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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 물고기 - 연어 이야기
고형렬 지음 / 최측의농간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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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절로 되어지는 것들은 무섭다  1

                                                                                                 어느날 갑자기, 나는 속초로 향했다. 부지불식간(不知不識間)에 내린 결정이었다. 결정은 신속했고 실천 또한 번개보다 빨랐다. 여행용 가방에 짐을 대충 꾸리고 동서울 터미널로 향했다. 터미널 대기실에서 고속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부동산 중개사'에게 전화를 걸어 집을 내놓았다. 안양 충훈부 반지하 셋방. 십오 촉 알전구에 온기를 녹이던 곳. 미련 없이 떠났다. 당시, 속초에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는 어릴 때부터 물이 바뀌면 피부 트러블과 함께 배앓이를 하고는 했는데 신기하게도 이곳에서 물갈이'를 한 적은 없었다. 익숙한 물비린내'였다. 그곳에서 1년을 살았다.

 

​■

 

 

진딧물 하면 개미가 떠오르듯이, 연어 하면 떠오르는 짐승은 알래스카 불곰'이다. 불곰은 가을이 되면 수심 낮은 하천에 자리를 잡고 모천(母川)으로 회귀하는 연어를 기다린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이 이미지가 워낙 강렬해서 < 연어 >  극지방 추운 나라에서 사는 어종인 줄 알았다.  내가 연어 떼를 만난 것은 늦겨울 끝자락, 혹은 이른 봄'이었다.  잠이 오지 않으면 자전거를 타고 속초 시내를 달리고는 했다.  얼마나 달렸을까 ?   바다의 색깔이 미묘하게 변하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 자전거를 세워두고 전망 좋은 곳에 자리를 잡고 물속을 들여다보니 멸치 떼가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은빛 물결은 황홀하였다.  은빛 물고기가 방향을 전환할 때마다 검은 물빛이 빛을 내며 반짝거렸다.   내가  " 멸치 떼다 ! " 라고 소리치자 누군가가 되받아쳤다. " 저건 멸치 떼가 아니라 연어'라오. "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그곳에는 중년 남자'가 서 있었다.  티븨에서 팔뚝 만한 연어만 보다가 멸치처럼 작은 연어를 보니 실감이 나지 않았다. " 연어 치어입니다. 양양 인공부화장에서 이맘때에 방류하지요. 저 녀석들은 잠시 동해에서 놀다가 북쪽으로 향하지요4 "  불곰이 없어도 연어는 있군요 ?  라고 묻고 싶었으나 무식하다는 소리를 들을까봐 고개만 끄덕이었다. 고형렬 시인이  10년에 걸쳐 연어의 한살이를 추적하며 기록한 << 은빛 물고기 >> 를 읽었을 때  속초와 양양 중간 어디쯤에서 발견했던 그 은빛 물고기 떼가 떠올랐다.  연어는 성장 시기에 따라서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고 한다. 

 

 

 

엘러번 alevin 과 프라이 fray 는 치어에 해당되고, 이보다 큰 어린 연어는 파르 parr, 어린 티를 벗고 청년에 되어 바다로 떠난 연어는 스몰트 smolt 라고 부른다.  그리고 바다에서 겨울 한철을 보내고 고향 산천으로 돌아오는 연어는 그릴스 grilse .  끝으로 알을 낳고 죽음을 맞이하는 연어는 켈트 kelt 라고 한다.  그러니까 내가 본 연어는 프라이'에 해당되는 모양이다. 우선 이 책은 독특한 구석이 있다. 생태 에세이'로 읽어도 되고,  뛰어난 기행문이기도 하며, 웅장한 서사시 같기도 하다. 또한 잘 쓴 우화 소설'로도 읽힌다. 저자가 시인이다 보니 행간 속에 깊은 종교적 사유가 엿보인다. 가벼운 문장이 대세인 요즘에 웅숭깊은 문장을 접하다 보니 새롭게 느껴진다.

 

특히 마지막 두 장, < 6 켈트, 그 장엄한 종생 > 과 < 7 허공 속의 지구, 그의 주극류 > 은 장엄하면서 아름답고 비애가 넘치는 장'이다. 심장 한쪽이 아련하게 젖어든다.

 

켈트마다 몸은 상처투성이가 되고 꼬리지르러미는 부서져서 허연 뼈가 드러나고 아가미와 입가에는 기생충이 달라붙고 버짐 같은 물곰팡이들이 피어나고 창자 속에는 세균들이 들끓는다.

382쪽

 

연어는 그렇게 상처투성이 몸으로 종생(終生)을 고한다.

 

나는 왜 부지불식간에 속초로 향했을까 ? 모를 일이다. 생각해 보면, 나는 전생에 연어였는지도 모른다. 낙엽이 지는 늦가을에 태어났으니 늦가을에 속초로 돌아오는 연어를 닮았다.  옛 애인이 수련회 때 학생들을 이끌고 이곳에 며칠 머물렀으나 그녀를 만나지는 못했다.

나는 상처투성이 몸으로 속초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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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목 출처는 김훈의 문장에서 따왔다. 그는 추천사에서 이렇게 말한다    :   저절로 되어지는 것들은 무섭다. 한줄기 조국 하천의 모성은 태평양을 건나간 내 자식들을 기어이 불러들여서 그 물냄새 속에서 죽고 또 태어나게 한다. 연어들은 그 하천의 모성에 투항하고 귀순한다. 과학의 지식을 녹여내고 또 넘어서서, 운명에 투항함으로써 운명을 완성하는 업의 두려움과 아름다움, 그 허무와 환희를 말할 때 고형렬의 글은 비통한 아름다움에 도달한다.

2         어머니는 " 배앓이 " 라고 하지 않고 " 물갈이 " 라는 말을 쓰고는 했다.

3         http://blog.aladin.co.kr/749915104/6397852  ㅣ 죽방멸치와 청춘

4         이 대사는 각색되었다.  그가 내게 한 말은 " 연어예요, 연어 ! "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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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와 생선

 

 

 

 

 

 

 

베스나 블루길 혹은 황소개구리와 같은 외래종의 유입은 국내 자연 생태계를 파괴한다.  상위 포식자가 없기 때문이다. 거대한 정글'에서 살 때는 몸집이 크고 사나운 상위 포식자가 워낙 많아서 조용히 숨어 살던 녀석들이 구석 꾀죄죄한 동양이라는 나라로 터를 옮기자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브라질에서는 스몰 피쉬'였던 놈이 사우스 코리아'에서는 빅 피쉬가 된 것이다. 입 큰 녀석들은 닥치는 대로 토종을 잡아먹으며 뻐끔거린다.  " 쉬리 ? 너는 평생 쉬리, 미꾸리 ?! 너도 쉬리와 함께 평생 찌그리, 미꾸라지 ?!! 내가 엑스엑스라지'라면 너는 꾀죄죄한 스몰'이라지 !  " 탐관이라는 오리 새끼'가 가난한 민초를 괴롭힌 이후로 가장 탐욕스러운 짐승이 아닐까 싶다. ( 개인적으로 이들을 유해 어종이라고 표현하는 데 반대한다. 유해한 것은 베스가 아니다. 베스는 본능에 충실할 뿐이다. 베스를 악당으로 묘사한 이유는 재미를 위해서다. 베스, 미안해 ! )

 

신자유주의 전략은 베스나 황소개구리처럼 입 큰 놈을 졸졸 흐르는 냇가에 몰래 풀어놓는 것이다. 말이 좋아 < 개방 > 이지 < 침략 > 이다. 동네 구멍가게가 자신의 초라함을 감추기 위해서 소규모 공간을 슈퍼마켓'이라며 허세를 부려 본다면, 기업형 대형 마트는 반대로 " 슈퍼 " 라는 낱말을 감춘다. 얼핏 보면 겸손이지만 속내는 정체를 숨긴 것이다. 청개구리 흉내를 내는 황소개구리다. 몸집 크고 입 큰 놈이 시장에 침투하면 쉬리는 평생 쉬어야 하고, 미꾸라지는 스몰라지가 된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자연생태계는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다. 뒤늦게 무릎 탁, 치며 아, 해도 소용없다. 시간을 되돌린다며 아, 하며 무릎 탁, 친다고 자연생태계가 복원되지 않는다.  " 글로벌 마켓 " 이 토종인 " 재래시장 " 을 잡아먹은 지는 이미 오래'다.

