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모든 기운이 다 소진되는 날은 일요일이다. 안양에 있는 교회에 다녀오는 4호선에서 나는 노약자석에 앉아서 오고 싶을 정도로 힘들어진다. 단 30분의 지하철 탑승 시간이 너무 길고 힘들고 지쳐 일단 집에 오면 침대에 쓰러져 잠을 청한다. 그리고 두세시간 정도 낮잠을 잔다. 그러고 나면 저녁이 되고, TV를 보기 시작한다.  

TV가 없다보니 TV는 거의 보지 않았었는데 요즘엔 하릴없이 TV를 보는 것도 좋다. 그러다보니 고정적으로 보는 프로그램도 두개나 생겼다. 하나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나는 가수다> 그리고 또 하나는 노도철 PD의 <반짝반짝 빛나는>이다. 반짝반짝 얘기도 할 게 많은데, 오늘은 일단 머릿속을 스믈스믈 기어다니는 나는 가수다 생각부터.  

자다가 깨니 7시라 정규방송 시간을 놓쳐 급 다운로드 받아서 봤다. 스포일러 방지책으로 포털, 페이스북, 트위터 등 일체 금지. 일단 방송을 놓치니 좋은 점도 많구나. 과도한 음악 외 편집 분량을 원하는 부분만 골라서 보다 보면 1시간 30분짜리를 1시간만에 보는데, 전혀 무리가 없다. 둥둥두두둥둥 이런 것도 너무 많아서 ;;;;; -_-

오늘 방송은 김건모가 떨어지고 재도전의 기회를 준 것 자체가 문제가 되었는데, 시청자들을 우롱한다, 뭐 이런 평가를 받고 있는 것 같다. 나는 별로 우롱 당한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아니지만 헐, 하는 생각이 좀 들었던 건 사실이다. 이소라가 뛰쳐나간 건 좀 놀랐고, (그걸 방송에 내보내는 건 또... -_-) 김제동이 재도전의 기회를 달라고 한 건 1등 매니저의 헐리우드 액션인 것 같았고, 후배들이 함께 울어주는 건 선배에 대한 예우이고, 예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여기서 제작진이 재도전의 기회를 드릴테니 받아들일지 말지를 김건모더러 선택하란다. 이런 영악하신 분들 같으니... 다루기 어려운 가수들 모아놓고 예상치 못했던 결과를 받아 당혹스러운 상황이 오니, 선택은 슬쩍 가수의 몫으로 돌리다니. 어쨌든 100점은 아니지만, 100점짜리 선택이 불가능한 상황에서의 40점쯤 되는 차선의 위기관리 능력이었던 것 같기는 하다. 40점짜리가 70점쯤이 되려면 김건모가 재도전을 하지 않겠다, 라는 선택을 했어야 하는 거였는데, (그러면 기사는 '김건모, 깨끗이 승복, 패배 받아들여' 뭐 이런 식으로 나고 뭐 어쨌든 두마리 토끼를 어설프게는 잡았을텐데...) 김건모가 또 그 기회를 덥썩 잡았으니... 그러면서도 저보다는 후배들이 원하니..... 라고 말하니 "아이고 이사람아..."라고 해드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건 뭐.. (김건모가 아니라 이건 모?) 차라리 "제가 욕심이 나네요. 다음번에는 더 잘하겠습니다" 라고 하는 편이 더 낫지 않았을까.

윤도현은 처음부터 질 것 같은 것에 대한 두려움이 강해 계속 노력하는 시도를 지속적으로 보여줬다. 지난 주에도, 모두가 잘 알려진 대표곡을 들고 나와 부르는데 윤도현은 자신은 락이라는 장르를 하기 때문에, 라는 고민을 가지고 차라리 생소한 곡으로 호흡하자,는 시도를 했었다. 나는 그 무대보다 나는 그 시도가 재밌었다. 이번에도 곡 선정 핸디캡이 가장 심했던 사람 중 하나가 윤도현이었는데, 자기 스타일로 가져오려고, 정말 열심히 노력한 흔적이 역력했다. 역시 핸디캡은 때론 파워풀한 자극제이기도 하구나, 하는 걸 다시 느낀다.

김건모는 떨어진 게 립스틱 때문, 뭐 이런 말을 하는데, 이건 전적으로 PD가 김건모 예우 차원에서 한 말일텐데, 본인 역시 립스틱 때문이라고 생각을 하는 걸 보고 또 좀 놀랐었다. 립스틱이 전혀 플러스 요소가 아니었던 것은 맞지만 립스틱 때문에 마이너스를 준 사람들도 없었을게다. 김건모의 무대가 가졌던 문제는 나빴던 게 아니라 안정적이었던 거다. 적어도 이 승부에서는. 그게 바람직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러니 졌다고 슬퍼할 것도, 노할 것도, 비참해할 것도 없는 거다.

이건 청중평가단이 가장 좋았던 무대 하나씩을 꼽아 가장 좋았던 무대로 제일 적게 꼽힌 사람이 떨어지는 거다. 제일 못한 사람을 뽑아서 그 사람을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이 두개의 차이는 미묘하지만 명확하다. 책의 평점으로 생각해보면 A라는 책은 꾸준히 별 네개 정도의 평점 정도를 받는 책. B라는 책은 누군가에게는 전혀 이해 불가능한 별 하나짜리 책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별 다섯을 받는 책이라면 평균은 A가 높아도 별다섯을 받은 적이 없는 A가 결론적으로는 떨어지게 된다는 이야기다. 그러니까 그 방송에서 살아남으려면 모두에게 두번째, 세번째 정도인 안정적인 무대를 만들어내는 건 소용이 없는 거다. 누군가에게 가장 좋은 무대가 되어야 하고, 그 누군가가 가급적이면 많아야 하는 것이다. 

지난 주에 박정현이 1위를 했을 때도 느꼈고, 이번에 더욱 명확해졌지만 청중 평가단은 소름끼치는 고음, 파워풀한 음악, 신나는 무대 등을 통해 본인이 어떤 강렬한 전율을 경험했을 때 그 무대가 가장 좋았다, 라고 말하는 것 같다. 이번 주 순위가 있었다면 더 명확해졌겠지만, 지난 주 순위가 박정현-김범수-김건모-윤도현 순이었다는 걸 보면 명확하다. (사실 이 기준에 나는 꽤 불만이 많지만 - 가창력 있는 가수들을 별로 안좋아해서 ㅋㅋㅋ - 여기서는 일단 넘어가기로 한다) 여기에 이번주엔 아마 하나가 더해졌을 것이다. 곡해석의 새로움, 가수 이미지의 변신 같은 것들. 한 사람이 이렇게 자꾸만 새로워지는 대중들의 요구를 맞출 수는 없을테니 새로운 사람이 들어와서 계속 새로운 무대를 선보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번째 탈락자가 단추를 잘 끼워줬었어야 했을텐데, 탈락이라는 걸 그렇게 비참한 것으로 만들지 않았어도 좋았을텐데, 그건 누구보다 또 김건모가 잘 할 수 있었을텐데, 왜 거기에 절대 가치를 부여하고, 비통해하고, 승부를 번복하고자 하는건지...그냥 승부를 즐거운 것으로 만들었으면 좋았을텐데. 어제 우연히 봤던 무한도전 미남투표 같은 건 비장하고 진지하면서도 참 웃기고 즐겁더만.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라는 사람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승부를 낸다는 건 역시나 그만큼 힘든 일인건가, 역시 모자란듯 한 사람들의 우스꽝스러운 승부를 보는 게 더 즐거운 거였나, 뭐 이런 생각도 들고...

