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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크 - Mi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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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나 이런 소수인권자들을 다룬 영화들을 보면, 우리도 알고보면....의 논리를 성립시키기 위해서 여러 부분들을 간과하고 지나다 보니 오히려 인물들을 단선적으로 그려내는 경우가 있는데, 이 천재적인 감독 구스반산트는 그런 자가당착에 빠지지 않는다. 오히려 주인공인 하비밀크를 여러 관점으로 조명하면서 다양한 부분들을 조명한다는 것이 이 영화의 매우 큰 미덕 중 하나. 

하지만 더욱 큰 미덕은, 역시나 숀 펜의 연기인데, 연기의 물이 오를대로 오른 이 멋진 배우는, 쉽지 않았을 이 역할을 매우 편안하게 소화해낸다. 마치 노래를 너무 잘하는 가수가 처리해내는, 고음이라고 전혀 느껴지지 않는 고음같은 느낌. 게다가, 존재 자체만으로 미덕이던 SCOTT 굳이 그냥 연기를 하지 않아도 거기 있다는 것만으로도 막 빛이난다. 반짝. 반짝. 

미국의 게이 인권운동가이자 최초의 동성애자 시의원이었던 하비 밀크의 생애를 담은 영화다. 특별히 의원에 출마하고, 낙방하고, 하는 과정들을 많이 담고 있다. 미국에서는 현재도 선거 때 동성애에 대한 입장이 굉장히 중요한 쟁점이라는 사실에 의아했던 적이 있었는데, 이렇게 화면으로 보니 이것 역시 굉장한 투쟁의 역사를 지니고 있었구나, 싶다. 

희망한다고 해서 희망하는 세상이 온다는 보장은 없지만, 희망하지 않는다면 희망하는 세상은 결코 오지 않는다. 그런데 매우 제길슨하게도 그 대가는 언제나 너무 크기에, 그리고 그 큰 댓가에 비해 그 녀석은 너무 더디 오기에, 혹은 오다가 휙 발걸음을 돌려버리기도 하기에, 우리는 줄곧 녀석을 놓아버리곤 한다. 그렇다면 결국, 끝까지 그녀석을 붙들고 있는 놈이 이기는걸까. 나는 아직도 그걸 잘 모르겠다. 아. 붙들어도 이긴다는 보장도 없으면서 놓아버리면 바로 지는, 더러운 세상. ㅜㅜ 

그렇지만, 하비밀크는 적어도, 아름다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할 수 있는 정도의 삶은 충분히 살고도 남음이 있었던 것 같다. 그것이 결국은 또 우리가 끝끝내는 그 녀석을 놓아버릴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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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10-03-08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이거 내용도 모르고 봤다가 완전 감동 먹었잖아요. 아...

W 2010-03-13 12:15   좋아요 0 | URL
감동 맛있었어요? (응?) ㅋㅋㅋㅋㅋ

차좋아 2010-03-08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권은 내가 봐도 귀여워." 이 한마디에 게이 유전자 30프로 보유할거라는 진단 받았습니다. 그럴지도 모른다고 했지요. 진짜 조권은 귀여운데......

W 2010-03-13 12:16   좋아요 0 | URL
연아는 제가 봐도 너무 예뻐서 깨물어주고 싶은데,
저는 65%쯤 되나요? ㅋㅋㅋ

레와 2010-03-08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희망한다고 해서 희망하는 세상이 온다는 보장은 없지만, 희망하지 않는다면 희망하는 세상은 결코 오지 않는다." <강추>


'밀크' 제목만 보고도 울컥, 웬디양님 글보고 또 울컥..

