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과학/예술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 8월 인문/사회/과학/예술 주목 신간

 

 

- 알라딘 신간 평가단 14기 활동

 

 

 

 

 

1.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                          

 

 

로마 제국 원형경기장, 경기장 안으로 전쟁 포로와 노예들이 끌려나온다. 우우, 객석의 로마인들이 야유를 보낸다. 이어서 철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열흘 굶은 사자들이 원형 경기장 안으로 들어온다. 포로들은 사자를 피해 도망가려 하지만 눈앞에 보이는 것은 닫힌 철문과 장벽뿐이다. 아비규환. 팔 다리가 뜯겨나간다. 와와, 흥미진진한 게임을 보며 로마인들은 즐거워 한다.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학살 사건을 보면 그 옛날 로마 원형경기장이 생각난다. 팔레스타인 지역을 둥굴게 에워싼 분리 장벽은 원형경기장'이다. 그곳에 갇힌 팔레스타인 사람은 전쟁 포로이거나 노예들이다. 그리고 미사일은 굶주린 사자를 닮았다. 온누리에 터진 미사일은 굶주린 사자의 이빨과 발톱이 되어서 팔 다리를 뜯어낸다. 와와, 이스라엘 사람은 지금 흥미진진한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애비나 새끼나 똑같다. 테러범을 낳은 것은 여자이니 팔레스타인 여자를 하나도 남김없이 죽여야 한다는 소리도 한다. 그들은 지금 불꽃 축제 중이다. 홀로코스트를 제노사이드로 되갚는 증오 앞에서 할 말을 잃는다.  한국 언론은 이번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학살 사건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 교전 " 이라고 정의를 내린 듯하다. < 교전 > 이란 사전적 의미로 " 서로 대등한 병력을 가지고 전쟁을 함 " 이다. 좋다, 백 번 양보해서 " 교전 " 이라고 하자. 언론 보도에 의하면 가자에서는 지난달 8일부터 25일째 이어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1천500여명의 사망자와 8천명이 넘는 부상자가 발생했다. 이중 대다수는 여성과 아이를 비롯한 민간인들이라고 유엔은 밝혔다. 이스라엘에서는 군인 60여명과 민간인 3명이 목숨을 잃었다.지금 팔레스타인 학살 사건은 대등한 병력으로 싸움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이 일방적으로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 융단 폭격을 가하는 것이다. 교전이 아니라 대학살이다. 성인 격투기 선수가 다섯 살배기 꼬마를 두들겨 패고서는 " 서로 치고받고 다투는 중 " 이라고 말하는 꼴이다. 지금 이스라엘 백성은 경치 좋은 해변가에 앉아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불꽃놀이를 구경하고 있다. 이스라엘 백성에게는 아름다운 불꽃이지만 팔레스타인 백성에게는 죽음의 불꽃이다. 채플린이 했던 말이 생각난다.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말이다. 펑 ! 지금 이 순간에도 밤하늘에 불꽃 하나 터진다. 유대인이여, 아름다운 밤입니까 ? ( 역사 분야 )

 

                                                                                                                                                

 

 

 

 

2.  닭이 지배하는 사회 ?!                                                  

 

 

 

정은영의 << 대한민국 치킨전 >> 은 치킨 발전사로 본 대한민국 사회상을 다루는 미시사 분야 책이다. 솔직히 말해서 " 미각의 역사 " 따위는 온통 바깥 나라 사람이 쓴 미식견문록'이니 쉽게 와 닿지 않았다. 이제는 한국인이 쓴 한국 식문화에 대해 알고 싶다. 닭의 계보학'이라고 할까 ? 닭은 진화했다. 백숙에서 전기통닭구이로, 전기통닭구이에서 켄터키 후라이드 치킨으로, 켄터기 후라이드 치킨에서 양념 치킨으로 진화를 거듭했고 결국 최후의 승자가 되었다. 닭이 청와대 주인이 되자 마을도 온통 닭이 주인 행세를 하기 시작했다. 계급을 A, B, C로 나눈다면 A계급은 닭을 시키고,  B계급은 닭을 튀기고, C계급은 닭을 배달한다는 우스개가 퍼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열외 계급인 특권층(재벌, 정치가 따위)을 포함하면 D계급은 닭을 섬긴다. 그렇다, 대한민국은 닭 공화국이다. 청와대 안주인도 닭이요, 동네 가게를 점령한 것도 닭 가게'이니 말이다. 닭 가게'라는 말이 나와서 웃자고 하는 소리지만 박근혜 대통령 아버지 이름이 " 닭고기 맛있어 " 가 아니었던가 ! ( 인문 분야 )

 

 

                                                                                                  

 

 

 

 

3. 어느 완벽주의자의 회고담                                              

 

 

 스탠리 큐브릭은 알프레드 히치콕이나 찰리 채플린과는 달리 특정 장르에 얽매이지 않았다. 그는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 장르 " 를 실험했다. 그에게는 한 우물만 파야 된다는 10,000시간의 법칙 따위는 적용되지 않았다. 그는 깊게 파기 위해 넓게 팠다. << 배리 린든 >> 은 인공 조명 없이 자연 조명만 가지고 만든 시대물 영화였고, << 샤이닝 >> 은 스테디 캠 카메라를 사용하여 효과를 극대화한 공포 영화였다. 잘 알려졌다시피 위대한 걸작 <<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 는 별다른 특수효과 없이 만든 완벽한 SF영화였다. 그는 평생 장르에 뼈를 묻은 감독보다 장르의 속성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가 만들면 장르를 대표하는 영화가 되었다. 그는 시대를 한 발 앞선 감독이 아니라 최소한 두 발 앞선 감독이었다. 훌륭한 감독은 평론가가 좋아하는 감독과 감독이 존경하는 감독으로 나뉘는데 스탠리 큐브릭은 평론가가 좋아하는 감독이면서 동시에 감독이 존경하는 감독이었다. 그는 진정한 의미에서 장인'이었다. ( 예술 분야 )