여튼, 앞으로의 방송의 긴긴 여정을 어떻게 헤쳐나가려고 이런 선택을 했는지 모르겠다. 뭐 알아서 하겠지만. 그냥 최고의 무대를 보여주고, 즐거이 1등하고, 즐거이 떨어지고, 그럴 수는 없는 건가, 승부를 필요 이상으로 비장하게 만들어놓은 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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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는 가수다 - 이건 쇼 잖아요..
    from 세상에 분투없이 열리는 길은 없다 2011-03-21 08:22 
    이제 겨우 본 경연을 한차례 벌인 이 프로그램은 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약점이 많은 프로그램이다.가수들이 노래를 부르는 본 경연 삼십분 정도를 뺀 나머지 한시간 반의 구성이 너무 실망스럽다.평론가들의 이야기도 너무 토막토막이고,가수들은 매번 나와서 똑같이 '너무 부담이예요'란 이야기만 반복한다.저만한 사람들과 할 이야기가 그리 없단 말인가.그래도 이번엔 노래 자르고 인터뷰하는 건 좀 많이 좋아졌더라..그래, 아직 본 게임 시작전이라 그런 거라고 넘어
 
 
치니 2011-03-21 0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한도전의 미남이시네요,는 오히려 대체로 좋은 반응 - '오디션, 선거 풍토, 외모지상주의를 한번에 풍자하면서 웃기기까지 해준' 프로젝트로 거듭났더라고요. ㅎㅎ 역시 드라마는 연출, 예능은 피디의 능력이 제일 중요하다는 진리를 보여주는 듯합니다요.

<나는 가수다>는 그 발상부터가 좌충수와 무리수를 둔 발상이니 워낙 한계가 뚜렷해서 저는 본방 보면서도 그닥 충격적이지 않았는데, - ㅉㅉ 저럴 줄 알았다, 뭐 이런 심정 - 막상 나중에 보니 난리들이 났대요.
다른 건 다 떠나서 웬디님 말대로 저 역시 제발 좀 덜 비장하게 했으믄 하는 소망이 있네요. 그런 면에서 이소라는 좀 심해서 자제했음 싶고(노래가 좋은 건 별개로), 윤도현이 지난 주에 (옆에서 이제동이 아무리 난리쳐도) 그냥 편하게 하겠다고 하는 정도로 좀 걍 게임을 즐기는 정도로 제작진에서 편집에 신경 쓰길 (사실 이제까지 하는 걸 보면 기대는 별로 안되지만) 바라고 있습니당.

웽스북스 2011-03-21 12:12   좋아요 0 | URL
무한도전 미남이시네요 보면서 진짜 많이 웃었어요 ㅋㅋㅋㅋ 진짜 정신 쏙빼놓고 웃으면서 재밌게 봤어요. 확실히 연출의 능력이 중요하고, 그 전에 어떤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연출인가, 뭐 이런게 극명하게 보였던 예인 것 같아요.

저도 뭐 충격적이지는 않았는데, 어쩌려고 저러나 싶더라고요. 대중들은 강렬한 경험을 원한다는 게 두번의 방송을 통해 극명하게 드러났는데, 이제 서로가 서로를 소모하며 지치게 되는 일만 남은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이소라는 좀 심하긴 했지만, 연출이 방송에 내보내는 걸 좀 적절히 했으면 어땠을까 싶더라고요. (실제로 다른 방송에서도 이런 경우 많지 않겠어요? ;; - 이거 너무 팬심?) 저도 좀 놀라긴 했는데, 이소라 홈페이지 보니 완전 난리가 났더라고요 ;;;;; 왜 좋은 사람들 데려다 놓고 프로그램을 이렇게 만드나 싶어서 좀 안타까웠달까요 ;;;

2011-03-21 08: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21 12: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에디 2011-03-21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윤도현의 노력이 놀랍고 다시 보였어요. 락이라서 대중성이 없다고 계속 말하지만 또 '윤도현이여서' 인디신에도 자기 지분이 없다고 스스로 생각하는거 같은데, 그 사이에서의 치열한 고민이 보이는거 같아요.

웽스북스 2011-03-31 00:54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윤도현 이래저래 새로운 면모를 많이 봤어요. 윤도현이야말로 진짜 묘한 경계에 서 있는 것 같은 느낌이죠. 암튼, 윤도현의 무대는 늘 흥미로웠어요. ㅎㅎ

Kitty 2011-03-21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안보는 사람은 대한민국에 저 하나뿐인가 합니다?;;;;;

... 2011-03-21 15:36   좋아요 0 | URL
저도 있어요. 이해 절대 안되고 있는중...하하하

다락방 2011-03-24 08:52   좋아요 0 | URL
저도 안 봅니다! 우하하하.

웽스북스 2011-03-31 00:55   좋아요 0 | URL
셋이 크로스~ 하시고요 ㅎㅎ

2011-03-22 12: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31 0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스피 2011-03-22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프로는 안보고 있어요.나름 가수 경력이 되는 사람들을 가지고 뭐하는 건지...

웽스북스 2011-03-31 00:55   좋아요 0 | URL
그래도 무대는 볼만하답니다 ㅋ

다락방 2011-03-24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봤어요? 웬디님 책냈네요. ㅋㅋㅋㅋㅋ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88902114

ㅋㅋㅋㅋㅋ

웽스북스 2011-03-31 00:56   좋아요 0 | URL
왜이래요 다락방님 ㅋ
저 수녀될까요?

버벌 2011-04-06 0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나는 가수다 이 프로그램 무지 기대하고 있었어요. 일밤의 팬이기도 했고(전 일박이일안봐요. 이상하게 엠비씨아니면 잘 안보게 되는... 저도 참 알수가 없는....) 무엇보다 김영희 피디님이셨으니. 방송보면서 너무 대단하다 박수치고, 눈물도 흘리고 김건모사건에 왜 저리 못났지? 라는 생각을 했고, 나서는 김제동에게 원칙주의자로 알려진 당신이 그러면 사람들 뿔날거야. 생각을 했는데. 역시나 인터넷 뒤집어졌더군요. 전.... 새로운 포멧 보다 그냥 이렇게 갔으면 해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 승부를 필요이상으로 비장하게 만들어놓는거 아닌가? --> 적극 동감합니다. 하지만 경쟁이 없었다면 그런 무대들이 안 나왔을 거라는 생각도 합니다. ^^ 처음에 이소라가 떼쓰는 걸 보고 인상을 썼는데 바로 다음주에 나와서 사과를 하는게 아니라. 이대로 보내기 싫었습니다. 더 많은 시간을 하고 싶었습니다. 라고 말하는 그녀의 말에. 그대로 공감이 되더라구요. 위에 어느님 말대로 편집을 좀. 신경을 썼더라면....... 아. 잠와요 웬디님. ㅠㅠ
 


격한 상황에서야 비로소 드러나 보이는 바닥들이 있는데, 정치인, 종교인 뭐 이런 분들에게는 이제 실망하고 화낼 힘도 내게는 남아 있지 않은 것 같다. 특히 조모 목사님의 발언에 많은 분들이 엄청나게 충격을 받고 격하게 화를 내시던데, 그냥 나랑 비슷한 사이에서는 언제, 누가 제일 먼저 저 말씀을 꺼내실까, 의 문제였지 실은 그다지 충격적일 것도 없었다. 아. 학습이란 이렇게 무섭고 놀라운 것이다. 한국 교회라는 집단에 20년간 속하면서 더 험한 꼴도 많이 보고 화도 내고 속상해 하기도 했었다. 이 정도 발언은 시뮬레이션 가능한 범위의 일이었다. 실제로 페이스북 친구들 사이에서는 내일설교 기대된다, 뭐 이런 이야기가 오가기도 했었다....

