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뉴스의 시대]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뉴스의 시대 - 뉴스에 대해 우리가 알아야 할 모든 것
알랭 드 보통 지음, 최민우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뉴스와 시댁 

 

 

보도 사진'을 꼼꼼하게 살피면 신문 기사를 읽지 않아도 그 신문사가 지향하는 목소리를 대충 읽을 수 있다. 동일한 보도 내용을 다룬다고 해도 박근혜 정권에 우호적인 신문사는 " 쁘리티 " 한 박근혜 사진을 뽑아 대문에 걸고, 박근혜 정권에 비판적인 신문사는 " 찌뿌둥 " 한 박근혜 사진을 뽑아 건다박근혜 대신 노무현'이라는 단어를 대입해도 된다   신문사가 이따위 꼼수'를 쓰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 이미지 > 는 < 텍스트 > 보다 강하다. 권투'에서 < 잽 jab > 은 상대 선수를 K.O 시키기 위해 던지는 주먹'이 아니다. 어퍼컷이라면 모를까, 가볍게 툭툭 던지는 주먹(잽)에 나자빠지는 선수는 없다. 하지만 우습게 보다가는 큰코다친다는 법.  가볍게 툭툭 던지는 주먹에 자주 맞다 보면 결국에는 쓰러지고 만다.

 

< 이미지 > 는 < 잽 > 과 유사한 효과가 있다. 찌뿌둥한 사진에 자주 노출되다 보면 결국에는 해맑게 웃어도 찌뿌둥하게 웃는 것처럼 보인다. 이미지뿐만 아니라 단어를 선택하는 과정'도 언론사 입맛'에 맞는 쪽으로 흐른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분쟁'이 좋은 예이다. 한국 언론은 < 교전 > 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 학살 > 이다.  툭 까놓고 말해서 : 뉴스는 사실 그대로를 전달한다기보다는 왜곡 과정을 거친 결과물'이다.  뉴스는 공정한 사실 보도를 전하는 게 아니라 가재미 눈깔'처럼 한쪽으로 쏠린 편향을 내보내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뉴스를 보는 눈이 아니라 뉴스를 읽고 해석하는 능력에 있다. 새로운 사실은 아니다.

 

여기까지는 글 깨나 쓴다는 양반들이 내놓는 해석이니 말이다. 신간 << 뉴스의 시대 >> 도 이 비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저자 알랭 드 보통이 보기에 현대인은 뉴스에 중독된 상태'다. 현대인은 아침, 점심, 저녁으로 토끼 귀와 매 눈 그리고 하이에나 발이 되어서 뉴스를 쫓는다.  뉴스 수용자는 그저 " 넋이 나간 채 " 뉴스를 볼 뿐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뉴스도 상품이다. 그렇기에 소비자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한 별별 수작을 다 부린다. 두려움과 공포만큼 최소 투자로 최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도 없다. 공포 분위기를 강조할수록 중요한 사건이 된다. 그래서 뉴스는 별것 아닌 것에 대해서도 호들갑을 떨면서 지나친 확대 해석을 내린다. 광고 효과를 얻고자 하는 전략이다.

 

뉴스는 에이즈나 사스 따위를 중세 시대 페스트'와 동급으로 다루었지만 사스로 인해 죽은 사망자보다 감기로 인해 죽은 사망자가 더 많다는 사실은 편집 과정에서 삭제된다.  왜냐하면 그 사실이 알려지면 공포는 제거되고 시시한 것만 남기 때문이다. " 후까시 " 가 제거된 뉴스는 사정 후 쪼그라든 뭣 같은, 거품 빠진 미지근한 맥주'와 같다. 누가 시시한 상품에 눈길을 주겠는가 !  공포'는 섹스와 함께 가장 잘 팔리는 현대 상품이다. 뉴스는 그 점을 노린다. 알랭 드 보통도 그 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리스 비극에서 코러스 그리스 비극에 등장하는 합창대. 극 속에 수시로 개입하여 내용을 설명하거나 등장인물과 대화하는 등 작품의 중요 요소로 활약했다 는 수시로 사건에 개입하여 감정의 방향을 조정하고 등장인물의 행동에 풍부한 맥락을 부여했다. 코로스는 주인공이 어떤 죄를 저질렀건 간에 그에 대해 엄숙한 존경을 담아 표현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런 섬세함 덕에 << 오이디푸스 왕 >> 공연을 보며 불운한 중심인물들을 패배자나 정신병자로 치부하는 관객은 매우 드물었다.

- 221쪽

 

 

 

오늘날,  뉴스가 " 오이디푸스 " 와 유사한 사건을 보도한다면 어떻게 될까 ? 모든 사연은 생략된 채 자극적인 몇몇 사실만 나열되어 그를 악마로 만들었을 것이 분명하다. 내용이 잔인할수록 시선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세월호 사건을 다룰 때, 뉴스가 유병언에게 접근하는 방식'도 이와 같다. 유병언을 " 악마 " 로 만들면 만들수록 시청률은 높아지고 그만큼 돈이 되는 장사가 된다. 정작 잔인한 사이코패스는 사건 당사자가 아니라 언론이다. 뉴스에는 자비가 없다 !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얄밉다고 했던가. 뉴스를 생산하는 업자'와 시댁 식구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점은 자기 허물은 못 보면서 지적질은 졸라 한다는 점이다.

 

내 눈에는 << 뉴스의 시대 >> 라는 제목이 계속 << 뉴스와 시댁 >> 으로 읽힌다. 내가 까막눈이어서 그런가 ?!  알랭 드 보통은 뉴스의 홍수 속에서 알짜배기'를 고르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해법은 가르쳐주지 않는다. 각자 알아서 찾으라는 말투'다. 그런데 이 심드렁한 말투에 딱히 비판을 할 생각은 없다. 혼자서 찾아야 할 일이니까 ! 가을 장마' 가 끝나면 곧 추석' 이다.  그 생각만으로도 벌써부터 앓아눕는 이 있으리라. 시댁 식구가 감 놔라, 대추 놔라 ! 라고 잔소리하는  환청이 벌써부터 들린다. 그럴 때마다 주부들은 쏘아붙이고 싶다. " 너나 잘하세요 ! " 가끔 뉴스를 파는 업자들이 도덕군자처럼 범죄자를 훈계하는 꼴을 보면 가관이다. 며느리 마음을 알 것도 같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16)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rtour 2014-09-03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르주아가 문제가 아니라, 기득권을 잡은 그룹은 그 영역이 뭐든 갑질을 하며 알량한 권력이라도 쉽게 놓지 않으려 한다는 걸 경험으로 체득하게 해준 것이 조선의 시댁 문화죠. 뼈아픈 교훈. ㅋ

곰곰생각하는발 2014-09-03 16:38   좋아요 0 | URL
핵심을 찌르는 지적이군요. 맞습니다. 정말 무서운 권력은 보이지 않는 손이 아니라 알량한 권력 같습니다.

엄동 2014-09-03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왜곡 편파적 뉴스보도도 물론이지만
격한 제목으로 시선끌기도 뉴스가 광고"로 전락했다는 것의 반증이죠

인터넷 선정적 제목 집계 사이트, 충격 고로케를 아시나요?
꽤 골때립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9-03 17:27   좋아요 0 | URL
이 새끼들 늘 이런 문장을 뽑잖아요. 이럴수가, 충격, 일파만파....
막상 클릭하면 아무것도 아닌 ! 클릭수 유도하는 것인데
그래서 전 이런 제목을 단 글은 아예 클릭을 안 합니다.

서쪽섬 2014-09-03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인 견해로, 남자가 여자의 시댁 증후군에서 겪는 인격적 모멸감을 뼈저리게 대리 체험하는 가장 좋은(?) 확실한 방법은 장인 장모에게 갈굼을 당해보는 것. 그럼 아 내 색시는 울집에서 더했겠구나 막 와닿음요. 더 아껴주고 싶고 (읭)

(+) 오늘 글 무지 잼있게 읽었음돠..

곰곰생각하는발 2014-09-03 17:30   좋아요 0 | URL
그냥 명절이고 나발이고... 생일, 경조사, 명절 다 해서 서로 일년에 한번씩만 뵙는 문화가 형성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너무 자주 모이는 거 반갑지 않습니다.

마립간 2014-09-03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읽고 있는 책에서 기업은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와 닮았다고 하더군요. (저도 동감했습니다.) 언론사가 기업이죠.

시댁의 의미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직 생각 중) 예전에 시모와 며느리와 갈등이 주였다면 지금은 장모와 사위 갈등이 부상하고 있다고 하네요. 왜 갈등에서 시부와 장인은 빠졌을까요? (시부와 며느리 갈등도 있지만 빈도수와 강도를 볼 때, 친정 어머니, 딸의 갈등보다 적다고 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9-03 17:29   좋아요 1 | URL
제가 무리하게 시대와 시댁'이 말이 비슷하여 우격다짐으로 글에 넣다 보니 이런 불상사가 일어났습니다..ㅋㅋㅋㅋ 그런데 확실한 건 전 앵커들이 왜 클로징 멘트하잫습니까 ? 그때마다 훈계조로 말을 하는데 대중에 거기에 일희일비 하는 게 꽤 웃거디라고요 듣기 좋은 말은 얼마나 쉽습니까. 전 신경민이 클로징 멘트에서 독한 말을 쏟아부을 때 이 사람도 정치하겠구나,싶었습니다.

