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뚜기도 한철 :  

 

 




설리, 가희 그리고 주희 씨의 유방





                                                                                             조선 말 사진을 우연히 보다가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치마저고리를 입은 조선시대 여성 사진인데,  사진 속 여성은 저고리와 치마 사이에 가슴을 의도적으로 밖으로 내보였다. 온몸을 다 감쌌으나 유방만 드러나니 이상했다. 목욕탕에서 불이 나면 가슴 먼저 감싸고 빠져나오는 현대 여성과는 많이 다른 것 1) 이었다. 배경으로 보아 장터 저잣거리'에서 찍힌 사진이었다. 또한 옷차림으로 보아 기생은 아니었다. 평범한 백성이었다. 그 사진 밑에 달린 댓글이 웃겼다. 동방예의지국 맞아 ?!  

이러한 사진은 구글링을 통해 쉽게 볼 수 있다. 그 당시에는 여자의 가슴이 성적 대상이 아닌 것이었던 것이었던 것이다. 모유 수유를 해야 했던 조선 시대 여인들에게 있어서 가리개는 더운 여름에는 불필요했던 것이다.  반면, 서양 중세 시대에는 풀어헤친 머리를 성적 기호로 인식했다고 한다. 그래서 여자는 잠자리에서나 머리를 풀어헤칠 수 있었다. 물론 모든 여성이 머리를 감춘 것은 아니었다.  매음녀는 머리를 풀어헤치고 남자를 유혹했다. 그 당시 여성을 그린 초상화들을 보면 머리를 묶어 치장을 하거나 머리를 가릴 수 있는 캡을 썼다. 외간 남자(화가) 앞에서 신분 높은 여성이 머리를 풀어헤칠 수는 없었던 것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 모나 리사 >> 그림을 얼핏 보면 모나 리사'가 머리를 풀어헤친 것으로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투명한 캡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다빈치 형님의 꼼수로 읽힌다. 이처럼 성적 기호는 시대에 따라 그때 그때 달라요. 걸그룹 fx의 설리가 노브라 차림으로 사진을 올려서 구설수에 올랐다. 가슴을 노출했다는 말은 아니다. 트레이닝복을 입었으나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은 모양이다. 가슴을 노출한 것도 아니고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았을 뿐인데 이토록 저열한 욕을 먹어야 하는 것일까 ? 조선 시대 여인의 토플리스를 생각하면 노브라는 양호한 것이 아닐까.

격세지감을 느끼게 된다. 모 알라디너가 있다. 내 글에 자주 등장하는 사람이다. 나야 좋지 쌍년 _ 이라고 말했던 사람도 그이고, 여러 사람 앞에서 품평회를 하듯  저 여자 귀엽지 않나요 _ 라고 말해서 해당 여성이 싸움 끝에 블로그를 폐쇄한 것도 그 사람 때문이었다. 그의 이름은 한수철이다. 그가 여성을 대하는 태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가 자주 내뱉는 말이 " 주희 씨의 유방 " 이다. 아침 먹고 녹즙 먹고, 점심 먹고 녹즙 먹고, 저녁 먹고 녹즙 먹고 맥주 먹고 티븨 봤다는 내용이 전부인 시시껄렁한 페이퍼에 자주 등장하는 인물이 주희 씨다.  그는 모종의 관계로 그녀와 만나 술을 마시거나 커피를 마시거나 한다. 

그럴 때마다 그는 블라우스 속에 감춰진 주희 씨의 유방을 슬쩍 훔쳐보거나 모양을 상상한다. 한두 번이 아니라 워낙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다 보니 글에 주희 씨만 나오면 주희 씨의 유방을 상상하는 문장을 예측할 정도가 되었다. 성추행의 범위에는 특정 부위, 예를 들어 가슴 따위를 지속적으로 바라보아 상대 여성이 성적 수치심을 느낀다면 성추행으로 간주한다는 사실을 그는 잘 모르는 모양이다. 내가 문제를 제기하자 그는 주희 씨는 가상의 인물이기에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아침 먹고 녹즙 먹고 점심 먹고 녹즙 먹고 저녁 먹고 녹즙 먹고 축구 보고 티븨 보는 것을 날마다 기록하는 cctv형 일기에 가상의 인물인 주희 씨를 등장시켜서 희롱하니

 