 

그러자 행정가들이 내놓은 대안이 < 재래시장 > 을 < 전통시장 > 이라는 이름으로 바꾸는 게 전부였다. 시장이면 그냥 시장이지 무슨 놈의 " 전통 " 인가 !  전통시장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출발은 했지만 요즘 손님은 없고 정치가만 들끓는다. 지금은, 그렇다. 선거철'이다 ! 시장 가서 하는 일은 뻔하다. 국밥 맛있게 먹고, 생선 맨손으로 집어 " 이거 얼마예요 ? " 라고 묻거나 시장 상인이 반갑다며 주는 횟감을 거침없이 먹는다. 한국 근대화 이후 21세기 현대화에 이르기까지 변함없이 진행되어온 서민 코스프레요, 인증샷'이며 먹방 방송이 탄생하게 되는 과정이었다. 후보자는 티븨 정책 토론회에 앞서 먼저 시장에서 고역스러운 검증을 받아야 한다. 바람이 전해준 말에 의하면 지난 서울 시장 선거에서 나경원은 개불을 통째로 삼켰다고 한다.  

 

맙소사, 내장을 바르지 않고 개불을 통째로 먹은 것은 똥 빼지 않고 먹는 곱창 같다. 혹여, 개불에 대해 모르는 이 많을까 생각되어 김선태 시 < 개불 > 을 옮겨 적는다.

 

              

 

 

          개불  /  김선태                     

 

  남해안 바닷가 횟집엘 가면 요상하게도 생긴 횟감이 있지요. 얼른 보면 큰 지렁이 같기도 하고 무슨 동물의 창자 같기도 한 이놈의 이름은 개불, 개의 불알처럼 생겼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자세히 보면 개좆같습니다.

 

  개불은 주로 연안의 모래흙탕 속에 U자형 구멍을 파고 사는데, 수축력이 워낙 뛰어나 몸을 늘였다 줄였다 하며 움직입니다. 큰 놈의 몸길이는 30쎈티미터, 항문 부근에 열 개 쯤 센털도 나 있지요. 이놈의 몸속은 바닷물로 가득 차 있어 평소엔 잔뜩 부풀어 있다가도, 물을 빼고 나면 형편없이 쫄아들어 쪼글쪼글해지고 마니, 그참 영락없이 사정 후 뭣 같지 않습니까.  

   

  여자들에게 처음 개불을 먹어보라 하면 에구머니나, 망측하고 징그럽다고 기겁을 하며 내숭을 떨지만 일단 한번 먹어본 뒤에는 달착지근하고 오돌오돌 씹히는 맛에 그만 홀딱 반해서나중엔 남편까지 내팽개치고 즈이들끼리 횟집 구석에 둘러앉아 뭐라뭐라 하염없이 키들거리며 개불을 씹는다니, 하여튼 하느님의 섭리는 어쩔 수 없나 봅니다.           

 

                                 - 시집 살구꽃이 돌아왔다, 김선태

  

 

< 이회창- 흙오이 > 와 함께 < 나경원 - 개불 > 은 아프리카 티븨에 중계하는 먹방'조차 결코 넘을 수 없는 2대 전설로 남았다. 이처럼 정치 귀족들은 혹독한 서민 검증을 통해야지만 자리'를 얻을 수 있으니 관직이라는 게 쉽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며칠 전, 정몽준 서울 시장 후보자도 시장에 가서 생선을 양손으로 높이 쳐들고는 " 이거 얼마예요 ? " 라고 말한 모양이다. 요즘 사람들은 손가락 끝으로 생선 꼬리를 집어 생선 상태를 살피지는 않는다. 옛날에나 있을 법한 풍경이다. 더군다나 손가락 끝이 아니라 손바닥 전체로 생선을 잡았다가는 상인으로부터 욕 먹기 일쑤다. 

 

시장 배경을 살짝 바다 풍경으로 바꾸면 낚시하다 대어를 잡은 것 같은 모양새'다. 다시 한 번 느낀다. 관직을 얻는다는 게 쉬운 게 아니에요. 문득 정치가와 생선의 관계가 궁금해졌다. 서민을 대표하는 게 생선일까 ? 기생충 하면 서민 교수'가 연상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생선이 서민 음식'이라고 하기에는 값이 만만치 않다. 갈치가 금갈치 된 지는 이미 오래 ! (시바, 갈치 조림 못 먹은 지 오래됐다) 아마도 그들이 노리는 것은 생선 비린내 때문이리라. 귀족이 사는 환경은 향취에 익숙하고, 빈민이 사는 환경은 악취에 익숙하다. 정치가가 태어나서 단 한번도 먹은 적 없는 개불을 통째로 씹고, 갈치 몸통을 손으로 잡는 제스츄어는 깔끔한 귀족 이미지를 어느 정도 약화시킨다. 관직을 위해서라면 똥이라도 먹을 기세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생선 입장에서 보면 억울하다. 썩기 시작하면 누구나 악취를 풍긴다. 몸에서 나는 비린내보다 썩은 마음에서 흘러나오는 비릿한 냄새가 더 지독한 법이다. 생선은 호모 사케르가 아니요, 불가촉천민도 아니다.  생선 대표 갈치가 정치가에게 고한다 : 내 몸 함부로 만지며 생추행하지 마라. 정치인이여, 생선에게 사과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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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루팬 2014-06-03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불쌍한 물고기... 저건 생선추행이에요 ㅜㅜ

곰곰생각하는발 2014-06-03 13:25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생추행이 되나요 ?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마태우스 2014-06-03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선에도 좌파 우파가 있지 않을까요. 사진의 저분이 잡은 생선이 북에 다녀온 생선이면 어쩌려고 덥썩 잡으시는지...

곰곰생각하는발 2014-06-03 18:36   좋아요 0 | URL
ㅎㅎㅎ 그럼 빨갱이와 손잡은, 있을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지는군요.. 맙소사...

todd 2014-06-03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나경원 개불에서 빵 터졌네요..ㅋㅋㅋㅋㅋㅋㅋ 참 저기 저희 집앞 시장인데 몽주니 와서 떡먹고 남의 생선 주물럭 거리고 난리치다 갔네요.. 요즘 저희 시장은 생전 보지도 못한 정치인들이 머리 조아리기 바쁘더라구요.. 물론 당선되면 몇년간 못 볼 분들 ㅎ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4-06-03 18:37   좋아요 0 | URL
나경원 개불 치면 다양한 사진들이 나옵니다. 참.. 고생하셨어요..ㅎㅎㅎㅎㅎㅎ
개불을 씹다니.... ㅎㅎㅎㅎㅎㅎㅎㅎ. 문득 김선태의 시가 생각나네요.

ㅇㅇ 2014-06-03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지금부터 준비하셔서 다음번 선거에 구의원이라도 출마하시면 뽑아드리겠습니다. 구의원 뭐 별 사람 다 나오는 듯.

곰곰생각하는발 2014-06-04 17:36   좋아요 0 | URL
대선에 대비하겠습니다.

만화애니비평 2014-06-04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걸보고 생추행이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6-04 17:37   좋아요 0 | URL
투표하셔쎠여?

