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꿨다. 영화 한 편 찍은 기분이다. 장르는 재난 영화.
꿈속의 배경은 시대가 불분명하지만 주변 건물이나 사람들 옷을 보면 현재일 것이다. 단지 “석유”가 고갈 돼 버렸다는 설정이 주제라면 주제일 것이다. 모든 재난 영화에서 그렇듯 꿈 속 등장인물들은 어쩔 줄 몰라 난리들이다. 도시는 통제 불능에 빠지고 사람들은 약탈을 일삼는다. 라면 한 개에 사람이 죽어 나간다. 그 와중에 난 무슨 정의의 사도라도 되는 양, “질서”를 부르짖다 누군가에게 얻어맞기까지 한다. (그러고 보니 주인공이네.) 헬 게이트가 열린 세상이 아마 그런 세상일지도 모르겠다.
그 와중에 난 도시를 떠나 피난을 간다. 재미있는 건 전철을 타는데 역에서 딱 다섯 정거장 밖에 못가는 상황이다.(기름이 없어서.) 제비뽑기에 당첨 되어 운 좋게 전철을 타고 다섯 정거장을 가서 이번엔 비행기를 탄다.(지구를 떠날 기세.) 역시 비행기도 일정 거리밖에 날지 못한다. 그때 누군가가 나에게 비행기 티켓을 건네주며 자기 대신 타라고 한다.(이런 류의 영화에 나오는 살신성인 캐릭터 등장) 비행기는 곧 이륙하고 지상의 풍경은 살벌하다. 사방이 불바다에 시체가 널려 있다. 그 시체 위로 사람들은 물건을 차지하기 위해 아귀다툼을 벌이고 있다.
지옥 같은 도시를 벗어나 한숨을 돌리고 비행기 시트에 몸을 파묻고 잠을 청하려고 눈을 감는다. 막 잠이 들려는 찰나 스튜어디스의 목소리가 들린다.
“시리얼로 드실래요? 김치찌개로 드실래요?”
어라.비행기에서 웬 김치찌개..?? 무시하고 다시 잠을 청한다. 또 다시 스튜어디스가 고함을 친다.
“늦었어..아침밥 시리얼로 먹을 거야? 김치찌개로 먹을꺼냐고..!!!”
둔부를 사정없이 짓누르는 고통이 엄습한다. 눈을 뜨니 마님이 서슬 퍼렇게 날 밟고 있다. 부랴부랴 아침밥 먹고 주니어 학교 데려다 주고 출근하는데…….자동차 기름등에 불이 켜졌다.
예지몽이었다.
고백하건데 난 로큰롤 베이비다.(헉!) 내 또래 대부분 남자들이 그러하듯 내 젊은 시절은 헤비메탈과 데스메탈, 하드록까지 소음이라 규정지어질 수 있는 음악 속에서 보냈다. 저항정신이라 말할 수 있는 로큰롤의 시대를 그대로 관통했다. 하지만 세월은 지났고 이제 로큰롤은 구시대의 유물이다. 뒤 이어 보이밴드와 팝이 세상을 점령하더니 이젠 힙합이 대세인 시대를 살고 있다.
음악이라고 별 수 있나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이제 대부분의 가수들은 밴드를 대동하지도 않고 마이크를 붙잡고 공연 앞좌석 청중들에게 아밀라아제 그득한 타액을 흩뿌리지도 않는다. 현란한 댄스가 그 자리를 차지했고 인형 같은 외모가 무대를 채우기 시작했다. 뮤지션은 사라지고 엔터테이너들의 시대가 온 것이다. 더불어 각종 기계의 힘을 빌려 요즘 듣는 노래들은 왠지 그 노래가 그 노래 같아 보인다. 과거로 돌아갈 방법이야 철 지난 앨범을 들으며 흥얼거리는 정도였는데 요즘 불고 있는 복고 바람 덕인지 난 다시 록의 시대로 돌아갈 수 있었다.
응답하는 건 1997년만은 아니었나 보다. 10년을 더 넘어가면 이 영화가 등장한다.
동명의 뮤지컬을 영화화 하였고 2시간 넘게 흘러나오는 음악은 그 시대를 점령했었을 부류들이다. 뮤지컬 맘마미아가 처음부터 끝까지 아바의 노래로 도배가 되었다면 이 영화 속 노래들은 록의 시대에 쉽게 접하고 귀에 잘 감기는 음악들의 편곡이 돋보인다. 스토리의 진부함이나 결말의 일관적인 형태는 논외로 치고라도 영화 자체는 귀를 즐겁게 해준다. 오리지널 곡이 아닌 기존의 곡을 사용하여 무리수를 줄이고 모험을 배제시켰으나 서로 다른 두곡을 혼합하여 새로운 느낌을 주는 참신함이 존재한다.