그가 보기에는 이런 스타일이 현실과 판타지의 꼴라보적 발현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주희 씨가 허구적 인물이라고 한다면 이 판타지는 윤리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일까 ?  다시 말해서 주희 씨의 유방은 상상 속 인물의 유방이니 마구 지껄이는 음담은 윤리적으로 정당한가 ?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성적 대상은 허구적 인물일지 모르지만 그 성적 대상을 소비하는 주체는 실존 인물이기 때문이다. 주희 씨의 유방은 남성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호명된 성적 대상의 환유이다. 물론 상상하는 것은 자유다. 하지만 그가 주희 씨의 유방을 소비하는 방식은 여성 입장에서 보면 지나치게 모멸적이다. 정가은의 모유 수유 사진도 누리꾼에게 비난을 받았다. 선정적이라는 이유이다.

그런데 모유를 수유하는 장면(더군다나 그 사진은 갓난아이에 가려져 있다)을 선정적으로 인식하는 태도에는 가슴을 단순히 성적 대상으로만 인식하는 태도에서 비롯된 선정성이 아닐까 싶다. 유감스럽지만 여자의 가슴은 오롯이 남성의 성적 판타지에 봉사하는 오브제가 아니다. 설리 씨의, 주희 씨의, 가은 씨의 가슴을 슴가로 보지 말고 가슴으로 보면 안 되는 것일까 ?  





​                                                     

1) 목욕탕에서 불이 나 옷을 챙기지 못하고 빠져나올 때 가장 현명한 여성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나온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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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6-08-18 20: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이거 원 어이가 없군요.
알라딘이 언제부터 찌질한 딸딸이의 안방이 됐습니까?
질 떨어지게...ㅉ

예전에 맥라이언이 무슨 영화에서 노브라로 나온 적이 있어요.
그때 유난히 흔들리는 그녀의 가슴을 보면서 순간 당황한 했죠.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니 적어도 맥라이언을 비롯해서 거기 영화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그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으니까 그럴 수 있었겠지.
그런 영화 현장의 자유로움이 차라리 좋은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적어도 그들은 유방이 누구의 성적 만족을 위한 것이 아니라 개인의 것이란 확고한 인식이 있기에
가능했을 거란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인식이 판이하게 다르군요. 일부러 노브라 운동도 하고 그러지 않나요?
누구를 위한 브라냐면서...

옛날엔 정말 엄마들이 누가 있거나 말거나 애기가 울면 당장 가슴을 열고 젖을 물렸어요.
애기가 있었기에 가능한 거지 다른 의도가 있었다면 미친년 소리를 들었겠죠.
아니 일부러 그래도 그렇지. 옛날에 무슨 속옷이 그리 발달했다고...
게다가 아들을 낳은 여자들은 더 당당하게 가슴을 드러냈다는 말도 들었는데...
상황에 맞게 용도가 정해졌다면 그것 이상으로 보거나 이하로 보는 건 옳지 못한 태도죠.
그런 부분은 정말 의욉니다. 옛날 남자들은 그걸 가지고 뭐라고 하지 않았는데
요즘 남자들이 발끈한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8-19 09:46   좋아요 0 | URL
구구절절 옳습니다. 이달의 댓글로 선정합니다아 :

만화애니비평 2016-08-18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사진 인상적이었죠.저 책 두권 사서 각각 다른 두사람에 주었죠.

곰곰생각하는발 2016-08-19 09:45   좋아요 0 | URL
악플러 두 놈 때문에 오히려 인기가 상승한 만애비 님, 이달의 매너상으로 선정합니다.

cyrus 2016-08-18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원히 고통 받는 모 알라디너... ^^;;

고대 그리스 시대에 만들어진 비너스 여신상이 나체로 생각하기 쉬운데, 그리스 조각가들은 투명 옷을 입은 여신이라고 생각하면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정확한 내용인지 알 수 없지만, 예전에 서양미술 관련 책에서 봤습니다. 그래서 남자들은 여신의 나체를 마음껏 감상할 수 있었죠.

곰곰생각하는발 2016-08-19 09:48   좋아요 0 | URL
저 모나리사 그림 보다가 깜짝. 가만 보면 투명 망토가 쓰여있더군요.
그전까지는 전혀 몰랐었는데....


평소 궁금하긴 했습니다. 모나리사가 왜 낯선 화가 앞에서 머리를 풀어헤쳤을까 ?
그런데 궁금증이 풀렸습니다.

