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과학/예술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 9월에 읽을 만한인문/사회/과학/예술 주목 신간
- 알라딘 신간 평가단 14기 마지막 활동
1. 시작은 미미했으나 끝은 괴로울걸?
누구나 처음은 책장을 채우는 맛에 책을 산다. 집을 지을 때 벽돌 하나하나를 차곡차곡 올리듯, 책도 마찬가지'다. 책장에 책이 가득 차면 두 번째 책장을 새로 하나 장만한다. 그리고는 행복한 결심을 한다. 처음은 미미하였으나 나중에는 창대하리라. 모든 벽을 책으로 쌓으리라. 괄약근 꽉 조인다. 바로.... 이 맛 아니겠습니까 ? 책장 정리'를 한 날에는 사진을 찍어 블로그에 올리면서 엄살을 부리기도 한다. 이젠 책을 줄여야 겠어 ! 하지만 속내는 자긍심'이리라. 그렇게 세월이 흘러, 흘러, 흘러, 흘러, 흘러, 흐르다가 어느 날 문득 깨닫게 된다. 시바, 이러다가는 책더미에 깔려 죽을 수도 있겠구나. << 장서의 괴로움 >> 은 책 때문에 집이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공포에서 시작된 " 헬 오브 다이어트 " 를 다뤘다고 한다. 가끔 알라디너로 활동하고 계신 로자 님 책 보유량이 궁금해진다. ( 인문학 분야 )
2. 그래도 저 눔이 천성은 착한 놈이여
스티븐 핑커는 스티븐 제이 굴드와 함께 믿고 고를 수 있는 보증 수표와 같은 이름이다. 칼칼한 문장과 방대한 지식에서 뽑아낸 합당한 설득 설득이라는 단어를 보니 문득 " 상득 " 이와 상득이 동생 명박이 생각난다. 합리적 설득은커녕 불통으로 나라를 지옥으로 만들었던ㅡ 악명 높던 형제 ! 적절한 유머는 그를 과학계의 무라카미 하루키로 만들었다. 하루키'가 과학자'였다면 스티븐 핑커와 비슷한 스타일을 갖췄을 것이다. 이 책을 마지막 신간 평가단 책으로 고른다. 일단 1,400 페이지'가 넘는 엄청난 분량에 입을 다물 수 없지만 " 설마 이 책이 선정되겠어 ? " 라는 심정으로 고른다. 일단 이 책을 추천한 가디언의 추천사가 마음에 든다. : “이 책을 읽으며 두 권의 소설을 떠올렸다.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과 코맥 매카시의 『로드』. 모두가 폭력의 역사적 감소를 다룬 스티븐 핑커의 이 놀라운 책을 읽어야만 한다.” 파리대왕과 로드'라니..... 내가 제일 좋아하는 소설이잖아 ! ( 과학 분야 )
3. 내 친구는 아토피로 고생했었지
신간평가단20인은 각자 읽고 싶은 책 다섯 권'을 뽑아 제출하면 운영자는 이 자료를 바탕으로 두 권'을 선정한다. 반드시 득표 순은 아니다. 지금까지 총 10권이 선정되었는데 이 가운데 내가 고른 책이 다섯 권이었다. 반란의 도시, 투명사회, 힘내라 브론토.. , 피파마피아, 대한민국 치킨전 반타작은 한 셈이니 운이 좋았다. 동시에 승률이 낮은 분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었다. 이번 작전은 " 선택과 집중 " 이라 해 두자. 승률이 가장 낮았던 신간평가단 두 분이 공교롭게도 이 책을 선정했기에 밀어주기 차원에서 선정했다. 사실, 책 제목에 외국어를 사용하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는데 이 단어'는 나름 친숙한 단어여서 눈길이 간다. 롤랑 바르트는 << 사랑의 단상 >> 에서 " 아토포스 " 라는 토막 글을 따로 떼어내 설명한 만큼 중요한 단어'다. 롤랑바르트 스타일이 늘 그렇듯이 이 단어도 딱 잘라 설명하기는 곤란하다. 사전적 의미로 " 아토포스는 장소를 뜻하는 그리스어 potos에서 유래한 말로 접두어 a는 결여, 부정을 나타낸다. ( 사랑의 단상 60쪽, 역주에서 인용 ) " 이지만 롤랑 바르트는 장소를 사랑하는 대상'으로 확대 적용한다. 내 식대로 아토포스를 번역하자면 " 있는듯없는듯없는듯있는듯해서없는것같지만 그렇다고없다고말하기에는있는듯한........ " 이 될까 ? 존재 내 부재이거나 부재 속 존재'가 아토피아'가 아닐까 ? 구원파 신도에게 유병언은 아토포스'다. " 그는 내 욕망의 특이함에 기적적으로 부응하러 온 유일한, 독특한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 ( 인문학 분야 )
4. 공산주의가 붕괴되었다고 해서 맑스 자본론이 틀린 것은 아니다.
