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하건데 난 요즘 술을 끊고 살고 있다. 어쩌다 회식을 하더라도 맥주 한 두 모금으로 그날의 술을 끝냈다.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다. 건강. 어찌 보면 술과 관련하여 사형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과거로 뾰로롱 거슬러 올라가자면 올해 초 별 시답잖은 수술을 한 번 받고 고생을 하며 내 몸 상태의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나. 어쩠다나. 수술 전 받았던 체크에서 당뇨의 위험성이 감지됩니다.....란 소견을 의사를 통해 들었다. 식겁. 어디보자 우리집안 가족력이 어찌되나 혈압은 좀 높아도 당뇨는 없었는데.....아니구나. 우리 외할머니가 살짝 당뇨 끼가 있었었지.....
그리하여 수술 직후 나름 관리를 했다. 운동도 하고, 육식을 배제하고 풀떼기로 식사를 하고 혈당을 낮춰준다는 메밀을 열심히 섭취하며 밥은 쌀밥은 안녕, 현미밥 웰컴의 상황이었다. 그런데 어디 직장인 그것도 우리 같은 엄청난 노동시간을 강요당하는 직종에선 관리가 말처럼 쉽지 않더라. 야근이 일상화되면 점심은 어찌어찌 도시락으로 관리를 한다 치더라도 저녁식단은 버겁기 마련이다. 이런저런 환경상태에서 저번 병원을 찾아갔을 때. 의사 샘이 한마디 하신다.
‘그동안 잘 관리하셨나 숙제검사 겸 다음 병원에 오실 땐 피검사를 하겠습니다.’
그러니까. 댁께서 그동안 몸 상태를 망각하고 주지육림의 세계에 빠지셨나 피를 뽑아 검사를 하시겠다는 말씀. 삼개월치 누적 혈당검사가 가능하다고 한다. 두둥......
하지만 이런 통보를 받고나 말거나 난 여전히 야근 중이었다. 아침 9시 출근, 퇴근시간은 기약 없는....밖에서 일하는 직종이 아니다보니 등에 땀으로 소금 꽃이 피어 날리는 없겠지만, 엉덩이에 굳은살 꽃이 피는 직종... 이렇게 석 달이 지나고 저번 주 숙제검사를 맡으러 병원으로 갔다. 나름 한다고 했는데...남들 술 마실 때, 맥주 두 모금 마시고....남들 탕슉 먹을 때 난 짬뽕 밥을 먹었는데...남들 제육볶음 먹을 때 난 비빕밥 먹었는데.....남들 버스타고 집에 갈 때 난 걸어갔는데....
그리하여 결과가 오늘 나왔다. 수많은 대기자들을 앞에 두고 기다리다 간호사 호명에 따라 의사 샘을 만나러 진찰실로 들어간다. 인상 좋게 생기신 선생님은 날 보며 싱긋 웃는다.
‘검사 결과 좋게 나왔네요. 관리 잘되고 있습니다.’
휴우.. 그러니까 의사 샘을 초면에 들었던 당뇨란 병은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한 수많은 협박과 경고를 인이 박히도록 들어야 할 단계를 지나쳤다는 말씀이었다. 지금 관리 잘하면 평생 잘 먹고 잘 살수 있다는 다시 말해 병원에 돈 갖다 안 바쳐도 된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이제 활동량은 그대로 유지하되 남들 다 먹는 고기도 먹고, 술도 적당히 마실 수 있는 그런 평범한 몸 상태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지화자 만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