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소녀 백서
김현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05년 2월
평점 :
품절


이 책....정말 "불량소녀"가 썼는지 알았다.
고등학교를 3달 만에 자퇴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에 6년째 다니고 있다는 김현진.

내가 이 책을 읽은 이유는
이 개성있고 독립적인,또 어린 친구에게서
"색깔있는 목소리"를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누구를 흉내낸 것이 아닌 자신만의 목소리.

들어가는 말 "불량소녀에게 바친다"에서 저자는
책을 쓴 이유를 이렇게 밝힌다.

"한없이 사랑스런 그녀들이 내가 했던 삽질과 내가 박살냈던 삶의 과정으로 걸어들어갈 생각을 하면 마음이 아팠다. 아, 내가 십대 때, 스무살 때, 그놈하고 자지 말라고, 그런 말 듣고 참지 말라고, 연애에 목숨걸지 말라고 이야기해 주는 언니 하나 있었으면 얼마나 내 삶에 윤기가 있었을까. 좋은게 좋은 거라는 말을 진리인 줄 알았던 내 소녀시대를 생각하며 나는 종이 위에 쓴다. 불량소녀백서, 라고."

아....얼마나 사랑스럽고 기특한가?
이 갸륵한 "집필의도"를 읽고 난 기쁜 마음으로 지갑을 열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내내 헛갈렸다.
이거 정말 <불량소녀 백서> 맞아?

충고해주는 사람 하나 없이
수없이 이런 저런 "삽질"을 하며 삶을 박살냈다고 말하는 저자.
하지만 어디에도 삽질의 구체적인 기록은 없었다.
"다이어트 하지 마라!", "이런 놈하고 자지 마라!" 이런 충고만이 있을 뿐....

자꾸 "불량소녀", "우리 불량소녀들"하며 반복하지 않았다면
이 책을 누가 썼는지 헛갈릴 정도였다.
고은광순이나 현경,이유명호 같은 유명한 페미니스트들이 쓴 것과
별 다를 바가 없었다.

스스로 불량소녀라 말하는 저자 김현진의 글은
너무도 "관념적"이었다.

예를 들어 폭력에 대해서 쓴 부분에서는
몇 페이지나 최진실,조성민 얘기를 하며 흥분한다.
그러면서 나도 남자친구한테 폭력을 당해본 적이 있다고 쓴다.한줄로....

저자는 끊임 없이 열변을 토한다.
마치 웅변대회에 나온 학생처럼...
".....하자!", ".....하지 말자!"....
그런데....이 주장이 너무 관념적이다.

솔직한 글은 힘이 세다.
뭘 하자고 주장하지 않아도,
솔직한 글은 읽는 사람들을 움직인다.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가장 큰 힘은 "공감"이 아닐까?

"이런 남자와 절대로 연애하지 마라"에서
나쁜 남자 유형을 열거하며 소리 높혀 외치지 않아도
자신의 뼈저린 연애 실패담을 구체적으로 들려 줬다면
불량소녀의 후배들에게 훨씬 더 절절하게 와닿지 않을까?

불량소녀의 얘기를 듣고 싶다.
술 마시며 자연스럽게 얘기하듯이....

김현진은 벌써 다음 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던데,
그 책은 좀 더 자기만의 빛깔을 반짝였으면 좋겠다.
책은 꼭 한권 사주겠다.
당당하고 재능있는 어린 친구를 지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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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8-15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문장을 떠나서 어떻게 저렇게 산전수전 다 겪은 포즈로
글을 쓰는지 그것이 놀라워요.
수선님의 지적은 정말 예리하십니다.^^

kleinsusun 2005-08-15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온갖 "삽질" 다했다며 기선을 제압하고 들어가는데,
막상 읽어보면 무슨 삽질을 했다는건지 알 수 없어요.
사람의 눈길을 확 잡아끌 줄 아는 재능은 확실히 있는 것 같아요.^^

2005-08-16 13: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종이 위의 기적 쓰면 이루어진다
헨리에트 앤 클라우저 지음, 안기순 옮김 / 한언출판사 / 2004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나탈리 골드버그의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는
글을 쓰겠다는 "열망"을 뼛속까지 심어 주는 바이블 같은 책이다.왜 써야 하는지를 그보다 적확하게 보여 주는 책은 없을 것 같다.