2016-08-18 2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19 0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19 13: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19 13: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madhi(眞我) 2016-08-19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젖을 먹이는 것을 성적으로 해석하는 것 자체가 문제지요. 지들도 다 젖먹고 컸으면서.
브래지어 강박증은 우리나라가 심하지요. 프랑스만 해도 가슴 작은 여자들을 부러워한다던데, 브라를 착용하지 않아도 되니까. 성 강박(?)이 심한 나라에서 살기 힘듭니다. 뭔들 나은 게 있겠습니까마는...

곰곰생각하는발 2016-08-19 13:19   좋아요 0 | URL
오. 그 소리 들었습니다. 프랑스 여자들은 오히려 작은 가슴을 좋아한다고.. 큰 가슴은 아무래도 무게 때문에 생활 자체에서도 큰 부담이 가죠. 가슴이 크면 무게 때문에 디스크가 잘 온다고 하더군요.. 가장 나쁜 폭력은 사실 무지죠. 남성들은 일상에서 내뱉는 성 차별을 의식하지 못합니다. 문제를 제기하면 제일 먼저 하는 말이 지나치게 예민하게 구는 거 아니야 .. 이 말이죠..

samadhi(眞我) 2016-08-19 13:23   좋아요 0 | URL
그렇죠. 그러다가 순식간에 페미니스트로 몰아댑니다. ˝따지는(?)˝ 여자를 참지 못 하더라구요. 일단 소통이 안 되니까(싸우는 게 피곤하니) 그런 얘기를 피하게 되지요. 그럴 땐 그 사람들을 불쌍하다 여기고, 대등하게 즐겁게(?) 얘기할 만한 사람들은 아니라고 단정 짓고 맙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8-19 13:34   좋아요 0 | URL
무지가 가장 큰 죄가 아닐까 싶습니다.

samadhi(眞我) 2016-08-19 14:02   좋아요 1 | URL
곰발님이 그런 사람들 모아놓고 특강 좀 하세요. ㅋㅋㅋ
 



                                      


한바탕 웃음으로 모른 척하기에는 :










비웃음





 


▶  비의 몰락을 가속화한 전설적인 노래로 대중에게 한바탕 웃음을 선사한 작품. 비라는 브랜드에 지나친 자신감을 선보여 " 레이니즘 " 이라는 해괴망칙한 작명으로 자신을 뿜뿜 할 때부터 그를 좆같이 생각한 나는 깡이라는 노래가 나왔을 때 기쁨으로 충만했다. 나는 깡이라는 노래를 들으며 생각했다. " 너, 좆됐어. 쪼다야 ~ " 









                                                                                                   직장에서 윗사람이 웃기지도 않는 쌍팔련도 개그를 선보일 때 아랫것은 쌍팔들어 환호한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농담꾼은 보기 좋았어라. 웃기냐, 나도 웃기다 !  아재는 젊은 사원이 박장대소하는 모습에 불알이 탱천하여 의기양양하다. " 이 나이에도 저 어린것들을 웃길 수 있다니, 이 얼마나 매력적인 존재란 말인가. 나란 존재는 그런 존재다. "  모두 다 쌍팔 머리 위로 손 들어, 예 ~  


웃기지도 않은 농담을 웃어 젖히는 일도 힘든데 그 농담이 약자를 희화화하거나 성적 농담이라면 더더욱 힘들다. 그래도 웃어야 산다.  그것이 사회적 약자의 애티튜드'이다. 웃음과 미소는 약자의 방어 무기'인 셈이다. 그러다 보니 남성보다는 여성이 더 많이 웃(어야 하)고, 윗사람보다는 아랫것이 더 많이 웃는다.  억지로 웃어야 하는 웃음 때문에 울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니,  이토록 포지티브하고 투머치 해피한 감정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감정 노동'일 뿐이다. 그런데 사회적 강자들은 사회적 약자가 보내는 약호를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약자의 웃음을 오해해서 상대방이 자신을 좋아한다고 믿는 것이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니 죽을 맛이다.  웃음은 비단 약자의 애티튜드'만은 아니다. 강자도 기분이 좋으면 맘껏 웃는다. 그들이 웃는 웃음은 주로 비웃음의 형태를 띤다. 우리는 흔히 < 비웃음 > 이란 단어에서 " 비 - " 라는 접두사를 非 : 아닐 비'로 오해하는데,  여기서 < 비 - > 는 토종 브랜드 어원'이다. 비의 어원1)을 두고 논란이 많지만 내 생각에는 < 비- > 라는 접사가 " 힘껏 " 의 뜻을 더하는 옛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을 하게 된다.  그러니까 비웃음은 가짜 웃음이라기보다는 그 어느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힘껏 웃는 웃음인 것이다. 


