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미스는 왜 록의 뺨을 때렸나 ?




 





아카데미 영화제 시상자로 무대에 오른 유명 코미디언 크리스 록은 윌 스미스의 아내 제이다 핀켓 스미스를 상대로 농담을 던진다. 카메라는 이미 크리스 록이 제이다를 향해 농담을 던질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크리스가 입을 떼자마자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윌 스미스 부부를 향한다. 그리고는 모두 다 알고 있다시피 예상치 못한 사건이 발생하는데..... 뚜벅. 뚜벅. 뚜벅. 뚜벅 그리고 불꽃 싸다구. 윌 스미스가 크리스 록의 뺨을 풀스윙으로 후려친 것이다. 와우. 가십 천국인 할리우드에서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불꽃 싸다구에 대한 설왕설래가 오갔다. 


한국인의 반응은 대체로 피해자가 맞을 짓을 했다와 가해자가 때릴 만하다로 요약할 수 있다. 한국인이 윌 스미스 편에 선 이유는 가족주의다. " 가족을 건드리는 것은 못 참지 ㅡ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의 생각도 ? 노파심에서 하는 말이지만 윌 스미스를 응원하는 사람이라면 이 글은 읽지 않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윌 스미스를 옹호할 생각이 추호도 없기 때문이다. 이 글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 윌 스미스, 이 새끼. 너무 좆같다. " 종종 페미니즘 관점에서 크리스 록의 살인 조크를 비판하는 사람이 있다. 남자는 여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핑계로 윌 스미스를 옹호하는 것이다. 


윌 스미스는 가족을 대표하는 남편이자 여성을 지켜야 하는 남자라는 것이다. 놀라운 해석이다. 오히려 이러한 해석은 페미니즘적이라기보다는 가부장제에 대한 열렬한 옹호처럼 보인다. 가족을 대표하는 사람이 왜 반드시 윌 스미스여야 할까 ?  제이다의 인물 파워(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딴 토크쇼 진행자다) 역시 남편 못지 않은 데 말이다. 크리스 록의 조크에 화가 났다면 따귀를 때릴 사람은 제이다이지 윌 스미스가 아니라는 말이다. 윌 스미스는 제이다와 그 어떤 상의도 없이 그녀를 대변한다는 이유로 폭력을 행사한 것이다. 자신의 아내는 의사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이 모자란 것처럼. 


내가 이 사태를 보면서 느낀 것은 윌 스미스의 남성성 과시'였다. 그는 전 세계가 지켜보는 무대에서 " 가족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남자 " 를 연기한 것이다. 그는 크리스 록의 뺨을 때리고는 스스로 자신이 멋져보였을 것이다. 이 초유의 사태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카메라맨이다. 카메라맨은 크리스 록이 무대에 오르면 제이다를 향해 농담을 던질 것이란 사실을 어떻게 알았을까 ?  그가 제이다를 향해 입을 떼자마자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이 카메라는 미리 제이다의 반응을 담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것은 크리스 록의 즉흥적 농담이 아니라 미리 대본에 의해 정해진 발화라는 것을 말해준다.  크리스의 선 넘은 농담이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따귀를 맞을 정도로 해악하다면 그 사실을 미리 알고 용인한 아카데미 관계자들은 더 나쁜 놈들이다. 가족주의의 핵심은 가부장제'이다. 그리고 그 가부장제의 핵심은 폭력적인 아버지'다. 폭력적인 아버지 없이는 가부장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며 권위적인 가부장제 없이는 가족주의도 없다. 한국인이 윌 스미스를 지지하는 이유는 한국 사회가 가족주의 사회이기 때문이다. 


한국인은 가부장제의 오랜 폭압에 길들여져 있어서 아버지의 폭력에 대하여 관대하다. 골때리는 지점이다. 아버지의 폭력을 증오하지만 동시에 아버지의 폭력이야말로 우리 가족을 지키는 힘이라고 믿는 것이다. 이 얼마나 가증스러운 이중적 태도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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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 2022-04-03 22: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곰발님의 글은 늘 시원시원합니다. 저도 이 소란을 보며 쓰고 싶은 글이 있어서 더 반갑게 읽었습니다.

