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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신의 오후 - 남자, 나이듦에 대하여
우에노 지즈코 지음, 오경순 옮김 / 현실문화 / 2014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심심하니까 사람이다

 

 

 

 

 

결혼과 가족에 대한 " 로망 " 이 없다. 아이를 보면 무척 귀여워하는 편이지만 아이를 양육할 때 드는 비용과 시간을 따지면 결혼과 육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냉정하게 말해서 남의 아이는 귀여워할 자신은 있으나 내 아이를 내 몸과 같이 사랑할 자신은 없다. 아이와 2시간을 함께 노는 것과 20년을 뒷바라지를 해야 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이기 때문이다. 시간 날 때마다 고백하는 부분이지만, 나는 < 성악설 > 을 믿는 쪽이다. 유년기를 무조건 순수, 미래, 희망 따위로 엮는 것에 대해 회의적이다. 그래서 술동무가 한숨을 푹푹 쉬며 " 나도 어릴 적엔 참 순수했는데.... " 라고 말하면 위로는커녕 콧방귀로 대꾸했다. < 타락론 > 은 반드시 " 순수했던 시절 " 을 전제로 한다. ( 악마 루시퍼는 한때 천사'였다는 논리'다. 루시퍼는 날개를 잃고 꼬리를 얻은 배교자'였다. )

 

타락한 자가 유년 시절을 회상하면서 순수했던 자아'를 내세우는 것은 " 비겁한 변명,  입니다 ! " 그것은 타락한 자신에게 면죄부를 주려는 꼼수'다. 개꼬리 삼 년 땅에 묻어도 황모( 여우털)되지 않는다. 바탕과 본질은 하나'다. 비뚤어진 집 설계도로 만들어진 집은 비뚤어진 집을 만들 뿐이다. 만약에 엉터리 설계도로 번듯한 집을 지었다면 그 건축가는 건축법 위반으로 고소해야 한다. 나는 기독교에서 말하는 원죄'를 믿는다. 그렇기에 나쁜 아이가 좋은 어른이 될 수는 있어도, 착한 아이가 나쁜 어른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워워, 흥분하지 마시라 ! 지금 나는 당신과 논쟁을 하기 위해 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니깐 말이다. 그냥 " 어느 죄인의 고백록 " 으로 이해해 달라.

 

" 순수에서 타락 " 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역추적한 영화 << 박하사탕 / 이창동 감독 작품 >> 에 대해,  한국 영화 평단은 리얼리즘 영화의 정수'라는 찬사를 쏟아냈지만, 내가 보기에 이 영화는 리얼리즘이 아니라 판타지'에 가깝다. 이 영화가 당신에게 선사한 것은 타락한 당신을 옹호하기 위한 위로'다. << 박하사탕 >> 은 그냥 그렇고 그런 힐링용 속물 드라마'다.  순수했던 남자가 나쁜 남자가 되었다는 신파에 속지 마라. 그는 처음부터 나쁜 남자였다.  내가 김기덕의 << 나쁜 남자 >> 라는 영화를 옹호하는 이유는 감독이 영화 속 사내에 대해 구질구질하게 변명을 늘어놓지 않는다는 데 있다. 나쁜 남자는 그냥 나쁜 남자'다. 처음부터 그는 나쁜 남자'였다. 어릴 적 트라우마 따위로 주인공을 포장하지 않는다. 권선징악은 없다.