종종 조폭 영화에서 눈치 없이 너무 크게 웃는 바람에 오야붕으로부터 죽도록 맞는 꼬붕을 자주 보게 되는데, 여기서 꼬붕의 죄는 한바탕 웃은 죄'다. 한바탕 웃음으로 모른 척하기에는 오야붕의 상처가 너무나 크다.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주변 상황과 관련 없이 힘껏 웃을 수 있는 이는 오로지 오야붕'만 가능하다. 아양이 너무 지나치면 비아냥이 되듯이 웃음이 너무 지나치면 그것은 더 이상 웃음이 아니다. 비웃음'이다. 자주 하는 소리이지만 꼬붕은 주먹으로 상대방을 제압하고 오야붕은 손짓으로 상대방을 제압한다(오야붕의 손짓보다 한 단계 위'인 존재는 눈짓으로 상대방을 제압한다). 


손에 피를 묻히는 것은 아랫것들의 몫인 것이다. 한국 사회는 여성에게 웃음을 강요한다. 웃음이 없는 여성은 애교가 없다거나 매력없다고 타박하기 일쑤'다. 반면에 웃음이 너무 많으면 문란한 여성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이러다 보니 어느 장단에 웃어야 하는지 갈피를 못 잡을 때가 많다.  타인에게 웃음을 억지로 강요하는 사회는 좋은 사회가 아니다. 그렇기에 서비스 노동자에게 웃음을 강요하는 것은 폭력이다. 내 경험에 비추어 말하자면 여성에게 " 넌 웃을 때가 제일 예뻐 ! " 라고 말하는 교회 오빠 스타일이 최악의 개새끼인 경우가 많았다. 이런 놈은 대부분 이런 소리를 자주 한다. " 오빠 믿지 ?  손만 잡고 잘께 ~ " 










​                                  


1) 국어연구원의 대답 : ‘비웃음’은 15세기에 ‘비우’(월인석보 21:15)으로 처음 보입니다. ‘비우’은 ‘비웃-’의 동명사형이 그대로 명사화한 것으로 봅니다. ‘비웃-’은 동사 어간 ‘비-’와 ‘웃-[笑]’이 결합된 복합 동사로 추정되는데 ‘비-’의 정체는 알 수 없습니다. 김민수 편(1997:508) "어원사전"에서는 ‘비-’를 접사로 보고 있지만 근거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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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침대 : 자세가 태도를 결정한다











                                                                                                  패션 모델이 무대 위를 걷는 모습을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은 그네 걸음걸이가 딱딱하다는 점이다. 허리를 곧추세우고 성큼성큼 앞으로 나아가다 보니 걸을 때마다 부자연스럽게 보인다. 틀린 지적은 아니다. 


모델의 워킹 스타일은 인체 구조상 불편한 보행'에 해당되어서 걷는 데 많은 에너지가 소비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션 모델이 무대 위에서 " 딱딱한 걸음 " 을 걷는 이유는 그것이 미학적으로 뛰어나기 때문이다. 이 세상의 모든 옷은 인간이 허리를 곧추선 채로 서 있을 때를 기준'으로 하기에 모델이 무대 위를 걸을 때에도 옷이 최대한 곧추선 모양이 유지되도록 걷는다. 옷은 중력 값을 계산에 둔 벼랑 같은 수직성의 미학'이다. 곧추선다는 것은 패션의 기본이다. 곱등이처럼 굽은 등을 가진 나는 나의 결핍을 의식하기에 아침에 집을 나설 때는 최대한 곧추선 자세에서 팔팔한 꼴뚜기처럼 걷기 위해 신경을 쓰지만 