그럼에도 가끔 나를 놀라게 하는 일들이 늘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일어나곤 하는데, 지금 소위 '맘'들 사이에서 붐이라는 일본 기저귀 사재기 열풍이 그것이다. 방사선에 오염되기 전에 일본 기저귀를 사놔야 한다고 100만원, 120만원어치 기저귀를 사들이는 엄마들이 한둘이 아니라고 한다. 게다가 일본 분유나 과자같은 것들도 3월 11일 이전에 제조된 것으로 사놔야 한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다고 한다. 정작 일본은 또 많은 것들이 모자랄텐데.... 남아 있는 기저귀에 분유에 과자까지 싹싹 긁어서 쟁여놓을 정도로 나의 아들/딸은 소중한 건지... 싶고...

자식이 없어봐서 엄마들의 그 애틋한 이기심을 이해하지 못하는 걸까.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죽음과 비통함을 뒤로한 채 내 아이 기저귀부터 챙기는 게 엄마라는 분들의 그 숭고한 모성애인 건가 싶어, 소식을 접하며 참 많이 어이 없었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중국, 홍콩에서도 사재기 러시가 일고 있다고 하니, 참 사람의 속성은 어디나 비슷하구나 싶다. 내가 아이를 키운다면 아무리 말을 못하고 뭣 모르는 나이더라도, 그 때부터 불편함을 함께 나누는 훈련을 (나부터도) 함께 하면서 키우는 게 맞는 것 같은데... 타인의 고통에 함께 아파할 줄 알고, 때로는 나의 불편함도 기꺼이 감수할 줄 아는 아이로 키워야 할 것 같은데... 이건 자식 없는 철없는 아가씨의 이상일까?

이렇게 엄마의 이기심을 듬뿍 받고 자란 아이들은, 어떻게 자라게 될지 진심으로 궁금하다. 정말이지, 정 떨어지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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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3-17 0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자란 아이들이 남을 생각할 줄 알까요?
저만 아는 잘난 인간들은 결국 자식도 그렇게 키우더라는....ㅠㅠ

. 2011-03-17 0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런 추악한 일면도 모성애라고 포장되어야 하는 건가요?
애틋하다는 단어는 이기심이라는 단어와도 어울리지 않지만,
이런 추잡스러울 뿐인 행태에 붙일 말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쓰레기같은 근성까지 모성애라고 포장한다면 수많은 존경스러운 어머니들을
욕되게 하는 게 아닐까 싶네요. 그네들은 그냥 인간 말종인 겁니다.
웬디양님은 자식 없는 철없는 아가씨라서가 아니라,
지극히 상식적인 가치관을 가진 건전한 성인이신 거구요.

hnine 2011-03-17 0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나라 기저귀도 좋은데...^^
엄마의 모성애라기 보다, 기저귀 아닌 다른 것도 그렇게 사재기 했을 엄마들 아닐까요?

Mephistopheles 2011-03-17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 살아온 엄마들이라고 보고 싶어요. 천성이 그렇겠습니까. 사회가 병들고 막장으로 가는데 혼자서 고고하게 바른생활하며 산다는 것 자체가 힘들고 버겁죠. 각종 불이익과 불편을 죄다 받아들여야 하니까요. (대충 기저귀에 기백만원 쏟아부어 사재기를 할 정도라면 어느 지역 엄마들인지 대충 감이 잡힙니다.)

누구엄마 2011-03-17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마음이 이해가 되다가도 안되다가도 하고 막 그래요.
저도 외출할 때랑 잘 때는 일본 기저귀 쓰거든요. 낮에는 천기저귀 써도.
아가 태어나서부터 줄곧 저랑 아가한테 잘 맞아서 글케 쓰지요.

근데 일본에 그 사태났을 때, 기저귀를 사재기해야 한다는 생각은 꿈에도 못했는데
발빠르신 엄마들 미친듯이 사재기한다는 기사가. ㅡ_ㅡ;;;
이번 같은 사태 아니더라도 일본 기저귀는 이따금 품절 나서
그것만 쓰는 엄마들 애태우곤 했던 걸 알아서 이해가 되려다가도
이 와중에 웬 사재기인가 싶더군요.

그제야 고민 시작. 진짜 기저귀 동나면 나 뭐쓰지. 이런 생각 이제 드네요.
사실 말도 못하고 자기 몸 하나 못가누는 아가한테
인류애를 강조하기는 민망하잖아요. ^^:

암튼 놀라운 건, 그 뉴스에 기저귀를 1번으로 떠올렸다는 엄마들이죠.
난 "헉ㅡ" 이거 말고는 아무말도 안나오던데. ~_~;

레와 2011-03-17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욕밖에 안나옵니다. 후아. 갑갑.

굿바이 2011-03-17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 말대로 격한 상황에 이르면 보이는 것들이 있지.
동일한 경험은 아니더라도 그런 상황을 목도하면 참 이상하게도 매번 놀라워. 익숙해질 때도 되었는데 말이지. 가끔 이런 상황을 보고 분노하는 나를 보면 아직도 인간에 대한 희망이라는 것이 남아 있었나,싶어서 나 자신한테 더 놀랍고 말이야.
모든 '맘'들이 그렇게 행동하지 않겠지만, 몰라서라도 그렇지 않을꺼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것들을 기사화하는 엘로우저널에 아주 이가 갈려. 몰랐던 분들도 괜한 공포심에 덩달아 이상한 행동을 할 수도 있는데 말이지. 나는 인간이라는 것이 매우 약한 동물이라 동시에 악할 수도 있다고 믿거든.
여튼, 이번 한 주 이 땅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방송매체와 거기에 기생하는 거의 모든 저널리스트들의 태도에 침을 뱉는다. 거지같은 것들.

pjy 2011-03-17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잔머리짱~ 이래서 헤지펀드가 여전히 막대한 이익을 남기고, IMF때도 돈을 갈퀴로 긁어들이는 사람이 나오는거죠-_-;;

마노아 2011-03-17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기심을 듬뿍 섭취하고 자라는 아이들이 어른이 된 세상을 생각해 보면 진짜 아찔하네요. 지금의 막장보다 더 커진 막장을 보게 될 테죠. 이렇게 큰 사고를 접하고 나니 여러 면면들의 바닥이 보여요. 인간은 참....

개인주의 2011-03-17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어다니는 아기들이야뭐..;..
기저귀사재기 능력이 되면 그거 떨어져도 좋은 제품 찾을 수 있을텐데.
..있는 사람들이 더 무섭죠.

