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그리고 9시가 조금 못된 시간에 이제 해산하자고, 집에 가라고 주최측에서 이야기하고 우리는 모두 발걸음을 돌렸다. 패딩에 목도리를 두르고 모자까지 썼는데도 날은 추웠고 바닥은 차가워 엉덩이가 시려웠다. 광화문까지 걸어갈까? 그래도 일찍 끝내줘서 좋다. 라고 이야기하며 친구와 광화문쪽으로 건너가는 보도 쪽으로 갔다. 뒤에서도, 일찍 끝났으니 근처에서 커피나 한 잔 마시자, 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도 근처 커피가게에서 따끈한 커피로 몸을 녹여야지,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보도가 막혀 있다. 이상하네. 라고 말하며 대한문 쪽으로 건너가려고 하니, 경찰들이 길을 막고 서있다.

왜 못가게 하는 거에요?

난감한 듯 말을 무시하는 경찰도 있고, 교통이 혼잡해서 잠시 기다려 달라는 경찰도 있었다. 교통이 혼잡한데 왜 당신들은 길을 막는 거죠?

집에 가게 해주세요.
이제 파란불이잖아요. 보내주세요.
화장실 가야되요. 열어주세요.
그냥 집에 갈 거에요
지하철 타러 가는 거에요
교통법규 잘 지켜서 갈거에요. 열어주세요.

라고 시민들이 외쳤고, 경찰은 묵묵부답이었다. 함께 간 친구가 차를 따라가보자고 했다. 차는 나갈 거 아니야. 플라자호텔 쪽으로 돌아서 가는데 그 쪽도 경찰이 막고 있다. 버스도 돌아가고 차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친구가 틈새를 발견해 그 쪽으로 나가자고 해 겨우 빠져나갔다. 경찰들도 그 때까지는 대놓고 잡지 못했고, 우리도 얼른 빠져나왔다. 그녀가 아니었담 나도 빠져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시청앞 던킨에서 커피로 몸을 녹이며 트위터를 보는데 물대포를 쏘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믿을 수가 없었다. 도대체 왜?

아무 일도 없었다. 그냥 평화롭게 모여서 평화롭게 해산하고 집에 가려는 사람들을 왜 가지도 못하게 붙잡아두고 물대포를 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집으로 오는 버스에 몸을 실었지만,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그 곳이 얼마나 추웠는지 알고 있기에, 물을 맞은 사람들이 얼마나 추웠을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했다. 사람들의 옷이 얼었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그 상태로 사람들이 연행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광우병 촛불집회 때는 겨울이 아니었다. 그래도 추웠다고 들었다. 지금은 겨울이고, 체감온도는 영하였다. 무엇을 위한 물대포인지. 도대체 왜 이런 광경을 지켜보고 있어야 하는지.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저 모였을 뿐이고, 끝나고 집에 가려고 했을 뿐이다. 내가 그 중 하나였고,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경험했다. 운이 좋아 빠져나왔을 뿐이다. 나오지 못했다면 나도 그 곳에서 덜덜 떨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살아남은 자도 그만큼의 미안함으로 속상한 밤을 보낸다. 자꾸만 현장 소식에 눈과 귀를 기울인다. 이 폭력 시위는 없었는데, 결과적으로 폭력이 난무한 밤이 되어버렸다. 이 폭력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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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팀전 2011-11-24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고하셨어요. 부산도 추운데 서울은 얼마나 더 추울까... 권력이 없으니 이제 폭력으로 버티는겁니다.

웽스북스 2011-11-24 00:20   좋아요 0 | URL
제가 한 게 없어서 수고했다는 말을 듣기도 송구합니다. 이 밤에 물대포 맞으신 분들 부디 감기에 걸리시지 않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머큐리 2011-11-24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님도 계셨었군요...알았음 얼굴이나 함 뵐걸..^^

웽스북스 2011-11-24 00:37   좋아요 0 | URL
머큐리님도 계셨군요. 너무 화가 나고 어이가 없어요. 해산하는 사람들 가둬놓고 집에가라고 물대포 쏘면서 불법 폭력 시위로 변질됐다는 말까지 하네요. ㅜ_ㅜ

Ritournelle 2011-11-24 0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그 자리에 있었는데...
먼발치에서 물대포를 맞는 시위대의 용맹함과 이 추운 날씨에 물대포를 쏘아대는 견찰의 무자비함이 모순적으로 교차하는 순간을 바라보고 있자니 저 자신이 참 비참해지더라고요...

웽스북스 2011-11-25 01:48   좋아요 0 | URL
무화과나무님도 계셨군요. 저는 견찰이라는 말로는 성에 차질 않아요. 개자식들. 나쁜놈들. 어제 올해 한 욕 다 합한 것보다 더 많은 욕을 했어요. 그래도 오늘은 물대포가 없었다니 다행입니다.

비로그인 2011-11-24 0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대포... 몇 년 전의 악몽이 다시 떠오르네요. 추운 날 고생 많으셨어요. 저는 그 날 집에서 따뜻하게 몸 녹이고 있었으니, 정말이지 운수대통이었네요. 다친 분들은 없었으면 좋겠는데...

웽스북스 2011-11-25 02:23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근데 수다쟁이님. 물대포가 그 몇년 전보다 훨신 세진 것 같아요. 제가 물대포를 너무 우습게 봤나봐요. 흑.

마늘빵 2011-11-24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휴 다음 정권에서 자기들에게 아무 문제가 없을 거라고 믿을 거에요. 정권 바뀌면 언제그랬냐는듯이 거기에 또 맞출 테니까. 이명박은 그들의 모가지를 쳐도, 바뀐 정권은 민주적으로 하리라 예상할 테니까요.

웽스북스 2011-11-25 02:24   좋아요 0 | URL
나쁜 놈들. 개쓰레기들. 엉엉.

2011-11-24 10: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웽스북스 2011-11-25 02:24   좋아요 0 | URL
그니까요. ㅜ_ㅜ

2011-11-24 1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웽스북스 2011-11-25 02:25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제가 어리석었네요. ㅜ_ㅜ 거기서 도대체 왜 그러시냐고 묻다니. 흑. 생각해보니 진짜 바보.

jongheuk 2011-11-24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고생하셨어요!

