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결심 - 내 삶의 언어로 존엄을 지키는 일에 대하여
이화열 지음 / 앤의서재 / 202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 하루 루틴은 화장실에서 국어사전을 펼쳐 보는 일이다. 이 생활을 6,7년 하다 보니 이제는 단어에 대한 감각이 발달하게 되었다. < 외롭다 > 와 < 고독하다 > 는 사전적 의미로 같은 말에 가깝지만 내게는 다른 의미다. 전자는 " 끈적이는 액체적 감성 " 에 가깝고 후자는 " 딱딱한 고체적 촉감 " 에 가깝다. 외로움은 듣는 이의 신파적 감성에 호소하는 경향이 높은 반면에 고독은 차가운 촉감을 강조하는 경향이 높다. 외로움은 뜨겁고 고독은 차갑다. 외로움은 자기 감정 통제에 실패했(기에 타인에게 기대려는 마음의) 증명이고 고독은 자기 감정을 적절하게 다스린 결과'다. 고독은 독립적이다.

천명관이 << 고래 >> 에서 고독을 벽돌에 비유했을 때( 박완서가 << 그 남자네 집 >> 에서 아름다운 시절을 구슬에 비유했을 때와 마찬가지로ㅡ ) 나는 직감적으로 이 작품이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소설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장편소설 전체 분량에 비하면 적확한 단어를 사용한 이 문장 하나는 사소한,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때로는 절대적일 때가 있다. 이화열의 << 고요한 결심 >> 이라는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른 질문은 왜 " 조용한 결심 " 이 아니라 " 고요한 결심 " 1)인가 _ 라는 의문이었다. 내가 이 책에서 찾고 싶었던 것은 그 단어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언어의 온도였다.

작가의 시어머니는 조력사를 희망한다. 작가는 시어머니의 결정에 대하여 " 말기암도 중증질환도 아니었기 때문에 그 결정은 큰 충격이었다. " 고 고백한다. 결심의 주체도, 그 결심에 동의할 수밖에 없는 가족 모두 고통스러운 일이었지만 그녀의 결정을 존중하기에 이른다. 늙어간다는 것은 안개에 갇힌 풍경 같은 것. 생에 대한 미련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내려놓으면 비로소 보이는 법. 시인 최승자는 말하지 않았던가. 터널은 끝에 가서야 환해진다고 말이다. 그녀의 고요한 결심에는 자기 존엄을 위한, 긴 터널을 통과한 끝에 보이는, 오랜 시간의 경과가 내포되어 있다.

살아 있는 자만이 오로지 죽을 수 있기에 어떻게 죽을 것인가_라는 질문은 어떻게 살 것인가_라는 질문으로 반드시 되돌아온다. 인간은 죽음 앞에서 저마다 자신의 언어를 갖는다고 말하는 작가는 죽음을 준비하는 시어머니를 바라보면서 고요하다는 단어를 떠올리지 않았을까 ? 작가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 인간이 자신에게조차 소외되는 이유는, 멈추고 존재하는 능력을 잃어버린 데 있는지도 모른다. 어떤 침묵은 텅 빈 것이 아니라, 답으로 차 있다. 이겨내는 것보다 느긋해지는 것. 나이가 들면서 소리에 둔해지더라도 고요를 들을 줄 아는 것. 우리는 얼마나 자주 고요함 속에 머물러 본 적 있던가. 창문 너머로 펼쳐진 구름바다를 본다. 이 생은 무엇을 남길지가 아니라, 얼마나 가볍게 떠날 수 있는지를 묻는 여정 같다. " ㅡ 197

이 문장에 밑줄을 긋다가 갑자기 코끝이 시큰해졌다. 늙는다는 것은 서러운 것이 아니라 단지 서운할 뿐인데 많은 사람들은 서운하기보다는 서러워 한다. 문장 하나하나 구슬 같다. 신파조의 간증 서사(2 에 빠지지 않는 것은 이 책의 탁월한 업적이다. 누구나 살아가다 보면 세상 풍파에 몸이 흔들리기 마련이다. 작가는 죽음을 준비하는 시어머니를 바라본다. 깃털처럼 가벼운 영혼은 흔들리지 않는다.


