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에서 아무 생각 없이 신문을 읽었다.

재판석에 피고로 앉아 있는 후세인,
세계 경제의 인플레이션 징후,
영화 <새드 무비> 리뷰, <오로라 공주> 엄정화 인터뷰...

비행기가 도착하고 막 일어서는데
내 앞에 앞 좌석에서 일어서는 박근혜가 보였다.

박근혜가 앉아 있던 좌석은
이코노미 좌석의 맨 앞자리였고,
내가 앉아 있던 자리는 세번째였다.

뭔가...연예인을 본 기분이었다.
중견 여자 탈렌트들을 많이 봤는데(고기집 같은데서...)
그들에게서 느낄 수 없는 뭔가....
너무도 자연스럽게 몸에 익어있는 "우아함(?)" 같은게 느껴졌다.

생각보다 훨씬 작았고
생각보다 훨씬 예뻤다.

Gate에 도착했을 때....깜짝 놀랐다.
울산공항에 그렇게 많은 환영인파가 있는걸 처음 봤다.
아줌마들이 백명은 되는 것 같았다.
아줌마들은 "근혜 사랑" 같은 피켓을 들고 환호했고,
박근혜는 한명 한명과 악수를 하면서 천천히 걸어갔다.

예전에 <연예가 중계> 같은 프로에서
타이페이 공항에서 채림하고 악수를 하면서
우는 아줌마를 본 적이 있다.
참....이해가 가지 않았다. 왜 울지?

그런데...오늘 또 하나의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어떤 아줌마가 악수하면서 울었다.헉.

그 아줌마들 중에는 알바들도 있겠지만
정말...흠모하는 연예인을 바라보는 홀린 표정을 짓고 있는 아줌마들도 있었다.

난...뭔가 "깜짝 이벤트"를 본 것 같아 약간 흥분했다.
그때 마침 둔팅남(만화책 추천목록 보낸 남자^^)에게서 문자가 왔기에,
이렇게 답장 문자를 보냈다.

" 저 지금 울산인데요. 공항에 도착해서 열렬한 박수를 받았어요.
왠지 아세요?"

곧 그 남자에게 문자가 왔다.

"백만번째 방문객?"

우하하하.
박근혜랑 같은 비행기를 탔다고 친절히 알려줬다.^^

택시를 타고 아저씨한테 물어봤다.

수선 : 박근혜가 왔네요. 전국체전 땜에 온건가요?
아저씨 : 에이...아가씨는....보궐선거 하쟎아요.
수선 : 그래요? 언제 하는데요?
아저씨 : 아가씨는 뉴스도 안봐요?
수선 : (독백 : 울산에서 보궐선거 하는거까지 어떻게 알아요?)
에....제가 뉴스를 잘 안봐서...
아저씨 : 26일에 해요. 지원유세하러 왔을꺼예요.
수선 : 아~ 예....

공장에 도착해서 까불고 다녔다.

"글쎄....제가 공항에 도착하니까 막 열렬한 박수가 쏟아지는거예요"

오랜만에 공장에 갔더니 사람들은 언제나처럼 이런 질문을 한다.
" 근데..성대리, 올해는...가는거야?"
난 씩 웃으며 대답한다.
" 내년에 갈꺼예요."
" 작년에도 그렇게 말했던 것 같은데..."
" 에이....전세버스, 아니 전세기 하나 보낼테니까 서울 나들이나 함 하시죠.헤헤."
" 오랜만에 왔는데 회나 한 사라 먹고가. 팀장한테 전화해줘?"
" (기부스한 손가락을 과장스럽게 보이며) 술도 못 먹는데요 뭐...
담에 두 사라 먹죠.헤헤."

까불다 보니 아침의 우울함이 싹 거친다.
이렇게...또 하루가 간다.

"저녁도 못먹고 가는데 공항에 데려다 줄께.
성대리만 특별 대접하는거 알지?"
"그럼요.헤헤.전세기 보낸다니깐요."

대한항공의 엽기적인 스튜어디스 복장을 보며
또 한번 씩 웃는다.
새로운 복장으로 손님들을 모신다고 기내방송까지 한다.
아저씨들은 좋아하며 스튜어디스들한테 느글느글하게 말을 건다.
" 언제부터 바뀐거예요? 으허허."

오늘은 참....일상이 코미디처럼 느껴진다.

얼마 전에 소개팅 한 남자가
" 수선씨, 이의정 닮았다는 말 자주 듣죠? 정말 닮았네요."
하던데....