저는 광화문 근처에서 유년시절과 청년시절의 대부분을 보냈기 때문에 그 장소에 대한 애착이 굉장히 큰데요, 언제부턴가 광화문 주변의 골목 골목을 닭장차와 경찰들이 막아 서고 있더라구요. 대단히 슬펐어요. 어느 날은 저희 누나가 물대포를 맞고 돌아와 씩씩거리며 경찰 욕을 하더라구요. 정말 우울한 밤이었어요.

웽스북스 2011-11-25 02:26   좋아요 0 | URL
종혁님. 저는 이 와중에요. 광화문 근처에서 유년시절과 청년시절의 대부분을 보냈기 때문에, 이 말이 너무 너무 부러워요. 저는 강북으로 넘어와 비로소 서울이 좋아졌거든요. 그런데 유년시절과 어린시절을 보냈고, 거기에 애착을 가지고 있다니. 세월은 돌릴 수도 없고, 광화문 근처에 사는 집에서 다시 태어날 수도 없고. 아. 저도 우울한 밤이에요.

물대포는 최루액 들어있다고 들었는데, 누나 많이 힘드셨겠어요.
 


나는 나를 안다. 나는 매우 이기적인 인간이다. 대의에 의해 움직이기보다는 철저히 나 자신에 의해 움직인다. 그런 사람이라는 사실을 어릴 적에는 몰랐고, 대의에 의해 움직이고 싶어 했고, 그게 온당하다고 믿었다. 그렇지만 나이가 들면 들수록, 나는 나 중심적인 인간이 되어 간다. 내가 즐겁고, 내가 좋아하고,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면서 사는 것이 옳다 믿는다. 다만, 즐거움을 느끼는 것,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 을 좀 더 바르게 가꿔나가기 위해 나 자신을 끊임없이 추스르고 타인으로부터 끊임 없이 배워야 한다는 사실 정도는 잊지 않는다. 

채식은 사실, 2005년쯤에 한 번 시도한 적이 있다. 그 때는 대의에 의해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환경과 축산업, 동물의 권리, 뭐 이런 것들에 대해 고민했고, 그런 책들을 읽으며 채식을 '결심'했다. 말 그대로 '결심' 이었다. 두달쯤 했고, 도저히 할 수 없어 포기했었다. 동력이 나 자신이 아니라 대의였기 때문에 포기해버린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의지가 약한 사람이다. 

그러다가 다시 채식을 시작한 건, 집을 나오고, 도시락을 싸기 시작하면서, 편리하게 한 끼를 먹기 위해 햄이나 돈가스, 소세지 같은 것들을 집에 쟁여놓고 먹는 나 자신을 어느 순간 발견했기 때문이다. 아, 내가 지금 뭘 먹고 있는 거지? 근본없는 남의 살들이 내 몸속에 너무 많이 들어온다고 생각했을 때, 갑작스레 경각심이 들었다. 적절히 줄일까, 생각했으나 도무지 절제할 자신이 없어 그냥 끊어버리기로 했다. 나는 적정선을 찾는 건 엄청 못하는데, 끊는 건 비교적 잘하는 편이다. 

채식을 결심하고 읽은 책은 이 책이었다. 나는 조너선 사프란 포어를 믿었다. 그의 표현력.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에서 만났던, 타인의 감정을 움직일 줄 아는 그 능력. 그 능력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지만, 나는 그 능력이 필요했고, 그라면, 마지막 남은 나의 고기를 향한 열망을 싹 잠재워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누군가, 이 책을 읽고 채식을 결심했느냐고 물었으나, 그건 스물 다섯의 내가 했을 법한 일이다. 나는 서른 두살이고, 책 한권에 흔들흔들하는 일은 여간해서는 없다. 채식을 결심하지 않았다면 이 책을 읽지 않았을 거다. 편하게 먹고 싶었을테니까. 이 책을 집어든 나의 목적은 딱 한가지였다. 나의 비위를 상하게 하는 것. 그리고, 결과는 성공이었다. 너무 고기를 안먹으면 힘들테니 닭, 정도는 먹을까 생각했으나 이 책을 읽고 나니 오히려 닭을 먹는 게 제일 내키지가 않는다. (그래도 의지박약 인간이라 달걀은 먹는다.) 이 책을 다 읽고, 고기를 먹고 싶은 마음이 거짓말같이 사라졌고, 집에 남아있던 육류란 육류는 다 버렸다. 회사에서 준 목우촌 햄만 좀 아까워서, 교회에 가져가 반찬으로 기증했다. 그렇게 시작한 지 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

이렇게 말하고 나니 '비건' 정도의 채식은 해야 될 것 같지만, 나는 절대 그럴 분이 아니다. (응?) 일단 비건의 메뉴를 감당할 자신이 없다. 아. 일단 혹, 설명이 필요할지도 모르는 분들을 위해 기억나는대로 대충 설명하자면, 채식의 단계는 아래와 같다.

세미 베지테리언 / 빨간 육고기만 안먹는다. 닭은 먹음
페스코 / 육고기와 닭은 안먹는다. 생선은 먹음
락토오보 / 생선까지 안먹는다. 우유와 유제품, 달걀 먹음 
락토 / 달걀까지 안먹는다. 우유와 유제품은 먹음 
비건 / 우유와 유제품까지 안먹는다

아래로 내려올수록 대략 독한 인간이라고 보면 된다. 비건이라는 말은 단어의 어감도 뭔가 비장하다. -_- 나는 비건은 어림도 없고, 페스코 수준의 채식인데, 사실 페스코도 육수조차 먹지 않아야 진짜지만, 내가 또 거기까지는 못하겠어서, 육수는 먹는 페스코다. 하하하하하. 뭐 이런 게 다 있담. ㅋㅋ 얼마 전에 어떤 책에서 봤는데, 동물성 지방에 몸속의 중금속을 분해하는 성분이 있어서, 채식주의자가 중금속 중독으로 사망했다는 에피소드가 다뤄졌었다. 그걸 보고 동물성 지방까지는 먹어야지, 생각한 건 아닌데 도무지 그것까지 안먹으면 먹을 게 없어서, 거기까지는 먹고 있는 중이다. 음식이라도 잘하면 모르겠는데, 제대로 무칠 줄 아는 나물 하나 없으면서 채식을 하겠다니, 좀 웃기고 모순적이라는 생각은 든다.

