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지음 / 창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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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란과 우사인 볼트  :

 

 

 

 

 

 

오래달리기'에는 자신이 있었다. 마라톤에 도전할 실력은 아니었지만 중, 고교 체력장 종목에서 그나마 자신있는 종목이 오래달리기'였다. 스무 명 남짓 무리를 지어 달리면 항상 3등 안으로 들어오곤 했으니 말이다. 반면 백미터 달리기 기록은 형편없었다. 내 인생에서 100m  최고 공식 기록은 13초 F 이었으나 사실은 기록관이 1초 정도 앞당겨서 누른 결과였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왜냐하면 평소 체력장 시험에 대비한다고 방과 후 친구들과 함께 체력 연습을 하고는 했는데, 당시 내 최고 기록은 14초 언저리'였기 때문이었다. 시바, 백미터 달리기' 하니 갑자기 초등학교 때 악몽이 생각난다. 초등학교 때 전학을 6번이나 가다 보니 주로 3학년에서 6학년 사이에 집중되었다.

 

한 학년에 두 번은 전학을 간 꼴이다. 그러다 보니 친구를 사귈 기회가 없었다. 그때 나는 영화 << 헐크 >> 에 나오는 과학자 브루스 배너 씨와 같은 신세'였다. 또래와 친해질 만하면 교실을 떠나야 하는 외톨이요, 떠돌이였다는 소리'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당시 어머니의 직업은 " 복부인 " 이었다. 아파트를 사고 팔고, 사고 팔고, 사고 팔고 해서 이윤을 남겼다. 아버지는 예술한답시고 붓이나 들고 있었으니 돈은 어머니가 벌어야 했다. 그 과정에서 나는 이곳저곳 전학을 갔다.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으나 부동산 투기에 따른 엄청난 세금 폭탄을 피하기 위해 법이 정한 최소 기간을 그곳에 거주해야 했다. 내가 여섯 번째 전학을 갔던 날은 공교롭게도 100미터 달리기 시합이 있는 날이었다.

 

먼저 남학생부터 시작했다. 둘이 한 조가 되어서 달리기를 하다 보니 마지막에 남은 나는 혼자 달려야 했다.  다들 아시다시피 달리기란 훌륭한 " 페이스메이커 " 가 있어야 하는 법 ! 나는 담임 샘의 배려로   나중에는 이 배려가 지옥이 되었지만   여학생 경기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여학생 인원도 홀수여서 나는 그 여자애와 달려야 했다. 세기의 성 대결이라고 할까 ?  내 페이스메이커는 키가 크고 깡마른 여자애였다. 똥줄이 탔다. 경기에서 이기면 당연한 거고, 지면...      한순간에 좆되는 경우'였다. 가뜩이나 새로 전입 온 " 신삥 " 이라, 아이들은 나를 예의주시했다. 눈이 반짝반짝거렸다. 밤하늘에 떠 있는 SK 다기능 시리얼넘버 K-0983 인공위성처럼 !

 

좋게 말하면 호기심이고 나쁘게 말하면 구경거리'였다. 질 수 없는 경기, 나는 하니처럼 괄약근에 힘을 주며 운동화 끈을 꽉 묶었다. 결과는 무참했다. 소녀는 정말 무섭게 달렸다. 나는 여자애 꽁지'를 보며 열심히 달렸으나 소녀는 멀어져간 사람이었다.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을...... 아, 아아아아. 이 경기를 지켜보던 여자는 " 와와 " 했고, 남자는 " 우우 " 했다. 나는 여자와 달려서 진 남자가 되었다. 긴 말 하지 않으련다. 김훈처럼 짧은 단문으로 그때 심정을 여기에 남긴다.

 

울었다 ! 

