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 주커먼 시리즈
필립 로스 지음, 김한영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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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할 수 있다.
당신을.
사실 이해하지 않은 적이 없다.
당신들을.

핵 노이해! 라고 말하고 쓰지만 이해하기 싫은 것이다. 그게 단순할 수록, 수가 다 보일 수록 더 이해 안하고 싶어진다. 아주 조금 노력해서 이해하게 되버리면 미워지지가 않으니까. 그래도 네가 이해해야 해. 그래도 우리가 이해해야 해. 이해하고 나면 좀 화가 누그러지니까. 그것은 살기 위해 매일 매일 투항하라는 주문이었는 데, 그래서 아주 많이 이해할 수 있어졌다.

보통 많은 사람들이 소설을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 읽는다고 말한다. 도통 교훈을 찾을 줄을 모르는 맹점을 가진 인간들이 쳐대는 사고들. 그것의 화학 작용들. 어떤 인간은 혁명을 위해 수도승처럼 살고 어떤 인간은 혁명과 상관없는 욕망의 포로로 살면서 제가 혁명을 하고 있다 믿는다. 수도승처럼 사는 인간이 혁명에 바치는 진심보다, 엉망진창으로 살면서도 혁명을 하고 싶어했던 인간의 진심이 더 간절하고 맹목적일 수 있다는 것을 난 이해한다. 굶주린 빈민가의 아이들을 위해서 펑펑 흘리는 그 눈물의 진심을 —그것은 진심이다— 그런 아이들을 위한 정당에 투표않는 하녀를 꾸짖으며 들고 있던 그릇을 집어던지는 그의 분노를— 그런 캐릭터를 모순적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아니지, 모순적이지 않지. 사실 우린 모두 그래서. 가까이서 보면 비극 같아도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옳고 그름 보다 우선하는 것은 당장에 작용하고 있는 미묘한 심리적 권력이라서. 사랑하는 그녀 앞에서는 이런 말을 하고, 잘 보이고 싶은 형 앞에서는 저런 말을 하고, 정부 앞에서는 다른 소리를 하고, 거들먹거려야하는 이들 앞에서는 누구보다 오만하게 거들먹거리고, 내 앞에선 누구보다 신사인 척, 그 모든 게 그다. 그리고 그 연기는 모두 진심이다. 그러므로 연기가 아니다.

현실에서 아이언 린을 만나면 어떻게 될까. 아마 스무살의 나였다면 네이선과 별반 다르지 않게 그를 추앙했을 테지. 그의 난잡한 사생활을 알게 되면 충격을 먹었을 거고, 혁명을 넘어 인간 자체에 대해 회의 했을지도 모르겠다. 다채로운 인물. 나는 내가 보고 싶은 만큼만 그를 보았을 것이고 빠졌을 것이고 매료되었을 것이며 실망했을 것이며 그가 내 세계에서 차지했던 비율 만큼 그만큼 아팠을 것이다.

경험치가 길고 넓었다면 비율은 작아지고, 경험치가 짧고 얕았다면 비율은 줄어들고. 아, 이건 또 너무 정량적인 평가인가? 그러나 뭐 그렇다는 소리다. 지금 만났으면 적당히 인맥관리하고 거리두기 하면서 지냈을 것 같다. 알아둬서 나쁠 것 없는 인물. 그리고 매카시즘 광풍이 몰아닥친다? 그거 아니라는 청원운동에 동의하는 싸인 정도는 해줄 수 있겠지만… 솔직히 비웃을 것이다. 아니, 뭐 공산주의자가 저래. 공산주의한테 1도 도움안되는 데 무슨 공산주의노ㅋㅋㅋ 야 니는 하지마라 공산…ㅋㅋㅋ

나는 인간을 이해하지 않기 위해 소설을 읽는다.

삶에서 마주치는 한 개인을 책이라고 놓고 본다면, 나는 그 앎/책들이 나를 해칠 때까지 이해하곤 했던 사람이다. 나를 읽을 생각 없는 이들의 생각들을 다 읽고 이해한 후 미워하지 않았다. 그 넓은 이해력을 나 자신을 위해서 써야 했는 데… 딱히 그러지도 않았다. 나를 미워하는 사람들, 나를 해치는 사람들에게까지도 쓰면서 나 한테는 안썼다. 내가 착해서였다기 보단 편해지기 위해서 였다. 나를 편하게 만드는 가장 편한 방법이었다, 그게.