 

 

                                                                                                

 

 

 

 

 

4. 구름 추적자 !                                                              

 

 

구름은 민주주의와 공산주의를 혼합한 오브제'다. 구름을 감상하기 위해서 돈을 지불할 필요가 없다. 내 소유는 아니지만 그 누구의 것도 아니어서 마음 놓고 구름을 감상할 수 있다. 구름은 공공재'다. 하늘이 루브르 박물관 벽이라면 구름은 벽에 걸린 그림'이다. ( 구름과 그림'이라는 낱말이 서로 형태가 비슷하다는 점이 무척 마음에 든다. ) 그림 종류도 다양하다. 뭉게구름, 거먹구름, 꽃구름, 매지구름, 삿갓구름, 열구름, 새털구름, 비늘구름. 아, 그리고 김애란 때문에 알게 된 비행운'도 있다. 그동안 우리는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느라 땅만 보고 살았다. 병아리도 물 한 모금 마시고 하늘 한번 쳐다보고, 물 한 모금 마시고 하늘 한번 쳐다본다는 데......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 << 구름 읽는 책 >> 은 다양한 구름에 관한 이야기'다. 이 책을 쓴 개빈 프레터피니는 구름 감상 협회(Cloud Appreciation Society ) 설립자라고 한다. 오오, 마음에 든다.  여러모로 일상에 도움이 될 만한 책인 것 같다. 구름 형태를 보면 날씨를 예측할 수 있다고 하니, 구름 그림 보고 일기 예보 듣는 꼴이다. 책 겉표지도 잘빠졌다. 책 디자인이 훌륭하다는 점은 출판사가 그 책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다. 문방구에서 파는 흰색 마분지로 책 겉표지를 만드는 동문선의 핵폭탄급 디자인 테러'에 비하면 이 얼마나 아름다운 얼굴이냐. ( 과학 분야 )

 

                                                                                               

 

 

 

5. 땀은 정직하다                                                              

 

 

<< 괴짜 사회학 >> 으로  좋은 인상을 남긴 수디르 벤카테시'가 신간을 내놓았다. 탁상공론에 의해 만들어진 통계 수치'가 얼마나 엉터리였나를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사회학자는 거리와 현장에 있어야 한다고 외쳤던 수디르 벤카테시는 여전히 거리와 현장을 종횡무진 누비며 발언한다. 그 결과가 바로 << 플로팅시티 >> 다. 문득 조은 교수의 작업 방식과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디르 벤카테시가 시카고 빈민가에 뛰어들어 10년 간 갱단과 생활했듯이, 조은 교수는 사당동에서 만난 한 가족을 25년 동안 함께 동행하며 관찰했다. 그 결과가 << 사당동 더하기 25 >> 였다. 내가 올해 읽은 책 가운데 가장 탁월한 책이었다. 조은 교수 또한 탁상공론보다는 현장 비평의 중요성을 강조한 사회학자'였다. 다 필요 없다. 사회학에서 중요한 것은 통계가 아니다. 툭 하면 통계를 들먹이는 정치가는 현장을 알지 못하는 사이비 정치인이다.  믿을 것은 땀이다.  쏟은 만큼 값지다. ( 사회 분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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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31 12: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7-31 12: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rtour 2014-07-31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위 댓글의 글쓴 시간이 10년 11월 8일이네요. ㅎㅎ 과거 손님의 미래로의 방문이 있었나봐요.날도 더운데 맨날 개와 비비빅 먹음서 책만 읽나봐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7-31 12:37   좋아요 0 | URL
레트로 제임스 패턴 씨'라고 종종 시간 여행을 하시는 분인데 가끔 시간 여행 하시면 이곳에 와서 안부 전하십니다. 조만간2015년 로또 번호 정보 가지고 오신다고 합니다. 여름엔 비비빅이 최고에옷... 그나저나 새로 들어온 강아지 잘있나요? 이름을 까먹었습니다.

rtour 2014-07-31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로운 개 이름은 미미. 지랄견이죠. 사람, 물건 가리지 않고 어찌나 물어 뜯는지..원. 쩍쩍이 새이름 검은봉투 어쩌구 어려워서 암기가 안되네요. 그나저나 이번 선거 곰곰발 님 바람대로 새정련인지 모시기인지 완전 참패군요. ㅋㅋ 살면서 이렇게 존재감 없는 제 1 야당은 처음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7-31 14:16   좋아요 0 | URL
아, 맞습니다. 미미였죠. 후후, 새끼 낳으면 수수'거나 우우'입니까 ?
개인적으로 새정련 참패하길 기다렸습다. 그래야 대오각성하지 이상태로 질질 끌면 정말 죽도 밥도 안 됩니다.

지금 이웃의 아이를 죽이고 싶었던.... 이 단편집 읽고 있는데 미친 작가 같습니다. 이건 핵폭탄급이로군요....

마립간 2014-07-31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곰발 님에게 기대어 마립간이 추천하는 도서 ; X의 즐거움 (기대만큼 좋을지 반신반의하지만.)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01165813

곰곰생각하는발 2014-07-31 14:42   좋아요 0 | URL
저 이런 책 좋아합니다. 찜해두었다가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목차만 보니 무척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rtour 2014-07-31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류드밀라 페트로스피차야.인지 모시기인지 대단하죠? ^^ 역시 곰발님과는 책 취향이 맞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7-31 14:43   좋아요 0 | URL
제가 보봐리부인이나 잃어버린 시간 같은 걸 잘 못 읽습니다. 만연체에 좀 질린 것도 있고, 단순 명료한 걸 좋아하는데 류드밀라는 단도직입적으로 딱 쓸 문장만 꺼내고 나머지는 ....
그런데 읽고 나면 먼가 찡합니다. < 집에 누군가 있다 > 와 < 인생의 그림자 > 읽다가 울 뻔했습니다.
뭔가 쓸쓸하고 기괴하고 허전한... 하여튼 최고네요..

rendevous 2014-07-31 14:50   좋아요 0 | URL
박경리 문학상 받은 류드밀라 울리츠카야와는 다른 분인가요? 왠지 페루애님이 좋아하시는 손창섭 느낌 들 것 같은 스멜이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4-07-31 15:13   좋아요 0 | URL
찾아보니 페트루셉스카야입니다....러시아 이름이 워낙 다 비슷비슷해요.
개인적으로 사람 이름은 아프리카 이름이 최고라고 생각함.. 둥가, 팅가팅가, 와움 우달달.. 이런 식이잖아요. 이름 엄청 친근함....개인적으로 아프리카 사람 이름 쵝오 !!!

rendevous 2014-07-31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름 읽은 책 완소네요 ^^ 깨알 같은 동문선 까기~(혹시 지만지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 닭고기 맛있어 - 올해 최고의 언어유희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한 표!

