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X파일 - 검찰공화국을 꿈꾸는 윤석열 탐사 리포트
열린공감TV 취재팀 지음 / 열린공감TV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이재명으로 간다 !





지난 촛불 정국 때 이재명 후보의 즉흥 연설을 들은 적 있습니다. 촛불 집회 때 거리 행진을 하고 나서 사람들이 하나둘 집으로 향할 때 대로가 아닌 후미진 뒷골목 한쪽에서 웅성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호기심 하면 저 아닙니까. 소규모 군중이 모인 곳으로 가니 사람들이 건물 안 창가에 앉아서 식사를 하고 있던 이재명을 향해 콜을 외치고 있더군요. 그는 식사를 마치지도 않은 채(혹은 식사를 마치고 나왔을 수도.. 기억 가물가물)밖으로 나와서 연설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그 연설을 듣다가 깜짝 놀랐던 것은 대본도 없이 진행된 돌발 연설이었는 데에도 그 어떤 막힘도 없이 연설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연설에서 그가 쏟아냈던 통계값과 수치가 얼마나 정확한 것인지는 알 길이 없으나 소숫점까지 언급하는 것을 보고 저는 그 말을 신뢰했습니다. 그는 준비된 20대 대통령 후보 이재명이 아니라 5년 전에도 이미 준비된 대통령 후보였습니다. 저는 그동안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말에 대하여 콧방귀를 뀌고는 했으나 요즘에는 실감하게 됩니다. 펜을 잡고 권력을 쥔 판사, 검사, 기자들은 펜을 사시미 칼처럼 휘두르고 있습니다. 여름방학 봉사 활동 표창장 위조는 징역 4년 형이지만 학위와 경력들을 조작하여 신분을 세탁한 범죄는 기소조차 되지 않습니다. 그 어떤 비난도 없습니다. 누구는 세금 230억을 갈취했으나 투자 금액보다 이익이 적기에 범죄가 될 수 없다는 상상할 수 없는 논리로 무죄가 되기도 했습니다. 누누이 하는 말이지만 현대 권력은 누가 해석할 수 있는 권한을 가졌는가에 있습니다. 모든 해석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기에 해석의 권한은 곧 권력이 되었습니다. 제가 이재명을 지지하는 이유는 민주당 후보가 이재명이기 때문이 아니라 이재명이 민주당 후보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민주당이 진보 정당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민주당 지지자도 아닙니다. 이재명이 바늘 도둑이라고 비난한다면 윤석열은 소 도둑입니다. 바늘 도둑을 저지하기 위하여 소 도둑을 지지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입니다. 지나친 낙관은 금물입니다만 이재명은 이깁니다. 내일을 생각하는 놈은 오늘만 생각하는 놈을 이길 수 없으니까요. 저는 이재명으로 갑니다. 다 함께. 시발. 동참합시다. 






