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낮에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이란 영화를 보았다.
이 책의 목차에서 이미 본 제목이라 눈에 익었었고,
김겨울의 겨울서점 영상을 보다가 똑같은 영화의 제목을 언급하며, 프레이야님이 주최한 이벤트 형식과 비슷한 형태의 진행을 하는 것을 보고서 아!! 28 페이지!!!
퍼뜩 생각이 나 일단 이 영화 제목을 찾아서 시청하게 되었다.
영화는 볼수록 빨려 든다.
눈과 귀가 집중해야 할 영화여서인지 너무 볼꺼리가 많아 재밌는 영화였었다. 영화에 쑥 빠져 보느라 애들 점심 차려 줘야 하는 것도 까먹다가 라면을 끓여 먹었다.
가슴 아픈 엔딩 장면이 종일 떠올라, 먹먹했다.
하지만 영화 평을 쓴다면? 과연 어떻게 썼을까?
배 작가님의 책을 펼쳐 읽어보게 된다.
역시!!!! 영화 평론가님!!!
이 책을 어떻게 읽는 게 맞는 것일까?고민을 많이 했다.
앞서 몇 년 전 <고마워, 영화> 책은, 일단 먼저 완독한 이후,
영화를 찾아 보았으나, 이번 책은 언급된 제목의 영화를 먼저 보고, 책을 읽어보리라 계획을 세웠어도 진도가 잘 나가질 않는다.
왜냐하면 영화를 볼 짬이 나질 않으니 그럴 수 밖에...
암튼 작가의 평을 읽고 나니, 내가 놓쳤던 부분들을 다시
상기해 볼 수 있어 좋았다.
![](https://image.aladin.co.kr/product/28341/11/cover150/k432835007_1.jpg)
그렇게 감독 셀린 시아마를 포함해 주체적으로 살고자 한 여성들의 연대와 폭넓은 애정 그리고 예술을 향한 촘촘한 열정을 뜨겁고도 서늘하게 그려 낸다. <가장 따뜻한 색, 블루>(압델라티프 케시시 2013), <캐롤>(토드 헤인즈 2015), <아가씨>(박찬욱2016) 이후 여러모로 훨씬 그윽하고 지극한 영화로 마음에 들어왔다. 남성 감독의 시선으로 그린 여성영화와는 확연히 다른 점이 여러가지로 포착된다. 셀린 시아미는 실제 자신의 경험과 역사적으로 존중받지 못하고 드러내 놓지 못한 여성 삶의 소소하나 소소한 게 아닌 사안을 깨알같이 녹여 놓았다. 가령 여성 드레스에 주머니에 무얼 담지 못하도록 19세기 이후 사라진 주머니를 달아 주고, 조명받지 못한 여성 몸의 수난사로서 낙태 광경을 그림으로 남겨 주고, 결혼이 아니라 책을 좋아하는 여성의 손에 책을 쥐여 주며 그 책의 28쪽에 영감을 주고받은 상대의 얼굴을 삽화처럼 그려 준다. 그리고 아버지의 이름이 아닌 여성 자신의 이름을 걸고 자신만의 시각으로 해석한 그림을 그려서 갤러리에 전시하게 해 준다. 미시사의 한 장면으로 영원히 남겨 역사에서 이름도 없이 사라진 여성들에게 헌정하는 영리한 방식이다. - P135
사랑이라 불리는 감정이 어떻게 발아하고 고조되어 폭발하는가는예술적 영감이 어떻게 점화하고 고양되어 완성되는가에 버금가는물음이다. 이 영화는 그런 물음에 강렬한 미학적 답변을 시각 이미지와 청각 이미지를 살려 세심하게 제시한다. 특히 파도의 격랑, 스케치하는 연필의 사각거림, 불꽃이 타오르는 소리가 청각을 예민하게 자극한다. 여백의 미를 살린 그림처럼 절제된 행동과 대사를 통해 다하지 않는 게 나을 말을 삼키며 대신 깊이 응시하고 정확히 살피는 시선을 통해 감동을 전달한다. 그렇기에 더욱 인물들이 나누는대사에 몰입도가 높고 그 대사를 통해 주요 레퍼런스를 명확히 파악하게 한다. 남성이 배제된 이 영화는 어느 순간도 모호하지 않다는 점에서 여성이 내는 그 목소리가 자신감에 차 있다. - P136
외딴섬의 저택이라는 갇힌 공간에서 엘로이즈와 백작부인, 마리안느와 가정부 소피까지 여성 이 기거한다. 이 모두를 지켜보고담아내는 여성 감독 셀린 시아마와 나까지 여섯 명이 되겠다. -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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