1)

■ < 조용하다 > 는 단어의 풍경은 이렇다 : 학교 수업 종이 땡땡 울렸지만 아이들이 시끄럽게 떠들고 있다. 이때 무섭기로 소문 난 호랑이 선생님이 교실 안으로 들어온다. 화가 난 선생님이 소리친다. " 조용히 해 ! " 정적에 휩싸인 교실. 이때 교실은 고요한 것이 아니라 조용한 것이다. 이처럼 < 조용하다 > 라는 단어는 인위적이며 청각적이다.

■ < 고요하다 > 는 단어의 풍경은 이렇다 : 투명한 유리컵에 흙탕물을 담으면 온통 흙빛이다. 하지만 시간이 경과하면 부유물이 바닥에 가라앉으면서 투명한 물색으로 변한다. 뿌연 시야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투명하고 청명하게 보이는 풍경의 감성이 " 고요 " 다. < 고요하다 > 라는 단어는 자연적이며 시각적이다. 교실은 조용한 것이고 바다는 고요한 것이다.

2) 에세이가 실패하는 지점은 사유보다 사연이 앞서기 때문이다. 사유 없는 경험의 나열은 에세이의 품격을 떨어트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90년생이 온다 - 간단함, 병맛, 솔직함으로 기업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임홍택 지음 / 웨일북 / 201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밀레니얼 춘 향 전  :  90년생은 없다












때는 바야흐로 조선 숙종. 전라도 남원 마을에 월매라는 기생이 살았는디. 늦은 나이에 딸 춘향을 낳았어라. 월매가 보기에 춘향이 월매나 예뻤드래요. 세월이 흘러 춘향 나이 열여섯 나던 해. 남원 사또 아들 몽룡이 하는 짓이 방자하여 이름이 방자인 방자를 데리고 꽃 구경 하다가 아, 글쎄 그만 ~ 얼쑤. 꽃 중의 꽃을 만났어라. 그 이름 춘향이렷다. 


둘은 첫눈에 하트가 뿅뿅하고 버터가 러브하니 지금 이 소리는 심장 박동 소리인가, 대포 터지는 소리인가 ? 몽룡과 춘향 커플은 그 시대의 새파란 젊은이답게 시대에 불온하고 발칙하였으니 업고 놀고 누워 놀고 덮고 노니 날마다 눈 뜨면 섹스라. 스포츠에도 능통하니 승마와 레슬링은 기본이렷다. 몽룡이 말하길 : 오늘도 너와 나 홀딱 벗고 사랑질이나 좀 해보자꾸나. 춘향 백일홍 붉어 말하길, 아이 잡성스러워라. 나는 부끄러워 그리 못 벗겠소 _ 하며 옷고름 풀어헤치니 몽룡의 모든 피가 아래로 남하하는지라. 추, 추추추춘향아. 너,너너너너너너만 보면 후끈 달아오르는구나. 


춘향전 판소리 이야기다. 두 사람은 관혼상제의 예를 갖추는 것이 목숨보다 중요했던 유교사회에 그 모든 혼례를 생략하고 물 한 그릇 올리고 부부의 연을 맺었으니 파격이라 할 만하다. 몽룡과 춘향의 러브스토리는 한국인이라면 모를 리 없다. 조선시대 청춘남녀 상열지사를 통해서 그 시대의 세대 분석을 하자면 몽룡과 춘향은 " 간단하거나, 재미있거나, 정직하거나 " 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몽룡과 춘향은 누구보다도 자기 감정에 정직하다. 또한 몽룡이 어렸을 때부터 방석집을 드나들며 주색에 빠졌다는 점에서 재미를 추구하는 젊은이이기도 하다. 