 

서열은 간단하게 정리되었다. 나는 서열 꼴찌'였고, 아이들은 내 이름 대신 " 여자에게 달리기 진 애 " 혹은 " 남자 망신 " 이 되었다. 다시 한번, 김훈의 건조한 문체를 빌려 내 심정을 말하리라.      울었다 ! x 2.  그나마 위안을 주는 것은 1000m 오래달리기였다. 백미터에서는 꼴찌였으나 오래달리기는 항상 3등 안이었으니 말이다. 내가 백미터와 오래달리기'에 대해 길게 말하는 이유는 마이클 존슨'이라는 미국 육상 선수를 소개하는 데 있다. 2008년, 우사인 볼트는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때 마이클 존슨이 세운 200m 기록을 깨고 새로운 세계신기록을 작성한다. 사람들은 우사인 볼트를 가장 위대한 달리기 선수'라고 생각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내  판단 기준에 의하면  :  마이클 존슨 선수는 우사인 볼트보다 뛰어나다. 마이클 존슨 기록을 깨고 우승한 우사인 볼트'보다 마이클 존슨이 뛰어난 선수라고 ?! 100미터 달리기 우승을 한 선수가 200미터 달리기 경기'도 우승하는 경우는 흔하다. 우사인 볼트 또한 한 경기에서 동시에 100미터와 200미터 우승을 여러 번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400미터 경기'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뜀박질 천재라는 우사인 볼트'라고 해도 400미터 경기까지는 우승하지는 못했다.   우사인 볼트가 400m 계주에서 우승한 적은 많다. 400미터 계주 우승과 400미터 우승은 다르다.   지금까지 한 경기에서 100m 우승자가 동시에 400m도 우승한 경우는 없다. 왜 그럴까 ? 

 

100m 200m 포함 는 단거리 종목에 속하고 400m 는 중거리 종목에 속한다. 이 차이는 주법, 체력 안배, 경기 기술면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  단거리는 빠른 스피드와 스퍼트'가 필요하지만 중거리는 일정한 스피드와 지구력이 필요한 경기다. 사소한 차이 같지만 엄청난 차이'다. 그때 그때 다른 주법'으로 달리면 문제는 간단히 해결되겠지만 몸에 익힌 습관을 하루아침에 바꾼다는 게 쉬운 게 아니다. 그래서 육상 관계자들은 단거리와 중거리를 동시에 석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단거리 200m와 중거리 400m에서 우승한 선수가 있다. 그렇다, 마이클 존슨'이다. 내가 이 선수를 높게 평가하는 이유'다.

 

추석 특집의 계절이 돌아왔다. 김애란 동명 소설을 영화로 만든 << 두근두근 내 인생 >> 이 개봉된다고 한다. 내가 이 책을 읽었을 때 떠오른 아름 부모 이미지는 잘빠진 하이틴 로맨스 순정 만화 그림체가 아니라 강풀 만화에 나오는 투박한 그림체 이미지'였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강동원과 송혜교가 아름이 부모'를 연기한다고 한다. 캐스팅을 보자마자 욕심이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절대가인과 절세가인'을 " 나 평범 " 이라고 우기는 것은 " 쫌 ! " 오버'다.   충무로에 오랫동안 떠도는 격언 중에 좋은 시나리오를 가지고 멍청난 영화를 만들 수는 있지만 나쁜 시나리오를 가지고 좋은 영화를 뽑아낼 수는 없다는 말이 있다.  

 

딱 잘라서 김애란 소설 << 두근두근 내 인생 >> 은 실패한 소설'이다. 김애란은 우사인 볼트가 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마이클 존슨은 되지 못했다. 100m 기록은 훌륭했지만 400m 기록은 형편없었다.  위에서도 지적했듯이 장편과 단편은 주법이 다르다. 단편만 쓰다가 처음 장편에 도전한 김애란은 단편을 쓰던 습관으로 장편에 도전했다가 죽도 밥도 아닌, 새가 되었다. < 명랑 > 이라는 코드가 김애란이 가지고 있는 무기'이기는 하지만 << 두근두근 내 인생 >>은 지나치게 명랑해서 대책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김애란이 가지고 있는 힘은 < 명랑 > 속에 숨겨진 < 맹랑 > 에 있다. 이 비율을 적절하게 섞을 때 빛이 난다. 말장난이 아니다.