W 2010-03-13 12:17   좋아요 0 | URL
아. 이 웃을 일도 없는 세상에 레와님을 울컥하게 만들다니.
제가 많이 반성할게요. 뚝.

pjy 2010-03-08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붙들어도 이긴다는 보장도 없으면서 놓아버리면 바로 지는, 더러운 세상. ㅜㅜ

흐르는 물에서 밀려나지 않고 제자리만 유지해도 참 잘했습니다! 상 받을만 하지요~~그러나 현실은 제일 많이 전진해야만 하는, 더러운 세상~~

W 2010-03-13 12:19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ㅜㅜ 그게 얼마나 어려운 건지 몰라주는 더러운 세상. ㅜㅜ

네꼬 2010-03-08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뜬금없게도 이 영화의 일본어판 전단지를 누군가에게 받았던 것이 한참 전이에요. 하도 개봉을 안 해서 포기하고 있었는데, 그러니까 지금 하고 있다 이거군요. (이 네꼬의 어두운 눈.) 고맙습니다. 네 번째 추천이 저예요. 웬디양님은 어쩜 이렇게 빠르고 똑똑한지.

W 2010-03-13 12:20   좋아요 0 | URL
네꼬님. 제가 뭐 어디 네꼬님만 하겠어요.
네꼬님은 게다가 사랑스럽기까지 하잖아요.

머큐리 2010-03-09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별다섯개... 최고에요

W 2010-03-13 12:20   좋아요 0 | URL
머큐리님도 좋아하셨군요. 이 영화. ^-^b

2010-03-12 15: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13 12: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더 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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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만 되물었다. 생존 자체가 희망일 수 있겠느냐고. 그러게. 그러고보니, 사실은 우리 모두의 희망은 생존 그 자체인데, 차마 그럴 수가 없어, 자꾸만 그 희망을 다른 것들로 치환해가면서, 그렇게 우리, 생존의 이유를 찾아나가려 안간힘을 쓰면서 살아가는 건 아닐까. 그리고, 그것을 아무 것에도 치환할 수 없을 때, 생명을 포기하거나, 인간이기를 포기하거나. 

다시 나에게 묻는다. 너라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그저 앞으로 남은 희망이 생존 뿐인 삶을 너라면 살 수 있겠느냐고. 그럴 수 없겠다고 했다. 끝없이 끝없이 걸어도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는 그 길, 어디에 그 무엇이 있다고, 차라리 확신할 수라도 없다면 좋으련만, 아무것도 없을 것임이 너무도 자명한 그 삶을 나는 살아갈 수 없겠다고. 그럴 수는 없다는 나의 대답이 사실은 슬쩍 재수없다. 생존의 절박함 앞에 놓여 있지 않은 자가 무엇을 말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는 그냥 입을 다문다. 여기에 확인사살. 그럼 지금 너는 도대체 생존 이외에 대체 무엇을 위해서 살아가고 있느냐는 물음. 아무것도 없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그 무엇도 뚜렷하지 않은 나 역시, 사실은 생존을 위해, 이것 저것을 치환해가며 삶을 견뎌내고 있는 것 같다는 스스로에 대한 의혹을 슬그머니 제기하려다가 이내 부끄러워진다. 

작품이 마지막으로 제시하는 희망 앞에 나는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쉰다. 이렇게 희망을 이야기하기에, 그들을 둘러싼 절망의 구조가 너무나 견고하다고. 그들이 계속 걷는 길 역시, 아무것도 없지 않느냐고. 그렇게 걷고, 또 걸어도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걸을 수 밖에 없는 삶, 상황이 극화되었을 뿐, 그들만의 것은 아닐게다.  실은 우리가 희망이라 믿으며 내딛는 걸음 역시 견고한 절망의 구조 안에 있다는 걸, 우리 역시 모르고 있지 않다. 그런 우리 앞에 작가는 다시 묻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발을 다시 내딛는 삶과, 그렇지 않은 삶은 다를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결국 희망은, 희망을 위한 것이 아닌, 삶을 위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의혹을 억누르고, 나는 다시 한 번 믿어본다. 믿지 않고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기 때문에. 그 믿음이라는 가면은 실은 어느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을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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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2010-01-26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늘쌍 희망이라는 이미지가 필요했던 것 같아. 무서워서, 잠시라도 벌벌 떨지 않으려고 말이지. 그런대 나는 무엇이 그렇게 무서웠을까?

