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시대]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뉴스의 시대 - 뉴스에 대해 우리가 알아야 할 모든 것
알랭 드 보통 지음, 최민우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뉴스와 시댁 

 

 

보도 사진'을 꼼꼼하게 살피면 신문 기사를 읽지 않아도 그 신문사가 지향하는 목소리를 대충 읽을 수 있다. 동일한 보도 내용을 다룬다고 해도 박근혜 정권에 우호적인 신문사는 " 쁘리티 " 한 박근혜 사진을 뽑아 대문에 걸고, 박근혜 정권에 비판적인 신문사는 " 찌뿌둥 " 한 박근혜 사진을 뽑아 건다박근혜 대신 노무현'이라는 단어를 대입해도 된다   신문사가 이따위 꼼수'를 쓰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 이미지 > 는 < 텍스트 > 보다 강하다. 권투'에서 < 잽 jab > 은 상대 선수를 K.O 시키기 위해 던지는 주먹'이 아니다. 어퍼컷이라면 모를까, 가볍게 툭툭 던지는 주먹(잽)에 나자빠지는 선수는 없다. 하지만 우습게 보다가는 큰코다친다는 법.  가볍게 툭툭 던지는 주먹에 자주 맞다 보면 결국에는 쓰러지고 만다.

 

< 이미지 > 는 < 잽 > 과 유사한 효과가 있다. 찌뿌둥한 사진에 자주 노출되다 보면 결국에는 해맑게 웃어도 찌뿌둥하게 웃는 것처럼 보인다. 이미지뿐만 아니라 단어를 선택하는 과정'도 언론사 입맛'에 맞는 쪽으로 흐른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분쟁'이 좋은 예이다. 한국 언론은 < 교전 > 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 학살 > 이다.  툭 까놓고 말해서 : 뉴스는 사실 그대로를 전달한다기보다는 왜곡 과정을 거친 결과물'이다.  뉴스는 공정한 사실 보도를 전하는 게 아니라 가재미 눈깔'처럼 한쪽으로 쏠린 편향을 내보내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뉴스를 보는 눈이 아니라 뉴스를 읽고 해석하는 능력에 있다. 새로운 사실은 아니다.

 

여기까지는 글 깨나 쓴다는 양반들이 내놓는 해석이니 말이다. 신간 << 뉴스의 시대 >> 도 이 비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저자 알랭 드 보통이 보기에 현대인은 뉴스에 중독된 상태'다. 현대인은 아침, 점심, 저녁으로 토끼 귀와 매 눈 그리고 하이에나 발이 되어서 뉴스를 쫓는다.  뉴스 수용자는 그저 " 넋이 나간 채 " 뉴스를 볼 뿐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뉴스도 상품이다. 그렇기에 소비자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한 별별 수작을 다 부린다. 두려움과 공포만큼 최소 투자로 최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도 없다. 공포 분위기를 강조할수록 중요한 사건이 된다. 그래서 뉴스는 별것 아닌 것에 대해서도 호들갑을 떨면서 지나친 확대 해석을 내린다. 광고 효과를 얻고자 하는 전략이다.

 

뉴스는 에이즈나 사스 따위를 중세 시대 페스트'와 동급으로 다루었지만 사스로 인해 죽은 사망자보다 감기로 인해 죽은 사망자가 더 많다는 사실은 편집 과정에서 삭제된다.  왜냐하면 그 사실이 알려지면 공포는 제거되고 시시한 것만 남기 때문이다. " 후까시 " 가 제거된 뉴스는 사정 후 쪼그라든 뭣 같은, 거품 빠진 미지근한 맥주'와 같다. 누가 시시한 상품에 눈길을 주겠는가 !  공포'는 섹스와 함께 가장 잘 팔리는 현대 상품이다. 뉴스는 그 점을 노린다. 알랭 드 보통도 그 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리스 비극에서 코러스 그리스 비극에 등장하는 합창대. 극 속에 수시로 개입하여 내용을 설명하거나 등장인물과 대화하는 등 작품의 중요 요소로 활약했다 는 수시로 사건에 개입하여 감정의 방향을 조정하고 등장인물의 행동에 풍부한 맥락을 부여했다. 코로스는 주인공이 어떤 죄를 저질렀건 간에 그에 대해 엄숙한 존경을 담아 표현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런 섬세함 덕에 << 오이디푸스 왕 >> 공연을 보며 불운한 중심인물들을 패배자나 정신병자로 치부하는 관객은 매우 드물었다.

- 221쪽

 

 

 

오늘날,  뉴스가 " 오이디푸스 " 와 유사한 사건을 보도한다면 어떻게 될까 ? 모든 사연은 생략된 채 자극적인 몇몇 사실만 나열되어 그를 악마로 만들었을 것이 분명하다. 내용이 잔인할수록 시선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세월호 사건을 다룰 때, 뉴스가 유병언에게 접근하는 방식'도 이와 같다. 유병언을 " 악마 " 로 만들면 만들수록 시청률은 높아지고 그만큼 돈이 되는 장사가 된다. 정작 잔인한 사이코패스는 사건 당사자가 아니라 언론이다. 뉴스에는 자비가 없다 !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얄밉다고 했던가. 뉴스를 생산하는 업자'와 시댁 식구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점은 자기 허물은 못 보면서 지적질은 졸라 한다는 점이다.

 

내 눈에는 << 뉴스의 시대 >> 라는 제목이 계속 << 뉴스와 시댁 >> 으로 읽힌다. 내가 까막눈이어서 그런가 ?!  알랭 드 보통은 뉴스의 홍수 속에서 알짜배기'를 고르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해법은 가르쳐주지 않는다. 각자 알아서 찾으라는 말투'다. 그런데 이 심드렁한 말투에 딱히 비판을 할 생각은 없다. 혼자서 찾아야 할 일이니까 ! 가을 장마' 가 끝나면 곧 추석' 이다.  그 생각만으로도 벌써부터 앓아눕는 이 있으리라. 시댁 식구가 감 놔라, 대추 놔라 ! 라고 잔소리하는  환청이 벌써부터 들린다. 그럴 때마다 주부들은 쏘아붙이고 싶다. " 너나 잘하세요 ! " 가끔 뉴스를 파는 업자들이 도덕군자처럼 범죄자를 훈계하는 꼴을 보면 가관이다. 며느리 마음을 알 것도 같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16)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rtour 2014-09-03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르주아가 문제가 아니라, 기득권을 잡은 그룹은 그 영역이 뭐든 갑질을 하며 알량한 권력이라도 쉽게 놓지 않으려 한다는 걸 경험으로 체득하게 해준 것이 조선의 시댁 문화죠. 뼈아픈 교훈. ㅋ

곰곰생각하는발 2014-09-03 16:38   좋아요 0 | URL
핵심을 찌르는 지적이군요. 맞습니다. 정말 무서운 권력은 보이지 않는 손이 아니라 알량한 권력 같습니다.

엄동 2014-09-03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왜곡 편파적 뉴스보도도 물론이지만
격한 제목으로 시선끌기도 뉴스가 광고"로 전락했다는 것의 반증이죠

인터넷 선정적 제목 집계 사이트, 충격 고로케를 아시나요?
꽤 골때립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9-03 17:27   좋아요 0 | URL
이 새끼들 늘 이런 문장을 뽑잖아요. 이럴수가, 충격, 일파만파....
막상 클릭하면 아무것도 아닌 ! 클릭수 유도하는 것인데
그래서 전 이런 제목을 단 글은 아예 클릭을 안 합니다.

풀무 2014-09-03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인 견해로, 남자가 여자의 시댁 증후군에서 겪는 인격적 모멸감을 뼈저리게 대리 체험하는 가장 좋은(?) 확실한 방법은 장인 장모에게 갈굼을 당해보는 것. 그럼 아 내 색시는 울집에서 더했겠구나 막 와닿음요. 더 아껴주고 싶고 (읭)

(+) 오늘 글 무지 잼있게 읽었음돠..

곰곰생각하는발 2014-09-03 17:30   좋아요 0 | URL
그냥 명절이고 나발이고... 생일, 경조사, 명절 다 해서 서로 일년에 한번씩만 뵙는 문화가 형성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너무 자주 모이는 거 반갑지 않습니다.

마립간 2014-09-03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읽고 있는 책에서 기업은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와 닮았다고 하더군요. (저도 동감했습니다.) 언론사가 기업이죠.

시댁의 의미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직 생각 중) 예전에 시모와 며느리와 갈등이 주였다면 지금은 장모와 사위 갈등이 부상하고 있다고 하네요. 왜 갈등에서 시부와 장인은 빠졌을까요? (시부와 며느리 갈등도 있지만 빈도수와 강도를 볼 때, 친정 어머니, 딸의 갈등보다 적다고 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9-03 17:29   좋아요 1 | URL
제가 무리하게 시대와 시댁'이 말이 비슷하여 우격다짐으로 글에 넣다 보니 이런 불상사가 일어났습니다..ㅋㅋㅋㅋ 그런데 확실한 건 전 앵커들이 왜 클로징 멘트하잫습니까 ? 그때마다 훈계조로 말을 하는데 대중에 거기에 일희일비 하는 게 꽤 웃거디라고요 듣기 좋은 말은 얼마나 쉽습니까. 전 신경민이 클로징 멘트에서 독한 말을 쏟아부을 때 이 사람도 정치하겠구나,싶었습니다.

곰곰손 2014-09-03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진짜 공감동감동감!!

한국뿐이 아니라 여기도 마찬가지.
안그래도 여기 친구랑 매스컴에대해 얘기나눴는데ㅡ
매스컴은 공포, 불안, ㅡ을 이용해서 시청률을 높이고
정치권 기성세력은 이 분위기를 이용해서 여론을 그쪽으로 몰아가는 건데..