 

이 소설에는 맹랑은 쏙 빠진 채 명랑'만 남았고, 사회적 거리는 제거된 채 낭만적 골목만 비췄다. 하지만 실패한 << 두근두근 내 인생 >> 만 가지고 섣불리 김애란을 평가할 수는 없다. 첫 번째 실수는 너그럽게 용서할 마음이 있다. 21초 ! 마이클 존슨이 고등학교 때 세운 200m 기록이다. 그가 10년 후 애틀랜타올림픽 때 세운 기록이 19.32였으니,  ( 10년간 ) 피나는 노력 끝에 단축한 시간은 불과 1.68초'였다. 일상 속에서 1.68초는 의미없는 시간처럼 보이지만 이 선수에게는 인생 목표였다. 내가 초등학교 때 여자애와 세기의 성 대결을 펼쳤을 때, 아마도 나는 그녀보다 1,2초 정도 늦게 결승선에 도달했을 것이다. 그때 그 애보다 내가 2초 더 빨리 달렸다면 인생이 달라졌을까 ? 모르는 일이다.

 

남자는 반창회를 할 나이가 되고 여자는 반상회에 참석할 나이가 되었을 때, 동창회에서 그 친구를 만난 적 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누군가 그때 일을 기억했다. 여기저기서 와와, 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호기롭게 그녀에게 달리기 시합을 제안했다. 술김에 우리는 근처 운동장으로 가서 달리기 시합을 했다 -  라는 서사는 농담이다. 헤헤. 됐고 !

 

<< 두근두근 내 인생 >> 을 200m 기록으로 치환하자면 21초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10년 후를 기대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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ㅍㄹ 2014-08-27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얼마나 공들여 쓰셨길래 같은 글을 네 편이나 올리셨나 해서 달려왔습니다.
훈련소에서 3km 달리기 250명 중 43등 했던 기억이 나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7 11:24   좋아요 0 | URL
알라딘 자꾸 에러가 나네요. 이거 네이버 사용하다가 알라딘 사용하면 속터지는 부분이 이씀....
43등이면 뭐... 준수하시네요....

마립간 2014-08-27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제일 좋아하는 육상종목이 400m 달리기입니다. 육상경기가 있을 때마다 기록을 스크랩하기도 했죠.

좋아하는 이유는 곰곰발님이 이야기하신 바와 같습니다. 100m 달리기와 같은 폭발적인 힘을 40초 넘게 지속해야 하기 때문이죠.

저도 100m 달리기는 반에서 꼴찌였을 것입니다. 어쩌면 전교 꼴찌? 하여튼 함께 달리기한 사람 중에서는 꼴지였습니다. 그런데, 거리가 늘어나면서 등수가 올라갑니다. 1000m 정도가 되면 반에서 2~3등 하죠. 이보다 더 긴 거리는 군대에서 뛰었는데, 200명이 조금 넘는 참가자 중 2등^^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7 12:04   좋아요 0 | URL
오호 !!!!!!!!!!!!! 역시 ~
육상 경기에서 가장 힘든 경기가 400미터라고 하죠 ? 말씀하신대로 최고 주력으로 400미터를 질주해야 합니다. 이게 정말 힘들다고 하더군요. 400미터 재미있습니다.

저와 비슷하네요. 저도 100미터는 늘 꼴찌였는데 1000미터 하면 나름 상위권이었습니다.

엄동 2014-08-27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단거리와 장거리는 다르죠 엄연히.

전 학교때 달리기는 쥐약이었어요, 특히 단거리.
게다가 한창 성장기에 나일론 소재의 붙는 체육복은 정말
신경이 이만저만 쓰이는게 아녔어요

ㅋㅋ 그런데 다 자라서 마라톤에 취미를 붙일 줄이야
아이러니하네요


아.
저역시 명랑소녀 김애란의 단편들을 2프로 부족한 장편보다 훨 사랑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7 15:22   좋아요 0 | URL
김애란 단편집은 정말 걸작이죠. 반면 장편은 정말 실망스러웠습니다.
저도 여학생 반에 체육하면 반 창문으로 뛰노는 여학생들 보고는 했죠. ㅎㅎㅎ.