덧대기


2년 전이었나. 만능 주방 요리 기구인 에어플라이어가 유행한 적이 있다. 기름 없이 치킨이나 피자를 만들 수도 있고 군고구마에 감자칩 요리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백 가지 요리 가능 !  " 오, 마이 지져스 크리스마스 할렐루야다, 야 ! " 요리에 무능한 나는 요리에 만능인 에어플라이어를 장만했다. 기계의 힘을 빌리면 나는 요리사. 어머머. 왠걸. 시바.  내가 이 제품을 사고 나서 한 요리라고는 딱 한 번 고구마를 구운 것이 전부다.  요리를 할 때 들어가는 수고가  가장 적은 것은 군고구마 요리이기 때문이다. 고구마를 에어플라이어 안에 넣는다. 끄읏 !!!!!!   이럴려고 에어프라이어를 샀나 하는 자괴감이 흙흙흙. 나는 이 제품을 아무 조건 없이 요리를 좋아하는 친구에게 양도했다. 요리 만능 제품이 요리에 재능이 있는 친구를 만나자 실력을 뽐내기 시작했다. 삐리리릭, 피자 대령이오 ~ 삐리리리리릭 고소한 감자칩 대령이오 ~ 삐리리리리리릭......  이재명은 바로 에어프라이어 같은 후보란 생각이 든다. 누가 이 제품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지는 것이다. 반면에 윤석열은 군고구마 요리만 할 수 있는 에어프라이어다. 이 깡통 기계는 오로지 정권 교체를 바라는 소비자를 위한 만든 단일 기능 에어프라이어다. 경제 정책 대안 요리 버튼도 없고, 미래 비전 대안 요리 버튼도 없고, 부동산 대책 대안 요리 버튼도 없고, 없고, 없고, 없고......  하. 시발. 다 없어요. 달랑, 할 수 있는 기능 버튼이 정권 교체뿐이다. 나 같은 요리 무능자에게는 안성맞춤이지만 오로지 군고구마 하나 먹겠다고 비싼 돈 내고 에어플라이어를 사는 것은 미친 짓이란 생각이 든다. 군고구마는 추운 날 거리에서 군고구마 장수가 장작 드럼통에서 파는 군고구마가 최고여.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억의집 2022-01-29 18: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작년 한해 동안 진보유투브 섭렵했는데, 제가 그동안 이재명에 대해 얼마나 오해했는지 알겠더라구요. 그를 싫어하는 똥파리들에 의해 날조된 거 너무 많아서 그걸 사실로 알었던 게, 언론이 제일 책임이 크죠. 이재명이 대장동에서 받아 먹은 거 하나 없는데 마치 언론이 이재명이 비리가 있는 것처럼 쓰고 그 알의 이재명 조폭 연루설은 그알이 트윗과 게시판에 제보를 바란다 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제보 하나 없어요. 저는 작년에 유튜브 보면서 우리의 사법체계에 대해 불신하게 되었고 언론도 사실과 진실 보도는 거리가 멀고 오로지 자기 이익을 위해 왜곡하고 오히려 진보유튜버들이 활발하게 움직임다는 것,,,, 이재명을 다시 조명하면서 이재명이 꼭 대통령이 되어야하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곰곰생각하는발 2022-01-29 18:17   좋아요 0 | URL
반가워요. 오랜만이죠 ? ㅎㅎ
제가 말했잖아요. 이젠 펜이 사시미 칼이 되었다고.
이제 펜은 해석의 도구가 되었고, 그 힘이 막강해진 거죠.
언론이 솔직히 그냥 기득권 세력이지 정의, 진실 이런 것 하고는 거리가 정말 멀잖아요.
그냥 양아치 집단 중 하나라는 생각 밖에는 들지 않습니다.
하여튼 설 잘 보내시고요 ~~~~
조카들 있으면 잘 좀 설득시키세요.. ㅋㅋㅋㅋ
저는 이번에 조카들 위해 돈봉투 살포할 계획임돠..

불청객 2022-01-29 18: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법의 해석과 판단과 적용을
한 줌의 판사들이 독점하고 있는 폐해입니다.
배심원제, 검수완박, 법원장, 검사장 국민 직선제등이 완비되어야
최소한의 사법체계가 정립되는 거죠.
AI 판사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AI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니까 하는 얘기입니다.

이번에 윤석열이 대통령되면
법의 정의란 것은 꿈도 꿀 수 없겠죠.
대한민국은 브라질이 되는 겁니다.

그리고 장담컨대
이재명도 문재인도 결국은 감옥으로 갈 겁니다.
죄목은 검찰이 만들고,
언론이 나팔불고,
법원이 승인하면
뭐든지 됩니다.
조국과 정경심이 모범사례죠.

곰곰생각하는발 2022-01-29 18:33   좋아요 0 | URL
삼권분립은커녕 검사 집단에게 삼위일체로 완전히 잡아먹히는 거죠.

elegy 2022-01-29 22: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혁명이래로 진보진영 유력 정치인들에게 들이닥친 사건들로 무기력함을 느끼곤 했던 사람 중 한 명입니다. 지난날 민주당 경선경쟁 당시 이낙연님이 당연히 선출되리라 여기던 저는 의외의 결과에 매우, 놀랐었는데요. 너도나도 어려운 시기인 탓도 있겠고 감정에 치우친 선택으로부터 선출됐을 가능성이 높은 인물일지언정 현재 돌아가는 행태로 보아 윤씨가 뱉은 말들이 저로서는 도무지 납득이 안 가는 부분이 많습니다.. 죽이되든 밥이되든 찍어도 뭘 알고 찍고싶은데 늦어지는 대선토론에 참담한 심정이네요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22-01-30 11:32   좋아요 0 | URL
러시아의 라스푸틴 사태와 브라질은 검찰 쿠데타 정권이 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브라질은 검사 집단 때문에 지금 폭망하지 않았습니까..

singri 2022-01-30 04: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사람들은 다시 또 근혜가 보고싶은걸까요? 언론이고 사법이고 정말 짜증나요. 어떻게 모든 언론의 오늘 뉴스가 다 같을까요? 어떻게 장모는 무죄고 정경심은 4년일까요?
암튼 이재명의 배경은 어쩔수없이 마음에 안들지만 그래도 거짓말쟁이 도리도리보다는 챙길게있다고 봅니다.

