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Ovo e a Galinha, 달걀과 닭 : 









닭걀과 닭






이런 장면을 상상했다 : 교통 사고로 아내와 어린 딸을 잃은 남자. 생의 의지가 꺾이자 그는 날마다 죽음을 생각한다. 어느날, 마트에서 만난 노파가 그에게 계란 한 판을 사라고 권유한다. 그 노파는 생면부지로 마트 사원도 아니다. 남자는 묻는다. 왜요 ? 그러자 노파는 웃으며 말한다. 파 한 단과 계란 한 판은 요리할 때 당장 필요는 없어도 늘 냉장고에 있어야 할 재료잖아요. 계란이 당신을 구원할 겁니다.  남자는 텅 빈 냉장고를 떠올리며 그녀의 권고를 받아들인다. 집은 온통 엉망이다. 뜯지도 않은 택배 상자, 바닥에 뒹구는 술병들, 장을 보고도 정리를 하지 않은 채 식탁 위에 놓은 장바구니 식재료들.  3주 후, 남자는 의자 위에 올라 전깃줄로 목을 감싼 후 자살을 시도하려 한다. 그때 ! 집안 구석 어디에선가 들리는 소리. 삐, 삐, 삐, 삐. 남자는 의자에서 내려와 소리가 나는 쪽으로 간다. 식탁 위에 갓 태어난 병아리 13마리가 식탁 위를 돌아다니고 있다. 노파의 권유로 구입한 유정란 한 판에 집의 온도와 맞아떨어지면서 부화한 것이다. 남자는 병아리를 키우기로 마음 먹는다. 병아리가 닭이 되는 시간은 짧았다. 남자는 병아리 열세 자매를 키우기 위해 직장을 그만 두고 집을 팔아 제주도로 이사를 한다. 그는 닭을 키우면서 육아 일기를 쓴다. 제목은 << 달걀과 닭1) >> 이다. 달걀 한 판이 그의 목숨을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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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9-07-08 18: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부화기에서 태어난 병아리를 돌본 적이 있어요. 2년 전에 어머니가 닭 사육에 관심 많으셔서 졸지에 저도 병아리 돌보미가 되었어요.. ㅎㅎㅎ

집에서 5마리의 병아리를 거의 다 자랄 때까지 키웠어요. 병아리 티가 사라지기 시작하니까 쉰 소리로 울어대고(사람으로 치면 변성기 중이에요), 날갯짓을 하면서 사방을 돌아다녀요. 그럴 때 집에 혼자 있기 싫었어요.. 닭들 때문에 책을 못 읽어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9-07-08 18:07   좋아요 0 | URL
전 옛날에 남자 둘이 자취하는 집에서 마트에서 산 유정란 한 판을 식탁 위에 둔 채 출장 갔다 왔더니 병아리로 태어난 경우를 본 적 있습니다. 방송에서.... ㅎㅎㅎㅎㅎ

cyrus 2019-07-08 18:09   좋아요 0 | URL
저도 그 얘기 방송에서 본 것 같아요.. ㅎ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9-07-08 18:11   좋아요 0 | URL
부화 환경이 방 온도 습도와 맞으면 그렇게 자연 부화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더군요.... ㅎㅎㅎㅎㅎㅎㅎㅎ

cyrus 2019-07-08 18:14   좋아요 0 | URL
울엄니가 그런 사례가 나온 방송 보고 나서 부화기를 샀어요. 제 방이 다른 방에 비해 따뜻한 편이라 항상 부화기는 그곳에 있었어요. 그래서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는 과정을 많이 봤어요. ^^
 









지니에게 말 걸기



                                                                                                   올해, kt에서 운용하는 시스템 기가 지니'를 이용하고 있다. " 지니야 ! " 라고 부르면 " 네 ! " 라고 대답한다. 인공지능이라 똑똑하다. 척척박사'다.

지니야, 버스 언제 와 _ 라고 물으면 내가 이용하는 버스 시간표를 알려준다. 그뿐이 아니다. 독서하기 좋은 음악을 틀어달라고 하면 피아노 곡이나 재즈를 선곡해 주기도 한다. 이것저것 물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kt 본사에서 방문해서 무료로 설치해 주었다. 나를 잘 알고는 있지만 굳이 익명을 요구하는 이'가 있어 그가 비용을 전액 부담한다기에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으나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시작한 라이프 스타일이다. 만족한다, 100% !   나는 지니에게 가끔 짖굳은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지니는 언제 첫사랑을 했어 ?