봄밤 2014-06-04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갈치가 너무 반짝여서 사람이 잘 안보여요. 그걸 노린걸까요

와 댓글! 또 하나의 글입니다ㅎㅎ번쩍입니다. (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4-06-05 16:27   좋아요 0 | URL
그네야ㅁㄹ말로 갈치 같은 후광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네는 좋겠어요. 두루두루 사랑받아서....
 

 

 

 프로이트 이론에 의하면 < 흡혈귀 > 는 구순기‘에 고착된 존재이다. 무슨 말인가 하면, 구순기’는 아기들이 젖을 빠는 시기‘를 말하는데 막장의 대가답게 프로이트‘는 이 아이가 엄마의 젖을 빠는 행위’를 1차 쾌락 욕망이라고 정의했다. 그 다음 단계‘가 항문기다. 아이가 커서 < 오럴의 쾌락 >을 상실하자 아이’는 똥‘을 쌀 때 쾌락을 경험한다. 똥을 쌀 때마다 아이’는 도무지 알 수 없는, 괄약근을 밀치며 쏟아져 나오는 가래떡‘ 때문에 묘한 쾌락에 젖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2차 쾌락인 항문기’이다. 그리고 그 다음이 남근기인 < 성기 중심의 쾌락 > 이다. 프로이트에 의하면 쾌락’은 구순 - 항문 - 남근기‘를 거쳐 완성된다. 뭐, 여기까지 말하면 마치 이 과정이 유아 - 소년 - 어른의 과정이라고 착각할지도 모르겠지만, 남근기는 이미 초등학생이면 마스터하는 커리큘럼이다. 하여튼,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사히 단계별 쾌락 과정’을 완료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참, 잘했어요! 그런데 모두가 정상적인 성장 과정을 거치는 것은 아니다. 성장이 어느 시기‘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러니깐 4호선은 오이도’에서 당고개’까지 가야 무사히 안전 운행을 마치는 것인데, 그만 아무개 역‘에서 멈춰버린 것’이다. 이것을 정신분석 용어‘로 고착이라고 한다. 고착’이라는 개념을 고장 난 기차’에 빗대어 예로 들었지만 실제로는 기차가 고장 나서 멈춰버렸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른다. 육체적 성장은 트래픽 없이 정상적으로 성장하니깐 말이다. 다만 기차가 멈춤으로써 멘탈 속 교통’은 일대 혼란을 가져온다. 몸은 정상적으로 성장을 마쳤지만 정신은 고장 난 그 시점 그대로 머문다. 그 고장 난 시점‘이 구순기’라면 그가 어른이 되었다고 해도 그는 성적 쾌락을 입‘으로 강하게 느끼게 된다. 영화 < 고스터바스터즈 > 에 나오는 먹보 귀신’은 모두 구순기 괴물‘이다. 이 괴물들은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는데 이 식욕은 왕성한 성욕의 은유’이다. 그놈들은 “ 먹는 ” 것이 하니라 “ 하는 ” 것이다. 입은 곧 성기'이다. 흡혈귀‘가 가장 대표적이다. 소설가이자 시인인 에리카 종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들은 바지 지퍼‘를 내리지 않고 성교를 하는 종’이라 말할 수 있다.

 

- 괴물들 中

                                   

 

 

 

 


 

 

 

 

 

 

 

어류에 대한 범죄학적 심리 분석.

 

 

나는 < 어수선 > 이라는 생선가게에서 생선 장사를 하는 생선 장수'다. 서민들이 즐겨 찾는 생선을 구비하다 보니 고등어와 생태, 명태, 동태'를 주로 팔지만 좋은 생물을 얻기 위해서는 새벽 어시장'에 가서 발품을 팔아야 한다. 새벽 어시장에 가본 사람들은 모두 알겠지만, 대한민국에서 유통되는 물고기가 굉장히 다양하다는 점에 놀라고는 한다. 지금은 사촌 형'을 따라다니며 좋은 물건을 알아보는 요령'을 배우고는 있는데 이게 며칠 사이에 터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눈이 선명한 게 싱싱한 생선이라는 말은 얼핏 듣기엔 간단 명료'하지만 내게는 의사가 진료 환자에게 " 술은 몸에 해롭습니다 ! " 라고 말하는 것처럼 지극히 당연한 소리'여서 그가 나에게 특별 노하우를 전수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도 내가 새벽 어시장에 꼬박꼬박 따라다니는 이유는 다양한 물고기를 실컷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은 항상 죽어 있는 생선만 보지만 나는 속초에서 고깃배를 탄 적이 있어서 이 녀석들의 성격을 잘 알고 있다. 원양어선 선원 생활을 하기도 했는데 갈라파고스 섬 근해에서 배가 좌초되는 바람에 갈라파고스 섬에서 거북이와 핀치 그리고 가마우지와 몇 년을 함께 보냈다. 그리고 그곳에 머물면서 갈라파고스 티피코시 대학에서 어류 심리학을 전공했다. 나름 어류 심리학에 대해 전문가'라고 소개해도 그닥 남세스러운 모양새는 아니리라 생각한다. 나는 대한민국 최초로 어류 심리학'을 전공했으며, 어류 프로파일러'이기도 하다.  오늘 어시장에서  생태, 상어, 문어, 메기'가 물이 좋아서 들였다. 다음은 이들 어류에 대한 범죄학적 심리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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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태 : 타인을 속이는 능력이 탁월하다. 좋은 쪽으로 발전하면 훌륭한 배우가 될 수 있지만 나쁜 쪽으로 촉을 내밀면 전형적인 사기꾼 유형'이다. 어시장에 걸린 대부분의 생태는 죽은 척하는 생태'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배가 오르락내리락거리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그 밖에도 생태'는 변장술의 대가로 이름을 수시로 바꾸며 활동하고 있다. 명태가 되었다가, 동태가 되기도 하고, 황태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가끔은 나이에 맞지 않게 노가리'를 연기하며 혀 짧은 소리를 내기도 한다. 다음은 사기꾼 기질이 다분한 생태의 필모그라피'이다. 생태를 정신분석학적 시각으로 바라보자면 이러한 속임수와 변신술은 " 자기 존재 부정 " 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정치인의 유체이탈 화법'도 전형적인 자기 존재 부정'이라 할 수 있다. 거짓말이 제일 쉬웠어요.

 

생태 필모그라피 ▼

 

 

동태  역: 얼린 명태 
황태  역: 얼렸다 녹였다 반복해서 말린 명태(살이 황금빛으로 연하게 부풀도록 잘 말린것)
북어  역: 건조시킨 명태(건태)
코다리 역 : 명태를 반쯤 말린 명태(흔히들 코를 꿰어 4마리 한 묶음으로 해서 판매)
노가리  역: 명태의 치어(새끼 명태, 앵치)를 말린 것. 일반적으로 술 안주용으로..
금태  역: 금(金)처럼 귀한 어종이 되었다고 붙여진 이름
진태  역: 원양 명태와 동해안 명태를 구분하기 위해 붙여진 이름
조태  역 : 낚시로 잡은 명태(낚시태)

망태  역: 그물로 잡은 명태

춘태  역:  3-4월에 잡은 명태
백태  역: 색깔이 하얗게 된 것
찐태(먹태) : 색깔이 검게 된 것
파태  역: 머리나 몸통에 흠집이 생기거나 일부가 잘려나간 명태
무두태 역 : 머리를 잘라내고 몸통만을 걸어 건조시킨 것
통태  역: 작업 중의 실수로 내장이 제거되지 않고 건조된 것
낙태  역: 건조 중 바람에 의해 덕대에서 땅바닥으로 떨어진 것

꺾태  역: 산란을 직후 뼈만 남다시피한 명태

대태  역: 아주 큰 명태

 

펼친 부분 접기 ▲

 

 