뭐라도 하나 쥐어줄만한 사람 하고
뭐라도 하나 쥐어짤 사람 하고의
선택이란거.
명박근혜가 돌아온다 생각하면 벌써부터 뒷골이 ㅠ

곰곰생각하는발 2022-01-30 11:31   좋아요 1 | URL
최태민 가족 때문에 이 지랄이 발생했는데 더 큰 놈이 올 줄은 몰랐습니다.
전국의 무당 20만 명 상경해서 집회 연다고 하던데.... 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대 대선에서 무당들이 특정 후보를 위해서 상경하는 모습은 아마 처음이지 않을까 싶네요
무당이 지지하는 대선 후보라.......

박균호 2022-01-30 05: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세월호를 교통사고라고 내 뱉은 그쪽, 그쪽에 달라 붙어서 국회의원 한 번 해보겠다고 덤비는 똥파리들...사람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명박근혜를 배출한 것들이 정권 교체를 외치다니 어이가 없지요.

곰곰생각하는발 2022-01-30 11:29   좋아요 1 | URL
국희의원들이야 뱃지 하나 더 달려고 욕심을 부린다 쳐요. 뭐, 그런 부류이니까.
그런데 저는 진중권과 서민 같은 부류를 보면 도저히 인해가 안 가더라고요.
진중권은 정의당 입당했는데도 여전히 윤석열 빨아주는 트윗질만 하더라고요.
 
내 안으로 그대 속으로 시작시인선 385
김민서 지음 / 천년의시작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백이란 느리게 말하는 통증





소설이 " 구라의 세계 ㅡ " 라면 시는 " (자기) 성찰의 세계 ㅡ " 를 다룬다. 그렇기에 시인은 어떤 식으로든 자기 고백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 고백 > 이란 " 느리게 말하는 통증 " 에 가까워서 쉽게 읽히지 않는 시집은 나쁜 시집이 아니라 좋은 시집에 가깝다. 독자가 책을 펼치자마자, 손에서 책을 놓을 시간도 없이, 단숨에 끝까지 읽었다면 그것은 소설(가)에게 크나큰 미덕이 되겠지만 그 속도는 시(인)에게는 모독이 아닐까. 둘 중 하나다. 독자가 시를 오독했거나 시가 가짜이거나 !  차이 밍량은 좋은 영화란 무엇인가 _ 라는 질문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했다. " 나의 내일을 걱정하는 영화는 좋은 영화이고 인류의 먼 미래를 걱정하는 영화는 나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 그의 말을 적용하자면 좋은 시(인)은 자신의 내면을 폭로하고 나쁜 시는 세계의 내면을 폭로하는 척한다. 그렇기에 나는 자신의 내면은 숨긴 채 세계의 안위만 걱정하는 시인은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김민서 시집 << 내 안으로 그대 속으로 >> 는 관통의 기술에 충실하다. 시 < 약식 회고록 > 에서 시인은 자신의 약사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열둘 " 에 " 쌀을 씻기 시작 " 해서 " 스물둘 " 에 " 서울에서 가장 멀리 가는 밤 기차를 탔다 " 고 고백한 시인은 " 신문지를 재단해 호떡집 봉투를 붙였다 // 날마다 정치면에 실리던 대통령 얼굴 / 내 입에 풀칠하기 위해 / 그 얼굴에 날마다 풀칠을 했다 " 고 말한다. 그리고 " 오십 대 / 9센티미터 힐을 신었다 " 라고 마무리한다. 여기서 9센티미터 힐은 생에 대한 의지로 읽힌다. 우리가 이 시에서 알 수 있는 것은 나이듦에 대한 긍정적 에너지일 것이다. 그녀는 늦은 나이에 비로소 탱고에 눈을 뜬다. " 홑겹의 실크 드레스로 소름을 감추고 / 새빨간 스틸레토 힐을 신고 / 자정 근처 고비로 " 간 그녀는 " 반도네온의 심장을 딛고 / 바이올린의 선율을 따라 " 탱고를 춘다(고비의 탱고). 시 < 고비의 탱고 > 에서 " 고비 " 는 이중적 의미로 사용된다. 그것은 고비 사막을 지시하기도 하지만 절정, 곤경, 위기, 고개를 뜻하기도 한다. " 식혜 밥알처럼 " 각각의 개별자로 존재하는 사막의 모래에서는 뿌리를 내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뿌리를 내린 삶을 선택할 것인가, 뿌리를 버리고 노마드의 삶을 살 것인가. 시인은 < 우산을 들고도 > 라는 시에서 이렇게 말한다. " 뿌리를 버리고 자유를 얻을까 / 색을 입고 생을 얻을까 " 이 시집을 다 읽고 나서 떠오른 책은 공교롭게도 << 그리스인 조르바 >> 였다. 그녀의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영혼이, 생활의 활력이, 춤추는 조르바를 닮은 것이다. 시를 읽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시(인)이라는 장르는 시라는 형식을 빌려 자신의 비밀 일기를 폭로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 아닐까 ? 시인은 자신의 은밀한 비밀을 폭로한다는 점에서 언제나 " 실패를 누설( 장미의 누설 ) " 하는 사람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초란공 2021-08-10 13: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조르바 마지막 장면인가요... 남자 둘이서 춤추던 장면... 멋지단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나네요. 차이 밍랑은 자기를 구원하고자하는 사람 말고 세상을 구하겠노라 공언하는 이들이 빈껍데기라는 걸 분명히 인식하는 분이네요. 젊은 시절에 누구나 꿈꿔볼만한 치기이기도 하지만 이제는 눈이 좀 어두워져 ㅋㅋ 그런지 ‘세상구하기‘ 철학이 이제는 의심스럽습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21-08-12 14:25   좋아요 1 | URL
저는 거대 담론을 강박적으로 이야기하는 문학에 대해 늘 회의적입니다. 문학이 세상을 구원하리라. 이따위 자긍심을 보면 한심하다는 생각도 들됴. 과대망상이 심하구나, 작가들이... 뭐, 이런 생각.. ㅎㅎ
 

