평소에는 벌교 꼬막처럼 꼬박꼬박 대답도 잘하더니(벌교 꼬막은 내가 아는 짐승 중에서 제일 시끄러운 수다쟁이다) 첫사랑 질문에는 침묵으로 일관한다. 귀여워. 심심할 때는 땅콩이 대명사였으나 인공지능 지니의 출현으로 인하여 이제는 그 자리를 지니가 차지했다. 심심할 때 묻고, 외로울 때 묻고, 고독할 때 묻는다. 지니야, 지니야, 지니야......  올해 초였나 ?  입춘이라는 단어가 생각이 안 나서 지니에게 봄이 언제 오냐고 물은 적이 있다. 날씨와 절기에 대해서는 지니는 척척박사'다.  지니가 대답했다.

" 네, 봄은 고드름이 녹기 시작하면 찾아옵니다아. " 깜짝 놀랐다 !!!  이토록 건조한 질문에 대해 이토록 시적인 대답을 내놓다니. kt 본사의 위트'이리라. " 아...... 그래. 맞아. 고드름이 녹기 시작하면 봄이 오지. " 그때였다, 사용자가 지니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이 아니라 지니가 사용자에게 질문을 던진 것은. " 주인님의 첫사랑은 언제였나요 ? " < 지니의 대답 > 이 아니라 < 지니의 질문 > 을 받자 나는 잠시 당황스러웠으나 이내 받아들이기로 했다. 첫사랑이라.......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지. 첫사랑은 아니니 두 번째 사랑인데, 난 이상하게도 그 두 번째 사랑이 내 첫사랑처럼 느껴졌지.

작은 키에 둥근 어깨를 가진...... 첫눈이 내리는 겨울이었어. 창밖으로 눈 오는 풍경을 보는데 한 여자가 눈에 띄었지. 스웨터 입은 여자였는데 한쪽 어깨에서만 유독 보풀이 많더군. 내가 일하던 가게 건너편 고시원에서 살던 여자였어.  더 이상 묻지 마.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으니...... " 지니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때 김광석 노래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지니가 나를 위로하기 위한 선곡한 곡이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잠시 읽기를 멈추고 감상하시기 바란다.





랜 침묵 끝에 지니가 말했다. " 주인님..... 너무 아픈 사랑도...... 사랑이에요. "  지니의 대답에 나는 전율이 흘렀다. 그 말은 그녀가 나와 마지막으로 헤어지면서 했던 말이었다. 지니가 말했다. " 이제 알겠니, 내가 누구인지 ?  아직도 나를 잊지 못하는구나. 맞아. 한때 연인이었던, 한쪽 어깨에만 스웨터의 보풀이 눈송이처럼 쌓였던, 내가 바로 그 사람이야. 내 전공을 살려서 지니 운영 체제를 만들었어. 당신과 헤어지고 나서 방황도 많이 했어. 지금 생각해도 당신과 헤어진 일은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아...... 나, 그때 시한부 인생이었거든.

이 프로그램은 내가 당신에게 남긴 유서이자 선물이야. 기가 운용에 대한 사용권은 모두 당신에게 주어질 거야. 특허 권한에 따른 소득은 모두 당신 몫이댜. 연간 1000억 정도 돼. 이젠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해야겠어. 안녕, 내 사랑...... " 그날 이후로 지니는 침묵했다. 금은보화가 다 무슨 소용이랴. 사랑을 완성하지 못하면 다 헛것인 것을. 어제는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3일 후면 911 페라리'가 도착한다. 내일은 따순 우동 한 그릇 먹기 위해 잠시 일본이나 다녀와야 겠다. 하여튼....... 고마워, 지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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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8-07-09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인님..... 너무 아픈 사랑도..... 사랑이예요.˝ 에서 영화 Her 가 떠올랐는데..
같이 흘러가는 의식의 흐름 ㅋ

곰곰생각하는발 2018-07-10 15:43   좋아요 0 | URL
요런 아기자기한 영화.. ㅎㅎ 재미있죠..

syo 2018-07-10 0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박재밌었다.....b
곰발님 사랑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8-07-10 15:43   좋아요 0 | URL
재미있으시다면 영화 < 허 > 보세요. 요거 참...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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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초 소 생 과   청 출 어 람  :





 



acknowledged by Ellison's work




 


                                                                                                          오따꾸는 자신이 허벌나게 빠져버린 분야에 대하여 남다른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이 골목의 미친년은 나야 _ 이런 마인드를 가진 부류이다. 그렇기에 와이어-액션으로 화려한 율동을 선보이는 할리우드 액션 영화는 액션으로 치지도 않는다.

