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서주의자의 책 - 책을 탐하는 한 교양인의 문.사.철 기록
표정훈 지음 / 마음산책 / 2004년 10월
평점 :
품절


<탐서주의자의 책>(표정훈 지음/마음산책)을 읽다.

이 책을 존경하는 선배 두 분이 추천해 주셨다.

<책은 나름의 운명을 지닌다>를 읽고 실망한 내게,
이 책을 추천해 주신 마산 MBC 임나혜숙 PD.

방명록에 글을 남겨 주셨다.

"표정훈의 책은 <책은 나름의 운명을 지닌다> 보다 마음산책에서 나온 <탐서주의자의 책>이 더 표정이 있는 것 같던데.....
이게 감성수선화가 원하는 책이 아닐까."


또 다른 한 분은 내가 "ideal person"으로 생각하는 소설가 김영하.
<책은 나름의 운명을 지닌다>를 읽고 쓴 내 독서일기에 이런 댓글을 달아 주셨다.

" 기대하신 그런 내용의 책이 최근 출간되었습니다. "탐서주의자의 책"이라고... 그리고 포장이사가 가장 싫어하는 게 책입니다. 견적 아주 많이 나옵니다. ^^"

<책은 나름의 운명을 지닌다>를 읽고 내가 실망한 이유는
책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기대했던 바와 달랐기 때문이었다.

<책은 나름의 운명을 지닌다>을 읽고 나는 이렇게 썼었다.

그런데....
내가 기대한 책의 내용과 상당히 달랐다.

나는 이런 책을 상상했다.아니 기대했다.
표정훈의 아주 자전적인 내용,
어떻게 하여 나는 "출판평론가"가 되었으며,
"독서는 나의 삶을 어떻게 바꾸었나"
뭐 이런 개인적인 고백.


<탐서주의자의 책>은 전작 <책은 나름의 운명을 지닌다>에 비해
개인적인 고백, 자신이 책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절절한 고백이 가득하다.

책날개에 있는 저자 소개도 재미있다.

'술 마시는 건 싫어도 술자리는 좋다.'고 말하는 사람을 싫어하고 '책 읽는 건 싫어도 책은 좋다.'고 말하는 사람을 좋아한다.조류 공포증,개 공포증,물 공포증 그리고 약간의 고소 공포증이 있으며 록밴드 퀸과 가수 박영미의 노래에 열광하고,백자,디스,한라산,원으로 바꿔가며 담배를 끊지 못하고 있다.다양한 지식의 얼개와 갈피를 붙잡아 그물을 짓는 게 취미이자 일이다.'

"다양한 지식의 얼개와 갈피를 붙잡아 그물을 짓는 일"
바로 이 한 줄의 문장이 표정훈의 책과 일을 가장 압축적이고도 적확하게 설명하고 있다.

표정훈은 다양하고 방대한 독서로 얻은 지식을
조합/편집/전달하는데 뛰어난 소질이 있다.

서평전문가(?) 강유원은 자신의 서평집 <책>에서 <장정일의 독서일기 2>를 읽고, 이런 평을 했다.

"장정일은 많은 분량의 책을 읽지만 그것이 지식으로 축적되는 것 같지는 않다.다시 말해서 구슬은 많지만 그것을 꿰어서 이론적 줄거리를 만들어 내지는 못하는 듯하다."

지식의 얼개를 촘촘한 그물로 만들어 내지 못한다고 장정일을 비난했던 강유원은, 아마도 표정훈의 책을 읽고 고개를 떨구며 경의를 표하고 있지 않을까?

표정훈의 <탐서주의자의 책>은 전작 <책은 나름의 운명을 지닌다>에 비해 표정훈이라는 한 인간의 취향과 역사를 엿볼 수 있는 사적 고백이 책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지식의 얼개와 갈피를 붙잡아 그물을 짓는 일"로 그의 속성과 일을 정의할 수 있는 표정훈의 책은 방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 책을 읽고 한 번도 개인적으로 만난 적이 없는 표정훈의 성향을 추측해 본다면

1. 표정훈은 절대 절절한 감정을 전달하는 유행가 가사를 작사하기에 적합한 인간이 아니다.
2. 표정훈에겐 전혀 알지 못하는 분야(예를 들면 그리스 현대문학)에 대해 100장 짜리 리포트를 쓰는 일이,
<33세의 팡세> 같은 칼난 선 감정의 고백을 글로 나타내는 자전적 에세이를 쓰는 일 보다 몇 백배 쉬운 일이며, 적성에 맞는 일이다.
3. 표정훈은 인터넷 검색의 달인이다. 세계 각국의 다양한 포탈 사이트를 방문하며, 정보를 찾아 내는데 하이애나적 본능을 가지고 있다.

