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책의 묘미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과학적 사실은 하나이나 그것을 다룬 책은 수도 없이 많다. 사실이 하나인 과학책을 어떻게 재미있게 만들 수 있을까? 이 책은 미드를 보는 듯한 흥미로운 조감으로 과학 분야 중 원자의 세계에 독자들을 초대한다. 적확한 씬, 방대할 수 있는 정보의 적절한 요약과 포커스, 그리고 주목할 만한 대목에 대한 과학적인 지식을 풀어낸다. 매력적인 시작, 첫 장을 보자. 제목은 <모두에게 생일 축하를>이다. 물리학자이면서 수학자이자 카톨릭 성직자이기도 한 르메트르를 소개한다. 그는 우주 전체가 아주 작은 원시 원자로부터 폭발하는 순간을 발견한 최초의 학자이다. 


르메트르의 진리 탐구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그의 인생을 한 페이지 반으로 요약한다. 제1차 세계대전 중에 군대에 소집되면서 전쟁 속에서도 물리학 서적을 읽었다고 한다. "르메트르는 과학적 성향 때문에 상관의 탄도 계산 오류를 자주 지적한 탓에 진급에 실패하고 말았다."는 일화 등은 웃기면서 슬프게 그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신앙심이 깊었고 물리학도 좋아했던 그는 두 가지 길을 다 가본다. 뜻밖에 실용적인 삶의 자세를 알려주고 넘어간다. 


하여간, 르메트르는 은하가 서로 멀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우주 자체가 더 커지고 있다고 주장한 최초의 사람이었다. 동시대 아인슈타인이 있었고, 그를 만났지만 처음에 아인슈타인은 그의 이론을 혐오했다고 한다. 나중에 아인슈타인이 그 이론을 받아들이게 되지만, 일반 사람들이 그 이론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과학적인 사실과 그게 연관된 과학자들을 엮어 통찰력 있게 보여준다. 저자는 과학과 역사 다큐멘터리 작가라고 하는데, 영상의 스크립트를 읽어가는 듯 시종 빠져든다. 가독성이 무척 좋으며, 과학에 대한 흥미를 자라나게 해주는 반가운 책. 



까치스러우면서도 큼한 표지도 인상적이다. 















까치 서포터즈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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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보는 기술>은 제목 그대로 그림을 보는 눈을 길러주는 기술서이다. 왜 이 그림이 명작이라고 불리는지 긴 명작에 얽힌 스토리나 연대나 작가에 대한 분석보다, 그림 위에 격자와 동세선을 추가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독자를 설득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만 알아챌 수 있다고 믿었던 그림의 구도와 배치에 대한 비밀을 읽는 것 같다.


이 책은 장마다 그림의 초점, 경로, 균형, 물감과 색, 구도와 비례, 통일감 등을 알아보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말하자면 국어(요새도 국어라고 부르는지 모르겠다)의 지문을 쪼개 읽으면서 화자의 의도, 목적, 글의 아름다움을 발견했던 연습을 하는 것과 비슷해 보인다. 


그런 연습들은 최소한 그 ‘단락’을 읽는 힘을 키워주는 것 같다. 우리는 연습을 통해서 우리는 더 이상 어떤 글의 백미를 찾으려고 책을 샅샅이 보지 않아도 되며, 작가의 의도를 부러 한 줄로 완성하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어떤 지문을 답을 찾아야 하는 문제로 푸는 일은 학교를 떠나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어떤 글이 주고자 하는 것을 알고, 내가 받아들이고 싶은 부분을 알고, 받아들이고, 감동할 수 있다. 나아가 왜 그런지 다른 이에게 설명할 수도 있다.


<그림을 보는 기술>은 그보다 좀 더 실용적인데, 바로 그림이기 때문이다. 그림은 일단 한 장에서 모든 이야기가 시작하고 끝난다. 길지 않고, 여러 장을 넘길 필요도 없기 때문에, 그림을 구성한 그 면 자체의 형식으로부터(이를테면 사각형 캔버스)단서가 시작된다.


그런데 다시 말해 그림의 단서를 발견한다는 것은 인간이 어떤 것을 보고 아름답게 여기는지를 이해하는 일처럼 느껴졌다. 왜 파란 안락의자에 앉은 소녀 옆에 강아지가 누워 있는지, 메론과 정물이 이렇게 비일상적인 배치로 놓여 있는지, 어두운 면 중에 비어있는 밝은 면, 그림의 한쪽 모서리를 보고 곧 이 그림을 벗어날 실마리를 찾는지. 사람은 어떻게 시각 정보를 받아들이고 처리하는 지 이해하는 과정 같기도 했다.