채식을 하면서 결심한 것 중 하나는 스스로 '저 채식하니까 다른 거 먹죠' 라는 말은 절대 절대 하지 말아야지, 라는 것. 어쨌든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결심을 했으면, 그 불편함을 감당하는 것은 내 몫이지 타인의 몫이 아니다. 회식 자리에서 10명을 나 하나 때문에 고기를 못먹게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내가 채식의 당위성을 내세우며 그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 이유도 없다. 그냥 나만 티 안나게 안먹으면 그만인데, 생각보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뭘 먹는지, 먹지 않는지에 관심이 그다지 없다. 그냥 젓가락을 놀리며 밑반찬과 기본 안주와 함께 술잔을 기울이다 보면 고기는 줄어들게 마련이고, 배는 불러오게 마련. 치킨집에서 치킨 안먹기, 고기집에서 고기 안먹기, 심지어 워크샵 가서는 고기만 굽기까지 다해봤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눈 앞에 있는 스테이크도 외면했었고, 순대 곱창볶음에서 야채만 주워먹기도 했다. 얼마전에는 우리집에서 치킨과 족발을 시켜먹는데, 배고파서 혼자 감자를 구워먹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내 식습관을 배려해 달라고 할 생각이 전혀 없다. 내 살 길은 내가 모색하는 거고, 그게 너무 지쳐서 못하겠으면 그만두면 그만이라는 생각이다.

게다가 사실, 육수도 먹는 페스코정도의 하급 채식인의 삶은 정말 어렵지가 않다. 돈가스 집에 가면 생선가스를 시키면 되고, 고기집에서도 김치찌개를 시켜먹으면 된다. 육수를 안먹는 페스코였다면, 그 김치찌개도 먹을 수 없었겠지만, 나는 육수는 먹는 페스코니까 ㅋㅋㅋㅋ 심지어 만두도 해산물 만두가 있다. 도시락 반찬으로는 버섯이나 두부가 자주 등장하고, 얼마전에는 한살림에서 가을 전어도 주문했다. 오히려 스팸이나 비엔나 소시지를 구워먹던 때보다 먹는 일이 더욱 즐겁고, 고기가 메인 메뉴인 자리에서 고기를 안먹으니, 섭취 칼로리도 줄어들었다. 게다가 매일 성취감도 느끼니, 완전 일석 몇조인지. 그러다가 고기가 먹고 싶어지면 언제든 배교할 생각이지만 다행히 먹고 싶어지지 않고, 시간이지나도 바뀌지 않는다.

사실 지난 주에는 너무 기운이 없어서 단백질 부족 탓인가, 막 혼자 자책도 했었다. 너무 탄수화물 위주인가, 생각하다가 잘 안먹던 두유도 먹기 시작하고, 의식적으로 단백질을 섭취하려고 애써보기도 한다. (방금 쿠팡에 저칼로리 두유가 있길래 살까 하다가, 단백질이 3g인 것을 보고 헉! 하고 안샀다는 -_- 두유에는 보통 6g 정도의 단백질이 들어있다... 그걸 먹자고 안먹는 두유도 먹고 있네) 아직까지는 고통이 아닌 즐거움이라 계속 할 수 있는 일이다. 물론 가끔 먹을 게 너무 없어서 괴로울 때도 있지만, 그걸 이겨낸 뒤에, 스스로의 원칙을 지켰다는 즐거움이 더 크다. 그리고 나는, 이 즐거움이 고통이 되는 순간, 언제고 그만둘 작정이다. 이러다가 또 '근본 있는 고기만 먹겠다' 정도로 노선을 수정할 지도 모를 일이지만 (한살림 고기라던가...) 먹기 시작하면 또 선이 모호해질 것 같아, 아직까지는 이 선을 지키고 있는 중이다.


암튼, 그렇게 한 달이 지났다. 남을 위해서 하는 게 아니라, 나 즐겁고, 나 건강하자고 하는 거라 생각보다 재밌다. 처음은 그냥 한 달만 결심했었는데, 잘 해왔으니, 또 다시 잘 해볼 작정이다. :) 지난 한달간의 나에게 상이라도 주고 싶은 마음이다. 흐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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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11-02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한 달이라니. 저 3일 채식 해볼까 며칠째 고민했었는데 ㅡ,ㅡㅎㅎ
그래도 의지의 페스코인이네요, 웬디양님! 채식을 하고 나서 실질적으로 느낄 수 있는 변화 같은 건 없나요? 몸이 가벼워졌다든가, 피가 맑아졌다든가, 그런데 정말 단백질 때문에 기운이 없을 수 있으니 육수 먹는 것 정도는 너그럽게 용인하셔도 괜찮을 것 같아요!
음... 기회주의적 채식주의자로서는 감탄 밖에 안 나오는걸요 ( '')...
배교하는 날이 오면, 그 때도 꼭 글 써주세요 ㅎㅎ

웽스북스 2011-11-02 00:18   좋아요 0 | URL
사실 효과는 잘 모르겠어요. ㅎㅎ 고기만 안먹지 과자도 많이 먹었고요. 맥주도 이래저래 많이 마시고, 라면 같은 것도 먹고. ㅎㅎㅎㅎ 그래서 11월에는 추가로 과자를 안먹어보려고요. (제 별명이 결심 종결자인데 수다쟁이님 모르죠? ㅋㅋ) 근데 과자를 안먹겠다는 결심은 고기를 안먹겠다는 것만큼 강하지 않아요 ㅋ 암튼요. 이래저래 많이 먹었는데 살은 안찌네요. 지난 달에 3kg 뺐는데 (이 때는 과자 끊고 밥을 반으로 줄여서)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요. (하지만 이미 8kg이 찐 몸이었던지라 ㅋㅋㅋ)

암튼요 수다쟁이님. 채식을 일주일에 하루씩, 두번씩 이렇게 늘려가는 사람도 있대요. 뭐 이건 대의명분적 채식일 때 아무래도 그런 운동에 동참한다는 의미가 강하고요. 뭐, 아직까지는 돌도 씹어먹을 나이이실테니, 많이 많이 드세요. 헤헷. :)

레와 2011-11-02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줘요! 웬디양님!! ^^

회사에서 회식하는 날은 일년에 한번(송년회)이라 아직까지 고깃집을 간적은 없어요.
친구들 만나도 요즘은 세븐스프링스 같은 곳엘 가니..
고기집 가서 남들 고기 구워 먹을때 전 버섯이랑 양파 구워먹고 싶거든요. 이거 해보고 싶은데 기회가 없네..ㅎ