표정훈은 아무리 일상적인 소재를 글로 쓴다 하더라도
자신의 이야기, 자기 고백으로만 페이지를 채우는 걸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

<탐서주의자의 책>의 한 꼭지를 예로 들어 보자.
제목은 "봄날의 도서관을 좋아하세요?".

그 얼마나 자기 얘기를 하기에 좋은 소재인가?
보통 사람들은 봄날의 도서관에서 일어났던 에피소드 한두개로 재미있게 글을 풀어간다.

하지만 표정훈은 다르다.
"봄날의 도서관을 좋아하세요?" 란 제목의 산문에서 표정훈은 이런짜임으로 글을 썼다.

1. 대영도서관 화장실에서 성관계를 갖다가 발견된 용감한 커플 이야기(2001년 7월 19일자 로이터통신 보도)
2. 왜 하필 도선관일까?
- 도서관에서 가슴이 설레일 수 밖에 없는 여러가지 이유와 추론
3.도서관이 중요한 배경으로 나오는 영화들
- <러브레터>.<러브스토리>,<봄날을 곰을 좋아하세요?>,<접속>,<쇼생크 탈출> 등.
4. 현실의 도서관은 낭만적인 곳이 아니다. 진학과 취업을 위한 고투의 장소로 변질된 현실의 도서관.
5.클라우스 후이징의 <책벌레> 인용.

"봄날의 도서관을 좋아하세요?"라는
극히 일상적인 소재를 쓴 산문에도 자기 얘기는 별로 없다.

자신의 기억을 들추며 몇 개의 에피소드를 재미있게 풀어내는 대신,
대영도서관 화장실 사건을 시작으로 도서관이 배경이 된 영화 이야기, 클라우스 후이징의 <책벌레> 인용까지 "봄날의 도서관"과 연관된 방대한 지식을 엮어서 하나의 산문으로 풀어낸다.

지식의 조합/편집/전달
이것이 바로 표정훈의 주특기다.

이 책 재미있게 읽었다.
하지만 아무리 술에 취해도 자기 얘기는 아끼는 얄미운 친구들 처럼, 표정훈도 자기 고백에는 인색하다.
아니 인색하다기 보다 나누어 주고 싶은 정보가 너무 많아서 자기 얘기에 지면을 많이 할애하지 못하는 것 같다.

나는 자기고백을 좀 더 듣고 싶었는데...
재미있게 읽었는데 2% 부족하다.

수선이의 도서관

www.kleinsu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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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필라델피아의 홈리스- 톰 글랠리쉬 作 >


오늘 아침,
너무도 우.울.했.다.

이 지랄 같은 우울함은 도대체 언제 끝나는걸까?
점심시간에 사무실을 탈출했다. 답답해서...
고작 내가 찾은 탈출의 공간은 pc방.

여의도에서 근무할 때는,
힘들 때면 가끔 점심시간에 차를 몰고 한강고수부지에 갔었다.
처음 한강고수부지에 갔을 때,
난 작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주차장의 그 많은 차들에는,
대부분 운전석에 사람이 앉아 있었다.

의자를 뒤로 젖히고 자고 있는 사람도 있고,
한강을 멍하니 바라보며 담배를 피는 사람도 있고,
차에 기대어 서서 자판기 커피를 마시는 사람도 있었다.

주차장에 빈차 보다
멍하니 앉아 있는 사람이 많다니....

힘든건 나만이 아니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
그 많은 사람들을 한강고수부지로 내보낸 가공할 스트레스.
그 사람들의 가족들은, 친구들은, 회사 동료들은
그 사람이 그런 텅빈 시간을 보내고
사무실로 돌아왔다는 걸 알까?

언젠가 내 홈피 방명록에
"동명인" 이라는 아이디로
"수선"이라는 나와 같은 이름을 가진 분이 글을 남겼었다.
자신의 cy 미니홈피 주소도 알려 주었는데,
그동안 정신이 없어서 잊고 있었다.