곰곰손 2014-09-03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진짜 공감동감동감!!

한국뿐이 아니라 여기도 마찬가지.
안그래도 여기 친구랑 매스컴에대해 얘기나눴는데ㅡ
매스컴은 공포, 불안, ㅡ을 이용해서 시청률을 높이고
정치권 기성세력은 이 분위기를 이용해서 여론을 그쪽으로 몰아가는 건데..

이게 참 거지같은 자본주의 세상에서
매스컴이랑 기성세력은 짝짝꿍하면 할수록 윈~윈~이라는.

근데 이건 진짜, 막을 방법이 없다.
세월호 사건, 같은 911테러 못지않은 사건이 일어나도
그래도 저씨발새끼들의 윈~윈~ 놀이에 여론이 끌려가자너~ ㅎㅎ

부끄럽지만 넘 절망적이고 충격적이라..
요즘 사회/정치 돌아가는 거에는 거리를 '껑충!'
두고있음..

참..

견디기 힘든 세상이 아무렇지도 않게
이미, 형성되어 있다... (또 절망...)

곰곰생각하는발 2014-09-04 10:57   좋아요 0 | URL
요즘 한국인은 뉴스 안 믿어. 나뿐만이 아니라 이명박근혜가 만들어놓은 좋은 세상'에 대한 각인 효과'라고나 할까 ? 어느 병신이 뉴스를 곧이곧대로믿냐....
난 신경민 앵커가 은퇴할 즈음 클로징 멘트로 정부를 강하게 질타할 때
속으로 국회의원하려고 하는구나, 생각했는데 역시나......

그냥 여건만 된다면 대한민국 뜨고 싶을 뿐이지.
누가 한국에서 애 낳고 공부 시키고 싶겠냐.

시바...

rendevous 2014-09-04 0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근에 읽은 쿤데라 소설에서 매스컴을 엄청 풍자했던데 그때에 비해 훨씬 심각해진 지금은... 어휴... 전 사실 두렵습니다. '놀라울 정도의' 성능을 가진 카메라를 장착한 사람들이 서로서로 감시하고, 그걸 SNS, 웹사이트에 올린 걸 바탕으로 빅데이터 이용해서 뭔가를 해먹을 누군가의 존재가 눈에 선연히 보여서... 유투브에서 콘서트 영상 볼 때 카메라 찍고 있는 모습 보면 답답해요... 시뮬라크르 - 이미지 도착/페티시즘... 좀만 싸움 일어나면 자동적으로 카메라 찍어서 웹에 올리고... 모텔에서 여관에서 나눴던 그들만의 대화도 누군가에 의해서 공개되고... 야만적이에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9-04 10:54   좋아요 0 | URL
조지우웰의 빅브라더 시대가 온 것 같습니다. 이제 댓글 이런 것도 조심해서 써야 합니다. 누가 압니까 ? 내가 10년 후 대통령 선거에 나올지? 에스엔에스에 올린 육두문자 하나에 비난 여론이 조성될지 아무도 모르죠...
언론이 자꾸 이런사소한 것을 부풀리면 답은 없습니다. 저도 왜 유명인 나타났다 하면 무조건 찍던데 그거 왜 찍는지 모르겠어요. 그냥 나 누구 거리에서 봤다.. 라고 하면 될 것을 굳이 찍어서 남기려는 이류를 모르겠습니다.

다크아이즈 2014-09-04 0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곰생각하는발 2014-09-04 10:50   좋아요 0 | URL
마음이 아프군요. 하고 싶은 말을 끝내 하지 못한....

다크아이즈 2014-09-04 0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무슨 조화?
댓글 열심히 써서 눌렀더니 '댓글이 없으니 댓글을 써서' 올리랍니다.
그러면서 저리 닉만 뜨네요. 알라딘 이상해여~~

곰곰생각하는발 2014-09-04 10:50   좋아요 0 | URL
이거 알라딘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해야 되는 거 아닙니까 ? 팜므 님 글자 수대로 천 원으로 계산해서 총 30만 원 정도 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 국정원만 개입하지 않으면 승산 있습니다.
 
[대한민국 치킨전]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대한민국 치킨전 - 백숙에서 치킨으로, 한국을 지배한 닭 이야기 따비 음식학 1
정은정 지음 / 따비 / 201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봄날은 가고 복날은 온다 !

 

 

 

사람들이 독서 행위'를 따분하게 생각하는 데에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실망이 반영된 결과'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책은 반드시 꼼꼼하게 읽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읽기 싫은 책을 억지로 읽으려다 결국에는 안 좋은 기억만 쌓이게 되고 고통스러운 경험만 하게 된다는 게 내 주장이올시다. 과연 모든 책을 꼼꼼하게 읽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 ?   황정민 버전 : " 독서는 고해야, 몰랐어 ? "   이 고약한 경험이 쌓일수록 책과는 점점 멀어지게 된다. 책이 재미없다면  : 망설이지 말고 바로 책을 덮거나 지루한 부분은 띄엄띄엄 읽어도 된다. 당당할 필요가 있다. 오히려 책을 더럽게 재미없게 쓴 작가를 욕해도 된다. 비록 그가 제임스 조이스나 버지니아 울프 혹은 피카소'라 해도 !   쫄지 마, 시바   

 

그들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니, 그들이 당신을 명예 훼손으로 고발하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는다.    혹자는 사자명예훼손죄 운운하던데 멍청한 녀석 !  제임스 조이스가 인간이지 사자'냐 ? 웬 사자 ?!  사바나 초원에서 죽은 사자에게 무슨 얼어죽을 명예훼손이냐.    설령 살아 있는 작가'라 해도 쫄 필요는 없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30페이지 정도만 잘 파악하면 나머지는 대충 흘려보내도 된다는 말이다. 책, 꼼꼼하게 읽을 필요 없다. 물론 독자들이 책을 꼼꼼하게 읽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 책은 그리 좋은 책이라 할 수 없다. 좋은 책만 읽어야 한다는 생각은 버리는 게 좋다.    툭 까놓고 말해서 : 책 한 권 분량이 평균 300페이지'라고 했을 때 작가가 하고 싶은 입장과 주장은 30페이지 분량 안에 집약되어 있다. 나머지는 잔소리에 가까운 언저리'다.

 

1시간짜리 < 창 > 을 모두 절창'으로만 구성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 힘을 주고 부를 때와 힘을 빼고 부를 때가 있어야 한다. 결국 우리가 기억하는 장면은 효녀 심청이 인당수에 빠지는 장면과 심봉사가 눈을 뜨는 장면일 것이다. 나머지는 힘 빼고 부르는 소리일 뿐이다. 그런데 고갱이 부분과 언저리 부분 간 경계가 너무 뚜렷하면 긴장감을 잃게 된다. 글솜씨가 없는 작가가 쓴 글은 " 고갱이(30쪽) " 와 " 언저리(270쪽) " 를 구분하기 쉽기에 " 언저리 " 가 잔소리처럼 느껴져 지루함을 느끼게 된다. 반면 솜씨 좋은 작가'는 " 언저리 " 를 " 고갱이 " 처럼 꾸밀 줄 안다. 그래서 독자는 구분하기가 힘들다.  왠지 이 부분은 중요한 장면 같아서 괄약근에 힘 꽉 주지만 다 읽고 나면 " 이 산이 그 산이 아닌가벼..... " 가 된다. 

 

( 개인적 취향을 고려해서 ) 나름 독서에 대한 정의를 내리자면 독자가 속으면 속을수록 독서는 즐거워진다. 별것 아닌 것을 별것으로 만드는 힘'이 곧 솜씨'다. 결국 좋은 작가는 고갱이'를 잘 꾸미는 사람이 아니라 언저리'를 잘 꾸미는 사람이다. 그런 면에서 좋은 작가와 좋은 투수는 닮은 구석이 있다.   좋은 투수는 스트라이크'를 잘 던지는 투수가 아니라 볼을 스트라이크처럼 던질 줄 아는 투수'다.  다시 말해서 볼을 잘 던지는 자가 좋은 투수다.  타자 대부분이 헛 스윙을 하거나 땅볼   혹은 뜬볼'    로 물러나는 주요 원인은 스트라이크처럼 보이는 볼'에 방망이를 휘둘렀기 때문이다. 여기서 스트라이크는 고갱이'이고 볼은 언저리'다. 스티븐 킹'이 이 짓'을 아주 잘한다.