줄리아 카메론의 <아티스트 웨이>는 한동안 쓰고 싶어 미칠 것 같은 충동을 일으킨다.
<아티스트 웨이>를 읽고 한동안 "모닝 페이퍼"를 썼었다.
물론 쓰다가 곧 지쳤지만.... 아침에 사투를 벌리며 일어나 통근 버스를 아슬아슬하게 타는 생활로 복귀했다.

나탈리 골드버그의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와 줄리아 카메론의 <아티스트 웨이>가
글쓰기와 영성, 우리의 일상에 고사당하고 있는 창의력을 두드린 책이라면,
클라우저의 책 <쓰면 이루어진다>는 글쓰기를 자기계발/처세술 영역으로 끌고 온 책이다.

즉, 나탈리 골드버그나 줄리아 카메론이
글쓰기를 통한 자아 찾기, 내 안에 숨어 있는 예술가 찾기를
작가나 예술가로 살고 싶은 소수 집단을 향해 말한다면,
클라우저는 처세술 책에서 소망을 보이는 모든 곳에 붙여 놓고 외우라고 하는 것처럼,
소망은 "쓰면 이루어진다"고 이런저런 자기계발 서적을 두리번 거리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말하고 있다.
제목부터 얼마나 화끈하고 자극적인가....

난 가끔 이런 책들을 읽고 자극을 받는다.
원래 귀도 얇고, 자극을 잘 받는 스폰지 같은 성격이라
늘어졌을 때 한번씩 이런 책을 읽으면 용수철처럼 다시 튕겨 올라간다.
내 성격의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는 소망을 "이루기 위한" 글 쓰는 방법들을 소개한다.
뭐....그다지 새로운 건 없다.

소망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하고 "현재 시점"으로 글을 쓰라던지,
만나길 간절히 바라는 미래의 배우자에게 편지를 쓰라던지,
목표 목록을 작성해서 옆에 두고 계속 보라던지,
(목록은 간단 명료하고, 구체적이어야 한다)
작은 수첩을 들고 다니면서 그 때 그 때 아이디어를 쓰라던지....

뭐...새로운 건 없다.
그래도 뭐.... 동기부여 강사의 열강을 듣고 며칠 자극을 받듯이,
인생을 바꾸고 그런 건 아니지만
축 늘어진 일상을 톡톡 두드리는 작은 자극이 된다면
책 값이 그리 아깝지는 않다.

기업들을 대상으로 "기록의 힘"을 강의한다는 저자는
"멈추지 말고 기록하라"고 외친다.

희망이 없는 상황처럼 보일 때,
정말 지쳤다는 생각이 들 때,
목표는 알고 있지만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방법을 모를 때
당신에게 줄 수 있는 최상의 조언은 이것이다.
페이지를 가득 채워라.차근차근 페이지를 채워 나가라.계속 기록하라.
그러면 당신은 그 페이지를 온전히 소유할 수 있다.그리고 그곳에서 자신의
힘과 스스로 창조한 해결책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불평 너머에는 무언가가 기다리고 있다.굴복하지 않고 계속 기록한다면
에너지의 갑작스러운 분출을 경험할 수 있고,
그것을 넘어서는 혜택까지 누리게 될 것이다.(p110)

가끔씩 고민이 있을 때, 나도 혼자 앉아 글을 쓰곤 한다.
이 방법의 좋은 점은?

1.술값이 안 든다.
2.다음 날 속이 쓰리거나 머리가 아프지 않다.
3.혼자서도 할 수 있다.
4.사무실에서 일하는 척 하면서도 할 수 있다.