사무실을 탈출한 점심시간의 pc방에서,
우연히 동면인의 홈피에 들렀다.
( 일부러 찾아 들어간게 아니라,
cy 클럽 함께살기에 서수선님의 글이 있었다.
난 그 이름을 보는 순간,
약간의 떨림을 느끼며 수선님의 이름을 클릭,
미끄러지듯 그 홈피로 이끌려 들어갔다.)

수선님의 미니홈피에서
난 "부끄러움"을 느꼈다.

그 공간은
친구들 사진과 잘 나온 자기 사진, cy를 떠도는 웃기는 사진 스크랩으로 가득찬 신변잡기의 공간이 아니라,
세상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외침"이 가득한 범상치 않은 공간이었다.

그 공간에는
" 죽음에 관해 묵상하라 "
" 현실에 대해 분노하라 "
등의 가볍지 않은 제목의 폴더들로 나누어진
보는 이의 마음을 후벼 파는 수많은 사진들이 있었다.

할례를 받는 여자들의 모습,
그 여자들이 흘린 피,
보스니아 내전 사진,
여기 내가 퍼온 홈리스의 사진 등
이 세상의 폭력과 고통,
고개를 돌려 버리고 싶은 수많은 사진들이 있었다.

이 홈피를 내가 이 시간에 들리게 된게 다만 우연일까?

나는 "부끄러움"을 느꼈다.

세상이 이 모양인데,
넌 니 자신의 감정에 끌려 징징거리고 있구나.

사치스럽다.
부끄럽다.
내 감정의 사치.

"세상을 정면으로 바라보라." 는 메시지를 듣기 위해,
내가 오늘 사무실을 탈출한 걸까?

요시모토 바나나는 이런 말을 했다.
세상에 조금이나마 "위안"을 주는 글을 쓰고 싶다고...

나는 많은 글들을 읽으며
위안과 구원, 에너지를 받아왔다.

그래서....
그들이 내게 나누어준 에너지에 항상 감사한다.

나도 조금이나마 누군가에게 "위안"을 주고 싶다.
그런 글을 쓰고 싶고,
그렇게 살고 싶고,
세상의 고통에 고개를 돌리지 않고
아프더라도, 많이 아프더라도
정면으로 바라보고 싶다.

더 이상 나의 사치스런 감정에 끌려 다니지 않겠다.
나만 보이는 거울을 가지고 다니며,
혼자서 힘들다고 투정부리지 않겠다.

작가는 행복해야 한다.
그래야 행복이라는 바이러스를 전파시킬 수 있으니까....

그래서....
난 꼭 행복하겠다.
더 이상 징징거리지 않겠다.
더 이상 내 감정의 장난질에 질질 끌려다니지 않겠다.

자...그럼
씩씩하게 사무실로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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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마릴라 2004-11-12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핫.

안녕하세요 수선님.

수선님의 글을 읽고 왠지 저도 부끄러워지던걸요^^;

요즘 사무실 일 등등에 우울해하고 있었거든요.

'작가는 행복해야한다'라는 말, 정말 맞지 싶어요.

후훗~기운내세요!
 

울 회사의 출근시간은 8시.
아침잠이 많은 나는 힘들게 일어나 칼출근을 한다.

<아침형 인간>을 읽고 2주 정도 새벽 5시에 일어나
산책도 해보고 그랬는데, 결과는 참담했다.
쌍코피를 쏟으며 포기.
다 타고난 생체리듬이란게 있는거지....

집에서 7시에 나와 버스를 탄다.
출근길 버스에서 사람들 틈에 치이는 것 보다 힘든건,
원하지 않는 라디오 방송을 들어야 한다는 거다.

버스나 택시를 타면 기사 아저씨의 취향에 따라
라디오를 듣는 인내를 감수해야 한다.

출근길에 난 항상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들어야 한다.
주로 책을 읽거나 딴 생각을 하기 때문에 거의 들리지 않는데,
요즘 나를 자극하는 노래가 있으니.....

"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울어.
참고 참고 또~ 참지 울긴 왜 울어."


오늘 아침 남편에게 힘이 되는 노래를 불러 주세요! 손도 한번 잡아주시구요!

마음의 힘 캠페인, 교보생명


마음의 힘을 얻으라고 이런 캠페인을 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캔디 주제가를 들으면서 엄청난 에너지를 얻을지 모르지만,

난.... 짜증이 난다.

난 캔디 주제가가 싫다.
"울면 안돼!"
"참고 참고 또 참아!"
"끝까지 견디자! 오직 인내하는 자만이..."