 

킹이 1000페이지'가 넘는 소설을 2년에 3편 정도 쏟아낼 수 있는 이유는 스트라이크에 가까운 볼'을 능수능란하게 던진다는 데 있다. 힘을 빼고 가볍게 볼을 툭 던져도 독자가 알아서 헛 스윙을 하니 팔이 빠지도록 공을 세게 던질 필요가 없는 것이다. 스티븐 킹은 이 힘을 비축해서 소설을 쓴다. << 대한민국 치킨전 >> 을 쓴 사회학자 정은정은 제법 언저리를 능청스럽게 고갱이처럼 꾸밀 줄 아는 작가'다. 그녀는 자칫 딱딱하고 무겁게 느껴질 만한 사회학 서적을 말랑말랑한 말투로 가볍게 쓸 수 있는 재능을 가진 작가'다. 비문학 분야의 김애란'이라고 할까 ? 내가 좋아하는 탐사 르포 작가 매리 로취를 떠올리게 만든다.   정은정은 " 가난한 시절에 먹던 음식은 힘이 세다 ( 27쪽 ) " 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 맛집 탐방 > 인터뷰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말이 옛날, 시골, 없이 살던 시절, 형제간 젓가락질 싸움, 어머니 손맛 따위라는 점만 보아도 그렇다. 맛을 지배하는 것은 황홀한 레시피'가 아니라 추억'이다.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옛날 어머니 손맛'은 팔 할이 미원과 다시다'가 만든 합작품인지도 모른다. 이제 더 이상 후라이드 치킨은 아빠 월급날이 되어야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다.  IMF 이후 치킨집 창업은 우후죽순 늘어났다.  정은정은 바로 그 점을 파고든다. 봉급자 생활을 하던 노동자들이 직장에서 쫓겨나자 퇴직금을 털어 자영업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만만한 게 < 닭 > 이었다. 한 집 건너 치킨집'이 들어섰다. 결과는 필패'다.  7만 4천여 개 점포 중 5만여 개 문을 닫고,

 

살아 남은 쪽도 목구멍이 포도청이기는 마찬가지'다. 멀리 볼 것 없다. 내가 사는 동네를 살펴보아도 답은 나온다. 브랜드를 달지 않고 창업한 개인은 망하기 십상이고, 프렌차이즈 가게'라 해도 사정은 비슷하다.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이런저런 명목으로 거둬들이는 돈이 크기 때문이다. 공산품 팔다 망한 가게 사장은 이 울분을 " 사장이 미쳤어요 ! " 라는 대자보를 걸어둔 채 떨이'로 물건을 팔며 신세 한탄이라도 한다지만,  동네 영세 치킨집은 그런 소리조차 지르지 못한다. 그냥 소리 소문 없이 가게 문을 내릴 뿐이다. 대한민국은 치킨 공화국이 되었으나 치킨 때문에 행복한 이는 그리 많지 않다.  뱃살을 걱정해야 하는 아가씨도, 싸장님'으로 살아가는 가게 주인도,  닭을 키우는 양계 농장 주인도,

 

앉아 있을 공간조차 없어서 서서 죽음을 기다려야 하는 사육장 닭도, 쇼바 올린 오도방(오토바이)을 타고 눈 오는  혹은 비 오는   거리를 미친듯이 달려야 하는 배달의 기수' 도 결국 남는 것은 피멍'이다. 승자는 오직 닭과 결탁한 소수 거대 자본 권력'뿐이다. 봄날은 가고 복날은 온다. 이제 대한민국은 닭집과 제 살 발라 먹고 남은, 닭뼈 같은 앙상한 십자가만 우후죽순 늘어난다. 불타는 금요일, 우리는 닭집에 앉아 " 오백 둘에 반반 무 많이 ! " 를 외치고,  청와대는 닭이 안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 그네 아버지 이름은 " 다카기 마사오 " 였는데 어느 순간 내 귀에는 " 닭코기 맛시오 " 로 들린다. 어느 보수 단체가 김영오 씨 단식 투쟁을 비아냥거리는 쇼를 펼치고 있다. 

 

말 그대로 " 닭다리 잡고 삐약삐약 ~ " 하는 퍼포먼스'다. 그 유래가 궁금해서 찾아보았으나 아무도 그 뜻을 모른다. 닭다리를 잡았다는 표현은 손으로 다리를 잡았다는 소리일까, 아니면 닭을 잡아먹고 나서 병아리 흉내를 낸다는 소리일까 ? 동화 << 빨간 모자 >> 가 생각난다.  빨간 모자를 쓴 소녀를 잡아먹은 늑대가 빨간 모자 소녀 흉내를 내며 호시탐탐 할머니마저 잡아먹을 궁리만 하는 ! 하여튼 포악한 포획꾼이 연상된다.  이 퍼포먼스에는 고통에 대한 최소한의 < 예의도 >  없다. 그리고 그 고통에 공감하는 < 여의도 > 정치가 실종된 지도 오래'다. 식물 국회'라는 말은 적절한 표현은 아닌 것 같다. 차라리 동물 국회'라는 표현이 적절한 표현 같다.

 

그래도 마지막은 희망을 이야기해야 겠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라고 절망하기에는 좋은 세월이다. 더운 복날이 지나면 따스한 봄날이 온다, 언젠가는 ! 그런 날이 올 것 같지는 않다만......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27)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14-08-30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유, 제가 야구를 볼 줄 알았다면 님의 저 말을 확실히 알아 들었을 텐데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은 님의 말씀이 왠지 굉장히 의미심장하게 들립니다.
우리의 킹 형님은 역시 킹왕짱이로군요!

맨 밑의 저 사진은 전후 사정은 모르겠으나 딱 사진만 봐서
저걸 두고 닭다리 잡고 삐약삐약은 아닐런지...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4-08-30 13:55   좋아요 0 | URL
제 문장에 의미심장이 어디 있습니까 ! ㅎㅎ.
야구를 차츰차음 배워보세요. 무진장 재미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뭐.... 단식을 조롱하기 위해서 저런 것 아니겠습니까.
단식하면서 몰래 먹었지 ? 뭐.. 이런 퍼포먼스 같습니다.

ㄴㄴ 2014-08-30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실패에 대한 두려움, 정확히 짚으셨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8-30 14:08   좋아요 0 | URL
왜 어릴 때는 어른이 정한 책을 읽으라고 강요하잖아요. 뭐 위대한 책 100권 고전 이런 거..
이게 어린 나이에 재미있겠습니까. 몇 번 질리면 아예 안 읽게 되요.
어릴 땐 무조건 아이들에 재미있어야하는 거 읽게 해야 합니다. 무슨 중학생에게
천로역정'' 이런 거 읽게 합니까. 참고로 제가 중1때 읽어야 할 책이 천로역정이었습니다.

행인 2014-08-30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폭식투쟁이라고 있더군요. 단식투쟁에 반발하여 지들끼리 모여서 이것저것 처먹는...

아무나 인간에 대한 예의를 아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지성이 수반되어야 하는 거죠. 세월호 유가족과 김영오씨 투쟁을 조롱하는 사람들을 보면 인간이 아니라 짐승 같습니다. 원시적인 짐승 상태 그대로인 것 같아요.. 측은하죠.

곰곰생각하는발 2014-08-30 21:48   좋아요 0 | URL
보수대학단체가 폭식투쟁을 한다고 하더군요. 조롱도 표현의 한 가지 방식이기는 하지만, 적어도 이건 목숨을 건 투쟁 아니었습니까. 이걸 가지고 상대적으로 희화화한다는 건 도저히 용납될 수 없지 않겠습니까....

행인 2014-08-30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독서는 일차적으로 재밌어야 하죠. 애들 책 읽게 하려면 재밌는 책을 권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저 같으면 스티븐 킹, 박민규, 김영하 같은 소설가들을 권할 것 같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8-30 21:50   좋아요 0 | URL
중학생들에게 킹 읽으라 하면 무지 잘 읽을 거임... 박민규도 한몫 하겠네요. 김영하도.. 김영하도 정말 잘 읽히는 글빨을 가졌으니깐 말이죠. 애들에게 만날 등신불이나 뭐.. 그런 고전만 읽으리 하니 질리는 거임....
올 추석에는 집에 내려가시겠군요...

행인 2014-08-31 20:11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올 추석에는'이란 말이 저는 무슨 뜻인지 모르겠습니다..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4-09-01 10:53   좋아요 0 | URL
올 추석에도''' 라고 적어야 하는데 올 추석에는''이라고 적었군요. 역시 한국말은 한끝발 같습니다.

VedaKIM 2014-08-31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문입니다. 좋은 글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9-01 10:53   좋아요 0 | URL
잊혀질 만하면 찾아오시는군요.. 반갑습니다. 베다 님 !! 베다 님, 알라디너였군요 ?

samadhi(眞我) 2014-08-31 1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반부의 글을 읽고 저도 투수들의 스트라이크, 볼 비율 생각했어요. 류현진이 정말 대단하고 멋지지만 여전히 저는 우리 석민이가 살아났으면 하고 바랍니다. 올해는 마이너에서 몸 좀 키우고 내년엔 반드시 메이저에서 "보란듯이" 제 실력을 보여주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책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 사람들에게 아주 재미있는 책으로만 골라줍니다. 출발은 박민규,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죠. 이 책을 한때 지마켓에서 3900원에 아주 싸게 팔았어요. 그때 엄청 사재기를 해서 쟁여두고 사람들에게 선물했죠. 야구를 잘 모르는 사람도 실컷 웃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저는 박경리,『토지』가 그렇게 재미가 없습디다. 21권짜리를 끝까지 읽느라 욕봤습니다. 중학교 때 읽은 박경리,『김약국의 딸들』은 무척 재미있었는데(물론 그 책도 더 나이들어 읽었다면 별로 좋아하지 않았겠지만요.)
그래서 언젠가 한번 꼭 통영에 가야지 했거든요. 드디어 이번 여름휴가에 다녀왔지요. 하필 태풍주의보 때문에 통영근해의 섬에도 들어가려던 계획이 물거품 됐지만요.