"에너지의 갑작스런 분출"까지는 모르겠지만
쓰다 보면 한결 문제가 "clear"하게 느껴진다.
마음 잡고 자리에 앉는 게 어려워서 그렇지...

Worth to t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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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리 와닿지는 않았던 평범한 자기계발서 <종이위의 기적 쓰면 이루어진다>
    from 風林火山 : 승부사의 이야기 2007-08-08 22:49 
    종이 위의 기적 쓰면 이루어진다헨리에트 앤 클라우저 지음, 안기순 옮김/한언출판사2007년 8월 8일 읽은 책이다.원래 읽으려고 했던 책은 아니었지만 종우씨 추천으로 읽은 책이다.추천으로 읽기는 했지만 평범한 자기계발서다.예전에 추천해줬던 <신념의 마력>과도 크게 다를 것이 없다.핵심은 자신이 바라는 바를 글로 적어두라는 건데이것은 따지고 보면 자기 최면적 성격을 가지고도 있고자기 점검적인 성격을 가지고도 있다.또한 막연하게 바라는 것 보..
 
 
야클 2005-08-13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무실에서 일하는 척 하면서도 할 수 있다. "
알라딘 서재질도. ㅋㅋㅋ
그런데 글 잘 쓰려면 이런 책도 봐야되나.... -_-;;

바람돌이 2005-08-13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잘 쓰려는 욕심이 없으니-물론 가끔 글 잘 쓰는 사람들이 부럽지 않은 것은 아니나 그래도 잘 쓰기 위해 해야할 노력이 귀찮아서, 사실 글 써서 밥벌어먹을 것도 아닌데말이죠- 제가 볼일은 없는 책이네요. 그래도 사무실에서 일하는 척하면서도 할 수 있다는 문장은 최고예요. ^^

kleinsusun 2005-08-14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서재질은 화면에 알록달록한 그림이 많아서 딴짓하는거 들켜요.ㅋㅋ
글쓰기는 정말 일하는 것처럼 보인답니다.호홋

바람돌이님, 이 책은요 글 잘 쓰기 위한 책이 아니고요.... 자기계발 책이예요. 꿈을 이루기 위해 써라...그런거거든요. 그러니깐 꿈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요.
전 가끔씩 늘어질 때 이런 책을 읽어요. 자극 좀 받으려고.... 방학이시죠? 넘 부러버요.
 
정글에선 가끔 하이에나가 된다
조선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00년 10월
평점 :
절판


내 홈피의 글들을 자주 읽는다는 한 출판사의 기획자가
<정글에선 가끔 하이에나가 된다> 같은 "치열한 직장생활"을 담은 책을 한번 써 보라고 했다.
기획자는 내가 당연히 <정글에선 가끔 하이에나가 된다>를 읽었다고 생각하고 말했다.

하지만...나는 읽지 않았다. 오히려 "과하다" 싶은 제목에서 거부감을 느끼고 있었다.

난 페미니스트, 일하는 여자를 이렇게 오버해서 표현하는 걸 정말 싫어한다.
툭하면 전사, 투쟁, 자신과의 처절한 싸움, 총 없는 전쟁터 어쩌고.....

난 분명 이 책을 읽기 전에 심각한 거부감을 갖고 있었다.
이 책 뿐만이 아니다.

예를 들어보자.
<나는 이기는 게임만 한다>
<사람들은 나를 성공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벼랑 끝에 나를 세워라>

제목만 들어도 팍팍하다.
이런 책들의 제목은 사뭇 위협적이다.

" 여자가 성공하려면 이 정도는 해야지, 안 그래?
아니면 이 책 읽고 감동이나 하거나...."
이런 은근한 협박.

조선희의 글들을 <씨네 21>에서 수차례 읽어보긴 했지만,
조선희의 책을 읽은건 처음이다.
조선희의 소설 <열정과 불안>을 몇년 전 샀는데 아직 읽지 않았다.
뭐...그런 책들이 좀...많다.