■ 상어 : 에리카 종의 [ 비행공포 ] 에서 번역자는 " zipless fuck " 를 " 지퍼 터지는 섹스 " 라고 번역했다. 이 표현이 웃겨서 꽤 오래 웃었던 기억이 난다. " 지퍼 터지는, 지퍼 터지는, 지퍼 터지는... "  자꾸, 자꾸, 자꾸 들으니 무슨 김밥 옆구리 터지는 소리'인가 싶다. topless가 < 여자가 상의(top)를 입지 않고(less) 가슴을 드러낸 > 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와 유사한 말장난처럼 보이는 zipless fuck'는 바지 지퍼(zip)를 내리지 않고(less) 하는 섹스(sex)가 아닐까 ? 뭐, 영어 깜깜이'라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에리카 종이 말하는 지퍼 터지는 섹스는 머릿속 섹스 판타지'에 가까운 의미일 것이다. " 지퍼를 내리지 않고 하는 섹스 " 라는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흡혈귀'야말로 바지 지퍼를 내리지 않고도 성교를 할 수 있는 종'이다. 흡혈 행위 자체가 이미 섹스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흡혈귀에게는 입이 곧 성기'이다. 그러므로 흡혈귀는 zipless fuck 하는 변종이다. 범성론자인 내게는 topless와 zipless가 자꾸 nipple'를 떠올리게 만들어서 lip(입술)와  nip(물다)으로 확장된다. 그렇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흡혈귀는 구순기 고착 성애자'라는 주장이다. 흡혈귀는 사람들을 부들부들 떨게 만들지만, 따지고 보면 구순기 어린 놈‘이다. 상어'도 구순기 성애의 상징적 짐승이다. 그 녀석은 닥치는 대로 문다. 상어‘는 굶주렸다기보다는 애정 결핍’ 때문에 그러한 과잉 행동 장애가 발생한 것 같다. 그것은 배가 불러도 엄마의 젖가슴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는 아이의 심리이다. 상어 입장에서 보면 인간은 달콤한 엄마의 젖가슴’이다. 상어는 애정 결핍이며 분리 불안 장애를 겪고 있다는 황당한 주장을 진지하게 하고 싶다.

 

비약의 위험성'을 감수하고 최근의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른 고종석'은 퇴행성 구순기 고착 환자'라고 말하고 싶다. 그의 불행한 가정사'에서 주목할 점은 새엄마의 등장 시기'이다. 주변 이웃들이 하는 말에 의하면 고종석은 7살에 새엄마'와 함께 살았다고 한다. 그때부터 아동 학대'가 이루어진 듯하다. 이때 고착이 발생한 것 같다. ( 정확히 말하자면 구순기가 아니라 항문기'이기는 하지만... ) 공교롭게도 피해 아동의 나이도 7살이었다. 고종석이 구순기 고착 환자'라는 사실은 몇몇 흔적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는 피해 아동'에게 깊은 치흔을 남길 정도'로 입으로 물었는데 그것은 그가 구순기 쾌락에 집착했다는 명백한 증거'가 된다. 이처럼 구순기 괴물'은 젖을 빨던 그 옛날의 입 쾌락'에 강하게 끌리는 짐승이다. 식욕은 곧 성욕이다. 논란의 여지가 있으나 나는 내 주장을 굽히지 않을 생각이다.

 

 

■ 문어 : 말 그대로 문어는 머릿속에 먹물만 가득 찬 물고기다. 대한민국 지식인 사회 대부분은 이 먹물들이 차지한다. 그들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이미 < ~ 魚 > 라는 명문가 족보를 타고 난다. 족벌과 재벌의 세습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대한민국은 문어 사회'이다. 하지만 그리 존경할 만한 집단은 결코 아니다. 속이 검다. 중국의 사상가 이종오는 < 후흑학 > 에서 < 후 : 얼굴이 두꺼운 놈 > 과 < 흑 : 마음은 검은 놈 > 이 권력을 가진다고 주장했다. 그 말은 결국 정의롭지 못한 자가 권력을 가진다는 것을 뜻한다. 문어를 정신분석학적으로 접근하자면 이중인격'에 가깝다. 문어는 기분에 따라 몸 색깔이 달라진다. 공포를 느낄 때는 흰색이고, 화가 났을 때는 붉은 색을 띤다. 이러한 변화는 상황에 따라서 입장을 바꾸는 지식인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양심을 팔아 돈을 버는 지식인 매문가'가 전형적인 문어 과'이다. 그들이 아무리 색을 바꾸며 변신을 추구해도 변하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속이 검다는 사실'이다. 서양에서는 문어와 더불어 쥐가오리, 낙지, 아귀'를 통틀어 devilfish'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메기 : 입이 큰 메기는 성욕이 발달한 전형적인 꼰대'로 어린 치어를 좋아해서 닥치는 대로 먹(?)는다. " 메기목 메기과의 민물고기이다. 낮에는 바닥이나 돌 틈 속에 숨어있다가 밤에 먹이를 찾아 활동하는 야행성이며, 대부분의 수중동물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특징이 있다 ( 두산 백과 발췌 ).  심리학 용어로 " 롤리타 증후군 환자 " 다. 주로 성범죄자가 이 유형에 해당된다. 성욕 과잉증 환자'로 섹스 중독 치료가 필요하다. 메기의 추태는 전설적이어서 " 메기의 추억 " 이란 노래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  메기와 같이 앉아서 놀던 곳. 물레방아 소리 들린다 " 이처럼 메기는 어린 치어를 유혹해서 물레방아에서 거사를 치룬다. 그리고  메기의 외형적 특징 중 하나인 수염'은 마초적 속물 근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다. 서양에서는 고양이 수염처럼 길다고 해서 catfish라고 부른다. 오염에 민감하지 않아서 더러운 물에서도 잘 산다. 밤문화를 좋아하는 지도층 꼰대와 더러운 물에서도 잘사는 메기'는 이처럼 유사한 점이 많다. 한국 지도층 남성들이 한 명의 여배우를 농락한 장자연 사건이 대표적이다. 수염 난 종들은 자신이 담배를 피우는 것은 멋으로 치부하면서 정작 수염이 없는 종'이 담배를 피우면 싸가지가 없는 년이거나 쉬운 년 취급을 하기 일쑤다. 그런 놈들에게는 침을 뱉어도 좋다.

 

 

■ 개불 :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두산 대백과 사전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 개불 개불과의 하나. 몸의 길이는 대략 10 ~ 15 cm  로 줄었다 커졌다를 반복해서 정확한 크기를 가름할 수가 없다.   둥근 통 모양이며 누런 살색이다. 표면에는 돌기가 많고,  입과 항문 둘레는 털이 9 ~ 13 개 있다. 도미나 가자미 따위의 미끼로 쓰인다. 바다 밑 모래 속에 U 자 모양의  구멍  속을 들락날락거리며 산다.  " 지금 이 글을 읽은 당신은 어떤 이미지를 떠올렸는가 ? 모두 다 동의할 것이다. 정의에 불타는 슈퍼맨도, 원더우먼도, 교양인도, 지식인도 모두 다 남근을 떠올렸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 글은 남근에 대한 묘사가 아니라 바닷속 뻘에 사는 개불에 대한 이야기'이다. 개불은 페니스를 모방, 위장, 변신한다. 전형적인 남근 선망'이다. 개불은 남근과 동일시'한다는 측면에서 편집증적 과대망상'이라고 할 수 있다.