W 2010-01-26 21:03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그러니까. 믿지 않으면서도. 살아있다는 증거 같은 거. 아. 그걸 알면서도. 또 자꾸만 속이게 되는 거.

차좋아 2010-01-30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가 막힌 리뷰입니다. 영화로 보셨군요. 저느 소설로 봤어요. 일부러 웬디양님 리뷰 여태 안보고 저 소설 다 보고 봅니다. 올 해 본 최고의 책 , 올 해 본 최고의 리뷰 로드^^

W 2010-03-08 00:49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 그러기엔 너무 1월 30일에 쓴 댓글이다. ㅋㅋㅋㅋㅋㅋ
 
집행자 - The Excutio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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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늘 그런 것들에 관심이 많았다. 자기 의지와 상관 없이 해야하는 일들, 혹은 벌어지고 만 일들이 가져다 주는 상처, 트라우마, 그런 것들이 삶에 미치는 영향들. 사형 집행자들은 아마도 그 정점에 서 있는 자들이 아닐까. 

사형 집행자들의 이야기를 다뤘다는 이 영화의 개봉을 나는 그런 이유로 기다렸다. 이 영화는 내가 기대한 만큼 그들의 이야기를 그려주지 못했다. 몇몇 작위적인 설정들도 눈에 띄고,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버리는 (어쩌면 불가피했을지도 모르지만) 점들도 그리 꼭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그렇다. 뭐. 영화는, 영화다. 

그럼에도 한가지 재밌었던 부분은, 그들에게 방어기제가 어떻게 작동하느냐 하는 부분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사형 집행시에는 집행자들이 충격과 죄의식을 최소화하기 위해 여러 사람이 버튼을 누르고, 누가 누른 버튼에 의해 그 사형수가 죽게 되었는지 모르게 되어 있다. 확실히 죄의식에서 벗어나려면 그 버튼을 안누르면 되겠지만, 그러다가 운이 없어 자신의 버튼이 작동 버튼이라면 그나마의 방어막조차 사라지는 상황에 처하게 되니 다같이 누르고 볼일이다.  

인간은 참으로 약하기 때문에 강할 수 밖에 없는 존재이다. 자신이 상대를 죽였다고 생각하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약한 존재이기 때문에, 자신이 죽이지 않은 것이라고 강하게 믿을 수 밖에 없게 된다. 설령 자신이 죽였다 하더라도, 본인은 정말 나쁜 사람을 죽인 것이기 때문에 정의로우며, (그들이 부정의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나는 거기에 대한 죄의식을 가지고 있는 인간이다, 라는 자각은 그들로 하여금 그들의 삶을 지탱해나갈 수 있는 힘이 되어 준다. 영화에서 조재현이 끝까지 견딜 수 없었던 이유는 스스로 그 보호장치 중 하나를 제거했기 때문일 것이다. 가장 강했기에 보호장치가 없이도 견딜 수 있다고 믿었던 자는 결국 견뎌내지 못했고, 약했기에, 그 보호장치 속으로 스스로의 영혼을 밀어넣지 않고는 견뎌낼 수 없던 자는 유유히 다시 삶을 지탱해나갈 수 있게 된다. 

사형제만큼 이렇게 오래도록 찬반논란이 뜨거웠던 이슈가 있었을까. 영화를 보고 나와 사형제에 대한 의견을 묻는 물음에 선뜻 반대, 라고 대답할 수 없었던 이유는, 반대는 이성적인 영역의 결론이고 찬성은 감정적인 영역의 결론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형제를 주제로 한 스피치를 준비해야 한다면 나는 반대편에 서게 될테지만, 잔인한 행각으로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무참히 짓밟은 자와 그 피해자들 앞에서, 나는 도무지 쿨해질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문제란 늘 언제나 대답하기 쉬우면서도 가장 어려운 문제가 아닌가 싶다. 