 

욕을 바가지로 먹을 이런 고백은 여기까지만 하자. ( 당신이 내 서재 즐겨찾기를 해제할까 봐 더 이상은 못 쓰것다. 다리가 덜덜 떨린다. ) 이 글에서 하고 싶은 말은 성악설과 원죄론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에노 지즈코의 << 독신의 오후 >> 는 홀로 살아가야 하는 남자와 혼자 남겨진 남자에 대한 " 에세이 " 다. 굳이 " 에세이 " 라고 지적하는 이유는 인문학이나 사회학으로 분류하기에는 내용이 지나치게 부실하다는 데 있다. 날카로운 분석도 없다. 이 책은 내 주변 사람은 이렇더라, 라는 내용이 전부이다. 전국민 아침 주부 프로그램 << 아침마당 >> 에 엉앵란이 나와 수다를 떨 내용이 전부여서 참고할 사항도 없다. 이 책은 엄앵란의 추임새 같다. 아이고, 이런, 세상에, 그렇지......

 

평소 별점을 줄 때 후하게 주는 편( 내 기준에 의하면 ★★★ (下),  ★★★★(中), ★★★★★(上) 이다. )이지만 알라딘 신간 평가단에 의해 선정된 책에 대해서는 내 기준이 아닌 통상적 기준'을 적용했다. 이 책이 나와 동떨어진 문제를 다루었기에 관심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삼십대 남자 세 명 가운데 한 명은 평생 혼자 살아가야 한다는 통계가 있다. 내 주변을 봐도 결혼적령기를 훌쩍 넘긴 미혼남과 이혼남은 넘치고, 넘치고, 넘쳤다. 그렇기에 < 독신의 노후 > 에 대한 문제는 나한테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독신인 나는 이제 " 어떻게 살 것인가 " 보다는 " 어떻게 견딜 것인가 " 를 슬슬 고민해야 할 때가 되었다. 하지만 이 책은 독신에 대한 철학적 성찰도, 깊은 고민도 없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세 명 가운데 한 명은 평생 혼자 산다고 한다. 어쩌면 나도 " 세 명 가운데 한 명 " 이 될 것 같다. 정호승 시인은 << 수선화 >> 라는 시에서 " 외로우니깐 사람이다 " 라고 말했다. 심금을 울리는 말이기는 하나 시를 엮는 문장으로는 촌스러운 표현이다. 달달한 시는 의심부터 해야 한다. 이 세상 모든 사람은 항상 외롭다고 말한다. 허세 가득한 마초'조차 자신은 외로운 남자라고 광고한다. 바람 피는 남자가 늘 하는 변명은 " 나 외로운 남자 " 다. 내가 평소에 존경하던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선생님도 외로워서 워싱턴에서 인턴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외롭다는 말을 달고 다니는 인간을 믿지 말지어다, 아멘 !  사람들은 대부분 < 외롭다 > 와 < 심심하다 > 을 혼동하고 있다. 현대인은 외로운 존재라기보다는 따분한 일상을 못 견디는 존재다.

 

외롭다는 감정은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외롭다는 감정을 잘 다스리면 고독이 된다. 고독은 좋은 것이다. 노무현은 고독했던 인간이고 내가 평소 존경해 마지 않던 윤창중 선생님은 심심했던 사내새끼였다. 심심하다는 감정은 아무리 잘 다스려 봐야 별다른 진전이 없다. 심심하니깐 사람이다. 우에노 지즈코의 << 독신의 오후 >> 는 심심한 책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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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틴 2014-07-27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글상으로는 '결혼과 육아' 중에서 '결혼'보다는 '육아'에 대한 부담이 더 크신듯 합니다. 그렇다면 생각을 좀 수정해서 '결혼'은 하고 싶으나 '육아'는 싫다는 여성분을 찾아보세요. '견디'는것 보다 '결혼은 하고 싶으나 육아는 부담되는' 여성분을 찾아 같이 생을 살아가는게 더 좋다고, 아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7-27 11:11   좋아요 0 | URL
딱 문체 보니 레베랑스 님 문체 같군요... ㅎㅎㅎㅎㅎㅎㅎ ( 아님 말고 말입니다. )
갑자기홀로서기란 시가 생각나네요. 만남은 기다림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
새겨 듣도록 하겠습니다. 저도 딱히혼자 살고 싶단 생각은 없습니다.