조선희는 참 "대단한" 여자다.
참 대단한 "성취"를 했다.
<씨네21> 편집장을 하면서 일관되게 페미니스트로서의 정치적 입장을 유지했다.
흔들림 없이....
아직 가야할 길이 멀고 멀지만,
여자들이 일할 수 있는 이 만큼의 토양이 갖추어진 것도
조선희 같은 선배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존경한다.

하지만...
<정글에선 가끔 하이에나가 된다>는 뭔가..."아쉬움"이 느껴지는 책이다.

이 책은
1부 씨네21, 성공모델 만들기
2부 일하는 여자, 그 뒷모습
3부 영화계에서 보낸 한철
4부 씨네 21 편집장이 독자에게
이렇게 4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4부는 책장을 채우기 위해서 부록처럼 달았다는 의심을 떨칠 수가 없다.
씨네 21에 연재했던 편집장이 독자에게 쓰는 편지를
책의 1/4로 구성했다는건 좀....너무...성의가 없다.
1~2부의 "치열함"과 너무도 어울리지 않는 "느슨한" 구성이다.

3부 또한 1~2부와 따로 논다.
1~2부의 치열함과 리얼함, 한국사회의 남자위주 조직에 대한 신랄한 비판, 일하는 여자가 만나는 수많은 장애들과 조직의 벽들, 그 극복과 열정....이런 것들을 숨가뿌게 써 나가다가
3부에서 뜬금 없이 "내 인생의 영화" 7편을 소개하고 할 때는
김 다 빠진 콜라를 마시는 기분이었다.

이 책은 1~2부를 확장해서 써야했다. 처음의 박자 그대로 치열하게...
제목은 팍팍하고,
글에서 느껴지는 조선희의 삶은 치열하고,
책의 구성은 느슨하다.

내가 쓰고 싶은 책은,
내가 세상에 하고 싶은 말은

내 전투가 얼마나 치열했노라....
내가 얼마나 아프게 피를 흘렸노라....
살아 남기 위해 내가 얼마나 이를 악물고 버텼는가...
하는게 아니다.

뭐...그렇게 치열하게 살지도 못했지만...

나는 "커리어 우먼"이란 말이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커리어 맨"이란 말이 없듯이...
바꾸어 말하면...
"일하는 여자"에게 별의 별 수식어와 편견이 따라 다니는 현실이 슬프다.

누구나 일을 해야 한다.
모든 인간은 자신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밥벌이는 자기 스스로 해야하는거 아닐까?

내가 바라는 세상은
여자가 일을 하는게
특별한 것도 아니고, 비장한 것도 아닌
그냥 평범한 세상이다.

내가 바라는 세상은
여자들이 더 이상 마이너리티로 존재하지 않는,
더 이상 조직의 거대한 벽에 머리를 쿵쿵 부딪히지 않는,
그냥 밥먹고 화장실에 가듯이 자연스럽게 어울려 일할 수 있는 세상이다.

남자들이 수월하게 가질 수 있는걸 가지려고
아둥바둥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언제쯤....그런 세상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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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5-08-13 0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더디지만 조금씩,다가오고 있는것 같은데요? ^^
잘 읽고갑니다.

수선님 글 보니까 갑자기 새콤한 싱글벙글복매운탕이 생각나네요.ㅋㅋㅋ

로드무비 2005-08-13 0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거북함을 콕 집어주셨군요.
일하는 여성으로서의 과도한 제스처. 그리고 얼렁뚱땅 끌어 모은 원고....
그의 단짝친구 최보은은 더더욱 마음에 안 들어요.
수선님의 균형감각이라니!^^
(반가워요.^^)

kleinsusun 2005-08-13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싱글벙글...저도 먹고 싶어요. 이제 구미에 갈 일이 없네요. 담에 가시면 포장을 좀...ㅋㅋ

