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계장 이야기 - 63세 임시 계약직 노인장의 노동 일지 우리시대의 논리 27
조정진 지음 / 후마니타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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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계약직인 노인노동자의 삶을 통해서 이사회에 만연한 갑질의 실상을 폭로한다. 비인격적 대우, 비위생적 환경, 장시간 노동이 한 사람의 몸과 마음을 부수는 과정은 눈물겹고도 끔찍하며 낮고 힘든 자리에서 일하는 이들도 엄연히 존엄한 인간이라는 것을 알리려는 메시지는 감동적이면서 웅숭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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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20-06-20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20년 올해의 책이라고 감히 말하고자 한다.
 
속죄
이언 매큐언 지음, 한정아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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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진실의 응시자, 증언자가 아니라 그의 반대지점-회피자, 은폐자, 윤색가-에도 위치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피해자들의 상흔과 정면으로 조우하지 못하고 문학이라는 변장술을 통해서 자기 방어와 변명을 거듭하는 화자의 태도는 속죄의 불가능성과 인간의 모순을 참으로 웃프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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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20-06-16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소설은 작가의 권위와 소명의식 같은 것들이 일종의 자기애이자, 망상이자, 모순일 수도 있다는 점을 능란하게 형상화한다. 설정상 ˝속죄˝의 저자인 브리오니는 자신의 거짓말 때문에 비극을 맞게 된 연인에게 한없는 죄책감을 느끼며 평생에 걸쳐서 용서를 구하려고 한다. 하지만 저자는 무고 사건 이후로 다시는 로비, 세실리아 커플과 만나지 못하며 그의 반성/사죄 행위는 오로지 텍스트 안에서만 허구적으로 재현되고 반복된다. 이 소설은 지난한 글쓰기를 통한 속죄 행위가 결국에는 저자의 자기 변호/합리화와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보속補贖이란 사실상 불가능하며 한 번 일어난 비극과 상처는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다는 것을 뼈아프게 보여준다.
 
사람의 아들
이문열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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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써서 부와 명예를 얻던 시절이 있었다. 진보/보수라는 구분을 떠나서 소설가가 좋게는 고결한 지식인이건, 단순하게는 재미난 이야기꾼이건 그이의 가치를 사회에서 중요하게 보던 시기가 있었다. 나는 최인호-이문열-황석영이 성향은 판이할지언정 그시절의 출세자, 수혜자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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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20-06-01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밀란 쿤데라는 ‘생은 다른 곳에‘라는 장편소설에서 전제주의의 시대를 가리켜 ‘처형자와 시인이 나란히 앉아 통치‘한 때였다고 표현한다. 어떤 의미에서 보자면 문학은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못된‘ 총독들이 있을 때 대사회적으로 그 중요성과 의의가 극도로 부각된다. 상술했듯이 나는 최인호와 이문열, 황석영 등이 그들의 자질 및 필력의 출중함을 떠나서 시대 흐름의 덕을 본 것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독재자와 그의 부역자들이 기세등등할 때 문학가는 그 지향과 성향이 어떠한지를 떠나서 (가라타니 고진 식으로 말하면) ‘영구혁명 안에 있는 사회의 주체성‘이 된다. 즉 그들은 대놓고 혁명가이거나 혁명적인 존재에 자리매김된다. 그리고 이것이 사실상 끝나게 되는 지점을 일러서 가라타니 고진은 ‘근대문학의 종언‘이라고 부른다.
이문열의 이 중간본重刊本에 대해선 사실 내용적으로는 별다른 할 말이 없다. 나는 93년판 ˝사람의 아들˝ 판본을 가지고 있는데 이 책의 줄거리도 지금은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위 평은 중간본에 있는 이문열의 새 서문을 인터넷 미리보기로 읽고 쓴 것이다. 그는 이 책이 엄청난 판매고를 올린 덕분에 괜찮은 단독주택을 얻었다며 베스트셀러(!) 작가로서의 기쁨을 말하고 있다. 나는 이와 비슷한 내용을 황석영이나 최인호의 어느 산문에서 읽은 적이 있다. 즉 초기작이 낙양의 지가紙價를 올려서 자기 집을 마련했다는 것.
맨몸으로 소설을 써서 사회로부터 존경심과 명성을 획득하고, 자가를 마련했다는 이야기는 이제는 아득한 신화처럼 들린다.
 