곰곰생각하는발 2014-07-31 15:12   좋아요 0 | URL
지만지 출판사 디자인을 최고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1인입니다 간결한 맛을 좋아하거든요. 여백의 미를 살린다고나 할까요. 동문서 디자인은 반대로 가장 질 낮은 갱지로 만든 미술책 같다고나 할까요.... 딱지 만들면 딱입니다.

닭고기 맛있어.. = 요거 꽤 좋죠 ? 제가 심혈을 기울여서 만든 언어유희입니다. 저작권은 저에게 있음... 인용하시려거든 앞으로 10원씩 내야합니다.

만화애니비평 2014-07-31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정련은 저리 될 것이라 여겼지만, 노회찬의 패배는 아쉽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7-31 17:24   좋아요 0 | URL
안타깝죠. 달리 할 말이 없습니다.

그렇게혜윰 2014-09-02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루살렘 광기]가 탈락하고 [치킨전]이 선택된 것에 대하여 심히 마음이 아파요 ㅠㅠ

곰곰생각하는발 2014-09-02 11:41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 예루살렘 광기'가 득표율은 가장 높았던 것 같았는데 역시 득표 순이 뽑기 순은 아니더군요..ㅎㅎ
 

 

 

 

 

 

 

 

 

 

 

 

 

 

 

 

 

 

           

 

 

 

 코난 도일은 명탐정 홈즈로 부와 명예를 얻었지만 자신이 창조해낸 인물에 대해 싫증을 내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남성 짝패 탐정물'을 " 초보적 형태의 소설 " 이라고 말했을 만큼 홈즈를 부끄럽게 생각했다. 그는 홈즈의 명성 때문에 자신이 진정으로 쓰고자 했던 (문학적 완성도가 높은)역사 소설이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자신은 대중작가'가 아니라 세익스피어 같은 대문호'가 되고 싶었던 까닭이다. 그래서 그는 문학적 완성도가 높은 작품에 집중하기 위해서 시리즈인 홈즈'를 죽이기로 한다. 코난 도일의 전기를 쓴 파트릭 아브란에 의하면 그는 소설 속 인물인 홈즈'를 지겨워 한 것이 아니라 혐오하고 경멸했다고 한다. 호시탐탐 기회를 노린 도일'은 [ 마지막 사건 ] 에서 그를 죽인다. 뭐, 작가가 소설 속 인물을 죽이겠다는데 막을 자'가 누가 있겠는가. 소설가의 지위'란 창조주요, 소설 속 가상 인물인 홈즈와 왓슨'은 그 창조주가 만든 피조물'에 지나지 않는 것 ! 도일이 가상 인물인 홈즈를 죽였다고 해서 도일'이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할 의무 또한 없는 것 아닌가.

 

하지만 일은 ( 더럽게 ) 묘하게 꼬인다. 홈즈가 죽자 영국 사회는 패닉 상태'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거리 곳곳에 조기를 다는가 하면, 사람들은 가슴에 검은 리본'을 달아 홈즈의 죽음을 애도했다. 그뿐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영국 왕실에 편지를 써서 홈즈의 귀환을 종용했으며, 공공연하게 도일을 혐박하기 시작했다. " 흥. 도일 개새끼 ! 말미잘, 해삼, 멍게, 3일 동안 산소 공급이 안 된, 수족관에 갇혀 지낸 개불 같은 자식 ! 부와 명성을 안긴 명탐정 홈즈를 죽이다니, 배은망덕한 놈 ! 응징하리라 ! 쿠아아아앙 " 여기저기 곳곳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이것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패닉'이었다. 독자들은 홈즈를 가상의 인물이 아닌 실제의 인물로 받아들인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출판업자들은 도일에게 거액의 원고료를 제시하며 설득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는 실제로 자기가 낳은 홈즈'를 뼛속까지 증오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수많은 회유와 협박에도 불구하고 8년 동안 홈즈'를 위한 소설'을 쓰지 않았다.

 

 

대중이 열광했던 것은 코난도일'이 아니라 셜록홈즈'였다. 홈즈는 아버지이며 창조주이고 현실 속 인물이 되었다. 반대로 도일은 아들이며 피조물이고 허구 속 인물이 된다. 웩 더 독 ! 꼬리가 개 몸통을 흔드는 꼴이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니 어느 누가 홈즈'를 살리려고 하는 작가가 있겠는가 !

 

 

 

 


 

 

 

 

눈물'이... 을 가린다 !

 

 

 

 

스티븐 킹의 소설은 해마다 영화화된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와중에도 허리우드 스튜디오'에서는 그의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을 것이다. 수많은 영화가 만들어졌지만 원작의 퀄리티'를 고스란히 재현하는 감독은 많지 않았다. 심지어 스티븐 킹 본인이 영화를 만든다고 깝죽댔지만 공교롭게도 지금까지 만들어진 킹의 영화 중 가장 " 후진 영화 " 로 길이 남았다. 다들 동의하겠지만 킹의 원작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은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이다. 그가 만든 < 쇼생크 탈출 > 은 아름다웠고, < 미스트 > 는 전복적이어서 놀라왔다.