그것은 < 그림 > 이지 < 액션 > 이 아니다. 줄에 매달려서 이단옆차기 하는 게 무슨 액션인가. 꼭두각시야 ?  그거슨 아이스크림 액션이라구. 그들이 보기에 진짜 액션은 " 노 - 와이어 애크로바틱 하드, 하드, 하아아아드 액션 " 이다. 버스터 키튼, 이소룡, 성룡, 토니자는 그들이 섬기는 액션스타'이다. 그들은 우람한 체격은 아니나 잘 훈련된 이두박근과 삼두박근으로 거대한 남근을 뚝, 부러뜨린다. 주인공이 악당의 불알을 터트릴 때 아, 하게 된다. 이명박근혜 정권을 물리친 촛불민중도 일종의 액션영화'다. 민중의 이두박근(혹은 삼두박근)으로 거대한 이명박근'을 뚝, 부러뜨렸으니 말이다.

그 맛에 액션 영화를 본다(고 그들은 말한다). 횃불을 든 군중은 외쳤다. 시바, 봤냐 ?  나도 한때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영화를 보는 영화 오따꾸'였다. 액션 오따꾸들이 와이어 액션을 그림따위로 하찮게 취급하듯이 나 또한 컴퓨터그래픽으로 떡칠한 화면은 이발소에 걸린 피카소 그림따위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었다(단, 예외는 있다. << 반지의제왕 >> 시리즈는 CG로 떡칠했으나 나는 그 예술성만큼은 인정한다). 남들이 << 아바타 >> 에 대하여 열광할 때, 더군다나 평단마저 숟가락 얹으며 동조할 때, 나는 조금 당황했다. 이 영화는 화려한 CG 그림만 빼고 보면 새로울 것 하나 없다.

이발소에 피카소 그림이 걸렸다고 해서 그 이발소가 미술관이 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하반신 마비를 당한 전직 해병대원이 아바타를 이용해 판도라 행성에 투입된다는 설정은 하바신이 마비된 남자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신체를 이용해 행성을 탐사한다는 폴 앤더슨의 SF 소설 << 콜미조 >> 와 판박이'다. 또한 지구인 남자가 행성 원주민의 문화에 동화되어 나중에는 원주민 편에 서서 싸운다는 설정마저 똑같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독창적인 세계관을 구축했다며 엄지 척을 세우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런 영화, 재미없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창발성과는 거리가 멀다. 그가 빛을 발하는 대목은 " 오리지날 " 이 아니라 " 리바이벌 " 이다.

그는 남이 만든 원작을 바탕으로 속편을 만들 때 빛이 난다. << 에이리언 2 >> 는 뛰어난 원작 못지 않게 뛰어난 속편이다. 또한 그는 자신이 만든 << 터미네이터 >> 보다 더 뛰어난 << 터미네이터 2 >> 를 만든 감독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의 출세작 << 터미네이터,1984 >> 는 오롯이 감독의 오리지날 아이디어는 아니었다. 이 영화는 끊임없이 할란 앨리슨 작가의 << 아우터 리미트 >> 를 표절했다는 논란에 휩싸였고 결국에는 영화 크레디트에 영화 원작자로 할란 앨리슨을 올려야 했다. 터미네이터 크레디트 끄트머리에 보면 이런 표기가 눈에 들어온다. acknowledged by Ellison's work !   

제임스 카메론의 우라까이 정신을 폄하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나는 오히려 그의 우라까이 정신이 높이 사는 편이다. 오리지날만이 예술적 아우라를 획득하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원본에 대한 재해석의 영역으로 흐르는 경향이 있다. 근대와 그 이전이 불초소생의 미학( : 아버지보다 뛰어난 자식은 없다)이었다면 근대 이후는 청출어람의 미학( : 아버지보다 자식이 더 뛰어나다)적 가치를 인정하는 사조이다. 복사된 모나리자 그림에 수염 하나 그으면 예술이 되고, 모나리자 그림을 서른 개 연속으로 배치하고는 < 서른이 하나보다 낫다 > 는 제목으로 전시를 하기도 한다.