특권 - 명문 사립 고등학교의 새로운 엘리트 만들기
셰이머스 라만 칸 지음, 강예은 옮김 / 후마니타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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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엘리트들이 그들만의 영역을 만들어서 특권의식을 남용했다면 신엘리트들은 공정과 능력을 강조하면서 본인들을 고난의 극복자이자, 개방적인 실력자임을 역설한다. 전자가 대놓고 스스로를 귀족이라고 자임한다면 후자는 민주사회를 주장하면서도 본인들도 ‘특권자‘라는 사실을 대중에게 은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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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20-05-22 13: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에 따르면 구엘리트들은 그들만이 선택받은 자들이며 사회적 관계를 계급 간의 이동이 불가능한 피라미드 형태로 인식한다. 그러므로 이들은 자기들만의 고립적 영역 내에서만 교유하며 이러한 폐쇄성은 일종의 특권으로서 기능한다.
반면에 신엘리트들은 자신의 노력과 능력을 최대치로 발휘한다면 ‘마치 사다리에 오르는 것처럼‘ 계급의 상향 이동이 가능하다는 식으로 사회를 해석한다. 즉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신분이나 혈통이 아니라 내공 연마와 기회 활용이다.

문제는 신구 엘리트들 모두가 사회적인 약자와 하층에게 (노골적이건 그렇지 않건 간에) 차별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상술했듯이 전자는 대놓고 스스로를 귀족이라고 자임하며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경멸한다. 후자는 본인이 민주적이고도 합리적인 과정을 통해서 위너(Winner)가 되었다는 것을 언급하면서 무엇보다도 의지와 열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여기서 그의 물질적 배경(집안, 자산, 인맥, 학맥 등)은 간과되고 그가 자신의 능력(만)으로 공정주의 사회에서 승자가 되었다는 착시가 생긴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만큼 기회와 혜택을 받지 못했음에도 결국에는 경쟁 과정에서 낙오한 이들에게 ‘불평등한 사회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노오력의 부족‘을 들먹이며 비난한다.
 
여인의 향기 - 아웃케이스 없음
마틴 브레스트 감독, 크리스 오도넬 외 출연 / 유니버설픽쳐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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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의욕을 상실한 사람이 훈훈한 ‘영거 브라더‘를 만나서 좌절을 극복하고 살아갈 의지를 북돋는다는서사는 대부분 통속극으로 치닫는다. 그럼에도 이 영화에는 묘한 아우라와 품격이 있는데 이는 전적으로 알파치노라는 배우의 저력에서 비롯된다. 내용은 예사로우나 ‘탱고‘의 여운만은 깊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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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20-05-20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이 영화가 알 파치노의 연기력 빼면 볼 것이 그다지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알 파치노의 연기력마저도 그의 다른 주연작에서 보인 열연보다 더 특별하다고 여기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때로는 문학성 높다고 알려진 시보다 ‘사랑밖에 난 몰라‘ 류의 노래가 더 마음에 기껍게 다가올 때가 있다. 앞을 보지 못하는 나이 든 남자가 젊은 여인에게 (평소의 까탈스럽던 성격은 싹 감추고) 탱고 한 번만 추자며 정중하게 요청하는 장면을 볼 때면 지금도 헛웃음이 나온다. 언젠가 밀란 쿤데라는 ˝무의미의 축제˝라는 책에서 이렇게 쓴 적이 있다.
˝하찮고 의미 없다는 것은 말입니다. 존재의 본질이에요. 언제 어디에서나 우리와 함께 있어요. 심지어 아무도 그걸 보려 하지 않는 곳에도, 그러니까 공포 속에도, 참혹한 전투 속에도, 최악의 불행 속에도 말이에요. 하지만 단지 그것을 인정하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고, 사랑해야 해요,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