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필라델피아의 홈리스- 톰 글랠리쉬 作 >


오늘 아침,
너무도 우.울.했.다.

이 지랄 같은 우울함은 도대체 언제 끝나는걸까?
점심시간에 사무실을 탈출했다. 답답해서...
고작 내가 찾은 탈출의 공간은 pc방.

여의도에서 근무할 때는,
힘들 때면 가끔 점심시간에 차를 몰고 한강고수부지에 갔었다.
처음 한강고수부지에 갔을 때,
난 작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주차장의 그 많은 차들에는,
대부분 운전석에 사람이 앉아 있었다.

의자를 뒤로 젖히고 자고 있는 사람도 있고,
한강을 멍하니 바라보며 담배를 피는 사람도 있고,
차에 기대어 서서 자판기 커피를 마시는 사람도 있었다.

주차장에 빈차 보다
멍하니 앉아 있는 사람이 많다니....

힘든건 나만이 아니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
그 많은 사람들을 한강고수부지로 내보낸 가공할 스트레스.
그 사람들의 가족들은, 친구들은, 회사 동료들은
그 사람이 그런 텅빈 시간을 보내고
사무실로 돌아왔다는 걸 알까?

언젠가 내 홈피 방명록에
"동명인" 이라는 아이디로
"수선"이라는 나와 같은 이름을 가진 분이 글을 남겼었다.
자신의 cy 미니홈피 주소도 알려 주었는데,
그동안 정신이 없어서 잊고 있었다.

사무실을 탈출한 점심시간의 pc방에서,
우연히 동면인의 홈피에 들렀다.
( 일부러 찾아 들어간게 아니라,
cy 클럽 함께살기에 서수선님의 글이 있었다.
난 그 이름을 보는 순간,
약간의 떨림을 느끼며 수선님의 이름을 클릭,
미끄러지듯 그 홈피로 이끌려 들어갔다.)

수선님의 미니홈피에서
난 "부끄러움"을 느꼈다.

그 공간은
친구들 사진과 잘 나온 자기 사진, cy를 떠도는 웃기는 사진 스크랩으로 가득찬 신변잡기의 공간이 아니라,
세상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외침"이 가득한 범상치 않은 공간이었다.

그 공간에는
" 죽음에 관해 묵상하라 "
" 현실에 대해 분노하라 "
등의 가볍지 않은 제목의 폴더들로 나누어진
보는 이의 마음을 후벼 파는 수많은 사진들이 있었다.

할례를 받는 여자들의 모습,
그 여자들이 흘린 피,
보스니아 내전 사진,
여기 내가 퍼온 홈리스의 사진 등
이 세상의 폭력과 고통,
고개를 돌려 버리고 싶은 수많은 사진들이 있었다.

이 홈피를 내가 이 시간에 들리게 된게 다만 우연일까?

나는 "부끄러움"을 느꼈다.

세상이 이 모양인데,
넌 니 자신의 감정에 끌려 징징거리고 있구나.

사치스럽다.
부끄럽다.
내 감정의 사치.

"세상을 정면으로 바라보라." 는 메시지를 듣기 위해,
내가 오늘 사무실을 탈출한 걸까?

요시모토 바나나는 이런 말을 했다.
세상에 조금이나마 "위안"을 주는 글을 쓰고 싶다고...

나는 많은 글들을 읽으며
위안과 구원, 에너지를 받아왔다.

그래서....
그들이 내게 나누어준 에너지에 항상 감사한다.

나도 조금이나마 누군가에게 "위안"을 주고 싶다.
그런 글을 쓰고 싶고,
그렇게 살고 싶고,
세상의 고통에 고개를 돌리지 않고
아프더라도, 많이 아프더라도
정면으로 바라보고 싶다.

더 이상 나의 사치스런 감정에 끌려 다니지 않겠다.
나만 보이는 거울을 가지고 다니며,
혼자서 힘들다고 투정부리지 않겠다.

작가는 행복해야 한다.
그래야 행복이라는 바이러스를 전파시킬 수 있으니까....

그래서....
난 꼭 행복하겠다.
더 이상 징징거리지 않겠다.
더 이상 내 감정의 장난질에 질질 끌려다니지 않겠다.

자...그럼
씩씩하게 사무실로 Back!!!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더마릴라 2004-11-12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핫.

안녕하세요 수선님.

수선님의 글을 읽고 왠지 저도 부끄러워지던걸요^^;

요즘 사무실 일 등등에 우울해하고 있었거든요.

'작가는 행복해야한다'라는 말, 정말 맞지 싶어요.

후훗~기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