이게 참 거지같은 자본주의 세상에서
매스컴이랑 기성세력은 짝짝꿍하면 할수록 윈~윈~이라는.

근데 이건 진짜, 막을 방법이 없다.
세월호 사건, 같은 911테러 못지않은 사건이 일어나도
그래도 저씨발새끼들의 윈~윈~ 놀이에 여론이 끌려가자너~ ㅎㅎ

부끄럽지만 넘 절망적이고 충격적이라..
요즘 사회/정치 돌아가는 거에는 거리를 '껑충!'
두고있음..

참..

견디기 힘든 세상이 아무렇지도 않게
이미, 형성되어 있다... (또 절망...)

곰곰생각하는발 2014-09-04 10:57   좋아요 0 | URL
요즘 한국인은 뉴스 안 믿어. 나뿐만이 아니라 이명박근혜가 만들어놓은 좋은 세상'에 대한 각인 효과'라고나 할까 ? 어느 병신이 뉴스를 곧이곧대로믿냐....
난 신경민 앵커가 은퇴할 즈음 클로징 멘트로 정부를 강하게 질타할 때
속으로 국회의원하려고 하는구나, 생각했는데 역시나......

그냥 여건만 된다면 대한민국 뜨고 싶을 뿐이지.
누가 한국에서 애 낳고 공부 시키고 싶겠냐.

시바...

rendevous 2014-09-04 0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근에 읽은 쿤데라 소설에서 매스컴을 엄청 풍자했던데 그때에 비해 훨씬 심각해진 지금은... 어휴... 전 사실 두렵습니다. '놀라울 정도의' 성능을 가진 카메라를 장착한 사람들이 서로서로 감시하고, 그걸 SNS, 웹사이트에 올린 걸 바탕으로 빅데이터 이용해서 뭔가를 해먹을 누군가의 존재가 눈에 선연히 보여서... 유투브에서 콘서트 영상 볼 때 카메라 찍고 있는 모습 보면 답답해요... 시뮬라크르 - 이미지 도착/페티시즘... 좀만 싸움 일어나면 자동적으로 카메라 찍어서 웹에 올리고... 모텔에서 여관에서 나눴던 그들만의 대화도 누군가에 의해서 공개되고... 야만적이에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9-04 10:54   좋아요 0 | URL
조지우웰의 빅브라더 시대가 온 것 같습니다. 이제 댓글 이런 것도 조심해서 써야 합니다. 누가 압니까 ? 내가 10년 후 대통령 선거에 나올지? 에스엔에스에 올린 육두문자 하나에 비난 여론이 조성될지 아무도 모르죠...
언론이 자꾸 이런사소한 것을 부풀리면 답은 없습니다. 저도 왜 유명인 나타났다 하면 무조건 찍던데 그거 왜 찍는지 모르겠어요. 그냥 나 누구 거리에서 봤다.. 라고 하면 될 것을 굳이 찍어서 남기려는 이류를 모르겠습니다.

다크아이즈 2014-09-04 0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곰생각하는발 2014-09-04 10:50   좋아요 0 | URL
마음이 아프군요. 하고 싶은 말을 끝내 하지 못한....

다크아이즈 2014-09-04 0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무슨 조화?
댓글 열심히 써서 눌렀더니 '댓글이 없으니 댓글을 써서' 올리랍니다.
그러면서 저리 닉만 뜨네요. 알라딘 이상해여~~

곰곰생각하는발 2014-09-04 10:50   좋아요 0 | URL
이거 알라딘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해야 되는 거 아닙니까 ? 팜므 님 글자 수대로 천 원으로 계산해서 총 30만 원 정도 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 국정원만 개입하지 않으면 승산 있습니다.
 
인문/사회/과학/예술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 9월에 읽을 만한인문/사회/과학/예술 주목 신간

 

 

- 알라딘 신간 평가단 14기 마지막 활동

 

 

 

 

 

1. 시작은 미미했으나 끝은 괴로울걸?         

 

 

누구나 처음은 책장을 채우는 맛에 책을 산다. 집을 지을 때 벽돌 하나하나를 차곡차곡 올리듯, 책도 마찬가지'다. 책장에 책이 가득 차면 두 번째 책장을 새로 하나 장만한다. 그리고는 행복한 결심을 한다. 처음은 미미하였으나 나중에는 창대하리라. 모든 벽을 책으로 쌓으리라. 괄약근 꽉 조인다. 바로.... 이 맛 아니겠습니까 ? 책장 정리'를 한 날에는 사진을 찍어 블로그에 올리면서 엄살을 부리기도 한다. 이젠 책을 줄여야 겠어 ! 하지만 속내는 자긍심'이리라. 그렇게 세월이 흘러, 흘러, 흘러, 흘러, 흘러, 흐르다가 어느 날  문득 깨닫게 된다. 시바, 이러다가는 책더미에 깔려 죽을 수도 있겠구나. << 장서의 괴로움 >> 은 책 때문에 집이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공포에서 시작된 " 헬 오브 다이어트 " 를 다뤘다고 한다. 가끔 알라디너로 활동하고 계신 로자 님 책 보유량이 궁금해진다. ( 인문학 분야 )

 

 

 

 

 

2.  그래도 저 눔이 천성은 착한 놈이여

 

 

스티븐 핑커는 스티븐 제이 굴드와 함께 믿고 고를 수 있는 보증 수표와 같은 이름이다.  칼칼한 문장과 방대한 지식에서 뽑아낸 합당한 설득 설득이라는 단어를 보니 문득 " 상득 " 이와 상득이 동생 명박이 생각난다. 합리적 설득은커녕 불통으로 나라를 지옥으로 만들었던ㅡ 악명 높던 형제 !   적절한 유머는 그를 과학계의 무라카미 하루키로 만들었다. 하루키'가 과학자'였다면 스티븐 핑커와 비슷한 스타일을 갖췄을 것이다. 이 책을 마지막 신간 평가단 책으로 고른다. 일단 1,400 페이지'가 넘는 엄청난 분량에 입을 다물 수 없지만 " 설마 이 책이 선정되겠어 ? " 라는 심정으로 고른다. 일단 이 책을 추천한  가디언의 추천사가 마음에 든다. : “이 책을 읽으며 두 권의 소설을 떠올렸다.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과 코맥 매카시의 『로드』. 모두가 폭력의 역사적 감소를 다룬 스티븐 핑커의 이 놀라운 책을 읽어야만 한다.”  파리대왕과 로드'라니..... 내가 제일 좋아하는 소설이잖아 ! ( 과학 분야 )

 

 

 

 

 

3.  내 친구는 아토피로 고생했었지

 

 

신간평가단20인은 각자 읽고 싶은 책 다섯 권'을 뽑아 제출하면 운영자는 이 자료를 바탕으로 두 권'을 선정한다. 반드시 득표 순은 아니다. 지금까지 총 10권이 선정되었는데 이 가운데 내가 고른 책이 다섯 권이었다. 반란의 도시, 투명사회, 힘내라 브론토.. , 피파마피아, 대한민국 치킨전  반타작은 한 셈이니 운이 좋았다. 동시에 승률이 낮은 분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었다. 이번 작전은 " 선택과 집중 " 이라 해 두자. 승률이 가장 낮았던 신간평가단 두 분이 공교롭게도 이 책을 선정했기에 밀어주기 차원에서 선정했다. 사실, 책 제목에 외국어를 사용하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는데 이 단어'는 나름 친숙한 단어여서 눈길이 간다.  롤랑 바르트는 << 사랑의 단상 >> 에서 " 아토포스 " 라는 토막 글을 따로 떼어내 설명한 만큼 중요한 단어'다. 롤랑바르트 스타일이 늘 그렇듯이 이 단어도 딱 잘라 설명하기는 곤란하다. 사전적 의미로 " 아토포스는 장소를 뜻하는 그리스어 potos에서 유래한 말로 접두어 a는 결여, 부정을 나타낸다. ( 사랑의 단상 60쪽, 역주에서 인용 ) " 이지만 롤랑 바르트는 장소를 사랑하는 대상'으로 확대 적용한다. 내 식대로 아토포스를 번역하자면 " 있는듯없는듯없는듯있는듯해서없는것같지만 그렇다고없다고말하기에는있는듯한........ " 이 될까 ? 존재 내  부재이거나 부재 속 존재'가 아토피아'가 아닐까 ? 구원파 신도에게 유병언은 아토포스'다. " 그는 내 욕망의 특이함에 기적적으로 부응하러 온 유일한, 독특한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 ( 인문학 분야 )

 

 

 

 

 

4. 공산주의가 붕괴되었다고 해서 맑스 자본론이 틀린 것은 아니다. 