BRINY 2011-03-17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이 상상하셨을 지역에서는 '시골'로 불리는 곳에서 살지만, 주변에도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본인은 시장표 잠바떼기를 걸치고 다닐 지언정, 아이를 위해서는 일제 기저귀를 사재기하는 사람이.

블리 2011-03-18 0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러니까 초등학교 선생님인 아는 분이 있는데 숙제로 ARS 일본성금 보내기를 내줬다는데 (강요라기 보다는 권유였겠지.) 엄마들이 일본은 당해도 싸다며 딱 두 명만 숙제를 해왔더란다. 정말 이게 현실일까, 정상일까 싶더라. 예전에 본 일본 영화 중에 어른되기 자격시험이 있는 세상이 배경인 얘기가 있었는데 정말 그런 시험이라도 있어야 되는 건 아닌가 싶다.
 


벼르고 벼르던 영화 <블랙스완>을 봤다. 영화는 보는 내내 긴장을 늦출 수 없고, 한순간도 눈을 뗄 수가 없다. 모두의 예상대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손에 거머쥐고 이 영화를 촬영하며 남편까지 만났다는 나탈리포트만의 연기는 완벽했다. 많은 사람이 그렇게 말하듯, 마지막 순간 I felt perfect 라고 말하는 그녀는 니나가 아닌 나탈리 포트만인 것만 같았다.

하지만 감각적이고, 관능적이고, 매혹적인 이 완벽한 영화는, 보는 내내 나의 정신을 사로잡기는 했지만 내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지는 못했다. <인셉션>을 봤을 때와 비슷한 느낌. (두 영화가 비슷하다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버스를 타려고 기다리면서, 나는 역시 삶과 비슷한 영화, 여백이 있고, 결핍이 있고, 또 나의 자리가 있는 영화를 좋아하는건가. 뭐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영화를 먼저 본 모님이 영화를 보고 나면 나탈리포트만이 짱이에요! 라는 메시지를 보낼 것이라는 예언을 하셨는데, 깜빡 친구들과 노느라 문자를 잊어 늦은 시간 집으로 돌아와 메시지를 날렸다.  

"나탈리포트만 짱이긴 한데 저는 탕웨이가 더 좋아요"

그러자 모님 역시, 짱이랑 좋은 건 다르다며, 본인도 그녀의 연기엔 존경을 표하지만 좋지는 않다, 고 답을 했다.

나는 "그래도 다음 생에 둘중 누구로 태어날래? 라고 묻는다면 좀 고민할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 아무도 안묻지만" 이라고 답을 보냈다.

정말이지, 나는 영화를 보고 나와서 혼자 아무도 안물어보는 질문에 엄청나게 고민을 했던 것이다 -_- 내게 그런 선택의 기회가 주어질 리 만무하지만, 이런 물음에의 대답은 현재 나의 많은 부분들을 생각해보게 하니까, 결론이 날 때까지 좀 열심히 고민을 했었다. 이런 나의 고민의 결과가 궁금하다는 듯 모님은 다시 메시지를 보내셨다.  

"다음 생애 둘중 누구로 태어날래요?" 

나의 대답은 '나탈리'였다. 그러자 모님은 나탈리의 삶은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본인은 탕웨이를 택하겠다고 답했다. 그러게, 나도 탕웨이가 더 좋은데, 왜 다시 태어나면 나탈리로 태어나고 싶은걸까.... 그 결론의 결정적 이유는 (일단 나는 중국에서 태어나고 싶지가 않고 -_-) 그녀가 경험한 그 완벽함의 순간 때문이었다. 완벽한 것을 좋아하지 않고, 오히려 채워지지 않은 자리에 더 마음이 가면서도, 나는 그 완벽함을 경험하는 순간의 내가 어떨까, 단 한 번일지라도, 그렇게 빛나는 순간을 경험한다는 건 어떤 일일까, 그런 것들이 너무 궁금한 것이다. 완벽한 엘리트코스를 걸어오고, 의지를 삶으로 살아낼 수 있는 그 결연함, 그리고 꾸준함은 내게 없는 거라, 나는 그녀의 삶에서 그게 부러웠던 것 같다. 

다음 생을 선택하는 일은 아마도 내게 허락되지 않을테니, 이번 삶이라도, 그런 순간을 경험하는 일이 가능할까? 삶이란 완벽할 수 없는 것이고, 오히려 그 결핍 안에 진짜 삶의 맛이 있고, 뭐 이런 말을 하면서도, 사실 나는 갖지 못한 것들을 늘 동경하고, 또 부러워하면서 살고 있는 걸까. 지금 내 삶에서 좋아하는 것과, 내가 나의 경험치 내에서 삶이라고 규정한 것을 송두리째 부정하면서, 나는 완벽한 삶을 살아보고 싶은 거구나, 라는 생각이 드니, 이거 참 모순 돋는다.

어쨌든, 오늘도 부러웠으므로 나는 졌다. 완전 판정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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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03-02 0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로 전에 있는 웬디양님의 40자평에 격한 공감을 우선 보내놓고!
"짱이랑 좋은 건 다르다"에 또 한 번 공감!

블랙스완 나탈리 포트만이 너무너무너무 훌륭하긴 했는데,저는 "클로저"나 "고야의 유령"에서의 나탈리 포트만이 더 좋았어요. 그래도 끊임없이 영화에 출연해서 다작을 해내는 배우로서의 나탈리 포트만을 좋아해요. 몇년 전에 사귀었던, 같은 유대계의 어마어마한 뉴욕 부호랑이 아니고 발레선생이랑 결혼한 (아니, 약혼한) 그녀의 모습도 뜻밖이었구요.

하지만 다시 태어난다면 전 케이트 윈슬렛이라고 말할래요. (잠이 안와서 메일하나 보내고 다시 자려다 이게 웬 수다...)

웽스북스 2011-03-02 02:29   좋아요 0 | URL
맞아요 짱이랑 좋은 건 다르죠 그래도 전 짱한번 해보고싶다는거니 아 얼마나 인간이모순적입니까 ㅋㅋㅋ 고야의 유령은 못봤는데 클로저에서의 나탈리포트만은 좋았어요. 하지만 부러운 건 블랙스완을 연기할때의 그녀.....(사실 제가 춤추는 장면에 매우 약해서 그러는걸지도몰라요......ㅋㅋ) 그나저나 브론테님은 케이트윈슬렛이군요. 케이트윈슬렛은 어느 영화에서의 모습을 좋아하세요?? 더리더 ?? 레벌루셔너리로드 ??

... 2011-03-02 02:45   좋아요 0 | URL
전부 다요, 센스앤 센스빌리티, 햄릿, 쥬드, 데이비드 게일, 네버랜드를 찾아서, 이터널 선샤인, 로맨틱 홀리데이, 더 리더, 레벌셔너리로드, 전부 다요. 더 이야기 하자면 제가 좋아하는 소설인 토마스 하디의 쥬드에서 주인공이었던 케이트 윈슬렛이 좋고, 로맨틱 홀리데이에서 매년 크리스마스에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을 읽는다던 영화속 그녀도 좋고 그래요. 아, 더 리더에서의 그녀는 소름끼쳤고, 이터널 선샤인에서의 그녀는 최고였어요! 그중에 별로였던 것이 타이타닉?