잘 지내시죠? 일 없이 걷고 뛰어도 좋은 일요일 오후, 즐겁게 보내시길 바래요.

곰곰생각하는발 2022-04-07 14:17   좋아요 1 | URL
아, 초원 님.. ㅎㅎ 잘 지내고 있습니다. 초원 님도 무탈하시지요 ? 댓글이 늦었네요. 자주 오는 편은 아니어서....

논리야놀자 2022-04-23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말 잘 보내고 계십니까? 갑자기 옛 생각에 그리워서 글 남기고 갑니다. 좋은 하루 되세여.
 
샌프란시스코에서 하룻밤(1disc) - [할인행사]
낸시 사보카 감독, 리버 피닉스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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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쓰러지지 않기 위해 껴안는 포옹












내가 영화를 볼 때 집중하는 곳은 시작과 끝이다. 사람들은 시작점을 영화 타이틀 장면(타이틀 시퀀스)이 끝나고 시작되는 장면으로 인식하지만 영화의 진짜 시작점은 타이틀 시퀀스'다. 타이틀만 송출하는 장면도 있지만 단순하게 화면 위에 덧씌워지는 타이틀 시퀀스도 존재한다. 그냥 의무적인 표기 장면처럼 보이지만 사실 감독은 타이틀에 사용되는 글꼴부터 고심한다. 로맨틱 코미디 영화 타이틀로 고딕체를 선택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만약에 MZ 신세대 영화랍시고 제목으로 굴림체를 사용했다면 당장 자리에서 일어나 도망치는 게 상책이다. 


영화의 시작점을 가장 탁월하게 사용한 감독은 알프레드 히치콕이다. 난 이 사람의 타이틀 시퀀스 때문에 종종 미츄어버리곤 한다. 경험을 토대로 말하자면  :  시작점이 훌륭하면 대체로 그 영화는 최소한 본전은 하는 영화'다. 그렇다고 해서 타이틀 시퀀스가 영화 전체의 승패를 좌우할 정도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영화의 시작점에서 엿볼 수 있는 것은 감독의 태도'다. 타이틀 글꼴은 그 영화의 전체적은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첫 번째 단서를 제공하고, 타이틀과 오버랩되는 화면들은 전체 이야기를 압축하는 상징적 오브제로 구성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리고 어느 배우의 이름이 먼저 등장하는가를 통해서 감독의 편애와 편파도 읽을 수 있다. 권투 경기에 비유하자면 타이틀 시퀸스는 1회전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면 제일 먼저 툭, 던지는 잽과 비슷하다. 그것은 싸우기 위해 던지는 잽이 아니라 일종의 주먹으로 오고가는 인사말이다. 잘해봅시다잉. 잽을 던지며 툭 ! 끗. 시작점이 힘 없이 툭 던지는 잽이라면 끝점(라스트 신)은 KO펀치'여야 할까 ? 꼭 그렇지는 않다. 마지막 장면은 온 힘을 다해 내던지는 강펀치일 수도 있지만 모든 것을 내려놓고 툭, 치며 작별 인사를 하는 잽이거나 서서 버틸 힘이 없어서 상대를 껴안는 것일 수도 있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의 끝 중 하나가 바로 낸시 사보카의 << 샌프란시스코에서의 하룻밤, dogfight>> 이다. 영화 제목 dogfight는 가장 못생긴 여자를 꼬셔서 약속 장소에 데리고 오면 이기는 쪼다 게임이다. 제목을 그대로 적용하자면 웨이트리스 로즈(릴리 테일러)는 그 동네에서 가장 못생긴 여자'에 속한다. 그리고 그녀를 선택한 군인은 리버 피닉스다(오, 마이 갓. 리버 피닉스라니).  반전은 없다.  못생긴 로즈는 노래도 못한다. 그럭저럭 못생긴 릴리 테일러와 가장 잘생긴 리버 피닉스의 데이트가 성공적일 수는 없다.  하지만 알 수 없는 여운을 남긴 채 남자는 베트남으로 가는 군용 버스에 오르며 혼잣말을 한다. 