김수행 교수가 진행한 << 자본론 >> 강의를 유감스럽지만 동영상으로 접한 적 있다. 소규모 공간에서 진행되었는데 인상 깊었던 장면은 강의 내용이 아니라 강의 하는 자세'였다. 이웃집 할아버지가 옛날 이야기를 하듯이 격의없이 대화를 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권위 의식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 청자를 내려다보며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바라보는 강의와는 달랐다. 깊은 감동을 받았다. 사실 << 자본론 >> 에 대해 " 쫌 " 안다는 사람들이 김수행 교수를 모른다고 한다면 거짓말이다. 김수행이 누군데요 ? 비봉출판사에서 나온 오렌지 색 << 자본론 >> 을 완역한 분이 김수행 교수'다. 무엇보다도 그가 경제학 교수라는 점이 마음에 든다. 마르크스의 << 자본론 >> 를 굳이 서지분류학으로 분류하자면 경제학에 해당된다. 경제학도'가 자본론을 공부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기이한 상황이다. ( 사회학 분야 )
5. 마르크스와 야구
<< 머니볼 >>의 주인공 빌리 빈 때문에 오클랜드 팀을 응원한다. 내가 응원하는 메이저리그 팀은 여럿이다. 보스톤 레드삭스, 오클랜드 애슬랙틱스, 엘에이 다져스 등등 이 팀은 일단 odd 한 느낌이 든다. 팀명을 저잣거리 입말로 번역하면 " 오클랜드에서 힘 깨나 쓰나 녀석들 Oakland Athletics " 이 된다. 얼마나 우스꽝스러운가. 유니폼도 우스꽝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짙은 겨자색과 녹색이 바탕이다. 울퉁불퉁한 운동선수가 노란색 유니폼을 입고 킹콩처럼 뛰어다니는 꼴을 보면 웃음이 나온다. 가방만 메면 영락없는 유치원생이다. << 머니볼 >> 때문에 많이 알려진 사실이지만 오클랜드 구단은 가난해서 몸값 비싼 선수로 팀을 꾸릴 수가 없다. 시장에서 저평가된 선수를 영입해서 실력을 키우는 수밖에 ! < 다저스 > 의 반대말이 < A's : 오클랜드 팬들은 애슬래틱스를 줄여서 에이스'라고 부른다 > 다. 스타 선수 하나 없어서 선수들은 성적이 모두 고만고만하지만 팀 순위는 항상 상위권이었다. 이건희는 천재 한 명이 평범한 대다수를 먹여살린다고 주장했지만 오클랜티 팀 성적'을 보면 이건희 철학은 개똥 같은 소리'다. 오클랜드는 천재 선수 없이도 승승장구했다. 마르크스가 꿈꿨던 세상은 오클랜드 에이스'였다. 평범한 대다수 노동자가 몸값 비싼 골리앗을 깨부수는 팀 말이다. 곰곰 생각하면 " 오클랜드에서 힘 깨나 쓰는 녀석들 " 이라는 팀명을 간결하게 작명하면 " 노동자 " 가 아니었던가 ! 실패한 것은 레닌'이지 맑스'가 아니다. ( 사회학 분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