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 잠깐 병원을 다녀왔었다.
6 개월마다 가서 받는 정기검진이 있다.
갑상선 쪽에 혹부자라 혹 크기들을 살펴 보느라
6 개월마다 검진한지가 어느덧 6 년째가 되는 것 같다.
마구 자유롭게 살다가
정기검진 받으러 오라는 문자를 받으면 그날부터
살짝 침울해진다.
그리고 전날부터는 6 개월동안 내가 어떤 삶을 살아왔었던가?
점검을 시작한다. 식단, 운동 등등...
대부분 엉망진창으로 살아온 듯하여 자신이 없어 걱정이 앞선다.
그래서 병원 진료실 앞에 앉아 줄곧 속으로 외친다.
부처님, 예수님 비롯하여 모든 신이시여!
부디 좋은 결과를 제게 주신다면,
앞으로 모범적인 삶을 살겠나이다!!!
혹들이 없어지거나 작아졌단 소식을 듣고 싶지만,
이젠 그런 말들은 포기했고,
그저 자라지 않고 그대로다! 라는 말만 듣는 것만으로도
행운으로 받아들이자! 바란지가 오래라..
의사 선생님이 그대로네요! 라고 말해주면 그제서야
아..그래요? 한숨 돌리며 의사 선생님을 한 번 쳐다보게 된다.
마스크 너머로 갑자기 순간 눈빛이 반짝!! 엄청 잘생겨 보인다.
문을 열고 들어갈 땐 눈이 단춧구멍만해서 눈맞추기가 힘들더니
참 이상도 하지?
터벅터벅 병원문을 나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한시름 놨구나!! 앞으로 6 개월은 또 발 뻗고 자겠구나!
생각하면 즐겁기도 하지만, 전날부터 은근 신경쓰여
잠도 설쳤던 탓에 맥이 탁 풀린다.
걸어 오면서 늘 다짐하는 목표!
그래! 이제부터 6 개월은 운동도 열심히 하고, 간식도 좀 덜 먹고, 야채 과일을 더 많이 먹???? 하다가 응?? 서점 간판이 보인다.
아!!! 그래 6 개월을 잘 살아온 내게 선물을 줘야지!
그래~암만!!!
그렇게 늘 6 개월에 한 번씩 반복하고 있는 루틴!!!
서점으로 달려간다.
(물론 서점을 나와서 지나가는 길목에 또 빵집이???
빵집 들러 또 빵 수거!!!!...이것도 내게 주는 선물인 것이지!)
서점에서 사고 싶던 책들을 찾는데 잘 없다.
윤고은의 소설과 이승우의 소설 그리고 물고기 제목 들어간 그 책을 사려고 다른 서점을 가도 없다.
아...또 알라딘에서 재구매를 해야 하는 건가?
2 월 구매는 이미 끝냈는데ㅜㅜ
생각이 많아지는데 응?? 김이설 작가의 소설집이 눈에 띈다.
<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
비닐 포장이 된 소설집이 눈에 들어왔다.
아....김이설 작가는 넘 좋아하는데도 매번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직접 사놓은 게 그닥 없구나? 깨달아 이번에 구입했다.
미니 수첩이 굿즈로 제작 되었나 보다. 집에 와 뜯어서 보니 작가의 손글씨가 인쇄되어 있다.
˝당신이 서 있는 그 길이, 바로 당신의 길.
기어이 피어오르게 될 당신의 언어는 더없이 찬란하기를.
2020 가을 김이설˝
글을 읽는데 갑자기 눈물이 핑~~
눈에 익은 손글씨가 너무 반가운 것이다.
글귀도 갑자기 위로같기도 하고~
헌데 신간인 줄 알았더니 2 년 전 발간된 소설이었네?
아....미안해서 눈물 쏙!!!
그리고, <페미니즘 철학 입문>
말일 경 여성주의 책을 막 시간에 쫓겨 읽기 시작한지가
어언 4 개월!! 이제 5 개월차 들어간다.