" 우리는 어쩌다가 쪼다가 되었을까 ? "  4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어느 날, 다리를 절며 한 남자가 카페 안으로 들어온다. 마술이 시작되는 지점은 지금부터다. 뒤늦게 상이군인이 되어 돌아온 그를 알아본 로즈는 잠시 망설이다가 그 어떤 말도 없이 조용히 끌어안는다. 과장된 기쁨의 표정도, 그렇다고 위안을 가장한 슬픈 표정도 없다. 그 흔한 안부 인사도 없다. 영화는 바로 그 장면에서 끝이 난다. 매우 조용한 장면이었지만 내 심장은 주책없이뛰었다. 아, 시바. 내 심장아. 제발 조용히 하라고. 그것은 서 있을 힘이 없어 어떻게 해서라도 버티기 위해 상대를 껴안는, 드러눕기 일보직전인 권투선수의 클린치 상황 같았다. 


내가 쓰러지지 않기 위해 껴안는 포옹. 아니, 어쩌면 네가 쓰러지지 않기 위해 껴안는 포옹. 영화 << 샌프란시스코에서의 하룻밤 >> 이 그런 영화다. 좋은 영화란 무엇일까 ? 모두 다 대동소이한 말을 할 것이다. 첫 장면과 끝 장면이 훌륭하면 그 영화는 대체로 훌륭하다. 그리고 매우 훌륭한 영화의 특징도 모두 엇비슷할 것이다. 첫 장면과 끝 장면이 훌륭하되 지나치게 힘을 주지 않는 장면. 시작부터 물어뜯을 기세로 주먹을 뻗지 않으며 내내 치열하게 싸우되 끝에 가서는 쓰러지지 않기 위해 주먹 대신 허리를 껴안는 끝 장면. 










■  덧대기


좋은 글이란 무엇일까 ? 모두 다 대동소이한 말을 할 것이다. 첫 문장과 끝 문장이 훌륭하면 그 글은 대체로 훌륭하다. 그리고 매우 훌륭한 글의 특징도 모두 엇비슷할 것이다. 첫 문장과 끝 문장이 훌륭하되 힘을 주지 않은 글이다. 시작부터 물어뜯을 기세로 주먹을 뻗지 않으며 경기 내내 치열하게 싸우되 끝에 가서는 쓰러지지 않기 위해 주먹 대신 상대 선수의 허리를 껴안는 끝 문장이 좋은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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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22-03-30 20: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최근 경험한 강렬한 타이틀 스퀀스는 윤당선자가 직접 브리핑 한 ‘대통령 집무실 용산이전‘ 매우 과장된 녹색의 ‘국방부 앞 공원조감도‘ 였습니다

˝국방부에서 합참까지 50m밖에 안 되는데 거리가 과장됐고, 다른 건물들은 그냥 지웠다. 사람으로 치면 얼짱 각도로 찍고 녹색으로 화장한 것과 같다˝ - 배정한 교수

강렬하고 두려운 오프닝 시퀀스

곰곰생각하는발 2022-03-30 21:01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원외교한다잖아요. 몇 조 해 먹겠죠.
사대강 부활한다면서요. 다시 녹조라테 보겠죠. 이거 정말 끔찍한 겁니다.
원전 짓겠죠......
이동차에서 국가비상회의한다잖아요.
뭐 세월호 같은 비극적 사고 하나 터지면..... 이 모든 게 시작도 안 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22-03-30 20: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쩌죠.. 그것은 오프닝 시퀸스가 아니라 제작 발표회인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앞으로 정말 지옥도가 펼쳐질 겁니다.

나와같다면 2022-03-30 20:58   좋아요 1 | URL
아.. 아직 시작도 안한거구나 ㅋ

기억의집 2022-03-30 20: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아까 이 페이퍼 읽고 릴리 테일러 검색하다가 딴 길로 샜네요. 저도 이십대는 비디오세대라 왠만한 거 다 봤는데… 리버 피닉스야 우리 세대에선 워낙 유명한 배우라 기억이 박혀 있는데 못 생겼다고 하니 릴리 테일러 궁금하더라구요.

윤이 똘기로 무장한 것처럼 우리도 이제부터 똘기로 무장해야 오년을 버텨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22-03-30 20: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 여론조사 보니깐 윤석열에게 희망을 품는 기대치가 30%대더라고요. 와... ㅎㅎㅎㅎ 거의 모든 대통령이 시작할 때에는 70%에서 시작하는데 이 새끼는 30%.
 