그 정점은 암행어사 출두 장면에서도 드러난다. 암행어사가 된 몽룡은 부채로 얼굴을 가린 채 변사또에게 수청 들기를 거부한 춘향에게 농을 건다. 재미는 못 참지롱. 또한 복잡한 혼례 절차를 생략하고 그들 만의 간소한 혼인을 치룬 점으로 보아 이들 커플은 허례허식을 타파한 젊은이이다. 그 시대의 문학이 당대의 세태와 세대 특징을 반영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조선시대 젊은이들은 놀기(재미) 좋아하고, 복잡한 허례허식을 싫어하며(간단), 자기 감정에 솔직한(정직) 세대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것이 비단 조선시대 젊은이들 만의 특징일까 ? 


세월이 흘러흘러, 21세기 대한민국. 임홍택은 << 90년생이 온다 >> 라는 책을 통해서 밀레니얼 세대만이 가지고 있는, 그 전 세대와는 판이하게 다른 세대 특성을 발견한다. 그가 이 책에서 내린 결론은 이렇다. 90년생의 특징은 간단하거나, 재미있거나, 정직하거나. 책은 불티나게 팔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직원들에게 이 책을 선물했고, 티븨 앞에 선 문화평론가나 서평가들은 90년생을 신인류의 탄생으로 묘사했다. 두둥 ~ 지금까지 이런 세대는 없었다 ! 이것은 지구인인가,  외계인인가. 


90년생은 이 책의 예리한 통찰에 맞짱구를 치며 호들갑을 떨었고 꼰대들은 지못미를 외치며 꼰대 탈출을 외쳤다. 저자의 분석이 과학적 사실에 기반한다면 몽룡과 춘향 또한 밀레니얼 세대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몽룡과 춘향 커플은 시대를 앞선 인물일까, 아니면 밀레니얼 세대가 지나치게 레트로 지향적 세대일까 ?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이 책은 엉터리라는 점이다. 세대의 보편성을 세대의 특이점으로 이해하는 방식은 마치 원인과 결과를 혼동하는 것만큼이나 멍청하고, 멍청하고, 멍청하며, 또 멍청한 일이다. 니체의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윤석열 X파일 - 검찰공화국을 꿈꾸는 윤석열 탐사 리포트
열린공감TV 취재팀 지음 / 열린공감TV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이재명으로 간다 !





지난 촛불 정국 때 이재명 후보의 즉흥 연설을 들은 적 있습니다. 촛불 집회 때 거리 행진을 하고 나서 사람들이 하나둘 집으로 향할 때 대로가 아닌 후미진 뒷골목 한쪽에서 웅성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호기심 하면 저 아닙니까. 소규모 군중이 모인 곳으로 가니 사람들이 건물 안 창가에 앉아서 식사를 하고 있던 이재명을 향해 콜을 외치고 있더군요. 그는 식사를 마치지도 않은 채(혹은 식사를 마치고 나왔을 수도.. 기억 가물가물)밖으로 나와서 연설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그 연설을 듣다가 깜짝 놀랐던 것은 대본도 없이 진행된 돌발 연설이었는 데에도 그 어떤 막힘도 없이 연설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연설에서 그가 쏟아냈던 통계값과 수치가 얼마나 정확한 것인지는 알 길이 없으나 소숫점까지 언급하는 것을 보고 저는 그 말을 신뢰했습니다. 그는 준비된 20대 대통령 후보 이재명이 아니라 5년 전에도 이미 준비된 대통령 후보였습니다. 저는 그동안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말에 대하여 콧방귀를 뀌고는 했으나 요즘에는 실감하게 됩니다. 펜을 잡고 권력을 쥔 판사, 검사, 기자들은 펜을 사시미 칼처럼 휘두르고 있습니다. 여름방학 봉사 활동 표창장 위조는 징역 4년 형이지만 학위와 경력들을 조작하여 신분을 세탁한 범죄는 기소조차 되지 않습니다. 그 어떤 비난도 없습니다. 누구는 세금 230억을 갈취했으나 투자 금액보다 이익이 적기에 범죄가 될 수 없다는 상상할 수 없는 논리로 무죄가 되기도 했습니다. 누누이 하는 말이지만 현대 권력은 누가 해석할 수 있는 권한을 가졌는가에 있습니다. 모든 해석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기에 해석의 권한은 곧 권력이 되었습니다. 제가 이재명을 지지하는 이유는 민주당 후보가 이재명이기 때문이 아니라 이재명이 민주당 후보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민주당이 진보 정당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민주당 지지자도 아닙니다. 이재명이 바늘 도둑이라고 비난한다면 윤석열은 소 도둑입니다. 바늘 도둑을 저지하기 위하여 소 도둑을 지지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입니다. 지나친 낙관은 금물입니다만 이재명은 이깁니다. 내일을 생각하는 놈은 오늘만 생각하는 놈을 이길 수 없으니까요. 저는 이재명으로 갑니다. 다 함께. 시발. 동참합시다. 