웽스북스 2011-11-02 09:15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얼른 기회가 오길. 그게 나름 기쁨이 커요 ㅋㅋㅋ
전 한달동안 그러고보니 정말 버라이어티한 고기를 외면하며 산전수전을 겪었네요 ㅋㅋㅋ (아 물고기는 외면하지 않았으니 수전은 아닌가. ㅋ)

마늘빵 2011-11-02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거 어려워요. 전 웬디님 만큼도 못해봤어요. 고구마나 계란으로 끼니를 떼우던 때도 있었는데, 그건 다른 사정과 겹쳐져서 그랬던 거고. 함께 밥을 먹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도 육식을 포기하기가 어렵고. 또, 뭔가 내가 한 턱 내야 할 때 고기를 제외하면 뭘 먹어야 하나 이런 생각도 들고. 고기를 대접해야 뭔가 제대로 사준 것 같은 느낌이 있잖아요. 음음, 어려워요. 그냥 난 육식을 좀 줄이자 정도. -_- 아침에 사는 샌드위치도 햄치즈, 햄에그, 이러다가 지금은 치즈에그로 통일했어요.

웽스북스 2011-11-02 09:17   좋아요 0 | URL
그냥 내가 안먹으면 되는 것 같아요 ㅋㅋㅋㅋ 함께 밥먹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안주는 게 제 개인적인 목표 ㅎ 그래서 극단을 추구하지는 못하는 것 같아요. ㅎ 뭔가 한턱 내야할 일은 없었네요 그러고보니. 전 집에 온 손님들에게 기꺼이 치킨 시켜주는 대인배 채식인.

아프님. 새 집은 마음에 들어요? ㅎㅎㅎ

마늘빵 2011-11-02 18:07   좋아요 0 | URL
네네, 빚을 더 늘렸음에도 아직까지 내가 생각하는 공간은 못 만났지만(한 번 더 빚을 내면 그땐 그런대로 만족할 거 같아요), 괜찮아요. 지난 번 살던 곳은 집이라기보다는 방이었고, 이젠 집이에요. ^^ 놀러와요!! 아직 거실이 휑해요. 테이블이랑 좌식쇼파를 사야 하는데.

웽스북스 2011-11-26 01:53   좋아요 0 | URL
살림 장만하다가 허리휘겠다. ㅜ_ㅜ
아프님 이제 장가만 가시면 되겠어요~

무스탕 2011-11-02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118, 총 123457
이건 제가 드리는 상 :)

식습관을 바꾼다는게 참 어려운 일이라고 전 생각하는데 웬디양님은 잘 결심하고 잘 지켜내고 계시네요.
생각처럼 몸이 고기가 고프다고 호소하면 무시하지 마시고 언제라도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하도록 하세요 ^^

웽스북스 2011-11-26 01:53   좋아요 0 | URL
네네. 다행히 아직은 괜찮아요 :)

Alicia 2011-11-02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커피쿠폰 대신 고기쿠폰을 발행해보세요ㅋㅋ^^

웽스북스 2011-11-26 01:53   좋아요 0 | URL
아. ㅋㅋ 사실 매우 살짝이긴 하지만 11월에는 두세점 정도 먹었어요 ㅋㅋ

yamoo 2011-11-02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기 정말 좋아했는데...이제는 완전 질리더라구요. 고기를 피해다니고 있습니다. 주로 야체만 찾아서 먹구 그렇네요..ㅎㅎ 그렇다고 채식주의자가 되기는 좀 거시기 하고 그래요. 안먹다보면,고기가 먹고 싶을 때가 생기겠죠. 그치만 지금은 고기 냄새만 맡어도 웩~입니다..ㅎㅎ

웽스북스 2011-11-26 01:54   좋아요 0 | URL
아이고. 그럼 사람들이랑 같이 생활하시기 너무 괴로우실 듯. ;;;;;

감은빛 2011-11-02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건보다 더 심한 단계로 버섯도 안드시는 분들도 계시다고 해요.
버섯은 균류로 분류되기 때문에 안드신다는 얘길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제 주변에 유난히 채식하는 분들이 많아서 밖에서 뭔가를 사먹기가 쉽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식당에는 채식하는 사람을 배려하는 메뉴도 없지만,
채식하니까 뭔가를 빼달라고 하면 그 요청도 잘 안들어주더라구요.

웽스북스 2011-11-26 01:54   좋아요 0 | URL
어허헛, 그렇군요. 저는 그정도까지는 절대 못하고
버섯을 못먹으면 너무너무 속상할 것 같아요. ㅜㅜ

jongheuk 2011-11-24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전 지난 6월부터 채식하고 있는데요, 한때 비건까지 갔다가 요즘엔 다시 생선만 먹고 유제품과 달걀은 먹지 않는 페스코 레벨로 내려와 있어요. 견과류 사놓고 자주 챙겨 드세요. 녹차 한잔에 아몬드 다섯알 정도면 아침으로는 든든해요.

웽스북스 2011-11-26 01:55   좋아요 0 | URL
세상의 모든 비건을 존경합니다. 그런데 녹차한알에 아몬드 다섯개가 진짜로 든든해요? 흠.....;;;;
 


나는 내기를 좋아한다. 가만히 앉아서 한사람이 늦게 오면 그사람이 몇시에 올까, 내기도 자주하고 음식을 시키면 도대체 음식은 몇시에 나올까, 내기도 하고,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보면 오늘은 누가 떨어질까 내기도 종종 한다. 얼마전엔 팀장님과 설문조사에 과연 몇명이 참여할까, 뭐 이런 걸 두고 만원빵 내기도 했었다. 돈을 얼마를 걸건, 혹은 무엇을 걸건 내기는 내기 그 자체로 늘 즐겁다.  

탑밴드를 보며 생방송이 진행된 8강부터 지난주까지 #8989에 내가 보낸 일곱개의 문자는 아래와 같다.  