로드무비님, 이 책 읽으면서 참....불편했어요. "치열함"은 작가가 외치는게 아니라 독자들이 느껴야 하는건데....자극적인 제목과 느슨한 구성의 부조화란....
"커리어 우먼"이란 말이 없는 그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BRINY 2005-08-13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번째 여자 ***니까][여자니까 남자들보다 더 잘하고 조심해야한다]는 말 좀 안듣고 사는 세상이 빨리 되면 좋겠습니다.

kleinsusun 2005-08-13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정말, 간절하게...
"여자는 안된다." , "여자라서 안된다" 이런 말 안듣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어요.

moonnight 2005-08-13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이 꿈꾸는 세상에서 저도 같이 살고 싶어요 ^^ 딱 맞춤으로 가슴에 와닿는 리뷰네요. 치열한 페미니스트의 삶 어쩌고 하는 말은 화려한 싱글이란 말처럼 왠지 속빈강정처럼 느껴지거든요. 시원한 글 감사합니다. 당연히 추천!! ^^

바람돌이 2005-08-13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예리한 수선님!
수선님이 꿈꾸는 세상이 바로 제가 꿈꾸는 세상이예요.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서로가 좀 더 사람답게 평등하게 사는 세상이 왜이리 멀까요? 저는 전투적으로 살기 싫은데...

kleinsusun 2005-08-13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oonnight님, 이런 책을 읽으면 갑갑해요.
그런데....왜 그 편집자는 저한테 이 책 얘기를 했을까요?
일하는 여자들은 모두 다 그렇게 치열하고 전투적이어야 할까요?
제가 쓰고 싶은 책이랑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어요.ㅋㅋ

바람돌이님, 맞아요. 전투적이고 소모적인 삶이 너무 싫어요.힘겹고....
다함께 좀 편안하게, 평등하게,사람답게, 평화롭게...그런 세상을 꿈꿔요.
이런 책들도 사람들을, 특히 여자들을 "강박"하는 것 같아서 읽으면서 편하지가 않더라구요.

2005-08-14 00: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우리 사랑하는 거야 미워하는 거야 - 커플의 영원한 딜레마 '성격 차이'를 극복하는 법
임정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4년 10월
평점 :
절판


이 책 표지...참으로 유치 찬란하다.
제목은 또....
알라딘 서재 사고뭉치님의 강력한 추천이 없었다면
이 책을 알 기회도 없었을 거다.

읽어보니 내용이 상당히 충실한데,
표지도... 제목도... 참...아쉽다.

여태까지 내가 본 책들 중,
표지가 최악인 책은 고은광순의 <한국에는 남자들만 산다>.
"페미니스트"하면 생각나는게 딱 그 수준인지,
빨래장갑을 끼고 앞치마를 두른 저자가 확성기(트럭 야채장수들이 들고 다니는 마이크)를 들고 뭔가를 외치고 있는 그림이 표지에 떡하니 있다.
아....저자에 대한 신뢰가 없었다면 결코 그런 책은 사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 사랑하는 거야 미워하는 거야>는 커플의 "성격차이"에 대한 책이다.
1장 외향형 vs 내향형
2장 오감형 vs 직관형
3장 사고형 vs 감정형
4장 판단형 vs 인식형
이렇게 4장으로 성격을 분류하여 커플의 갈등을 다루고,
성격이 다른 상대방에게 어떻게 접근하고 어떻게 갈등을 해소해야 할지 조언을 하고 있다.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사실...성격은 타고나는 것 같다.
성격이 다르면 표현하는 방법이 다른데,
그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상대방을 오해할 수 밖에 없다.

2장 오감형 vs 직관형을 읽으며 한참을 웃었다.
오감형, 직관형을 설명하기 위해 든 "예"가 너무 재미있어서...