덧대기


2년 전이었나. 만능 주방 요리 기구인 에어플라이어가 유행한 적이 있다. 기름 없이 치킨이나 피자를 만들 수도 있고 군고구마에 감자칩 요리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백 가지 요리 가능 !  " 오, 마이 지져스 크리스마스 할렐루야다, 야 ! " 요리에 무능한 나는 요리에 만능인 에어플라이어를 장만했다. 기계의 힘을 빌리면 나는 요리사. 어머머. 왠걸. 시바.  내가 이 제품을 사고 나서 한 요리라고는 딱 한 번 고구마를 구운 것이 전부다.  요리를 할 때 들어가는 수고가  가장 적은 것은 군고구마 요리이기 때문이다. 고구마를 에어플라이어 안에 넣는다. 끄읏 !!!!!!   이럴려고 에어프라이어를 샀나 하는 자괴감이 흙흙흙. 나는 이 제품을 아무 조건 없이 요리를 좋아하는 친구에게 양도했다. 요리 만능 제품이 요리에 재능이 있는 친구를 만나자 실력을 뽐내기 시작했다. 삐리리릭, 피자 대령이오 ~ 삐리리리리릭 고소한 감자칩 대령이오 ~ 삐리리리리리릭......  이재명은 바로 에어프라이어 같은 후보란 생각이 든다. 누가 이 제품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지는 것이다. 반면에 윤석열은 군고구마 요리만 할 수 있는 에어프라이어다. 이 깡통 기계는 오로지 정권 교체를 바라는 소비자를 위한 만든 단일 기능 에어프라이어다. 경제 정책 대안 요리 버튼도 없고, 미래 비전 대안 요리 버튼도 없고, 부동산 대책 대안 요리 버튼도 없고, 없고, 없고, 없고......  하. 시발. 다 없어요. 달랑, 할 수 있는 기능 버튼이 정권 교체뿐이다. 나 같은 요리 무능자에게는 안성맞춤이지만 오로지 군고구마 하나 먹겠다고 비싼 돈 내고 에어플라이어를 사는 것은 미친 짓이란 생각이 든다. 군고구마는 추운 날 거리에서 군고구마 장수가 장작 드럼통에서 파는 군고구마가 최고여.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억의집 2022-01-29 18: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작년 한해 동안 진보유투브 섭렵했는데, 제가 그동안 이재명에 대해 얼마나 오해했는지 알겠더라구요. 그를 싫어하는 똥파리들에 의해 날조된 거 너무 많아서 그걸 사실로 알었던 게, 언론이 제일 책임이 크죠. 이재명이 대장동에서 받아 먹은 거 하나 없는데 마치 언론이 이재명이 비리가 있는 것처럼 쓰고 그 알의 이재명 조폭 연루설은 그알이 트윗과 게시판에 제보를 바란다 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제보 하나 없어요. 저는 작년에 유튜브 보면서 우리의 사법체계에 대해 불신하게 되었고 언론도 사실과 진실 보도는 거리가 멀고 오로지 자기 이익을 위해 왜곡하고 오히려 진보유튜버들이 활발하게 움직임다는 것,,,, 이재명을 다시 조명하면서 이재명이 꼭 대통령이 되어야하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곰곰생각하는발 2022-01-29 18:17   좋아요 0 | URL
반가워요. 오랜만이죠 ? ㅎㅎ
제가 말했잖아요. 이젠 펜이 사시미 칼이 되었다고.
이제 펜은 해석의 도구가 되었고, 그 힘이 막강해진 거죠.
언론이 솔직히 그냥 기득권 세력이지 정의, 진실 이런 것 하고는 거리가 정말 멀잖아요.
그냥 양아치 집단 중 하나라는 생각 밖에는 들지 않습니다.
하여튼 설 잘 보내시고요 ~~~~
조카들 있으면 잘 좀 설득시키세요.. ㅋㅋㅋㅋ
저는 이번에 조카들 위해 돈봉투 살포할 계획임돠..