<그림을 보는 기술>을 키우기 위해 명화 위에 씩씩하게 그려진 단순한 선들은 사선 아니면 세로선 아니면 가로선 같은 것들이다. 명화가 엄청나게 정밀한 계산이 아니라 대략적인 구성의 선분 위에서 시작되었음을 짐작하게 된다. 그림 위를 종횡무진하는 선들을 바라보며 인간이 가장 아름답게 느낀다는 구도 몇 가지를 눈에 익혀 둔다.


백문이불여일견, 사진을 추가해야 하는 책이다. 




*까치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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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 - 전체주의라는 악몽 오늘을 비추는 사색 3
마키노 마사히코 지음, 전경아 옮김 / 까치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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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렌트를 읽어본 적이 없거나, 아렌트를 읽었는데 이해할 수 없었던 이에게 추천한다. 우선 분량이 매우 얇고 최대한 쉽게 설명하려고 했다는 의지가 보인다. (한나 아렌트 소개를 반페이지로 끝낸다) 다음 책을 찾게 하는 개론서로 만족스럽다. 지식을 편집하는 측면에서 아렌트를 읽는 철학자의 구슬 꾐의 결과물, '책'의 유용함을 다시 한 번 느낀다. 


2. '전체주의'를 알기 위해서는 국민국가를 해체하는 제국주의의 태동과(그렇다면 국민국가도 알아야 한다. 국민국가는 계급과 계층으로 구성된다) 산업혁명으로부터 시작한 자본주의가 발전하기 시작했던 19세기를 알아야 한다. 이 포괄적인 세계 정세를 정리하면서 1장 반유대주의의 기원을 들어간다. 


3. 그래서, 전체주의가 왜 위험할까? 

인간관계를 이루는 공통 세계를 파괴하고 사람들에게서 제대로 된 판단력을 앗아가기 때문이다. 95p


4. 그렇다면 인간은 어떻게 제대로 된 판단은 어떻게 이뤄질까? 

바로 공통 감각을 통해서이다. 공통 감각이란? 


사람들에게 공통된 감각, 다시 말해서 상식을 의미한다. 이것은 타인과의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면서 선악을 재는 판단력의 기준이 된다. 그런데 여기서 타인은 외부에 있는 사람 만을 뜻하지 않는다. 자기 안의 또 한 명의 나, 상상 속에서 타자의 모델이 되는 인간이 존재해야 한다. 93p 


인간을 인간으로서 성립시키는 것은 "공통 세계"이다. (...)비로소 인간은 자신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고, 타자의 인정을 통해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밝혀낼 수 있다. 94p


5. 전체주의가 다시 나타날 가능성을 없애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사람들의 관계를 회복시키고 자유로운 "운동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154p 

 

6. 전체주의, 공통 감각, 공통 세계의 설명을 지나오며 서문을 다시 보면, 전체주의를 초래한 다양한 요인들이 오늘날에도 존재한다고 말한다. 민족, 인종 간의 대립, 경제 발전과 과학기술이 진전된 지금 전체주의가 모습을 바꿔 다시 등장할 위험이 오히려 커졌다고 한다. 여기에서 빠진 단어가 없는지 살펴본다. 



::까치글방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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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투어 쇼펜하우어 - 욕망으로 점철된 세상에서 꿋꿋하게 살기 위해 오늘을 비추는 사색 1
우메다 고타 지음, 노경아 옮김 / 까치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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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 열풍 속에서 드디어! 나도 쇼펜하우어를 읽게 되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책 대부분은 그의 아포리즘을 엮은 책이 대부분이다. 독자들이 요구하는 짧고 강렬하면서 인생에 필요한 조언을 쇼펜하우어의 이름으로 소비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지만, 그것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을 좋다 나쁘다 한쪽으로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전에 이것을 하나의 현상으로 이해해야 하는 일은 아닐까 싶다.


그중에 까치에서 <아르투어 쇼펜하우어>가 출간되었다. 일본의 철학자들이 세계적인 대표 철학자를 쉬운 언어로 소개하는 책이다. 가급적 쉬운 언어로 철학자의 생애와 철학을 개괄하는 주문을 받았다고. 1장에서 철학자의 생애를 살펴보고, 2장은 쇼펜하우어의 구도철학을 중심으로, 3장은 처세 철학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4장에서는 현실 속에서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어떻게 읽으면 좋을지 알아본다.


쇼펜하우어는 어떤 삶을 살았을까? 쇼펜하우어는 부유한 가족의 업을 잇기 위해 사업가가 되기 위해 공부했으나, 학문의 즐거움을 깨닫고 말았다. 쇼펜하우어가 살던 시기에도 일을 하고 부를 쌓는 삶과 학문을 수행하는 삶은 대척점에 있었던 것인지, 그는 결국 근대 시민으로 이상적인 삶을 살도록 부모님의 부름을 받아 공부한다. 그런데 그러던 중 아버지가 급사한다.