고흐의 <해바라기>를 보고 "오감형"이 보이는 반응(p87)
1. 해바라기는 모두 14송이 있다.
2. 약간 찌그러진 꽃병이지만 정중앙에 놓여 있는 구도는 아름답다.
3. 7송이 정도는 시든 꽃이다.
4. 색깔 대비가 선명한 아름다움을 준다.
5. 해바라기 중 5송이는 종류가 다른 것 같다.
6. 꽃병에 사인이 새겨져 있다.
7. 해바라기 그림은 얼마일까? 비싸겠지?

고흐의 <해바라기>를 보고 "직관형"이 보이는 반응(p89)
1.고독한 느낌이 든다.고흐의 고독을 상징하고 있는 것 같다.
2.아래로 꺽어진 꽃 한 송이가 처량한 나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3.소피아 로렌이 생각난다.이쁘지는 않지만 우아한 배우.
4.고갱은 왜 고흐를 떠났을까? 끝까지 사랑할 순 없었을까?
5.인생은 한 송이 해바라기처럼 한 가지 목표를 향해 뛰는 것이다.
6.첫사랑 그녀는 해바라기를 좋아했다.어느 날 갑자기 나를 떠났다.
7.제멋대로 뻗은 꽃들을 보니 기분이 안 좋다.쓰레기통에 버리고 새것으로 꽂아 놓고 싶다.

우하하하. 어쩌면 나는 이렇게 철저하게 직관형일까?
뭘 꼼꼼히 보지를 않는다.느낌으로 받아들일 뿐.

저자는 오감형과 직관형이
서로 인식하는 방법이 다르다는 점을 알지 못하면
갈등이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조언한다.

그러니....전형적인 오감형 친구랑 영화를 보면
서로 다른 영화를 본 것처럼 각자 딴 얘기를 하는 것이다.

저자는 "내 성격 그대로 좋다는 사람, 그 사람이 내 짝이다"라고 말한다.
뭐...당연한 말이겠지만...

만일 굉장히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났는데, 그 사람이 좋아하는 모습이 되기 위해
무척 노력을 하고 있다면 십중팔구 그 사람은 짝이 아니다.
안타깝게도 지금 그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은
당신이 아니라 당신이 꾸며낸 사람이다.
만일 당신이 그 사람을 위한 노력을 멈춘다면
관계도 자연스럽게 깨질 것이다.(p130)

남자 마음에 들기 위해 처절하게 노력을 해서 결혼한 여자들을 몇 명 알고 있다.
결혼을 하고 나서도 처절하게 노력하고 산다.

요조숙녀로 완벽하게 변신, 빵빵하고 으리으리한 남자랑 결혼했는데
담배가 너무 피고 싶어서 한밤중에 쓰레기를 버린다고 나가서
쓰레기통 옆에 쭈그리고 앉아서 담배를 피는 여자.

참한 여자, 전인화 같은 스타일의 여자가 좋다는 말에
소근소근 말하고 누드 화장하고 하다가
친구들 만나면 노래방 가서 몇 시간 악을 쓰는 여자.

참...딱하다.
아무리 남자가 으리으리하다 해도, 뭐 싸우디 왕자라도 된다 해도,
그렇게 처절하게 노력을 하고 어떻게 살까...

가장 나다운 모습을 사랑하는 사람은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그 사람은 바로 당신과 반대되는 성격을 가진 사람이다.
이것은 참으로 어쩔 수 없는 '짝짓기'의 법칙이다.
내향적인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외향적인 사람에게 더 호감이 간다.
오감형의 사람은 직관형에게 매력을 느끼고
직관형은 오감형의 섬세함에 마음이 끌린다.(p130)

그러니....
반대되는 성격을 공부하고 이해하라는 것이 저자의 조언.

단체로 심리검사를 받아 본 적이 있다.
결과가 정말...신기하게도 정확해서 놀랐던 적이 있다.

그 때 강사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 결혼하기 전에 엄한데 가서 궁합보지 말고 심리검사를 한 번 받아 보세요."