마태우스 2014-07-27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스틴님 말씀에 동의합니다. 저 역시 아이를 낳는 게 자신이 없었는데, 비슷한 생각을 가진 아내 덕분에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여자들 중 일부는 남자가 원해서 아이를 낳는 것 같습니다.... 아이가 없으면 불편한 점은 "너 그러다 말년에 외롭지 않겠냐"는, 별로 근거없는 힐난을 받는다는 것, 그리고 아이가 없다는 이유로 이런저런 훈수를 두는 사람들을 마주쳐야 한다는 것이지만, 실제 아이를 기르는 노동에 비하면 이 정도 불편은 충분히 감수할 만하지요. 많은 분들이 "아이를 낳은 게 가장 큰 기쁨이다 넌 안길러봐서 모른다"라고 하지만, 제 주위 분들을 보면 어째 아이들 땜시 힘든 것도 꽤 많은 것 같더라고요. 제 절친 한명은 아이들이 한국 교육에 적응을 못해서 할수없이 기러기아빠를 하고 있지요. 전 이렇게 생각합니다. 아이를 좋아하면 아이를 낳으면 되는 거고, 낳기 싫으면 안낳으면 된다고요. 그리고 아이가 있으나 없으나 노년은 늘 외롭고, 원래 인간의 삶 자체가 외로운 게 아닌가 싶어요. 저희 엄니는 아이가 넷인데도 혼자 사시거든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7-27 11:14   좋아요 0 | URL
오, 그런 것같습니다. 정답이십니다. 마자요. 언제부터인가 결혼에서 아이가없으면 이상하게 생각하거나 측은하게 생각하는 것 같은데 사실 육아에서 얻는 기쁨도 크지만 사실 육아 때문에 겪는 고통도 만만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아이 없는 결혼 생활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전 결혼은 해도 굳이 아이를 낳고 싶지는 않습니다. 아이가 있으나 없으나 외로운 건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말리 2014-07-27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아이가 없다고하면 대개는 물어본 사람들이 당황하지요. 마치 아픈 곳을 건드린 것처럼. 그리고 이유를 물어보고 싶어 죽겠는데, 스스로 교양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차마 입밖에 드러내지는 않고,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는 사람은 기어이 물어본답니다. 물어보나마나 안낳거나 못낳는 것이겠지요. 전 확인 안해봐서 안낳은건지 못낳은건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결혼후 아이가 없을때 시험관 아기 등등 뭔가 인위적인 모든 노력들은 지극히 정상적인 것으로 , 자연적으로 놔두는 것은 엄청 비정상적으로 보지요 ㅎㅎ. 결혼과 아이는 지극히 사적인 문제라 옆에서 하는 조언들은 별반 의미없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다만 여자 입장에서 늙어서 혼자 사는 남자는 좀 꼬질꼬질하지 않을까하는 편견은 있지만, 편견이지요. 여자보다 깔끔한 남자도 엄청 많을테니.

곰곰생각하는발 2014-07-27 20:23   좋아요 0 | URL
정곡을 찌르시는군요. ㅎㅎㅎㅎㅎㅎ. 옛날에는 아이를 양육하는 게 노후를 위한 대책이 되겠지만 이젠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차라리 노후 자금으로 노후를 맞이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생각도 합니다. 비혼과 무자녀 가정을 정상적이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은 일종의 시선의 폭력이죠. 그런 짓 좀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남자 혼자 살면 좀 꼬질꼬질하기는 해요...ㅎㅎㅎㅎㅎㅎㅎㅎ

samadhi(眞我) 2014-07-27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발님이 그다지 공감(?)하지 않았다는 책이 우수도서라니, 전혀 안땡기긴 하네요. 애초에 에세이나 자기계발서는 안읽지만요. 수행에 대한 에세이는 읽지만. 제가 존경하는 분들에 한해서요. 요즘 너무 힘드니까 입에서 나오는 건 한숨과 "힘들다" 뿐 잠이라도 잘 잘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미쿡식 토네이도 무시무시하더군요. 이렇듯 지구종말(인류멸망)이 코앞인데(?) 2세를 뭐하러 만들어 평생을 발목잡혀 살겠습니까. 그 아이의 미래가 있을지도 알 수 없는 세상에.