행인 2014-08-31 20:17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박민규의 책으로 독서에 재미붙히는 사람 은근히 많을 것 같습니다... 저도 삼미로 시작했었네요. ㅎㅎ

samadhi(眞我) 2014-08-31 23:30   좋아요 0 | URL
네. 재미로 보면 최고가 아닐까 생각돼요. 박민규의 그 책이. 책 읽으면서 제일 많이 웃었어요. 그 책을 권해줬더니, 제가 권해주는 책만 읽는 선배는, "너무 웃겨서 웃느라 눈물난 적 처음"이라고 하더라구요. 김영하 책은 단편만 권해주구요. 김영하 단편은 흡입력이 엄청나죠. 그리고 할레이드 호세이니,『연을 쫓는 아이』같은 책들로 나아가지요. 어느 정도 독서에 맛을 들이면 본격적으로 생각할 만한 책들을 권하기 시작하구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9-01 10:55   좋아요 0 | URL
생각해 보니, 저도다시 한국 소설을 읽기 시작한 계기가 하고 엿던 것 같군요. 그중 삼미는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더군다나 야구를 좋아하다 보니 더더더더욱더 말이죠.
전 여전히 삼미'가 최고 걸작이라는 데 의심하지 않습니다. 저도 사람들 만나면 만만한게
삼미'여서 이 책 정말 많이 선물했습니다.

엄동 2014-09-02 13:50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죽은왕녀를위한파반느"도 삼미"만큼이나 재미있게 봤어요

쨘하고 찡하고 쿵했어요 맘이

압수하고픈 표현들도 수두룩했고요

rendevous 2014-09-01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삼미 선물한 적 있습니다 ㅎㅎ 그걸로 친구가 소설에 재미 붙인 것 같아 보이지 않았지만... 한 권이라도 읽었다는데, 그 한 권이 박민규의 삼미라는데 위안을...

rendevous 2014-09-01 17:32   좋아요 0 | URL
황교익 님 블로그에 덧글 보니 보수단체 닭다리 뜯기 퍼포먼스,는 개뿔 쌩쑈는 김장훈 씨가 단식 4일 째 닭다리 2개 먹고 배탈난 것을 비아냥거리기 위한 짓이라고 하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9-01 18:41   좋아요 0 | URL
글구 보면 삼미'는 일종의 컬트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런 열광이 흔하지 않거든요.
삼미'는 나같은 비문학 독자도 열광하게 만들었으니 말입니다.
제가 가장 많이 선물한 책은 칼의노래하고 삼미'네요. 칼의노래가 조금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김자운 씨 단식 4일째 닭다리 뜯었군요..ㅋㅋㅋㅋ
단식하면 마음대로 음식 먹으면 위험합니다. 내 어머님도 2일 단식 기도 하고 나면
반드시 죽을 쒀서 소식으로 3,4끼 때우다 가 정상적으로 먹곤 하거든요...



rendevous 2014-09-02 13:49   좋아요 0 | URL
컬트... 조리스 카를 위스망스의 거꾸로란 책을 중고서점에서 산 적 있는데 문득 펼쳐보고 싶어집니다 ㅎㅎ

2014-09-02 10: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9-02 11: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해피바이러승 2014-09-06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청와대는 닭이 안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 그네 아버지 이름은 " 다카기 마사오 " 였는데 어느 순간 내 귀에는 " 닭코기 맛시오 " 로 들린다. 어느 보수 단체가 김영오 씨 단식 투쟁을 비아냥거리는 쇼를 펼치고 있다.

멋진 글 같습니다..ㅎㅎㅎ닭다리..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4-09-07 15:02   좋아요 0 | URL
하여튼 닥이 지배하는 세상이 왔습니다.
어느 누구나 원하지 않는, 그런 사회 말입니다.

슈퍼작살 2014-09-06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영감탱구들!!! 닭다리뼈나 목에 걸리시기를!!!!
곰곰발님은 독자(?), 블로그에 방문하는 사람들을 속이는(?) 능력이 출중하신 분!! 오랜만에 들어왔는데 한참 웃다 가네요ㅎㅎ
저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글의재미'인데요. 쉽지 않아요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4-09-07 15:01   좋아요 0 | URL
사람들이 종종 저를 사기꾼이라고 합니다.
저런 영감탱이를 보면 정말.....
혹여 내 부모가 저렇게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잠시 고민했습니다.
 
[독신의 오후]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독신의 오후 - 남자, 나이듦에 대하여
우에노 지즈코 지음, 오경순 옮김 / 현실문화 / 201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심심하니까 사람이다

 

 

 

 

 

결혼과 가족에 대한 " 로망 " 이 없다. 아이를 보면 무척 귀여워하는 편이지만 아이를 양육할 때 드는 비용과 시간을 따지면 결혼과 육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냉정하게 말해서 남의 아이는 귀여워할 자신은 있으나 내 아이를 내 몸과 같이 사랑할 자신은 없다. 아이와 2시간을 함께 노는 것과 20년을 뒷바라지를 해야 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이기 때문이다. 시간 날 때마다 고백하는 부분이지만, 나는 < 성악설 > 을 믿는 쪽이다. 유년기를 무조건 순수, 미래, 희망 따위로 엮는 것에 대해 회의적이다. 그래서 술동무가 한숨을 푹푹 쉬며 " 나도 어릴 적엔 참 순수했는데.... " 라고 말하면 위로는커녕 콧방귀로 대꾸했다. < 타락론 > 은 반드시 " 순수했던 시절 " 을 전제로 한다. ( 악마 루시퍼는 한때 천사'였다는 논리'다. 루시퍼는 날개를 잃고 꼬리를 얻은 배교자'였다. )

 

타락한 자가 유년 시절을 회상하면서 순수했던 자아'를 내세우는 것은 " 비겁한 변명,  입니다 ! " 그것은 타락한 자신에게 면죄부를 주려는 꼼수'다. 개꼬리 삼 년 땅에 묻어도 황모( 여우털)되지 않는다. 바탕과 본질은 하나'다. 비뚤어진 집 설계도로 만들어진 집은 비뚤어진 집을 만들 뿐이다. 만약에 엉터리 설계도로 번듯한 집을 지었다면 그 건축가는 건축법 위반으로 고소해야 한다. 나는 기독교에서 말하는 원죄'를 믿는다. 그렇기에 나쁜 아이가 좋은 어른이 될 수는 있어도, 착한 아이가 나쁜 어른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워워, 흥분하지 마시라 ! 지금 나는 당신과 논쟁을 하기 위해 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니깐 말이다. 그냥 " 어느 죄인의 고백록 " 으로 이해해 달라.

 

" 순수에서 타락 " 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역추적한 영화 << 박하사탕 / 이창동 감독 작품 >> 에 대해,  한국 영화 평단은 리얼리즘 영화의 정수'라는 찬사를 쏟아냈지만, 내가 보기에 이 영화는 리얼리즘이 아니라 판타지'에 가깝다. 이 영화가 당신에게 선사한 것은 타락한 당신을 옹호하기 위한 위로'다. << 박하사탕 >> 은 그냥 그렇고 그런 힐링용 속물 드라마'다.  순수했던 남자가 나쁜 남자가 되었다는 신파에 속지 마라. 그는 처음부터 나쁜 남자였다.  내가 김기덕의 << 나쁜 남자 >> 라는 영화를 옹호하는 이유는 감독이 영화 속 사내에 대해 구질구질하게 변명을 늘어놓지 않는다는 데 있다. 나쁜 남자는 그냥 나쁜 남자'다. 처음부터 그는 나쁜 남자'였다. 어릴 적 트라우마 따위로 주인공을 포장하지 않는다. 권선징악은 없다.

 

욕을 바가지로 먹을 이런 고백은 여기까지만 하자. ( 당신이 내 서재 즐겨찾기를 해제할까 봐 더 이상은 못 쓰것다. 다리가 덜덜 떨린다. ) 이 글에서 하고 싶은 말은 성악설과 원죄론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에노 지즈코의 << 독신의 오후 >> 는 홀로 살아가야 하는 남자와 혼자 남겨진 남자에 대한 " 에세이 " 다. 굳이 " 에세이 " 라고 지적하는 이유는 인문학이나 사회학으로 분류하기에는 내용이 지나치게 부실하다는 데 있다. 날카로운 분석도 없다. 이 책은 내 주변 사람은 이렇더라, 라는 내용이 전부이다. 전국민 아침 주부 프로그램 << 아침마당 >> 에 엉앵란이 나와 수다를 떨 내용이 전부여서 참고할 사항도 없다. 이 책은 엄앵란의 추임새 같다. 아이고, 이런, 세상에, 그렇지......