저녁에 되어 집에 돌아올 때에는 오뉴월에 쇠불알 늘어지듯 축 늘어져 걷기 일쑤다. 불볕 더위에 내 소중한 고추도 축 늘어진 판국에 허리를 곧추세워 걷는다는 것이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 !  더구나 술이라도 한 잔 넘기는 날에는 문어가 되어 흐느적흐느적 갈지자(之) 걸음을 걷게 된다.  아, 허리를 곧추세우고 걷는 것보다는 차라리 고추를 세우고 걷는 게 더 쉽구나.  결국 패션 스타일'에서 중요한 것은 옷이 아니라 자세'다. 아무리 비싼 옷을 입었다 한들 곧추선 자세가 무너지면 옷태가 나지 않는 법이다. 스타일이라는 단어의 어원이 끝이 뾰족한 촉이나 칼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은 패션에서 꼿꼿하게 곧추선 자세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그런 점에서 딱딱하고 불편한 의자는 곧추선 자세가 완전히 허물어지지 않도록 교정하는 장치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불편한 의자일수록 불편하기에 상체에 힘이 들어가면서 허리를 곧추세우기 때문이다.  미학적 가치를 인정받은 명풍 의자들이 대부분 앉기에 불편하도록 설계된 이유이다(순전히 내 생각이다).  그렇다고 인간이 하루종일 온몸을 긴장하며 허리를 곧추세울 수는 없다.  그래서 인간은 침대에 누울 때 비로소 완벽하게 허물어진 자세를 하게 된다.  아침에 침대에 누운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다면 누운 자세가 얼마나 인간을 초라하게 만드는지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침대 이불에 눌린 뺨에 당신의 아밀라아제가 아교가 되어 뺨에 머리카락을 고정시킨다면 그 아름다움은 배가 될 것이 분명하다. 참, 아름답다. 아름다워 !  의자와는 달리 좋은 침대일수록 자세를 망가뜨린다. 침대 다음으로 자세를 엉망으로 만드는 장소는 화장실'이다. 아무도 보는 이 없으니 하품을 해도 좋고 코를 파도 좋으리라. 생각 없이 코를 파다가 새끼손가락 끝에 " 왕건이 " 라도 걸리는 날에는 왠지 한여름에 옷장에서 겨울 옷을 정리하다가 주머니에서 만 원을 발견할 때의 기쁨에 견줄 만하다.  인간의 자세 중에서 어정정한 자세로 똥을 닦는 자세보다 웃긴 장면은 없을 것이다. 


다행이 아닐 수 없다. 화장실이란 은밀한 공간이니깐 말이다.  침대와 변기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자세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원초적 장면이다. 정리하자면 이렇다  :  가구 중에서 가장 편한 것은 침대요, 가장 편한 장소는 화장실이다. 21세기 성인 중에 " 우선 눕고 볼 일 " 과 " 우선 누고 볼 일 " 에 집착하는 인물이 있다.  바로 침대의 여왕, 박근혜'다. 박근혜 정권 때 청와대에서 구매한 목록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고가의 침대와 변기'였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누가 나에게 박근혜에 대한 인물평을 20자 내외'로 요약하라고 명령한다면 기쁜 마음으로 에누리 없이 20자를 적겠다. 


우선 눕고 볼 일과 우선 누고 볼 일에 집착했던 인간 


대통령 임기 내내 나쁜 자세에 집착했던 인간이 타인에 대해 좋은 태도를 보일 리 없다. 어쩌면 박근혜에게는 침대와 변기가 전부인 독방이 천국일지도 모른다. 천국에서 오래 사시길 진심으로 기도한다. 좋은 자세가 좋은 태도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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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13 09: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8-20 11: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요사스럽다, 곡을 금한다





                                                                                                     사람들이 흔히 하는 거짓말 중 하나가 바로 " 나는 거짓말 하는 사람이 제일 싫어 ! " 라는 소리'이다.  이 말을 뒤집으면 거짓말 하는 사람을 제일 싫어한다고 고백하는 화자는 자신을 정직한 사람으로 포장하려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 정직한 선언은 유감스럽게도 거짓말에 능통한 사람이 자주 하는 말이다. 마음에도 없는 말을 내뱉는 것도 거짓말의 일종이라면 거짓말을 상당히 좋아하는 나로서는 뚱딴지 같은 소리로 들린다.  사실, 거짓말은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초등학교 앞 문구점에서 팔던 " 달고나 " 같다고나 할까 ?   살이 빠진 것도 아닌데 날씬해졌다고 말하면 기분이 좋고, 헤어스타일 한 번 바뀌었을 뿐인데 느닷없이 10년은 젊어보인다고 말하면 그 또한 기분이 좋아진다. 아싸, 생유 ~                           사실, 모두 거짓말인데 말이다. 반대로 상대방이 사실대로 말하면 기분이 나빠진다. 