게이트플라워즈
POE 
톡식
제이파워
POE 
톡식

승률 100%. 이길 것 같은 팀에 보낸 건 아니다. 응원하는 팀에게, 혹은 더 잘한다고 생각한 팀에게 보낸 것이다. 그런데 하다보니 100%의 승률이 되어버렸다. 내가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기 시작한 지난 1년간 이런 적은 없었다. 내가 응원하는 팀은 늘 떨어지고, 늘 마음에 안드는 누군가 응원을 해서 온갖 짜증을 내면서 방송을 봤다. 위대한 탄생은 성질나서 4강부터는 안봤나? 결승만 안봤나? 김태원과 아이들을 보는 게 너무 힘겨웠다는 게 이유라면 이유고 ;; -_- 늘 사람들의 취향과 어긋나는 그 지점들 때문에 씩씩거리면서 봤는데,

탑밴드는 정말 다르구나.

어쩌면 시청률이 5%를 넘지 않아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나름 소수의 매니아들이 보는 방송이고, 사실 편집도 세련되지 못하고, 슈스케처럼 스펙터클한 드라마도 없어서 그들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이내 지루해지기 쉬운 방송이라서 그런건지도 모르겠는데, 암튼 이렇게 내가 응원하는 팀들이 승승장구하는게 신나고 즐거우면서도 의아했다. 지난 주엔 POE가 질 줄 알았는데 그만 게이트플라워즈를 이겨버렸다. 상대가 게이트플라워즈이다보니 POE가 대중적인 음악을 한다는 소리를 듣는 날도 생겨버렸다. 살다살다 이런 건 처음이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나는 기뻤다. 귀여워하는 슬옹군이 있는 톡식과 좋아해마지않는 POE가 결승에서 붙다니.


그리하여, 오늘은 탑밴드 방청도 다녀왔다 -_-v 나름 구구절절 사연을 썼더니 (구구절절한 사연은 사실 별로 없는데 그냥 길게 써야 뽑아줄 것 같아서 A4 반매 정도 쓴 것 같다. 늙어서 스탠딩은 힘들고 당연히 좌석으로 신청했다. 스탠딩과 좌석의 평균 연령차가 심해보였다 ㅋㅋㅋㅋㅋ 신대철과 한상원, 그리고 코치들의 축하무대를 9시부터 사전녹화하느라 두번이나 듣고 (귀가 호강? ㅋ) 뻘쭘하게 방송시간 기다리다가 특별히 2곡씩 준비한 POE와 톡식의 무대를 만났다.


사실, 내기를 좋아하는 내기인의 한사람으로, 100%의 승률을 지키려면 톡식에 문자를 보냈어야 했다. 사실 그럴까 싶기도 했다. 뭔가 의도하진 않았지만, 지금까지 계속 맞힌 게 되어버렸으니까. 뭔가 지켜보고 싶은 마음? 하지만, 저 한 표 한 표가, 이길 것 같은 사람에게 보낸 게 아닌, 진심으로 응원하는 팀에게 보낸 문자였던 만큼, 마지막 문자도 그 마음을 담아 보냈다.

Poe (지못미 100%)

나는 마지막까지 포를 응원했다. 톡식의 무대도 좋지만, 나는 채우는 것보다는 비우는 것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탑밴드를 처음 볼 때부터 포를 응원했고, 베이스의 결원으로 비어 버린 그 여백도 멋지게 살려나가는 그들의 음악을 진심으로 좋아했다. 하지만 그들의 음악처럼, 오늘 처음부터 마음을 비우고 최선을 다한 Poe가 마지막으로 톡식의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했듯, 나 역시 톡식의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할 수 있었다.


그런데 POE라고 보냈어야했는데 Poe라고 보내서 내 문자 집계 안됐음 어쩌나, 하는 마음이 갑자기 든다. ㅎㅎ


탑밴드 시즌2 갑시다 :)


ps / KBS 별관이 집에서 3정거장이었다는 걸 알았으면, 더 자주 신청하고, 자주 놀러갔을텐데 아쉽다, 아쉬워. ㅜㅜ 그러니까 더더욱 시즌2 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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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11-10-16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잠깐 봤는데 하필(?) 웬디양님의 글을 읽었네요 :)
poe의 음색 참 독특하더군요. 여지껏 본 적이 없이 오늘 딱 그녀의 노래만 들었는데 좋았어요.
근데 톡식이 이겼어요? 톡식의 노래는 듣지 못해서 비교를 못하는데...;;

웽스북스 2011-10-16 21:08   좋아요 0 | URL
네네 톡식이 이겼어요 워낙 인기가 많은 팀이라서요
poe의 보컬 물렁곈양 정말 매력적이죠!! ㅎㅎㅎ

BRINY 2011-10-16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자리에 계셨군요! 저는 사실 라테라테와 WMA(왜 울 학교에 실용음악한답시고 거들먹거리는 애들 중에는 이런 애들이 없는지!)를 응원했는데, 그만 떨어져서...하지만 톡식이 우승할만하다는 건 인정하겠어용.

웽스북스 2011-10-16 21:10   좋아요 0 | URL
아 WMA 저도 16강 때는 응원했었어요. 손승연양 넘 귀엽다는. ㅋㅋ 8강에서 하필 poe랑 붙어 응원을 못해줬네요. ㅎ 라떼라떼는 보컬이 너무 느끼해서 ㅜ 별로 안좋아했었어요 ; ㅎㅎ 연주는 잘 하지만. 뭔가 모르게 오글오글한 느낌 ;; ㅎㅎ

조선인 2011-10-17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즌2 간다고 했어요! 봄여름가을겨울이 그랬어요! 그러니 우린 내년에 또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어요. 흐뭇흐뭇

웽스북스 2011-10-17 12:55   좋아요 0 | URL
네. 근데 담당 작가가 아는 언니랑 아는 사람인데, 아직 '확실' 까지는 아닌 것 같더라고요! 그래도 갈 확률이 높은듯~ ㅎㅎ 신나요!

마늘빵 2011-10-17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현장에도 가셨군요! ^^ 전 게플, 포, 톡식 이 셋이서 결승 겨룰 거 본선때부터 예상했고, 음 게플이 우승할 거라 생각했는데 포가 게플을 깨는 바람에. ^^ 시즌2 기다립니다. 인디에서 많이들 나올 듯.