난 이런 말이 싫다.

힘들 때 좀 울면 어떠냐?
지치도록 울고 나면 속이 얼마나 시원한데....

캔디 주제가에서 희미한 군국주의의 냄새를 맡는다면 내가 너무 삐딱한걸까?

특히 남자들은
어렸을 때 부터 처절하게 감정표출을 억제할 것을 강요 받는다.

남자애들이 울면 부모님, 선생님들이 한 목소리를 내어 혼낸다.

" 사내 자식이 울긴 왜 울어? 창피하지도 않아? "
" 계집애들도 이런 일로는 안 울겠다."
" 사내 자식이 이렇게 약해 빠져서 뭐가 되려고 그래?"

남자들은 어렸을 때 부터
'남자는 강해야 한다'라고 세뇌교육을 받는다. 그래서....어른이 된 후 누구 앞에서 울면 큰 일 나는지 안다.

불쌍하다.
좀 울면 어떠냐?
우는 것도 웃는 것 처럼 자연스런 감정의 표출이다.

뭐하려고 힘든데 참고 참고 또 참아야 하는지...
그냥 시원하게 좀 울어 버리면 뭐 어때서....
아무리 힘들어도 강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강박관념.

진정 현명한 아내라면
출근한는 남편의 뒷모습을 보면서
캔디 주제가를 부르는 대신,
이렇게 말하는게 어떨까?

" 여보! 오늘 회사 하루 쉬어! 그 놈의 회사 다니기 싫으면 때려 쳐 버려. 당신 이제 좀 쉬어도 돼. 공부도 더 하고 싶다면서? "

말이라도 한번 이렇게 하는게 더 힘이 되지 않을까?

남자 혼자 짐을 다 지게 하지 말자.
회사 다니는거....진짜 장난 아니게 힘들다.
더러운 일, 치사한 일, 기가 막혀서 말도 안나오는 일....허다하다.

출근하는 남편의 손을 잡고
참고 참고 또 참으라고 노래를 불러주는 대신,
" 당신 쉬고 싶으면 좀 쉬어!"라고
말할 수 있는 당당한 아내가 많다면
이 세상이 보다 평등하고 평화롭지 않을까?

작년인가, 어떤 또라이랑 선을 본 적이 있다.
그 남자는 무슨 면접관 처럼
여러가지 허접한 질문을 잔뜩 준비해 와서 끊임 없이 질문을 했다.

" 남편에게 아침밥을 차려 줄 수 있어요? "
" 시부모님을 잘 모실 수 있나요? "

무슨 종신제 파출부 면접왔는지 아나....

예의상 대충대충 성의 없는 대답을 하고 넘겼는데,
그 남자가 결정적인 질문을 했다.

"내조를 잘 할 수 있어요?"

아..... 그 심오한 질문의 세계.
난 잠시 망설이다 물었다.

"내조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그 남자....당황했다.
할 말을 잃고 나를 쳐다 봤다.

난 대답했다.

"반찬 잘 하고, 집 이쁘게 꾸미고,
매일 새벽에 일어나서 따뜻한 국을 준비하고
와이셔츠를 날서게 다리는게 내조라면 남들 보다 잘 할 자신 없어요.

그런데....
전 내조란 서로 행복할 수 있도록 돕는거라 생각해요.

남자가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가족들한테 얽매여서 포기한다면 슬프쟎아요?
전 남자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최소한 하고 싶은 일을 하는데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할 자신은 있어요."


그 남자는 나의 일장연설에 질려버렸다.

내가 사랑하는 남자가 힘들어 한다면,
축 쳐진 뒷모습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애써 웃는 모습을 보이려 한다면,
난 슬플 것 같다.

참고 참고 또 참으라고 노래를 부르는 대신,
같이 실컷 울고 싶다.
속이 시원해 질 때 까지....

남자가 내 앞에서 실컷 울 수 있도록
그런 편한 상대가 되어주고 싶다.

그리고 제발...
남자에게건, 여자에게건, 이 세상 그 누구에게건,
참고 참고 또 참으라고 하지 말자.

참으면....병 된다.
힘든 일이 있으면 같이 나눠야지.