그 때 내가 화내도 되었던 건 ‘그래도 그건 아니지!’라고 할 수 있는 건 그런 것들. 사회가 세운 원칙들 상식이라는 말로 통용되는 기준들. 그것은 어떤 윤리의 기준이 나 자신이 아니었음을 뜻한다. 일단은 그런 기준들을 만들어낼 시각이나 배움도 없었지만, 용감하지 못했다. 나의 기준을 만드는 것은 어디까지나 ‘나’가 있고 난 이후다. 그리고 세상의 기준과 맞댄 뒤 나를 실현시킬 만큼의 배짱도 있어야 하겠지. 지금 그게 있냐면 아니다. (발명 중이라니까ㅋㅋㅋㅋ) 일단은 자아 확립 중임. (반칠십에도 자아는 만들어진다. -어느 성장서사 중독자의 외침-)

너무 많이 이해해버리는 내가 누군가에게 화를 낼 수 있는 근거는 ‘나 자신’이라기 보다는 내가 ‘그래야한다고 믿는’ 어떤 규범들이고 그렇게 된 것은 어떤 규범들이 나 자신을 통과하면서 대체로 평가의 기준으로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리라. 경험을 반복하면서 어떤 규범들은 이상하더라도 그냥 일단 내게는 맞는 것이 되었다. 다시 말하자면 나는 내가 없었다. 내가 없는 존재를 움직이는 것은 처벌에 대한 두려움일까. 아니 그보단 고립감에 대한 두려움. 내가 없다는 것을 들키고 싶지 않으니까 대다수가 기준 삼는 것을 기준 삼는다. 그럼 내가 없다는 것을 좀 숨길 수 있다. 쉽게 다수에 세상의 기준에 동일시 하는 마음. 내가 없는 사람들. 내가 없는 나. 내가 없었던 나.

‘자존감이 낮다’, ‘자신을 잘 알아야 한다’, ‘굳건한 자아가 있어야 한다’. 자신이 없는 것은 미덕이 아닌 것 처럼 나쁘게 이야기되는 것이 오늘 날의 윤리 같지만, 나는 종종 ‘자아’라는 실체가 자명하게 있는 것 처럼 이야기되는 세상이 더 혼란스러웠다. 난 나의 언어랄게 없었고, 사랑받고 사랑할수 있다면 (그게 뭔지도 생각 안하면서. 그냥 달뜬 감정이 사랑이라고 생각하면서… ) 내가 있고 없는 게 대순가… 내가 없는 사람은 어떤 의미에서는 다수 일 수 밖에 없고… 대체로 혼융되어 있는 그들은 따뜻하다. 난 삶에서 자아 발견이 그닥 필요 없는 종류의 사람들 손에서 길러졌고, 기도조차 할 줄 모르는 그 사람들은 오랫동안 떠날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따뜻했다. 나는 따뜻하고 자아가 없는 사람.

난 자아를 잘 비우는 습관이 체화되어 있어서… 조금의 시간을 내고, 조금의 마음을 쓰면, 그런 노동을 하면 누구라도 거진 다 이해할 수 있다.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이다. 나 자신을 이해하기도 전에 당신들을 이해하기를, 이해되지 않는 상황들은 받아들이기를 그냥 받아들이기를, 그런 역할에 익숙했던 난 이해한다. 그럴 수 있지, 관대하고 그래 뭔가 내가 모를 사연이 있을 것이다, 라고. 미워하지 않기 위해. 미워하지 않고 싶으니까.

한 인간의 특징을 파악해 그가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인과 관계를 추론하고,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들을 납득하게 되면 무엇이 남느냐고? 아무것도 안남는다. 그랬구나,그랬나보다. 다 이해할 수 있는 내가 좀 착한 것 같은 데? 하는 도덕적인 우월감이 좀 더 있을라나 모르겠는 데… 솔직히 말하자면 진짜 그런 태도를 찐으로 가진 사람은 우월감을 들여다 보거나 느낄 새도 없다. 모두를 다 이해한다는 것은 대단한 노동이라서… 코페르니쿠스 적인 어떤 전환을 하지 않고서는 계속 모든 에너지를 외부에 써야한다. 당연히 몸이 해쳐진다. 다른 방식으로 고통을 잊어야하고.