불청객 2022-01-29 18: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법의 해석과 판단과 적용을
한 줌의 판사들이 독점하고 있는 폐해입니다.
배심원제, 검수완박, 법원장, 검사장 국민 직선제등이 완비되어야
최소한의 사법체계가 정립되는 거죠.
AI 판사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AI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니까 하는 얘기입니다.

이번에 윤석열이 대통령되면
법의 정의란 것은 꿈도 꿀 수 없겠죠.
대한민국은 브라질이 되는 겁니다.

그리고 장담컨대
이재명도 문재인도 결국은 감옥으로 갈 겁니다.
죄목은 검찰이 만들고,
언론이 나팔불고,
법원이 승인하면
뭐든지 됩니다.
조국과 정경심이 모범사례죠.

곰곰생각하는발 2022-01-29 18:33   좋아요 0 | URL
삼권분립은커녕 검사 집단에게 삼위일체로 완전히 잡아먹히는 거죠.

개똥이 2022-01-29 22: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혁명이래로 진보진영 유력 정치인들에게 들이닥친 사건들로 무기력함을 느끼곤 했던 사람 중 한 명입니다. 지난날 민주당 경선경쟁 당시 이낙연님이 당연히 선출되리라 여기던 저는 의외의 결과에 매우, 놀랐었는데요. 너도나도 어려운 시기인 탓도 있겠고 감정에 치우친 선택으로부터 선출됐을 가능성이 높은 인물일지언정 현재 돌아가는 행태로 보아 윤씨가 뱉은 말들이 저로서는 도무지 납득이 안 가는 부분이 많습니다.. 죽이되든 밥이되든 찍어도 뭘 알고 찍고싶은데 늦어지는 대선토론에 참담한 심정이네요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22-01-30 11:32   좋아요 0 | URL
러시아의 라스푸틴 사태와 브라질은 검찰 쿠데타 정권이 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브라질은 검사 집단 때문에 지금 폭망하지 않았습니까..

singri 2022-01-30 04: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사람들은 다시 또 근혜가 보고싶은걸까요? 언론이고 사법이고 정말 짜증나요. 어떻게 모든 언론의 오늘 뉴스가 다 같을까요? 어떻게 장모는 무죄고 정경심은 4년일까요?
암튼 이재명의 배경은 어쩔수없이 마음에 안들지만 그래도 거짓말쟁이 도리도리보다는 챙길게있다고 봅니다.

뭐라도 하나 쥐어줄만한 사람 하고
뭐라도 하나 쥐어짤 사람 하고의
선택이란거.
명박근혜가 돌아온다 생각하면 벌써부터 뒷골이 ㅠ

곰곰생각하는발 2022-01-30 11:31   좋아요 1 | URL
최태민 가족 때문에 이 지랄이 발생했는데 더 큰 놈이 올 줄은 몰랐습니다.
전국의 무당 20만 명 상경해서 집회 연다고 하던데.... 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대 대선에서 무당들이 특정 후보를 위해서 상경하는 모습은 아마 처음이지 않을까 싶네요
무당이 지지하는 대선 후보라.......