                                


너 를   기 다 리 는   동 안  :












수고대하던 날1)



                                                                                                                                                                                                         영화에서 장소 선정은 중요하다. 특히 멜로 드라마나 로맨틱 코미디 장르와 같이 " 사랑 " 이 주제인 경우는 장소 선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화양연화 >> 라는 영화도 보고 나면 남는 것은 비좁은 골목길이거나 비좁은 건물 복도 이미지'이다. 이 공간은 두 사람이 나란히 걷기에는 충분한 넓이가 아니어서 가는 길과 오는 길의 교차점에서는 서로 어깨를 사선으로 틀어야 부딪히지 않을 수 있다.  닿을 듯 말 듯,  카메라는 이 미묘한 어긋남을 느린 화면으로 잡는다. 이 영화에서 " 좁은 골목, 좁은 복도, 좁은 자리, 좁은 틈 " 은 두 여남의 사회적 거리를 강제로(운명적으로) 개인적 거리로 만든다. 그것이 바로 이 영화의 주제이자 멜로 드라마의 클리셰이기도 하다. 

사랑은 곧 장소애( TOPOPHILLIA ) 이다. 멜로 영화가 만날 듯 만날 듯 하다가 어긋나는 관계 설정이 주를 이룬다면 로맨틱 영화에서 남자와 여자는 주로 우연히 혹은 어쩌다 자주 마주친다.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걸작 <<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 에서 앙숙인 두 사람은 우연히, 어쩌다, 자주 마주치게 된다.  세상 참..... 좁다 _ 란 말이 나올 만하다. 두 사람은 만날 때마다 티격태격 싸우지만 결국에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그런 점에서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 선호하는 로케이션은 텔레토비 마을이다. 우연한 만남을 관객에게 장황하게 설명할 필요가 없으니까. 