지금은… 조금 다르다. 나는 이해하지 않는다. 이해하고 싶어지면 나를 의심한다. 너는 지금 미워하지 않고 싶구나. 뭐가 미웠을까. 그게 너여서? 그에게서 네가 보여서?

지금의 나에게는 내가 있다. 물론 이건 내 몸이고… 나는 언제나 있었는 데… 그리고 나에겐… 언어가 있다. 나에게 내가 다룰 수 있는 어떤 언어가 있다는 것은… 나를 위해 내가 다듬어 온 어떤 글씨들의 세계가 있다는 것은… 내가 나 자신을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르다. 음. 그 때부터의 이해는 다르다. (나, 지금 주말이라고 아침부터 또 너무 심각해지는 데…) 어쨌든 글을 읽고 쓰면서 ‘나’를 만들어 온, 가까스로 존재감을 스스로에게서 획득한, ‘나’는 더 이상 사랑하고 받는 것이 중요하지 않아져 버렸다. (이 역시 건강하지 않은가… 갸웃.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더 살아보자.)

이제 난 세상의 규범과 기준 보다는 나 자신의 마음이 궁금하다. 타인을 대할 때 시시각각 변하는 내 마음. 어떤 사건에서는 아주 뜨끈한 분노를 느끼는 내 감정. 어떤 것은 분노의 대상이되고 어떤 것은 조롱의 대상이 되는 지에 대한 그 차이. 그건 나와 달라서… 또 어떤 부분은 너무 같기도 해서…

우리는 코넬이 나와 너무 닮아서 싫기도 하고, 칸트가 나와 너무 달라서 좋기도 하며, 이브 프레임은 내게 하나도 치명적이지 않아서 분노스럽지 않고, 아이언 린에게 연민의 감정을 느끼지만 여성으로서는 분노하며, 그를 비열하게 공격한 여자들을 이해할 수 있지만 나는 협조하지 않을 것이며, 그러므로 그런 입체적인… 살아서 숨쉬는… 자기들의 빈 곳을 채우기 위해 각자의 방식으로 다 자신을 내던지고 있는… 자아가 있거나 없거나 오로지 자아만 있는… 좋은 소설을 읽으면서 살아서 펄떡이는 인간들을 만난 다는 것은… 결국은 나 자신을 구체화 시키는 방법이고(나는 어디에 찔리는가, 무엇이 싫은가), 동시에 구체적이지 않은 상황에 따라 변하는 나라는 (어디까지 변할 수 있고, 어디서부터는 용납이 안되는가) 인간을 아는 것이며.

어쩌면 모든 사람을 다 이해하는 방법 밖에 몰랐던 (내가 얼마나 모지리였냐면 심지어 일베도 이해할 수 있었다… 이제 나는 너무 쉽게 이해되는 종류의 인간들… 권력 앞에서 자신을 속이거나 연기하는 방식으로 양육되거나 살아오지 않아 강약약강 만이 인간사를 헤쳐나가는 딱 하나의 스킬인 쩝쩝거리면서 먹어도 되는 멍청이들… 을 싫어한다. 애들아, 연기를 좀 해. 입체적으로 살아라. 그럼 문학도 즐길 수가 있게 될 것이다.) 아아, 이 말은 정말 쓰지 않고 싶은 데… 나를 짠해하지 않는… (난 가끔 내가 너무 짠한데 나를 짠해하는 내가 넘 싫다… 진짜 짠하니까…) 방법이 될지도. 그들을 이해할지 말지 ‘나’라는 한정적인 세상과 자원이 허락하는 한에서. 그 가늠을 시험해 보기.

이건 책 이야기고 현실에서… 가끔 공들여서 타인을 이해하는 것은 그냥 내가 좋아서 하는 것이지, 어떤 보답을 바라는 마음이거나 미워하고 싶지 않은 동기가 아니다. 음… 어쨌든 오늘의 나는 나를 그렇게 만들어 나가고 있다. 그리고 그러는 과정에서 사람들을 만난다. 사람들은 어떤 흔적을 남기고 사라지거나 곁에 남는데, 절반의 진실, 절반의 거짓. %나 함량을 측정할 수는 없지만… 결국 관계가 만들어졌고 이어져왔다는 것에 대해서 만큼은 대충 절반 절반이지 않았을까. 