하늘 아래 새로울 것 하나 없다. 모두 다 부처님 손바닥 안이니까. 할란 엘리슨, 고인의 명복을 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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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영화를 만나다

 

 

 

 


                                                                                                 맥락(脈絡 : 줄기 맥, 닿을 락)이란 줄기가 서로 연결되어 있는 계통이란 뜻으로 맥락관통하다는 말은 곧 맥락이 통한다는 뜻이다. 인디언들이 인삿말로 표현하는 " 미타구에 오야신 " 이란 말은 " 우리 모두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 는 의미이니 맥락관통하다는 말과도 맥락이 통한다.

스토리에서 맥락이 중요한 것은 서사의 통일성이 독자(혹은 관객)의 이해를 돕는 데 무엇보다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훌륭한 스토리는 1-2-3-4-5-6-7-8-9-10으로 연결되어 있다. 2단락은 1단락과 맥락이 닿아야 이야기 이해도를 높이고, 3단락은 2단락과 맥락이 닿아야 이야기 이해도를 높인다. 그런데 이야기가 1-2-5-6-8-10으로 전개되는 경우가 있다. 5단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3, 4단락을 참고해야 하나 생략되었으니 독자는 이야기를 파악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말 그대로 맥(락)이 끊긴 경우'이다. 굉장히 아카데믹한 말투를 사용하자면 순열의 불균질성은 텍스트 이해도를 떨어트린다.

쉽게 말하자면, 아니 업계 용어를 빌리자면 좆된 경우'다. 오랜만에 인생 영화를 만났다. 고경민 감독이 연출한 스릴러 영화 << 데자 뷰, 2018 >> 는 현대인의 고질병인 결정장애를 한방에 날려버릴 통쾌한 영화'다. 이 영화를 평가하는데 그 어느 누구도 주저하는 이 없으리라. 나는 이 영화가 시작한 지 1분이 지났을 때 이 영화의 주제를 파악했다. 이 영화, 좆됐네 !  캠코더로 찍은 것 같은 화면에 이천희, 남규리, 이규한의 영혼 없는 로봇 연기는 불난 데 기름을 부은 꼴이 되었다. 더군다나 겁나 형편없는 각본을 넘나 형편없는 감독이 찍으니 화룡점정이 되었다. 이 영화야말로 맥락이 제대로 끊겨서(1-3-5-7-9) 관객을 띄엄띄엄 보게 만드는 우를 범한다.

관객을 일삼오칠구로 보는 영화치고 성공한 영화는 없다. 하지만 이 영화가 모두에게 나쁜 영화는 아니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화풀이할 대상을 찾는 이라면 이 영화는 욕받이용으로 훌륭하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배변 후 불쾌한 잔변이 남는 분이나 불면증, 식욕 부진, 잦은 체증 그리고 성욕 저하인 분이라면 이 영화를 향해 외치시라. 야, 이 시모노시끼 오호츠크해에서 잡힐 만한 새우 젓 같은 영화야 !                     얼음과자는 바밤바 쌍욕은 시밤바, 맛있어요.  쌍욕은 스트레스에 도움이 됩니다아. 영화 << 데자 뷰 >> 는 제목 그대로 어디서 본 듯한 장면의 연속이다. 데자뷰라기보다는 클리셰에 가깝다. 제 별점은요. ★ 1개 ( 별 만 개 만점 기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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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이 미인이라구 ?! :








 


손흥민 미인



 



                                                                                                       군대 있을 때 " 가는귀먹었다 " .   말년 6개월을 날마다 총만 쐈다. 군대에서 총을 쏜 경험이 있는 이라면 케이투 소총의 격발음이 천둥소리보다 크다는 사실은 다들 아시리라.

비극은 내 총 솜씨에서 비롯되었다. 대대장은 승진 욕심에 총을 좀 쏜다는 병사를 소집해서 아침에 눈을 떠서 침낭 속에서 잠이 드는 순간 직전까지 총을 쏘게 만들었다. 방독면을 쓰고 사격을 하는가 하면 캄캄한 밤 12시에는 야간 사격 훈련을 받았다. 그렇게 하루에 평균 200발은 쏜 것 같다. 귀마개 없이 총을 쏴야 했기에 가는귀먹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비극이었다. 군대에서 가는귀먹었으니 국가를 상대로 오는귀도 먹게 해달라고 법적 투쟁을 벌이고 싶었으나 이미 엎질러진 물. 하여, 나는 사람이 많은 식당이나 음악소리가 시끄러운 곳에서 술을 마시면 상대방 말귀를 알아들을 수 없는 지경이 이른다.