어쨌든 영화는 매우 첨예하고 난해하고 어려운 이슈를 쿨하고 덤덤하게 다뤘다. 그래서 무난했지만, 그러므로 기대 이상의 것은 없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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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 2009-11-09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볼까, 말까 즈음에 감독이 라디오에서 인터뷰한 것과 감독의 전작이 눈에 들어오더라구요. 인터뷰로는-물론 영화 홍보인데 무슨 말인들 못할까마는- 절 솔깃하게 만들만했고, 측근이 이 영화를 기다려서 볼까 싶었는데 이분의 전작이 무려 '미스터 주부 퀴즈왕'이라 약간만 망설이다 안 본 영화예요. 요샌 서재에 영화 리뷰가 넘치는 것 같아요.

웬디양님 리뷰, 반가워라^^

W 2009-11-11 12:09   좋아요 0 | URL
반가워해주시는 아치님이 있어서 제가 또 기쁜데요 ^-^
영화는 뭐, 한 번 보면 뭔가 던져주는 것들이 있을 것 같아요.

아치님. 지민이는 잘 있죠? 흐흐.

프레이야 2009-11-09 0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행시,에서 사형 집행시 버튼을 여러명이 누르게 되어있던
장면이 떠올라요. 집단의 행위속으로 자신을 밀어넣어 죄의식을 희석시키려는
장치 같았어요. 다루기 쉽지 않은 소재, 아무튼 보고싶은 영화이긴 해요.

W 2009-11-11 12:10   좋아요 0 | URL
예. 맞아요. 저도 그 장면 많이 생각했어요.
그런 장치가 없다면 또 인간이 어떻게 견딜 수 있을까요.
확실히 이런저런 생각이 들긴 해요.

프레이야님 리뷰도 궁금하네요~

네꼬 2009-11-11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약하기 때문에 강해지는 인간이라니. 나는 역설을 좋아하지 않지만 웬디양님의 페이퍼에는 그만 홀딱 넘어가고 말았어요. -웬디양님이 관심이 많은 것들에 관심이 많은 1人.

W 2009-11-11 12:11   좋아요 0 | URL
제가 가장 신경써서 썼던 부분을 볼드처리하지 안하도, 따옴표 굳이 안쳐도 딱 읽어내는 네꼬님 ♡
 
룸바 - Rum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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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링 있음)

나 아무것도 모르고 왔잖아, 어떤 영화야?  

라고 묻는데 그만 나도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다. 왜냐면, 나는 그냥, 포스터가 마음에 들어 보고 싶어졌던 영화였으니까. 가끔은 그렇다. 아무것도 아닌 작은 것이 완전히 우선순위 같은 것을 뒤바꿔 놓기도 하는 거다. 뭐 여튼, 나는 이 영화가 시네21의 머스트씨로 이번주에 소개됐던 것도 몰랐고, 어떤 영화인지도 몰랐고, 이 영화를 함께 만든 감독들이 오랜 삼총사였고, 동시에 배우라는 것도 몰랐다. 그러니까, 아무것도 몰랐다. 나는 단지, 포스터의 색감이 좋았을 뿐이고, 룸바를 추는 장면을 보고 싶었을 뿐이다. 

한 장면 한 장면이 정말 그림 같지만, 특히 그림자 댄스 장면은 이 영화의 압권이다. 더 이상 춤을 출 수 없게 된, 등을 대고 돌아앉은 부부의 두 그림자가 룸바를 추는 장면은 이제껏 보아온 댄스 영화들의 격렬하고도 훌륭한 춤 신보다도 근사하다. (그러고 보니 최근 봤던 춤 신들은 참 제대로 근사했다. 특히 기억에 남았던 것은 바시르와 왈츠를의 병사 가 추던 춤, 마더의 김혜자의 춤, 그리고 이 신이다. 그러고보니 모두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나온 춤 장면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마지막에 바다 위에서 춤을 추는 장면은, 반대로 너무 조악하다. 아, 그러니까, 어차피 저들이 바다에서 춤을 출 수는 없는 이라는 걸 알 바에는 굳이 리얼하게 만들필요 뭐있나, 그냥 대놓고 합성하자, 라는 의도가 짙게 깔려 있는 것 같아 오히려 그것도 마음에 들었다. 생각해보면, 영화적 사실을 위해 바다를 걷는 법을 연습할 수는 없는 거니까. 뭐 예수님도 아니고. ㅋㅋㅋㅋㅋ