 

평소 별점을 줄 때 후하게 주는 편( 내 기준에 의하면 ★★★ (下),  ★★★★(中), ★★★★★(上) 이다. )이지만 알라딘 신간 평가단에 의해 선정된 책에 대해서는 내 기준이 아닌 통상적 기준'을 적용했다. 이 책이 나와 동떨어진 문제를 다루었기에 관심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삼십대 남자 세 명 가운데 한 명은 평생 혼자 살아가야 한다는 통계가 있다. 내 주변을 봐도 결혼적령기를 훌쩍 넘긴 미혼남과 이혼남은 넘치고, 넘치고, 넘쳤다. 그렇기에 < 독신의 노후 > 에 대한 문제는 나한테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독신인 나는 이제 " 어떻게 살 것인가 " 보다는 " 어떻게 견딜 것인가 " 를 슬슬 고민해야 할 때가 되었다. 하지만 이 책은 독신에 대한 철학적 성찰도, 깊은 고민도 없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세 명 가운데 한 명은 평생 혼자 산다고 한다. 어쩌면 나도 " 세 명 가운데 한 명 " 이 될 것 같다. 정호승 시인은 << 수선화 >> 라는 시에서 " 외로우니깐 사람이다 " 라고 말했다. 심금을 울리는 말이기는 하나 시를 엮는 문장으로는 촌스러운 표현이다. 달달한 시는 의심부터 해야 한다. 이 세상 모든 사람은 항상 외롭다고 말한다. 허세 가득한 마초'조차 자신은 외로운 남자라고 광고한다. 바람 피는 남자가 늘 하는 변명은 " 나 외로운 남자 " 다. 내가 평소에 존경하던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선생님도 외로워서 워싱턴에서 인턴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외롭다는 말을 달고 다니는 인간을 믿지 말지어다, 아멘 !  사람들은 대부분 < 외롭다 > 와 < 심심하다 > 을 혼동하고 있다. 현대인은 외로운 존재라기보다는 따분한 일상을 못 견디는 존재다.

 

외롭다는 감정은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외롭다는 감정을 잘 다스리면 고독이 된다. 고독은 좋은 것이다. 노무현은 고독했던 인간이고 내가 평소 존경해 마지 않던 윤창중 선생님은 심심했던 사내새끼였다. 심심하다는 감정은 아무리 잘 다스려 봐야 별다른 진전이 없다. 심심하니깐 사람이다. 우에노 지즈코의 << 독신의 오후 >> 는 심심한 책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2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스틴 2014-07-27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글상으로는 '결혼과 육아' 중에서 '결혼'보다는 '육아'에 대한 부담이 더 크신듯 합니다. 그렇다면 생각을 좀 수정해서 '결혼'은 하고 싶으나 '육아'는 싫다는 여성분을 찾아보세요. '견디'는것 보다 '결혼은 하고 싶으나 육아는 부담되는' 여성분을 찾아 같이 생을 살아가는게 더 좋다고, 아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7-27 11:11   좋아요 0 | URL
딱 문체 보니 레베랑스 님 문체 같군요... ㅎㅎㅎㅎㅎㅎㅎ ( 아님 말고 말입니다. )
갑자기홀로서기란 시가 생각나네요. 만남은 기다림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
새겨 듣도록 하겠습니다. 저도 딱히혼자 살고 싶단 생각은 없습니다.

마태우스 2014-07-27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스틴님 말씀에 동의합니다. 저 역시 아이를 낳는 게 자신이 없었는데, 비슷한 생각을 가진 아내 덕분에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여자들 중 일부는 남자가 원해서 아이를 낳는 것 같습니다.... 아이가 없으면 불편한 점은 "너 그러다 말년에 외롭지 않겠냐"는, 별로 근거없는 힐난을 받는다는 것, 그리고 아이가 없다는 이유로 이런저런 훈수를 두는 사람들을 마주쳐야 한다는 것이지만, 실제 아이를 기르는 노동에 비하면 이 정도 불편은 충분히 감수할 만하지요. 많은 분들이 "아이를 낳은 게 가장 큰 기쁨이다 넌 안길러봐서 모른다"라고 하지만, 제 주위 분들을 보면 어째 아이들 땜시 힘든 것도 꽤 많은 것 같더라고요. 제 절친 한명은 아이들이 한국 교육에 적응을 못해서 할수없이 기러기아빠를 하고 있지요. 전 이렇게 생각합니다. 아이를 좋아하면 아이를 낳으면 되는 거고, 낳기 싫으면 안낳으면 된다고요. 그리고 아이가 있으나 없으나 노년은 늘 외롭고, 원래 인간의 삶 자체가 외로운 게 아닌가 싶어요. 저희 엄니는 아이가 넷인데도 혼자 사시거든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7-27 11:14   좋아요 0 | URL
오, 그런 것같습니다. 정답이십니다. 마자요. 언제부터인가 결혼에서 아이가없으면 이상하게 생각하거나 측은하게 생각하는 것 같은데 사실 육아에서 얻는 기쁨도 크지만 사실 육아 때문에 겪는 고통도 만만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아이 없는 결혼 생활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전 결혼은 해도 굳이 아이를 낳고 싶지는 않습니다. 아이가 있으나 없으나 외로운 건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말리 2014-07-27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아이가 없다고하면 대개는 물어본 사람들이 당황하지요. 마치 아픈 곳을 건드린 것처럼. 그리고 이유를 물어보고 싶어 죽겠는데, 스스로 교양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차마 입밖에 드러내지는 않고,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는 사람은 기어이 물어본답니다. 물어보나마나 안낳거나 못낳는 것이겠지요. 전 확인 안해봐서 안낳은건지 못낳은건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결혼후 아이가 없을때 시험관 아기 등등 뭔가 인위적인 모든 노력들은 지극히 정상적인 것으로 , 자연적으로 놔두는 것은 엄청 비정상적으로 보지요 ㅎㅎ. 결혼과 아이는 지극히 사적인 문제라 옆에서 하는 조언들은 별반 의미없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다만 여자 입장에서 늙어서 혼자 사는 남자는 좀 꼬질꼬질하지 않을까하는 편견은 있지만, 편견이지요. 여자보다 깔끔한 남자도 엄청 많을테니.

곰곰생각하는발 2014-07-27 20:23   좋아요 0 | URL
정곡을 찌르시는군요. ㅎㅎㅎㅎㅎㅎ. 옛날에는 아이를 양육하는 게 노후를 위한 대책이 되겠지만 이젠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차라리 노후 자금으로 노후를 맞이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생각도 합니다. 비혼과 무자녀 가정을 정상적이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은 일종의 시선의 폭력이죠. 그런 짓 좀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남자 혼자 살면 좀 꼬질꼬질하기는 해요...ㅎㅎㅎㅎㅎㅎㅎㅎ

samadhi(眞我) 2014-07-27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발님이 그다지 공감(?)하지 않았다는 책이 우수도서라니, 전혀 안땡기긴 하네요. 애초에 에세이나 자기계발서는 안읽지만요. 수행에 대한 에세이는 읽지만. 제가 존경하는 분들에 한해서요. 요즘 너무 힘드니까 입에서 나오는 건 한숨과 "힘들다" 뿐 잠이라도 잘 잘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미쿡식 토네이도 무시무시하더군요. 이렇듯 지구종말(인류멸망)이 코앞인데(?) 2세를 뭐하러 만들어 평생을 발목잡혀 살겠습니까. 그 아이의 미래가 있을지도 알 수 없는 세상에.

곰곰생각하는발 2014-07-27 20:20   좋아요 0 | URL
책에 대한 것은 결국 개인이 가지고 있는 취향과 기대를 얼마만큼 충족시키는냐에 달려 있는 것 같습니다. 내게는 좋은 책이 다른 이에게는 별로인 이유는 개개인이가지고 있는 취향과 기대 탓이겠죠. 전 이 책 읽는 내내 지루했습니다. 이젠 무자녀 가정에 대해서 안타까운 시선은 거두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가 뭐 대단한 가정의 정수처럼 치부하는 게 좀 웃깁니다. 내 새끼에게 쏟을 사랑, 충분히 남의 새끼에게 애정 쏟는것도 값진 일 아니겠습니까....

samadhi(眞我) 2014-07-27 22:20   좋아요 0 | URL
맞아요. 지자식만 귀한 줄 아는 부모들 정말 짜증을 일으키죠. 저처럼 아이만 보면 예뻐서 어쩔 줄 모르는 사람도 그렇게 지새끼 자랑만 늘어놓는 사람들 보면 눈쌀을 찌푸리게 돼요. 세상의 어느 생명이 소중하지 않겠어요. 죽을 때까지 자식에 대한 집착을 놓지 못하는 것도 겁나서 육아포기예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7-28 05:57   좋아요 0 | URL
이제 인간의 위대한 최종목표가 아이를 키워 자자손손 전하는 것에 대한 숭고한 가치가 정말 중요한 것인가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지금까지는 너무 당연한 것( 새누리는 여자가 애를 낳는 것이 애국이라고 하지만... ) 으로 받아들였지만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서쪽섬 2014-07-27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야말로 독신으로 끝까지 우아하게 살 자신이 있는데 말입니다..! 좋은 영화 찾아 다니면서. 흑.

곰곰생각하는발 2014-07-27 20:16   좋아요 0 | URL
동의 ! 새벽 님은 독신으로 사시면 우아하게 잘 살 것 같다는 느낌을 옛날부터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새벽 님은 고독형 인간임니다...

2014-07-27 19: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7-27 19: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7-27 2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7-27 22: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엄동 2014-07-29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어떻게 견딜 것인가"를 고민할때가 되었다는 말이 와닿네요

정에 굶주린 사람들은 어딜가나 외롭죠

곰곰생각하는발 2014-07-29 17:56   좋아요 0 | URL
엄동 님도 어떻게 견딜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시기인가요 ?
왠지 정에 굶주린 사람들은 어딜가나 외롭죠, 라는 말에 뭉클해집니다.