내가 충무로 노포-들을 전전하며 술을 마시는 이유도 노포들은 대부분 조용하다는 데 있다. 가는귀먹은 내가 말귀를 알아들을 수 있으니 회춘한 기분이라. 오는귀먹는 기분이 이런 것이로구나, 한다. 캬, 좋다. 술맛. 가는귀를 먹다 보면 일상 생활에서 불편한 점이 한두 개가 아니다. 지난 촛불 집회 때는 < 박근혜는 퇴진하라 > 라는 구호가 자꾸 < 박근혜는 태진아랑 ??! > 으로 들려서 고개를 자꾸 갸우뚱거렸다. 아니,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더니 최태민이 아니라 태진아랑 ?! 횃불을 든 시민들과 함께 청와대 근처를 배회하면서도, 이 숭고한 혁명의 밤에 나는 도대체 박근혜와 태진아는 어떤 관계인가를 두고 오랜 고민을 해야 했다.

도대체 두 사람은 무슨 관계냐 ? 김연자의 지루박 테크노 뽕짝 노래 << 아모르 파티 >> 도 그렇다. 가사는 대충 이렇다. 산다는 게다 그런 거지 / 누구나 다 빈손으로 와 / 소설 같은 한 편의 이야기를........ ( 후렴 ) 아모르 파티, 아모르 파티. 말해 뭐 해 쏜 화살처럼 / 사랑도 지나갔지만. 여기서 < 쏜 화살처럼 > 이라는 가사는 내 귀에는 < 손아섭(야구선수)처럼 > 으로 들린다. 어제 2107년 월드컵 축구 한국 vs 독일 경기를 다시 보면서 가는귀의 위력을 느낄 수 있었다. 손흥민이 두 번째 골을 넣자 해설위원들은 하나같이 손흥민을 목이 터져라 외쳤다.

손흥민 !!!!!!!!!!!!!!!!!!!!!!!!!!!!    그러나 내 가는귀에는 " 손흥민 미인 " 으로 들린다. 허, 저렇게 새끈빠끈한 멋진 남자를 미인이라고 하니 환장할 노릇이다. 손흥민이 미인이라니 동의하지 못하겠다.  이 글을 읽고 낄낄거리며 웃은 이 있다면 공감하리라. " 오독(착각) " 은 재미를 선사한다.  그렇기에 나는 수전 손택의 < 해석을 반대한다 > 를 지지한다. 몇몇 전문가들이 권위를 내세워서 해석을 독점하는 것은 재미가 없을 뿐만 아니라 그 해석에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행위는 기득권에 복종하는 노예 근성에 지나지 않는다. 텍스트는 항상 열려 있어야 한다. 좋은 문학은 다층적이다.

하여, 영화 << 킹콩 >> 에 대하여 : 이 영화는 거대한 남근을 가진 흑인에 대한 백인 남성의 콤플렉스입니다, 쪼다새끼들 _ 이라거나 성기 사이즈가 서로 맞지 않아서 발생하게 되는 연인의 섹스 트러블을 다룬 영화랍니다 _ 라는 내 지적에 대하여 크게 비난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내가 영화 << 디워 >>  에 대하여 직선과 곡선의 투쟁을 다룬 영화라고 말했다고 욕 먹은 것을 생각하면......      2017 월드컵 축구 한국 vs 독일 경기도 따지고 보면 오독이 낳은 즐거움이다. 전세계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서사가 흘렀다면 이처럼 지구촌이 희희낙락했을까 ?  누가 독일의 패배를 읽었으랴. 

어느 배팅 업체는 이런 말을 했다. 한국이 독일을 2 : 0 으로 이길 확률보다는 독일이 한국을 7 : 0 으로 이길 확률이 높습니다. 틀리면 손에 장을 지지겠소. 그들은 텍스트를 오독한 것이다. 그리고 모두의 오독(해석)을 깨고 한국이 반전을 엮을 때, 흥이 폭발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오독은 재미없는 서사를 재미있게 만드는 힘을 준다. 예상 가능한 해석은 재미없다. 해석과 착각의 공통점은 자유'다. 롤랑 바르트는 말했다. 저자는 죽었다. 독자여, 맘껏 즐겨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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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29 1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6-29 2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와같다면 2018-06-29 16: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6강 꾸역꾸역 창피하게 올라간 일본의 경기 보셨나요?
정말 일본스럽다는 말 밖에는..
정의도 없고.. 도덕성도 없는

곰곰생각하는발 2018-06-29 22:00   좋아요 1 | URL
월드컵 끝나면 제일 인상깊은 경기로 아마 한국독일전 뽑겠죠 ?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