 

여기에 한 명 더 추가하자면 로브 라이너'를 뽑고 싶다. < 스텐 바이 미 > 와 < 미져리 > 가 그의 작품이다. < 미저리 > 는 매우 잘 빠진 헐리우드 스릴러 영화'다. 케시 베이츠'가 침목과 해머를 들고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아, 오줌을 지릴 뻔했다. 설상가상 왼쪽 발목을 부러뜨린 미친 간호사 애니'가 소설가의 오른쪽 발목까지 내려칠 땐 너무 놀라서 똥을 쌀 뻔했다. 아, 시부랄 ! 똥 싸도 좋아. 나는 영화 상영 내내 오줌 싸고 똥 쌌다. 그런데 이 영화의 원작은 생각보다 텍스트'가 깊고 우아하다.

 

자세히 뜯어보면 < 미저리 > 는 < 천일야화 > 의 구조를 차용한다. 주인공 폴은 살기 위해서 날마다 미친년에게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한다. 소설 내용이 미친 간호사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죽은 목숨이 된다. 어디서 많이 본 데쟈뷰'가 아닌가 ? < 천일야화 > 다. 우리가 이 두 서사의 유사성을 깨닫지 못하는 이유는 캐릭터의 성별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 천일야화 > 에서의 왕은 < 미저리 > 에서 미친 여자 간호사로 바뀌었고, 세헤라자데 공주는 남성 소설가 폴'로 바뀌었다. 킹은 < 천일야화 > 의 플롯을 가지고 와서 공포소설의 킹'답게 멋지게 재창조한 것이다.  

 

여기에 스티븐 킹은 코난 도일'을 모델 삼아 폴'에게 생명을 부여한다. 킹은 아니라고 할 터이지만, 폴과 코난'은 동일인물이다. 폴이 창조한 미저리'는 코난이 창조한 홈즈'와 같다. 재미있는 사실은 여기서도 성별이 바뀐다. 종합하면 왕은 간호사 애니로 바뀌고, 세헤라자데'는 소설가 폴이 되었으며, 명탐정 마초 홈즈'는 비련의 여주인공 미저리'가 된다. 킹은 역시 꼼꼼하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 ! 쥐새끼처럼 알아채는 곰곰생각하는발이 아니던가.

 

폴은 코난 도일이 소설 속에서 홈즈를 죽였던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창조한 미저리'를 죽이고 새롭게 시작하고자 한다. 하지만 소설가에 의한 < 소설의 죽음 > 은 유예된다. 영국 독자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혔던 것처럼 말이다. 소설 속 캐릭터인 미저리'에 빙의된 애니'는 격렬히 저항하는 셜록키언'을 닮았다. 그녀는 미저리언'이다. 그러니깐 스티븐 킹은 천일야화의 플롯을 끌여들어서 < 코난 도일, 한때의 곤경 > 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 텍스트 수용자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말이다.  결국 미저리'는 살아난다. 폴은  애니와의 사투에서 이겼으나 그녀의 소원대로 < 돌아온 미저리 > 를 썼다. 둘 다 하와이 가지는 않았으나 결과는 미저리의 승리다.  셜록 홈즈가 아버지 코난 도일'을 이겼듯이 말이다.

 

킹이 1999년에 대형 교통 사고를 당했을 때, 내가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 미저리 > 였다. 미저리 속 폴 쉘던'도 교통 사고를 당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죽음을 넘나들었으나 다행히 살아서 돌아왔다. 홀쭉한 모습으로 말이다. 아, 불쌍해라 ! 그의 모습을 보자 눈물이 앞을 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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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3-03-23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 주인공이 작가보다 더 유명한 경우가 꽤 있죠.디킨즈보다 스쿠루지,하디보다 테스,디포우보다 로빈슨 크루소 등등...

우리나라 소설가 중 조성기 씨가 미저리 비슷한 소설을 하나 썼죠.스토커 같은 독자가 나오는...하하하...

곰곰생각하는발 2013-03-23 23:12   좋아요 0 | URL
아, 조성기 작가님 요즘 뭐하시죠 ? 작품 활동을 접으셨나요 ?
글구 보니 조성기 작가님. 아닌가, 내가 알던 그 작가님이 아닌가 ? 헷갈리네요.. 찾아봐야지..ㅎㅎ

노이에자이트 2013-03-24 13:23   좋아요 0 | URL
아니에요.아직도 활동 중입니다.2 년 전 윤치호 전기소설을 썼던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3-24 17:56   좋아요 0 | URL
네에 찾아보니 아직 활동하시네요. 통도사 가는 길... 생각나네요.. 후훗..
 






위험사회, 스타일, 시인





▷ 위험사회 : 그들을 부러워하지 말지어다

초가집에서 큰불이 나는 경우는 없다. 초가삼간 다 타봐야 빈대 몇 마리 죽을 뿐이다. 큰불은 대궐이라는 조건을 충족시킬 때 발생한다. 층이 쌓일수록, 그리고 높이가 높을수록 그 건물의 리스크도 그것과 비례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광고는 청개구리와 비슷한 구석이 있어서 결핍을 숨기기 위해 되레 선빵을 먼저 날린다. 새우깡이라는 과자 이름은 새우깡이 없다(결핍)는 사실을 숨기기 위한 광고 전략이다. 마찬가지로 붕어빵이라는 이름도 붕어가 없다는 결핍을 숨기기 위한 전략이다. 마찬가지로 마천루 광고는 하나같이 편리와 안전을 강조하지만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광고가 청개구리 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마천루가 불편과 위험이 도사리는 곳이라는 것을 알아채야 한다. 그러니까 하이테크 방제 시설과 보안 시설을 갖췄다고 광고하는 건물은 정반대로 가장 위험한 공간인 셈이다.  /  주제 사마라구 소설 << 눈먼 자들의 도시 >> 는 도시가 마비되면 살기에 가장 불편한 곳이 마천루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곳은 전기만 끊겨도 지옥이요, 변기에 물이 공급되지 않아도 지옥이 되는 곳이다.  변기가 막힌 채 타워팰리스에서 열흘만 견뎌 보시라. 하여 그들을 부러워하지 말지어다. 또한 영화 << 다이 하드 >> 는 최첨단 방제 시설과 보안 시설을 갖춘 초고층 빌딩에 인간 " 버그 " 가 침입하면 속수무책으로 위험에 노출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1). 결과적으로 외부 침입을 철저하게 차단하는, 나카토미 빌딩이 자랑하는 하이테크 방제 시스템은 경찰의 빌딩 내 진입을 차단함으로써 테러범을 보호하고 인질을 더욱 곤경에 빠지게 한다. 안전하다는 것은 위험하다는 증거다.