귀신이 산다 SE (2disc) - 초회한정판
김상진 감독, 차승원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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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불 광 불 급    :    미 쳐 야   미 친 다












한국판 컨저링 : 귀신이 산다



                                  


                                                                     

옛날에는 여름이 되면 << 주말의명화 >> 시간에 납량 특집 영화 시리즈를 특별 편성하여 상영하곤 했다. 폭서의 계절에 혹한의 공포를 선사하겠다는 편성 목적이다. 성냥갑 만한 좁아터진 집구석에서 무더위를 이겨내야 하는 서민들에게 공포 영화는 에어컨이나 다름없었다.  그 시절, 토요일 주말 저녁이 되면 우주 로봇 건담조차 간담을 서늘케 한다는 공포 영화가 매주 상영되었다. 그때 상영했던 한국 공포 영화가 << 월하의 공동 묘지, 1967 >> , << 깊은밤 갑자기, 1981 >> , << 여곡성, 1986 >> 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무덤이 홍해처럼 쫙 갈라지며 화장실에서나 달았을 빨간 알전구 불빛이 세상 밖으로 번지는 월하의 공동묘지를 보며 오금이 저려서 오줌을 쌀 뻔했던 기억이 난다. 므, 므므므므섭구나. 이 납량 특집 한국 공포 영화 시리즈 기획에서 발군은 << 여곡성 >> 이었다. 눈에서 피를 흘리는 신씨 부인의 데스마스크'는 그 어떤 표현으로도 형용할 수 없는 공포를 선사했다. 신씨 부인이 닭 피를 마시다가 낌새를 차리고 갑자기 뒤돌아보는 장면에서 오금보다 오줌이 먼저 저리는, 믿지 못할 신체 반응을 경험하기도 했다. 


오금을 저린다는 것과 오줌을 지린다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곤경이라는 사실을 알려준 영화였다. 므, 므므므므섭구나. 어디 그뿐인가. 대감이 지렁이 국수를 먹는 장면은 내가 지금껏 보았던 모든 병맛 장면을 통틀어서 두 번째로 좋아하는 씬이다(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존 워터스 감독의 << 핑크 플라밍고 >> 에서 디바가 길거리에 떨어진 개똥을 먹는 장면이다. 이 장면에서 배우는 실제로 개똥을 씹어먹는다. 예술을 위하여 개똥에 쌈 싸먹는 장면을 보면 예술은 똥이라는 앤디 워홀의 말이 어느 정도 일리는 있다는 생각이 든다). 


대감은 귀신에 홀려서 그릇에 담긴 지렁이를 국수로 착각하고는 맛있게 먹는다. 이 장면의 리얼리티를 글로 설명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금 이 순간도 마찬가지다. 단장이 끊어지면서 몸부림치는 지렁이 장면은 소름 그 자체였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장면에 사용된 지렁이는 미니어처가 아니라 실제로 살아있는 지렁이였다고 한다. 배우는 열정을 불태워 혼신의 연기를 펼친 것이다. 위 영화 세 편의 무대는 대부분 < 넓은 집 > 이 배경이다.  << 월하의 공동 묘지 >> 와 << 여곡성 >> 의 공간이 사랑채와 별채가 있고 뒷간과 넓은 마당이 있는 근대 한옥을 배경으로 한다면 << 깊은밤 갑자기 >> 의 공간 무대는 양옥 대저택이다.

생각해 보면 단칸방에서 귀신이 나오는 영화를 찍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코딱지 만한 집구석에서 무슨 얼어죽을 공포인가. 얼어 죽기는커녕 여름에는 더워 죽을 공간에서 말이다. << 컨저링 >> 시리즈로 대표되는 하우스 호러물의 핵심은 인간이 아니라 공간이 주는 공포'다. 하우스 호러물 장르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 그 집에 귀신이 산다 " 일 것이다. 공간이 넓으면 넓을수록, 공간의 종류가 다양하면 다양할수록 감독은 더 많은 공포 효과를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다. 귀신은 다락방과 지하실 그리고 사랑방에서 숨어 산다. 모든 공포 영화는 기본적으로 부르주아적이다. 