한 때는 미워하고 싶어서 이해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이별한 사람들을 떠올린다. 사실 노력할 필요도 없이 다 이해가 되었기 때문에, 아무 생각이 안든다는 표현이 더 맞다. 내 쪽에서 먼저 끊어내는 경우는 좀체 없었는 데, 그러다 내 인생 사라질 위기에 처해가지고… 삼십대 이후부턴… 인연 끊기 열심히 연습… 이젠 아주 능수 능란해져서 확장패치로 딸려온 끊어진 거 암시랑토 않게 이어 붙이기도 잘함 ㅋㅋㅋ 암튼 내가 좀 살만한 건지 맘이 여유로와 진 건지… 사람들에 대해서… 내게 남은 것들과 내가 받은 것들이 먼저 떠오르는 데…. 그러면, (내가 준 것은 알 수 없다) 어떤 고마움과 안도감이 남아. 아쉽고 슬픈 것은 관계는 끝났기 때문에. 이젠 더 바랄 수 없다는 것인 거고. 단념. 언제나 단념 앞에서. 난 좀 멋지지. 아주 깨끗하게 포기할 줄 안다.

언니 생각 얼마나 많이 나는데요, 제 청춘의 한 페이지에 언니가 있어요. 언니, 이제 우리 다 돈버는 데 계하면 안되요? 라고 말하는 후배들을 3년 만에 만나러 나간다. (치밀하게 피해왔는 데 이제 코로나 끝남ㅋㅋㅋ 이런 식으로 연락오고 만나야 할 사람이… … ) 안돼. 계 안돼. 자발적 의사가 생긴 사람이 주도적으로 주도해. 그리고 난 절/대/안/해.

은둔자인 척 하지만 난 인기가 많다ㅋㅋㅋㅋ 한 때 관계 중독자였기 때문에 맘만 먹으면 바로 다시 중독 모드(이제 출근도 할 필요가 없으니 아주 흥청망청 살 수 있다) 전환 가능한 데… 음, 난 나랑 노는 게 더 재밌어서…ㅋㅋㅋㅋ 일주일에 한 번 사람 만나는 거 너무 인구 밀도 높다. (그렇다. 이것은 은둔자의 인맥 자랑이다) 어쨌든 얘들은… 친구라고 하긴 좀 그렇고 후배들인 데… 근데 얘들은 왜 날 좋아하는 걸까. 왜 관계를 끝내고 싶어하지 않는 거지? 아, 나도 별로 끝낼 생각이 없구나? 근데…ㅋㅋㅋㅋ 뭘까… 목적이나 의도없이도 쭉 이어지는 관계… 일상적이지 않지만 한 번씩은 모일 수 있는 관계… 그 관계와 이제는 완전이 딱 끝나버린 절단 면이 보이는 관계들의 차이… 그것들을 대했던 내 진지함의 차이… 오늘 만나면 물어봐야지. 니들은 대체 왜 나랑 놀고 싶어하니…?

오늘의 일기를 마무리 짓자.
좋은 소설은 사람에 대해서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더는 이해하고 싶지 않아지는 그 지점.
그것이 나를 더 많이 보여준다는 생각이다.

나는 아이언린을 완전히 다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소설에서 이해하기 싫은 사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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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런 문장은 섹시하다
    from 의미가 없다는 걸 확인하는 의미 2023-01-19 01:12 
    이를 테면 이런 문장은 섹시하다. 놀라지 마시라. <독서의 기술>이다. “(94) 사용되는 단어의 의미가 모호하다면, 말하는 이와 듣는 이, 혹은 쓰는 이와 읽는 이가 공유하는 것은 단순한 단어에 불과한 것이지 의미를 공유하고 있다고는 할 수 없다. 완전한 커뮤니케이션을 성립시키려면 양자가 같은 단어를 ‘같은 의미로’ 사용하지 않으면 안된다. 쓰는 이가 단어로 나타내고 있는 의미를 읽는 이가 바르게 이해하여야만 비로소 쓰는 이와 읽는 이는 하
 