 

 

 

 


 



▷ 박근혜의 침대 : 자세가 태도를 결정한다

총은 위험한 무기이고 칼은 조심스러운 도구다(불도 마찬가지이다). 총과 칼을 다루는 사람은 운전면허를 갓 딴 초보운전자와 비슷해서 처음에는 이 위험한 도구를 섬세하게 다루기 때문에 사고가 나지 않지만, 어느 정도 익숙하게 숙련되었다고 방심하는 순간에 안전사고가 자주 발생하게 된다. 그렇기에 칼(총, 불)을 손에 익힐수록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한다. 스타일이라는 단어의 어원이 끝이 뾰족한 촉이나 칼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은 감안한다면 스타일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서 무기가 되기도 하고 도구가 되기도 한다. 좋은 스타일, 좋은 디자인, 좋은 문장은 여러 구성 요소를 조심스럽게 다룰 때 발생하는 아우라'다 / 스타일이란 까다로운 녀석이다. 과잉을 강조하게 되면 키치가 되고 결핍을 강조하면 컬트가 된다. 한껏 멋을 내겠다고 온갖 악세서리를 몸에 걸치고 천안 삼거리를 워킹하는 사람은 << 세상에 이런 일이 >> 에 나오기 딱이다. 스타일 결핍보다 촌스러운 것은 스타일 과잉이 아닐까 ? 다시 한 번 말하자면 스타일이란 녀석은 꽤나 까다로운 녀석. 결핍을 보완하되 과잉으로 빠지지 않아야 하지만 그렇다고 과잉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결핍을 꺼내들면 촌스러워진다(스타일이란 기본적으로 과시적 욕망인 과잉에 기초한다). 그러니까 과잉을 기초로 하되 과잉처럼 보이지 않는 방식이 세련된 스타일이라는 것이다. 좋은 예가 애플사에서 출시된 아이폰이다. 얼핏 보기에 아이폰은 디자인이라고 말하기 민망할 정도로 밋밋한 디자인이다. 그냥 납작한 직사각형 모양이다. 하지만 바로 아이폰의 디자인 결핍이야말로 가장 세련된 스타일 과잉의 예이다. 왜냐하면 복잡한 디자인보다 훌륭한 디자인은 심플한 디자인이기 때문이다.  좋은 예가 루이비통 가방이다. 남대문 짝풍 루이비통과 진품의 차이를 비교하면 이해가 쉽다. 짝퉁 루이비통은 누가 봐도 루이비통 가방이라는 정보를 외부인에게 제공한다. 가방에 대문짝만 하게 루, 이, 비, 통이라는 로고가 박혀 있기 때문이다. 디자인도 비교적 화려하다. 반면, 진품은 상품 로고의 크기가 작을 뿐만 아니라 디자인도 비교적 심플하다. 루이비통 가방 중에서도 가장 비싼 제품은 무인상품 디자인을 닮았다. 로고는 가방을 열어야 비로소 보인다. 가방 안에 로고가 박혀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가방을 열어 명함을 주고받는 이들만이 그 가방이 루이비통이라는 사실을 안다. 홍라희 여사가 굳이 자신이 들고 다니는 가방이 루이비통이라는 사실을 서민들에게 과시할 필요는 없으니깐 말이다. 쉽게 말해서 끼리끼리 놀겠다는 심산이 반영된 디자인이다  /  좋은 문장도 과잉을 기초로 하지만 결핍처럼 보이게 만드는 문장이 좋은 문장이다. 멋진 문장을 완성하겠다고 부사, 조사, 접속사, 감탄사 따위를 남발하는 문장은 모자, 목걸이, 스카프, 팔찌, 카우보이 혁대, 체인 따위를 모두 두른 과잉 패션과 같다. 아따, 멋쪄부러 ~ 환장하게 멋쪄부려 ~ 페루애, 멋쪄부러잉~                 그러나 액세서리는 각자 훌륭한 패션 조미료 역할을 담당하지만 액세서리들의 총합이 시너지 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은 아니다. 50도인 물과 50도인 물이 합치면 물 온도가 100도가 되지는 않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자기는 한껏 멋을 낸다고 하지만 그가 걷는 길은 쁘레따뽀르떼가 아니라 세상에 이런 길 위를 걷는다  /  패션에서 결핍보다 촌스러운 것이 과잉이라는 사실은 멀리 볼 것 없다. 내 꼬락서니를 보면 답은 나온다. 좋은 패션은 기꺼이 불편을 감수하겠다는 다짐에서 시작된다. 그것은 미학적으로 뛰어난 의자가 사실은 불편한 의자인 것과 같다. 몸뻬가 촌스러운 옷의 상징인 이유는 몸뻬가 너무 편하다는 데 있듯이 컴퓨터 의자가 싼 의자의 상징인 이유 또한 그 의자가 너무 편하다는 데 있다. 지위가 높은 사람일수록 불편한 의자에 앉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  불편은 지속적으로 뇌에 자극을 주기 때문에 태도와 자세를 의식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시시각각 교정이 가능하다.  내가 인간 관계에서 불편을 최고의 미덕으로 여기는 이유이다. 자세를 잊는 순간, 우리는 세상에 이런 길을 걷게 된다  /  가구 중에서 가장 편한 것은 침대요, 가장 편한 장소는 화장실이다. 21세기 성인 중에 " 우선 눕고 볼 일 " 과 " 우선 누고 볼 일 " 에 집착하는 인물이 있다. 바로 침대의 여왕, 박근혜'다.  침대는 자세를 허물어뜨린다는 점에서 나쁜 자세를 유도한다. 좋은 자세가 좋은 태도를 유지한다. 그런 점에서 그가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좋을 리가 없다.