웽스북스 2011-10-17 12:56   좋아요 0 | URL
저도 마음으로는 당연히 그 세팀을 가장 응원했는데, 원래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제맘대로 잘 안되서. ㅋㅋ

저는 포가 2등한 게 1등한 것보다 더 좋아요! 헤헷

치니 2011-10-17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톡식은 앨범 낸다면, 자작곡으로 승부 내기 힘들 듯. -_-; 인투더나잇은 그나마 그 나이에 맞는 가사와 리듬, 약간 중독성도 있고 하여 넘어갔지만 이번 결승 때 했던 곡은 너무 실망스러웠어요. 역시 음악은 작곡 잘하는 게 갑,이구나 또 한번 생각.
포는 맨 첨에 나왔을 때가 가장 신선했던 거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점점 신선도가 떨어진다능. 뭐랄까, 한계가 너무 명확히 보이는 음악을 하는 거 같아염.

암튼 시즌 2 고고 ~ !
(덧. 어제 신윤철 공연에서 쏠트송이 베이스 쳤는데, 우와 - 이 사람 탑밴드에서의 이미지는 다 후까시였어요! ㅋㅋㅋ 왕 수다, 왕 나서기, 왕 감정적. ㅋㅋㅋ)

웽스북스 2011-10-17 13:00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인투더나잇 들을 때, 아, 쟤네 어리구나 했어요. ㅋㅋ 좋은 작곡자랑 좋은 제작자 만나서 앨범 내면 좋을 것 같아요. 자작곡은 한두개만 넣고.

포는 갈수록 아무래도 처음 봤을 때의 그 신선함이 완화되니까 그렇게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자기들도 그 한계 알고 있을텐데, 거기까지 가서 신기했을 것 같아요. 그냥 저는 그 색깔 유지하면서 점점 보완해나가면 참 좋겠다. 싶어요~ ㅎㅎ

그나저나 솔트송이 그렇다말이지요잉 ㅋㅋㅋㅋㅋ 웃겼겠어요. ㅎㅎㅎ
 


최근 인상깊게 읽었던 말이 있는데,

- 한 번 일어났던 일은 다시 일어나지 않을 수 있지만, 두 번 일어난 일은 반드시 다시 일어난다.


라는 말이었다. 두번 일어난 일이라면, 원인이 좀 더 근본적인 데 있으니, 그 원인을 찾아서 제거함이 맞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어떤 일이 한 번 일어났을 때는 다른 사람을 탓할 수도 있겠지만 두 번 일어났을 때는 결국 자기 자신에게 문제가 있을 공산이 다분할 수도 있겠구나. 싶다. 

그리고 그런 한계는, 늘
결정적 순간에 드러나게 되고야 마는 것 같다.


얼마 전, 매우 실망스러운 일을 겪으면서.... 결심하게 된 것 중 하나가... 상대가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해서, 반드시 그것이 인격과 비례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자, 는 것이었다. 그게 아니라는 걸 머리로는 아는데, 단순한 인간인지라, 자꾸만 책을 읽는다, 고 하는 사람에게는 늘 뭔가 다를 것을 기대하게 되는 것 같다. 책을 읽는다는 건 알고 보면 참 다양한 용도로 쓰일 수 있는 일이다. 그저 유희나 즐거움을 위한 일일 수도 있고, 지적 허영을 채우기 위한 일일 수도 있고, 단순히 시간을 떼우기 위해서일수도 있고, 누군가에게 드러내기 위해서일 수도 있는 것 같다. 나는 과연 책을 읽는다고 더 나은 인간이 되는가, 스스로 묻는다면 글쎄다. 요즘엔 그저 유희를 위해서만 읽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일단, 내게는 다른 매체들보다는 재밌으니까.


나이가 많아진다고 더 나은 인간이 되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오늘의 내가 작년의 나보다, 재작년의 나보다 더 나은지는 모르겠지만, 스무살의 나보다 조금이나마 좀 낫지 싶은 걸 보면 나이를 먹으면서 좀 더 좋은 사람이 된 것 같기도 하다가, 또 다시 생각해보면 여전히 철이 없고, 고쳐지지 않는 근본적 문제들이 보이고, 그런 것들을 보면, 내가 굳이 더 나은 인간이 되었는지도 잘 모르겠다.

어제 친한 언니와 대화를 하다가 나왔던 얘기는....
"나이 먹는다고 인간이 나아진다면 어버이 연합 같은 게 있겠냐? 그분들은 어버이신데!!!"


격하게 공감하며, 다시한 번 스스로를 다잡는다. 상대가 책을 읽는 사람이라고 해서 더 나을 것을 기대하지도, 나이가 좀 있는 사람이라 해서 철이 들었을 것을 기대하지도 말자고. 사람의 심성이란 그리 쉽게 변하는 게 아니구나, 라는 걸 느끼게 하는 순간이 너무도 많다.



그렇다면 인간은 변하지 않는 존재인가.......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결국은 자기 자신을 정직하게 보는 일이 중요하겠지. 타인의 위로나, 심정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말에만 귀를 기울이며, 자기만족적 자아성찰을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며 스스로도 인정할 수 없는, 그러나 본인은 어쩌면 이미 알고 있는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 존재에 한계에 부딪치면 바로 타인을 탓하면서, 듣고 싶은 말만 듣고, 적절히 성찰하며, 더 나은 인간이 되었다고 자위하는 것이 아닌, 그 내밀하고 혹독한 목소리를 듣는 것. 받아들이는 것.


결국 그 결정적 순간에 무엇이 보이게 되는가, 그것을 어떤 자세로 받아들이는지가, 그 사람의 전부를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다. 물론, 타인에게 기대하지 않는다고 해서, 스스로에게 관대해지지도 말아야겠다. 나는 나 자신에게 성실할 의무가 있으니까. 나도 같은 사람이 될 수는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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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1-09-07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밥을 왜 빨리 먹었어요? 천천히 먹지. 난 샌드위치 따위로 먹었더니 지금 몹시 화가나요. 뭔가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 겠어요. (응?)

그러게요. 이상해요. 왜 책을 좀 읽는다, 고 하는 사람에게는 어떤 기대같은걸 하게 될까요? 그런 편견은 대체 왜 생길까요? 그렇지 않다는걸 내 자신만 들여다봐도 아는데 말예요. 이 페이퍼를 읽으니 저도 얼마전에 드라마를 보면서 생각했던 게 떠올라요. 무슨 드라마였지..뭐였더라..아, 그 드라마는 생각이 안나는데요, 드라마안에서 누군가가 무슨 잘못을 한거에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당연히 뭐라고 했겠죠. 이사람도 저사람도 다 뭐라고 하니까 그 잘못을 한 사람이

왜 나한테만 그래!!