생각해 보면 좋아하는 여배우가 줄줄이 더 나올 것 같긴 한데, 음~

웽스북스 2011-03-02 23:52   좋아요 0 | URL
아니 케이트윈슬렛이 영화를 이렇게나 많이 찍었나요???? 모아놓으니 엄청나요!!!!! 저도 제가 본 영화 중 가장 별로인건 타이타닉 ㅋㅋㅋ

언제한번 줄줄이여배우 페이퍼 써주세욥!!!

다락방 2011-03-02 0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미국에서 태어나는 탕웨이요!!

웽스북스 2011-03-02 23:52   좋아요 0 | URL
역시 우리는 중국이 싫은....거였 ;;;;

하지만 탕웨이면서 미국에서 태어나겠다는건 어쩐지 좀 반칙 ㅋ

다락방 2011-03-02 0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고 현빈하고 키스하는 탕웨이,돌아볼때마다 현빈이 웃어주는 탕웨이,그리고 현빈 기다리는 탕웨이요.나탈리 포트만으로는 안태어날래요. 그냥 다락방 할래요. ㅎㅎ

웽스북스 2011-03-02 23:53   좋아요 0 | URL
방웨이~~~
네 다락방님은 탕웨이요. ㅋㅋㅋ 그런데 나는 현빈이 **하는 탕웨이가 아니라,

그렇게 말하는 탕웨이, 그렇게 웃는 탕웨이, 그렇게 예쁜 탕웨이가 좋은데요. ㅎㅎ

다락방 2011-03-03 12:33   좋아요 0 | URL
나는 현빈이 좋은건가봐요.....( '')

무스탕 2011-03-02 0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서 누구로 태어나건 그때도 웬디양님을 만나면 전 다 괜찮을거라 생각해요 :)

웽스북스 2011-03-02 23:53   좋아요 0 | URL
어머 무스탕님~ :)

네오 2011-03-02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여~ 블랙스완 글 잘 읽었습니다(제가 요새 블랙스완 홀릭이라ㅎㅎ),,

나탈리와 탕웨이가 알게모르게 경쟁이 붙었군여:)

춤추는 장면에 약하시다니깐 갑자기 얼마전에 본 영화들이 주옥같이 지나가는 군여,,(저도 그래서여ㅋㅋ) 알렉산더 소크로프의 '러시아방주'에서의 20분동안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이 울려퍼지는 가운데의 사교춤과 루카스 비스콘티의 레오파드에서의 버트 랭카스터와 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의 왈츠등등(아마도 이만하게 화려하게 추는춤은 어디에서도^^ 아 물론 알파치노와 가브레엘 앤워가 추는 탱고도 멋있져!!)

웽스북스 2011-03-02 23:55   좋아요 0 | URL
하하하 그러게요 그 둘은 이 사실을 전혀 모를텐데요.....ㅋㅋ

누군가는 춤영화를 쭉~ 정리해주시지 않을까 했는데 네오님이 그 역할을. ㅎㅎ 저는 특별히 발레를 베이스로 한 춤영화들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제가 절대 할 수 없는 것들이라 그런듯. 다리도 90도밖에 안찢어지고. 연속해서 한바퀴이상 못돌고 ㅜㅜ

Mephistopheles 2011-03-02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지 웬디양님은 홍상수표 영화를 좋아하지 않을까 살짝 예상 중..

웽스북스 2011-03-02 23:55   좋아요 0 | URL
하하하 홍상수 영화도 좋아하지요. :) 그러지만 홍상수로 태어나고 싶지는 않아요. ㅋㅋㅋㅋㅋㅋ

레와 2011-03-02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격하게 공감가는 웬디양님 글.
짱이랑 좋다는 다르죠. 암요. ^^

나도 다시 태어나면 블랙스완의 '니나'로 테어나고 싶어요.
무언가에 미쳐 정신을 못차리는 내가 좋거든요.
지금도 그런 삶을 열망해요.

웽스북스 2011-03-02 23:56   좋아요 0 | URL
아 저는 니나, 가 아니라 나탈리로 태어나고싶어요. 무엇인가에 홀딱 빠져 미칠수 있지만 알고보면 다가진여자. 뭐 이런거 ㅋㅋ

무해한모리군 2011-03-02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니나는 싫어요..
저는 간절한게 너무 싫어요.. --;;
아 저는 팔도강산에 쭉 찢어진 한량이 좋아요..

웽스북스 2011-03-02 23:58   좋아요 0 | URL
아 저도 니나로 태어나는 건 좀 부담스럽고
한량,이라기보단 한량을 할 수 있는 환경적 조건이 갖춰진 곳에서 태어나고 싶군요

아 점점 다음생이 없다는 게 슬퍼지고있어요 ㅜㅜ 다음생에 설령 태어난다해도, 이거 내가 죽기 전에 지구가 망할 기세이니 원 ;;;; 희망이 없어요!!

차좋아 2011-03-03 12:22   좋아요 0 | URL
한량은 조건에 구애 받지 않아요 ㅋㅋㅋ 점점 한량이 되어 가고 있다고 느끼는 1인 ㅋㅋㅋ

치니 2011-03-02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 아, 나는 다음 생에 웬디양님으로 태어날까, 너무 귀여워서.
근데요,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타면, 그 상을 타게 한 영화로 만난 남자랑 반드시 헤어지게 된다는 징크스가 있다매요? 그럼 나탈리도 곧? (ㅠ 이런 저질 댓글이라니)

웽스북스 2011-03-02 23:58   좋아요 0 | URL
크크크 나 저질댓글 좋아요. ㅋㅋㅋㅋㅋㅋ

그런데 치니님. 다음생에 저로 태어나시면 얼른 인생 물러버리고 싶으실거에요. 그러니 똑똑하고 이쁜 아가씨루다가 다시 골라보세요. (아니, 치니님도 충분하잖아욧!!!!)

굿바이 2011-03-02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ㅎㅎ 질문에 답하고 싶은 마음이 급 우울해졌소 ㅠㅠ
완벽함이라....나는 막, 위장이 튼튼해서 철근도 소화시키고, 치아가 튼튼해서 단 거 먹으면서 잠들어도 되고, 빛이 나는 순간은 없어도 빚이라도 지지 않으면서 살 수 있는 쪽으로 택하겠소. 그게 누구요? 나탈리요? 탕웨이요? 엉엉 ㅜㅜ (늙고 병드니 엄한 곳에 와서 푸념이오~)

웽스북스 2011-03-03 00:00   좋아요 0 | URL
어니는 완벽보다는 위벽을 택하셨군요. ㅋㅋㅋㅋ

아무리 고민해봐도 위장상태와 치아상태와 재정상태를 다 알 수 있는 누군가가 없네요. 그냥 돈많은 집에서 태어나서 잘 치료받고 관리 잘하면서 사는게 제일일듯해요 ㅋㅋㅋㅋ

따라쟁이 2011-03-03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탕웨이의 서늘한 눈빛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싶지 않아요. 음.. 저는 라푼젤? ㅎㅎㅎ
완전 똥그란 눈으로 반짝반짝빛는 눈으로 세상을 보며 살겠어요. 라고 저한테 묻지도 않은 질문에 막 대답하고... ㅎㅎㅎㅎ

당고 2011-03-03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전 송혜교로......
 