 

 

김수행 교수가 진행한 << 자본론 >> 강의를 유감스럽지만 동영상으로 접한 적 있다. 소규모 공간에서 진행되었는데 인상 깊었던 장면은 강의 내용이 아니라 강의 하는 자세'였다. 이웃집 할아버지가 옛날 이야기를 하듯이 격의없이 대화를 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권위 의식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 청자를 내려다보며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바라보는 강의와는 달랐다. 깊은 감동을 받았다. 사실 << 자본론 >> 에 대해 " 쫌 " 안다는 사람들이 김수행 교수를 모른다고 한다면 거짓말이다. 김수행이 누군데요 ? 비봉출판사에서 나온 오렌지 색 << 자본론 >> 을 완역한 분이 김수행 교수'다. 무엇보다도 그가 경제학 교수라는 점이 마음에 든다. 마르크스의 << 자본론 >> 를 굳이 서지분류학으로 분류하자면 경제학에 해당된다. 경제학도'가 자본론을 공부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기이한 상황이다. ( 사회학 분야 )

 

 

 

 

 

5. 마르크스와 야구

 

<< 머니볼 >>의 주인공 빌리 빈 때문에 오클랜드 팀을 응원한다. 내가 응원하는 메이저리그 팀은 여럿이다. 보스톤 레드삭스, 오클랜드 애슬랙틱스, 엘에이 다져스 등등 이 팀은 일단 odd 한 느낌이 든다. 팀명을 저잣거리 입말로 번역하면 " 오클랜드에서 힘 깨나 쓰나 녀석들  Oakland Athletics  " 이 된다. 얼마나 우스꽝스러운가.  유니폼도 우스꽝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짙은 겨자색과 녹색이 바탕이다. 울퉁불퉁한 운동선수가 노란색 유니폼을 입고 킹콩처럼 뛰어다니는 꼴을 보면 웃음이 나온다. 가방만 메면 영락없는 유치원생이다. << 머니볼 >> 때문에 많이 알려진 사실이지만 오클랜드 구단은 가난해서 몸값 비싼 선수로 팀을 꾸릴 수가 없다. 시장에서 저평가된 선수를 영입해서 실력을 키우는 수밖에 ! < 다저스 > 의 반대말이 < A's : 오클랜드 팬들은 애슬래틱스를 줄여서  에이스'라고 부른다 > 다. 스타 선수 하나 없어서 선수들은 성적이 모두 고만고만하지만 팀 순위는 항상 상위권이었다. 이건희는 천재 한 명이 평범한 대다수를 먹여살린다고 주장했지만 오클랜티 팀 성적'을 보면 이건희 철학은 개똥 같은 소리'다. 오클랜드는 천재 선수 없이도 승승장구했다. 마르크스가 꿈꿨던 세상은 오클랜드 에이스'였다. 평범한 대다수 노동자가 몸값 비싼 골리앗을 깨부수는 팀 말이다. 곰곰 생각하면 " 오클랜드에서 힘 깨나 쓰는 녀석들 " 이라는 팀명을 간결하게 작명하면 " 노동자 " 가 아니었던가 !  실패한 것은 레닌'이지 맑스'가 아니다. ( 사회학 분야 )  

 

 

 

 

 

접힌 부분 펼치기 ▼

 

 

 

펼친 부분 접기 ▲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풀무 2014-09-02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번 너무 읽고 싶다는..! 헌데 가격이 충격이라는..!

4, 5번 감동입니다.

3번은 제목만 얼핏 보고 정말 아토피 실용서적인 줄 알았음요. 애들 땜시 필요한데. 흑흑.

곰곰생각하는발 2014-09-02 18:08   좋아요 0 | URL
1400페이지'이니 4,5권으로 분권되어 나올 거 한데 뭉쳐서 나왔습니다.
요즘은 보통 과학서적 최소 15,000원은 하거등요. 다 따지면 비싼 편은 아니지만
요즘 책값이 정말 비쌉니다. 하지만 핑커는 그만한 값은 합니다. 굴드와 함께 제가 믿고 사는 브랜드'예요....

곰곰손 2014-09-02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있는듯없는듯없는듯있는듯해서없는것같지만 그렇다고없다고말하기에는있는듯한........ " !!


ㅋㅋㅋㅋㅋㅋㅋ

와아ㅡ 진짜 그르네? ㅎㅎㅎㅎ


문학의 아토포스,라니..


타이틀이 너무 매력적이자나~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4-09-03 11:12   좋아요 0 | URL
왜 썸'이라느 노래있잖요. 썸인듯 썸아닌듯 썸같은.........
너 함 읽어봐라. 진짜 끝내준다.

기적 같은 작 품임......
잘 살고 있냐 ? 좋은 일 생겼으니 한턱 내 !!

만화애니비평 2014-09-03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수행교수님 서적이 나왔군요. 저는 강신준 교수님파~

곰곰생각하는발 2014-09-03 11:11   좋아요 0 | URL
전 김수행 본으로 읽어서리...다시 강신준 자본론 읽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만
강신준 자본론이 더 알찬 번역이라는 말은 하더군요.... 그래도 오렌지색 자본론을 잊지는 못하겠군요..ㅎㅎ

푸르푸르 2014-09-03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석날 저녁 한잔 어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9-03 11:07   좋아요 0 | URL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군요. 이번 주 일요일은 어떻습니까 !

stella.K 2014-09-03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마 되면 어떻게 해야하는 건가요?
왓, 죽음이닷?! 또는 대박! 할렐루야!!를 외쳐야 하는 건가요?
전 왠지 될 것만 같아요.ㅠ

반을 맞추셨다면 거의 다 맞쳤다고 봐도 될 것 같은데
이러다 돗자리 까셔야 하는 건 아닌지...?ㅋ 3=3=33

아, 그런데 사진 누군지 모르겠으나
머리 끝내주네요. 제가 한때 저 비슷한 머리라...

곰곰생각하는발 2014-09-03 15:04   좋아요 0 | URL
되면 따봉이죠, 뭐 ! ㅎㅎㅎㅎ. 어차피 이 책은 살 계획이 있습니다.
자연과학서'가 저는 문학 작품보다 재미있습니다.
그나저나 승률 5할은 정말 넘사벽입니다. 엄청 운이 좋았어요...



사진 속 선수는 코코'라는 타자입니다. 오클랜드에서 활약하고 있죠.
저 헤어스타일을 가지고 어떻게 모자가 들어가는지 궁금합니다.


근데 저런 머리를 하셨군요 ? 이거 보통 센스쟁이가 아니시군요. 저런 머리 함부로 못합니다.

엄동 2014-09-03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소개글 한줄들이 재밌군요
2.번이 가장 땡기구요

어젠 간만에 소주병 좀 탔더니 하루가 더디네요

아 집에 가는 길엔 불현듯
꼴뚜기처럼 탱탱한 다리로 집을 나와 ( 술에 취해 ) 오징어처럼 흐느적거리며 집에 들어간다는.
곰발님 말씀이 생각나 혼자 터졌어요 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4-09-03 18:43   좋아요 0 | URL
오징어처럼 흐느적거리며 집으로 오셨군요. 그 마음 이해합니다.
꼴뚜기를 본 적 있는데 이 놈들이 화딱지가 나면 뭍에서도
발딱 서고는 합니다. 다리에 힘을 주고 말이죠.
쪼꼬매도 다리 힘은 장사입니다. ㅎㅎㅎ

그렇게혜윰 2014-09-04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제가 포스팅한 책이 되지 않는 건 상관없어요. 어차피 사서 봐도 좋을 책들을 올리는 거니까요^^
문제는 음......아시죠? 제마음 ㅋㅋㅋㅋㅋㅋㅋ
[장서의 괴로움]이 8월에 나온 책이었군요! 이달엔 곰곰혜윰발님(^^) 추천 도서 두 개가 되어도 좋을 것 같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9-05 10:36   좋아요 0 | URL
곰곰혜윰발... 어감이 좋군요. ㅎㅎ.
그럼 사양하지 않고 냉큼 두 대 다 받도록 하겠습니다.
내가 뽑은 거 두 개 다 선정되어라, 비나이다. 비나이다.....


저도 어차피 안 되면 사서 읽는지라 크게 상관하지는 않습니다.
 

 

 

명량'을 보다.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 약속 시간보다 3시간 정도 일찍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상품권 두 장'이 있어서 시내 나온 김에 서점에서 옷을 사고 옷가게에서 책을 살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뒤틀린 심사'가 나를 찾아왔다. 똑 ! 똑 ! " 곰곰생각하는발 씨입니까 ? 저는 뒤틀린심사'라고 합니다. 보아 하니, 주머니 사정도 여의치 않고, 애인도 없는 주제'에 무슨 얼어죽을 옷 쇼핑입니까 ! " 뒤틀린심사 씨' 말을 듣고 보니 일리가 있었다. 옷 살 돈으로 책을 사기로 하고는 서점으로 가서 책을 골랐다. 이때 뒤틀린 심사'가 또 찾아왔다. 똑 ! 똑 ! " 지금 당신 책장에는 읽지 않은 책이 200권이나 됩니다. 좋소, 그건 그렇다고 칩시다. 지지난번 책 잔뜩 사고 나서 술 퍼마시다가 책 두고 온 기억 안 납니까 ? 오늘도 그 짓'을 반복할 거요 ? "

 

맞는 말이었다. 꼴뚜기처럼 탱탱한 다리로 집을 나와 ( 술에 취해 ) 오징어처럼 흐느적거리며 집에 들어갈 때마다 거리에 두고 온 책이 한두 권이 아니었다. 지지난번에는 책을 담은 봉투를 통째로 놓고 온 적도 있었다. 결국 애초에 계획에도 없던 영화를 보기로 했다. 선택은 없었다. 조건에 맞아야 했다. 약속 시간 전에 상영이 끝나는 영화를 찾기 위해 상영 목록을 훑었다. 조건을 충족시키는 영화가 몇 있었으나 두 편은 매진이 된 상태였고, 다행히 나머지 한 편은 좌석 점유율이 높지 않았다. 그 영화가 바로 << 명량 >> 이었다.  밑져야 본전이었다. 2000만을 향해 달리는 영화에는 이유가 있을 것 아닌가. 텅 빈 상영관 안을 보니 우후죽순처럼 흥행 돌풍을 이어가던 명량 울돌목도 이젠 끝물이 되어 잔잔한 물결이 된 모양이었다.

 

처음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가지고 있었기에 영화를 보는 내내 삐딱한 자세로 감상했다. 영화는 생각했던 것보다 실망스러웠다. 툭 까놓고 말해서, 최민식은 훌륭한 배우이지만 아무리 훌륭한 배우라고 해도 몸에 맞지 않는 감투를 쓰면 어색한 연기를 펼칠 수밖에 없다. 딱 잘라 말해서, 이 영화에서 최민식은 성웅 이순신을 완벽하게 재현하지도 못했고 그렇다고 배우 최민식'을 도드라지게 드러내지도 못했다. 갈팡질팡하다가 끝난 느낌이었다. 그뿐인가 ? 서사는 영글지도 못하고 떨어진 " 도사리 " 같았다. 얼개가 엉성하다 보니, 그 결핍을 메우기 위해 카메라는 시도 때도 없이 " 영웅 숏 ( 로우 앵글 ) " 만 남발했다.  카메라는 별다른 고민 없이 무조건 최민식에게 접근했다.