텔레토비 마을은 동네가 워낙 작아서 오고가다 다 만난다. 지금껏 보라돌이, 나나, 뚜비, 뽀가 서로 약속을 정하고서 약속 장소에서 상대방을 기다린다는 상황극을 본 적이 없다. 꼬꼬마 들은 항상 우연히 만나거나 어쩌다 마주친다. 텔레토비 동산은 약속이 필요 없는 곳이다.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 만들어야 하는 감독 입장에서 보면 이보다 좋은 로케이션은 없다. 꼬꼬마-들이 다 큰 성인이 된다면 꽤 밝고 명랑한 로맨틱 코미디 걸작을 생산했을 것이다. 이처럼 로맨틱은 오고다가 다 만나는 서사가 핵심이다. 반면에 멜로는 어긋남의 서사이다. 


김영하는 이렇게 말한다 : " 멜로는 엇갈림의 서사다. 엇갈리지 않고 오다가다 다 만나면 그건 텔레토비지 멜로가 아니다. 멜로는 시간, 공간, 벡터,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물리적으로 달라야만 성립한다......멜로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만날 듯 만날 듯하면서도 만나지지 않는다. 그들은 너무 빠르거나 느리다. "     많은 사람들이 멜로에 대한 정의를 내렸지만 김영하보다 명쾌한 해답을 내놓은 이는 없다. 그렇다. 그렇다 !  멜로란 시간, 공간, 벡터가 서로 물리적으로 달라야만 성립한다. 또한 멜로의 격정은 시간과 공간과 벡터의 간극이 크면 클수록 애절하다. 


이와지 순지 감독이 연출한 << 러브 레터 >> 가 멜로의 걸작인 이유는 하늘에 있는 그 남자와 땅 위에 선 그 여자의, 가닿을 수 없는 멀고 먼 거리감 때문이다. 이승과 저승의 간극보다 먼 거리가 또 있을까 ? 종로 3가에 사는 그 여자가 을지로 3가에 사는 그 남자를 눈이 빠지도록 기다리는 이야기는 로맨틱 코미디는 될 수 있어도 멜로는 될 수 없는 것이다. 채플린의 그 유명한 명언을 빌리자면 로맨틱 코미디는 클로즈업이고 멜로 드라마는 익스트림 롱쇼트'이다.  황지우의 시 < 너를 기다리는 동안 > 은 사랑에 대한 감각이 거리감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 시집 『게눈 속의 연꽃』 (문학과지성사, 1990)



 

시인은 말한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공간),  너는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나에게 온다(시간)고. 너에게 가기 위해 기다린다고. < 아주 먼 데 ㅡ > 라는 공간의 벡터 x좌표와 < 아주 오랜 세월 ㅡ > 이라는 시간의 벡터 y좌표는 어느 세월에 만날까. 살아생전에 어느 한 지점에서 랑데뷰할 수 있을까 ?  시인은 시간과 공간에 대한 간극을 최대한 확장함으로써 애끓는 사랑을 이야기한다. 사랑이라는 것이 그렇다. 날마다 살 부대끼고 살면 때론 환멸을 느끼지만 멀리 떨어지면 환상이 되는 것이 사랑의 본질이다. 


동명항 방파제 포장마차에서 한 여자를 눈이 빠지도록 기다린 적이 있다. 약속을 정한 것이 아니었으니 그녀가 올 리 만무했지만 나는 그녀가 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낙담을 했고 술에 취했다. 그해. 노무현이 죽던 날에 애인은 내 기억에서 자신을 지워달라고 애원했다. 그녀가 기억에서 나를 지워갈 수록 내 생은 지옥같았다. 나는 눈이 내리지 않는 따스한 봄밤의 방파제에 앉아서 하염없이 울었다. 찰싹 찰싹, 따스하고 부드러운 파도가 내 뺨을 때렸다. 




​                   

1) 백현진 ㅣ 학수고대하던 날   막창 2인분에 병맥주 13병 대신 봉골레 파스타에 와인이라고 했으면 이 맛이 안 나지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amadhi(眞我) 2021-03-16 22: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텔레토비. 역시 김영하다운 발상이네요. 김영하의 창의성은 정말 감탄하게 돼요. 김영하의 번뜩이는 기발함이란.

곰곰생각하는발 2021-03-17 12:44   좋아요 0 | URL
김영하가 정말 글은 잘 쓰죠. 인정인정 ~
 














                              


심 신 이    미 약 하 여    :










나도 모르게 저지른 잘못









                                                                                                조두순이 경악할 만한 범죄를 저지르고 나서 법정에서 했던 변명은 심신미약이었다.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는 이렇게 말했다. 