박균호 2022-01-30 05: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세월호를 교통사고라고 내 뱉은 그쪽, 그쪽에 달라 붙어서 국회의원 한 번 해보겠다고 덤비는 똥파리들...사람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명박근혜를 배출한 것들이 정권 교체를 외치다니 어이가 없지요.

곰곰생각하는발 2022-01-30 11:29   좋아요 1 | URL
국희의원들이야 뱃지 하나 더 달려고 욕심을 부린다 쳐요. 뭐, 그런 부류이니까.
그런데 저는 진중권과 서민 같은 부류를 보면 도저히 인해가 안 가더라고요.
진중권은 정의당 입당했는데도 여전히 윤석열 빨아주는 트윗질만 하더라고요.
 
내 안으로 그대 속으로 시작시인선 385
김민서 지음 / 천년의시작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백이란 느리게 말하는 통증





소설이 " 구라의 세계 ㅡ " 라면 시는 " (자기) 성찰의 세계 ㅡ " 를 다룬다. 그렇기에 시인은 어떤 식으로든 자기 고백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 고백 > 이란 " 느리게 말하는 통증 " 에 가까워서 쉽게 읽히지 않는 시집은 나쁜 시집이 아니라 좋은 시집에 가깝다. 독자가 책을 펼치자마자, 손에서 책을 놓을 시간도 없이, 단숨에 끝까지 읽었다면 그것은 소설(가)에게 크나큰 미덕이 되겠지만 그 속도는 시(인)에게는 모독이 아닐까. 둘 중 하나다. 독자가 시를 오독했거나 시가 가짜이거나 !  차이 밍량은 좋은 영화란 무엇인가 _ 라는 질문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했다. " 나의 내일을 걱정하는 영화는 좋은 영화이고 인류의 먼 미래를 걱정하는 영화는 나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 그의 말을 적용하자면 좋은 시(인)은 자신의 내면을 폭로하고 나쁜 시는 세계의 내면을 폭로하는 척한다. 그렇기에 나는 자신의 내면은 숨긴 채 세계의 안위만 걱정하는 시인은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김민서 시집 << 내 안으로 그대 속으로 >> 는 관통의 기술에 충실하다. 시 < 약식 회고록 > 에서 시인은 자신의 약사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열둘 " 에 " 쌀을 씻기 시작 " 해서 " 스물둘 " 에 " 서울에서 가장 멀리 가는 밤 기차를 탔다 " 고 고백한 시인은 " 신문지를 재단해 호떡집 봉투를 붙였다 // 날마다 정치면에 실리던 대통령 얼굴 / 내 입에 풀칠하기 위해 / 그 얼굴에 날마다 풀칠을 했다 " 고 말한다. 그리고 " 오십 대 / 9센티미터 힐을 신었다 " 라고 마무리한다. 여기서 9센티미터 힐은 생에 대한 의지로 읽힌다. 우리가 이 시에서 알 수 있는 것은 나이듦에 대한 긍정적 에너지일 것이다. 그녀는 늦은 나이에 비로소 탱고에 눈을 뜬다. " 홑겹의 실크 드레스로 소름을 감추고 / 새빨간 스틸레토 힐을 신고 / 자정 근처 고비로 " 간 그녀는 " 반도네온의 심장을 딛고 / 바이올린의 선율을 따라 " 탱고를 춘다(고비의 탱고). 시 < 고비의 탱고 > 에서 " 고비 " 는 이중적 의미로 사용된다. 그것은 고비 사막을 지시하기도 하지만 절정, 곤경, 위기, 고개를 뜻하기도 한다. " 식혜 밥알처럼 " 각각의 개별자로 존재하는 사막의 모래에서는 뿌리를 내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뿌리를 내린 삶을 선택할 것인가, 뿌리를 버리고 노마드의 삶을 살 것인가. 시인은 < 우산을 들고도 > 라는 시에서 이렇게 말한다. " 뿌리를 버리고 자유를 얻을까 / 색을 입고 생을 얻을까 " 이 시집을 다 읽고 나서 떠오른 책은 공교롭게도 << 그리스인 조르바 >> 였다. 그녀의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영혼이, 생활의 활력이, 춤추는 조르바를 닮은 것이다. 시를 읽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시(인)이라는 장르는 시라는 형식을 빌려 자신의 비밀 일기를 폭로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 아닐까 ? 시인은 자신의 은밀한 비밀을 폭로한다는 점에서 언제나 " 실패를 누설( 장미의 누설 ) " 하는 사람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초란공 2021-08-10 13: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조르바 마지막 장면인가요... 남자 둘이서 춤추던 장면... 멋지단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나네요. 차이 밍랑은 자기를 구원하고자하는 사람 말고 세상을 구하겠노라 공언하는 이들이 빈껍데기라는 걸 분명히 인식하는 분이네요. 젊은 시절에 누구나 꿈꿔볼만한 치기이기도 하지만 이제는 눈이 좀 어두워져 ㅋㅋ 그런지 ‘세상구하기‘ 철학이 이제는 의심스럽습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21-08-12 14:25   좋아요 1 | URL
저는 거대 담론을 강박적으로 이야기하는 문학에 대해 늘 회의적입니다. 문학이 세상을 구원하리라. 이따위 자긍심을 보면 한심하다는 생각도 들됴. 과대망상이 심하구나, 작가들이... 뭐, 이런 생각.. ㅎㅎ
 

