힘들 땐,
실컷 울어요! 속이 시원해 질 때 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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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벌식자판 2004-11-11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_^)

야클 2004-11-11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짝짝짝!!! 공감이 가는 글이네요. 하지만....그래도..... 울때 울더라도 참을만큼은 참아보고 견딜만큼은 견뎌보고 울렵니다. ^^~

릴케 현상 2004-11-18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 때는 울어야죠^^ 저는 어릴 때 울면 아버지가 좀 우렁차게 울라고 하던데...무슨 아긴가^^

kleinsusun 2004-11-18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울 때 울어야 해요. 속이 후련하게...

글쿠...중요한건....울고나서 후회하면 안되요.ㅋㅋ

marine 2004-12-16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저도 출근길에 손석희의 "시선집중" 듣는데, 요즘 카풀하면서 어쩔 수 없이 김성주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거 들어요 시선집중 들으면 뉴스 안 봐도 되고 시사문제에 밝아질텐데, 참 아쉽죠

글샘 2004-12-18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결혼은 당분간 힘들겠군요. ^^ 우리나라에서 클라인수선님처럼 행복한 내조를 받을 수 있는 남편은 드물거든요. 하긴, 남자들이 좀 그런 면이 있답니다. 역사가 만들어낸 디엔에이 같은 거요. 에쿠니 가오리의 '이쿠츠모노슈마츠' 읽으면서, 아, 여성들이 바라보는 남성은 이런 거구나. 했습니다.

글이 시원시원해요. 성격도 그럴 것 같네요. 시원시원하고 재미있고... 혼자 있으면 좀 멜랑콜리해 지면서 게으름을 즐기는, 뒹굴뒹굴족.^^ 틀리면 그만이고요.^^

icaru 2005-01-07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외로우면 울고...힘들면 힘든티도 내는거죠...

저는 그래서.... 극기훈련 같은 게 젤 싫더랍니다....
 

오늘 사무실로 두권의 책이 배달되었다.
(요즘 엄마가 무서워서 주소를 집에서 회사로 바꿨다.
이러다가 정말 방이 내려 앉을 것 같다는 엄마의 걱정 및 잔소리가 점점 심해지기 때문이다.시집은 안가고 허구한 날 책만 배달 시키는 딸이 야속하기도 하시겠지..... 그 맘을 이해하기에, 주소를 사무실로 바꿨다. 아....난 진정 이 시대의 "효녀"인 것 같다.ㅋㅋ)

요즘 인터넷 서점의 배송은 정말 빠르다.
단, 잘 팔리는 책을 주문한다는 전제 하에서....

10권을 한꺼번에 주문했는데,
그 중에 한권이 없다며 배송을 지연시킬 때도 있다.
미리 전화해 주면 좋을 것을....

전화해서 왜 배송이 아직 안 되었냐고 물어보면,

" 죄송합니다. 고객님께서 주문하신 책들 중 한권의 입고가 지연되고 있습니다. 부분 배송을 해드릴까요?"

하고 아주 친.절.하.게 물어본다.

화가 나서 전화를 했었지만,
닭살이 돋을 만큼 친절한 목소리에 대답한다.

" 네."

오늘 배달된 책은,
그러니까 둘다 "베스트셀러"다.

뭐냐?

하나, 장영희 에세이집 <내 생애 단 한번>(샘터)
- 이 책을 왜 주문했냐? 아주 충.동.적.으로
이틀 전인가?
내 알라딘 서재에 야클님이 댓글을 남겼다.
댓글 남긴 사람의 서재 대문사진이 아주 작은 크기로 보인다.
난 야클님의 대문사진을 보고 당연히 "진주귀고리 소녀"인지
알았다.
그런데...야클님의 서재를 방문해 보니....



난 너무 웃겨서 근무시간에 웃음을 터뜨려 버리고 말았다.
(난 항상 웃음소리가 너무 커서 경고를 받는다. 주위 사람들이 깜짝 놀라서 쳐다 봤다.)

서재 이름도 마음에 쏙 들었다.
"책 없는 서재"

난 아주 유쾌한 마음으로
야클님의 정말 몇 편 안되는 리뷰를 읽어 보았다.
장영희의 <내 생애 단 한번>을
"가슴 뭉클한 책"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었다.

충동적인 수선, 그 자리에서 주문 클릭!
( 물론 야클님의 서재에 반해서 상당히 기분이 좋은 상태였다.)

그런데...
한권만 사기가 미안해서 책을 한권 더 주문했다.
( 물론 배송료는 한권만 사도 꽁짜다.)