헌데 매번 달력 쳐다보며 시간에 쫓겨 읽다 보니
완독하느라 뒷부분은 이해도 못하면서 막 후다닥 읽기 바쁘고,
또 완독하고 나면 이상하게 여파가 좀 커서인지 후유증이 살짝
생기는 것 같다. 다른 책들을 읽어도 시큰둥 해지면서 약간
번아웃 증상이 오는 듯했다. 뭘까?
특히 이번엔 설 연휴까지 끼어 그게 더 심했던 듯!!
그러다 요즘 다시 정신 차리고 책을 읽으니 사알살 재밌어졌다.
원인은 공쟝쟝님 알라디너 TV 영상을 몇 개 시청하다가
책 읽는 모습을 쳐다 보고 있으니 너무나 부러운 것이었다.
특히나 1 월 책파먹기 영상은 독서괭님과 나에게 헌정하는
것이란 걸 뒤늦게 알고 놀래갖고 며칠동안 계속 틀어서 봤었다.
낭독을 들으면서 책장이 촥촥촥 넘어가는 걸 보니 나도 막
책장을 저렇게 넘기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이상하게 남들 책 읽는 모습을 보면 왜 나도 따라하고 싶을까?
내친김에 평소 아예 보지도 않던 겨울 서점의 김겨울 북튜브도
몇 개 찾아 보기도...그 중 한옥호텔에 2박 3일 묵으며
이승우 작가 소설과 에세이 한 4 권을 들고 가 읽는 영상이
있었는데 아....그걸 멍 때리며 보고 있는데
아....너무 부러운 것이다.
아무 것도 안하고 그저 책만 읽는다.
고즈넉한 편백향이 나는 한옥집에서...
그것도 이승우 작가의 소설을!!!
몇 편 보면서 나는 깨닫는다.
나는 남 책 읽는 모습을 너무나 좋아하구나?
도서관 사진을 좋아하지만 서가의 모습 보다 서가 사이의
책상에 앉아 책을 읽는 사람이 포함된 사진이면 좀 환장한다.
서점 사진을 좋아하는데 서점 안에서 통로나 책 가판에서 서서
책 읽는 사람이 포함 된 사진이어야 더 멋진 사진 같아 보인다.
근데 책 읽는 사람의 영상이라니!!!!
감동받아 나 저 책 꼭 사야지!!! 다짐에 또 다짐만 해왔던 그 책!
그래서 공쟝님 영상 보고 눈독 들인 책이었는데 철학 코너에
딱 꽂혀 있었다.
늘 언제 살까? 고민하던 책이어서 속이 시원하다.
그리고 이승우 작가님의 <미궁에 대한 추측>
실은 다른 제목의 김겨울 북튜버가 추천한 소설을 사고자
했었는데 없었고, 진열된 책은 이미 읽었고,
서가를 돌다가 발견한 문지 클래식 시리즈가 보였다.
응? 처음 보는데 빼서 보니 이승우 작가의 옛 소설집을
시리즈 5 번으로 재출간 된 듯 하다.
근데 책이 이쁜 거다. 꽂아 두고 시리즈로 소장하고 싶다.
문지는 은근 책 표지가 수수하고 이쁘게 잘 만드는 듯!
작가 라인업은 90년도 유명작가들의 이름이 눈에 띄어
더 좋네? 그 시절 나는 놀기 바빠 안읽은 책들이 수두룩하여
한 권, 한 권씩 사다 놓고 읽기에 딱 좋다.
문지 클래식 시리즈를 좀 더 찬찬히 지켜봐야겠다.
그리고,
서점에 비치된 책갈피를 가져 왔는데, 책갈피 속 명언!
˝집은 책으로 가득 채우고, 정원은 꽃으로 가득 채우라.˝
책으로 가득 채우다간
공간도 부족, 통장도 부족
거리로 쫓겨나지 싶은데...생각하면서,
그러나 나는,
계속 책으로 집을 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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