일은 없었네요 그러고보니. 전 집에 온 손님들에게 기꺼이 치킨 시켜주는 대인배 채식인.

아프님. 새 집은 마음에 들어요? ㅎㅎㅎ

마늘빵 2011-11-02 18:07   좋아요 0 | URL
네네, 빚을 더 늘렸음에도 아직까지 내가 생각하는 공간은 못 만났지만(한 번 더 빚을 내면 그땐 그런대로 만족할 거 같아요), 괜찮아요. 지난 번 살던 곳은 집이라기보다는 방이었고, 이젠 집이에요. ^^ 놀러와요!! 아직 거실이 휑해요. 테이블이랑 좌식쇼파를 사야 하는데.

웽스북스 2011-11-26 01:53   좋아요 0 | URL
살림 장만하다가 허리휘겠다. ㅜ_ㅜ
아프님 이제 장가만 가시면 되겠어요~

무스탕 2011-11-02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118, 총 123457
이건 제가 드리는 상 :)

식습관을 바꾼다는게 참 어려운 일이라고 전 생각하는데 웬디양님은 잘 결심하고 잘 지켜내고 계시네요.
생각처럼 몸이 고기가 고프다고 호소하면 무시하지 마시고 언제라도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하도록 하세요 ^^

웽스북스 2011-11-26 01:53   좋아요 0 | URL
네네. 다행히 아직은 괜찮아요 :)

Alicia 2011-11-02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커피쿠폰 대신 고기쿠폰을 발행해보세요ㅋㅋ^^

웽스북스 2011-11-26 01:53   좋아요 0 | URL
아. ㅋㅋ 사실 매우 살짝이긴 하지만 11월에는 두세점 정도 먹었어요 ㅋㅋ

yamoo 2011-11-02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기 정말 좋아했는데...이제는 완전 질리더라구요. 고기를 피해다니고 있습니다. 주로 야체만 찾아서 먹구 그렇네요..ㅎㅎ 그렇다고 채식주의자가 되기는 좀 거시기 하고 그래요. 안먹다보면,고기가 먹고 싶을 때가 생기겠죠. 그치만 지금은 고기 냄새만 맡어도 웩~입니다..ㅎㅎ

웽스북스 2011-11-26 01:54   좋아요 0 | URL
아이고. 그럼 사람들이랑 같이 생활하시기 너무 괴로우실 듯. ;;;;;

감은빛 2011-11-02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건보다 더 심한 단계로 버섯도 안드시는 분들도 계시다고 해요.
버섯은 균류로 분류되기 때문에 안드신다는 얘길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제 주변에 유난히 채식하는 분들이 많아서 밖에서 뭔가를 사먹기가 쉽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식당에는 채식하는 사람을 배려하는 메뉴도 없지만,
채식하니까 뭔가를 빼달라고 하면 그 요청도 잘 안들어주더라구요.

웽스북스 2011-11-26 01:54   좋아요 0 | URL
어허헛, 그렇군요. 저는 그정도까지는 절대 못하고
버섯을 못먹으면 너무너무 속상할 것 같아요. ㅜㅜ

jongheuk 2011-11-24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전 지난 6월부터 채식하고 있는데요, 한때 비건까지 갔다가 요즘엔 다시 생선만 먹고 유제품과 달걀은 먹지 않는 페스코 레벨로 내려와 있어요. 견과류 사놓고 자주 챙겨 드세요. 녹차 한잔에 아몬드 다섯알 정도면 아침으로는 든든해요.

웽스북스 2011-11-26 01:55   좋아요 0 | URL
세상의 모든 비건을 존경합니다. 그런데 녹차한알에 아몬드 다섯개가 진짜로 든든해요? 흠.....;;;;
 


우리 사회의 위대함은, 바로 나같은 사람마저 정치에 관심을 갖게 한다는 데 있다. 아. 나는, 정말이지 세상에서 정치가 제일 재미없고 싫은데, 일주일 전에는 시시각각 그저 '숫자'에 불과한 투표율을 새로고침하게 만들더니, 이번에는 선거비용 관련한 규정들을 찾아보게 만든다.  


처음엔 당혹스러웠고, 곽노현을 이해할 수 없었는데, 이제 나는 좀 상황이 이해가 된다. 물론 아주 얕은 지식에서 나 혼자, 내멋대로, 인간적 선입견을 마구마구 가지고 이해해본 것에 따르면....


1) 교육감 선거는 당에 소속되지 않은 채 개인 비용으로 치르게 된다.
2) 선관위는 최소 득표율 10%을 이상 득표한 경우에만 해당 비용을 보전해준다.
3) 우리는 '단일화'를 늘 쉽게 요구하지만, 사실 단일화를 하게 되면 단일화를 위해 사퇴한 후보는 엄청난 경제적 부담을 지게 된다.  
4) 경기도지사 후보로 나섰다가 단일화를 위해 사퇴한 심상정의 경우는 아직까지도 당에서 그 선거 비용을 갚고 있다고 들었다.
5) 하지만 당에 속하지 않는 개인의 경우, 그 비용은 고스란히 개인의 몫이 된다.
6) 곽노현은 선거 비용 35억 2천만원을 보전 받았고, 박명기는 한 푼도 보전 받지 못했다.



