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진
이수성 감독, 고진수 외 출연 / 미디어포유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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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도 군 전역한지 한참, 예비군에서 민방위 넘어가는 서른 줄 배우들에게 교복 입혀 놓고 뭐하자는 짓인지? [말죽거리 잔혹사]를 그대로 답습하면서 40대 중반 감독 본인의 쌈마이 향수를 변해도 한참 변한 세태에 우겨 넣은 꼴이다. 요즘 IPTV 플랫폼 기반의 미개봉작들 훑다 보면 그 외피만 학원폭력물이되, 사춘기 남학생들 즐겨 보는 대물판타지 만화책 대타로서 불온한 욕구 대리만족 용도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 '도깨비'라는 부제를 달고 시즌 2까지 나왔다. 시즌 2에 비하면 시즌 1 [일진]은 그나마 현실성이 있었달까. 일진들의 난립 및 서열 정리라는 시리즈 기존 설정에 히어로 장르 교접 시도 완전 실패다. '죽음의 세대'라 불리운다는 일진들의 춘추전국 콘셉트만 그럴싸하게 잡았을 뿐 모든 영화적 요소가 수준 미달이다. 특히 '도깨비'라는 소문 속 절대고수의 정체에 설득력 제로. [일진]보다도 못한 XY 캐스팅은 논외로 치고 이번 편엔 XX 캐스팅이 유독 눈에 밟혔다. IPTV 전용 성애물에나 나올 법한 진한 화장의 그녀들이 교복 입고 담배 빨며 교태를 부리거나 혀짧은 욕설을 해대는데 절로 눈쌀이 찌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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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가이 리치 감독, 메나 마수드 외 출연 / 월트디즈니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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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디즈니 뮤지컬 애니메이션을 극장에서 관람한 세대로서, 나는 거의 비슷하지만 비교 열위인 실사판을 최초의 [알라딘]으로 극장에서 만나는 어린 관객이 조금 불운하다고 생각한다.'는 어느 식자의 평에 절반만 동의한다. 즉슨, 아무리 지니 역 윌 스미스가 희대의 배우 겸 랩퍼로서 열 일 했다한들 환상적인 뮤지컬 로망 · 모험 활극으로서 애니메이션 [알라딘](1993)보다는 못하다는 데에 공감. 그러나 농담이든 역설(力說)이든 간에 그 비교 대상 자체가 무슨 아이들 행불행을 논할 정도로 수작은 아니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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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엔트 특급 살인
케네스 브래너 감독, 조니 뎁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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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라는 저울이 기울어질 때도 있다는 걸 알았다. 나는 그 불균형을 감당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피해자들이 고통을 벗어나 안식과 평화를 얻게 되는 것이 참된 정의일 것이다.' 

- 극 중 에르큘 포와로의 독백 -


개인적으로 애거사 크리스티 여사 최고작은 [회상 속의 살인]과 [끝없는 밤]이라 생각하지만 대외적으로 그녀의 대표작을 꼽으라면 아무래도 [애크로이드 살인사건],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와 함께 [오리엔트 특급 살인]을 언급해야 할 것이다. [친절한 금자씨]에 핵심적인 모티프를 제공했다며 누군가 떼써도 별반 할 말이 없는 소설이다. 1985년 1학기 중간고사 끝날 해문출판사에서 나온 붉은 문고판을 사다가 밤새 읽었고 그 이듬해인가 KBS1 명화극장에서 방영한 시드니 루멧 감독의 1974년작 영화를 봤으니 근 30년만에 케이블로 새로운 [오리엔트 특급 살인]을 만난 셈이다. 


서스펜스의 밀도랄까, 추리물로서 쾌감은 원작에 비해 떨어진다. 당연한 것이, 한때 정통 셰익스피어극의 계승자로서 명성을 얻은 케네스 브래너 감독은 20세기 중엽 출간된 이 한 편의 추리 명작을 슈퍼히어로가 주인공인 고전 비극으로 해석했기 때문이다. 도저히 이성과 법의 잣대로만 심판할 수 없는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잔인한 진실 앞에 햄릿처럼 고뇌하는 회색 뇌세포의 영웅 에르큘 포와로 탐정. 그리고 미스터리 참극의 한가운데 놓여진 또 다른 구심점 허바드 부인. 멜로드라마틱한 패트릭 도일의 음악이 깔리면서 그 두 인물을 연기한 케네스 브래너와 미셸 파이퍼의 맹기(猛氣)가 화면을 가득 채우고도 남아 뚫고 나오기 직전의 클라이맥스에선 감상 내내 불만스럽던 나조차도 기묘한 감동에 사로잡혀 눈물을 떨굴 수밖에 없었다. 도입부의 성물(聖物) 도난사건은 그 정확한 원전이 떠오르질 않지만, 사건을 마무리하고 런던으로 향하려는 포와로를 다시 나일강으로 호출하는 에필로그에서 [나일 살인사건]을 후속편으로 예고하며 본작은 두 시간에 걸친 대장정을 매조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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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는 시간을 필름 위에 고정시킨다. 

 그럼으로써 영화는 인간 정신을 지키는 시간의 예술이 된다.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1932.4.4.-1986.12.29.)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감독의 폴라로이드 사진집 'Instant Light'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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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 단지 혹은 통상적이 아닌 정신 상태 - 강박관념 - 으로서의 [콤플렉스]. 영화 제목을 잘 지었다. 한적한 변두리 낡은 아파트 단지로 이사 온 소녀 아스카(마에다 아츠코) 주변에 다음날부터 괴이한 일들이 벌어진다. 새벽 다섯 시 반이면 벽 하나 사이에 둔 이웃집에서 찢어지듯 울리는 자명종 소리에 선잠을 깨고, 아침식사 때마다 주말 일정을 확인하는 부모님의 대화가 똑같이 반복된다. 놀이터에서 우연히 만나 친해진 꼬마가 그녀 주변을 계속 맴돌며 불길한 기운이 드리우는 가운데 아스카는 기괴한 소음이 반복되는 옆집에서 방치된 노인의 시체를 발견하고 경악한다. 이후 영화는 영혼이 된 노인의 경고와 꼬마의 정체, 아파트에서 발생했던 불의의 사고들과 그에 얽힌 원한을 거쳐 아스카의 어두운 과거와 죄책감으로 인해 왜곡된 기억까지 소급해 내려가며 공포의 밑바닥을 드러낸다. 





전작 [링]과 [검은 물 밑에서]를 통해 선뵌 나카다 히데오 감독의 섬뜩한 호러 감각은 다소 바랜 듯했으나 한껏 절제된 요소들로 보는 사람 감정을 음울하게 침전시키는 솜씨는 여전하다. 잿빛 시멘트로 발려진 가가호호 단지 전경에 악의 넋이 주로 출몰하는 놀이터 정글짐, 끔찍한 사고가 발생했던 쓰레기통과 소각장의 밀폐된 공간이 현대인의 고립된 내면과 겹쳐지면서 미로를 이룬다. 나카다 히데오의 정갈한 듯 의뭉스런 카메라는 타인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되려 애꿎은 죽음을 부르는 그 암담한 미궁에 주인공들마저 영영 가둬버린 채로 무심하게 엔딩 타이틀을 올린다. 등골 오싹하게 무섭다기보다 숨이 막히도록 꾹꾹 짓눌려 가슴이 답답하게 메어오는 가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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