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을 나올 때 마다,
어느 나라, 어느 도시에 가건
빠듯한 시간을 쪼개서 꼭 들리는 곳이 있다.

그 곳은 바로 "대형 서점".

오늘 오후,
Taipei 시내 한복판에 우뚝 솟아 있는,
"세계에서" 제일 높다는 빌딩 "Taipei 101" 4층에 있는
대형서점 "PageOne"에 들렸다.

세계에서 제일 높은 최첨단 빌딩,
그 으리으리한 빌딩의 4층,
천문학적인 임대료는 도대체 얼마일까...
궁금하기 짝이 없는 대형서점 PageOne의
빈약하고 가난하기 짝이 없는 베스트셀러 진열대 앞에서
난 길~게 한숨을 쉬었다.

아.... 아시아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문학부문 1위.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문학부문 2위.
하루키의 <슬픈 외국어>.

비문학부문 1위.
[M형 사회]

비문학부문 2위.
칼리 피오리나 자서전 <힘든 선택들>.

[M형 사회]를 펼쳐 보니
"중산층이 몰락하고 있다"는 살 떨리는 경고를 담은
<하류사회> 비슷한 책이었다.

일본 서적 [ロウアーミドルの衝撃]를 번역한 책인데,
한국에는 아직 번역되지 않은 것 같다.

일본,대만,한국...
모두 이런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걸 보면
스스로를 "중산층"이라 생각하는 대다수의 소시민들이
얼마나 큰 공포와 상실감을 느끼는지 알 수 있다.

이런 책들은
"지금처럼 살면 하류로 전락한다. 정신 차려라!"하며
개인들을 몰아 붙이고, 공포감을 조성한다.

[M형 사회],[하류사회] 이런 책을 읽고
공포와 긴장감을 느끼며
"이렇게 살면 안되겠다!" 입술을 깨물며 다짐하고,

근검하고 부지런한 아시아인의 근성으로
도쿄, 타이페이, 서울 하늘 아래서
각국 언어로 번역된 피오리나 여사의 자서전을
밑줄을 치며 읽는 Pan Asia의 하나된 모습!

아...한국,일본,대만이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 쏟아 부은 돈은 또 얼말까?
아시아 출판시장은 진정...."봉"인가?

세계에서 제일 높은 최첨단 빌딩에 위치한
럭셔리하고 노블하기 그지 없는 대형 서점에서 나오면서
난 길~게 한숨을 쉬었다.

세계화란...이런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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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6-12-09 0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악마는 프라다 그 책으로 완전 엄청 떼부자됐겠어요. -_- 그만한 가치가 있는 책은 아닌데. 그냥 잡지같은 책인데.

비연 2006-12-09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Taipei 101에 들르셨었군요...알라디너들의 공통점.
어딜 가나 서점을 찾는다..ㅋㅋ 악마는 프라다는 영화의 힘이 컸던 듯.

BRINY 2006-12-09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빌려서 봤는데, 상권은 후다닥 읽어버리고 하권은 읽기 싫어져요. 어차피 뻔한, 그냥 첫 직장 생활을 시작한 23살 여자아이의 수다같은, 알맹이 없는 내용이네요. 이게 왜 세계적 베스트셀러?? 영화가 좋아서 봤는데, 책은 아니네요.

2006-12-09 12: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06-12-09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베스트셀러의 의미가 다시 생각되네요 ㅜㅜ

이리스 2006-12-09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 근데 베스트셀러라는 건 원래 <악.프>같은 책이 되는거 아닌감? ^^; 스테디 셀러랑은 다른거잖아. 아시아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보려면 판매 1, 2 순위 책들 보다는 스테디셀러 1, 2 위를 보는게 더 낫다고 생각해.

끼사스 2006-12-09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슬픈 외국어>-원작은 1994년에 나왔고 한국에선 10년 전에 번역됐지요-가 지금 와서야 베스트셀러라니 대만에 뒤늦게 '하루키 열풍'이 불고 있는 걸까요? 만약 그렇다면 '정치적 인간'→'개인주의적 인간'으로 전환하는 시기에 하루키가 많이 읽힌다는 '해석'과 대만의 정치사회적 '상황'이 서로 맞물리는 데가 있는지 자못 궁금해집니다. 외신에서 보면 천수이볜 퇴진 운동이 극에 달하고 있는 상황이라 지금이야말로 대만 사람들은 '슈퍼정치적 인간'으로 살아가는 게 아닐까 싶은데…. 직접 가보신 입장에서 논평 한 말씀 부탁드려요. ^^: 여하튼 수선님의 문명에 대한 (비판적) 단상은 구체적 관찰에 기댄 개성있는 것이라 늘 흥미롭고 인상적입니다.

비로그인 2006-12-09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말이죠, `처음 드시는 분들을 위한 초밥'이라는 소설도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와 비슷한 컨셉의 소설인데 하나는 베스트셀러가 되고 하나는 별 빛도 못보는 것이 제게는 신기했어요. 무엇의 차이인지, 스토리에는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아서 말이죠. 하루키에 대해서는, 저는 소설가로서의 하루키보다 에세이스트로서의 하루키의 글이 더 좋아요. 폴 오스터 역시도 소설가보다는 에세이스트로 더 좋아하고 있는 걸 보면, 저는 종종 전공보다는 친구 전공 도강하기, 부업에 매혹되는 모양입니다.