라고 버럭하더라구요. 그런데 전 그걸 보면서 꽤 놀랐어요. 일단 저는 그런말을 들었다면 그 순간 내가 뭘 잘못했나? 내가 정말 잘못한걸까? 하는 생각을 하는게 맞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모두가 잘못했다고 하는데도 왜 나한테 그러느냐고 하는걸 보니, 저 사람은 계속 잘못을 저지를 수 밖에 없겠구나 싶더라구요. 반대로 그런 생각도 했어요. 저 사람은 자신의 잘못을 알고 있다, 그러나 모두가 윽박지르니 그걸 드러내고 싶지 않을 뿐이다.


잘못을 하고 살고 있어요. 그런것들이 켜켜이 쌓이고 있어요. 어제도 오늘도 나는 오늘 내가 한 이 행위가 잘못된 건 아닐까 자꾸만 생각해요. 그게 그 다음의 시간에 어떤 가르침으로 올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나는 과거에서 뭔가 배우는 어른이고 싶어요. 웬디양님이 처음에 언급한것처럼 뭔가 내게 같은 문제가 또 일어났다면 나에게 문제가 있다는 걸 인식하는 사람이고 싶어요.


샌드위치로 점심을 먹었더니 뭔가 배고픈 글이 나오네요. ㅎㅎ



덧. 그런데 웬디양님의 페이퍼가 평상시 답지 않게 뭔가 손에 잡히지 않을 듯 아련하네요. 명쾌하지 못한, 그런 분위기랄까요.

웽스북스 2011-09-07 13:09   좋아요 0 | URL
나이를 먹어서 인간이 비겁해지나봅니다. 나아가지는 못할망정 퇴화하지는 말아야할텐데...

다락방 2011-09-07 13:11   좋아요 0 | URL
앗. 내가 던진 비난의 화살을 그대로 맞았군요!! 뭔가 미안해지네요.

웽스북스 2011-09-07 13:12   좋아요 0 | URL
비겁한 변명까지 차마 할수가 없어서요. ㅎㅎ

비로그인 2011-09-07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고두고 생각해봐야겠어요, 저도.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있는 건지... 제자리 걸음 하면서 점점 앞으로 가고 있다고 자위하고 있는 건지... 생각하게 만드는 글, 고마워요 웬디양님.

웽스북스 2011-09-07 13:10   좋아요 0 | URL
아이고. 수다쟁이님이 고마워하는 것만으로도 저의 점심시간이 헛되지는 않았구나, 싶어요 :) 고마워요 수다쟁이님!

2011-09-07 13: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웽스북스 2011-09-07 21:51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사실 기대한 내 죄일수도 ㅜㅜ

개인주의 2011-09-07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많이 보니까=공부 많이 했으니까=연세 많으시니까.=책임 있는 직책에 있으니까
알면서도 사람 헷갈리게 만들죠..;;;

웽스북스 2011-09-07 21:51   좋아요 0 | URL
중요한 건 제가 헷갈리지 않고, 기대하지 않는 일인 것 같아요.

다락방 2011-09-07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님이 페이퍼에 쓰신 어버이 연합 보니까 저 생각나는게 또 있어요. ㅎㅎ


어느 미학자의 책표지에 이런 글이 적혀 있었다. 딸과 아버지의 대화. "아버지들은 자식들보다 아는 것이 더 많나요?"
"그럼, 그들은 인생을 더 많이 살았으니까."
"그런데 왜 증기기관은 와트의 아버지가 아니고 와트가 발명했어요?"
-허수경, [길모퉁이의 중국식당] 중에서

건조기후 2011-09-07 13:55   좋아요 0 | URL
그래서 와트 아들이 아니고 와트가 발명한 거잖아.
라고 말하면 되잖아요 아버지. ㅎㅎㅎ
(다락방님 태클걸어서 죄송해요 좋아서 그랬어요 하하하)

다락방 2011-09-07 13:59   좋아요 0 | URL
아 맞구나. 그러면 되네. 건조기후님 완전 천재 아니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웽스북스 2011-09-07 21:57   좋아요 0 | URL
이 와중에 와트의 아버지와 아들이 궁금해져서 네이버 백과사전 검색해봤어요. 아버지는 목수고, 아들은 와트의 사업을 물려받았더군요.

푸른신기루 2011-09-08 13:41   좋아요 0 | URL
아- 건조기후님 천잰데요..?? 감탄했어요ㅋㅋㅋ
신은 왜 나에게 저런 재치를 주지 않으신 거지..ㅠㅠㅋㅋㅋ

레와 2011-09-07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철수&박경철 샘들의 청춘콘서트에 갔을때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저는 이 말이 참 많이 와닿아 여기 남겨둡니다.

-----
지식이 아닌 지혜를 찾기 위한 독서를 해야한다.
지식의 축적은 메뉴얼(=스펙) 축적과 같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다.
메뉴얼(=스펙)은 기계 설명서를 가리키는 말이지 사람을 판단하는 잣대가 되어서는 안된다.
-----


웽스북스 2011-09-07 22:00   좋아요 0 | URL
처음에 스펙이라는 단어를 봤을 때의 충격이 떠오르네요.
전 스펙보다 식스팩이 좋아요!

마녀고양이 2011-09-07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러 부분으로 매우 공감되는 글입니다.
좋은 날 되시기 바랍니다.

치니 2011-09-07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 공감! 추천을 한 열 개 날렸음 좋겠어요.

웽스북스 2011-09-07 22:06   좋아요 0 | URL
이 글의 추천은 앞으로 암산해야겠네요. 현재 37개입니다. ㅋㅋ
 


우리 사회의 위대함은, 바로 나같은 사람마저 정치에 관심을 갖게 한다는 데 있다. 아. 나는, 정말이지 세상에서 정치가 제일 재미없고 싫은데, 일주일 전에는 시시각각 그저 '숫자'에 불과한 투표율을 새로고침하게 만들더니, 이번에는 선거비용 관련한 규정들을 찾아보게 만든다.  


처음엔 당혹스러웠고, 곽노현을 이해할 수 없었는데, 이제 나는 좀 상황이 이해가 된다. 물론 아주 얕은 지식에서 나 혼자, 내멋대로, 인간적 선입견을 마구마구 가지고 이해해본 것에 따르면....