 

마치 사생팬처럼 말이다. 1700만 관객 대부분은 영화 속 명장면으로 이순신 장군이  " 의리 " 를 말하면서 " 충 " 을 논하는 장면을 < 백미' > 로 뽑던데, 내 눈에는 < 흰쌀 > 로 만든 죽이 너무 맑아서 군침이 돌았다는 것을 제외하면 인상 깊지 못한 장면이었다. 오히려 최민식이 " 의리 " 를 논할 때 김보성'이 입만 열었다 하면 내뱉는 " 으리 " 가 떠올라서 웃겼다. 김훈의 문장을 훔치자면 " 의리가 곧 으리'다. 의리에 살고 으리에 죽고, 으리에 살고 의리에 죽는다. 둘은 같은 말 " 이었다. 웅장한 사극에서 따끈따끈한 최신 유행어'를 듣고 있자니 쪽대본으로 실시간 편집되어서 올라오는 일일 드라마'를 보고 있는 듯한 기시감이 들었다.

 

티븨 일일드라마가 무쳐서 바로 먹는 겉절이' 맛으로 본다면 그것이 쪽대본의 강점이다. 시청자 반응을 실시간으로 드라마에 반영한다는 점이 대한민국 쪽대본 드라마가 가지고 있는 무기이지만 영화는 다르다. 영화는 묵직한 된장 같은 맛을 내야 한다. 최신 유행어가 생중계되는 것은 유쾌하지 않다. 더군다나 코미디 장르가 아니라 사극이 아니었던가 ! 조선 진영도 웃기지만 일본 진영도 웃기기는 마찬가지'였다. 악당이 매력 있어야 영화가 성공한다는 점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지나치게 " 후까시 " 를 넣으면 좆된다. 구르지마'를 연기한 유승룡에게는 " 우마미うま味  감칠 맛 " 가 없다. 김한민 감독의 전작 << 활 >> 에서 선보인 몽골 장군을 그대로 옮긴 것 같은 캐릭터여서 신선한 맛이 떨어졌다. 

 

아드레날린이 박연 폭포처럼 쏟아지는 폭력 만화 속 악당 같다.  웃을 때 48폰트 굵은 고딕체로 크크크크크, 웃는 !  도대체 조진웅과 류승룡이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 난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다. 성웅 이순신을 띄우기 위한 얕디얕은 꼼수처럼 보인다. 전반부는 그렇게 흘렀다. 전반부를 감상한 100자평을 날리자면 :  감동하기는커녕 수많은 영웅숏과 왜군의 " 크크크 " 에 " ㅋㅋㅋ " 웃었다.  후반부는 그나마 전반부보다는 볼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경기 양상이 나아졌다고 해서 전술이 제대로 먹힌 것 같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전투 장면에서 정작 빛나는 " 전술 " 은 보이지 않았다. 아쉬운 대목이다. 그리고 영화가 끝날 무렵 들려오는 그 유명한 대사 " 후세 사람이 우리가 고생한 거 알랑가 몰라 ? "  " 모르면 호로 새끼지 ! "

 

영화 << 디워 >> 엔딩 타이틀에서 흘러나오던 아리랑'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영화 << 명량 >> 은 상업 영화로서는 성공했지만 얼개 면에서는 완벽하게 실패한 작품이다. 친구를 만나 술을 마시면서 영화 << 명량 >> 을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이 만들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 라는 얘기가 나왔다. 오, 오오. 우리는 흥분했다. 언제부터인가 < 스펙타클 = 리얼 > 이라는 공식이 성립되었다. 하지만 나는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구로자와 아끼라 감독이 연출한 << 거미의 성, 1958 >> 은 웅장한 전투 장면은 거의 등장하지 않지만 오히려 이 영화는 동양화를 보는 듯한 화면 구성이 돋보인다. 감독은 화면을 가득 채우는 대신 잔뜩 비운 채 아슬아슬한 스펙타클을 선보인다. 카메라는 쉽게 피사체를 향해 나아가지 않는다. 차라리 멀리서 지켜보는 쪽을 택한다.  

 

그 어떤 영화보다도 리얼하고 스펙타클했다. 자기가 모시던 영주를 살해하고 새로운 영주가 된 와시즈( 미후네 도시로 ) 의 최후는 지금 보아도 소름이 돋는 명장면'이다. 시종일관 피사체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던 카메라는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쏟아지는 화살을 피해 도망치는 미후네 얼굴을 집요하게 접근하는데, 이 장면에서 미후네 도시로'라는 배우가 보여준 공포 연기는 압권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비처럼 쏟아지는 화살은 특수효과로 만든 게 아니라 실제로 궁사들이 미후네를 향해 활을 쏜 장면이었기 때문이었다. 배우 동선이 약간 틀어지거나 활을 쏘던 궁사가 과녁을 잘못 맞췄다면 미후네 얼굴에 화살이 박힐 상황이었다. 그러니깐 미후네 도시로는 이 장면에서 연기를 한 것이 아니라 진짜로 두려움에 벌벌 떨었던 것이다.

 

그 생생한 얼굴이 고스란히 그 장면에 잡힌다. 영화 << 명량 >> 은 실감나는 스펙타클 장면이 1시간 동안 진행되지만 리얼'하지는 않다. 볼거리로 화면을 가득 채웠으나 정작 필요한 것은 여백이었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수다맨 2014-09-01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부한 액션만 수다할 뿐 '리얼'은 없다는 말씀이시군요. (저는 이 영화를 아직도 보지 않았지만) 곰곰발닐 말씀에 깊이 공감합니다. 이런 영화가 아직도 흥행을 구가하고 있다는 게 그저 놀라울 뿐입니다.
그리고 언급해주신 이 영화 마지막 대사 ("후세 사람이 우리가 고생한 거 알랑가 몰라?" " 모르면 호로 새끼지!")는 정말이지 못 들어주겠군요. 이런 게 바로 꼰대 정신 같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9-01 10:59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 이 영화가 이젠 끝물이기는 합디다. 관객이 한 20명되었나 ?
다리도 아프고 해서 그냥 어디 들어가서 쉬자, 라는 마음으로 찾다 보니 영화를 보게 되었네요.
요즘은 주말 극장가에서 예매를 하지 않고서는 마음에 드는 영화를 보기란 힘듭니다.
뭐 제가 원하는 영화는 상영도 안 하지만서도.......
그래도 본전은 때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후졌더군요.

시간도시면 추석 오기 전에 술 한 잔 합시다..



수다맨 님에게 추천합니다. 정말 끝내줌 !!!!

마태우스 2014-09-01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명량을 보시더니 의외십니다 예상한바와 같다는 님말씀에서 위안을찾습니다 스펙터클한 강감찬이나만들어 줬으면 좋겠네요 살수대첩을 3d로 보고 싶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9-01 18:34   좋아요 0 | URL
으리'를 생각해서 명량을 안 보려고 했는데, 그놈의 시간이란 놈이 붕 떠서 어쩔 수 없이 봤는데, 사실 좀 기대는 했습니다. 흠흠, 그래도 2000만을 노리는 영환데 그럴 만한 값어치는 있겠지... 그런데 볼 게 없습니다. 솔직히 전투 장면은 헐리우드 영화에서 숱하게 봤던 것들이고, 전투 장면에서의 쪼이는 맛은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한국 영화에서 가장 딸리는 분야는 특수효과가 아니라 사운드'라고 생각되는데 ( 추측이 아니라 영화 관계자들이 늘 지적하는 부분이지만... ) 사운드는 역시 후쳤더군요. 서라운드이기는 한데 헐리우드 영화처럼 분산되는 느낌이 없습니다.

삽하나 2014-09-01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통쾌하네요!! 영화 보지는 않았지만...
'보지말 것'이라고 충고하는 주변 사람들 중에서는 '왜?'라는 질문에 잘 풀어주는 사람이 없었거든요. 아 시원해 ㅋㅋ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은 곰발님과 매직퀸님한테 많이 들어온 이름인데,
정작 영화 한 편 안 봤군요... ㅠㅅ ㅜ

먼저 어떤 영화로 시작해야 잘 봤단 소리 들을까요 ㅋㅋㅋ 하나 추천해주세요.

+
저 그림은 스튜어튼 고든 감독의 데이곤을 연상케하는 ㅋㅋㅋ
아, 그리고 네이버 블로그 링크가 이상하던걸요?? 없는 페이지라고 떠요. 혹시 일부러?ㅋ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4-09-01 18:38   좋아요 0 | URL
음... 링크가 이상하다면 국정원이 개입한 사건 같습니다. 예의주시하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숨은 요새의 세 악인'을 보시면 좋겠군요. 이 영화가 나중에 헐리우드 불록버스터의 모범이 된 영화거든요. 개인적으로는 이키루 같은 영화 좋아합니다. 그리고 아키라의 최고 걸작은 누가 뭐래도 단연

거미의 성'입니다. 전 이영화 좀 디지털로 복원되어서 화면 개선되고 싸운드 새로 잘 입혔서 개봉했으면 좋겠씁니다. 제가 지금까지 보았던 섹익스피어 각색 영화 중 최고 걸작이라고 자신합니다

이 영화 맥베스를 각색한 영화거든요. 거미의 성'은 유투브 가면 1000원 내고 볼 수 있습니다. 뭐, 극장에서 보면 좋겠으나 아키라 ㅇ여황를 자주 틀어주는 것은 아니니... 아참, 요즘 아키라 디븨디 무지 싸게 팔더군요... 하여튼 쉽게 접근할 수 있으니 꼭 보시기 바랍니다.