끼사스 2006-12-09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Jude님 말씀에 비춰봤을 때 <슬픈 외국어>가 대만에서 어떤 연유로 하루키의 다른 작품보다 늦게 소개돼 (우리 입장에서 보면) 뒤늦은 베스트셀러 등극을 했을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겠군요. 사실 저도 하루키가 내놓은 웬만한 소설보단 <먼 북소리>나 <슬픈 외국어>를 더 좋아합니다. 분명히 에세이스트로서 매력있는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비로그인 2006-12-10 0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벼워 후- 불면 날아갈 것만 같은 내용이 아무래도 일에 쫓겨 책 읽을 시간조차 없는 이들에겐 부담없이 읽을 수 있어서가 아닐까 싶네요. 뭐, 당장 가족과 보낼 시간 조차 없는 우리네에게 1년 평균 독서량이 1권이 되네 안 되네를 탓하는 것 자체가 사치일지도...

근데 <하류사회>라는 책이 그런 내용이었나요? 제목에 끌려 구입해놓곤 아직 안 읽었는데... 전 사회학적인 시각에서 무언가 심오하게(?!) 풀어낸 책이길 바라고 구입한 거였는데...

kleinsusun 2006-12-10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님, "가치" 있는 베스트셀러는 많지 않은 게 현실이잖아요.-_- 방학 언제해요?

비연님, 네...영화의 위력!!! 근데... 또 바꿔 말하면... 영화화 될만큼 소설 자체가 흥미롭기도 하죠.^^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ㅋㅋ

BRINY님, 주인공이 결국은 NY times 가나요?^^
<악.프> 작가처럼 직장생활 1년 쩜 넘게 하고 그 길지 않은 경험을 바탕으로 이런 세계적인 대박을 터뜨리다니! 그녀야 말로 신데렐라? ㅋㅋ

kleinsusun 2006-12-10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경님, 네...외면하기도, 사랑하기도 힘든 베스트셀러!^^

구두야, <악.프> 보다 더 씁쓸했던 건 [M형 사회], [.....10가지 방법] 같은 책들이었어."살아 남자!" 이런 함성과 구호가 들리는 듯...근데 문제는...나도 그런거 읽으면 무서워.ㅋㅋㅋ

kleinsusun 2006-12-10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끼사스님, 제 허접한 "감상"을 문명에 대한 (비판적) "단상"이라 말해 주시니 몸들 바를 모르겠어요. ㅋㅋ 그래도 흥미롭다니 좋네요.^^

요즘 한국 시장도 "일본 소설"이 대세잖아요. 작가들 폭도 넓어졌고, 일본 소설을 원작으로 만드는 영화/드라마도 엄청 많고!

대만도 예외가 아닌 것 같아요.
<공중그네>같은 오쿠다 히데오 소설도 베스트셀러더라구요.

<미들섹스>(제프리 유제니디스)가 베스트셀러 5위인 것으로 보아(광고도 많이 해요!), 한국에 비해 번역/출간 자체가 느린 것 같아요.

이런 맥락(?)에서 추측해 볼 때...
<슬픈 외국어>는 일본소설 붐을 타고 뒤늦게 출간된 하루키의 에세이가 아닌가 하는... ^^

kleinsusun 2006-12-10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Jude님, 예전에 Jude님의 <왜 쓰는가?> 리뷰를 보고 "에세이스트"로서의 폴 오스터를 사랑하는 님의 취향을 알고 있었죠.^^ 제가 워낙...Jude님에게 관심이 많거든요.호홋

끼사스님, 네...하루키는 분명 매력있는 에세이스트예요.
저도 하루키 에세이를 좋아해요. 그의 에세이를 읽으며 몇달씩 이 나라, 저 나라 옮겨 다니며 사는 그의 삶을 동경했다는...^^

콸츠님, <하류사회>는 흥미로운 책이예요. 책 속의 "통계"들이 무척 흥미로워요. "사회학적 고찰"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통계들이 보여주는 "신분/계급의 문제"는 상당히 예리하기도 해요.

다만...."성찰" 보다는 "훈화말씀"으로 읽히는 책이라는 점,
"이렇게 살면 당신은 하류!"라고 말하며 공포감을 조성한다는 점,
결국.....주제가 "하류로 몰락하지 않도록 빈둥거리지 말고 열심히 살자!"로 귀결된다는 점이.....아쉬워요.

외로운 발바닥 2006-12-10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언가 씁슬한 풍경이네요. 조금 측면은 다르지만 우리나라에서 얼마전 파장이 일었던 '마시멜로 이야기'가 베스트셀러에 랭크되었던 것도 기억이 나네요. 하긴 며칠전 알라딘 총결산에도 당당 1위에 올라있더라고요. -0-;;

kleinsusun 2006-12-10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로운 발바닥님, 몇달 전 비행기에서 옆 자리에 앉은 대학생이 <마시멜로>에 형광펜으로 줄을 치면서 열씨미 읽더라구요. 불끈! 언제까지 마시멜로를 먹지 말아야 할까요? 전...넘 많이 먹은 거 같아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