맘마미아가 기라성 같은 배우들을 포진시킨데 비해 이 영화는 특별한 주목을 받는 배우는 사실 존재하진 않는다. 방점을 찍을 수 있는 아주 퇴폐적이며 느끼하신 톰 아저씨(톰 크루즈)의 존재가 도드라져 보일 뿐이다. (어쩜 그리도 영화에서 현실 속 자기 모습을 비하해주시는지..) 이런 핀 포인트가 확실하게 중심을 잡고 등장하는 인물들은 영화 내내 감칠 맛 나는 음악을 들려준다. 언어 문화권이 틀린 이국에서도 제법 흥얼거릴 정도로 선곡은 꽤 대중적인 포석을 둔만큼 록을 좋아하지 않아도 충분히 즐길 수 있어 보인다.
paradise city - Guns N Roses
Just like paradise - David Lee Roth
Nothin' But A Good Time - Poison
Jukebox Hero - Foreigner
I Love Rock & Roll - Joan Jett & the Blackhearts
Hit Me With Your Best Shot - Pat Benatar
More Than Words - Extreme
Heaven - Warrant
Wanted Dead Or Alive - Bon Jovi
I Want To Know What Love Is - Foreigner
I Wanna Rock - Twisted Sister
Pour Some Sugar On Me - Def Leppard
harden my heart - quarterflash
shadows of the night - Pat Benatar
Here I Go Again - Whitesnake
Can't Fight This Feeling - REO Speedwagon
Any Way You Want It - Journey
Every Rose Has Its Thorn - Poison
Rock You Like A Hurricane - Scorpions
We Built This City - Starship
We're not gonna take it - Twisted Sister
Don't Stop Believin - Journey
간만에 영화 한 편 보고 심장이 뜨끈뜨끈해지는 기분이다. 그래서 그런가. 난 하루가 지난 지금까지도 “록 스피릿”으로 충만하다.
We Built This City VS We're not gonna take it
Any Way You Want It
“커피 한 잔 하고 가요”
익숙한 종이컵에 미인 이나영이 화사하게 웃고 있는 길쭉한 비닐 막대의 상단이 뜯겨져 나가며 내용물이 투척된다. 정수기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거운 물이 부어진 후 포장지는 커피를 저어주는 최후의 임무를 수행하고 쓰레기 통으로 직행한다.
날이 추워진 까닭에 이런 온기 나는 액체는 반갑다. 조금씩 나눠 마시며 담배를 한 대 피며 이런 저런 사는 이야기를 나눈다. 어지럽고 복잡한 정치, 사회이야기가 아닌 사람 냄새나는 이야기가 오고간다. 종이컵을 비우고 감사합니다. 한마디를 하고 다음 장소로 이동 준비를 한다. 그 뒤에 들려오는 목소리는 대충 이렇다.
“수고 했어요. 다음에 봐요.”
내가 요즘 많이 마주치는 분들의 모습이다. 이 분들의 근무처는 화사한 색채나 질감을 자랑하는 인테리어하곤 거리가 멀다. 겨우 빛을 밝히는 형광등 몇 개가 높은 천장에 매달려 있고 투박하고 둔탁한 금속제 앵글이 겹겹이 자리 잡고 그 위에 거대한 박스들을 역학적으로 쌓여 무너짐을 방지한 공간이다. 다시 말해 창고다. 종류와 형태가 다양한 가지각색의 물건들이 분류별, 항목별로 자리 잡고 있는 장소이다.
하루에 엄청난 무게의 화물이 들어오고 나가며, 이를 관리하는 직업. 그들에게 화사한 와이셔츠에 단정하게 묶은 넥타이, 광이 나는 구두는 어울리지 않은 패션이다. 두툼한 작업복에 안전화, 그리고 빨간 고무가 코팅된 목장갑이 가장 어울리는 패션일 것이다. 화사한 언변과 유창한 전문용어도 필요 없다. 오히려 식민지 문화의 잔재일 수밖에 없는 일본어가 섞인 변칙적인 외래어가 난무한다. 통로를 질주하는 지게차와 크레인으로 인한 소음 때문에 자연스럽게 기차화통 같은 목소리가 튀어나오곤 한다.
전혀 모르는 사람들의 부대낌이더라도 어마어마한 양의 화물이 들어오면 너나 할 것 없이 덤벼들어 조금이라도 손을 보탠다. 이런 낯선 부류의 사람들과의 만남이 처음엔 어색했지만 이제 서로 땀을 흘리며 화물을 나르며 감사와 고마움의 마음을 가지게 된다. 작은 인스턴트커피 한 잔일지라도 그 안에 담긴 투박하지만 구수한 사람냄새는 꽤 오래갈 것 같다.
내 인생에 깊이보다 폭이 넓어지는 기분이 든다.
처갓집이 분당에 있었을 시기에 차를 끌고 지나가면 꼭 마주치는 건물이 하나 있었다. 그리 크지 않은 이 병원 건물의 입구에는 꽤 큰 글씨로 이 병원에서 투병 중인 연령층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어린이 병원’ 지나칠 때마다 느끼지만 짠해진다. 아프다는 것 자체가 힘들고 고통의 시간인데 그걸 어린 나이에 겪어야 한다는 것. 뭐라 말로 표현하긴 어렵고 힘들지만 그 병원의 간판을 볼때 마다 그 안에서 본의 아니게 생활하는 어린이들을 떠올리곤 했다.