김영하가 블로그를 닫고 트위터를 닫았다. 마지막으로 남긴 글에는 하나만 더, 언급하겠다며 "고은이는 굶어죽은 게 아니다, 병으로 죽었다" 라는 발언을 남겼고, 그 발언은 오늘 하루종일 기사로, 트위터로 회자되었다. 고은이는 굶어죽은 게 아니다, 라는 새삼스러운 발언도 놀라웠지만, 그 발언이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겨주고, 그렇게 많이 기사화되었다는 게 더 놀라웠다. 아. 나는 도대체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가! 그 사실을 특종인 양 다룬 기자들은 최고은이 '굶어서만' 죽었다고 생각했던 거고, 기사에 본인이 버젓이 함께 쓴 언급되던 지병은 잊었던 것인가?

갑상선 기능 항진증은 매우 까다로운 병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그 병으로 목숨을 잃었다는 사람은 본 일이 없다. 호르몬 조절이 잘 안되어 신진대사가 다른 사람보다 좀 과도하게 활발해서 쉽게 피로감과 무력감을 느끼는 병이다. 당연히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고, 약도 먹어야 하고, 음식도 잘 챙겨먹어야 하는 병이다. 내 동생이 그 병을 앓았었고, 어렸을 때 삐쩍 말라서 음식은 누나가 다 뺏어먹었느냐는 설움도 많이 당했었다. 병을 다 고친 지금은, 애가 점점 불고있다 ;;;; 앗 이것은 슬픈 여담이고 ㅜㅜ 그녀가 아프리카 기아처럼 굶어 죽었기 때문에 우리가 슬퍼했던건가? 생계를 이어나갈 수 없었던 한 예술가가 지병을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고, 꾸준히 영양을 공급하지 못해 결국 그 병으로 죽었다, 라고 이야기하면 상황이 달라지는가. 굳이 그 말을 남기며 떠나니 그의 대척점에는 마치 '최고은은 무능한 작가' 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남아있는듯 한 묘한 기분이 든다. 적어도 내가 읽었던 글에서는 그 누구도 그렇게 이야기하지 않았다. 사건의 맥락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기자들은 김영하가 트위터와 블로그를 접었다. 그리고 최고은은 굶어죽지 않았다고 말했다, 라는 두가지 사실만 가지고 기사를 쓴다. 두 사실엔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 게다가 그는, 그녀가 우울증을 앓고 있었으며, 삶의 희망을 이미 놓았던 것 같다는 이야기를 (게다가 후자는 추측에 근거한 것이다) 무책임하게 날린다. 이것이야말로 고인에게 정말 무례한 말이 아닌가. 설령 사실이라 한들 발화될 필요가 있었는가. 누구도 여기에 대해 문제삼지 않는다는 점이 너무 의아했다. 내가 이상한건가 ;;

경험상, 언제나 끝판왕은 떠나는 사람이었다. 끝까지 남아서 버티는 게 이기는 거라고? 아니다. 논쟁을 묘한 상처배틀로 만들고, 내가 제일 상처 많이 받았음, 끝끝끝, 하면서 떠나는 사람이 이기는 경우를 훨씬 많이 봤다. 그 경우라면 떠난 사람은 상처받은 피해자, 떠나게 한 사람은 상처입힌 가해자가 되고야 많다. 게다가 한 쪽은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면? 두 번 생각할 필요도 없는 게임 오버다. 사람들은 시간이 많지 않다. 어렵고 긴 글을 몇 개씩 읽어가며 내막을 구태여 알려 들지도 않는다. 모두가 그렇지는 않지만, 많은 사람들은 상처의 경중은 까보지 않고, 좋아하던 누군가의 글을 읽을 수 없게 된 것이 아쉬워 상대를 비난한다. 꿋꿋이 버티고 앉아 견뎌내면 오히려 바보가 된다. 지금 트위터에서 수없이 RT되고 있는 고재열의 글이 이를 반증한다.

그나저나... 타블로도 떠나고... 김영하도 떠나고... 그래서 속이 시원할까요? 쓸쓸하네요. 왜 사람들은 자신들의 준거에 사람들을 맞추려고 할까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나도, 마지막까지 비아냥거리는 그가 남긴 마지막 글을 보며, 자신을 비난하는 자들을 죄책감을 투사하는 자들로 몰아붙이는 모습을 보며 (이 사태에 대해 정말로 발언해야할 사람들이 침묵하는 것을 보고 처세라는 것을 배운다. 당장은 보고 즐기시라. 자기 죄책감을 투사할 대상을 찾아 헤매는 대중들의 카니발을.) 그냥 말을 말자, 싶었다. 그런데, 자꾸만 화가 나고, 마음이 쓰인다. 어쩌면 좋을까. 그를 향해 진지한 문제제기를 하던 사람들은 카니발을 즐기는 대중이 되어 버렸다. 나도 지금 카니발에 동참하고 싶어서 이 글을 쓰는 걸까? 그러기엔 난 기운도 없고, 논리적인 인간도 아니고, 논쟁을 즐기지도 않는데...

대학시절, 내 선생님은 선생님이 하는 것과 같은 공부를 하겠다고 제자들이 찾아가면 붙들고 말리셨었다. 그 길이 얼마나 힘든 길인지, 어떤 것들을 각오해야 하는지, 본인이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가감없이 말해주었다. 자신의 꿈을 찾았다고 희망을 갖고 잔뜩 용기를 얻으러 간 아이들은 힘을 잃고 절망을 맛보며 돌아와야만 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찾아가는 친구들에게는 이런 저런 조언도 해주셨지만, 내가 선생님을 선생님으로 존경했던 이유 중 하나는, 그 곳에에 팽배하던 긍정주의와 희망고문에 반하는, 그곳답지 않은 분이셨기 때문이다.

김영하는 젊은 예술가들에게 작가를 작가로 만드는 것은 자신의 긍지, 라고 작가로서의 자부심을 갖고 끊임없이 정진하라고 이야기한다. 그의 낭만주의에 반기를 든 조영일의 글은 김영하의 글만큼 세련되지 못하지만, 한사람의 입장을 지지하라면 내 입장은 조영일 쪽에 가까웠다. 예술의 예술성을 무시해서가 아니라, 그의 말은 희망 고문에 가까워 보였기 때문이다. 그 말을 김영하가 하지 않았더라면? 어떤 듣보잡 작가가 했더라면? 글 속의 팩트를 그대로 둔 채 글쓴이만 바뀌었더라면, 다시 말해 김영하의 후광이 없었더라면,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힘을 얻고, 용기를 얻었을까.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지만, 누구나 영향력을 가질 수는 없는 말이다. 태어나 다이어트에 한번도 성공해본 적이 없는 내가 스무살 친구에게 "힘을 내, 넌 정말 날씬해질 수 있어, 네 자신을 바꾸렴" 이라고 한다면 누가 힘을 얻겠는가. (이제 자학까지 돋는다 ㅜㅜ) 물론 힘을 주고 용기를 주는 일이 사회 지도층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니 응당 할 일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 그렇지만, 그건 그가 가지고 있는 조건들에 기반했던 것이 아니었던가. 재능이든, 운이든. 어디 의지와 마인드컨트롤만을 가지고 되는 일이 있던가.

