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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 - 다치바나 식 독서론, 독서술, 서재론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이언숙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1년 9월
평점 :
다치바나 다카시는 '요령껏 책읽기'를 통해 시간을 아껴 더 많은 책들을 읽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무턱대고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 그만한 가치가 없는 책에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먼저 단락 구성을 본다거나 문단별 앞문장만 보고 넘기거나 해서 '전체적인 맥락'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Toefl 강사들의 reading 강의와 비슷하다.)
다치바나 다카시는 자신의 책이 '정독'되기를 바랐을까?
나는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를 읽고 싶은 부분만 꼼꼼히 읽고, 나머지는 대충 넘겼다. 사실 약간 지루한 감이 있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문학에서 Non Fiction으로의 전환이다.
다치바다 다카시는 대학 때까지 문학작품들을 읽어왔다.
고등학교 때는 <결정판 세계문학전집>을 위주로, 스탕달,발자크,플로베르,도스토예프스키,톨스토이,모파상,로렌스,헤세,헤밍웨이등 주로 '고전'이라 불리는 책들을 섭렵했다.
대학 때는 20세기 문학만을 읽었다.
조이스,프루스트,카뮈,보루아르,카프카,포크너,헨리 밀러,생 텍쥐페리,뒤아멜,모라비아,T.S.엘레엇,로렌스 더렐,발레리,J.D.샐린저 등의 책들을 읽었다.
이런 다카시가 직장인이 되면서, 소설에 작별을 고하고
Non Fiction만을 읽게 된다.
왜냐면,소설이 재미없어서라기보다는 논픽션을 읽고서 소설보다 훨씬 재미있는 세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란다.
'전문적'인 독서가이자, 출판인, 저술가로서의 다카시는 이제 '전문서적' 위주의 '깊이 있는' 독서를 하고 있다.
'어떤 분야든 최첨단 정보를 얻고 싶을 때,예를 들어 원숭이학에 관한 것일 경우 대략 높이 1m에 구입비 5만 엔 정도의 자료를 읽으면 대강의 내용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저는 이런 과정을 반복해 가는 가운데 커다란 재미와 즐거음울 느낍니다.소설 종류는 읽을 틈도 없고 읽고 싶지도 않습니다.저는 어떤 영역에 좀더 깊이 들어가 자세히 살펴보고 싶어지면,그 일이 그다지 크게 주목받지 못하더라도 맡아서,그것을 구실로 관심이 가는 영역을 아주 열심히 공부하고 또 공부합니다.' (p59, 나의 독서론 중에서)
이 부분에서 나는 다카시의 강한 '지적 호기심', 아니 호기심을 넘어서는 새로운 지식을 향한 끝없는 '욕심'을 느낄 수 있었다.
다카시는 새로운 음식을 먹어 보고, 새로운 스타일의 여자를 사귀는 것 처럼 , 기존 지식이 없는 미지의 분야, 예를 들어 '원숭이학' 같은 생소한 분야에 대해 '독서'를 통해 '지식'을 얻는 것에 커다란 즐거움을 느낀다. 그 분야에 관한 수많은 '전문서'를 읽으면서 말이다.
끝없이 지식을 탐하는 다카시에게, 이제 fiction은 그다지 큰 즐거움을 주는 읽을거리가 아니다.
홈페이지를 만들고, 누구나 클릭만 하면 들어와서 볼 수 있는 <독서일기>를 쓰면서, 난 가끔 내 옷장에 무슨 옷이 있는지 다 보여 주고 있는 것 같은 '부끄러움'을 느낄 때가 있다. <독서일기>도 일기이고, 한 사람의 취향이나 지적인 성향 또는 수준(?)을 타인에게 내어 놓는 일인 것이다.
다카시의 독서일기에서 그의 fiction에서 non fiction으로의 전환은 참 흥미로웠다. 하지만, 난 다카시 식의 책 읽기는 하고 싶지 않다.전문가도 아닐 뿐 더러, 다카시에게서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같은 걸 어렴풋이 느꼈기 때문이다.그냥 책은 말이다, 침대에 엎드리거나 도서관 창가에 앉아서 기분 좋게 읽는게 내 취향이고, 앞으로도 그러고 싶다.
수선이의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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