나도 모르게 저지른 잘못에 대하여 피해자와 피해자 유가족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  평생 반성하며 살겠다.  이 뻔뻔한 변명은 놀랍게도 법정에서 정상 참작( : 법률적으로 특별한 사유가 없더라도 법원이 그 형을 줄이거나 가볍게 하는 것)의 사유로 적용된다.  술을 마셔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면 " 형벌의 봄맞이 大바겐세일 " 이 가능하니 범죄자들이 입만 열었다 하면 내뱉는 레퍼토리이다.  이 변명에 덧대어 반성문 몇 장을 법원에 제출하면 판사는 " 반성의 기미 " 가 엿보인다는 이유는 죄를 경감한다. 닝기미, 반성문 쓴다고 반성이 되면 반기문 쓰면 반기문 되냐 ? 


심신미약 주장과 반성문 제출은 범죄자들에게는 약방의 감초인 셈이다(바람이 전하는 말에 의하면 남편을 살해한 고유정과 입양아를 살해한 양모는 하루가 멀다 하고 반성문을 제출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범죄자들은 사후에 잡힐 것에 대비해서 사전에 미리 음주가무의 알리바이를 만들고 나서 범죄를 저지르는 놈도 있다. 판사님, 사실 내가 너무 술을 많이 마셔 기억이 안 납니다. 미안합니다, 정말1).  신경숙이 << 아버지에게 갔었어 >> 라는 신간 소설로 복귀하면서 기자 간담회에서 했던 변명은 나를 열받게 만들었다. 신경숙은 옹알과 웅얼 사이에서 이렇게 중얼거리시었다. " 젊은 날 저도 모르게 저지른 잘못에 사과드립니다아. " 


두 눈을 의심했다. 나도 모르게 저지른 잘못이라니 ??  쉽게 말해서 : 신경숙은 심신미약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찌 되었든 나도 모르게 저지른 잘못에 대해 독자에게 사과드린다는 애티튜드는 범죄자들이 법정에서 내뱉는 전형적인 변명이라는 점에서 " 격렬비열도의 추자도에서 잡히는 꼴뚜기 " 같다. 추잡스럽다는 뜻이다. 심신미약은 형법적 개념으로 시비是非를 변별하는 능력이 상당히 감퇴되어 있는 상태를 말하는데 소설가가 시비를 변별할 능력마저 상실했다면 그것은 소설가로서의 자질 문제를 떠나서 자격 자체가 아예 없는 것이다. 


문장 실력은 둘째치고라도 적어도 똥인지 된장인지는 구별할 수 있는 사리 판단은 해야 하지 않을까 ? 신경숙은 변명과 사과의 차이를 모르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진정한 사과란 변명의 여지를 남겨두지 않고서 상대에게 용서를 바라는 것이지 변명의 여지를 남겨두고서는 하는 사과는 비겁한 변명일 뿐이다. 사과문은 and 보다 but를 남발하게 되면 더 이상 사과문이 아니다. " 나도 모르게 저지른 잘못 " 이라는 표현은 누가 봐도 " 빠져나갈 구멍 " 이자 but으로 시작되는 구질구질한 문장의 시작점으로 보인다. 이 정도 수준의 인성을 가진 사람이 쓴 소설에 대하여 작품성을 논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하지만 이 소설에 대한 남진우의 평론이 궁금하기는 하다. 자못, 아니 매우 궁금하다. 





​                          

1)  수고대하던 날 / 백현진   :   아, 참말로 나는 왜 이런 노래를 좋아하는 것일까 ?  내 문학적 취향을 반영한다면 " 눈이 빠지도록 기다렸다 ㅡ " 는 상투적 표현과 엄살을 싫어할 법하지만 이상하게도 백현진이 부르면 간절해진다. 그래. 나도 동명항 방파제 선술집에서 막창 2인분에 맥주 13병 마신 적이 있어. 이 노래를 듣다 보면 황지우의 < 너를 기다리는 동안 > 이라는, 징글징글한 사랑 시가 생각난다. 텔레토비처럼 동산에서 오고가다 다 만나면 그것은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종로 3가에 사는 남자가 을지로3가에 사는 여자와 사랑을 한다는 이야기는 로맨틱 코미디는 될 수 있어도 멜로는 될 수 없다. 러브 스토리는 거리가 멀면 멀수록 훌륭한 서사가 된다. 눈이 빠지도록 기다려도 오지 않을 때, 사랑은 애절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시인은 기다린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너는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오고 있다고. 나와 너가 만나기 위해서는 또 다시 영겁의 세월을 기다려야 하지만, 그럴수록 애절해지는 것. 