색감이 마음에 들었던 포스터처럼, 이 영화를 보는 눈은 시종 즐겁다. 빨강, 초록, 노랑, 파랑, 등등 각종 개성 강한 원색들은 이 영화에서 매우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섞이기 어려운 저 컬러들이 어우러지듯, 함께 담기 힘든 비극적 상황과 그 상황 속에서의 희극적 요소들이 꽤 잘 담겨져 있다. 색의 대비가 다른 색을 더욱 도드라지게 만들듯, 비극적 요소의 희극적 표현은, 오히려 그 상황을 더욱 안타깝게 만든다. 그러면서도 영화는 처지거나 늘어지지 않고 똑똑히 제 갈 길을 간다. 77분이라는 상영 시간이 참 야무지다. 

영화는 우여곡절끝에 헤어진 부부가 다시 만나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 호들갑스러운 재회나 신파는 없다. 아내와 남편이 아닌, 돔은 돔으로, 피오나는 피오나로, 그렇게 다시 만나게 된다. 다시 만난 그들의 상황이 변할 수는 없음은, 온전히 희망적인 상황이 아님은 자명한 일이지만, 그럼에도 자꾸만 기대하게 된다. 그들은 다시 룸바를 출 수는 없겠지만, 룸바를 추듯, 살아갈 수는 있지 않을까. 응? 그럴 수 있지 않을까?


* 보너스

 

- 이상해, 저 남자주인공 너무 낯이 익어
- 응? 난 잘 모르겠는데?
- 이상하다 어디서 많이 봤는데....

분명 봤을 리 없는데, 이상하다, 이상하다, 하는데 퍼뜩 스치고 지나간 인물.



아, 허본좌. 닮았어, 닮았어- 하하하하.
(검색하다가 알았는데, 광복절맞이 음반내신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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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치 2009-08-07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 이 아저씨 얼굴을 웬디양님 서재에서 보게 될 줄이야...! 광복절맞이 음반은 또 뭐예요 ;;

W 2009-08-09 02:10   좋아요 0 | URL
요즘 다시 큰웃음 주고 계세요 ㅋㅋㅋ 광복절 맞이해서 음반도 내신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4권짜리 책도 나온다는데, 그 4권의 마지막권이 허경영의 첫사랑이라나 뭐라나요. 암튼 어제 또 정신 못차리고 웃었음.

프레이야 2009-08-08 0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저분이랑 닮은거에요?
룸바, 그런대로 볼만한 영화군요.
정말 룸바를 추듯 살아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W 2009-08-09 02:11   좋아요 0 | URL
네 프레이야님처럼 결혼하시고, 시를 쓰듯, 사진을 찍듯, 그렇게 살아가는 부부가 함께 보면, 또 어떨까 싶기도 하고요. ^-^

블리 2009-08-08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반대로 난 저 위에 나열된 것들을 다아~ 알고 보고 싶어서 & 웬디 리뷰 보니까 더 보고 싶어져서 오늘 아침에 빗길을 걸어 학교 등교하는 기분으로 교정을 지나서 모모에 가서 봤는데 색감이 정말 확- 튀는 영화더라. 요즘 영화값도 비싼데 통신사 할인에, OST 음반까지 줘서 더 기쁜 맘으로 보고 왔지. 자꾸 남주인공 얼굴 볼 때마다 허 아저씨가 생각나서 웃기긴 했지만;;; 비오는 오전에 봐서 그런지 창 밖의 달팽이 두 마리가 만나던 게 제일 여운이 남네.