너도 나이가 드니 배때기에 나잇살이 덕지덕지 붙는구나 _ 라거나 10년 전보다 10년은 더 늙어보인다는, 굉장히 과학적인 분석에 이마에 새겨진 三 자 주름이 川 자 주름'으로 바뀌게 된다. 이처럼 인간은 거짓을 말하는 사람에게는 관대하지만 진실을 말하는 사람에게는 화를 내는 법이다. 그것이 바로 인간이 가진 속마음'이다. << 백종원의 골목 식당 >> 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백종원이 도끼눈을 뜨며 이대 백반집 주인에게 나는 거짓말 하는 사람이 제일 싫어요 ! _ 라고 큰소리쳤을 때 요실금 환자처럼 찔끔찔끔 웃었다. ( 왜냐하면 거짓말 하는 사람이 제일 싫다는 명제는 틀렸기에 ) 백종원의 말 자체가 거짓말이기 때문이다. 


본인 스스로 거짓말을 하면서 거짓말 하는 사람을 싫어하다고 말하는 것은 형용 모순이요, 이율배반이다. 거짓말에 능통한 사람은 자신을 정직한 사람으로 포장하려 한다. 대표적인 경우가 사기꾼이다. 사기꾼은 사기 행각이 들통나기 전까지 자신을 정직한 사람으로 포장한다. 그래서 나는 백종원이 거짓말 하는 사람이 제일 싫다 _ 고 선언했을 때 그가 가증스럽게 정직한 척 " 흉내를 내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거짓말을 하는 이대 백반집 주인 앞에서 눈물을 쏟았는데, 과연 이 눈물은 진심이었을까 ?  누구를 위한 연민인가 ? 생면부지의 타인을 일 때문에 만나서 다시 일 때문에 1년 만에 다시 만난 사이가 전부인데 이렇게 나라 잃은 장수'처럼 울컥 하시면 곤란하다. 


백종원은 티븨 앞에서 자신을 사마리아 사람으로 떠벌리고 다니지만 사실 그는 크레타 사람'이다.  쇼맨쉽이 지나치면 생쇼'가 되는 법이다.  소설가 김훈의 의고체 스타일을 살짝 빌려 당신을 꾸짖고져 하노라. " 요사스럽다. 곡을 禁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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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9-08-12 16: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라면을 끓이며˝라는 산문집에 실려 있는 ‘광야를 달리는 말‘에 나왔던 문장으로 기억합니다. 김훈의 아버지는 김구 주석의 비서이자, 한국 최초의 무협지 작가였던 김광주였지요. 김광주는 독립운동사 및 문학사적 측면에서는 고평을 받을만한 인물이나 가장으로서는 사실상 자격 미달의 사람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요사스럽다. 곡을 금한다‘는 말은 김훈이 아버지의 하관을 지켜보면서 여동생들에게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여동생들이야 의례적 관습적으로 곡을 했을 테지만 김훈의 입장에선 아버지로 인해 지긋지긋한 가난과 돌보아야 하는 부양가족들이 생긴 셈이니, 심사가 편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이 말은 가식이나 허례가 조금도 없는, 그만의 진심을 드러낸 직설이었기에 호소력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백종원 같은 사람들의 말과는 비교하는 것 자체가 실례이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9-08-12 16:21   좋아요 1 | URL
오, 그런가요 ? 전 < 밥벌이의 ... > 거기서 읽은 것 같기도 하고... 하여튼, 읽긴 읽었습니다. 곡을 금한다는 말은 김훈 아버지가 자주 했던 소리라고 합니다... ㅎㅎㅎㅎ 그것을 받아서 김훈도 누이에게 .. 일종의 아버지 패러디를 한 셈이지요. 하여튼,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여서.... 맞아요. 전설적인 가난이었다고 하더군요...
 













백종원의 먹거리 X파일











                                                                                                    울화통은 계획에도 없는 15KG짜리 양파를 구입하면서 시작되었다.  빨간 양파망 속에서 썩고 있는 양파 때문에 내 맘이 아파 !  그래서 양파를 이용한 요리를 검색하다가 유튜브에서 백종원의 << 요리비책 >> 을 보게 되었다. 