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 시집 『게눈 속의 연꽃』 (문학과지성사, 1990)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1-03-11 16: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21-03-12 14:58   좋아요 1 | URL
저는 한국의 형법 기준이 이해가 안 갑니다. 어린아이 11명을 성폭행한 놈이 15년 형 선고 받았어요. 똑같이 11명을 성폭행한 영국 놈은 몇 년 받았는지 아십니까 ? 최소 100년 이상이더군요. 15년 형 선고 받은 이유가 감형인데
반성문 썼다고 반성하고, 공개수배해서 할 수 없이 자수했는데 자수했다고 감형. 수사 협조에 순순히 협조했다고 또 감형... 이거 미친 거 아닙니까 ? 하, 이해가 안 가요. 이해가......

2021-03-14 12: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21-03-17 12:46   좋아요 0 | URL
그렇죠 ? 이해가 안가요. 이해가..... 아무리 생각해도 한국 형법은 이해가 안 갑니다. 반성문 쓰면 반성했다나 ? 과연 반성문 써서 반성하는 인간이 있긴 있을까요 ?
 
















​                             


받침 위에 찻잔을 얹는 일  :








이마에 손을 얹는 일









한쪽 어깨가 주저앉았다는 사실은 인천의 어느 양복점에서 알게 되었다.  동생 결혼식 때 입을 양복이 없어서 맞춤양복을 전문으로 하는 양복점에 갔는데 몸 치수를 재던 재단사'가 그 사실을 지적한 것이다.  재단사의 지적을 받고 나서 거울 앞에서 내 몸을 관찰하니 아닌 게 아니라 왼쪽 어깨는 콧대가 주저앉은 권투선수의 코처럼 푹 꺼져 있었다.  오른쪽 어깨는 완만한 곡선을 그리고 아래로 천천히 미끄러져 내려가는 데 반해 왼쪽 어깨는 완만한 곡선으로 미끌어지다가 어깨 끝에 다다라서는 산사태로 유실된 벼랑처럼 아래로 갑자기 떨어지는 것이다.  나는 그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평생 내 알 몸을 봤지만 사실은 모르는 몸이었던 것이다(이 문장에서 유머를 발견한 사람은 내 언어유희를 이해하는 사람이다). 


그 옛날, 싸우다가 왼쪽 어깨가 부러졌던 그날이 생각났다. 뚝, 하는 소리와 함께 잠시 정신을 잃었는데 눈을 뜨니 어마어마한 통증이 몰려왔다.  다행히도 바로 옆 건물에 일반 가정 내과 병원이 있어서 무작정 들어갔다. 대기실에는 몇몇 사람들이 대기표를 받고서 자신의 차례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안내 직원에게 내 속사정을 말하니 그는 별것 아니라는 듯이 사무적인 말투로 대기 손님이 여럿 있으니 기다려야 된다는 말을 했다.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 감기에 걸린 사람과 어깨가 부러져서 죽을 것 같은 사람 중에서 누가 먼저 치료를 받아야 합니까, 네에 ? " 


난동 아닌 난동을 부리자 진찰실 문이 열리더니 의사가 나와서 내 동태를 살폈다. 그리고는 먼저 치료를 받도록 조치를 내렸다. 지금 돌이켜보면 매우 부끄러운 짓이었으나 그 당시에는 너무 아파서 이것저것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하물며 생사를 오가는 응급실 상황은 어떨까 ?  아마도 전쟁터를 방불케 할 것이다.  환자는 많고 의사가 부족할 때는 더더욱 그렇다. 응급실은 오는 순서대로 진료를 받지 않는다.  팔이 부러진 사람보다는 칼에 복부를 찔린 사람이 먼저 치료를 받아야 하니 말이다. 그래서 응급실에서는 기다리다가 지친 환자와 격무에 시달리는 응급실 의사 사이에 고성이 오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성마른 환자를 탓할 일도 아니다.  제시간에 치료를 받지 못하면 죽을 수도 있을 것이란 막연한 공포는 체면 따위를 생각할 여유를 지운다. 그럴 때마다, 어느 응급실 전문의는 손으로 환자의 이마를 짚으며 열을 체크한다고 한다. 손으로 열을 체크하기보다는 온도계로 열을 체크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일부러 손으로 이마를 짚는다는 것이다. 신기하게도 자신을 적대하던 환자들이 그 순간만큼은 순한 양이 된다고 한다. 의사의 환대에 환자의 적대가 사라지는 순간이다. 