엄동 2014-09-02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주말에 동네에서 혼자봤어요

"볼거리로 화면을 가득 채웠으나 정작 필요한 것은 여백이었다"

한줄 정리 굿.

곰곰생각하는발 2014-09-02 11:38   좋아요 0 | URL
이렇게 엄동 님과 함께 저도 2000만 동지회'에 가입되었군요....


거미의 성 추천합니다 !
 
[대한민국 치킨전]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대한민국 치킨전 - 백숙에서 치킨으로, 한국을 지배한 닭 이야기 따비 음식학 1
정은정 지음 / 따비 / 201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봄날은 가고 복날은 온다 !

 

 

 

사람들이 독서 행위'를 따분하게 생각하는 데에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실망이 반영된 결과'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책은 반드시 꼼꼼하게 읽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읽기 싫은 책을 억지로 읽으려다 결국에는 안 좋은 기억만 쌓이게 되고 고통스러운 경험만 하게 된다는 게 내 주장이올시다. 과연 모든 책을 꼼꼼하게 읽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 ?   황정민 버전 : " 독서는 고해야, 몰랐어 ? "   이 고약한 경험이 쌓일수록 책과는 점점 멀어지게 된다. 책이 재미없다면  : 망설이지 말고 바로 책을 덮거나 지루한 부분은 띄엄띄엄 읽어도 된다. 당당할 필요가 있다. 오히려 책을 더럽게 재미없게 쓴 작가를 욕해도 된다. 비록 그가 제임스 조이스나 버지니아 울프 혹은 피카소'라 해도 !   쫄지 마, 시바   

 

그들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니, 그들이 당신을 명예 훼손으로 고발하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는다.    혹자는 사자명예훼손죄 운운하던데 멍청한 녀석 !  제임스 조이스가 인간이지 사자'냐 ? 웬 사자 ?!  사바나 초원에서 죽은 사자에게 무슨 얼어죽을 명예훼손이냐.    설령 살아 있는 작가'라 해도 쫄 필요는 없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30페이지 정도만 잘 파악하면 나머지는 대충 흘려보내도 된다는 말이다. 책, 꼼꼼하게 읽을 필요 없다. 물론 독자들이 책을 꼼꼼하게 읽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 책은 그리 좋은 책이라 할 수 없다. 좋은 책만 읽어야 한다는 생각은 버리는 게 좋다.    툭 까놓고 말해서 : 책 한 권 분량이 평균 300페이지'라고 했을 때 작가가 하고 싶은 입장과 주장은 30페이지 분량 안에 집약되어 있다. 나머지는 잔소리에 가까운 언저리'다.

 

1시간짜리 < 창 > 을 모두 절창'으로만 구성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 힘을 주고 부를 때와 힘을 빼고 부를 때가 있어야 한다. 결국 우리가 기억하는 장면은 효녀 심청이 인당수에 빠지는 장면과 심봉사가 눈을 뜨는 장면일 것이다. 나머지는 힘 빼고 부르는 소리일 뿐이다. 그런데 고갱이 부분과 언저리 부분 간 경계가 너무 뚜렷하면 긴장감을 잃게 된다. 글솜씨가 없는 작가가 쓴 글은 " 고갱이(30쪽) " 와 " 언저리(270쪽) " 를 구분하기 쉽기에 " 언저리 " 가 잔소리처럼 느껴져 지루함을 느끼게 된다. 반면 솜씨 좋은 작가'는 " 언저리 " 를 " 고갱이 " 처럼 꾸밀 줄 안다. 그래서 독자는 구분하기가 힘들다.  왠지 이 부분은 중요한 장면 같아서 괄약근에 힘 꽉 주지만 다 읽고 나면 " 이 산이 그 산이 아닌가벼..... " 가 된다. 

 

( 개인적 취향을 고려해서 ) 나름 독서에 대한 정의를 내리자면 독자가 속으면 속을수록 독서는 즐거워진다. 별것 아닌 것을 별것으로 만드는 힘'이 곧 솜씨'다. 결국 좋은 작가는 고갱이'를 잘 꾸미는 사람이 아니라 언저리'를 잘 꾸미는 사람이다. 그런 면에서 좋은 작가와 좋은 투수는 닮은 구석이 있다.   좋은 투수는 스트라이크'를 잘 던지는 투수가 아니라 볼을 스트라이크처럼 던질 줄 아는 투수'다.  다시 말해서 볼을 잘 던지는 자가 좋은 투수다.  타자 대부분이 헛 스윙을 하거나 땅볼   혹은 뜬볼'    로 물러나는 주요 원인은 스트라이크처럼 보이는 볼'에 방망이를 휘둘렀기 때문이다. 여기서 스트라이크는 고갱이'이고 볼은 언저리'다. 스티븐 킹'이 이 짓'을 아주 잘한다.

 

킹이 1000페이지'가 넘는 소설을 2년에 3편 정도 쏟아낼 수 있는 이유는 스트라이크에 가까운 볼'을 능수능란하게 던진다는 데 있다. 힘을 빼고 가볍게 볼을 툭 던져도 독자가 알아서 헛 스윙을 하니 팔이 빠지도록 공을 세게 던질 필요가 없는 것이다. 스티븐 킹은 이 힘을 비축해서 소설을 쓴다. << 대한민국 치킨전 >> 을 쓴 사회학자 정은정은 제법 언저리를 능청스럽게 고갱이처럼 꾸밀 줄 아는 작가'다. 그녀는 자칫 딱딱하고 무겁게 느껴질 만한 사회학 서적을 말랑말랑한 말투로 가볍게 쓸 수 있는 재능을 가진 작가'다. 비문학 분야의 김애란'이라고 할까 ? 내가 좋아하는 탐사 르포 작가 매리 로취를 떠올리게 만든다.   정은정은 " 가난한 시절에 먹던 음식은 힘이 세다 ( 27쪽 ) " 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 맛집 탐방 > 인터뷰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말이 옛날, 시골, 없이 살던 시절, 형제간 젓가락질 싸움, 어머니 손맛 따위라는 점만 보아도 그렇다. 맛을 지배하는 것은 황홀한 레시피'가 아니라 추억'이다.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옛날 어머니 손맛'은 팔 할이 미원과 다시다'가 만든 합작품인지도 모른다. 이제 더 이상 후라이드 치킨은 아빠 월급날이 되어야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다.  IMF 이후 치킨집 창업은 우후죽순 늘어났다.  정은정은 바로 그 점을 파고든다. 봉급자 생활을 하던 노동자들이 직장에서 쫓겨나자 퇴직금을 털어 자영업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만만한 게 < 닭 > 이었다. 한 집 건너 치킨집'이 들어섰다. 결과는 필패'다.  7만 4천여 개 점포 중 5만여 개 문을 닫고,

 

살아 남은 쪽도 목구멍이 포도청이기는 마찬가지'다. 멀리 볼 것 없다. 내가 사는 동네를 살펴보아도 답은 나온다. 브랜드를 달지 않고 창업한 개인은 망하기 십상이고, 프렌차이즈 가게'라 해도 사정은 비슷하다.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이런저런 명목으로 거둬들이는 돈이 크기 때문이다. 공산품 팔다 망한 가게 사장은 이 울분을 " 사장이 미쳤어요 ! " 라는 대자보를 걸어둔 채 떨이'로 물건을 팔며 신세 한탄이라도 한다지만,  동네 영세 치킨집은 그런 소리조차 지르지 못한다. 그냥 소리 소문 없이 가게 문을 내릴 뿐이다. 대한민국은 치킨 공화국이 되었으나 치킨 때문에 행복한 이는 그리 많지 않다.  뱃살을 걱정해야 하는 아가씨도, 싸장님'으로 살아가는 가게 주인도,  닭을 키우는 양계 농장 주인도,

 

앉아 있을 공간조차 없어서 서서 죽음을 기다려야 하는 사육장 닭도, 쇼바 올린 오도방(오토바이)을 타고 눈 오는  혹은 비 오는   거리를 미친듯이 달려야 하는 배달의 기수' 도 결국 남는 것은 피멍'이다. 승자는 오직 닭과 결탁한 소수 거대 자본 권력'뿐이다. 봄날은 가고 복날은 온다. 이제 대한민국은 닭집과 제 살 발라 먹고 남은, 닭뼈 같은 앙상한 십자가만 우후죽순 늘어난다. 불타는 금요일, 우리는 닭집에 앉아 " 오백 둘에 반반 무 많이 ! " 를 외치고,  청와대는 닭이 안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 그네 아버지 이름은 " 다카기 마사오 " 였는데 어느 순간 내 귀에는 " 닭코기 맛시오 " 로 들린다. 어느 보수 단체가 김영오 씨 단식 투쟁을 비아냥거리는 쇼를 펼치고 있다. 

 

말 그대로 " 닭다리 잡고 삐약삐약 ~ " 하는 퍼포먼스'다. 그 유래가 궁금해서 찾아보았으나 아무도 그 뜻을 모른다. 닭다리를 잡았다는 표현은 손으로 다리를 잡았다는 소리일까, 아니면 닭을 잡아먹고 나서 병아리 흉내를 낸다는 소리일까 ? 동화 << 빨간 모자 >> 가 생각난다.  빨간 모자를 쓴 소녀를 잡아먹은 늑대가 빨간 모자 소녀 흉내를 내며 호시탐탐 할머니마저 잡아먹을 궁리만 하는 ! 하여튼 포악한 포획꾼이 연상된다.  이 퍼포먼스에는 고통에 대한 최소한의 < 예의도 >  없다. 그리고 그 고통에 공감하는 < 여의도 > 정치가 실종된 지도 오래'다. 식물 국회'라는 말은 적절한 표현은 아닌 것 같다. 차라리 동물 국회'라는 표현이 적절한 표현 같다.