 




 

 

 

 

 

▷ 시 : 무학의 힘

시인이 많은 사회일수록 좋은 사회 같지만 사실은 시인이 없는 곳이 낭만적인 사회다. 대한민국 출판 시장에서 해마다 새 시집이 쏟아지고 있지만 그것은 문학이 부흥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니라 반대로 문학이 쇠락하고 있다는 매우, 매우, 매우, 매우, 매우 명징한 증거다. 십자가가 많을수록 부흥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니라 구원이 불가능한 사회라는 것을 암시하듯이 말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시적인 언어를 구사하는 부족은 인디언이었다. 언어는 있으나 문자는 없는 인디언 부족은 < 친구 > 라는 말을 " 내 슬픔을 함께 지고 가는 자 " 라고 부른다. 여기에 수우 족은 < 12월 > 을 " 나무껍질이 갈라지는 달 " 이라고 부르고 < 1월 > 을 " 해에게 눈을 녹일 힘이 없는 달 " 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사람 이름은 " 오줌을 눌 때 휘파람 소리가 나는 자 " 라고 부르는 식이다(참고로 내 인디언식 이름은 어쩌다 낳은 한숨이다). 이 정도면 박목월도 울고 갈 서정이다. 이들이 나누는 일상 대화를 상상하면 아찔하다. " 내 슬픔을 함께 지고 가는 자여, 눈 녹일 힘이 없는 달이 차면 오줌을 누면 휘파람 소리가 나는 자와 함께 술이나 한 잔 하세 " 인디언 사회에서는 만득이도, 삼식이도, 영구도 모두 시인이다. 시는 언어는 있으나 문자는 없는 세계에서 빛이 난다. 그렇기에 문자를 배우기 전의 아이들이 말할 때 시적 아우라가 발생하는 이유이다. 시의 본질은 무학이다. 하여 나는 이토록 가방끈이 긴 세대가 이토록 많은 시인을 배출하고 있다는 점이 영 못마땅하다. 인디언의 시적 언어에 감탄한 여행객이 그들에게 물었다고 한다. "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인디언 시인은 누구인가요 ? "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 시인이 뭐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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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존 맥클레인크리스마스 때만 되면 죽도록 고생하는 사나이.  실벳탸 스텔론이 용병이 되어서 베트남에서 싸울 때 브루스 윌리스는 형사가 되어서 뉴욕에서 흰 쫄티와 맨발로 악당과 싸운다. 전자는 해외 용병이고 후자는 자치 경찰'이다. " 아사리판 나와바리. 오오,  오호츠크 시밤바들아 "  이 두 마초가 닮은 점은  타자의 사유지   에서 폼 나게 총싸움(질)을 한다는 점이다한 방 쏘면 해결될 걸 열 방 쏜다. 어차피 그들은 돌아갈 고향이 있으니 싸움터가 심해 밑바닥 뻘보다 더 참혹한 폐허가 되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쏘가리도 아니면서......  닥치는 대로 쏜다.

미국이 내세우는 전쟁 전략은 언제나 동일했다. " 남의 나라에서 폼 나게 싸우기 " 미국 본토가 < 적 > 으로부터 공격을 받았던 경우는 일본 가미가제 공격과 알카에다 공격이 유일했다.  가미가제가 모더니즘적 증후라면 9.11테러는 포스트모더니즘적 증후였다.  언제나 그렇듯이 나카토미 전투는 미국이 아시아에서 펼치는 대리전 이다. 영화 속에서 브루스 윌리스는 고개 숙인 남자'가 될 판이.  < 그 > 는 직장에서는   ① 골치 아픈 동료였고, 아내에게는 ② 무능한 남편이었으며,  딸에게는 ③ 유령'이나 다름없는 아저씨에 불과하다. 가정은 위기일발 상황에 놓여 있다. 나카토미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아내는 자신의 이름을 숨긴 채 처녀적 이름으로 직장 생활을 한다.   

그러니깐 아내는 < 홀리 맥클레인 > 이라는 이름을 지우고 결혼 전 이름인 < 홀리 제네로 > ​로 처녀 행세를 하는 것이다.   맥클레인 형사는 나카토미 빌딩 로비에 있는 방문자 명단에서 아내가 처녀적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눈살을 찌푸린다.  맥클레인 가문을 부끄러워하는 아내.  설상가상, 참기름처럼 생긴 회사 동료가 아내인 홀리를 " 홀리 " 는 더러운 꼴도 본다.  맥클레인'이라는 이름은 말 그대로 아내로부터 제거(거세)된 상태'다.  지금 그의 페니스는 발기와 거세 사이에 있는 것이다잘린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꼴린 것도 아닌 상태.  마치 휴대폰 표시창에 방전을 알리는, 깜박거리는 아이콘처럼 말이다.  그는 자신의 남근이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존 맥클레인 형사, 추락한 자존심을 세울 수 있습니꺄 ?