봄밤 2014-07-31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부분 사례를 제시한 내용이고 게다가 그 사례가 일본의 것이고. 그래서 저자는 카운셀러? 조차 되지 못했다는 생각입니다.
아마도 '독신'으로 살기 위한 마음이 있고 그것이 불러올 앞으로의 고민이 궁금한 이들에게는 적절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한국은 독신이나 결혼 후 아이를 갖지 않는 것을 다름으로 보기보다 어떤 '문제'로 바라보는 인식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좀 빨랐다 느낌이 듭니다. 필요한 독자가 아직 많지 않아 보인다는 점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1 04:49   좋아요 0 | URL
사회학을 다룰 때 나쁜 버릇 중 하나가 특정 사례를 전체인 양 말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아는 누구누구'더군요. 그리고 그 사례들이 다 비슷비슷합니다. 대안이라고 내놓은 것 또한 지나치게 형식적이에요. 누구나 다 아는 내용입니다. 저축하자, 그거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히틀러의 철학자들]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히틀러의 철학자들 - 철학은 어떻게 정치의 도구로 변질되는가?
이본 셰라트 지음, 김민수 옮김 / 여름언덕 / 201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영혼을 팔면 권력을 얻고,

양심을 지키면 시련을 준다.

 

 

 

 

 

 

히틀러 정권 아래에서 히틀러'에게 영혼을 판 철학자는 많았다. 양심을 팔면 빵을 얻을 수 있었고 영혼을 팔면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었다. 그들은(학교에 남아 있는 철학자들은) 나치에 협력하면 빵과 권력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쥐새끼처럼 재빨리 간파했다. 그런 식으로 교수직을 얻은 철학자는 한둘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 자리를 통해 그 이름을 열거하지는 않으련다. 왜냐하면 독일 철학을 전공하지 않은 이상, 이들 이름을 아는 이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독일 내에서 떵떵거리며 권세를 누렸으나 세계 지성인 사회 전체를 놓고 보면 그저 그렇고 그런, 기껏해야 나치 정권의 나팔수 취급을 받았다. 스스로를 " 철학적 지도자 " 라며 떠벌리고 다녔던 히틀러에게는 보다 강력한 한방이 필요했다.

 

히틀러'는 " 출력이 낮아 앵앵거리는 나팔(핸드마이크) " 를 쥔 나팔수(핸드마이커 : 내가 방금 지은 신조어'다)에 만족하지 않았다. 변희재, 지만원, 조갑제 따위가 박근혜 지지 선언을 한다고 해서 " 그네 " 가 크게 기뻐할 리는 없다. 오히려 김지하의 지지 선언이 그네에게는 큰 위안이었을 것이다. 히틀러도 마찬가지였다. 히틀러는 칸트와 바그너 그리고 니체를 나치와 연결해 줄 동시대 철학자'를 간절히 원했다. 기회주의자였던 그가 이 기회를 놓칠 리 없었다. 이 철학교수는 1933년 5월 1일 나치당에 입당한다.  당원번호는 3,125,894번'이었다. 그는 변희재, 지만원, 조갑제처럼 고만고만한, 앵앵거리는 < 핸드마이커 > 가 아니었다.

 

그는 엄청난 출력을 자랑하는 호박 나이트클럽 JBL < 대형스피커 > 였다. 한번 지껄이면 세계로, 세계로, 세계로 뻗었다. 히틀러, 보기에 좋았어라. 그는 세계 철학계의 거성이었다. 슈퍼스타였다. 영혼을 팔면 권력을 얻고 양심을 지키려는 자에게는 시련을 준다고 했던가 ! 그가 히틀러에게 영혼을 판 대가로 얻은 것은 프라이부르크 대학 총장 자리'였다. 신임 총장이 된 그는 하켄크로이츠 깃발이 휘날리는 연단에 올랐다. 나치 제복 차림이었다. " 하일, 히틀러 ! ! ! " 그는 나치식 거수경례를 한 다음 마이크를 잡고 말했다.

 

 

총장이라는 자리는 대학의 정신적 지도자로서 의무를 다해야 하는 자리입니다. 선생과 학생의 충성심은 오직 대학의 정신 속에 담긴 진정한 공동의 뿌리를 통해서만 깨어나고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대학의 정신이 명백함과 탁월함, 권력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지도자, 즉 총통 스스로 가장 먼저 앞서 나가야 합니다. 달리 말해서 독일이라는 국가의 운명을 통해 독일의 역사를 표현하라는 정신적 명령을 주저 없이 우리의 길잡이로 삼아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 176쪽 )

 

 

그가 바로 마르틴 하이데거'였다 !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이야기'다. 하이데거는 나치에 < 협조 > 했다기보다는 차라리 열정적으로 나치에 < 충성 > 을 바쳤다. 그가 총장이 되고 나서 한 일은 유대인 철학자를 대학에서 내쫒는 일이었다. 철저한 기회주의자였고 나치 당원이었지만, 공교롭게도 철학계의 천재였다. " 독일의 서정주 " 라고 할까 ? 이본 세라트의 << 히틀러의철학자들 >> 은 출세를 위해 히틀러에게 영혼을 판 철학자들을 다룬 책이다. 동시에 하이데거 같은 인간 때문에 고난을 겪었던 철학자도 다룬다. 발터 벤야민은 게슈타포를 피해 변방을 떠돌다가 " 말 한 마리를 죽이기에 충분한 " 모르핀을 삼키고 죽었다. 그가 남긴 것은 손때 묻은 낡은 가방 하나가 전부였다. 

 

반면 < 철학계의 찰리 채플린 > 이었던 아도르노는 우여곡절 끝에 미국으로 망명하는 데 성공했지만 그곳에서조차 그는 외롭고 높고 두려웠다.  " 자신의 표현을 발리자면 아도르노는 < 뱀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새 > 였다 ( 276쪽 ) " 그리고 또 한 명,  위대한 유대인 철학자 한나 아렌트가 있었다. 그녀는 " 한때나마 사랑했던 유부남 " 의 조국인 독일을 벗어나 망명길에 올랐다. 두 사람이 사랑을 시작한 때는 192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유부남은 서른 여섯 살 교수였고, 아렌트는 겨우 열여덟 살 제자'였다. 그들은 불륜 관계'였다. 스승은 쪽지를 통해 제자와 은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시간 순으로 나열해 보면 다음과 같다.

 

▶ 아렌트 양! 오늘 저녁 꼭 내 연구실로 들러줘요. 내 진심을 말하고 싶어요.

 저녁에는 계획에 없던 모임이 생길 수 있어서 어찌될지 모르겠어요.... 이 쪽지는 찢어서 없애버려요. 

 내 사랑..... 일요일 밤 9시 이후에 와줘요

나의 한나 ! 이번 주 일요일 밤에 올 수 있어 ? ...... 9시쯤 ! 

당신을 향한 나의 욕망을 통제하기 힘들어지고 있어

 

열여덟 살 소녀를 사랑했던 남자는 누구일까 ? 눈치가 빠른 이라면 " 설마 ?! " 라며 도리질을 할지도 모르겠다. 그는 하이데거'였다. 그렇다, 나치주의자 하이데거와 유대인 한나 아렌트는 연인 관계'였었다. 독일 패전 후, 나치에 동조했던 인물들은 죗값을 치뤘다. 핸드마이커'들은 규모에 걸맞게 꾀죄죄한 형벌을 받았다. 그렇다면 대형 스피커에 해당하는 하이데거는 어떻게 되었을까 ? 열혈 나치주의자'였던 하이데거도 재판을 받았다. << 나의 투쟁 >> 을 읽어봤냐는 반나치위원회의 질문에 하이데거는 " 내용이 혐오스러웠다 ! " 고 답변했다. 연합군은 그에게 명예교수직을 박탈하지는 않았다. 그에게 내린 형벌은 약간의 경제적 제재가 전부였다.

 

하지만 그는 이 작은 고통 앞에서 불만이 많았다. 그는 동료들에게(심지어 유대인 동료들에게도) 지지를 호소했다. 거대한 출력을 자랑했던 호박 나이트클럽 JBL 스피커는 이처럼 핸드마이크보다 초라한 모습으로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자신을 보호하며 앵앵거렸다. 유대인 동료가 받은 고통에 비하면 새 발의 피'인데 말이다. 그는 끝끝내 유대인 동료에게 사과를 하지 않았다. << 히틀러의 철학자 >>는 제목만 놓고 보았을 때( " 맙소사, 정치와 철학'의 조합이라니 ! " ) 는 무척 따분할 것 같지만 예상 외로 쉽게 읽힌다. 오히려 소설보다 재미있다. 읽다 보면 역사 드라마를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이 책을 추천한 신간평가단에 감사하다. 예상치 못한 빅 재미를 선사한 책이다.

 

이 책을 고리타분한 인문학서로 오해할 독자를 위해서 마무리는 < 저자의 서문 > 에서 발췌한 문장으로 매조지하겠다.

 

 

이 책은 관련된 사람들의 개인적인 이야기와 역사적인 시대에 생동감을 불어넣기 위해 다큐드라마 형식으로 쓰여졌다. 물론 기본적으로 이 책은 논픽션이다. 공문서에서부터 편지, 시진, 그림, 구두 기록, 설명문 같은 자료를 철저하게 조사해 사실을 바탕으로 썼으며 자료의 출처는 참고문헌 목록에 전부 밝혀두었다. 하지만 서술방식은 독자가 위험천만한 1930년대의 독일에 실제로 와 있는 듯한 느낌을 갖도록 하기 위해 소설 속의 사건을 묘사하는 형식을 따랐음을 미리 밝혀둔다.