백종원'을 꽤나 싫어하는 1인'이라 방송 시작부터 가자미 눈으로 흘겨보았다. 백종원을 조선시대 허준으로 생각하는 시청자처럼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그를 우러러볼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아니나 달라 ?  그가 양파로 만든 것은 양파 카라멜라이즈'였다. 쉽게 말해서 양파 카라멜라이즈는 " 어니언 잼 " 이요, 북한식 표현을 빌리자면 " 양파 단 묵 " 이다. 뚜껑이 제대로 열렸다. 그는 혈압을 낮추는데 탁월하고 항암 효과가 뛰어난 양파를 가지고 " 정제 탄수화물 " 을 만드는 마술을 선보이고 있었다. 백종원이 만든 양파 카라멜라이즈는 양파의 좋은 성분은 모두 제거하고 단맛을 강화하는 탄수화물 덩어리'로,  


그는 황금 만능 양파 양념 비법'으로 시청자에게 양파 잼을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  맵고 쓴 채소'로 정제 탄수화물을 만들다니 !  다들 아시다시피 정제 탄수화물은 대표적인 " 나쁜 탄수화물 " 에 속한다. 설탕, 밀가루, 백미 따위가 정제 탄수화물'이다. 시중에 유통되는 가공식품은 대부분 정제 탄수화물이다. 고혈압, 당뇨병, 비만은 모두 정제 탄수화물 과잉 섭취와 관련이 있다. 그는 식빵 위에 양파 잼을 바른 후에 다시 설탕을 잔뜩 뿌려 먹는다. 그는 싱긋 웃으면서 말한다. 맛있어유 ~      백종원 씨, 양파 농민 돕는다고 양파 가지고 장난치면 양파 많이 아파 ?  


그의 레시피는 양파를 모독하는 것이다.  양파에게 사과하세요. 내 화딱지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백종원을 검색하니 " 이대 백반집 " 논란이 한창이었다.  호기심을 참지 못한 나는 << 골목식당 - 이대 백반집 >> 을 시청하게 되었으니...... 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 !                               1년 전, 이대 백반집 식당 주인이 << 골목식당 >> 에 출연한 이유는 전문가의 솔루션을 받기 위해서'이다. 이때 방송사와 출연자 사이에는 상호 계약이 성립된다. 출연자는 전문가의 솔루션을 무상으로 받는 조건으로 방송사에 자신의 초상권을 파는 것이다. 당연히 방송이 종료되면 계약도 해지된다.  


그렇기에 이대 백반집 식당 주인이 1년 후에도 백종원이 제시한 솔루션을 실천할 것인가, 아닌가의 문제는 전적으로 프로그램 신청자의 선택에 달렸다.  그런데 1년 후에 백종원은 놀랄 만한 만행을 저지른다. 백종원과 골목식당 제작진은 이대 백반집 식당 주인과 사전 동의 없이 갑자기 현장을 급습한다. 암행'이자 함정 수사'이다.  한갓 시청자에게 웃음 주고 기쁨 주는 오락 프로그램이 느닷없이 << 먹거리X파일 >> 로 둔갑하여 사회 고발 프로그램 흉내를 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  백종원은 식당 주인이 1년 전에 자신이 제시한 솔루션을 이행하지 않자 불같이 화를 낸다. 배, 배배배배배배신. 투, 투투투투부정사. 주, 주주주주주주주죽음이야. 


백종원이 과연 이대 백반집 주인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자격이 있는 것일까 ?  무슨 자격으로 ??!  1년 전, 방송 종료와 함께 솔루션 신청자와 솔루션 시행자의 관계도 이미 종결된 것인데 말이다. 도대체 그는 왜 분노하는 것일까 ?  백종원의 눈물은 크레타 섬 사람을 향한 측은지심 때문인가, 아니면 그들의 인면수심 때문인가 ?  모를 일이다. 그의 숭고하며 격렬한 이타성이 백반집 식당 주인을 사악한 빌런으로 만들고 있다. 이토록 높고 숭고하다면 그는 왜 골목 상권을 파괴하는 프랜차이즈 대기업의 우두머리가 되어 부를 축적하는 것일까. 그가 눈물을 보일 때 역겨웠다. 그래, 인정하마. 네 팔뚝 졸라 굵다, 시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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