한국 영화가 공포 영화 장르에 취약한 이유는 한국인이 열악한 주거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는 데 있다. 기껏해야 30평짜리 아파트 공간에서 무슨 얼어죽을 공포를 선사할 것인가. 대한민국에서 하우스 호러물 찍기에 최적인 공간은 어디일까 ?  바로 청와대'다. 청와대에 가면 영빈관도 있고, 청와대에 가면 영빈관도 있고 지하 벙커도 있고, 청와대에 가면 영빈관도 있고 지하 벙커도 있고 넓은 정원도 있고, 청와대에 가면.......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서프라이즈 류의 오락적 상상에 불과하다. 컨저링의 실제 모델이었던 사건은 나중에 주작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진짜 공포는 청와대에 귀신이 산다는 것을 철썩같이 믿고 있는 사람이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때 벌어지는 일이다. 단 1초라도 청와대 안으로 발을 들일 수 없다고 말하는 윤석열을 볼 때마다 진짜 공포가 엄습한다.  미신에 사로잡힌 미치광이 지도자의 손에 국운이 결정된다는 것이야말로 진짜 공포가 아닐까. 환상이란 내면의 공포가 만든 서사'라는 점에서   :   윤석열이 청와대를 흉터(凶家)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것은 그가 검사 시절에 자신의 손에 피 묻혔던 업보를 기억하기 때문일 것이다. 귀신이란 죄 많은 인간이 만들어낸 고해성사의 한 방식이다. 


진짜 공포는 현재 윤석열은 당선자 신분일 뿐 대통령 직무 수행을 아직 시작도 안했다는 데 있다.  민주노총은 윤석열이 당선된 다음날 다음과 같은 논평을 내놓았다. " 지옥의 문이 열렸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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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22-03-26 18: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으악.. 방금 여곡성 찾아보고 왔는데 … 배우도 못 해먹을 직업이었겠어요 ㅠㅠ 저는 오늘부로 맘을 고쳐 먹었어요. 윤 잘할거야하고… 문재인이 잘할 줄 알었는데 생각보다 못했으니 윤은 어쩜 잘할 수 있을지도 몰라!!!로요.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22-03-26 18:52   좋아요 0 | URL
기억의집 님의 희망이 맞길 바라지만 그럴 가능성은 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1%일 겁니다. 미신에 미친 놈은 약이 없어요. 이제 진짜 지옥을 맛볼 겁니다.

기억의집 2022-03-26 19:00   좋아요 1 | URL
윤밑에서는 쫄지 말고 더강해져야 할 것 같어요. 한편으론 문은 왜 조국때 검찰이나 언론에 강하게 대응하지 못했을까? 집권하는 동안 언론사 하나 조져 놓지못한 걸까? 김영삼처럼 하나만 조져도 쟤네들 저렇게 길길히 날뛰지 못했을텐데.. 왜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문의 인사는 누가 담당하고 있길래 최재형이나 윤석렬같은 사람을 추천한건지 인사가 너무 엉망이라… 어디에서부터 잘못 된 건지도 모르겠어요.. ㅠ

곰곰생각하는발 2022-03-26 19:46   좋아요 1 | URL
인사가 만사라는데 문 정권의 인사는 대참사라는 생각이 듭니다. 착한 아이 컴플렉스라고나 할까요. 이도 저도 좆도 아무 것도 제대로 한 것이 없는. 하나만 제대로 조졌어도 지금 이 지경은 아니겠지요. 문 정권은 철저하게 실패했어요. 욕 좀 먹어야 합니다. 특히 인사 담당한 개새끼들 다 조져야 함..

singri 2022-03-27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nsc를 버스에서한다자나요 노답

곰곰생각하는발 2022-03-29 11:55   좋아요 1 | URL
ㅎㅎㅎ 자기 집 놔두고 마당에서 텐트 치겠다는 것과 같죠. 왜 저런 지랄을 할까요 ?
 
[4K 블루레이] 지옥의 묵시록 : 한정판 독점 스틸북 렌티큘러 풀슬립 (6disc: 4K UHD + 2D) - 부클릿(36p)+엽서(5종)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 말론 브란도 외 출연 / 노바미디어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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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서, 보라 !