- 저자 서문 중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싸이벽 2014-06-30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읽으면서 헐...
예전에 어떤 선생과 잡담 중에 북한 김일성 대학에선 문과에서 제일 커트라인 높은 과가 철학과라던 얘기가 떠오르네요. 그런 면에서 보면 북한이 우리보다 한 수 위.. (읭?)

곰곰생각하는발 2014-06-30 14:59   좋아요 0 | URL
김일성 대학에 철학과가 있다는 사실이 놀랍군요. 도대체 뭘 가르치려는 걸까요.
주체사상도 철학이라 할 수는 있겠군요. 맑스주의와 주체사상은 참말로 다른데
사람들이 맑스주의와 주체사상을 동일할 것으로 착각하더군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다르듯이 말입니다.

싸이벽 2014-06-30 15:45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북 당국에선 본문 내용처럼 주체사상에 각종 철학을 접목, 합리화하고 심화하는 걸 목적으로 하겠죠.
허나 그 중에 제대로 철학 공부하는 사람들도 많이 나올 것 같네요.
아무리 김일성 대학이라도 대학은 대학이니~

곰곰생각하는발 2014-06-30 17:51   좋아요 0 | URL
말이 좋아 대학이지 시부랄 놈들... 그냥 북한 고위급 정치인 자식들 가는 곳 아니겠습니까...

수다맨 2014-06-30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고의 깊이가 아무리 도저해도 공적 자아의 모습이나, 사적 행실의 모습이 추레한 사람들 수두룩한 것 같습니다.
오래전 고종석이 미당의 친일 행적을 짚으면서, 문학적 재능과 춤 추는 재능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말한 적이 있지요. 이 말을 다소 비틀자면, 철학적 재능-사실 철학에 재능이란 말을 붙이기 좀 그렇지만-과 춤 추는 재능 사이의 거리도 그다지 멀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석학이란 인간들 추레한 짓거리 보이는 모습을 여럿 봐서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6-30 17:48   좋아요 0 | URL
하이데거의 친일, 아니 나치 행위는 워낙 유명해서 알고는 있었습니다만, 전 적어도 그냥 대충 적당히 협조 차원인줄 알았는데 정말 노골적이더군요. 예상 밖에이었습니다. 참 낯익은 풍경입니다. 친일파의모습과도 겹치고 말이죠. 서정주.. ㅎㅎ 정말 할 말없죠. 그가 전두환을 위해 쓴 찬양시를 읽으면 아.. 인간이 이렇게도 처참하게 영혼을 팔 수도 있구나 생각합니다. 이명박이 서울을 하나늠에게 바쳤다면, 서정주는 서울을 전두환에게 바쳤죠. 대단한 인물이었으 습니다.

AgalmA 2015-01-19 0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일, 친나치 책 따위 안 보고 싶은데, 또 봐야할 부분이 생기니 이거 참 이율배반적이란 말입니다? 적을 알아야 공격을 하든말든 할 거 아닙니까....하이데거와 한나 아렌트는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요즘 이병헌씨 카톡 문자가 다시 오버랩되면서....참 (형용사, 부사가 많이 붙는) 인간다운 거죠. 허허
하필 바로 아래 글 첫 줄이 이병헌이야;

곰곰생각하는발 2015-01-19 17:21   좋아요 0 | URL
이병헌이 어디 나옵니까 ? 찾아봐도 없네 ㅋㅋㅋㅋ.
하이데거를 빼고는 현대 철학을 이야기할 수 없죠. 하여튼 그닥 정이 가는 인간은 아니에요...
그런 걸 보면 니체야말로 정말 인간적인 철학자였죠.


AgalmA 2015-01-20 05:20   좋아요 0 | URL
아, 이 글목록 보다가 바로 아래 고병권씨에 대한 글 첫줄에 이병헌 나오는 영화얘기가 나오길래 말이죠ㅎ
니체...루 살로메 관련해 참 딱하기도 하고 그랬어요. 사랑의 좌절이 여성혐오까지 가는 걸 뛰어난 철학자도 막을 수가 없구나 싶고.
머리와 겸손을 겸비한 철학자는 쉽지 않으니 그게 참 희한하단 말입니다. 꼬이지 않으면 미치던가... 왜들 그런가 싶고.

2015-01-20 04: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철학자와 하녀]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철학자와 하녀 -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마이너리티의 철학
고병권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목사님 ! 그때 왜 그랬어요, 네 ?

 

 

영화 << 달콤한 인생 >> 에서 이병헌이 보스에게 묻는다. " 그때 왜 그랬어요 ? 말해봐요, 네에 ? "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중고교 학창시절을 통틀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일은 " 선생이 학생을 무시무시하게 폭행한 사건 " 이었다. 가해자는 미션스쿨'에서 성경 과목을 가르치는 교목(목사)이었고 피해자는 내 친구'였다.  전라도 허벌나게 먼 곳에서 상경한 녀석이었는데 가정 형편이 어려웠는지 3년 내내 신문을 돌렸던 친구'였다. 친구는 목사가 휘두른 주먹에 정신없이 맞아서 눈이 떠지지 않을 정도'였다. 수업 시간에 친구가 목사에게 던진 질문이 발단이었다. " 예수님은 헐벗고 굶주린 이웃을 걱정하시며 스스로 헐벗고 굶주리셨는데, 예수님의 삶을 따른다는 목사님들은 왜 하나같이 뚱뚱한가요 ? "

 

우리는 엉뚱한 질문에 까르르 웃었다. 당시 얼굴에 기름이 번지르르르르르르했던 교목은 친구를 교단으로 불러냈다. 그의 눈동자에서 살쾡이 같은 표독스러운 눈빛이 감지되었다. " 좆됐구나, 시바 ! " 나는 웃음을 삼키며 속으로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교목은 김득구가 되어서 주먹을 마구 휘둘렀다. 흥분한 교목이 말했다. " 내, 내내내내내내가 예수님 하면 예, 예예예예수님인 거야. 알아, 이 씹떼끼야 ! 무, 물물물론 기도하고 회계하며 고된 삶을 살아야 하는 게 목회자의 고난 ! 고행 ! 고독한 운명이지만,  이... 씹떼끼 ! 목사가 개개개개게을러서 뚱뚱한 게 아니야 ! 내, 내내내가 말하지만 기도하지 않은 자에겐 내일의 태양은 떠오르지 않아 !!!!!!!!!!!!!!!!!!!!!!!!!!!!!!!!!!!! " 뭐, 대충 이런 상황극'이었다.

 

그날 성경 수업에서 그가 가르친 것은 <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 가 아니라 < 네 이웃을 샌드백처럼 쳐라 > 였다. 방과 후, 친구는 아픈 몸을 이끌고 신문을 돌려야 했다. 내가 누군가 !  아픈 친구를 돕는다는 목적으로 친구 일을 도왔다(그가 쪽지에 적어준 주소를 바탕으로 신문을 50부 정도 돌렸다).  왜냐하면 그날이 바로 신문보급소 월급날이었기 때문이었다. 친구가 고맙다며 짜장면'을 사줬다. 맛, 있었다 ! 헤헤. ( 지금도 나는 그 친구가 땀 흘린 대가로 사준 그 짜장면 맛을 잊지 못한다. )

 

 

그는 신앙이 깊은 신학생'이었다. 성격도 밝고 명랑했으며 순수한 영혼을 가진 베르테르였으며 부모가 상당한 부자'였다.  고르고 하얀 치아는 그가 부잣집 외아들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주었다. 그는 동성에게는 좋은 친구였고, 이성에게는 좋은 교회 오빠였다. 결혼 정보업체 < 듀오 > 에 의하면 그는 신랑감으로써 90점이었다( 반면 나는 마이너스 1000점이었다). 그는 어느 모로 보나 모난 구석이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특별하다면 특별하다고 할까 ? 그 친구는 " 고기 " 를 과도하게 좋아했다. 점심 시간에 삼겹살을 구워먹는 건 일상에 가까웠다. 심지어 아침에도 고기를 구워먹는다고 했다. 나는 그런 그가 매우 이상했다. 과도한 육식 애호 식성 때문이 아니다. 그가 기독교인이면서 동시에 육식-제일주의자'이기 때문이다.

 

신앙심 깊은 기독교인이면서 동시에 고기를 과도하게 좋아하는 식성은 마치 진중권과 변희재를 하나로 묶은 짝패만큼 이상한 조합이었다. 나는 그에게 말했다. 너는 천국에 가기 위해 기독교인이 되었지 ? - 응 !  너는 고기를 좋아해. 아니, 사랑해. 지금 이 순간에도 고기 생각하면 침이 고일 거야, 맞지 ? - 응 ! 그렇다면 너는 천국에 입주하면 안 돼 ? - 읭 ??!!   내가 내세운 논리는 간단했다. " 천국에는 고기가 없다 ! " 천국에서 소를 키울 수는 있다. 하지만 소를 죽일 수는 없다. 천사가 식욕을 채우기 위해 소를 죽인다 ?! 천국 시민인 천사가 하얀 날개를 펄럭이며 쇠망치를 들어 소 머리를 내려친다 ? 맙소사, 그런 일은 천국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다. 만약 당신이 천국에서 살고 싶다면 반드시 채식주의자가 되어야 한다.