됐고 ! 풀코스 뛰어보신 적 있습니까 ?

엄동 2014-08-27 15:32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아니요 아직은 하프까지만요.

11월9일 중앙마라톤 풀로 도전합니다!

어쩌다 보니 출사표가 ㅋ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7 15:38   좋아요 0 | URL
오호, 이런 빠른 댓글이라니....
제가 프로필 사진 바꾸는 동안 댓글을 달다니 엄동 님스럽지 않군요.
이야, 정말 마라톤 풀코스 이거... 도전할 엄두도 안나던데..
전 주로 그냥 동네 천변에 있는 산책길 ( 일일이 거리 측정에 바닥에 적혀 있어서 몇 키로 달렸는지 알 수 있는 ) 만 뛰어서... 한 8킬로 달려봤나요. 죽을 맛이더군요....

엄동 2014-08-27 16:27   좋아요 0 | URL
며칠 스킵한 글들 읽느라 ㅋㅋ

그나저나
그렇게 귀여운 프로필 사진이라니.
곰발님스럽지 않군요.

9월부터 계획세워 꾸준히 달려보려구요.
준비없는 풀코슨.
달리기 자체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회의적이 될 수 있다고 하더라구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7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photofunia.com 들어가면 포토샵 해주는데 은근 재미있씁니다.
한번 해보세요.


그럼요. 풀코스는 정말 계획 세워서 차근차근 몸을 만들어야 한다고 하더군요.

풀무 2014-08-27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초딩땐 여자애들이 발육도 빨라서 힘도 센 경우 종종 있는데 뭘 그리 놀림을..

저도 초등 3,4,5학년 때의 굴욕을 아직 또렷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달리기가 아니라 팔씨름 지거나 혹은 일방적으로 맞고 운 기억이라는..
얼마나 처참했던지 아직도 그녀들 이름까지 잊지 못합니다.
최서미, 신재은, 차승희! 혹시 알라딘에서 기웃거리다 이글 보면 나와랏! 지금은 안진다! (읭)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8 12:49   좋아요 0 | URL
팔씨름에서 지다니...
왜 그때는 누구누구랑 사귄대요.. 라고 하면
억울해서 울고 그러지 않았습니까.
하여튼 묘한 경쟁관계가 있었습니다.
또렷이 기억하는데 제가 5학년 2학기였을 때입니다.

라로 2014-08-28 0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체력장 할 때 선생님이 제가 도착하면 눈을 부라리시면서
"너는 발자국 세면서 오냐?"그랬던 치욕의 시절이;;;;;;
암튼 멋쟁이 곰발님~~~.^^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8 12:48   좋아요 0 | URL
발자국...ㅎㅎㅎㅎ 어지간히 느리셨군요.. ㅎㅎ.
참.. 요즘은 체력장이 없어졌다고 하더군요 !
미국도 체력장 이런 거 없나요 ?

라로 2014-08-28 0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어째 강동원은 늙지를 않은 듯,,,내 또래 아니었니????ㅎㅎㅎ 넘 오래 봐 왔는데 그 모습 그대로,,,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8 12:47   좋아요 0 | URL
저도 강동원 ㅋㅋㅋ. 이 양반 나이가 꽤 될 텐데, 변한 게 없는 거 같습니다.
저 이 사람 무명일 때 드라마 스페셜 비슷한 거에서 연기한 거 봤는데
이리 성공할 줄은 몰랐씁니다.