W 2009-08-09 02:11   좋아요 0 | URL
세상에나 모모에서는 음반까지 줬다고요? 아. 너무해너무해너무해.
근데 허아저씨 진짜 닮았죠- 아. 창밖의 달팽이 두마리. 맞아. 그 장면도 좋았어요. ㅎㅎ
 
-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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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링 있음)

좋아하는 영화의 기준이 무어냐는 질문을 받았다. 나는 학교에 다닐 때 그 흔한 영화이 이해 수업 한번 듣지 않은 자로서, 솔직히 영화의 만듦새나 이런 것들을 잘 볼 줄도 모르고, 제대로 평가할 줄도 모른다. 촬영 기법, 미장센, 이런 것들을 세밀하게 보지도 않는다. 그냥 나에게 중요한 건, 영화가 무엇을 / 어떻게 이야기하느냐이다. 음. 다른 말로 표현해본다면, 그 영화는 나를 건드리는가, 그렇지 못한가, 이기도 하다.
 
픽사의 이 애니메이션에 망설임 없이 별 10개를 날리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아이들에게는 아이들 나름의 모험과 신비, 흥미로운 스토리, 뭐 이런 것들로 인한 즐거움을 모자람 없이 주었을 이 영화는, 긴 세월을 살아온 노인들을 통해 어른들에게는 플러스 알파의 재미를 하나 더 선사한다. 


 



영화의 시작 부분에 등장하는, 칼과 엘리(그러니까, 그 노인들)의 삶을 축소한 영상은 그 자체로도 굉장히 아름답다. 그냥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미소가 그득 그득. 함께 터전을 꾸미고, 넥타이가 여러 번 바뀌며 세월이 흐르고, 기쁨과 좌절의 순간을 함께 나누며, 그러는 중에 그들의 꿈인, 파라다이스 폭포에 가기 위해 함께 모으던 동전들은 자꾸만 바닥을 드러낸다, 나는 이 여러 장면들 중 이 우편함 장면이 개인적으로 제일 좋았다. (역시 난 영화에서조차 우편함을 못지나치는건가 ㅋ) 우편함에 손을 얹고 페인트칠을 하던 아내를 사랑스럽게 쳐다보다가 그만 우편함에 실수로 내버린 칼의 손자국 옆에, 살짜기 웃으며 자신의 손자국을 더함으로써 그조차 아름다운 추억의 흔적으로 만들어내는 엘리. 그 앞에서 어떻게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 수 있을까. 칼 할아버지가 아내 엘리를 그토록 잊지 못한 이유도 아마 거기 있을 게다. 이 장면은 이후 그들의 생이 어떠했으리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응? 진짜, 이동진 기자 말처럼, 픽사 구내식당에서는 무슨 음식이 나오는 거야? 뭘 먹으면 이런 장면을 만들어낼 수 있는 건지, 심히 초궁금)

그들은, 결국 꿈을 이루기 전에 이별을 맞이해야 했기에 칼 할아버지는 혼자서라도 그 길을 가야겠다고 다짐하고, 그들의 삶의 터전인 집을 그대로 풍선으로 띄워올린다. 이것은 아마 그가 생각한 최선의 동행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 아내 엘리에게는 그들이 함께하는 그 삶의 순간 순간들이 이미 삶인 동시에 모험이었다. 파라다이스 폭포에서 할 일들로 채워나가기로 했던 그녀의 모험 노트는 이미 그들이 함께한 삶의 흔적들로 채워져 있었다. 파라다이스 폭포에 가기로 하며 모았던 동전들은 그들의 삶을 위해 한 번 두 번 비워졌지만, 그렇게 어려움들을 딛고 한걸음 한걸음 함께 걸어온 그 삶이 결국 그녀에게는 꿈보다 귀했던 것이다.