                                


너 를   기 다 리 는   동 안  :












수고대하던 날1)



                                                                                                                                                                                                         영화에서 장소 선정은 중요하다. 특히 멜로 드라마나 로맨틱 코미디 장르와 같이 " 사랑 " 이 주제인 경우는 장소 선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화양연화 >> 라는 영화도 보고 나면 남는 것은 비좁은 골목길이거나 비좁은 건물 복도 이미지'이다. 이 공간은 두 사람이 나란히 걷기에는 충분한 넓이가 아니어서 가는 길과 오는 길의 교차점에서는 서로 어깨를 사선으로 틀어야 부딪히지 않을 수 있다.  닿을 듯 말 듯,  카메라는 이 미묘한 어긋남을 느린 화면으로 잡는다. 이 영화에서 " 좁은 골목, 좁은 복도, 좁은 자리, 좁은 틈 " 은 두 여남의 사회적 거리를 강제로(운명적으로) 개인적 거리로 만든다. 그것이 바로 이 영화의 주제이자 멜로 드라마의 클리셰이기도 하다. 

사랑은 곧 장소애( TOPOPHILLIA ) 이다. 멜로 영화가 만날 듯 만날 듯 하다가 어긋나는 관계 설정이 주를 이룬다면 로맨틱 영화에서 남자와 여자는 주로 우연히 혹은 어쩌다 자주 마주친다.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걸작 <<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 에서 앙숙인 두 사람은 우연히, 어쩌다, 자주 마주치게 된다.  세상 참..... 좁다 _ 란 말이 나올 만하다. 두 사람은 만날 때마다 티격태격 싸우지만 결국에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그런 점에서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 선호하는 로케이션은 텔레토비 마을이다. 우연한 만남을 관객에게 장황하게 설명할 필요가 없으니까. 

텔레토비 마을은 동네가 워낙 작아서 오고가다 다 만난다. 지금껏 보라돌이, 나나, 뚜비, 뽀가 서로 약속을 정하고서 약속 장소에서 상대방을 기다린다는 상황극을 본 적이 없다. 꼬꼬마 들은 항상 우연히 만나거나 어쩌다 마주친다. 텔레토비 동산은 약속이 필요 없는 곳이다.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 만들어야 하는 감독 입장에서 보면 이보다 좋은 로케이션은 없다. 꼬꼬마-들이 다 큰 성인이 된다면 꽤 밝고 명랑한 로맨틱 코미디 걸작을 생산했을 것이다. 이처럼 로맨틱은 오고다가 다 만나는 서사가 핵심이다. 반면에 멜로는 어긋남의 서사이다. 