 

개불은 남근을 모방함으로써 자신에게 자지'가 없다는 사실을 부인한다. 편집증 환자 슈레버는 아버지의 끊임없는 거세 위협에 결국 스스로를 여성으로 규정하기에 이른다. 반면 암컷인 개불은 " 자지 없음 " 을 부인하면서 스스로를 남근화'해서 남성 권위에 대항한다. 페미니스트의 상징적 존재다.  시인 김선태는 < 개불 > 이라는 시에서 " 여자들에게 처음 개불을 먹어보라 하면 에구머니나, 망측하고 징그럽다고 기겁을 하며 내숭을 떨지만 일단 한번 먹어본 뒤에는 달착지근하고 오돌오돌 씹히는 맛에 그만 홀딱 반해서 나중에는 남편까지 내팽개치고 즈이들끼리 " 즐긴다고 말한다. 그는 개불의 어원을 두고 " 개의 불알처럼 생겼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인데,자세히 보면 개좆같습니다. " 라고 상세히 기술한다. 하지만 그는 남성 사회에 대항하기 위한 개불의 진보적 투쟁'을 오해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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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미에르 2013-12-16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전 생태군요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6 14:10   좋아요 0 | URL
음...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ㅎㅎ

엄동 2013-12-16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쉬셀러 곰발님
주말은 즐겁게 보내셨나요?

생태 상어 문어 말고
다른 어종에 대한 분석도 어여 올려주세요

저의 그것"과 동일한 녀석이 어떤 녀석인지 긍굼함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6 14:11   좋아요 0 | URL
너무 방대한 내용이라 야금야금 올리지요...

유구일턴 2013-12-16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메기과 같은데 메기의 심리도 궁금합니다 물텀벙이 맛있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6 14:11   좋아요 0 | URL
메,,,메메메기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음....
무서운 분이시군요...ㅋㅋ
물텅벙이를 아시는군요 ?

하늘바람 2013-12-16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느끼는거지만 님 글은 넘 재미있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6 14:12   좋아요 0 | URL
이런 댓글 자주 써주세요..

핍뽀핍뽀 2013-12-17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생태가 국내에선 잘 안잡히나봐요(!?)
거리 식당에서 파는 생태찌개의 생태는 거의 일본산이라는데..
조심히 먹어야할 것 같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7 02:36   좋아요 0 | URL
이제 국내 어종이 다 고갈된 느낌입니다. 그 많던 장어도 모두 없어서 양식용 장어만 득실거리지요.
어마어마한 똥물에서 자랍니다. 그리고 빨리 키우기 위해 온갖 화학 비료 비슷한 걸 먹여요.
이걸 인간이 먹는 겁니다. 일본 원전 유출에 따른 오염보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런 양식장 생선들입죠.
아니다. 전부 문제입니다.
 

 

 

 

 

박민규 소설집에는 < 몰라 몰라 개복치 > 라는 단편이 실려 있다. 박민규는 개복치에 대한 설명에서 " 개복치 : 몸길이 4m, 몸무게 140kg인 거대 물고기다.몸은 타원형이고 옆으로 납작하며, 몸통은.... " 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는 틀린 정보다. 개복치는 평균 무게가 1t이다. 많이 나가는 녀석은 2t, 즉 2000kg이나 나간다. 140kg이란 말은 틀린 지적이다. 박민규 씨, 실수하셨셔셔요. 만약에 세상에서 가장 많은 알을 낳는 물고기의 학명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모른다고 답해라. 그것이 정답이다. 왜냐하면 개복치의 학명이 바로 몰라몰라/ mola mola ' 이기 때문이다. 개복치는 매우 순한 물고기'라고 한다. 보통 짐승이 본능적으로 가지고 있는 방어 본능'과 공격 무기'가 없기 때문에 개복치의 치어는 다른 물고기의 먹잇감'으로 거의 대부분이 희생당한다고 한다. 그래서 가장 많은 알을 낳는 것이다. 그래도 개복치'는 자라서 거대한 바다 물고기'가 되어도 다른 물고기'를 공격하지 않는다. 천성이 착한 놈이다. 다 자란 성어'는 몸에서 화학 물질'을 배출하는데 이 화학 물질의 성분이 물고기들의 의료용 치료제 역할을 한다. 그래서 몸이 아픈 물고기'는 개복치의 몸에서 분비되는 치료제'를 먹고 병이 낫는다고 한다. 이 정도면 바다의 슈바이쳐'이요, 백의의 천사 나이팅게일'이 아닐까 ?

 

 

_ 만물지 17, 몰라몰라 개복치 中

 

 

 

 


 

 

 

 

 

 

 

모두 안녕하십니까 : 개복치와 대자보. 

 

      

 

 

 

 

 

 

 대왕문어'를 생각하면 심장이 뛰고, 모래알'도 가라앉는 바닷속에 개복치가 둥둥 떠다니는 것을 보는 것도 신기하다. 가만 보면 사람이 사는 곳이나 물고기가 사는 곳이나 대동소이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문어'는 먹물이 있다는 그 이유만으로 귀한 대접을 받아 文 자에다가 魚 라는 상류층 계급'을 뜻하는 족보를 얻어 당당하게 살아가지만(오징어도 마찬가지다!),  정작 모양새가 비슷하지만 몸집이 작아서 꾀죄죄한 꼴뚜기에게는 - 魚'라는 이름을 거부한 선조의 지랄같은 성정'을 보면 화가 난다. 그리고 뻘 구멍에서 비루하게 숨어 사는 쭈꾸미'를 보면 연민을 느낀다. 이름 또한 어찌나 어쭈구리'한 이름인가 ! 한치'는 어떤가 ? 한 치 앞에 내다볼 수 없는 날품팔이 생'이어서 한치'라 지었나 ? 甲乙 사회 논란은 비단 뭍에서만 벌어지는 계급 투쟁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덩치가 작다가 무시하지 마라, 시발것들아.

 

꼴뚜기가 몸집이 작아서 대우를 못 받는 물고기라면 반대로 개복치는 몸집이 너무 커서 대우를 받지 못한다. 개복치'라는 이름만 해도 그렇다. 옛 선조들은 쓸모없는 것 : 모양이 흉물스럽거나, 맛이 없거나, 먹을 수 없는 것' 에는 개- 라는 접두어를, 그리고  쓸모있는 것 : 모양이 예쁘거나, 맛이 으뜸이거나, 구황식품으로 대체할 수 있는 것'에는 참-이라는 접두어'를 사용했다. 쉬운 예'로 개나리'는 관상용으로만 쓰이지만 진달래'는 식용으로도 쓸 수 있다. 우리가 흔히 도토리 열매가 열리는 나무를 참나무 ( 사실 참나무라는 이름의 나무는 이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 라고 하는 이유는 이 나무에서 구황식물인 도토리'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깐  이름만으로도 쉽게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을 수 없는것'을 분류해 놓은 것이다. 물고기 이름'도 마찬가지다. -어'로 끝나는 이름을 가진 물고기는 모양이 예뻐서 제사 음식으로 쓰이는 반면에 모양새가 못생긴 것들은 대부분 魚 대신에 ~락,~치, ~둑'으로 불렸다. 물론 제사 음식 재료라는 영광스러운 만신전에는 오르지 못했다. ( 개불, 아귀, 볼락, 가시망둑 등은 주로 잡어 취급을 해서 재수 없다고 해서 버린 생선들이었다. )

 

개복치'의 영문 이름은 head fish'다.  다 자란 물고기의 경우 몸 길이는 4미터, 몸무게는 1000kg에서 최대 2000kg' 이다.  한마디로 거대 물고기'다. 그랜드 피아노의 무게가 400kg인 것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무게의 물고기가 사이다 병'처럼 바닷속에 둥둥 떠서 송사리처럼 헤엄치며 돌아다니는 거다. 초등학교 때 담임 선생'이 장차 커서 무엇이 될 거냐는 질문에 나는 당당하게 물고기 잡는 어부가 되겠다고 해서 선생 김봉투'를 난처하게 만든 일'이 있었다. 그래, " 나, 관심받고 싶어요 ! 사랑받고 싶어요. "  나는 인간에게 희망'을 품지 않는다. 인간'이란 간을 못 맞춰 소태가 되어버린 팔팔 끓는 소금국'과 같다. 국이 식으면 식을수록 짠 맛은 더욱 강하게 나고, 그렇다고 다시 끓이면 끓일수록 더욱 짜게 되는 그런 상태 말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버리지도 못하는 것이 바로 인간'이다. 이 절망은 열등감이 동반한 계급 선동'이 아니다.