그는 그가 가진 것들에  기반해 그에게 주어진 현실을 모든 사람에게 일반화하려는 위험한 오류를 범하고 있다. 게다가 그것을 낭만주의라는 이름으로 아름답게 포장까지 했다. 너무 그럴듯하다. 그게 그럴듯한 이유는 (블로거 당고님의 표현을 빌자면) 그가 '가진 자'이기 때문이다. 물론 당장의 희망이라도 필요한 사람에게 그 말은 눈물나게 고마울런지도 모르겠지만, 만나본 적이 없는 불특정 다수에게 그렇게 희망을 날리는 일은 무책임한 일일 것이다. 어쩌면 그 말에 다시 글을 쓸 용기를 얻어 누군가는 작가로 성공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사람은 좌절을 맛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조선일보에 새벽에 실린 이 글은, 김영하의 글과 다른가? 그는 본인이 무엇을 대변하고 있는 것인지를 정말 모르는가?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2/14/2011021401957.html

모두가 잘될 거라는 말을 한다고 해도 그건 말일 뿐이지 그렇지 않니?
라며, 무책임한 이 사회의 언어들을 탓하는 브로콜리 너마저의 노래가 갑자기 듣고 싶어진다.



그리고, 한가지 더 이야기하자면, 나도 역시 구조주의적 비관론자이기 때문에, 세상이 쉽게 변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이기기 위해 자기 자신과 싸우는 작가들보다는, 구조와 자신을 대척점에 놓고, 끊임없이 분투하며, 그것을 자신의 글 속에 나타낼 줄 아는 작가가 개인적으로는 좋은 작가라고 생각한다. 비록 그가 장렬히 전사할지언정, 질 것을 알고 덤볐을지언정, 의미가 없는 싸움은 아닐 것이다. 물론 그에게 세상과 싸워달라고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미안한건지, 다행한건지, 나는 한순간도 그것을 그에게서 기대한 적이 없다. 다만 그의 예술에 대한 관점을, 자신이 성공한 작가라는 이유만으로 일반화하지는 말아줬으면 한다는 것이다.

이 논쟁을 접하며 가장 좋았던 글은 작가 김사과의 글이었다.
http://sooosleepy.wordpress.com/



ps. 김영하와 조영일의 글을 미리 읽지 않았다면 뭔 생뚱돋는 얘기야? 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한가지 이해를 구하는 건, 댓글에 답글은 달지 않을 생각입니다. 너무 신경이 쓰일 것 같기도하고 ;; 그럴만한 깜냥도 별로 없어서 ;;; 게다가 신경이 과도하게 쓰이면 확 비공개로 돌려질 가능성도 높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늦게 자니, 얼른 잠들어 내일은 불끈불끈 내일의 태양을 즐겨야죠! 그러니 부디 무례하다고는 생각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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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죠 2011-02-15 0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라 모르겠다 한없이 깊고 쓸쓸하고 우울한데 추천이나 해야겠다...

순오기 2011-02-15 06:56   좋아요 0 | URL
나도~~~~~~ 오즈마님에게 묻어서 추천 합니다.

turnleft 2011-02-15 0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이 너무 많은 시대에 살고 있는거겠죠. 온라인이란게 좋은 말이든 나쁜 말이든 무슨 말이든 꺼내야 정체성이 유지가 되니. 저도 추천 하나 추가하고 갑니다.

Kitty 2011-02-15 0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 한국소설이라고는 다섯 손가락도 남을 정도로 거의 안읽은 제가 그나마 읽어봤던 작가인데 이렇게 또 마음속에서 지워버리게 되네요 ㅡㅡ;;

사과나무 2011-02-15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나까지만 알고 더 이상 알려 하지 않는 언론?을 향해 그는
나는 둘까지 알고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던 걸까요?

사람마다 조금씩 차이나는 여러 의견이 모여 만들어 내는 스펙트럼을 이야기하기보다는
대립구도를 짜야 자기 말이 좀 더 잘 전달이 될 거라 여겼던 걸까요?

일단은 어떤 프레임이든 그 유혹에서 벗어나는 것이
고인의 삶과 죽음의 의미를 제대로 짚기 위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늘빵 2011-02-15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음, 비평고원의 소조라는 분과 김영하가 글을 주고 받았더라고요. 전 읽어보진 않았는데, 논쟁의 끝엔 이상하게도 항상 누군가가 떠나는다는 것. 이 공간에서도 여러번 반복해서 봤죠.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는 한이 있어도 일단 떠나면 대개는 상처받은 자로 간주되어 지지자를 늘리게 되죠. 타블로 같은 경우엔 일방적으로 다구리 당하는 바람에 그랬고, 김영하 같은 경우엔 다구리는 아니고 둘이 주고받다 개인이 떠났다고 봐야 할 거 같아요.
 


얼마 전부터 아주 우리 교회 모든 교인의 마음과 머리를 아프게 하는 게 있었으니, 교회 건물이 있는 주인이 건물을 담보로 잡고 쓴 빚과 밀린 세금 등의 청산이 안되서, 결국 건물이 공매로 넘어가게 된 것이었다. 우리는 가만히 앉아서 보증금을 한 푼도 못 받고 쫓겨나게 생겨서,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교회 건물 공매에 참여해 낙찰을 받아 건물을 사는 것과, 보증금을 못 받고 다른 곳으로 가는 것, 두 가지 방법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상황이다. 돈을 돌려받는 건 거의 불가능한 듯 하여, 몇달 전부터 월세를 안내고 있다고 하는데, 그렇다 해도 뭐 손해는 이만저만이 아닌 거다. 건물을 낙찰받으려면 초기 금액만 현찰로 2억이 필요하다는데, 우리 교회 식구들이라고 해봐야 우리집, 엄집사님, 함집사/안집사님 부부, 최집사/안집사님 부부, 권집사/박집사님 부부, 조집사님네, 손권사님, K네, S언니네, S오빠네, J오빠 뭐 이 정도가 전부이다. 사는 형편 다들 빤하고, 누구하나 특출나게 잘 사는 집 없어 척척 돈을 내놓기도 어려운 형편이니, 다들 말은 못하고 끙끙 앓고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실은 크게 상관 없지만, (냉정한 인간 ;;) 우리 엄마나 아빠에게 이 공동체가 얼마나 소중한지는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래서 내게도 자동으로 소중한 공동체다. 나의 호불호와 상관없이, 이 곳을 잃었을 때 엄마 아빠의 상실감이 얼마나 클지는, 그리고 그것을 내가 감당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하여 내게도 이 곳의 존속은 중요한 문제인 거다.

