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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남자 김철수 - 서른 네 살, 게이, 유튜버, 남친 없음
김철수 지음 / 브라이트(다산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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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과 외로움의 서울 살이에 이골이 날 때 즈음, 애인이 떠나가고 적적한 자취방에서 매트리스 위에 모로 누우며 신세한탄을 할 무렵이었을 거다. 네이트판에 올라오기 시작한 누군가의 고양이 일기를 읽으면서 한창 날카로웠던 신경이 서서히 녹아내리던 그 기분을 정확히 기억한다. 그 때 한창 네이트판은 실화와 주작을 오가며 막장 드라마 보다 더 열렬한 인기로 대단했는데, 그런 악몽과도 같은 이야기들을 제치고 귀여운 고양이 이야기라니. 이렇게 감성 넘치는 사진이라니. 조곤조곤 이야기를 제법 풀 줄 아는 남자라니.

곧이어 김철수의 달달구리한 꿀성대가 공개되면서 심장이 쿵쾅거리는 호들갑으로 잠이 오지 않는 것마저 즐거울 지경이었다. 이런 감정을 느낀 건 나뿐만이 아니라서 그가 글을 쓰는 텀이 길어질 때면 네이트판의 동지들과 덧글로 징징대기도 하고, 그걸로도 모자라면 목을 빼고 기다리다 지쳐, 오늘날 2022년에 이르러서는 그때의 부작용으로 일자목이 되었다는 주장으로 손해배상 청구의 취지를 밝히는 글임을 여기 분명히 한다.


고양이에게 아배붑이라는 이름을 지어주는 그의 신기방기한 작명 센스와 노련하게 고양이와 산책을 하는 모습이 전에는 상상할 수 없던 신선한 멋짐이었다. 멋짐이 뿜뿜 넘치는 이 남자는 가질 수 없다면 게이가 나아. 한 때 스쳐 지나갔던 이 생각은 몇 년 후 현실임이 입증되었는데, 알고리즘의 계략으로 그의 유튜브 영상 중 하나가 메인 화면에 뜬 것이었다. 좋아하던 모 영국 배우가 애인이 있다는 걸 구글링으로 알게 되었을 때 느꼈던 아쉬운 마음이 잠깐, 아주 잠깐 일었지만, 난 정말 예전보다 더욱 열렬히 김철수를 응원하고 좋아하게 되었다. 워낙 매력이 넘치던 사람이었으니 그의 유튜브 채널이 승승장구하는 건 놀라운 일도 아니었다.

책 <보통 남자 김철수>에는 고양이만큼이나 할머니 자랑이 많다. 뽀얀 피부를 하고 쿨쿨 자는 애인을 바라보는 장면을 서술할 때는 묘하게도 무뚝뚝함과 넘치는 애정이 동시에 느껴진다. 애인의 드라이기 소리로 곤두선 신경을 말할 때는 지난 주말에 애인에게 별 이유 없이 심술을 부렸던 내 모습도 스쳐 지나간다.

책은 보통 남자 김철수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너와 나의 모습과 김철수는  닮아있다. 그래서 더욱 성소수자를 삐딱하게 보는 차별의 시선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김철수의 이야기를 듣고 다시 한 번 확신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이 세상은 보통이 아닌 안보통이 지배하는 것만 같다고. 그래서 더욱 책 제목을 참 잘 지었다는 생각도 해본다. "나 게이야", "우리 엄마 레즈비언인데"라고 말해도 이상하지 않은 사회가 하루빨리 왔으면 좋겠다. 어서 그런 '보통 세상'이 오기를, 김철수의 세상이 오기를 바란다.

* 다산북스의 도서 지원을 받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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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콜슨 화이트헤드 지음, 황근하 옮김 / 은행나무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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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열은 백인들이 존 밸런타인을 그들의 일원으로받아준다고 말했다. 그의 피부색은 매우 밝은 편이었다. 흑인이라면 누구든지 그의 에티오피아 혈통을 즉 시 알아보았다. 그 코와 입술, 곱슬이 아닌 머리칼에도 불구하고, 그의 어머니는 침모였고, 아버지는 2, 3개월마다 돌아다녀야 하는 백인 행상이었다. 아버지는 죽으면서 자신의 땅을 아들에게 물려주었고, 그것이 집 밖에서 아들을 처음으로 인정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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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loved (Paperback) - 『빌러비드』 원서
토니 모리슨 지음 / Vintage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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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번지는 시끄러웠다. 스탬프 페이드는 길에서도 그 소리를 들을수 있었다. 그는 최대한 고개를 높이 치켜들고 그 집을 향해 걸어갔..
다. 행여 누군가 봐도 밀정이란 말이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렇지만 걱정스러운 마음이 자꾸 들면서 밀정이 된 듯한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오려낸 신문 기사를 폴 디에게 보여주고, 바로 그날 그가 124번지를 떠났다는 소식을 들은 이후 스탬프는 줄곧 마음이편치 않았다. 남자에게 그의 여자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하나 말아야하나 고심하다가 결국 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지만, 그러고 나자 세서가 걱정스러워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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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loved (Paperback) - 『빌러비드』 원서
토니 모리슨 지음 / Vintage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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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수요일까지래." 소년은 구두 혀를 맞잡아 두 짝을 한 손에들고 있었다. "엄마가 수요일까지 고쳐놓으라고 했어." 베이비 석스는 소년을 바라보았다. 그다음에는 근육을 씰룩거리는선두 말을 길가에 붙들고 선 여자를 보았다.
"엄마가 수요일까지래. 내 말 들었어? 베이비? 베이비?" 그녀는 소년에게서 구두 진흙이 잔뜩 묻은 목이 높은 구두를받아들고 말했다. "잘못했습니다. 주님, 제가 잘못했어요. 정말 잘못했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레가 삐거덕거리며 블루스톤 로드를 내려갔다. 수레에 탄 사람들은 아무 말도 없었다. 수레가 흔들리자 아기는잠이 들었다. 뜨거운 태양에 세서의 드레스가 굳은 송장처럼, 뻣뻣하게, 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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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loved (Paperback) - 『빌러비드』 원서
토니 모리슨 지음 / Vintage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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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스가 제 이름이거든요, 주인님. 제 남편한테서 딴 이름이지요. 남편은 절 제니라고 부르지 않았어요."
"그럼 뭐라고 불렀는데?"
베이비요."
음. 가너 씨의 얼굴이 다시 빨개졌다. "내가 너라면 계속 제니 휘틀로란 이름을 쓸 것 같구나. 베이비 석스 부인은 자유로운 흑인에게 는 안 어울리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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