꿈보다 귀한 삶, 삶보다 귀한 당신, 그것을 놓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인지, 세상에나, 탄탄하고 흥미로운 스토리만으로도 충분히 재미가 차고도 넘쳐 서른살 먹은 아가씨들을 연신 흥분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는 (실제로 이건 뭐 거의 정신연령 7세의 수준으로 심히 감정이입하며 소리지르면서 봤다는 후문이 ㅋ) 돌아갈 때는 이런 뭉클함까지 듬뿍 안겨주는, 기억력 나쁜 나조차도 매우 오래도록 기억날 것 같은 영화다. 이거, 너무 고맙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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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비 2009-08-03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꿈보다 귀한 삶.. 참 아름다운 말이에요.

W 2009-08-04 00:05   좋아요 0 | URL
네, 정말요. ^-^
이 영화 참 좋답니다. 꼭 보세요 서울비님.

동녘 2009-08-03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픽사 영화들 재밌죠. 저도 up이 Wall-e보다 재밌더라는...

W 2009-08-04 00:06   좋아요 0 | URL
저도저도저도요. 아. 너무 사랑스러운 영화. ^-^
동녘님도 써주세요 써주세요 !!!! (은근 블로그 갔다온 사건 ㅋ)

니나 2009-08-03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신연령7세수준중1인... ㅋㅋㅋ 난 아저씨 턱이랑 코 밟고 올라가던게 자꾸 생각나 웃겨 ㅋㅋㅋ

W 2009-08-04 00:06   좋아요 0 | URL
정신연령 7세
수준 중1

이렇게 보인다 ㅋㅋㅋㅋㅋㅋ

나 그장면 너무 귀여워서 이미지 저장해놨어. 물론 이저씨보다 위에 있는 장면이지만. 그리고 뽀도도도도도독 유리창으로 지나가던 장면도. 짱!

동녘 2009-08-04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는 본문의

"탄탄하고 흥미로운 스토리만으로도 충분히 재미가 차고도 넘쳐 서른살 먹은 아가씨들을 연신 흥분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는...." 부분에서

"서른살 넘게 쳐먹은 아가씨들"로 읽었더랬습니다. ㅋㅋㅋ

W 2009-08-04 16:20   좋아요 0 | URL
아아 동녘님......동녘님..... 쳐먹은 보다 더 충격적인건

넘게라뇨 넘게라뇨 넘게라뇨 넘게라뇨 넘게라뇨 넘게라뇨 넘게라뇨 넘게라뇨 넘게라뇨 넘게라뇨 넘게라뇨 넘게라뇨 넘게라뇨 넘게라뇨 넘게라뇨 넘게라뇨 넘게라뇨 넘게라뇨 넘게라뇨 넘게라뇨 넘게라뇨 넘게라뇨

저희는 딱 서른살...쿨럭.....

동녘 2009-08-05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특정인을 이야기 한 것은 아니었어요. 글을 그냥 그렇게 읽고 혼자 피식 했는데... 니나 덧글을 보고 웬디가 '이렇게 보인다'고 답글 단 거 보고... ㅋ 심기를 불편하게 해드려 죄송.

W 2009-08-05 22:00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이렇게 사과하시니 또 민망한걸요

니나 2009-08-05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뇨리따~~ 유휴~~
라뇨를 잔뜩 읽었더니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노래가 들려오는 듯
ㅋㅋㅋ

W 2009-08-06 12:58   좋아요 0 | URL
나는
'완전히 새됐어~' ㅋㅋㅋㅋㅋㅋ
이런 거나 떠올리고 ㅋㅋㅋㅋㅋㅋㅋ

Mephistopheles 2009-08-06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호 축하드려요 웬디양님..이주의 영화 리뷰에 당선되셨습니다.

W 2009-08-06 12:58   좋아요 0 | URL
당선보다 메피님 댓글이 더 반가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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