아...아는게 많아질 수록 골치가 아프다.
그냥 콩깍지가 영원히 씌어서 살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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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5-08-05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일 굉장히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났는데, 그 사람이 좋아하는 모습이 되기 위해
무척 노력을 하고 있다면 십중팔구 그 사람은 짝이 아니다. "

퉁~ 하고  와 닿는 말입니다.
휴가여행 잘 다녀오셨나요? 아쉽겠군요. 전 아직 안갔는데.  ^^


바람돌이 2005-08-05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오랫만에 님의 글을 보네요. 그동안 바쁘셨나요. 아님 제가 놓친건가요?
음 ~~ 저도 직관형에 가깝군요. ^^

클리오 2005-08-05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리검사가 도움이 많이 되더군요. 그래도 저는, 반대 스타일보다는 저랑 똑닮은 비슷한 스타일이 좋아요... ^^

moonnight 2005-08-05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리뷰가 너무 재미있어요. ^^ 맞아요. 누군가의 마음에 들기 위해 자기가 아닌 사람이 되어야 한다면 사랑만으로 그 스트레스를 커버할 수 있을 거 같지 않네요;;

2005-08-05 17: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8-06 19: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당신은 믿을 수 없겠지만
마르크 레비 지음, 김운비 옮김 / 북하우스 / 2001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산 건 벌써 몇달 전이다.
책 내용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알라딘 서재 지인의 "재미있다"는 말에 솔깃했던 것 같다.

책 표지가 참 이쁘다. 탐스러운 빨간색.
2~3달 전 후배랑 점심 약속이 있었는데,
갑자기 책이 한 권 선물하고 싶어져서
책상 위에 있던 이 책을 들고 나갔다.
물론 나는 아직 읽기 전이었다.

월요일에 후배가 출근해서 말았다.
" 성대리님, 고맙습니다. 덕분에 정말 행복한 주말을 보냈어요."
난 책 선물한걸 깜빡 잊고 뭐지? 생각했다.
내 짧은 침묵에 후배가 다시 말했다.
" 성대리님이 주신 책 정말 재미있었어요.
오랫동안 소설을 읽지 않았었는데...읽으면서 자기도 모르게 행복해지는 그런 책 있쟎아요.
여자친구한테도 읽으라고 줬어요. 누나한테도 읽어보라고 했구요."

책 선물하고 이런 말 들으면 참 기분이 좋다.
주말이 행복했다는 후배의 말에 이 책을 한 권 더 주문했다.
그리고....어제 밤에 읽었다.

책은...허리우드 영화 시나리오 같았다.
이 책 판권을 드림웍스에서 샀고,
스필버그가 영화를 만든다는데
정말 허리우드 영화 만들기에 딱인 그런 내용이다.

웃길 때 확실히 웃겨 주고,
울릴 때 마구 울려 버리고,
그러면서도 영화가 가볍게 보이지 않게 중간중간에 교훈을 넣고,
또 관객을 배반하지 않는 해피엔딩.

이 정도 원작에 흥행 천재 스필버그가 감독을 하면
대박이 터지겠지.
뭐 극장에서는 "이 세기 최고의 로맨스" 하며 광고를 할테고...

이 책은 전업작가가 쓴 책이 아니다.
"마르크 레비"라는 프랑스인 건축가가 쓴 소설이다.
아마츄어가 쓴 처녀작의 판권이 28개국에 팔리고,
스필버그는 200만불을 주고 영화제작을 위한 판권을 샀단다.

아...이건 정말 출판사의 힘이다.
대단한 마케팅 능력이다.
팔릴 작품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또 허리우드 영화에 딱이라는 판단에 영화사들을 상대로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쳤단다.

난 사실..."마르크 레비"라는 작가보다
무명 작가가 쓴 책 이 책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만든 "로베르 라퐁"사가 더 대단해 보인다.

