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 0.250 타자와 0.333 타자의 차이
메이저리그 백 년 기록1)을 기준으로 하자면 : 메이저리그 평균 팀타율은 대략 " 2할 5푼대 " 이다. 이 말은 메이저리그 타자들이 각자 한 경기당 평균 " 4타수 1안타 " 를 생산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니까 타자가 하루에 안타 1개를 생산했다면 어디 가서 으스대지는 못하지만 그렇다고 주눅들 필요도 없다는 말이다. 9명의 타자들이 평균 한 경기당 1안타를 생산하니 구단이 한 경기를 통해 뽑아낼 수 있는 평균 안타 수는 대략 " 9개 " 다. 여기에 평균 득점은 " 4점대 : 4.63 " 이다.
선발 투수가 6이닝 이상을 소화하고 3실점 이하2)로 막으면 " 퀄리티 스타트(QS) " 라고 하는데, QS는 방어율과 함께 선발 투수를 평가하는 가장 기본적인 척도로 사용되고 있다. 즉, 메이저리그 소속 팀 평균 득점이 4점대 : 4.63 이기에 선발 투수가 3실점 이하 : 6이닝 3자책점을 ERA로 환산하면 4.50 로 막으면 팀이 경기에서 승리를 거둘 확률이 높다는 계산에 따른 셈법 적용인 셈이다. 위 내용을 종합하면 이렇다 : ① 타자 한 명당 평균 타율은 0.250대(4타수 1안타)이다 ② 한 경기당 팀이 뽑아낼 수 있는 안타는 평균 9개다 ③ 한 경기당 팀 득점은 4.63이다. ④ 타자는 한 경기당 평균 4번(에서 5번) 정도 타석에 들어선다.
이 평균값을 토대로 야구를 정의하자면 : 야구란 1/4의 확률을 이용하여 최대한 점수를 많이 뽑아내는 전략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야구는 " 1/4의 미학 " 인 셈이다. 그렇다면 투 아웃 이후에 단타를 연속으로 네 개를 생산해서 점수를 내는 상황은 확률적으로 봤을 때 행운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 왜냐하면 1/4이라는 " 경우의 수 " 가 한 이닝에서 연속으로 발생했기 때문이다. 만약에 연속 단타 4개로 1점을 얻었다면 확률적으로 봤을 때 그것은 카드 뽑기'에서 같은 모양의 카드를 연속으로 4번 뽑는 꼴과 같다. 야구 경기에서 중요한 것은 안타를 연속으로 만들어내는 능력이 아니다.
1/4의 확률을 적용해서 순열을 기계적으로 나열하자면 첫 번째 타자, 두 번째 타자, 세 번째 타자는 안타를 생산하지 못하고 네 번째 타자 타석에서야 비로소 안타를 생산하게 된다. 그 이후도 이런 패턴이 반복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안타를 생산하지 못하는 쩌리-들에 속하는 3/4의 내용이다. 야구 경기에서 안타를 생산하지 못하는 상황은 다양하다. 안타를 생산하지 못했다고 해서 그 선수가 반드시 경기에서 아웃된 것은 아니다. 비록 안타는 생산하지는 못했지만 볼넷을 골라서 1루에 출루할 수도 있고, 몸에 맞아서 1루에 출루할 수도 있다. 또한 상대 수비수의 수비 실책으로 1루에 진출할 수도 있다.
만약에 첫 번째 타자가 사구(四球)로 출루를 하고, 연속으로 두 번째, 세 번째 타자가 사구(死球 : 데드 볼)와 수비 실책으로 출루를 해서 만루 상황이 된다면 네 번째 타자는 확률적으로 보았을 때 안타를 칠 확률이 매우 높다. 팀에서 실력이 가장 탁월한 타자에게 4번 타순을 배치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야구란 스포츠는 " 아따, 참말로 얄궂게도 " 아웃 세 개'로 이닝은 끝난다. 만약에 이닝을 " 삼자범퇴 " 로 끝내지 못하고 볼넷이나 실책으로 타자를 출루시키면 기회는 1/4를 생산할 확률이 높은 네 번째 타자에게 온다. 야구에서 가장 무서운 타자는 4번 타자가 아니라 네 번째 타자'다.
이래저래 숫자 4와 관련이 깊은 운동 종목인 셈이다. 다시 한번 반복해서 말하지만 야구는 1/4의 미학이다. 사실, 0.250(4타수 1안타)과 0.333(3타수 1안타)의 차이를 결정하는 것은 방망이로 야구공을 정확히 때리는 능력보다는 야구공을 정확히 볼 줄 아는 선구안에 달려 있다. 우리가 타자를 평가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척도로 생각하는 " 타격감 " 은 야구 선수라면 모두 다 대동소이한 능력'를 갖췄다고 봐야 한다. 성적이 좋은 타자는 안타를 생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볼넷이나 희생타3) 를 잘 만든다. 볼넷, 데드볼, 희생타(희생번트, 희생플라이) 따위는 타수를 계산할 때 인정이 안된다.