 
라파엘 2022-07-09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둔자인 척 하지만 사실은 엄청난 인기쟁이 쟝님~!!! 알라딘에도 쟝님 좋아하는 사람이 수두룩함 😆

공쟝쟝 2022-07-09 12:10   좋아요 1 | URL
엄청까진 아닙니다 ㅋㅋㅋㅋ 대하기에 따라 재밌는 대화가 가능한 상대죠, 전 ㅋㅋㅋㅋ (그러나 관심없거나 너무 세속적인 주제들에 대해선 입다물어버림 ㅋㅋㅋ)

yamoo 2022-07-09 13:01   좋아요 1 | URL
오~~~ 그렇군요!! ㅎ

감은빛 2022-07-09 13: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유는 모르지만 저도 인기가 좀 많습니...... 흠흠.

일베까지도 이해할 수 있었다니, 의외네요.
타인을 이해한다는 건 엄청난 노동이라는 건, 무조건 동의할 수 밖에 없네요.
저는 사회생활과 인간관계를 적당히 유지할 수준의 이해는 대체로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보다 조금 더 들어가서 누군가를 이해하고 있냐고 물어본다면 긍정하기 쉽지 않다고 생각해요.
사실 겉으로는 아주 친한 관계로 지내는 친구들이 몇 명 있는데, 그들을 모두 잘 이해하고 지내느냐고 물으면 아니라고 답할 수 밖에 없어요.
친밀감의 정도에 따라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사람과 조금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있는 사람들이 남죠.
저는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을 깊이 따지면 부부관계나 가족관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라고 여겨요.
평생 아버지나 어머니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고,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 여겼던 아이들 엄마도 그랬으니까요.

현재 자신을 잘 들여다보는 일에 에너지를 쏟고 계신 공쟝쟝님은 좀 멋져 보여요. 저도 최근에는 에너지를 외부에 쏟지 않고 나 자신에게로 돌리려고 노력 중입니다. 워낙 그렇게 살아와서 쉽지는 않더라구요.

공쟝쟝 2022-07-10 02:07   좋아요 2 | URL
그것은 이해하기 싫었던 것이 아닐까요? 나와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을 조건없이 상황과 까닭모두 합쳐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기는 쉽습니다. 나와 공모하고 있는 사람을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요. 나는 이해당사자이기 때문입니다. 맹점은 나와 가까이 있는 사람 나 자신에게 작동하죠.
쉽지않겠지만 조금 더 노력해보시길 바랍니다. 노력 안하셔도 상관은 없죠… 그러나 나는 타인을 이해하지 못한다… 우리는 모두 복잡하게 이해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라는 말의 뒤에 숨지않기를 바랍니다. 지배하기 위한 이해와 나의 이해관계까지 포함한 이해는 분명 다르기 때문이죠.

감은빛 2022-07-10 12:54   좋아요 2 | URL
글쎄요. 공쟝쟝님 서재에서 논쟁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확실히 관점이 다르다는 말씀은 드리고 싶어요.

현재 시점 아주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대략 7명 정도 있어요. 그냥 갑자기 전화해서 급한 일이 생겼다고 돈 좀 빌려달라고 해도 빌려주는 사람들이죠. 그런데 이 사람들을 이해하고 있냐고 물으면 아니라는 답이 나와요. 그정도로 친하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오히려 어느 정도는 이해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다 이해한다고 생각하기는 어렵구요.

일단 맹점이 나 자신이라는 말씀에는 무조건 동의하고, 이해관계까지 포함한 이해는 다르다는 말씀도 동의합니다.

다만 복잡하게 ˝~이해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라는 말 뒤에 숨지 않기를 바란다는 말씀에는 조금 동의하기 어렵네요. 한참을 생각해봐도 그렇습니다. 오히려 사람이 과연 사람을 이해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표층과 심층을 나눈다고 생각해봐도 좋을 것 같은데, 겉으로는 대체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속은 아무래도 이해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공쟝쟝 2022-07-10 13:02   좋아요 1 | URL
네, 다른 말은 아닐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이른바 꼰대들을 지적하기 위해 안다, 이해한다는 것의 오만함을 경계하기 위한 내용으로 상투어처럼 나는 타인을 모른다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라는 말들이 쓰이잖아요. 거기까지 이해해본 사람들이, 그래 인간, 이해할 수 없지, (냉소) 이렇게 마음을 접는 구실로 사용하는 것을 경계해야지않을까 그리고 저는 그 사람이 아닌 이상 당연히 완벽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완벽에 가깝게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은 얼마든지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영화나 문학이 있는 대화와 이야기가 있는 이유겠지요?) 그 이해를 바탕으로 어떤 행동을 할건지는 다르지만요.