1) 교육감 선거는 당에 소속되지 않은 채 개인 비용으로 치르게 된다.
2) 선관위는 최소 득표율 10%을 이상 득표한 경우에만 해당 비용을 보전해준다.
3) 우리는 '단일화'를 늘 쉽게 요구하지만, 사실 단일화를 하게 되면 단일화를 위해 사퇴한 후보는 엄청난 경제적 부담을 지게 된다.  
4) 경기도지사 후보로 나섰다가 단일화를 위해 사퇴한 심상정의 경우는 아직까지도 당에서 그 선거 비용을 갚고 있다고 들었다.
5) 하지만 당에 속하지 않는 개인의 경우, 그 비용은 고스란히 개인의 몫이 된다.
6) 곽노현은 선거 비용 35억 2천만원을 보전 받았고, 박명기는 한 푼도 보전 받지 못했다.



선의로, 무려 2억이나 줬다는 건, 이상하게 보일 수 있다. 매우 큰 돈이기도 하겠지만, 상대의 양보로 당선되고 홀로 보전 받은 35억 2천만원에 비한다면 큰 돈이 아닐 수도 있다. 게다가 나로 인해 포기한 누군가는 그 빚을 고스란히 지고 있다면, 보전 받은 입장에서 모른 척 할 수는 없지 않을까? 과연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그 짐을 나눠 지는 편을 택하는 쪽이 오히려 더 편하지 않을까, 싶었다. 아직 밝혀진 건 없지만, 밝혀진 후 뒤통수를 맞더라도, 아직까지는 믿어주고 싶다, 그 선의. 밝혀진 게 없으므로, 보아왔던 것들로 미루어 믿고, 믿을 수 없다는 것이 최종적으로 판가름난 후에 다시 이야기하겠다. 싸워본 적 없이, 입바른 소리만 하던 사람들이 펜대로만 내세우는 고결한 원칙들이, 이때다!!!! 하면서 파고드는, 늘 그래왔던 사람들의 야만보다 더 속상하다. 여러모로 입체적으로 고민해볼 수는 없을까. 앞으로도 야권에서는 단일화가 논의될 일이 많을텐데, 그럼 이 문제는 다름 아닌, 자신의 문제로 언젠가 다가올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럴 때일 수록, 오히려 이런 문제를 수면 위로 끄집어내고, 후보 단일화시에 협의할 수 있는 건강한 합일점을 공식화할 수는 없는 걸까, 싶은 마음도 들고. 무튼, 여러 생각들이 교차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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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좋아 2011-08-29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일화로 인한 선거비용 사적보전을 합의하였다, 그게 바로 검찰의 기소 내용입니다.(좋게 표현하자면요)
부끄럽지 않은 사실임에도(사실이라면) 곽노현 교육감으로서는 시인하기 어려운 사실이겠네요.

웽스북스 2011-08-30 12:55   좋아요 0 | URL
예. 아직 정황만 있고 증거는 없는 상황이고요. ㅎ
아침엔 뉴스를 못봐서 어찌됐는지 모르겠어요.

turnleft 2011-08-30 0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정적으로는 이해가 가지만, 제아무리 선의라 하더라도 남몰래 돈을 주고받는 방식은 아니라고 봅니다. 제도적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면 공론화를 통해 해결하던가 해야지, 이런 식이면 정말로 상대 후보를 매수하는 경우와 어떻게 구분하겠어요. 물론 이걸 꼬투리 삼아 패악질을 해 댈 놈들을 보면 속이 뒤틀리지만, 스스로 자충수를 뒀다고 밖에는 생각이 안 드네요. 진보 진영이 두고두고 잊지 말아야 할 교훈으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웽스북스 2011-08-30 12:56   좋아요 0 | URL
방법적으로 지혜롭지는 못했다는 건 인정이요. 하필 상대가 또 후보였던 사람이고. 뭔가 아마추어틱한 행동이죠. 교훈으로 삼을 건 당연히 교훈으로 삼아야겠지만, 그저 심적으로는 그 선의를 믿어주고 싶다는 말이랍니다.

다락방 2011-08-30 0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웬디님의 추측이 별로 틀리지 않을것 같고 그렇게 믿고싶지만, 그렇게되면 우리가 그에게만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것 같아요. 그렇게 선의를 받아들이고 이해한다고 하면 다른 정치인들의 행위에 대해서도 이해하지 못할바가 없잖아요. 물론 정말로 다른 경우일 수 있었겠지만 그가 택한 방법에 있어서 우리가(혹은 내가) 그를 마냥 편들어주긴 어려워지지 않았나 싶어요. 이런일들이 반복되고 국민들은 다시 또 선거에 참여해야하고.. 참 써요.

웽스북스 2011-08-30 13:04   좋아요 0 | URL
저는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게 뭐가 나쁠까 싶어요. 그 잣대라는 게 결국은 그간 겪어왔던 모습들에 근거해서 들이대게 될 수 밖에 없는 건데요. 정말 다르게 느껴지기 때문에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건데, 그런 스스로를 엄격하게 검열하면서 같은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고 할 필요가 있나 싶어요. 각자에게도 다 판단의 기준은 있으니까요.

웃자고 하는 얘기지만, 저는 다락방님이 누군가를 협박해서 1만원을 뺏었다, 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와 다른 누군가가 누군가를 협박해서 1만원을 뺏었다, 라는 말을 들었을 때, 도저히 같은 잣대를 들이밀 수가 없는걸요. '아닐거야' 로부터 시작하는 사람과 '어쩐지' 로부터 시작하는 사람이 있고, 그걸 판단하는 잣대는 결국 그 사람이 살아온 삶, 내게 비춰진 이미지 등이 아닐까 싶어요. 결론은, 다락방님 사랑합니다. (응?)

2011-08-30 13: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BRINY 2011-08-30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번 일로 여러가지 배웠습니다.

비로그인 2011-08-30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코 짧은 생각이 아닌 것 같은데요. 웬디양님, 저도 정치를 무쟈게 싫어해요. 그런데 지금 상황을 보면 나 같은 사람도 정말이지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관심을 갖는다고 해봤자 큰 관심은 아니라도, 눈에 보이는 건 있는 거니까요. 웬디양님처럼 의견을 낼만한 정도는 아니지만 저도 저 나름대로 세상 돌아가는 상황에 빨대라도 꽂아놓고 있어야겠어요. 신민이 되지 않으려면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