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아주 우리 교회 모든 교인의 마음과 머리를 아프게 하는 게 있었으니, 교회 건물이 있는 주인이 건물을 담보로 잡고 쓴 빚과 밀린 세금 등의 청산이 안되서, 결국 건물이 공매로 넘어가게 된 것이었다. 우리는 가만히 앉아서 보증금을 한 푼도 못 받고 쫓겨나게 생겨서,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교회 건물 공매에 참여해 낙찰을 받아 건물을 사는 것과, 보증금을 못 받고 다른 곳으로 가는 것, 두 가지 방법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상황이다. 돈을 돌려받는 건 거의 불가능한 듯 하여, 몇달 전부터 월세를 안내고 있다고 하는데, 그렇다 해도 뭐 손해는 이만저만이 아닌 거다. 건물을 낙찰받으려면 초기 금액만 현찰로 2억이 필요하다는데, 우리 교회 식구들이라고 해봐야 우리집, 엄집사님, 함집사/안집사님 부부, 최집사/안집사님 부부, 권집사/박집사님 부부, 조집사님네, 손권사님, K네, S언니네, S오빠네, J오빠 뭐 이 정도가 전부이다. 사는 형편 다들 빤하고, 누구하나 특출나게 잘 사는 집 없어 척척 돈을 내놓기도 어려운 형편이니, 다들 말은 못하고 끙끙 앓고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실은 크게 상관 없지만, (냉정한 인간 ;;) 우리 엄마나 아빠에게 이 공동체가 얼마나 소중한지는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래서 내게도 자동으로 소중한 공동체다. 나의 호불호와 상관없이, 이 곳을 잃었을 때 엄마 아빠의 상실감이 얼마나 클지는, 그리고 그것을 내가 감당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하여 내게도 이 곳의 존속은 중요한 문제인 거다.
하여, 오늘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 대책위원회에 일을 맡겼는데, 공매를 받는 방향으로 결정을 해, 목사님께서 공동의회로 안건을 올리셨다. 아무래도 성도들의 부담이 적지 않은 일이다보니 섣불리 결정할 수도 없고, 결정한다고 진행이 될 일도 아니었다. 공동의회로 진행하다가 목사님 있으니까 불편해서 말을 못하겠으니, 일단 내려가시라고 했다. 목사님은 여러분의 형편을 내가 안다, 부디 무리하지 말자,는 당부를 남기고 내려가셨고, 남은 성도들끼리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했다. 얼마전 비슷한 일을 경험한 S오빠는 건물을 사게 되면, 교회로서 못할 짓을 해야 된다고, (주인으로서 지금 세입자들을 나가라는 걸 다 교회의 이름으로 해야한다) 그 스트레스가 또 만만치 않을 거라고, 얼굴 붉히는 일 없었으면 좋겠다며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엄마와 아빠는 공매에 찬성표를 던졌다. 이 분들 내가 모르는 숨겨놓은 돈이 있는 것도 아닐텐데, 우리집도 빤한 형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매를 찬성하신다. 그 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교회가 시작될 때부터, 곳곳에 애정어린 엄마 아빠의 추억과 손길이 묻어 있으니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 엄마와 아빠가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이라는 것도 생각을 해보면 결국은 엄마 아빠는 교회는 건물이 있어야 한다, 라는 기성 세대의 시각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게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대부분의 의견은 달랐다. 안 집사님은, 우리가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교회의 운영이 어려운데도 겉모양을 유지하느라 너무 많은 비용을 써왔다며, 다시 작은 곳으로 옮겨서 우리의 형편에 맞게 다시 시작하면 좋겠다, 고 이야기했다. 다른 의견도 거의 비슷했다. 교회 건축 비용을 마련하느라 성도들이 부담을 가지고, 떠나는 일을 주변에서 너무도 많이 봐왔는데, 그로 인해 마음 다치고 떠나는 사람은 없었으면 좋겠다, 작은 곳에서 다시 시작한다고 해서 공동체를 떠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는 한 번도 우리 교회가 이 건물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라는 논의가 모여지는 과정에서 나는 매우 감동을 받았다. 목사님께서 내려가시면서, 하나님께서 마음의 감동을 주시는대로 결정했으면 좋겠다, 라고 이야기를 하셨는데, 나의 감동은 이 지점에 있었다. 건물이 아니라 사람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는 것. 다시 작은 곳으로 가는 것을, 세상이 소위 말하는 '성장'이라는 것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 규모에 맞추어 작아지는 것을 모두가 찬성하고 있다는 것. 믿음이라는 이름으로, 오히려 그 믿음이 깨지는 위험한 부담을 안고 가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안고 가는 것, 누구 하나 상처 받지 않을 수 있도록 서로 조심하고, 또 존중하는 것, 내게는 그것이 믿음이고 신앙인데, 모두가 같은 마음이었다는 것, 그것이 내게 정말 큰 감동이 되었다. 모임을 진행하던 아빠가 마지막으로 내 의견을 물었다.
(엄마아빠에겐 미안하지만) 나도 반대.
아마도 내년 여름 정도면 교회는 이사를 가게 되지 않을까 싶고, 다시 좁은 곳에서 복닥복닥 거리게 될 것 같다. 기적이라는 게 일어난다면 뭐 더 좋은 장소를 얻게 될 수도 있겠지만, 그건 크게 중요하지 않은 일이다. 적어도 언제쯤 교회를 떠날까, 이런 궁리만 하던 내게는 당분간은 더 이 교회를 다닐 이유 같은 게 생긴 셈이고, 이 마음이 나에게만 생긴 마음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오히려 더 좋은 일이 아닐까, 싶다. 아마도 그것은 몇천만원의 돈보다 더 귀한 것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