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에게 아배붑이라는 이름을 지어주는 그의 신기방기한 작명 센스와 노련하게 고양이와 산책을 하는 모습이 전에는 상상할 수 없던 신선한 멋짐이었다. 멋짐이 뿜뿜 넘치는 이 남자는 가질 수 없다면 게이가 나아. 한 때 스쳐 지나갔던 이 생각은 몇 년 후 현실임이 입증되었는데, 알고리즘의 계략으로 그의 유튜브 영상 중 하나가 메인 화면에 뜬 것이었다. 좋아하던 모 영국 배우가 애인이 있다는 걸 구글링으로 알게 되었을 때 느꼈던 아쉬운 마음이 잠깐, 아주 잠깐 일었지만, 난 정말 예전보다 더욱 열렬히 김철수를 응원하고 좋아하게 되었다. 워낙 매력이 넘치던 사람이었으니 그의 유튜브 채널이 승승장구하는 건 놀라운 일도 아니었다.
책 <보통 남자 김철수>에는 고양이만큼이나 할머니 자랑이 많다. 뽀얀 피부를 하고 쿨쿨 자는 애인을 바라보는 장면을 서술할 때는 묘하게도 무뚝뚝함과 넘치는 애정이 동시에 느껴진다. 애인의 드라이기 소리로 곤두선 신경을 말할 때는 지난 주말에 애인에게 별 이유 없이 심술을 부렸던 내 모습도 스쳐 지나간다.
책은 보통 남자 김철수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너와 나의 모습과 김철수는 똑 닮아있다. 그래서 더욱 성소수자를 삐딱하게 보는 차별의 시선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김철수의 이야기를 듣고 다시 한 번 확신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이 세상은 보통이 아닌 안보통이 지배하는 것만 같다고. 그래서 더욱 책 제목을 참 잘 지었다는 생각도 해본다. "나 게이야", "우리 엄마 레즈비언인데"라고 말해도 이상하지 않은 사회가 하루빨리 왔으면 좋겠다. 어서 그런 '보통 세상'이 오기를, 김철수의 세상이 오기를 바란다.
* 다산북스의 도서 지원을 받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