이 영화에는 재미있는 역설이 돋보인다. 전쟁터의 주요 무대인 < 나카토미 빌딩 > 은 하이테크 벙커로 최고의 방재와 보안 시설을 자랑하는 건물이다. 그런데 테러리스트는 오히려 디지털화된 보안 시스템 때문에 보호받는다. 경찰은 나카토미 하이테크 보안 시스템 때문에 건물 내부로 진입할 수 없다. 빌딩 철문은 먹이를 문 악어의 입처럼 열릴 줄을 모른다.  다시 말해서   :   적의 침입을 방어하기 위해 만든 철통 보안 시스템이 역설적으로 적을 보호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이 역설은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만든 하이테크가 오히려 위험을 강화하는 역기능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기술 발전은 리스크의 파이'를 키운다.  초가집이 불타면 단순한 화재가 되지만  초고층 빌딩이 불타면 재앙이 되는 법이니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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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바이벌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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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부 리 의     제 왕   :



 



짜릿짜릿한 30만 볼트의 서사 



 

 


 

                                                                                                    50년대 " 과학 빈티지 B급 괴수 영화 " 를 좋아하다 보니 유투브에 접속해서 괴수가 등장하는 장면을 모은 동영상을 자주 감상한다. 볼 때마다 느끼지만, 참.... 거지 같구나.             

거무퉤퉤한 라텍스 고무 재질로 만들어진 살덩어리를 볼 때마다 폴리 에스테르의 살냄새가 물씬 풍겨서 어지러울 정도다. 평소에는 쩨깐해서 거들떠도 안 봤던 것들이 영화 속에서는 " 모비-딕 " 이 되어 돌아온다. 거대한 개미, 거대한 거미, 거대한 문어, 거대한 파리(인간), 거대한 바퀴(인간) 따위. 만약에 당신이 괴수의 탄생을 두고 과학적 해명을 요구한다면, 당신은 B급 영화를 볼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괴수(혹은 기이한 현상)에게 리얼리티를 요구하는 것은 예의가 아닐 뿐더러 멍청한 짓이기도 하다(내가 박근혜에게 왜 그랬어요, 네에 ? _ 라고 묻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괴물이 가지고 있는 성정은 가짜 - 시늉, 흉내, 의태 따위이다).

괴수는 리얼하지 않을 때 비로소 리얼한 존재가 되는 법이다. 영화 속 과학자가 이게 다 방사선 노출 탓이라고 설명하면 관객은 무조건 믿어야 한다. 방사선은 괴수의 어머니요, 양수(羊水)'이다. 그것은 사이비 신앙과 비슷해서 의심을 품는 순간 과학 빈티지 B급 괴수 영화를 즐길 수 없게 된다. 스티븐 킹 소설도 마찬가지'다. 책을 읽다가 말이 안되는 지점에 도달하게 되면 독자는 사이비 신도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킹에 대한, 그리고 H.P 러브크래프트에 대한 예의이다. 리얼리티는 지나가는 개에게 주시라. 장편소설 << 리바이벌 >> 에도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엉터리 고개가 등장한다.

나는 하, 정말 말도 안되는 장면이구나 _ 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속는 셈치고 마음을 고쳐먹는다. 그래도 킹인데 어련하시것냐 _ 이런 마음으로. 이 고개만 넘으면 된다. 스티븐 킹은 이 소설에서 설명이 불가능한 설정을 모두 전기 탓으로 돌린다. 마치 싸구려 B급 영화에 등장한 과학자가 이게 다 방사선 탓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결코 두려워하거나 노하지 말라. 번개(전기)가 너희를 구원하리라.  주식회사 한국전력의 사훈 같은, 이 엉터리를 긍정하고 나면 < 30만 볼트, 짜릿짜릿한 킹의 세계 > 를 영접하게 된다. 나는 이 야부리를 비판할 생각이 전혀 없다. 소설의 본질은 픽션이니까.

킹이라는 미치광이 교주의 신도로서 한마디 하자면 : 그는 공포소설뿐만 아니라 성장소설에도 탁월한 재능을 가진 작가'이다. 그는 " 성장 " 이라는 궤궤한 코드도 러블리한 야부리로 독자를 즐겁게 만들 줄 아는 몇 안 되는 작가'이다. 그와 함께 동시대를 살아가는 독자로서 함께 한다는 것은 영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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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7-08-15 16: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곰발님 글 읽으면 30만볼트 미소가 저절로 지어짐~

곰곰생각하는발 2017-08-15 17:03   좋아요 0 | URL
참 신기한 작가예요.. 도대체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궁금한 작가입니다.
도대체 이 양반은 소설적 영감이 마를 날이 없으니...

다크아이즈 2017-08-15 16: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기억의집님 말씀에 공감이요~~~
유쾌한 한 방, 매서운 통찰 속에 숨겨 둔 온기를 발견하하는 재미랄까요.
빗님 오시는데 빈대떡 한 접시 배달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8-15 17:0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조금 아쉽네요. 빈대떡 보내실 때 막걸리도 함께 보내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ㅎㅎ

2017-08-15 19: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16 14: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7-08-18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끄덕끄덕) 성장소설에도 재능을 가졌다는 것에 동의합니다. (끄덕끄덕)

곰곰생각하는발 2017-08-19 05:54   좋아요 0 | URL
끄덕끄덕 ^^
 
경제적 공포
비비안느 포레스테 지음, 김주경 옮김 / 동문선 / 199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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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잃어버린 삶



 

 

                                                                                                       대한민국은 저녁을 잃어버린 지 오래되었다. 장년이 퇴근을 미루고 야근을 하면 " 열심 " 히 일하는 사람이 되고, 청년이 퇴근을 미루고 야근을 하면 " 열정 " 이 되며, 소년이 방과 후 학원을 유령처럼 배회하다가 아빠보다 늦게 집에 오면 " 열공 " 이 된다.

과부하에 걸린 노동 사회를 열심, 열정, 열공 따위로 선전하는 것이 정상적인 사회일 리 없다. 한술 더 떠, 이런 사회를 역동적'이라고 하면 할 말이 없다. 시부럴 놈들, 뭐가 중헌지도 모른 채 국가 브랜드 이미지 광고는 온통 " 다이나믹 코리아 ! " 란 구호만 넘쳐났다. 노동자 계급에게는 "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 " 라고 말하는 현대 카드 광고 카피'는 머나먼 쏭바강 얘기처럼 들린다. 박근혜는 바쁜 벌꿀은 슬퍼할 시간도 없다고 말했다지만 " 슬퍼할 시간 " 마저 없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인지는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문제'다. 슬퍼한 시간이 많은 사회일수록 그 사회는 건강한 사회'이다.

