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죽음








그 마을과 주변 마을 주민을 모두 합하면 4,000명이었다. 점령군은 이 마을과 주변 마을 주민 모두 학살하라는 명령을 받고 학살을 감행한다. 학살자의 눈을 피해 운 좋게 생존한 사람은 단 3명뿐이었다. 늙은 노인 한 명과 젊은 청년 그리고 어린 남자아이가 전부였다( 이 아이는 커서 작가가 된다). 죽은 사람 중에는 갓난이도 많았다. 프랑스 군은 집집마다 일일이 수색하면서 집에 숨어 있는 주민들을 보는 즉시 사살했다. 

자비는 없었다. 죽은 사람 중에는 임산부도 있었다. 말 그대로 마을 주민 섬멸 작전인 셈이다. 이 이야기는 프랑스 군이 알제리를 점령했을 때 발생한 전쟁 범죄 중 하나'다. 이 사실 하나만 보아도 알제리 전쟁에서 프랑스 군이 저지른 전쟁 범죄는 결코 나치의 전쟁 범죄에 뒤지지 않는다. 알제리 전투에서 죽은 피에 누아르(알제리에 터를 잡고 살면서 이슬람교를 지배하며 통치자로 군림했던 프랑스인(군인+민간인)을 통틀어 피에 누아르'라고 한다)는 6만 명이지만 알제리인은 150만 명이다(라고 역사학자들은 추정한다. 그 당시 알제리 전체 인구수는 600만 명이었다). 대부분은 학살과 고문으로 인해 살해당했다. 

식민지 독립군의 독립 투쟁을 테러로 규정하는 프랑스와 제국의 식민 통치로부터 독립을 요구하는 알제리 중에서 당신은 누구를 지지해야 할까 ? 자, 이제부터 조금 불편한 이야기를 하자. 피에 누아르를 대표하는 문학 작가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작가는 알베르 까뮈'다. 그의 대표작 << 이방인 >> 과 << 페스트 >> 가 모두 알제리가 주요 배경이다. 그는 당대의 지식인답게 알제리 문제에 대하여 수많은 질문을 받아야 했는데 그럴 때마다 카뮈는 프랑스를 지지하며 알제리의 독립을 적극 반대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어머니가 알제리에 살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사실을 알고 나면 : 카뮈의 출세작 << 이방인 >> 을 전혀 다른 시각으로 읽을 수 있다. 주인공 뫼르소가 알제리 해변에서 죽인 사람은 아랍 무슬림이다. 살해 이유는 없다. 그저 태양이 눈부셨기 때문이다. 뫼르소가 쏜 총에 죽은 아랍인은 이름도 없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름이 없는 것이 아니라 작가가 애써 이름을 밝히지 않은 것이다. 살인 사건의 가해자에게는 이름을 부여하지만 정작 피해자에게는 이름을 부여하지 않는 것은 피해자에게 서사를 부여하지 않겠다는 작가의 의지처럼 보인다. 그러니까 이 소설은 피해자의 서사는 완벽하게 발골 한 채 가해자의 서사만 덧댄 소설인 셈이다. 

우리는 이 소설의 주제를 실존적 허무주의라고 배웠지만 어쩌면 뫼릐소가 이유도 없이 충동적으로 아랍인을 죽인 것은 무슬림 혐오에 기인한 것인지도 모른다. 미국 백인이 이유 없이 흑인을 죽이는 것처럼 말이다. 뫼르소는 아랍인이 자신을 나무 막대기 보듯 바라보았다고 말하지만 그러한 태도는 뫼르소가 아랍인을 보는 시선에 가깝다. 그러니까 뫼로소의 범죄 행위는 인종 혐오 범죄일 수도 있는 것이다. 뫼르소가 피에 누아르라는 사실이 그것을 입증한다. 그들은 식민지에서 온갖 특혜를 누리며 이슬람을 억압했으며 식민지 국민을 " 쥐새끼 " 라는 차별 용어로 불렀다.

우리가 카뮈의 << 이방인 >> 과 << 페스트 >> 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작품 속에 등장하는 아랍인의 이름이 단 한번도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당신의 서재에 << 이방인 >> 과 << 페스트 >> 가 꽂혀 있다면 그 책을 꺼내서 그 소설에 등장하는 아랍인 이름을 정확히 열거한다면 내가 가진 전재산 500원을 당신에게 주겠다. 그들은 이름이 없는 무명으로 어쩌다 등장하거나 아예 투명 인간 취급을 당한다. 소설 << 페스트 >> 에서 등장인물들이 구하고자 했던 것은 알제리 사람이 아니라 피에 누아르이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 제국의 식민 통치로 고통을 받는 알제리 민중 입장에서 보면 뫼뢰소는 식민지의 지배자이자 정복자이며 약탈자이다. 그리고 인종 혐오주의자'다. 그렇기에 카뮈를 다시 읽는다는 것은 나에게는 매우 고약한 경험이자 악몽이다. 한때, 그를 사랑했다. 아무렴. 어찌 그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아무르. 하지만 이제는 부끄러움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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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 2023-02-12 12: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방인>은 프랑스 파리 방식의 제목이고 <무법자>가 맞다고 한 글을 읽었어요.
곰발님, 잘 지내시나요. 건강하고 만족스러운 주말 보내고 계시길 바래면서 인사 남깁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23-02-13 18:23   좋아요 1 | URL
그럭저럭 지내지요. ㅎㅎㅎ‘
늘푸른초원 님도 안녕하시기 바랍니다.

고양이라디오 2023-02-13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방인>을 읽으면서 고개를 갸우뚱했는데 곰발님 이야기를 들으니 느낌표가 떠오르네요!ㅎ


곰곰생각하는발 2023-02-13 18:25   좋아요 1 | URL
전 카뮈가 조금 불편합니다. 이방인도 그렇고 페스트ㅡ도 그렇고...

기억의집 2023-07-30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고전이 무조건 좋다는 그런 평가는 사라져야 할 것 같아요. 눈이 부셔서 사람을 죽였다는 건 어떤 정당성도 없지요. 어릴 때는 모르고 읽으며 대단한 작품이다라고 퍙가한 저도 우습긴 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23-08-16 13:44   좋아요 0 | URL
저도 멋 모르고 읽었을 땐 캬, 눈이 부셔셔 죽였다니 멋저부러.. 뭐, 이런 태도였는데 가만 보니 굉장히 이상한 거예요. 이거 묻지마 살인하고 뭐가 다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