한나 아렌트가 아이히만 재판을 참관하면서 내린 결론은 " 무지의 폭력 " 이었습니다.  전쟁 범죄자 아이히만은 도덕성이 결여되었다기보다는 무지無知,  생각하지 않음으로써 무지막지(無知莫知)한 괴물이 되었습니다.  한나 아렌트가 내린 최종 결론은 " 가장 질이 나쁜 악은 무지에서 태어난다 " 였습니다.   제가 프란시스 코폴라 감독이 연출한 << 지옥의 묵시록 >> 을 비판하는 이유는 악을 탐구한다는 미명 아래 악을 영웅시한다는 점입니다.  이 영화는 커츠 대령이라는 절대 악을 찾아,  그를 암살하라는 임무를 맡은 윌러드 대위의 모험담을 담은 영화이지만 


사실은 영웅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 오디세이 식의 모험극에 불과합니다.  전쟁의 화신인 커츠 대령은 어둠 속에서 사유의 감옥에 갇힙니다.  영화 속에서 그는 군인보다는 철학자에 가깝습니다.  그는 생각을 너무 많이 한다는 점에서 아이히만과는 정반대인 캐릭터입니다.   감독은 베트남 전쟁을 통해서 악의 본성을 탐구하겠다고 말하지만 그가 싸질러놓은 것은 악에 대한 경외심입니다. 미치광이 커츠 대령은 좆같지만 왠지 멋있어 ! _  영화는 줄곧 그런 태도를 유지합니다.  전범 국가의 자기 반성은커녕 자아 성찰에 가깝습니다. 제국주의자 특유의 뻔뻔한 태도죠. 


관객은 사유의 늪에 빠진 커츠 대령(말론 브란도)이 의미심장한 어조로 내뱉는 대사에서 영화의 주제를 찾으려 애를 쓰지만, 말론 브란도의 대사는 아무 의미 없는 횡설수설에 지나지 않습니다. 걸을 때마다 숨 쉬기 어려울 정도로 뚱뚱한 몸으로 촬영장에 나타난 그는 작품에 대한 이해가 전무했습니다. 대사 한 줄 외우지도 못했고, 결국 감독은 아무 의미 없이 내뱉는 그의 즉흥적 혼잣말을 화면에 담는 것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제가 보기에 이 영화는 이성을 상실한 광기와 초현실적인 악몽을 재현하려는 목표를 이루었다기보다는 중간에 자포자기한 영화에 가깝습니다. 


이 영화는 실패한 영화입니다.  반면에 엘렘 클리모프 감독이 연출한 전쟁 영화 << 컴 앤 씨, 1985 >> 는 관객에게 생각할 틈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영화 << 지옥의 묵시록 >> 이 월러드 대위의 우아한 오디세이 여행이라면 << 컴 앤 씨 >> 에서 소년이 그저 정신없이 떠도는 영화입니다.  목적지도 없고, 서사도 없고, 플롯도 없습니다. 또한 영웅도 없고 희생도 없으며 교훈도 없습니다.  적과 싸우면서 민중을 고무하는 감동적인 연설도 없습니다.  위안도 없고 구원도 없습니다.  오직 압도적인 죽음만 병열로 나열될 뿐입니다.  끝으로 희망조차 없습니다. 


이 영화는 자칫 선동 영화(프로파간다)로 보일 수 있지만 저는 오히려 << 지옥의 묵시록 >> 이야말로 비열하고 졸렬한 선동 영화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대부분의 전쟁 영화들은 겉으로는 반전을 내세우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영웅주의에 대한 찬양입니다. 전쟁이라는 지옥도에 과도한 의미와 서사를 부여하고 그 서사에 구원과 희생을 담는 행위야말로 선동적이입다. << 지옥의 묵시록 >> 를 보고 나면 남는 것은 반전 메시지가 아니라 황홀한 전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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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Todo Sobre Mi Madre
유니버설(Universal) / 199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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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아 산 후안의 

                          삐뚤어진 코를 어찌 잊일 수 있겠는가






얼굴 인식 장애 판정까지는 아니지만 사람의 얼굴을 인식하는 데 애를 먹는 편이다. 개성 있는 특징을 갖춘 사람은 쉽게 알 수 있지만 모든 것이 평균치에 다다를 때 문제는 심각해지는 것이다. 한번은 알은체하는 여성과 30분 동안 대화를 나누었는데 문제는 그 여성이 누구인지 인식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처음에는 통상적인 인삿말(안녕, 반갑다, 나중에 밥 한 끼 하자, 끗.)만 하고 대충 눙치려고 했는데 그것이 30분 동안 이어질 지 그 누가 알았으랴. 시바. 