 

둘 중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는 소리이다. 내가 말했다. " 천국이냐 고기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해라 ! "  그는 내 말을 듣고 나서 곰곰 생각하는 표정을 짓더니 환하게 웃었다. " 조까 !! " 천국에 입주하면 안 되는 사람은 비단 육식-제일주의자뿐만이 아니다.  철학자도 천국에 가면 불행한 삶을 살게 된다. 고병권은 << 철학자와 하녀 >>라는 에세이'에서 " 철학은 지옥에서 하는 것이다 " 라고 단언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깨달음은 천국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천국에는 우리 자신에 대한 극복의 가능성도 필요성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천국에는 철학이 없고 신은 철학자가 아니다. 철학은 지옥에서 도망치지 않고 또 거기서 낙담하지 않고, 지옥을 생존조건으로 삶아 거기서도 좋은 삶을 꾸리려는 자의 것이다 ( 20쪽 )

 

천국은 풍요로운 곳이다( " 다만... 고기만 없을 뿐이다, 시바 ! " ). 하지만 지옥은 철학을 배울 수 있는 좋은 배움터'다. 어마어마한 억만장자였던 비트겐슈타인은  철학을 위해서는 풍요를 버려야 한다는 점을 알고 있었기에 상속을 포기했던 인물이다. 그는 < 배부른 돼지가 되느냐 > 아니면 <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느냐 > 에서 소크라테스를 선택했다. 이 책은 철학에 대해 말하지만 전혀 어렵지 않다. 쉬운 표현으로 어렵지 않게 말한다. 그는 니체의 << 이 사람을 보라 >> 에 나오는 문장을 소개하며 이 책에서 하고 싶었던 말을 요약한다. " 이 사소한 사항들은 이제껏 중요하다고 받아들여졌던 것보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중요합니다. 여기서 바로 다시 배우는 일이 시작되어야 합니다 ( 104쪽 ) "

 

그 옛날, 내 친구는 교목에게 왜 그토록 맞았을까 ? 성난 들짐승의 발톱처럼 사나워진 교목은 왜 이성을 잃고 폭력을 휘둘렀을까 ? " 목사님 ! 말해봐요, 그때 왜 그랬어요 ? " 내가 그 사건을 통해 배운 것은 " 사람은 거짓말을 하는 사람에게는 관대하지만 진실을 말할 때는 불같이 화를 낸다 " 는 점이었다. 인간은 진실'보다는 거짓말'을 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진실은 쓰고 거짓말은 달콤하다. 우리가 철학을 배워야 하는 이유이다. 철학은 거짓말을 싫어하고 참말을 좋아하게 만드는, 인간 교정 프로그램이다. 칸트가 떠올린 계몽된 사람이란 " 박식한 사람이 아니라 용감한 사람이다. '감히' 따져 묻고 '감히' 알려고 하는 의지와 용기를 가진 사람 "이다. 그래서 그는 " < 감히 알려고 하라 > 를 계몽의 구호로 삼았다. ( 80쪽 ) "

 

지금 생각해 보면 : 인간 샌드백이 되어 죽도록 맞았던 내 친구는 칸트가 말한 계몽된 사람'이었다. 그는 공부는 못했지만 용감했다. '감히' 따져 묻고, '감히' 알려고 했다. 반면 미션스쿨 젊은 교목은 양아치에 가까웠다. 목사가 불같이 화를 냈던 이유는 명확하다. 내 친구의 말이 진실이었기 때문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toqur 2014-06-28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곰곰발님도 미션스쿨 다니셨군요. 저도 중학이 장로교 계열 미션스쿨이었죠.
거긴 학생들에게 성경 가르치던 사람이 목사가 아니라 전도사였는데, 그 인종도 폭력을 서슴없이 휘두르는 편이었습니다. 다만 뚱뚱하진 않았고 삐썩 말랐었죠. 성질 때문인지 :)

P.S. 참 육식과 채식에 대해선, 전 채식 쪽 역시 회의적입니다. '채식의 배신'이란 책을 읽은 후 인간의 먹거리 자체에 회의적이 됐달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6-28 11:56   좋아요 0 | URL
전 채식주의자가 아닙니다. ㅎㅎㅎ. 고기 없어서 못 먹습니다. 근데 저도 한 한달 정도 고기만 먹어야 할 때가 있었는데 아, 이거 질리더라고요....

말리 2014-06-28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칸트는 "자유롭게 사고하라. 하지만 복종하라" 고 했답니다. 아직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지만... 농을 하자면 아멘이 필요했던 듯;;.

곰곰생각하는발 2014-06-29 11:44   좋아요 0 | URL
아멘 ....
말리 하니 말리꽃 생각납니다. 노래도 있었던 것 같은데요. 말리꽃 인가... 뭐 그런 노래가 떠오르네요..

마립간 2014-06-29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은 거짓말을 하는 사람에게는 관대하지만 진실을 말할 때는 불같이 화를 낸다 ; 삼국지의 전풍을 다시 오르게합니다.

지옥과 천국의 이야기가 ; 제 글 '사필귀정'을 생각나게 하는군요. http://blog.aladin.co.kr/maripkahn/4940847

저는 감히 생각하고, 용감하게 행동하지 못하는 부류죠. ; 이것도 많이 피고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6-29 12:08   좋아요 0 | URL
저도 같은 부류입니다. 감히 생각은 해보겠는데 행동하지는 못해서 가끔 정말 절망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 박근혜는 달콤한 거짓말을 매우 좋아하는 인간입니다.

수다맨 2014-06-29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병권의 글이 좋다는 얘기를 여기저기서 많이 들었습니다. 곰곰발님 방금 인용해주신 글만 보아도, 과도한 수식이나 거창한 개념에 의존하지 않고 핵심만 딱 집어서 말하는 모습이 보기 좋네요. '복잡하게 얘기하지 않으려면 진실을 말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6-30 09:48   좋아요 1 | URL
이 책은 대중을 위한 책이기에 깊이 읽기보다는 가볍게 읽기에 좋은 책입니다. 이런 책을 두고 왜 깊이가 없냐고 말하면 넌센스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고병권은 확실히 요점을 파악해서 쉽께 끄집어내는 기술이 좋은 저술가 같습니다. 쉽게 말해 이 책이 주장하는 것은 저항하라 ! 입니다. 요걸 과격하지 않게 부드럽게 말하네요...

엄동 2014-06-30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미 학창시절에
현실적이지만 흔한 경험을 하셨군요

나름 고급진 일식집에 간적이 있었는데
목사로 보이는(맞은편 뚱뚱한 아줌마에게 자매님 소리를 연발) 나이자신 양반께서
접대해주시는 아주머의 서비스가 맘에 안들었는지
막판에 이년"이라는 호칭을 쓰는 걸 보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어요

모두는 아니겠지만 하나같이" 그런 부류들.
원데이투데이 겪습니까.


부끄럽지만
불의를 보거나 진실을 말해야할 때.
존재감없이 빽스텝을 밟는 사람입니다. 전

곰곰생각하는발 2014-06-30 14:01   좋아요 1 | URL
흔한 경험이지요.
모든 목사가 그렇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목사가 그렇다는 측면에서
목사는 피를 빨아먹는 흡혈입니다. 예수님이 재림한다면 제일 먼저 목사를 칠 것이고
아마도..... 80% 정도는 사망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전 기독교인입니다. 예수가 저의 우상입니다 !!!!


백스텝은 그나마 양호하군요. 전 도망칩니다. 부끄럽습니다.

불량사모 2014-07-05 13: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는 목사사모입니다.
이일이 세상에 보탬이 될 일인줄 알고 들어섰는데..
난도질을 당해 마땅한 이시대의 목사라는 직책이 너무나 가엾습니다.
개척교회를 못 면하고 있어서 직구로 욕들을 기회도 상대적으로 적은것이 천만다행이나
이런 감동의글을 읽고 눈에 습도를 조정하고있는 저 자신을 보며 뭐냐...싶습니다.

목사를 판단할수있고 기독교인이라고 말할수 있는 모든이들에게 먼저 고개숙여 죄송하다고,
정말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공로는 형편없으나 평생을 예수의 이름을 빌어 인생을 소비한 사람으로 그냥 죄송합니다.
그 다음에,기독교인이 아니고 목사를 판단하는 모든이들에게 또한 고개숙여 심히 죄송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댓글 쓰는중에 예수로 인해 인생이 달라져 성인되는 숫자를 온 인류역사에 겨우 144000으로
정하신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면서(??또 하나의 이단 탄생^^)..
우리 인생들이 얼마나 변화가 어렵고 변질되기 쉬운 존재인지 새삼 생각합니다.
나도 지금 이순간 말씀에 의지하여 변질되고 있지는 않는지..문득 두려움이 밀려옵니다.
곰곰발님의 맛깔스런 문장에 잠시 깊이 감동하여 생전에 안하던 짓을 해봤습니다.



저는 불끈거리는듯하나 늘 작은건도 불발에 그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7-05 15:14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이 글이 불편하셨을 수도 있는데 그리 말씀해 주시니 오히려 제가 죄송합니다.
전 교회는 안 다니지만 꾸준히 성경을 읽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세상에서 예수가 가장 위대한 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힘내십시요, 건투를 빕니다 ! 불량사모님 !!! ㅎㅎ

고양이라디오 2016-10-14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부터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10-14 14:59   좋아요 0 | URL
아침부터 좋은 칭찬 감사합니다 ^^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