선의로, 무려 2억이나 줬다는 건, 이상하게 보일 수 있다. 매우 큰 돈이기도 하겠지만, 상대의 양보로 당선되고 홀로 보전 받은 35억 2천만원에 비한다면 큰 돈이 아닐 수도 있다. 게다가 나로 인해 포기한 누군가는 그 빚을 고스란히 지고 있다면, 보전 받은 입장에서 모른 척 할 수는 없지 않을까? 과연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그 짐을 나눠 지는 편을 택하는 쪽이 오히려 더 편하지 않을까, 싶었다. 아직 밝혀진 건 없지만, 밝혀진 후 뒤통수를 맞더라도, 아직까지는 믿어주고 싶다, 그 선의. 밝혀진 게 없으므로, 보아왔던 것들로 미루어 믿고, 믿을 수 없다는 것이 최종적으로 판가름난 후에 다시 이야기하겠다. 싸워본 적 없이, 입바른 소리만 하던 사람들이 펜대로만 내세우는 고결한 원칙들이, 이때다!!!! 하면서 파고드는, 늘 그래왔던 사람들의 야만보다 더 속상하다. 여러모로 입체적으로 고민해볼 수는 없을까. 앞으로도 야권에서는 단일화가 논의될 일이 많을텐데, 그럼 이 문제는 다름 아닌, 자신의 문제로 언젠가 다가올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럴 때일 수록, 오히려 이런 문제를 수면 위로 끄집어내고, 후보 단일화시에 협의할 수 있는 건강한 합일점을 공식화할 수는 없는 걸까, 싶은 마음도 들고. 무튼, 여러 생각들이 교차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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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좋아 2011-08-29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일화로 인한 선거비용 사적보전을 합의하였다, 그게 바로 검찰의 기소 내용입니다.(좋게 표현하자면요)
부끄럽지 않은 사실임에도(사실이라면) 곽노현 교육감으로서는 시인하기 어려운 사실이겠네요.

웽스북스 2011-08-30 12:55   좋아요 0 | URL
예. 아직 정황만 있고 증거는 없는 상황이고요. ㅎ
아침엔 뉴스를 못봐서 어찌됐는지 모르겠어요.

turnleft 2011-08-30 0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정적으로는 이해가 가지만, 제아무리 선의라 하더라도 남몰래 돈을 주고받는 방식은 아니라고 봅니다. 제도적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면 공론화를 통해 해결하던가 해야지, 이런 식이면 정말로 상대 후보를 매수하는 경우와 어떻게 구분하겠어요. 물론 이걸 꼬투리 삼아 패악질을 해 댈 놈들을 보면 속이 뒤틀리지만, 스스로 자충수를 뒀다고 밖에는 생각이 안 드네요. 진보 진영이 두고두고 잊지 말아야 할 교훈으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웽스북스 2011-08-30 12:56   좋아요 0 | URL
방법적으로 지혜롭지는 못했다는 건 인정이요. 하필 상대가 또 후보였던 사람이고. 뭔가 아마추어틱한 행동이죠. 교훈으로 삼을 건 당연히 교훈으로 삼아야겠지만, 그저 심적으로는 그 선의를 믿어주고 싶다는 말이랍니다.

다락방 2011-08-30 0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웬디님의 추측이 별로 틀리지 않을것 같고 그렇게 믿고싶지만, 그렇게되면 우리가 그에게만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것 같아요. 그렇게 선의를 받아들이고 이해한다고 하면 다른 정치인들의 행위에 대해서도 이해하지 못할바가 없잖아요. 물론 정말로 다른 경우일 수 있었겠지만 그가 택한 방법에 있어서 우리가(혹은 내가) 그를 마냥 편들어주긴 어려워지지 않았나 싶어요. 이런일들이 반복되고 국민들은 다시 또 선거에 참여해야하고.. 참 써요.

웽스북스 2011-08-30 13:04   좋아요 0 | URL
저는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게 뭐가 나쁠까 싶어요. 그 잣대라는 게 결국은 그간 겪어왔던 모습들에 근거해서 들이대게 될 수 밖에 없는 건데요. 정말 다르게 느껴지기 때문에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건데, 그런 스스로를 엄격하게 검열하면서 같은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고 할 필요가 있나 싶어요. 각자에게도 다 판단의 기준은 있으니까요.

웃자고 하는 얘기지만, 저는 다락방님이 누군가를 협박해서 1만원을 뺏었다, 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와 다른 누군가가 누군가를 협박해서 1만원을 뺏었다, 라는 말을 들었을 때, 도저히 같은 잣대를 들이밀 수가 없는걸요. '아닐거야' 로부터 시작하는 사람과 '어쩐지' 로부터 시작하는 사람이 있고, 그걸 판단하는 잣대는 결국 그 사람이 살아온 삶, 내게 비춰진 이미지 등이 아닐까 싶어요. 결론은, 다락방님 사랑합니다. (응?)

2011-08-30 13: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BRINY 2011-08-30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번 일로 여러가지 배웠습니다.

비로그인 2011-08-30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코 짧은 생각이 아닌 것 같은데요. 웬디양님, 저도 정치를 무쟈게 싫어해요. 그런데 지금 상황을 보면 나 같은 사람도 정말이지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관심을 갖는다고 해봤자 큰 관심은 아니라도, 눈에 보이는 건 있는 거니까요. 웬디양님처럼 의견을 낼만한 정도는 아니지만 저도 저 나름대로 세상 돌아가는 상황에 빨대라도 꽂아놓고 있어야겠어요. 신민이 되지 않으려면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