한국인 모두가 슬퍼할 시간도 없을 만큼 바쁜 것은 아니다. 죽도록 일만 하는 노동자 계급이 있는가 하면, 죽도록 한가한 유한 계급(有閑階級)도 있다. 남는 것이 시간과 돈이다 보니 독서 대신 모히또 가서 몰디브 한 잔 하며 여가를 즐긴다. 반대로 무한계급(無閑階級)은 만화책 읽을 시간도 없다. 미국이 1인당 한 달에 책을 6.6권, 프랑스 5.9권, 중국 2.6권인 반면에 한국은 1.3권으로 최하위권(166위)에 속한다. 더군다나 대한민국 성인의 35%는 1년에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는다고 한다. 1년에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는다는 소리는 결국 10년 동안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는다는 소리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국민 독서량이 OECD 국가 중 꼴찌인 이유는 " 근성의 문제 " 로 접근하기보다는 " 근로의 문제 " 로 이해하는 쪽이 합당할 듯하다. 책을 읽지 않는 국민을 반기는 쪽은 지배계급이다. 그들은 맑스나 푸코 서적처럼 읽고 나면 말랑말랑한 마음을 딱딱하게 만드는, 석고 반죽 같은 책보다는 고통을 완화시키는 히로뽕 같은 " 최루성 신파 이빠이 감성 졸라 에세이 " 를 읽으라고 주문한다. 최근, 이기주의 << 언어의 온도 >> 가 장기간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내려오지 않는 것은 비극이다. 지배 계급은 피지배 계급의 " 경제적 공포 " 를 이용하여 자신이 속한 계급에게 유리한 제도와 정책을 유지하려 든다.

좋은 예가 원전 마피아들이 탈원전 정책에 반대하며 내세우는 논리이다. 그들은 그동안 원전 정책으로 인해 값 싼 전기료를 공급했는데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전기료 상승이 예상된다면서 경제적 공포를 유포시킨다. 쉽게 말해서 별 탈 없이 무탈하게 돌아가는 원전 시설에 대해서 지나치게 과잉 대응한다는 소리이다.  하지만 위험 시설에 대해서는 < 늑장 대응 > 보다는 차라리 < 과잉 대응 > 이 효과적이라는 사실은 모두 다 공감한다. 엎질러진 물보다는 엎질러지기 전에 컵을 치우는 것이 합리적이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보다는 소 잃기 전에 외양간을 손보는 게 합리적 대응이니까. 삼성이 망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괴담도 지배 계급이 피지배 계급의 경제적 공포를 이용한 사례이다.

국민 기본 소득 정책을 위한 전 단계인 최저 임금 7530원을 두고      :       언론이 자영업자의 몰락, 또는 공장 6곳 중 3곳 폐쇄 검토 운운하며 경제적 공포를 유포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원전이 폐쇄되면 전기료가 상승된다고 걱정하기 전에 대기업에게 무상에 가까운 수준으로 공급되는 국가의 전기 정책을 상기할 필요가 있고, 최저 임금을 보전하기 위해 국가 세금 4조 원을 투입하는 것을 걱정하기에 앞서 국가가 대기업에 투입되는 세금 126조가 형평성에 어긋나는 지나친 특혜가 아닌지 재검토하는 것이 순리가 아닐까 ?  자신에게 주어지는 특혜는 당연한 것이고 서민 정책에 투입되는 예산은 포퓰리즘인가 ?

슬퍼한 시간조차 없는 사회보다는 슬퍼한 시간이 주어지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이며, 일하지 않고도 빌어먹을 권리를 주장하는 사회가 일하지 않으면 먹지도 말라고 말하는 사회보다 더 빌어먹을 사회에 가깝다. 일하지 않고 빌어먹을 권리만 주장하는 것이 염치의 문제라면 일하지 않고도 빌어먹을 권리를 심각하게 고민하는 것이 정치의 문제이다. 그리고 경제적 공포를 주장하는 놈일수록 배부른 놈일 가능성이 높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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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7-21 17: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은 ‘문화가 있는 날’입니다. 이 날에 공연 보러 가면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어요. 그런데 이 날이 평일인데다가 야근에 매달리는 사람들은 문화생활을 즐기지 못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7-22 15:46   좋아요 0 | URL
문화가 있는 날.... 이거 올해 7월까지만 적용되는 것이죠 ? 문화가있는날은 아마도 박근혜가 만든 문화 혜택일 겁니다..

cyrus 2017-07-22 16:20   좋아요 0 | URL
‘마지막 주 수요일‘에서 ‘마지막 주 모든 요일‘로 확대 적용된다고 합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법이 바뀌게 되었군요. 이제서야 알았습니다. ^^;;

양손잡이 2017-07-23 00:53   좋아요 0 | URL
문화의 날이 그렇게 바뀌는군요!! 동네 도서관은 마지막주 수요일에 대출한도를 두 배로 늘려주던데 그럼 매일 14권을 빌릴 기회가 있는 걸까요 ㅎㅎ 어차피 그만큼 못 읽지만요...

표맥(漂麥) 2017-07-21 22: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과부하에 걸린 노동 사회를 열심, 열정, 열공 따위로 선전하는 것이 정상적인 사회일 리 없다... 공감 백배...^^

곰곰생각하는발 2017-07-22 15:47   좋아요 0 | URL
ㅈ긋지긋하죠. 뼈빠지게 일해야 일한 것으로 취급하는... 정상적으로 법적 테두리 안에서 노동을 하면 빈둥빈둥 노는 것으로 인식하는 사회.. 참 문제죠..

2017-07-24 09: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24 10: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24 16: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햇살나무 2017-08-24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이낳지 않는 사회, 과음하는 사회.놀이문화가 없는 사회..이 불행한 현상과 일맥상통하느 거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