그래도 선진국 대열(헉)에 들어선 우리나라는 그나마 수준이나 환경은 나아 보일지는 몰라도 저 멀리 뜨거운 대륙 아프리카는 그 상황이 더 심각하고 열악하다고 한다. 비록 내 목구먹이 포도청이고 일촉즉발의 생활의 변환점에 와 있다지만 우연히 넷 서핑을 하다 알게 된 아름다운 행사 하나를 소개해보고 싶다. http://happylog.naver.com/sc/post/PostView.nhn?bbsSeq=4328&artclNo=123461436638
자세한 내용은 여기에.... 달리기만 해도 어린 아이들이 저 멀리 피부색도 틀리고 말도 통하지 않지만 그들에게 도움을 전할 수 있는 행사. 가족도 함께 뛸 수 있다고 한다. 더불어 토요일엔 학원을 다니며 보충공부를 해야지 무슨 달리기! 하며 정색하시는 학부모들에게도 “마라톤과 ‘클리닝 이벤트’까지 모든 활동에 참여하는 학생들에게는 자원봉사확인증(4시간)을 발급해드립니다.” 란 솔깃한 떡밥이 존재하니까 많이 많이 참여했으면 좋겠다. 뱀꼬리1 : 이 행사로 마련된 기금이 제발 재테크니 투자니 하며 뻘짓으로 전락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뱀꼬리2 : 2000명 선착순 마감에 오늘까지(23일) 라는 핸디캡이 있지만 기억해 뒀다 다음에라도 참여해보는 것도 좋지 아니한가요.
고백하건데 난 요즘 술을 끊고 살고 있다. 어쩌다 회식을 하더라도 맥주 한 두 모금으로 그날의 술을 끝냈다.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다. 건강. 어찌 보면 술과 관련하여 사형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과거로 뾰로롱 거슬러 올라가자면 올해 초 별 시답잖은 수술을 한 번 받고 고생을 하며 내 몸 상태의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나. 어쩠다나. 수술 전 받았던 체크에서 당뇨의 위험성이 감지됩니다.....란 소견을 의사를 통해 들었다. 식겁. 어디보자 우리집안 가족력이 어찌되나 혈압은 좀 높아도 당뇨는 없었는데.....아니구나. 우리 외할머니가 살짝 당뇨 끼가 있었었지..... 그리하여 수술 직후 나름 관리를 했다. 운동도 하고, 육식을 배제하고 풀떼기로 식사를 하고 혈당을 낮춰준다는 메밀을 열심히 섭취하며 밥은 쌀밥은 안녕, 현미밥 웰컴의 상황이었다. 그런데 어디 직장인 그것도 우리 같은 엄청난 노동시간을 강요당하는 직종에선 관리가 말처럼 쉽지 않더라. 야근이 일상화되면 점심은 어찌어찌 도시락으로 관리를 한다 치더라도 저녁식단은 버겁기 마련이다. 이런저런 환경상태에서 저번 병원을 찾아갔을 때. 의사 샘이 한마디 하신다. ‘그동안 잘 관리하셨나 숙제검사 겸 다음 병원에 오실 땐 피검사를 하겠습니다.’ 그러니까. 댁께서 그동안 몸 상태를 망각하고 주지육림의 세계에 빠지셨나 피를 뽑아 검사를 하시겠다는 말씀. 삼개월치 누적 혈당검사가 가능하다고 한다. 두둥...... 하지만 이런 통보를 받고나 말거나 난 여전히 야근 중이었다. 아침 9시 출근, 퇴근시간은 기약 없는....밖에서 일하는 직종이 아니다보니 등에 땀으로 소금 꽃이 피어 날리는 없겠지만, 엉덩이에 굳은살 꽃이 피는 직종... 이렇게 석 달이 지나고 저번 주 숙제검사를 맡으러 병원으로 갔다. 나름 한다고 했는데...남들 술 마실 때, 맥주 두 모금 마시고....남들 탕슉 먹을 때 난 짬뽕 밥을 먹었는데...남들 제육볶음 먹을 때 난 비빕밥 먹었는데.....남들 버스타고 집에 갈 때 난 걸어갔는데.... 그리하여 결과가 오늘 나왔다. 수많은 대기자들을 앞에 두고 기다리다 간호사 호명에 따라 의사 샘을 만나러 진찰실로 들어간다. 인상 좋게 생기신 선생님은 날 보며 싱긋 웃는다. ‘검사 결과 좋게 나왔네요. 관리 잘되고 있습니다.’ 휴우.. 그러니까 의사 샘을 초면에 들었던 당뇨란 병은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한 수많은 협박과 경고를 인이 박히도록 들어야 할 단계를 지나쳤다는 말씀이었다. 지금 관리 잘하면 평생 잘 먹고 잘 살수 있다는 다시 말해 병원에 돈 갖다 안 바쳐도 된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이제 활동량은 그대로 유지하되 남들 다 먹는 고기도 먹고, 술도 적당히 마실 수 있는 그런 평범한 몸 상태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지화자 만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