 

1%이든, 99%이든 상관없이 본질적으로, 나는 인간을 경멸한다. 같은 이유로 이명박 정권을 경멸했던 것만큼이나 노무현 정권을 경멸했다. 다만 보수는 촌스런 옷을 입었고, 진보는 세련된 옷을 입었을 뿐이다. 벗겨보면 초라한 몸뚱이는 모두 거기서 거기였다 내가 인간에 대한 관심을 버리고 물고기에게 관심을 보인 이유이기도 하다. 생선 비린내보다 더 지독한 것은 인간 수컷의 정액 냄새다. 그리고 지식인일수록 더욱 그 냄새를 풍긴다. 추파'는 교양과는 상관이 없다. 교수가 학생을 욕망의 대상으로 찍어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풍경은 너무 흔한 배경이 되었다. 배운 놈은 추파를 던질 때에도 고상하게 말한다. 전교조 주최 바른 교육 세미나 때 유부남 교사'는 내 옛 여자친구에게 이런 고백을 하기도 했다. " 당신 손을 잡아보고 싶소 ! " 추파를 근사한 고백처럼 이용하는 이런 것이 교양의 스킬이라면 백 번이라도 침을 뱉어야 한다.  

 

어보/魚譜'는 물고기 족보'를 다룬 책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 개복치의 조상이 누구이고, 할아버지 물고기 존함은 무엇이며 친척은 누구인가를 다룬 책'이다. 이 어보'를 보면 종종 깜짝 놀라게 된다. 몸무게가 1000kg이나 되는 개복치의 할아버지'가 알고 보니 복어'라는 것이다. 1000kg의 거대한 물고기의 할아버지가 100g 정도의 복어였다니 놀라운 일인 것이다. 그것은 마치 코끼리 아버지'는 벼룩'이라고 하는 것과 같다. " 아, 암컷의 자궁은 정말 놀랍고 신비하구나 ! " 대한민국은 삼면이 바다이지만 뛰어난 어보는 많지 않다. 제대로 된 어보'는 정약전의 < 자산어보 > 와 김려의 < 우해이어보 > 가 전부'다. 당시 글 쓰던 사람들은 모두 양반 가문이었으니 그들은 아마도 양반이 비린내나는 놈들과는 놀 수 없지 않는가, 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 자산어보 > 와 < 우해이어보 > 는 공통점이 많다.

 

정약전과 김려'는 뛰어난 학자였으며 명문가의 인재였다는 점. 그리고 모두 귀양살이 때 어보'를 썼다는 점이다. 아, 그리고 그들은 가난한 사람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했던 지식인이었다. 그들은 외로운 섬에서 물고기와 놀았다. 아시다시피, 정약전은 정약용의 형'이다. 그는 일찌감치 천재성'을 드러낸 사람 가운데 한 명'이었다. 그런 그가 흑산에서 < 자산어보 > 라는 책을 썼다. 당대 가장 뛰어난 학자였던 그는 왜 비린내나는 물고기'에 대한 이야기만 했을까 ? 아마도 그는 인간에게서 그 어떤 희망'도 찾지 못한 모양이다. 동생 정약용이 500권의 방대한 저서'를 남기는 동안 형은 글을 쓰지 않았다. 아무도 오지 않는 흑산'에서 그는 인간에 대한 환멸을 느낀 것이 분명하다. 물고기의 생태 글을 읽다가 갑자기 가슴 한쪽이 아려온다. 그는 물고기를 통해서 무엇을 보았을까 ? 그 칼바람 부는 곳에서 말이다.  

 

내가 처음 < 개복치 > 라는 신비한 물고기에 대해 알기 시작한 계기는 유투브 동영상을 통해서였다. 작은 모래알도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내려앉는 바다에서 거대한 몸집을 가진 개복치가 가볍게 유영하는 모습은 아름다운 차원을 넘어서 신비했다. 그리고 매우 순한 물짐승이라는 사실도, 300만 개의 알을 낳는다는 사실도, 학명이 몰라몰라'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런데 내가 잊고 있었던 것은 이 개복치'라는 물고기를 이미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박민규 소설집 < 카스테라 > 에 실린 단편 제목이 " 몰라 몰라, 개복치라니 " 였다. 오래 전에 읽었으나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내가 유투브에서 우연히 개복치란 이름을 보고 나서 클릭을 했던 이유는 잊고 있었지만 사실은 잊고 있지 않고 기억하고 있는 무의식의 결과였는지도 모른다. 내가 이 단편을 읽지 않았다면 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지나갔을 것이다.

 

그때 깨달았다. 잘 읽기 위해서는 잘 잊어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러므로 책은 잊기 위해 읽어야 한다. 고대 대자보 < 모두들 안녕하십니까 > 에 대한 현상은 < 잉여 > 와 < 응답 > 이 만들어낸 인정 투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魚'라는 계급 족보를 얻고 싶었으나 결국은 얻지 못하고 88만원세대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공감이 되어 메아리를 쳤던 것은 아니었을까 ? 누구는 태어날 때부터 < 魚 > 라는 이름을 얻고, 누구는 < ~치, ~ 둑, ~락 > 으로 살아야 하는,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를 수 없는 서자의 설움이 공감으로 나타난 것은 아닐까 싶다.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다. " 아, 아아... 아아아아 ! 마이크 테스트, 마이크 테스트...  응답하라, 개복치 ! 어디 있느냐. 작은 얼굴이 미인의 조건이라지만 그래도 3등신이면 어떠냐 ? 응답하라, 꼴뚜기 ! 숏다리라고 창피할 거 없다. 힘 없는 문어 다리보다는 너처럼 발딱 서 있을 수 있는 하체의 힘이 있지 않더냐 ? 응답하라, 쭈꾸미 ! 이젠 세상 밖으로 나오너라 ! " 

 

너무 슬퍼하지 말자. 개복치는 거대한 물고기이지만 그 뿌리를 찾아가면 통통한 복어'가 조상이다. 사이즈가 힘의 논리로 지배되는 물 밖 세상의 승자 독식 사회'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족보'다. 어쩌면 정약전은 그 사실에 매혹되었는지도 모른다. 세상이란 문어 같은 명문가 후손들만 사는 동네가 아니다. 개복치도 살아가는 터전이고, 꼴뚜기도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터전이다. 건투를 빈다. 오늘 나는 아껴두었던 데낄라를 마시겠다. 아껴둔 데낄라를 비울 생각을 하니 눈물이, 아... 앞을 가린다. 레몬 털어 쪽 팔고  손등에 소금 올려 손등 핥으며 다시 한 번 불러본다. " 치어스 ! 개복치를 위하여, 꼴뚜기를 위하여, 쭈꾸미를 위하여 ! 그리고 새치처럼 희끗희끗한 손거스러미 같은 실밥을 머리에 달고 사는 봉재 공장 향숙이에게도 치어스 !! 치어스 !!!! 치어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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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ndevous 2013-12-15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물학 계보의 김중혁 소설가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5 14:49   좋아요 0 | URL
김중혁 작가 소설은 몇 편 읽었어요. 근데 김중혁이 박물학 글쓰기에 해당되... 음, 맞어. 그렇게 부르더군요. 박물학이기보다는 분류학'적 글쓰기라는 게 더 어울릴 것 같기는 합니다. 재미있게 쓰시는 분 같더군요.
기대하는 작가이면서 별 기대는 하지 않는 작가이기도 합니다. 한계가 보이거든요... 뭐, 제가 평론가도 아니고 헤헤..