라로 2014-08-30 04:30   좋아요 0 | URL
왜 곰발님께 반말을?ㅋㅎㅎㅎ 오타입니다용~~~~.꾸벅(물론 제가 나이가 훨 많을지언정~~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4-08-30 11:00   좋아요 0 | URL
아롬 님 소심하시기는...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봄밤 2014-08-28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근두근 내인생을 읽지 않아서 또 계속 읽지 않게 됩니다. ㅎㅎ김애란에 대한 애정이 돋보여요. '실패'에 불구하고 다음을 두근두근 기다리는 모습이요. +_+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8 12:46   좋아요 0 | URL
굳이 읽으실 필요는 없다고 생각됩니다. ㅎㅎ
하지만 기본은 하는 김애란이기에...
다음 작품으로나온 비행운은 좋습니다.

stella.K 2014-08-28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래 전 이 작품 읽고 리뷰를 쓴 적이 있죠.
당시 하도 두근두근 하길래 기대를 갖고 읽다 작살났습니다.
억울해 리뷰에서 벗겨줬더니 하필 또 그달의 리뷰로 선정돼 적립금을 챙겼었죠.
전 김애란이 단편을 어떻게 쓰는지 모르겠지만 이 작품 잘 썼다고 하는 게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더군요.
적어도 주인공을 18세로 잡으면 탈출해서 여자애와 어설픈 하룻밤이라도 지냈다면
용서해 주겠는데 고작 소주팩 빨고 있다는 게 용서가 안 되더라구요.
물론 내가 좋아하는 소설을 모든 사람이 좋아할 수 없고,
내가 싫어하는 소설을 모든 사람이 싫어하길 바라는 건 아니지만
남들이 좋다고 하니까 나도 좋다는 식은 좀 아닌 것 같은데
책 좋다는 것도 집단심리가 작용하는 건 아닌가? 뭐 그런 생각도 들더군요.
어쨌든 저랑 생각이 비슷하신 것 같아 그동안 유령으로 있다 오늘은 쑥스를 무릎쓰고 댓글을 남겼습니다.
시크하게 쓰시는 글이 맘에 듭니다.ㅋ

근데 시나리오를 두고 한 정설이 맞긴한데 소설 원작을 영화로 만든 건 쫌 다르더라구요.
그래서 영화는 소설 보다 좀 낫지 않을까 그런 기대도 없지 않는데
일단 강동원과 송혜교는 먹어주니까...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8 12:45   좋아요 0 | URL
저도 이 책 예약 판매할 때 사서 바로 읽었습니다.
독자들이야 그렇다고 해도
평론가들과 소설가들이 쏟아낸 극찬은 도저히 이해가 안 가더군요.
궁핍한 작가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주례사 비평 한 줄은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그래도 다섯손가락 안에 뽑히는 작가에게
주례사 남발한다는 게 이해가 안 갔습니다.
이 소설은 누가봐도실패한 서사죠.
지나치게 착한 소설 쓰려다고 좆됐죠....

참... 리뷰 잘 읽었습니다. 두근두근 리뷰 중 가장 좋습니다.

수다맨 2014-08-29 0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회적 거리는 제거된 채 낭만적 골목만 비췄다, 아 정곡을 찌르네요.
이런 말을 정말 곰곰발님만이 쓰실 수 있는 표현이라 생각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9 11:23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제가 쓴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셨네요.
거리와 골목을 일부러 썼습니다. 거리는 당대에 대한 고민이 반영된 낱말이고 골목은 그저 단순히 명랑 만화 같은 허구로써 사용한 말입니다.

레베랑스 2014-08-31 0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김애란이라는 작가의 가능성을 볼 수 있었던 작품이라는 점에서 전 100점을 주고 싶어요.
작품 자체가 작가를 많이 닮았어요. 제 편견이겠지만요^^
중학생마저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읽기 편하는 점도 주목받기 좋은 요소의 하나였다고 생각해요.
전 그냥 부모의 마음으로 읽으니까 구절구절 아팠다..는 기억이 남아요.
송혜교가 너무 예뻐서 꼭 보려고 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8-31 11:16   좋아요 0 | URL
김애란 똑부러진 작가죠. 정도많을 것 같고, 사랑에 대한 정도 있는 것 같고 말이죠.
전 그냥 단편들이 더 좋더라고요. 저야말로 김애란 팬입니다.
김애란 리뷰만 벌써 몇 번째입니까.... ㅎㅎㅎㅎㅎ
비행운'이란 단편집 끝내주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