난 왜 이렇게 착할까?
집에 나 혼자 있을 때도 짜장면 한 그릇만 시키기가 미안해서,
탕수육을 곁들여 시키기도 한다. ㅋㅋ

다른 한권은,
진중권의 <폭력과 상스러움> (푸른숲).

여태까지,
진중권의 책을 단 한권도 읽지 않았다.
이상하게 왠지 거부감이 들었다.
너무 "센 척" 하는 것 같아 부담스러웠고,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닐까 하는 선입관이 있었다.

그런데...
월요일 퇴근길에 지하철에서 <씨네 21>을 읽다가,
진중권이 쓴 글에 너무도 속이 시원해서 앞으로 진중권을 사랑하기로 했다. 그런 뜻에서 진중권의 책을 한권 구입.

<폭력과 상스러움>.
벌써 1판 10쇄다.
진중권은 정말 인기 논객(?)이구나...

진중권의 책을 먼저 읽어봐야 겠다.
여태까지 뚜렷한 이유 없이 거부해 왔던
그의 책이 나와 어떤 궁합일지 아주 궁금하다.

비가 많이 온다.
오늘..... 왜 이렇게 일하기 싫지?

심호흡을 하고,
즐겁게 일하자.

Back to 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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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4-11-10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_-;; 부끄부끄... 리뷰같지도 않은 제 리뷰를 읽어보셨군요.그나저나 그 책 맘에 드셔야할텐데. 장영희교수님이 아마 수선님 학교선배님이시죠? 기억에 남는 독서가 되길 바랍니다.

kleinsusun 2004-11-10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저희 학교 영문과 교수님이세요.

한 과목도 들어 본 적은 없지만... 학교 다닐 때 공부 좀 할껄...ㅋㅋ
 

1997년.
내겐 많은 변화가 있었다.

1월 - 회사원이 되다.
꿈도 두려움도 컸던 어설픈 새내기.
날짜까지 기억한다. 1월 13일.
신입사원 선서를 시작으로 한달 넘는 합숙을 시작하다.
새벽 부터 일어나 구보를 하고,
산을 넘고 얼음판을 구르며 극기훈련을 하고,
나도 모르게 사가를 흥얼거리며 샤워를 하다.

2월 - 대학 졸업. 뭐 졸업식이라는 의례였을 뿐이지만....
필름 한통이 넘는 사진들, 졸업장 한장으로
학생 딱지를 떼다.

3월 - 해외영업팀에 배치되다.
조직 생활의 본격적인 시작.
모든게....만만치 않았다.

이렇게 시작된 1997년.
난 소설을 단 한 권도 읽지 못했다.

왜냐구?

시간이 없어서?
- 물론 아니다. 신입사원이 바빠야 얼마나 바쁘겠냐.

책을 아예 안 읽었냐구?
- 아니다. 억수로 많은 책들을 읽었다.

무슨 책들을 읽었냐구?
- <마피아 경영학>, <로마인 이야기>, 이문열의 <삼국지>등등.
지금의 나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영악한' 책들을 읽었다.

그럼 왜 소설을 한 권도 읽지 않았냐구?
- 소설을 읽다가 비장한 현실로 복귀하는 것이 두려웠다.
소설이 너무 사치스럽게 느껴졌다.
특히, 우울하고 퇴폐적인 소설은 읽을 수가 없었다.
소설과 현실의 거리가 너무도 멀게 느껴졌다.
( 삼국지는 소설이 아니냐구? 내겐 처세/실용 도서로 분류된다.)
난, 조직 생활에 적응하려고 이를 악물고 최선을 다했다.
나의 최선이란....
건조한 인간이 되려는 처절한 노력.
그렇지 않고는 너무 힘들었다.

<마피아 경영학>.
이런 책들을 읽으면서 비장한 각오를 했다.
성공하는 사회인이 되리라....
('스물셋의 사랑 마흔 아홉의 성공' 이런 책도 읽었다.
작년에 서재 정리하다가,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버렸다.)

줄까지 그으면서 읽었다.
" 물고기는 입을 벌려서 죽는다."
" 적을 처치하려면 확실히 죽여라." 등등....