 

그래도 마지막은 희망을 이야기해야 겠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라고 절망하기에는 좋은 세월이다. 더운 복날이 지나면 따스한 봄날이 온다, 언젠가는 ! 그런 날이 올 것 같지는 않다만......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27)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14-08-30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유, 제가 야구를 볼 줄 알았다면 님의 저 말을 확실히 알아 들었을 텐데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은 님의 말씀이 왠지 굉장히 의미심장하게 들립니다.
우리의 킹 형님은 역시 킹왕짱이로군요!

맨 밑의 저 사진은 전후 사정은 모르겠으나 딱 사진만 봐서
저걸 두고 닭다리 잡고 삐약삐약은 아닐런지...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4-08-30 13:55   좋아요 0 | URL
제 문장에 의미심장이 어디 있습니까 ! ㅎㅎ.
야구를 차츰차음 배워보세요. 무진장 재미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뭐.... 단식을 조롱하기 위해서 저런 것 아니겠습니까.
단식하면서 몰래 먹었지 ? 뭐.. 이런 퍼포먼스 같습니다.

ㄴㄴ 2014-08-30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실패에 대한 두려움, 정확히 짚으셨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8-30 14:08   좋아요 0 | URL
왜 어릴 때는 어른이 정한 책을 읽으라고 강요하잖아요. 뭐 위대한 책 100권 고전 이런 거..
이게 어린 나이에 재미있겠습니까. 몇 번 질리면 아예 안 읽게 되요.
어릴 땐 무조건 아이들에 재미있어야하는 거 읽게 해야 합니다. 무슨 중학생에게
천로역정'' 이런 거 읽게 합니까. 참고로 제가 중1때 읽어야 할 책이 천로역정이었습니다.

행인 2014-08-30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폭식투쟁이라고 있더군요. 단식투쟁에 반발하여 지들끼리 모여서 이것저것 처먹는...

아무나 인간에 대한 예의를 아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지성이 수반되어야 하는 거죠. 세월호 유가족과 김영오씨 투쟁을 조롱하는 사람들을 보면 인간이 아니라 짐승 같습니다. 원시적인 짐승 상태 그대로인 것 같아요.. 측은하죠.

곰곰생각하는발 2014-08-30 21:48   좋아요 0 | URL
보수대학단체가 폭식투쟁을 한다고 하더군요. 조롱도 표현의 한 가지 방식이기는 하지만, 적어도 이건 목숨을 건 투쟁 아니었습니까. 이걸 가지고 상대적으로 희화화한다는 건 도저히 용납될 수 없지 않겠습니까....

행인 2014-08-30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독서는 일차적으로 재밌어야 하죠. 애들 책 읽게 하려면 재밌는 책을 권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저 같으면 스티븐 킹, 박민규, 김영하 같은 소설가들을 권할 것 같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8-30 21:50   좋아요 0 | URL
중학생들에게 킹 읽으라 하면 무지 잘 읽을 거임... 박민규도 한몫 하겠네요. 김영하도.. 김영하도 정말 잘 읽히는 글빨을 가졌으니깐 말이죠. 애들에게 만날 등신불이나 뭐.. 그런 고전만 읽으리 하니 질리는 거임....
올 추석에는 집에 내려가시겠군요...

행인 2014-08-31 20:11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올 추석에는'이란 말이 저는 무슨 뜻인지 모르겠습니다..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4-09-01 10:53   좋아요 0 | URL
올 추석에도''' 라고 적어야 하는데 올 추석에는''이라고 적었군요. 역시 한국말은 한끝발 같습니다.

VedaKIM 2014-08-31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문입니다. 좋은 글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9-01 10:53   좋아요 0 | URL
잊혀질 만하면 찾아오시는군요.. 반갑습니다. 베다 님 !! 베다 님, 알라디너였군요 ?

samadhi(眞我) 2014-08-31 1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반부의 글을 읽고 저도 투수들의 스트라이크, 볼 비율 생각했어요. 류현진이 정말 대단하고 멋지지만 여전히 저는 우리 석민이가 살아났으면 하고 바랍니다. 올해는 마이너에서 몸 좀 키우고 내년엔 반드시 메이저에서 "보란듯이" 제 실력을 보여주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책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 사람들에게 아주 재미있는 책으로만 골라줍니다. 출발은 박민규,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죠. 이 책을 한때 지마켓에서 3900원에 아주 싸게 팔았어요. 그때 엄청 사재기를 해서 쟁여두고 사람들에게 선물했죠. 야구를 잘 모르는 사람도 실컷 웃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저는 박경리,『토지』가 그렇게 재미가 없습디다. 21권짜리를 끝까지 읽느라 욕봤습니다. 중학교 때 읽은 박경리,『김약국의 딸들』은 무척 재미있었는데(물론 그 책도 더 나이들어 읽었다면 별로 좋아하지 않았겠지만요.)
그래서 언젠가 한번 꼭 통영에 가야지 했거든요. 드디어 이번 여름휴가에 다녀왔지요. 하필 태풍주의보 때문에 통영근해의 섬에도 들어가려던 계획이 물거품 됐지만요.

행인 2014-08-31 20:17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박민규의 책으로 독서에 재미붙히는 사람 은근히 많을 것 같습니다... 저도 삼미로 시작했었네요. ㅎㅎ

samadhi(眞我) 2014-08-31 23:30   좋아요 0 | URL
네. 재미로 보면 최고가 아닐까 생각돼요. 박민규의 그 책이. 책 읽으면서 제일 많이 웃었어요. 그 책을 권해줬더니, 제가 권해주는 책만 읽는 선배는, "너무 웃겨서 웃느라 눈물난 적 처음"이라고 하더라구요. 김영하 책은 단편만 권해주구요. 김영하 단편은 흡입력이 엄청나죠. 그리고 할레이드 호세이니,『연을 쫓는 아이』같은 책들로 나아가지요. 어느 정도 독서에 맛을 들이면 본격적으로 생각할 만한 책들을 권하기 시작하구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9-01 10:55   좋아요 0 | URL
생각해 보니, 저도다시 한국 소설을 읽기 시작한 계기가 하고 엿던 것 같군요. 그중 삼미는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더군다나 야구를 좋아하다 보니 더더더더욱더 말이죠.
전 여전히 삼미'가 최고 걸작이라는 데 의심하지 않습니다. 저도 사람들 만나면 만만한게
삼미'여서 이 책 정말 많이 선물했습니다.

엄동 2014-09-02 13:50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죽은왕녀를위한파반느"도 삼미"만큼이나 재미있게 봤어요

쨘하고 찡하고 쿵했어요 맘이

압수하고픈 표현들도 수두룩했고요

rendevous 2014-09-01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삼미 선물한 적 있습니다 ㅎㅎ 그걸로 친구가 소설에 재미 붙인 것 같아 보이지 않았지만... 한 권이라도 읽었다는데, 그 한 권이 박민규의 삼미라는데 위안을...

rendevous 2014-09-01 17:32   좋아요 0 | URL
황교익 님 블로그에 덧글 보니 보수단체 닭다리 뜯기 퍼포먼스,는 개뿔 쌩쑈는 김장훈 씨가 단식 4일 째 닭다리 2개 먹고 배탈난 것을 비아냥거리기 위한 짓이라고 하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9-01 18:41   좋아요 0 | URL
글구 보면 삼미'는 일종의 컬트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런 열광이 흔하지 않거든요.
삼미'는 나같은 비문학 독자도 열광하게 만들었으니 말입니다.
제가 가장 많이 선물한 책은 칼의노래하고 삼미'네요. 칼의노래가 조금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김자운 씨 단식 4일째 닭다리 뜯었군요..ㅋㅋㅋㅋ
단식하면 마음대로 음식 먹으면 위험합니다. 내 어머님도 2일 단식 기도 하고 나면
반드시 죽을 쒀서 소식으로 3,4끼 때우다 가 정상적으로 먹곤 하거든요...



rendevous 2014-09-02 13:49   좋아요 0 | URL
컬트... 조리스 카를 위스망스의 거꾸로란 책을 중고서점에서 산 적 있는데 문득 펼쳐보고 싶어집니다 ㅎㅎ

2014-09-02 10: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9-02 11: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해피바이러승 2014-09-06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청와대는 닭이 안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 그네 아버지 이름은 " 다카기 마사오 " 였는데 어느 순간 내 귀에는 " 닭코기 맛시오 " 로 들린다. 어느 보수 단체가 김영오 씨 단식 투쟁을 비아냥거리는 쇼를 펼치고 있다.

멋진 글 같습니다..ㅎㅎㅎ닭다리..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4-09-07 15:02   좋아요 0 | URL
하여튼 닥이 지배하는 세상이 왔습니다.
어느 누구나 원하지 않는, 그런 사회 말입니다.

lmicah 2014-09-06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영감탱구들!!! 닭다리뼈나 목에 걸리시기를!!!!
곰곰발님은 독자(?), 블로그에 방문하는 사람들을 속이는(?) 능력이 출중하신 분!! 오랜만에 들어왔는데 한참 웃다 가네요ㅎㅎ
저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글의재미'인데요. 쉽지 않아요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4-09-07 15:01   좋아요 0 | URL
사람들이 종종 저를 사기꾼이라고 합니다.
저런 영감탱이를 보면 정말.....
혹여 내 부모가 저렇게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잠시 고민했습니다.
 
