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회사에서 내내 힘들었다.
가슴이 팔딱팔딱 뛰었다.
친한 사람 몇명에게 중계방송을 했는데,
그 때 마다 진정을 찾아가던 가슴이 다시 소용돌이를 쳤다.

우울한 기분으로 퇴근을 했다.
오늘 따라 날씨는 왜 그리 추운지...
집에 막바로 가서 쉬고 싶었지만 가볍게 술을 한잔 하고 싶었다.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 바빠? 지금 나올 수 있어? "
고마운 친구는
힘들 때만 전화하는 얄미운 내게
아무런 싫은 소리하지 않고,
그 흔한 한마디 생색도 없이,
바람을 휘날리며 나타났다.

단골집 "일로"에서
좋아하는 맥주 삿뽀르 실버를 마셨다.
내 좋은 친구는 "무슨 일"이냐고 묻지도 않았다.

위로도, 다독거리는 것에도 관심없는 사람들,
훌쩍거리는 동료의 아픔에 무표정한 사람들이
"왜?"는 집요하게 물어본다.

국민학교 때,
누가 울면 애들이 우는 애 주위로 우우 모여든다.
"왜 울어? 왜 울어? 왜 그러는데?"
대부분의 경우 애들은 왜 우는지를 궁금해 한다.
같이 속상해하는 애들도 물론 있지만,
많은 경우 아이들의 솔직함 또는 잔인함은 "호기심"을 채우기에 바쁘다.

친구랑 맥주를 마시면서 좋은 노래들을 듣다 보니
갑자기 노래가 하고 싶어졌다.

"노래방 갈래?"

나의 갑작스런 제안에
친구는 오늘은 너에게 봉사하는 날이라는 표정으로
흔쾌히 "가자!" 그랬다.

맥주 한캔 밖에 안 마신 나는
아주 또릿또릿한 맨정신으로 마이크를 삼켜버릴 듯 노래를 불렀다.
타카피의 "사랑의 이름표"
봄여름가을겨울의 "Bravo, My Life"
황규영의 그 옛날 노래 "나는 문제 없어" 를 악을 쓰며 불렀다.

다른 사람이 봤으면 나의 그 쑈쑈쑈에,
그 어설픈 춤과 우스꽝스런 표정에
뒤집어지며 웃었을텐데 친구는 나를 안스럽게 쳐다봤다.

친구의 표정.
"저게 얼마나 속이 상하면 저럴까...쯧쯧..."

내 쑈를 지켜보던 친구가 마이크를 들더니 노래를 했다.

널위해 할 수 있는게 참 없잖니 사랑을 얻는 일도 하는 일도
그게 나를 또 얼마나 미치게 하는 건지 니가 알까
끝내 몰라도 돼 부탁 하나만 할게 널 웃게 만드는 일만 허락해줘
우는건 아픈건 내가 할게 넌 웃어줘


친구의 노래를 듣는데 눈물이 핑 돌았다.
친구가 말했다.
" 넌 웃을 때가 젤 이쁜거 알지?"

고마워.고마워.정말 고마워.
내일은 하루 종일 웃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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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져 2005-01-20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마워, 친구야!!!!
친구가 있어 아름다운 세상입니다. 훌쩍.

로드무비 2005-01-20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황규영의 '나는 문제없어' 갑자기 악을 쓰며 불러보고 싶어요.
수선님은 마음아픈 일도 참 상큼하게 쓰시네요.
능력입니다.^^
(오늘 일 다 잊어버리고 푹 주무세요.^^)

날개 2005-01-20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친구분을 가지셨군요.. 속상한 일은 좀 풀리셨나요? 기운내시고 친구분 말씀대로 내일은 웃으시기 바래요..^^*

바람돌이 2005-01-21 0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흔히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수 있다 그러잖아요. 속상할 때 그런 친구가 있다니 수선님은 행복한 분이세요. 그리고 그런 친구를 가졌다는 것도 수선님의 마음됨을 보여주는거구요. 아마 내일은 수선님의 직장 내공 수치도 좀 더 올라 있을거예요. 인간의 적응력은 놀라우니까요. 화이팅!!!

kleinsusun 2005-01-21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친구가 있어 아름다운 세상입니다. 친구가 있다는건, 항상 내 옆에서 나를 지지해주고 믿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건 참 든든한 빽이예요. 친구에게 다시 한번 감사하며.친구야,고마워, 고마워, 정말 고마워!

kleinsusun 2005-01-21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로드무비님,날개님, 바람돌이님 모두 격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오늘 아침은 한결 기분이 나아졌어요. 씩씩하게 오늘 아침과 정면승부합니다.ㅋㅋ 환하게 웃으시며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nemuko 2005-01-21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젠 기분 좋아지셨죠^^ 그런 좋은 친구를 가진 수선님도 부럽구요, 저도 누군가에게 그런 친구가 되고 싶네요......

야클 2005-01-21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친구분에게 잘하십시오. 결혼한 후에도 변치말고... 검은 머리 파뿌리가 되도록...^^

kleinsusun 2005-01-21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nemuko님도 그런 친구가 되어 주세요. 정말 든든한 힘이 된답니다.
야클님, 맞아요 맞아.그 친구한테 잘해야죠. 야클님 글 읽고 지금 막 그 친구한테 전화했어요. " 지금 내 홈피에 들어가봐. 주인공으로 등판시켰어." 친구가 좋아하네요. 네...저도 잘할꺼예요.힘들 때만 전화하는 얌생이 안될꼬예요.ㅋㅋ

moonnight 2005-01-21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령처럼 들락거리다가 이제야 흔적남깁니다. 안녕하세요. 수선님 처음 뵈어요.^^ 님의 서재에 새글이 올라오면 살짝 들어와 읽기만 하던 소심쟁이입니다. 마음을 나누는 친구가 있어 행복하시겠어요. 다 수선님께서 따뜻한 마음을 가지셨기 때문 아니겠어요.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잖아요. 부럽습니다. 님. ^^ 이젠 몸도 맘도 아프지 마세요. ^^

kleinsusun 2005-01-21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어제 많이 아파한거 후회했어요. 어제 에너지 소모가 너무 커서 오늘 몸이 힘들더라구요. 닉이 참 이쁘네요. moonnight. 앞으론 그냥 가지 마시고 글 남겨주세요.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파란여우 2005-01-23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짠한 글을 왜 이제서야 보게 되었나 몰라요. 가슴깊이 팍팍 와 닿습니다. 사실, 제가 요새 낮에는 사무실에서 서재질을 도통 못해요. 윗분과 아주 근접한 거리에 위치가 있는 까닭으로 서재 마실에 중대한 차질을 초래받고 있다는 것이 변명입니다만. 아, 그래서 전 님의 이 글을 이제서야 읽으며 다시한번 슬퍼집니다. 그나저나 수선님! 마음이 참으로 따듯하신 친구분이십니다.^^

kleinsusun 2005-01-23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정말 고마운 친구예요.저도 그 친구한테 잘해야 되는데...
파란여우님, 일하면서 서재 생각나시겠네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