그렇기에 안타 1개와 볼넷 1개를 얻은 타자는 " 4타석 1안타 " 의 성적을 냈지만 타율을 계산할 때 쓰이는 지표는 타석이 아니라 타수여서 최종적으로 " 3타수 1안타 " 의 성적을 유지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좋은 타자는 실패'를 좋은 방향으로 만드는 선수다. 반대로 성적이 나쁜 타자는 실패의 내용이 나쁘다. 볼넷보다는 삼진 아웃이 많고, 희생타를 쳐야 할 때 병살타를 치기 일쑤이며 외야 깊숙한 곳에 뜬공을 날려야 할 때에는 보란듯이 내야 뜬공으로 물러난다. 이러한 실패는 당연히 타수를 계산할 때 포함이 된다. 둘 다 한 경기당 안타는 한 개를 생산했지만 타율은 0.333와 0.250이라는 엄청난 간격이 발생하게 된다. 이 간극은 당연히 몸값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만약에 당신이 구단주로서 선구안은 없지만 타고난 타격감으로 단타를 많이 쳐서(멀티 히트) 타율을 0.333로 만든 선수와 비록 한 경기당 평균 안타 한 개만 생산하지만 볼넷, 데드볼, 진루타, 희생플라이 따위를 많이 생산해서 타율이 0.333이 선수 중에 한 명을 골라야 한다면 누구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한 선택일까 ? 내가 구단주라면 후자를 선택하겠다. 1/4의 역설을 염두에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A라는 선수가 안타를 쳐서 출루를 한다면 다음 타석에 들어선 B라는 선수가 안타를 생산하지 못할 확률이 3/4으로 높아진다. 반대로 A라는 타자가 볼넷을 골라서 출루한다면 후속 타자들인 B,C,D 중에서 안타를 칠 확률은 높아진다.
이 안타가 장타일 경우에는 점수가 날 확률도 그만큼 높아진다. 내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야구에서 타율이나 안타는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성실하게 볼넷을 고르고, 몸쪽으로 날아오는 공을 피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홈런 한 방에 대한 욕심은 버리고 차분하게 진루타나 희생플라이를 생산하는 타자는 화려한 슈퍼스타 못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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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를 친 타자 다음에 타석에 들어서는 타자는 아웃을 당할 확률이 높아지고, 연속 안타를 친 타자-들 다음에 타석에 들어서는 타자는 안타를 친 타자 다음에 들어서는 타자보다 아웃을 당할 확률은 더더욱 높아진다. 인생을 야구의 축소판이라고 하지 않던가 ! 내 앞에서 성공이라는 이름의 안타를 펑펑 치는 놈들을 부러워할 필요는 전혀 없다. 너의 성공이 곧 나의 실패 확률을 높이니깐 말이다. 마찬가지로 타인의 실패를 조롱하거나 업신여길 필요도 없다. 너의 실패가 곧 나의 성공 확률을 높여주니깐 말이다. 그들은 내가 안타를 칠 확률을 높여주기 위해서 희생하는 사람들이다. 중요한 것은 화려한 성공이 아니라 건강한 실패'다.
그렇기에 성공한 멘토를 숭배할 필요 없고 실패한 사람을 루저라고 비난할 필요도 없다. 오히려 성공학보다는 실패학이 우리에게는 도움이 된다.
1) 최근, 한국 프로야구의 타고투저 현상은 정상이 아니다. 인재풀은 한정되어 있는데 10개 구단으로 운영되다 보니 사회인 야구에서나 활동해야 하는 선수들이 상당수 활약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핸드볼 점수에 가까운 경기가 연출되는 것이다.
2) 퀄리티 스타트의 역사는 MLB에서 시작된다. MLB에서 1980년대를 거치면서 현재와 같이 선발 투수, 중간 계투, 마무리 투수 등으로 분업화가 됨에 따라 당연히 선발 투수들의 이닝수와 완투율이 줄어들었고, 더불어 선발 투수 투구 결과의 질을 판단하는 기준이 필요했다. 그래서 저스티스가 처음으로 고안했다. 그리하여 6이닝 동안 3자책점 이하로 막는 것이 기본적인 기준이 되었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6이닝 3자책점을 ERA로 환산하면 4.50이라는 수치가 도출된다. 당시 MLB에서는 경기 당 평균 득점이 4.63 점이었다. 즉 선발 투수가 6이닝 3실점으로 막는다면, 자신의 팀이 얻을 것으로 기대되는 득점 (4.63) 보다 덜 실점 (4.50) 했기 때문에 최소한의 승리의 요건을 만족하게 된다. 만약 이 수치를 만족하고 중간 계투 요원이 전혀 실점을 하지 않는다고 가정한다면, 투수는 경기에서 승리 투수가 된다 ( 위키백과에서 내용 발췌 )
3) 희생타 : 무사(無死) 또는 1사(死) 때 타자가 주자를 진루시키기 위해 타자 자신은 아웃되는 것을 예정하고 때리는 번트 또는 플라이. 이것을 성공하여도(플라이는 주자를 홈 인 시킨 경우에 한함) 타수로는 계산되지 않는다. 또 이로 인해 득점했을 경우는 희생 타자 에 대해 타점을 준다. 줄여서 희타(犧打)라고도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犧牲打, sacrifice hit] (체육학대사전, 2000. 2. 25., 민중서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