내가 상상력이 부족한걸까? 아님 너무 퍽퍽한걸까?
난 무협지나 SF,판타지 이런 분야에 관심이 없다.
왠지 손이 가지도 않고 너무 멀게 느껴진다.

이 소설은 뇌사상태에 있는 식물인간의 영혼과 사랑하는 얘기다.
<사랑과 영혼>의 패트릭 스웨이즈 처럼
영혼은 이리 저리 마음대로 이동하지만 아무 것도 만지지 못한다.
패트릭 스웨이즈가 우피 골드버그한테만 보였던 것 처럼,
이 소설에서 여자 주인공의 영혼은 남자 주인공에게만 보인다.
그래서 남들이 보기에 자꾸 혼잣말을 하고,
허공에 대고 키스를 하는 남자주인공은 정신이 이상해진 걸로 오해를 받는다.

난 이런 소설을 읽으면 내가 참 썰렁하게 느껴진다.
육체를 이탈한 뇌사상태 식물인간의 영혼과 사랑을 한다...
이런 걸 상상하기는커녕 가능한 사랑에도 너무 많은 제약을 둔다.
그리고 툭하면 말한다.
"그 사람 참....용기있네."

회사 사람 중에 여자네 부모가 극심하게 결혼을 반대해서
무슨 김경호 노래 가사처럼
신부 가족이 한명도 참석하지 않은 결혼식을 한 사람이 있는데,
몇 번이나 그 여자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을까?
어디서 그런 확신이 왔을까?

마르크 레비는 이 소설을 나중에 아들이 읽을 수 있도록 썼다고 한다.
마르크 레비의 아들이 "소아불면증"을 앓았단다.
그래서 마르크 레비는 아들이 잠드는 걸 돕기 위해
침대에 걸터 앉아 이 얘기 저 얘기를 창작해서 들려 줬는데,
하다 보니 긴 얘기에도 욕심이 생겼고,
아들이 어른이 되어서도 읽을 수 있는 소설이 쓰고 싶었단다.

그래서일까...
이 소설 처음부터 끝까지 부모의 절절한 사랑이 느껴진다.
이게 또... 스필버그가 좋아하는 내용이다. 영화에서는 더 오버를 해서 관객들을 울릴 것이다.

아들을 위해서 쓴 소설이라서 그럴까?
소설 곳곳에는 "교훈"이 숨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마음에 살짝 남는다.

매일 아침 깨어날 때 우리에겐 하루당 팔만 육천 사백 초의 삶이 예치되어 있고,
저녁에 잠이 드는 때에 새 구좌로 이월 같은 건 없다.
그날 살아지지 않은 것은 유실된다,어제는 지난 것이다.
매일 아침 이 마법은 새로 시작되어, 다시금 팔만 육천 사백 초의 삶이 예치되어 있으며
우리는 그 비껴갈 수 없는 규칙과의 놀이를 한다.
은행은 어느 때라도 아무런 예고 없이 우리의 구좌를 닫을 수 있다.
어느 때라도 삶은 멈출 수 있는 것.
그렇다면 우리의 일상적인 팔만 육천사백 초를 가지고 어찌할 것인가?(p267)

그러니....항상 알면서도 자꾸 딴 생각을 하고 있지만...
지.금 이.순.간.을 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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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02 12: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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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05-08-02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무척 재미있게 읽었어요. 전개가 참 빠르고 감동도 있고.. 정말 영화로 만들기 딱 좋겠다 싶어서 혼자서 주인공들을 상상해보기도 했었죠. 영화화 되길 무척 기다렸는데 도대체 언제 나올 건공 -_-a <너 어디 있니>도 그렇구..사랑의 절대적인 힘을 믿는다는 건 참 가슴 찡해요. 저역시 겁이 많은지라 사랑이라는 이유로 모든 걸 극복할 자신이 없거든요. ;; 그래요. 매일 공평히 주어지는 팔만육천사백초를 대충 살아버릴 것인가 즐길 것인가는 내 선택이고 책임이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