김영하는 이렇게 말한다 : " 멜로는 엇갈림의 서사다. 엇갈리지 않고 오다가다 다 만나면 그건 텔레토비지 멜로가 아니다. 멜로는 시간, 공간, 벡터,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물리적으로 달라야만 성립한다......멜로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만날 듯 만날 듯하면서도 만나지지 않는다. 그들은 너무 빠르거나 느리다. "     많은 사람들이 멜로에 대한 정의를 내렸지만 김영하보다 명쾌한 해답을 내놓은 이는 없다. 그렇다. 그렇다 !  멜로란 시간, 공간, 벡터가 서로 물리적으로 달라야만 성립한다. 또한 멜로의 격정은 시간과 공간과 벡터의 간극이 크면 클수록 애절하다. 


이와지 순지 감독이 연출한 << 러브 레터 >> 가 멜로의 걸작인 이유는 하늘에 있는 그 남자와 땅 위에 선 그 여자의, 가닿을 수 없는 멀고 먼 거리감 때문이다. 이승과 저승의 간극보다 먼 거리가 또 있을까 ? 종로 3가에 사는 그 여자가 을지로 3가에 사는 그 남자를 눈이 빠지도록 기다리는 이야기는 로맨틱 코미디는 될 수 있어도 멜로는 될 수 없는 것이다. 채플린의 그 유명한 명언을 빌리자면 로맨틱 코미디는 클로즈업이고 멜로 드라마는 익스트림 롱쇼트'이다.  황지우의 시 < 너를 기다리는 동안 > 은 사랑에 대한 감각이 거리감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 시집 『게눈 속의 연꽃』 (문학과지성사, 1990)



 

시인은 말한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공간),  너는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나에게 온다(시간)고. 너에게 가기 위해 기다린다고. < 아주 먼 데 ㅡ > 라는 공간의 벡터 x좌표와 < 아주 오랜 세월 ㅡ > 이라는 시간의 벡터 y좌표는 어느 세월에 만날까. 살아생전에 어느 한 지점에서 랑데뷰할 수 있을까 ?  시인은 시간과 공간에 대한 간극을 최대한 확장함으로써 애끓는 사랑을 이야기한다. 사랑이라는 것이 그렇다. 날마다 살 부대끼고 살면 때론 환멸을 느끼지만 멀리 떨어지면 환상이 되는 것이 사랑의 본질이다. 


동명항 방파제 포장마차에서 한 여자를 눈이 빠지도록 기다린 적이 있다. 약속을 정한 것이 아니었으니 그녀가 올 리 만무했지만 나는 그녀가 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낙담을 했고 술에 취했다. 그해. 노무현이 죽던 날에 애인은 내 기억에서 자신을 지워달라고 애원했다. 그녀가 기억에서 나를 지워갈 수록 내 생은 지옥같았다. 나는 눈이 내리지 않는 따스한 봄밤의 방파제에 앉아서 하염없이 울었다. 찰싹 찰싹, 따스하고 부드러운 파도가 내 뺨을 때렸다. 




​                   

1) 백현진 ㅣ 학수고대하던 날   막창 2인분에 병맥주 13병 대신 봉골레 파스타에 와인이라고 했으면 이 맛이 안 나지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amadhi(眞我) 2021-03-16 22: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텔레토비. 역시 김영하다운 발상이네요. 김영하의 창의성은 정말 감탄하게 돼요. 김영하의 번뜩이는 기발함이란.

곰곰생각하는발 2021-03-17 12:44   좋아요 0 | URL
김영하가 정말 글은 잘 쓰죠. 인정인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