그러다가 결국에는 쪽팔림을 무릅쓰고 그 여성에게 물었다. " 그런데...... 누구시죠 ? " 그녀는 너무 황당하다는 듯이 쳐다보았고 나는 쪽팔려서 고개를 땅에 처박았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흙흙흙. " 1년 전 우리 영화제 때 스탭으로 함께 일했었잖아욧 !!! " 영화제 내내 밤새도록 술을 마시고 우정을 과시했던 우리들이 아니었던가. 내가 요즘 예능 티븨를 잘 보지 못하는 이유는 여성 연예인들의 얼굴이 성형으로 인하여 모두 엇비슷해졌기 때문이다(예를 들어 핑클의 성유리와 이진을 분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여기에 화장법도 유행을 타다 보니 화장을 하게 되면 쌍둥이처럼 보인다. 보통 동양인은 서양 사람 얼굴을 잘 분간하지 못하고 반대로 서양인은 동양 사람 얼굴을 잘 분간하지 못한다고 하지만 나는 그 반대'다. 서양 여성보다 한국 여성을 분간하는 게 더 어렵다(화장을 했다는 전제). 성형으로 인해 미녀의 표준값이 모두 엇비슷해졌기에 얼굴 인식에 애를 먹는 경우도 있지만 반대로 보톡스와 같은 작은 성형 시술만으로도 사람의 얼굴이 달라보여서 얼굴 인식에 애를 먹기도 한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은 웃어넘길 만한 에피소드처럼 보이겠지만 당사자인 나로써는 애로사항이다. 


하지만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영화는 나의 얼굴 인식 장애가 단점이 되지 않는다. 알모도바르 영화 속 배우들의 얼굴이 워낙 개성이 있어서 그 얼굴을 혼동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얼굴 생김새는 물론이고, 헤어 컬러도 다르고, 헤어스타일도 다르다. 여기에 목소리 톤도 제각각이다.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눈부신 걸작 << 내 어머니의 모든 것,1999 >> 은 개성이 다를 뿐만 아니라 직업도 서로 상반된, 더군다나 성적 정체성도 제각각인 여성들이 모여서 여성의 우정을 이야기한다. 


이들은 물과 기름 같지만 페드라 알모도바르의 세계에서는 지극히 평등하다. 그래서 미와 추, 수녀와 매춘부, 연극배우와 수행비서 간의 계급 갈등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배우는 안토니아 산 후안이다. 관객은 그녀를 보는 순간 메두사를 본 듯 감염된다.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안토니아 산 후안의 삐뚤어진 코를. 무엇보다도 이 영화는 여성의 연대와 우정을 강조하기 위해 남성 폭력을 눈요깃감으로 이용하지 않는다. 그가 인물을 설정하고 배치하는 과정은 파격적이지만 인물에 대한 접근은 평화적이다. 연출에서도 이러한 정책은 빛을 발한다. 


주인공 우대 정책은 없다. 감독은 주연과 조연 배우를 모두 동등한 입장에서 바라본다. 그리고 원망에서 우정으로 바뀌는 순간은 이상하게도 눈물이 난다. 그것은 그 장면이 단순한 휴머니즘을 위한 배려가 아니라 진짜 눈물이기 때문에 가능한 슬픔이다. 페드로 알모도바르는 처음에는 악동이라는 이름으로 영화계에 등장했지만 나이가 들수록 성녀가 된 듯한 느낌이 든다. 이 영화야말로 남성 감독이 만든, 여성 감독이 만든 여성 영화보다 훌륭한 여성 영화일 뿐만 아니라 가장 탁월한 멜로드라마 중 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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