이 사건은 쇼펜하우어에 깊은 절망을 남기는데, “아무리 유복하고 훌륭한 삶을 살아도 사람은 행복해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업가가 되어야 한다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약속과 학자의 길에서 갈등을 겪던 중, 어머니의 결단으로 아버지의 유산을 1/3을 받아 비로소 돈에서 자유로워지면서 마침내 학문의 길로 들어선다.


철학자의 삶을 아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그의 철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쇼펜하우어의 철학은 다음과 같이 젊은 시기와 노년으로 나뉘어 살필 수 있다. “젊은 쇼펜하우어는 속세에서 벗어나 의지의 부정이라는 무의 경지를 추구하고, 몸을 던져 완전한 자기 포기를 지향하는 구도 철학을 제시했다. 한편 만년의 쇼펜하우어는 의지의 부정이라는 진짜 의식을 모든 사물에 응용하고, 욕망에 현혹되지 않으면서 속세를 당당히 활보하는 노련한 처세술을 담은 처세 철학을 전수했다.” 이런 시간성에 유의해서 두 가지의 철학을 섞지 않고 각각 이해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삶의 의지 때문에 괴로운 것이 바로 인생, 어떻게 해방될 것인가?

쇼펜하우어에게 인간 존재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의지”이다. 흔히 똑똑하면 사는 데 좀 더 용이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쇼펜하우어는 지성을 부차적인 것으로 놓는다. 인생이 괴로운 이유는, 일평생 사람이 욕구에 쫓겨 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것을 “삶의 의지”라고 설명한다. 이런 괴로움 속에 사람들이 찾아야 할 것은, 다른 존재도 나와 같은 괴로움 속에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여기서 쇼펜하우어의 의지에서는 “의지”와 신체 사이에 인과성이 없이, 의지와 신체를 늘 함께 놓고 생각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의지가 원인이 되어 신체를 움직인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쇼펜하우어는 이 생각을 명확히 부정했다.”62p 이어서 “표상 세계에 존재하는 유일한 특권적 표상은 “나”의 신체이다. 활동하는 “나”의 신체만이 의지이자 표상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 의지만이 실재한다” 또는 “세계가 내 의지에 따른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다.” 66p 고 이야기한다.


“쇼펜하우어의 글을 고맙게 읽는 것이 이상한 일”

“스스로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할 때에 가장 중요하다. 우리는 독자로 지내는 데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최단 시간에 타인의 사상을 흡수하려고 들지만, 그것을 자신의 말로 표현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는 편이 좋다. 96p 라는 대목에서는 다른 사람의 글과 영상과 소식을 보느라 하루가 다 가는 일상을 다시 생각할 수 있었다. 어떤 때보다 많은 것을 읽지만 내 것으로 소화하지 못하는 것은 스스로 생각하는 일이 점점 소거된 일상을 이르는 것 같다.


더불어 저자는 “쇼펜하우어의 글을 고맙게 읽는 것이 이상한 일”이라고 말하며, “이것을 이상하다고 느낄 수 있어야 쇼펜하우어의 뜻이 우리에게 제대로 전달된 것.” 96p이라고 이야기 한다.


괴로운 것이 당연한 것이 인생이고, 인생에 대해 과격해 보이는 아포리즘과 염세주의적인 말을 남긴 쇼펜하우어의 일상을 살펴볼 수 있는 에피소드가 있다. 그는 푸들을 키우고 사랑했는데 특히 애정을 쏟은 갈색 푸들에게는 “부츠(작은 아이)”라는 이름을 붙였고, 자신이 키운 다른 모든 푸들은 “아트만”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아트만”이란 인도 철학의 핵심 개념으로, 모든 영혼의 원천인 “참자아”를 뜻한다고. 94p 푸들을 보며 작은 아이와 참자아를 생각한 쇼펜하우어를 생각하며 “책 따위를 읽지 말고 스스로 생각하는 것이 낫다”는 말을 되새겨 본다. 책과 더불어 지금 내가 보고 소비하는 모든 것을 치환해 보니, 혼자서 생각하고 나를 움직이는 일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기타: 참고로 쇼펜하우어의 “목적 없는 의지”가 “맹목적 의지”로 번역될 때가 많은데, 이처럼 맹목이라는 말을 “무목적”으로 즉각 해석하는 것은 시각 장애인을 멸시하는 차별적인 태도이다. 이 책이 출간된 후에는 적절한 변화가 일어나기를 바란다. 66p 라는 대목을 적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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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예술 토머슨
아카세가와 겐페이 지음, 서하나 옮김 / 안그라픽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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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웃어서 당황했다. 웃긴데 밤에 보면 좀 으스스하다. 비유에서 성별을 고루하게 서술하는 모습이 보이지만 1987년에 나온 책임을 생각하면 이해할만 하다. 책 또한 초예술다워서 책등에 1이라고 써있는 점이 소름. 2에 대한 소개는 없다 알아서 찾아여 하고 제목에 초예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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