이 마



타인의 손에 이마를 맡기고 있을 때
나는 조금 선량해지는 것 같아
너의 양쪽 손으로 이어진
이마와 이마의 아득한 뒤편을
나는 눈을 감고 걸어가 보았다

이마의 크기가
손바닥의 크기와 비슷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가난한 나의 이마가 부끄러워
뺨 대신 이마를 가리고 웃곤 했는데

세밑의 흰 밤이었다
어둡게 앓다가 문득 일어나
벙어리처럼 울었다

내가 오른팔을 이마에 얹고
누워 있었기 때문이었다
단지 그 자세 때문이었다

ㅡ 허은실 시집 《나는 잠깐 설웁다》, 문학동네, 2017


허은실 시인이 < 이마 > 라는 시에서 " 타인의 손에 이마를 맡기고 있을 때 / 나는 조금 선량해지는 것 같 ㅡ  " 다고 고백하는 대목에서 아플 때마다 내 이마에 손을 얹었던, 젊었던 어머니의 옛 모습을 떠올렸다. 죄 지은 자의 머리에 손을 얹는 것만으로도 그 죄를 사(赦)할 수 있는 것처럼 손은 갱생과 치유의 힘을 가지고 있다. 배가 아플 때 할머니가 손주의 배를 쓰다듬으며 내 손이 약손이다 _ 라고 주문을 할 때마다 신기하게도 치유가 되는 경험을 가진 이라면 모두 다 동의할 것이다. 


무늬가 같은 받침 위에 찻잔을 올려놓는 것이 게스트을 환영한다는 호스트의 예의라면1),  아픈 이의 이마에 손을 얹는 일 또한 아픈 이에 대한 조건 없는 환대'일 것이다. 펄펄 끓는 이마 위에 손을 얹는 일은 받침 위에 찻잔을 얹어 손님에게 차를 대접하는 일과 같다. 





​                          


1)   아무리 비싼 찻잔이라 해도 차받침이 없으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가격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고 한다. 단순한 용도로만 보면 받침은 실용보다는 장식에 가까워서 찻잔의 부속에 불과하지만 받침이 없는 찻잔은 빛을 내지 못한다. 냄비도 마찬가지다. 냄비뚜껑이 없는 냄비와 냄비뚜껑이 있는 냄비 중 가격을 후하게 받는 쪽은 후자'라고 한다. 그러니까 찻잔과 차받침(혹은 냄비와 냄비뚜껑)은 서로 다른 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한몸인 셈이다. 허은실의 시 < 이마 > 를 읽다가 깨닫게 된다. 이마와 손바닥의 관계는 찻잔과 차받침의 관계와 같다는 사실. 시인이 " 이마의 크기가 / 손바닥의 크기와 비슷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 고 고백할 때 나는 냄비의 둘레에 이가 잘 맞은 냄비뚜껑을 덮는 장면을 떠올렸다. 펄펄 끓는 이마 위에 손을 얹는 것은 펄펄 끓는 냄비 위에 뚜껑을 닫는 것과 같은 것이다. 생김새와 쓰임새만 놓고 보면 이마와 손은 서로 다른 영역에 속하지만 시인이 " 타인의 손에 이마를 맡기고 있을 때 / 나는 조금 선량해지는 것 같아 " 라고 고백하는 순간, 이마의 유사어는 손이 된다. 그것이 바로 시적 마술이다. 이마의 유사어는 손바닥이다. 


2)   왠지 이 글에는 버둥의 < 이유 > 라는 노래가 어울릴 것 같아 첨부한다. 한 번 듣고 홀딱 반했던 노래다. 버둥의 데뷔 앨범 << 조용한 폭력 속에서, 2018 >> 은 가장 주목할 만한 시선 중 하나이다. 가사의 깊이가 탁월하고 연출도 드라마틱하다. 내가 아는 범위 안에서 버둥은 겉멋을 부리기 위해서 가사를 쓰기 보다는 소리와 주장에 깊이를 더하기 위해 가사를 쓰는 싱어송라이터'다. 버둥, 최고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