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지음 / 창비 / 201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김애란과 우사인 볼트  :

 

 

 

 

 

 

오래달리기'에는 자신이 있었다. 마라톤에 도전할 실력은 아니었지만 중, 고교 체력장 종목에서 그나마 자신있는 종목이 오래달리기'였다. 스무 명 남짓 무리를 지어 달리면 항상 3등 안으로 들어오곤 했으니 말이다. 반면 백미터 달리기 기록은 형편없었다. 내 인생에서 100m  최고 공식 기록은 13초 F 이었으나 사실은 기록관이 1초 정도 앞당겨서 누른 결과였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왜냐하면 평소 체력장 시험에 대비한다고 방과 후 친구들과 함께 체력 연습을 하고는 했는데, 당시 내 최고 기록은 14초 언저리'였기 때문이었다. 시바, 백미터 달리기' 하니 갑자기 초등학교 때 악몽이 생각난다. 초등학교 때 전학을 6번이나 가다 보니 주로 3학년에서 6학년 사이에 집중되었다.

 

한 학년에 두 번은 전학을 간 꼴이다. 그러다 보니 친구를 사귈 기회가 없었다. 그때 나는 영화 << 헐크 >> 에 나오는 과학자 브루스 배너 씨와 같은 신세'였다. 또래와 친해질 만하면 교실을 떠나야 하는 외톨이요, 떠돌이였다는 소리'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당시 어머니의 직업은 " 복부인 " 이었다. 아파트를 사고 팔고, 사고 팔고, 사고 팔고 해서 이윤을 남겼다. 아버지는 예술한답시고 붓이나 들고 있었으니 돈은 어머니가 벌어야 했다. 그 과정에서 나는 이곳저곳 전학을 갔다.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으나 부동산 투기에 따른 엄청난 세금 폭탄을 피하기 위해 법이 정한 최소 기간을 그곳에 거주해야 했다. 내가 여섯 번째 전학을 갔던 날은 공교롭게도 100미터 달리기 시합이 있는 날이었다.

 

먼저 남학생부터 시작했다. 둘이 한 조가 되어서 달리기를 하다 보니 마지막에 남은 나는 혼자 달려야 했다.  다들 아시다시피 달리기란 훌륭한 " 페이스메이커 " 가 있어야 하는 법 ! 나는 담임 샘의 배려로   나중에는 이 배려가 지옥이 되었지만   여학생 경기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여학생 인원도 홀수여서 나는 그 여자애와 달려야 했다. 세기의 성 대결이라고 할까 ?  내 페이스메이커는 키가 크고 깡마른 여자애였다. 똥줄이 탔다. 경기에서 이기면 당연한 거고, 지면...      한순간에 좆되는 경우'였다. 가뜩이나 새로 전입 온 " 신삥 " 이라, 아이들은 나를 예의주시했다. 눈이 반짝반짝거렸다. 밤하늘에 떠 있는 SK 다기능 시리얼넘버 K-0983 인공위성처럼 !

 

좋게 말하면 호기심이고 나쁘게 말하면 구경거리'였다. 질 수 없는 경기, 나는 하니처럼 괄약근에 힘을 주며 운동화 끈을 꽉 묶었다. 결과는 무참했다. 소녀는 정말 무섭게 달렸다. 나는 여자애 꽁지'를 보며 열심히 달렸으나 소녀는 멀어져간 사람이었다.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을...... 아, 아아아아. 이 경기를 지켜보던 여자는 " 와와 " 했고, 남자는 " 우우 " 했다. 나는 여자와 달려서 진 남자가 되었다. 긴 말 하지 않으련다. 김훈처럼 짧은 단문으로 그때 심정을 여기에 남긴다.

 

울었다 ! 

 

서열은 간단하게 정리되었다. 나는 서열 꼴찌'였고, 아이들은 내 이름 대신 " 여자에게 달리기 진 애 " 혹은 " 남자 망신 " 이 되었다. 다시 한번, 김훈의 건조한 문체를 빌려 내 심정을 말하리라.      울었다 ! x 2.  그나마 위안을 주는 것은 1000m 오래달리기였다. 백미터에서는 꼴찌였으나 오래달리기는 항상 3등 안이었으니 말이다. 내가 백미터와 오래달리기'에 대해 길게 말하는 이유는 마이클 존슨'이라는 미국 육상 선수를 소개하는 데 있다. 2008년, 우사인 볼트는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때 마이클 존슨이 세운 200m 기록을 깨고 새로운 세계신기록을 작성한다. 사람들은 우사인 볼트를 가장 위대한 달리기 선수'라고 생각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내  판단 기준에 의하면  :  마이클 존슨 선수는 우사인 볼트보다 뛰어나다. 마이클 존슨 기록을 깨고 우승한 우사인 볼트'보다 마이클 존슨이 뛰어난 선수라고 ?! 100미터 달리기 우승을 한 선수가 200미터 달리기 경기'도 우승하는 경우는 흔하다. 우사인 볼트 또한 한 경기에서 동시에 100미터와 200미터 우승을 여러 번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400미터 경기'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뜀박질 천재라는 우사인 볼트'라고 해도 400미터 경기까지는 우승하지는 못했다.   우사인 볼트가 400m 계주에서 우승한 적은 많다. 400미터 계주 우승과 400미터 우승은 다르다.   지금까지 한 경기에서 100m 우승자가 동시에 400m도 우승한 경우는 없다. 왜 그럴까 ? 

 

100m 200m 포함 는 단거리 종목에 속하고 400m 는 중거리 종목에 속한다. 이 차이는 주법, 체력 안배, 경기 기술면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  단거리는 빠른 스피드와 스퍼트'가 필요하지만 중거리는 일정한 스피드와 지구력이 필요한 경기다. 사소한 차이 같지만 엄청난 차이'다. 그때 그때 다른 주법'으로 달리면 문제는 간단히 해결되겠지만 몸에 익힌 습관을 하루아침에 바꾼다는 게 쉬운 게 아니다. 그래서 육상 관계자들은 단거리와 중거리를 동시에 석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단거리 200m와 중거리 400m에서 우승한 선수가 있다. 그렇다, 마이클 존슨'이다. 내가 이 선수를 높게 평가하는 이유'다.

 

추석 특집의 계절이 돌아왔다. 김애란 동명 소설을 영화로 만든 << 두근두근 내 인생 >> 이 개봉된다고 한다. 내가 이 책을 읽었을 때 떠오른 아름 부모 이미지는 잘빠진 하이틴 로맨스 순정 만화 그림체가 아니라 강풀 만화에 나오는 투박한 그림체 이미지'였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강동원과 송혜교가 아름이 부모'를 연기한다고 한다. 캐스팅을 보자마자 욕심이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절대가인과 절세가인'을 " 나 평범 " 이라고 우기는 것은 " 쫌 ! " 오버'다.   충무로에 오랫동안 떠도는 격언 중에 좋은 시나리오를 가지고 멍청난 영화를 만들 수는 있지만 나쁜 시나리오를 가지고 좋은 영화를 뽑아낼 수는 없다는 말이 있다.  

 

딱 잘라서 김애란 소설 << 두근두근 내 인생 >> 은 실패한 소설'이다. 김애란은 우사인 볼트가 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마이클 존슨은 되지 못했다. 100m 기록은 훌륭했지만 400m 기록은 형편없었다.  위에서도 지적했듯이 장편과 단편은 주법이 다르다. 단편만 쓰다가 처음 장편에 도전한 김애란은 단편을 쓰던 습관으로 장편에 도전했다가 죽도 밥도 아닌, 새가 되었다. < 명랑 > 이라는 코드가 김애란이 가지고 있는 무기'이기는 하지만 << 두근두근 내 인생 >>은 지나치게 명랑해서 대책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김애란이 가지고 있는 힘은 < 명랑 > 속에 숨겨진 < 맹랑 > 에 있다. 이 비율을 적절하게 섞을 때 빛이 난다. 말장난이 아니다.

 

이 소설에는 맹랑은 쏙 빠진 채 명랑'만 남았고, 사회적 거리는 제거된 채 낭만적 골목만 비췄다. 하지만 실패한 << 두근두근 내 인생 >> 만 가지고 섣불리 김애란을 평가할 수는 없다. 첫 번째 실수는 너그럽게 용서할 마음이 있다. 21초 ! 마이클 존슨이 고등학교 때 세운 200m 기록이다. 그가 10년 후 애틀랜타올림픽 때 세운 기록이 19.32였으니,  ( 10년간 ) 피나는 노력 끝에 단축한 시간은 불과 1.68초'였다. 일상 속에서 1.68초는 의미없는 시간처럼 보이지만 이 선수에게는 인생 목표였다. 내가 초등학교 때 여자애와 세기의 성 대결을 펼쳤을 때, 아마도 나는 그녀보다 1,2초 정도 늦게 결승선에 도달했을 것이다. 그때 그 애보다 내가 2초 더 빨리 달렸다면 인생이 달라졌을까 ? 모르는 일이다.

 

남자는 반창회를 할 나이가 되고 여자는 반상회에 참석할 나이가 되었을 때, 동창회에서 그 친구를 만난 적 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누군가 그때 일을 기억했다. 여기저기서 와와, 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호기롭게 그녀에게 달리기 시합을 제안했다. 술김에 우리는 근처 운동장으로 가서 달리기 시합을 했다 -  라는 서사는 농담이다. 헤헤. 됐고 !

 

<< 두근두근 내 인생 >> 을 200m 기록으로 치환하자면 21초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10년 후를 기대하겠다.

 

 

 


댓글(26)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ㅍㄹ 2014-08-27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얼마나 공들여 쓰셨길래 같은 글을 네 편이나 올리셨나 해서 달려왔습니다.
훈련소에서 3km 달리기 250명 중 43등 했던 기억이 나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7 11:24   좋아요 0 | URL
알라딘 자꾸 에러가 나네요. 이거 네이버 사용하다가 알라딘 사용하면 속터지는 부분이 이씀....
43등이면 뭐... 준수하시네요....