곰곰생각하는발 2014-07-27 20:20   좋아요 0 | URL
책에 대한 것은 결국 개인이 가지고 있는 취향과 기대를 얼마만큼 충족시키는냐에 달려 있는 것 같습니다. 내게는 좋은 책이 다른 이에게는 별로인 이유는 개개인이가지고 있는 취향과 기대 탓이겠죠. 전 이 책 읽는 내내 지루했습니다. 이젠 무자녀 가정에 대해서 안타까운 시선은 거두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가 뭐 대단한 가정의 정수처럼 치부하는 게 좀 웃깁니다. 내 새끼에게 쏟을 사랑, 충분히 남의 새끼에게 애정 쏟는것도 값진 일 아니겠습니까....

samadhi(眞我) 2014-07-27 22:20   좋아요 0 | URL
맞아요. 지자식만 귀한 줄 아는 부모들 정말 짜증을 일으키죠. 저처럼 아이만 보면 예뻐서 어쩔 줄 모르는 사람도 그렇게 지새끼 자랑만 늘어놓는 사람들 보면 눈쌀을 찌푸리게 돼요. 세상의 어느 생명이 소중하지 않겠어요. 죽을 때까지 자식에 대한 집착을 놓지 못하는 것도 겁나서 육아포기예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7-28 05:57   좋아요 0 | URL
이제 인간의 위대한 최종목표가 아이를 키워 자자손손 전하는 것에 대한 숭고한 가치가 정말 중요한 것인가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지금까지는 너무 당연한 것( 새누리는 여자가 애를 낳는 것이 애국이라고 하지만... ) 으로 받아들였지만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풀무 2014-07-27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야말로 독신으로 끝까지 우아하게 살 자신이 있는데 말입니다..! 좋은 영화 찾아 다니면서. 흑.

곰곰생각하는발 2014-07-27 20:16   좋아요 0 | URL
동의 ! 새벽 님은 독신으로 사시면 우아하게 잘 살 것 같다는 느낌을 옛날부터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새벽 님은 고독형 인간임니다...

2014-07-27 19: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7-27 19: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7-27 2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7-27 22: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엄동 2014-07-29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어떻게 견딜 것인가"를 고민할때가 되었다는 말이 와닿네요

정에 굶주린 사람들은 어딜가나 외롭죠

곰곰생각하는발 2014-07-29 17:56   좋아요 0 | URL
엄동 님도 어떻게 견딜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시기인가요 ?
왠지 정에 굶주린 사람들은 어딜가나 외롭죠, 라는 말에 뭉클해집니다.

봄밤 2014-07-31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부분 사례를 제시한 내용이고 게다가 그 사례가 일본의 것이고. 그래서 저자는 카운셀러? 조차 되지 못했다는 생각입니다.
아마도 '독신'으로 살기 위한 마음이 있고 그것이 불러올 앞으로의 고민이 궁금한 이들에게는 적절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한국은 독신이나 결혼 후 아이를 갖지 않는 것을 다름으로 보기보다 어떤 '문제'로 바라보는 인식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좀 빨랐다 느낌이 듭니다. 필요한 독자가 아직 많지 않아 보인다는 점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1 04:49   좋아요 0 | URL
사회학을 다룰 때 나쁜 버릇 중 하나가 특정 사례를 전체인 양 말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아는 누구누구'더군요. 그리고 그 사례들이 다 비슷비슷합니다. 대안이라고 내놓은 것 또한 지나치게 형식적이에요. 누구나 다 아는 내용입니다. 저축하자, 그거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