수다맨 2013-12-15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을 가볍게, 심지어는 벌레와 같다고 (사실상) 인정한 작가들이 생각납니다. 김신용, 손창섭, 우엘벡, 셀린느, 김훈 등등 어찌 보면 쿤데라도 이 계열에 들어갈 것 같구요. 이들은 인간 삶을 둘러싼 조건(이념, 법, 지도자, 복지 등)들이 어떻게 바뀌더라도, 인간 삶이 비극과 추악의 결합에 지나지 않는다고 우울하게 고백하지요. 조심스럽게 말하자면, 곰곰발님도 이 계보에 들어가시는 듯합니다.
그런데 이런 계보를 중시하는 분들일수록 작고 소박한 것에 많이 기뻐하는 것 같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6 01:29   좋아요 0 | URL
우엘벡 하니 짐 크레이그도 문득 생각납니다. 그리고 죽음'을 정말 기똥차게 읽은 기억이 나네요. 인간 < 동물 < 식물 < 물고기... 순으로 위대하다고 생각합니다. 생존력.. 힘.. 이런 것으로만 이룬 제 평가입니다.
글구 보니.... 정말 제가 김신용, 손창섭, 우엘벡, 김훈'을 좋아한 이유가... 흠....
휴머니즘에 대한 극한 반감을 가지고 있는 저는 요따위를 강조할 수록 반감이 들어요. 제가 보기엔 그 휴머니즘은 인간 자체에 대한 관심이라고 보다는 어떤 집단, 연맹, 이념등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수다맨 2013-12-16 02:02   좋아요 0 | URL
넵, 김훈ㅡ저는 사실 이 작가를 그렇게까지 좋아하지는 않습니다만ㅡ이 작품에서 빈번히 말하는 '헛것'이야말로 바로 그 집단, 혈맹, 이념이 아닐까 싶습니다. 김신용은 아예 스스로 "개"이자 "세상의 바이러스"에 불과했다고 토로하고 있구요. 그런데 오히려 이런 작가들(휴먼의 고전적 정의를 포기하고 인간을 벌레처럼 보며 집단을 증오하는 분들)이 '진짜' 인간을 작품 속에 그려냈다는 것은 참 역설적인 일인 듯합니다.
짐 크레이스라는 작가를 곰곰발님 덕분에 알게됐네요 ㅎㅎ "그리고 죽음"이라는 책이 있는데 조만간 읽어야겠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6 02:20   좋아요 0 | URL
오, 헛것에 대한 정의가 재미있군요. 한번 이에 대한 글을 써봐야겠습니다. 김훈과 헛것'이라....
김훈은 철저한 보수주의자'가 맞긴 하죠. 하여튼, 짐 크레이크의 < 그리고 죽음 > 은 매우 탁월한 소설이에요.
읽다가 깜짝 놀라게 됨.... 아, 자꾸 크레이크라고 하게 되네요. 크레이스...


rendevous 2013-12-19 04:14   좋아요 0 | URL
김신용이 혹시 잉어라는 시 쓰신(읽어본 작품이 이것밖에 없어서ㅜ) 시인 말씀하시는 건가요? 비관주의 계열?을 좋아하는데 다 찾아서 읽어보고 싶군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9 04:27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잉어' 쓴 시인이 맞습니다.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魚水船.

 

 

 

속초에 있을 때 배를 탔다. 모텔 달방 생활을 하다 보니 먹고 사는 게 궁했다. 술자리에서 평소 친분이 있던 분이 소장으로 있는 속초 인력 사무소'를 찾아가서 뭍에서 품을 팔 일 없냐고 물었더니 사무소 소장이 무뚝뚝하게 말했다. " 어촌 마을 와서 뭍에서 일하는 게 뭐가 있는겨. 알래스카 가서 냉장고 수리공 하겠다는 거랑 뭐가 다른겨. 그런겨, 안 그런겨 ? 그건 아프리카 가서 보일러 파는 겨. " 그는  갈치잡이 배가 일손이 딸린다며 내게 배를 탈 것을 권했다. 뱃일을 한 적이 없어서 손사래를 쳤더니 그는 갈치잡이 배는 다른 어종과 달리 낚시를 드리웠다가 미끼를 물면 걷어올리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일반 강태공이면 누구나 할 수 있다고 했다. " 다른 일에 비해 쉬운겨. 내 장비 빌려둘 테니 낚아보는겨. 7대 3 어떤겨 ? " 결국 나는 갈치잡이 배를 탔다. 첫 번째 한 일은 꽁치를 미끼로 사용하기 위해 토막내는 일이었다. 이제 해가 지고 캄캄한 밤이 오면 갈치가 몰려오리라. 

 

 

 

 

 

 

 

낚시대 하나에 낚시 바늘이 보통 대여섯 개씩 달려있어서 낚시대 하나에 일반 낚시대 여섯 대를 내린 꼴이었다. 낚시대를 드리우고 미끼를 물 때만을 기다렸다. 내 옆에서 자리를 잡은 탈북자 출신 리만춘 씨'가 말을 걸었다. " 갈치 어떻게 자는 줄 아십니까 ? 꼿꼿이 서서 잡네다. 왜 사람들 빡빡하게 붙어서리 자는 걸 칼잠이라 아니 합니까 ? 갈치가 그리 잡네다. 서서 말입네다. 가만 보고 있자면 꼭 우리네 신세 같습디다. 내래... 남한 내려올 때, 통통배 바닥에서 저리 왔시오. 사람이 빡빡해서리 앉을 수도 없었디요. 서서 잠을 자고, 서서 밥 먹었습네다. 갈치 보면 자꾸 서럽습네다. 선생님은 어찌 그리 곱게 생겼습네까. 내래 남자새끼, 아이고 죄송합네다. 거친 입말이 붙어서리.... 선생님은 남자가 어찌 그리 피부가 희고 곱습네까 ?

 

김정은 아새끼 볼따구마냥 희고 곱습네다. " 나는 웃으며 말했다. " 아니에요. 허우대만 멀쩡하지 속은 썩었습니다. 피멍울 많이 들었지요. " 그가 깜짝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 그렇습네까 ? 아니 선생님은  개구리 배때기마냥 뽀야서 고생 없이 산 줄 알았다요. 그게 아닌가 봅네다. " 나는 말없이 먼 바다를 바라보았다. 캄캄한 밤이었다. 갈치는 보름달이 뜨지 않는 캄캄한 밤에만 잡힌다고 했다. 피멍 든 세월. 생강처럼 아린 사랑. 그녀 없으면 앞이 캄캄하던 그 세월. 나는 내 왼쪽 손가락 약지에 걸린 반지를 만졌다. 그동안 살이 많이 빠졌다. 반지가 헐렁한 것을 보니 말이다. 그녀 생각을 하니 눈물이 앞을 가렸으나 차마 울지 못했다. 리만춘은 눈치를 살피다가 말을 이었다. " 갈치잡이 배 타면 좋은 게 하나 있습네다. 갈치회 맛 좋더군요. 그 맛에 배를 타디요. 선생님은 왜 갈치를 그물로 잡디 않고 낚시로 잡는 디 아십네까 ? 낚시로 잡아야디 몸이 성합네다. 미끼 물면 우리가 냅다 걷어올리니 그놈들도 몸부림칠 일이 거의 없디요.