마립간 2014-08-27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제일 좋아하는 육상종목이 400m 달리기입니다. 육상경기가 있을 때마다 기록을 스크랩하기도 했죠.

좋아하는 이유는 곰곰발님이 이야기하신 바와 같습니다. 100m 달리기와 같은 폭발적인 힘을 40초 넘게 지속해야 하기 때문이죠.

저도 100m 달리기는 반에서 꼴찌였을 것입니다. 어쩌면 전교 꼴찌? 하여튼 함께 달리기한 사람 중에서는 꼴지였습니다. 그런데, 거리가 늘어나면서 등수가 올라갑니다. 1000m 정도가 되면 반에서 2~3등 하죠. 이보다 더 긴 거리는 군대에서 뛰었는데, 200명이 조금 넘는 참가자 중 2등^^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7 12:04   좋아요 0 | URL
오호 !!!!!!!!!!!!! 역시 ~
육상 경기에서 가장 힘든 경기가 400미터라고 하죠 ? 말씀하신대로 최고 주력으로 400미터를 질주해야 합니다. 이게 정말 힘들다고 하더군요. 400미터 재미있습니다.

저와 비슷하네요. 저도 100미터는 늘 꼴찌였는데 1000미터 하면 나름 상위권이었습니다.

엄동 2014-08-27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단거리와 장거리는 다르죠 엄연히.

전 학교때 달리기는 쥐약이었어요, 특히 단거리.
게다가 한창 성장기에 나일론 소재의 붙는 체육복은 정말
신경이 이만저만 쓰이는게 아녔어요

ㅋㅋ 그런데 다 자라서 마라톤에 취미를 붙일 줄이야
아이러니하네요


아.
저역시 명랑소녀 김애란의 단편들을 2프로 부족한 장편보다 훨 사랑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7 15:22   좋아요 0 | URL
김애란 단편집은 정말 걸작이죠. 반면 장편은 정말 실망스러웠습니다.
저도 여학생 반에 체육하면 반 창문으로 뛰노는 여학생들 보고는 했죠. ㅎㅎㅎ.

됐고 ! 풀코스 뛰어보신 적 있습니까 ?

엄동 2014-08-27 15:32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아니요 아직은 하프까지만요.

11월9일 중앙마라톤 풀로 도전합니다!

어쩌다 보니 출사표가 ㅋ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7 15:38   좋아요 0 | URL
오호, 이런 빠른 댓글이라니....
제가 프로필 사진 바꾸는 동안 댓글을 달다니 엄동 님스럽지 않군요.
이야, 정말 마라톤 풀코스 이거... 도전할 엄두도 안나던데..
전 주로 그냥 동네 천변에 있는 산책길 ( 일일이 거리 측정에 바닥에 적혀 있어서 몇 키로 달렸는지 알 수 있는 ) 만 뛰어서... 한 8킬로 달려봤나요. 죽을 맛이더군요....

엄동 2014-08-27 16:27   좋아요 0 | URL
며칠 스킵한 글들 읽느라 ㅋㅋ

그나저나
그렇게 귀여운 프로필 사진이라니.
곰발님스럽지 않군요.

9월부터 계획세워 꾸준히 달려보려구요.
준비없는 풀코슨.
달리기 자체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회의적이 될 수 있다고 하더라구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7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photofunia.com 들어가면 포토샵 해주는데 은근 재미있씁니다.
한번 해보세요.


그럼요. 풀코스는 정말 계획 세워서 차근차근 몸을 만들어야 한다고 하더군요.

풀무 2014-08-27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초딩땐 여자애들이 발육도 빨라서 힘도 센 경우 종종 있는데 뭘 그리 놀림을..

저도 초등 3,4,5학년 때의 굴욕을 아직 또렷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달리기가 아니라 팔씨름 지거나 혹은 일방적으로 맞고 운 기억이라는..
얼마나 처참했던지 아직도 그녀들 이름까지 잊지 못합니다.
최서미, 신재은, 차승희! 혹시 알라딘에서 기웃거리다 이글 보면 나와랏! 지금은 안진다! (읭)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8 12:49   좋아요 0 | URL
팔씨름에서 지다니...
왜 그때는 누구누구랑 사귄대요.. 라고 하면
억울해서 울고 그러지 않았습니까.
하여튼 묘한 경쟁관계가 있었습니다.
또렷이 기억하는데 제가 5학년 2학기였을 때입니다.

라로 2014-08-28 0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체력장 할 때 선생님이 제가 도착하면 눈을 부라리시면서
"너는 발자국 세면서 오냐?"그랬던 치욕의 시절이;;;;;;
암튼 멋쟁이 곰발님~~~.^^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8 12:48   좋아요 0 | URL
발자국...ㅎㅎㅎㅎ 어지간히 느리셨군요.. ㅎㅎ.
참.. 요즘은 체력장이 없어졌다고 하더군요 !
미국도 체력장 이런 거 없나요 ?

라로 2014-08-28 0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어째 강동원은 늙지를 않은 듯,,,내 또래 아니었니????ㅎㅎㅎ 넘 오래 봐 왔는데 그 모습 그대로,,,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8 12:47   좋아요 0 | URL
저도 강동원 ㅋㅋㅋ. 이 양반 나이가 꽤 될 텐데, 변한 게 없는 거 같습니다.
저 이 사람 무명일 때 드라마 스페셜 비슷한 거에서 연기한 거 봤는데
이리 성공할 줄은 몰랐씁니다.

라로 2014-08-30 04:30   좋아요 0 | URL
왜 곰발님께 반말을?ㅋㅎㅎㅎ 오타입니다용~~~~.꾸벅(물론 제가 나이가 훨 많을지언정~~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4-08-30 11:00   좋아요 0 | URL
아롬 님 소심하시기는...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봄밤 2014-08-28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근두근 내인생을 읽지 않아서 또 계속 읽지 않게 됩니다. ㅎㅎ김애란에 대한 애정이 돋보여요. '실패'에 불구하고 다음을 두근두근 기다리는 모습이요. +_+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8 12:46   좋아요 0 | URL
굳이 읽으실 필요는 없다고 생각됩니다. ㅎㅎ
하지만 기본은 하는 김애란이기에...
다음 작품으로나온 비행운은 좋습니다.

stella.K 2014-08-28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래 전 이 작품 읽고 리뷰를 쓴 적이 있죠.
당시 하도 두근두근 하길래 기대를 갖고 읽다 작살났습니다.
억울해 리뷰에서 벗겨줬더니 하필 또 그달의 리뷰로 선정돼 적립금을 챙겼었죠.
전 김애란이 단편을 어떻게 쓰는지 모르겠지만 이 작품 잘 썼다고 하는 게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더군요.
적어도 주인공을 18세로 잡으면 탈출해서 여자애와 어설픈 하룻밤이라도 지냈다면
용서해 주겠는데 고작 소주팩 빨고 있다는 게 용서가 안 되더라구요.
물론 내가 좋아하는 소설을 모든 사람이 좋아할 수 없고,
내가 싫어하는 소설을 모든 사람이 싫어하길 바라는 건 아니지만
남들이 좋다고 하니까 나도 좋다는 식은 좀 아닌 것 같은데
책 좋다는 것도 집단심리가 작용하는 건 아닌가? 뭐 그런 생각도 들더군요.
어쨌든 저랑 생각이 비슷하신 것 같아 그동안 유령으로 있다 오늘은 쑥스를 무릎쓰고 댓글을 남겼습니다.
시크하게 쓰시는 글이 맘에 듭니다.ㅋ

근데 시나리오를 두고 한 정설이 맞긴한데 소설 원작을 영화로 만든 건 쫌 다르더라구요.
그래서 영화는 소설 보다 좀 낫지 않을까 그런 기대도 없지 않는데
일단 강동원과 송혜교는 먹어주니까...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8 12:45   좋아요 0 | URL
저도 이 책 예약 판매할 때 사서 바로 읽었습니다.
독자들이야 그렇다고 해도
평론가들과 소설가들이 쏟아낸 극찬은 도저히 이해가 안 가더군요.
궁핍한 작가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주례사 비평 한 줄은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그래도 다섯손가락 안에 뽑히는 작가에게
주례사 남발한다는 게 이해가 안 갔습니다.
이 소설은 누가봐도실패한 서사죠.
지나치게 착한 소설 쓰려다고 좆됐죠....

참... 리뷰 잘 읽었습니다. 두근두근 리뷰 중 가장 좋습니다.

수다맨 2014-08-29 0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회적 거리는 제거된 채 낭만적 골목만 비췄다, 아 정곡을 찌르네요.
이런 말을 정말 곰곰발님만이 쓰실 수 있는 표현이라 생각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9 11:23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제가 쓴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셨네요.
거리와 골목을 일부러 썼습니다. 거리는 당대에 대한 고민이 반영된 낱말이고 골목은 그저 단순히 명랑 만화 같은 허구로써 사용한 말입니다.

레베랑스 2014-08-31 0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김애란이라는 작가의 가능성을 볼 수 있었던 작품이라는 점에서 전 100점을 주고 싶어요.
작품 자체가 작가를 많이 닮았어요. 제 편견이겠지만요^^
중학생마저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읽기 편하는 점도 주목받기 좋은 요소의 하나였다고 생각해요.
전 그냥 부모의 마음으로 읽으니까 구절구절 아팠다..는 기억이 남아요.
송혜교가 너무 예뻐서 꼭 보려고 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8-31 11:16   좋아요 0 | URL
김애란 똑부러진 작가죠. 정도많을 것 같고, 사랑에 대한 정도 있는 것 같고 말이죠.
전 그냥 단편들이 더 좋더라고요. 저야말로 김애란 팬입니다.
김애란 리뷰만 벌써 몇 번째입니까.... ㅎㅎㅎㅎㅎ
비행운'이란 단편집 끝내주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