가끔은...코미디 같은 세상을 시트콤처럼 사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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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10-20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전하던 그 복장이었나봐요^^

mannerist 2005-10-20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울산 오셨어요? 바쁘실텐데 정자 가서 바람이나 한 번 횡- 하고 쐬였다 가세요. 전어회도 한 사라 드시구 말이죠. 쓸만한 서점이나 CD가게가 없어서 평소처럼 기분전환하시지는 못하시겠지만. 그래도 뭐. 바다가 가까우니까. =)

끼사스 2005-10-20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근혜, 실제로 보면 정말 곱죠... 그나저나 울산에선 민노당이 이겨야 될텐데~ 출장 수고하셨습니다. ^^

플레져 2005-10-20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의정 하고 장만옥이 어떻게 비교되요?? 그분 시력이 상당히 안좋으시넹 ㅎㅎ
근데, 그 만추남 (만화책 추천한 남자 ^^) 과는 아무런 진전 없어요? ^^;;;

kleinsusun 2005-10-20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 맞아요. 그 떠들썩하게 선전하는 복장.이런 고유가 시대에 대한항공의 전략이란 것이...휴우...

매너야, 나 6시 비행기로 올라왔어. 담에 일주일 교육 이런걸로 울산가면 연락할께.매너의 직딩 모드가 궁금하군.ㅎㅎ

훈성님, 박근혜 실제로 본 적 있으세요? 정말 곱더군요.탈렌트 같았어요.ㅎㅎ

플레져님, 사실...제가...옛날에...이의정 닮았단 말 많이 들었었어요.ㅎㅎ
만추남은요...가끔 문자만 와요. ㅠㅠ

야클 2005-10-21 0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흠..... 이런 페이퍼엔 말이죠.... 어여쁜 스튜어디스 사진 정도는 찍어서 같이 올려주셔야 하는 거예요. -_-;; 사실 바뀐 유니폼이 궁금해서요.
2.이상하네... 이의정은 장만옥 안닮았는데...ㅋㅋㅋ
3.수선님 범생이시군요. 의사가 술 먹지 말라고 했다고 안드시다니 ^^




조선인 2005-10-21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뀐 유니폼을 검색해보러 가야 하나요? ㅎㅎㅎ

코마개 2005-10-21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그네언니 캬르르, 꺅~~ 우씨...짱나.
궁금한거...왜 스튜어디스는 유니폼 입고 출퇴근 할까요??? 간호사가 간호사복 입고, 은행원이 행원복 입고 출퇴근 하면 웃기듯이 그 언니들도 좀 웃긴데...열렬한 애사심으로 업무외 시간에도 착용하는걸까????

moonnight 2005-10-21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의정요? -_-a 소개팅남이 장만옥을 몰랐군요. ^^ 기분좋게 하루를 마감하신 거 같아 다행입니다. 흠. 박근혜씨 실제론 한 번도 못 봤는데 정말 예쁜가봐요. +_+;;

kleinsusun 2005-10-21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클님...지난주 토요일 소주 두병 마셨습니당. 다함께 두병이 아니라 각 2병.헉.
그 후, 흉터가 생길까봐 바짝 쫄았어요.어찌나 후회가 되던지...
그 후로 금주 선언.ㅎㅎ

조선인님, 그 유니폼 진짜 이상해요. 나름 섹시해 보인다고 생각하나 본데....우주인 같아요. 비행기에선 몰라도 공항 리무진 같은데서 보면 진짜 웃겨요.ㅎㅎ

강쥐님, 제가 듣기로는...공항에 스튜어디스들 탈의실이 없다고 하더군요.
(사실 확인 되지 않음) 공항에 탈의실도 없고 옷들고 다니기도 귀찮고 하니깐 집에서 부터 입고 나온다는데..... 대항항공 유니폼은 바깥에서 보면 진짜...웃겨요.외계인 언니들...ㅎㅎ

moonnight님, 감사합니당.헤헤.
옛날에 이의정 닮았단 말 많이 들었었는데 한동안 안 들었거든요.
근데 엉뚱한데서 또 한번 들었네요. 그냥 얼굴 하얗고 눈 크면 다 닮았다고들 그래요.ㅠㅠ

2005-10-22 12: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릴케 현상 2005-10-22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 그네누님이 그렇게 인기 좋나요?
이의정 예쁘고 좋던데^^ 사실 저도 수선님 이의정 닮았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