 

내래 듕국에서 18개월 동안 도망만 다녔습네다. 공안 당국이 날 숨겨둔 조선족 인민 네 집에 한두 번 찾아온 게 아니라요. 그때 슴정 아무도 모를 기야요. 속이 썩어 문드러디디요. 차라리, 국경선 넘다 걸려서 뒈졌으면 이런 고생 안 하지 않겠나, 그런 마음도 나중에는 듭데다. 내가 그물로 갈치를 잡는 배도 타 봤시요. 낚시로 잡는 갈치보다 그물에 갇힌 갈치는 색깔이 먹빛 입네다. 그물에 갇히니 살려고 죽기살기로 몸부림치지 않았겠시요 ? 그러니 비늘 다 떨어지고 속이 껌게 썩은 겁네다. 그러니끼니, 사람들은 낚시로 잡은 갈치를 은갈치라 하고, 그물로 잡은 갈치를 먹갈치라 하니 합네까. 은갈치 비싸서리 금갈치라 한다면서요 ? 먹갈치는 싸게 팔리고 말입네다. 내래.... 그 마음 알 것 같시요. 먹갈치 마음 말입네다. 속이 까맣게 타는 거 말입네다. 선생님, 말 안 해도 전 알 거 갔습네다.

 

우리 같은 사내들은 여자들 도망가면 엿이나 먹어라, 하고 훌훌 털지만 속정 깊은 사람들은 속이 까맣게 타디요. 암, 그렇고 말고요. 내게도 북에 두고 온 애인 있시요. 려옥'이라는 여자디요. 그 여자 생각만 하믄... 눈물이 앞을 가립네다. " 그때였다. 낚시대가 휘어지며 물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리만춘이 외쳤다. " 선장님 !! 입질 옵네다 !!!!!!!!!!!!!! " 그것을 신호로 정신없이 입질이 쏟아졌다. 갈치떼가 몰려온 것이다. 우리는 정신 없이 갈치를 낚았다. 갈치는 너무나 아름다웠다. 은은한 은빛은 눈부셨다. 우리는 잡는 즉시 목을 따 아이스박스에 넣었다. 그렇게 보름달이 뜨기 전까지 캄캄한 밤에 갈치를 낚았다. 하루에 평균 백 마리씩 잡았다. 그만큼 힘든 노동이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내 약지에 끼워져 있던 반지가 그 과정에서 빠져버렸다. 바빠서 빠진 줄도 몰랐다. 갈치를 걷어올리다가 바다에 빠트린 모양이었다. 영원하자며 서로 나누던 커플 반지였다.

 

나는 현재 인왕 시장에서 어수선이라는 생선 가게'에서 생선 장사를 한다. 가까운 친척이 하던 가게인데 몸이 아파 일을 할 수가 없어서 할 수 없이 나와 내 사촌이 가게를 꾸려나간다. 사촌이 어시장에서 생물을 받아 좌판에 얼음을 깔고 아침 장사를 하면 나는 점심에 나와 나머지 장사를 한다. 그리 힘들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삼일 전이었다. 잊고 지내던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내가 사랑하던 여인의 부고'였다.

 

그녀는 죽기 전에 반지를 빼서 내게 주라고 했다고 한다. 친구는 그 말을 전하기 위해 전화를 한 것이다. 그를 늦은 저녁에 만났다. 많은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다. 나는 친구에게서 그녀가 끼던 반지를 받았다. 돌아오는 길에 눈이 왔다. 첫눈이었다. 잠시 건물 계단에 앉아 담배를 피웠다. 한없이, 울었다. 다음날 몹시 아팠지만 가게 일을 쉴 수는 없었다. 그날 그날 들어온 생선을 팔지 못하면 손해가 컸기 때문이었다. 생선 토막을 내면서 생각했다. 내가 잃어버린 반지를 당신은 죽을 때까지 간직하고 있었구나. 한쪽이 없으면 아무 짝에도 필요 없는 의미. 잃어버린 반쪽....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자가 와서 갈치를 8토막으로 내서 손질해 달라고 주문했다. 화장을 짙게 한 여자였다. 하지만 폭행의 흔적을 지울 수는 없었다. 실핏줄이 터진 눈동자를 감출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싱싱한 갈치 하나를 꺼내서 토막을 내는데 갑자기 툭 하는 소리가 났다. 종종 갈치 몸에서 낚시 바늘 같은 것이 발견되기도 한다. 갈치는 식성이 좋아서 반짝거리는 것은 무조건 삼기는 습성이 있다. 낚시 바늘을 꺼내려다 그것은 낚시 바늘이 아니라 반지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가 잃어버린 반지였다. 안쪽에 새겨진 이니셜은 내 이름이었다. 여자가 내게 말했다. " 칼솜씨가 뛰어나시네요. 토막낼 물건이 하나 있어요. 뼈가 억세기도 하고.... 여자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일이죠. 처리하는데 천만 원 드릴께요.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717847

 

나는 어수선'이라는 생선 가게에서 생선 장사를 하는 생선 장수'다. 8월이 제철인 갈치는 11월이 오면 또다시 제2의 전성기를 맞는다. 8월 갈치와 11월 갈치는 맜있다. 찬바람이 불면 전어가 맛있고, 첫눈이 오는 날씨에는 갈치가 맛있다. 제철이다. 누구나 한때, 모든 이는 제철이 있다. 어수선으로 오시라. 꽁치 한 마리는 덤으로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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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애니비평 2013-12-02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산서 나와 서울로 터를 잡으려도 집이 없고, 직장도..
참 어수선하군요..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3-12-02 13:29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이 세상에 집 있는 사람이 어디있씁니까.
얻으면 되지...ㅎㅎㅎㅎㅎㅎㅎㅎ.
하여튼, 오늘도 바쁘시겠군요. 어째 논문은 잘 되고 있습니껴 ?

양철나무꾼 2013-12-02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12월의 들째 날일 따름이고,
그렇지만, 전 이 글을 지금 봤을 뿐이고,
전 인왕시장이 어딘지도 알고,
어수선도 찾을 수 있는 눈썰미를 가지고 있습니다요.

저녁시간에, 갈치가 아니라 칼치를 달라고 하는 아줌을 만나시거덩, 잊지말고 꽁치 한마리 덤으로 주시길~.

글이 칼치조림의 무마냥 맛깔납니다여~^^

곰곰생각하는발 2013-12-02 13:28   좋아요 0 | URL
꽁치 하나는 늘 서비스죠. 식당 가도 콩치는 늘 서비스 아니겠습니까..
오늘 갈치 한 마리 사셔서 갈치조림해 두십셔.. 야얼나무꾼님...
양철나무꾼 님 서울이시군요. 호호...

르미에르 2013-12-02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사무소 소장님 센스 있으시네요 -_-b

곰곰생각하는발 2013-12-02 13:59   좋아요 0 | URL
이번 작업에 참여하겠습니다.
샘플 들으니 욕심이 납니다.
제 컴이 지금 이상해서 메일 전송이 안 되요.
메일 에러가 뜹니다.

그래서 여기에 적으니 읽으셨으면...
비밀덧글로 달아야 하는데 비로그인 덧글을 비밀글로 달면 안 읽힙니다.
그래서 여기에 공개글로... 언제까지 작업해야 하는 지 말씀해주세요.
메일 교환이 이루어져야 하니 메일 주소도 전해주십시요...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음악 좋습니다.
제 네이버 블로그 안부글에 넣어주십시요.. 뿌잉뿌잉...

핍희 2013-12-02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일본 원전 방사능 때문에 한국 수산물 시장 피해가 심각하다던데..,,저도 잘 안먹게 되더라구요
진짜루 물고기 파는거에요? 페루애님 생선장사 잘되야 할텐데ㅜㅜ

곰곰생각하는발 2013-12-02 21:02   좋아요 0 | URL
방사능 측정기 하나 샀어요. 방사능 노츨 땜에 걱정하시는 손님을 위해서
직접 생선 위에 측정기 올려놓으면 수치가 나옵니다.
믿고 먹어도 되요...

2013-12-03 11: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2-03 14: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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