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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당신은 믿을 수 없겠지만
마르크 레비 지음, 김운비 옮김 / 북하우스 / 2001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산 건 벌써 몇달 전이다.
책 내용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알라딘 서재 지인의 "재미있다"는 말에 솔깃했던 것 같다.
책 표지가 참 이쁘다. 탐스러운 빨간색.
2~3달 전 후배랑 점심 약속이 있었는데,
갑자기 책이 한 권 선물하고 싶어져서
책상 위에 있던 이 책을 들고 나갔다.
물론 나는 아직 읽기 전이었다.
월요일에 후배가 출근해서 말았다.
" 성대리님, 고맙습니다. 덕분에 정말 행복한 주말을 보냈어요."
난 책 선물한걸 깜빡 잊고 뭐지? 생각했다.
내 짧은 침묵에 후배가 다시 말했다.
" 성대리님이 주신 책 정말 재미있었어요.
오랫동안 소설을 읽지 않았었는데...읽으면서 자기도 모르게 행복해지는 그런 책 있쟎아요.
여자친구한테도 읽으라고 줬어요. 누나한테도 읽어보라고 했구요."
책 선물하고 이런 말 들으면 참 기분이 좋다.
주말이 행복했다는 후배의 말에 이 책을 한 권 더 주문했다.
그리고....어제 밤에 읽었다.
책은...허리우드 영화 시나리오 같았다.
이 책 판권을 드림웍스에서 샀고,
스필버그가 영화를 만든다는데
정말 허리우드 영화 만들기에 딱인 그런 내용이다.
웃길 때 확실히 웃겨 주고,
울릴 때 마구 울려 버리고,
그러면서도 영화가 가볍게 보이지 않게 중간중간에 교훈을 넣고,
또 관객을 배반하지 않는 해피엔딩.
이 정도 원작에 흥행 천재 스필버그가 감독을 하면
대박이 터지겠지.
뭐 극장에서는 "이 세기 최고의 로맨스" 하며 광고를 할테고...
이 책은 전업작가가 쓴 책이 아니다.
"마르크 레비"라는 프랑스인 건축가가 쓴 소설이다.
아마츄어가 쓴 처녀작의 판권이 28개국에 팔리고,
스필버그는 200만불을 주고 영화제작을 위한 판권을 샀단다.
아...이건 정말 출판사의 힘이다.
대단한 마케팅 능력이다.
팔릴 작품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또 허리우드 영화에 딱이라는 판단에 영화사들을 상대로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쳤단다.
난 사실..."마르크 레비"라는 작가보다
무명 작가가 쓴 책 이 책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만든 "로베르 라퐁"사가 더 대단해 보인다.
내가 상상력이 부족한걸까? 아님 너무 퍽퍽한걸까?
난 무협지나 SF,판타지 이런 분야에 관심이 없다.
왠지 손이 가지도 않고 너무 멀게 느껴진다.
이 소설은 뇌사상태에 있는 식물인간의 영혼과 사랑하는 얘기다.
<사랑과 영혼>의 패트릭 스웨이즈 처럼
영혼은 이리 저리 마음대로 이동하지만 아무 것도 만지지 못한다.
패트릭 스웨이즈가 우피 골드버그한테만 보였던 것 처럼,
이 소설에서 여자 주인공의 영혼은 남자 주인공에게만 보인다.
그래서 남들이 보기에 자꾸 혼잣말을 하고,
허공에 대고 키스를 하는 남자주인공은 정신이 이상해진 걸로 오해를 받는다.
난 이런 소설을 읽으면 내가 참 썰렁하게 느껴진다.
육체를 이탈한 뇌사상태 식물인간의 영혼과 사랑을 한다...
이런 걸 상상하기는커녕 가능한 사랑에도 너무 많은 제약을 둔다.
그리고 툭하면 말한다.
"그 사람 참....용기있네."
회사 사람 중에 여자네 부모가 극심하게 결혼을 반대해서
무슨 김경호 노래 가사처럼
신부 가족이 한명도 참석하지 않은 결혼식을 한 사람이 있는데,
몇 번이나 그 여자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을까?
어디서 그런 확신이 왔을까?
마르크 레비는 이 소설을 나중에 아들이 읽을 수 있도록 썼다고 한다.
마르크 레비의 아들이 "소아불면증"을 앓았단다.
그래서 마르크 레비는 아들이 잠드는 걸 돕기 위해
침대에 걸터 앉아 이 얘기 저 얘기를 창작해서 들려 줬는데,
하다 보니 긴 얘기에도 욕심이 생겼고,
아들이 어른이 되어서도 읽을 수 있는 소설이 쓰고 싶었단다.
그래서일까...
이 소설 처음부터 끝까지 부모의 절절한 사랑이 느껴진다.
이게 또... 스필버그가 좋아하는 내용이다. 영화에서는 더 오버를 해서 관객들을 울릴 것이다.
아들을 위해서 쓴 소설이라서 그럴까?
소설 곳곳에는 "교훈"이 숨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마음에 살짝 남는다.
매일 아침 깨어날 때 우리에겐 하루당 팔만 육천 사백 초의 삶이 예치되어 있고,
저녁에 잠이 드는 때에 새 구좌로 이월 같은 건 없다.
그날 살아지지 않은 것은 유실된다,어제는 지난 것이다.
매일 아침 이 마법은 새로 시작되어, 다시금 팔만 육천 사백 초의 삶이 예치되어 있으며
우리는 그 비껴갈 수 없는 규칙과의 놀이를 한다.
은행은 어느 때라도 아무런 예고 없이 우리의 구좌를 닫을 수 있다.
어느 때라도 삶은 멈출 수 있는 것.
그렇다면 우리의 일상적인 팔만 육천사백 초를 가지고 어찌할 것인가?(p267)
그러니....항상 알면서도 자꾸 딴 생각을 하고 있지만...
지.금 이.순.간.을 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