그래서 성공한 사회인이 되었는가?
- 회사 밖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내가 회사원인지 모른다.
내 또래 회사원 여자들에게서 느껴지는 도시적이고 사무적인
분위기가 내겐 느껴지지 않나 보다.
출장 갈 때 비행기에서 옆에 앉은 사람들이 항상 묻는다.
" 음악하는 분이세요?"
- <마피아 경영학>을 줄을 그으며 읽던 야심만만한 신입사원이었던 나는, 지금 소설 나부랭이를 끼고 다니는 비주류 회사원이 되었다.
- 두번이나 회사를 그만 뒀다.
그리고....다른 대안이 없어서 수평 이동을 하며,
회사원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가끔씩 친구들은 빈정거리며 말한다.
"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문화를 비교하는 책을 한권 쓰지 그래?"
얄미운 것들.

1997년.
난 단 한권의 소설도 읽지 않았다.

지금 나는 주로 소설을 읽는다.
가끔 너무 말랑말랑한 책들만 읽는게 아니냐는 비난을 받는다.
사회과학 서적도 좀 읽고, 경영서도 좀 읽고 하라고....

얼마 전 서점에서 보니
<타고난 성격으로 승부하라> 뭐 이런 책이 있던데,
제목 참 맘에 든다.

내게 맞지 않는 신발을 신고 단거리 달리기에서 우승하려고
너무 가혹한 노력을 했다.

이제 내 자신을 그렇게 괴롭히고 싶지 않다.
좀 뒤져도 좋으니까,
내 자신을 자유롭게 풀어주고 싶다.
몸에 꽉 끼는 체형보정 속옷을 입고 날씬함을 뽐내는 것이 아니라,
토실토실한 살집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며 씩 웃고 싶다.

누구나 하나쯤은 소명이 있겠지.
피튀기면서 조직에서 앞서가지 않아도,
나에겐 다른 뭔가가 있겠지.
그렇게 믿고 싶다.
아니 그냥 사이비 종교를 믿듯이 그냥 콱 믿어버리련다.

요즘 회사에서 진짜 스트레스 많이 받았다.
앞서 가지 못해서 안달이 났었다.
오늘...그런 내가 불쌍하게 느껴졌다.

항상 내게 따뜻한 애정을 가지고 대해주는 K 선배.
오늘 내게 말했다.
" 성대리, 좀 설렁설렁해요. 펑크 좀 내고 하면 어때요?"

고마운 K선배.

소설을 한 권도 읽지 못했던 97년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
난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려 한다.
좀 돌아가도 상관 없다.

난 워낙 길눈이 어두워서
초행 길을 운전할 때면,
택시 기사들에게 10번도 넘게 길을 물어서 내릴 때면 목이 쉬려 한다.
매번 길을 잃으면서 깨달은게 있다.
아무리 돌아돌아 가도 결국은 목적지에 도착한다.

천천히 가자, 천천히!
뒤에 차들이 빵빵거리든 말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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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벌식자판 2004-11-10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말을 해도 될지 모르겠는데...

재밌게 읽었습니다.

마치 시를 읽는 것 같았어요. 술술술술 잘 읽히네요.

저도 님 같은 마음가짐을 가지고 사회 생활을 했으면 하네요.
헐 헐 헐 그나저나 빨리 취업을 해야 되는데..... (^_^)a

97년 캬~~~
97년에 저는 초코파이 속에 숨은 참맛을 깨닫기(?) 위해
봉사하러 갔었지요. 벌써 7년이...

kleinsusun 2004-11-10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97년 캬~~~ 제 나이가 넘 많나요? ㅋㅋ

세벌식 자판님의 서재에 방문했더니, 만화책들이 많이 있네요.

신 천하무적 홍대리 오늘 주문하기로 결정. 재미있죠? 기대 만빵!

세벌식자판 2004-11-10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화책을 좋아하시나 보군요. 이렇게 반가울 수가... ^^;

그거 아세요?

www.khan.co.kr ----> 인터넷 경향신문인데요.

첫화면에서... 왼쪽 위를 보면 [경향신문][언바세바] 가 있는데... 경향신문 클릭

왼쪽편 중간을 보면 [연재만화] 가 있습니다 연재만화 클릭...

다시 오른쪽을 보면 연재만화를 선택하는 곳이 있는데....

거기에 [태평천하 홍대리]가 있습니다. ^^;

일주일에 한 번씩 올라오는데... 그래도 보면 재밌습니다.

거기에 연재 되는 만화중에 [습지 생태 보고서]도 참 재밌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_^)

세벌식자판 2004-11-10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으로 자주 놀러오겠습니다. 히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