하여, 오늘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 대책위원회에 일을 맡겼는데, 공매를 받는 방향으로 결정을 해, 목사님께서 공동의회로 안건을 올리셨다. 아무래도 성도들의 부담이 적지 않은 일이다보니 섣불리 결정할 수도 없고, 결정한다고 진행이 될 일도 아니었다. 공동의회로 진행하다가 목사님 있으니까 불편해서 말을 못하겠으니, 일단 내려가시라고 했다. 목사님은 여러분의 형편을 내가 안다, 부디 무리하지 말자,는 당부를 남기고 내려가셨고, 남은 성도들끼리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했다. 얼마전 비슷한 일을 경험한 S오빠는 건물을 사게 되면, 교회로서 못할 짓을 해야 된다고, (주인으로서 지금 세입자들을 나가라는 걸 다 교회의 이름으로 해야한다) 그 스트레스가 또 만만치 않을 거라고, 얼굴 붉히는 일 없었으면 좋겠다며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엄마와 아빠는 공매에 찬성표를 던졌다. 이 분들 내가 모르는 숨겨놓은 돈이 있는 것도 아닐텐데, 우리집도 빤한 형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매를 찬성하신다. 그 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교회가 시작될 때부터, 곳곳에 애정어린 엄마 아빠의 추억과 손길이 묻어 있으니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 엄마와 아빠가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이라는 것도 생각을 해보면 결국은 엄마 아빠는 교회는 건물이 있어야 한다, 라는 기성 세대의 시각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게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대부분의 의견은 달랐다. 안 집사님은, 우리가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교회의 운영이 어려운데도 겉모양을 유지하느라 너무 많은 비용을 써왔다며, 다시 작은 곳으로 옮겨서 우리의 형편에 맞게 다시 시작하면 좋겠다, 고 이야기했다. 다른 의견도 거의 비슷했다. 교회 건축 비용을 마련하느라 성도들이 부담을 가지고, 떠나는 일을 주변에서 너무도 많이 봐왔는데, 그로 인해 마음 다치고 떠나는 사람은 없었으면 좋겠다, 작은 곳에서 다시 시작한다고 해서 공동체를 떠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는 한 번도 우리 교회가 이 건물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라는 논의가 모여지는 과정에서 나는 매우 감동을 받았다. 목사님께서 내려가시면서, 하나님께서 마음의 감동을 주시는대로 결정했으면 좋겠다, 라고 이야기를 하셨는데, 나의 감동은 이 지점에 있었다. 건물이 아니라 사람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는 것. 다시 작은 곳으로 가는 것을, 세상이 소위 말하는 '성장'이라는 것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 규모에 맞추어 작아지는 것을 모두가 찬성하고 있다는 것. 믿음이라는 이름으로, 오히려 그 믿음이 깨지는 위험한 부담을 안고 가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안고 가는 것, 누구 하나 상처 받지 않을 수 있도록 서로 조심하고, 또 존중하는 것, 내게는 그것이 믿음이고 신앙인데, 모두가 같은 마음이었다는 것, 그것이 내게 정말 큰 감동이 되었다. 모임을 진행하던 아빠가 마지막으로 내 의견을 물었다.  

(엄마아빠에겐 미안하지만) 나도 반대. 

아마도 내년 여름 정도면 교회는 이사를 가게 되지 않을까 싶고, 다시 좁은 곳에서 복닥복닥 거리게 될 것 같다. 기적이라는 게 일어난다면 뭐 더 좋은 장소를 얻게 될 수도 있겠지만, 그건 크게 중요하지 않은 일이다. 적어도 언제쯤 교회를 떠날까, 이런 궁리만 하던 내게는 당분간은 더 이 교회를 다닐 이유 같은 게 생긴 셈이고, 이 마음이 나에게만 생긴 마음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오히려 더 좋은 일이 아닐까, 싶다. 아마도 그것은 몇천만원의 돈보다 더 귀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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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1-01-30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어려운 결정을 하셨네요...
그 공간에 참 많은 사람들의 노력들이 녹아있을텐데 부모님의 섭섭함이 크시겠어요.
오래되면 물건도 사람처럼 정이 들잖아요.
그나저나 새로운 곳을 찾고 이사하는 것도 일일테니 웬디양님이 더 바빠지시겠어요.
참 언제든 차좋아님이랑 저희집에 놀러오세요. 저희집은 더 이상 정리가 되지는 않을거 같아요 ㅎㅎㅎ

웽스북스 2011-01-30 22:15   좋아요 0 | URL
히힛 저는 어른들, 이라고 쳐주는 그 라인에서는 또 막내오브막내라서요 그런 권한 같은 거 없어요 ㅎ 마음은 좀 쓰이겠지요. 부모님은 섭섭하시기야 하겠지만, 떨쳐내셔야 할 것 같아요 (냉정한 딸 ㅋㅋ)

그나저나, 훗, 날짜를 한번 잡아봐야겠네요~:)

향편 2011-01-31 00:30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저도저도!!! ㅋㅋ 진짜 가보고 싶은 신혼집이에요. ^^

웽스북스 2011-01-31 20:16   좋아요 0 | URL
날을 잡아보아요 ㅋㅋ

카스피 2011-01-30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안타까운 사연입니다만 교회분들이 옳은 판단을 내리신것 같네요.비록 보증금을 되돌려 받지 못하고 오래 있던곳을 떠나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건물이다 보니 낙찰 금액이 만만치 않고 윗분이 말씀하신대로 낙찰을 받는다고 해도 건물의 다른 층을 임대하신 분들에 대한 문제도 쉬운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물론 세든 분 모두가 힘을 모아 건물을 낙찰받겠다고 한다면 아마 다른 사람이 경매에 참여하기 힘들수도 있지만 글 내용을 보니 세든분 모두가 그런 생각을 없는 것 같군요.그런 상황에서 건물 낙찰을 받는다면 자금 문제로 아무래도 기존 분들을 내보내고 새로운 분들한테 보증금을 받아야 될텐데 교회라는 특성상 이게 쉽지는 않을테니까요.
아무쪼록 좋은곳에서 새로운 출발을 하시길 바랍니다^^

웽스북스 2011-01-30 22:16   좋아요 0 | URL
예. 저도 맞는 판단을 내린 것 같아요. 건물에 세든 다른 분들까지 제가 살필 여력은 없는데, 세입자가 많지 않고, 건물 자체가 워낙 낡은 건물이라 다들 영세한 형편이구 그래요.

좋은 곳에서 새 출발, 그러게요, 저도 그러면 좋겠어요 :)

마노아 2011-01-30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는 저도 막 감동받았어요. 교회 건물보다 중요한 건 그 속의 사람이고 그 안의 하나님이니까요. 시련은 가슴 아프지만 내적으로 더 단단해지고 성장하는 계기가 되겠어요. 부모님께도 그것이 위로가 되었으면 해요.

웽스북스 2011-01-30 22:29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쓰면서 마노아님 생각도 했었어요 아무래도 공감하시는 부분이 있으실 것 같았거든요. 음. 저는 사실, 한쪽에서는 한국 교회가 이래저래 문제지만, 또 한쪽에서는 조금씩 세대교체 같은 게 되고 있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도 했었어요. 그러니까, 우리 엄마 세대가 보면 '요즘 사람들은 희생할 줄 모른다' 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으나 합리적인 세대교체 같은 거요. 뭐, 막 함부로 판단할 문제는 아니지만요.

2011-01-30 22: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31 01: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31 2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30 22: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30 23: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차좋아 2011-01-31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심스러운데..... 마지막 문단의 웬디양님 마음이 맞을거 같아요. 아니 맞았으면 좋겠어요. 잃는것만 있지는 않을 거에요.

토깽이민정 2011-01-31 0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일이 있었구나.
나는 기독교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지만,
그런 어려운 일이 있을때
사람이 우선이 되고 이렇게 똘똘 뭉치는 이야기는
언제나 감동이다.

역시 우리 선아가 다니는 교회는 뭐가 달라도 다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