공쟝쟝 2022-07-10 22:04   좋아요 2 | URL
제 페이퍼에서 논쟁하는 것 저는 좋아합니다. 그런데 정말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지(1.니 이야기가 더 듣고 싶다), 그건 좀 아니지 않나? 저를 가르치기 위해서 물어보는 건지(2.네 관점이 틀렸기 때문에 내 이야기를 더 하고 싶다) 의도를 파악하고 2번의 경우는 굳이 내가 쓴 내 페이퍼에서 나를 가르치려드는 의도가 괘씸하여 (제가 덜 배운 젊은 여자라서 그런 걸까요? ㅋㅋㅋ) 상대하지 않습니다. 종종 좋은 질문들은 저를 더 사색하게 하기 때문에 어떤 논쟁은 즐겁고 좋습니다.

일단 제 독후감의 1독자는 저 자신이기 때문에 저만 알아보면 되는 비약들이 좀 즐비한 편이고, 기왕이면 저와 같은 곤란을 겪는 여자 사람들이 많이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쓰긴 합니다. (그분들은 제 넘나드는 비약을 이해하기도 전에 감응할 수 있을 거라고 추측합니다…) 좀 없어보이긴 하지만… ㅋㅋㅋ 건강한 논쟁을 위해 이 독후감에 대해 좀 친절하게 해설을 해야겠네요.

1. 이 글은 나의 ‘읽기’를 주제로 쓴 글입니다. 자아를 없애고 약자의 포지션에서 더 많이 이해하기를 강요받았던 시절의 ‘나’를 생각하며 썼습니다. 저는 그렇게 살아온 편이라 이른바 원문에 충실하게 읽기, 저자의 의도를 의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읽기(역지사지?), 그런식으로 독서를 하는 것이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비판적인 사고를 훈련하기 위해서 독서를 한다고도 합니다. (실제로 공산주의… 이 책의 화자 중 하나인 머리 선생님은 그것을 나에게 알려주는 선생님이기도 합니다.) 그러려면 읽는 주체인 ‘나’가 있어야겠죠. 저의 경우 독서 초보라 인문학 서적에 비판적 사고를 하면서 읽지는 못하지만 소설의 경우에는 그걸 하면서 읽습니다. 그리고 내가 어디에 찔리는 지 (이해하지만, 이해라는 노동을 하기 싫어지는 지점)를 독서하면서 훈련하면서 가까스로 ‘나’를 찾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이 독후감에 썼네요. (소설은 인간을 보여주니까요)
여담이지만 언제부턴가 작가가 창조한 인물이 소설의 도구로 쓰일 때, 작위적일 때, 저는 그 소설이 좋은 소설이라는 느낌이 안드는 듯 합니다. 이 소설의 경우에는 모든 인물들이 그럴듯 했기 때문에, 각자의 인물들이 좋고 싫음과 상관 없이 저는 이해할 수 있었고, 현실이라면 싫어했을 인물마저 ‘이해’가 되어 ‘싫지 않아’져 버렸으므로 좋은 소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2. 감은빛님은 그런 제 읽기(어쩌면 이해하기)에 인간을 다 이해할 수 있다고 하는 건 오만 아닌가? 나는 타자를 안다고 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을 주신 것 같습니다. 저는 글쎄, 그게 맞지만 가까운 지인이든 먼 타인이든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소통하면서 폭을 좁히는 것은 여전히 태도로서 유효하다라는 말을 하는 것이고요. 다만, 어쩌면 여성주의적인 관점이 섞여있을 지도 모르는 데… 그런 ‘이해’가 어느 한쪽 일방의 이해하기 위한 노동 (참으라는 노동)이라면 더는 이해하지 않는 것도 방법이다. 라고 썼습니다. 그래서 이해하기 ‘싫다’는 거죠.

물론, 완벽에 가까운 이해에 도달하기는 신이 아닌 이상 어렵겠지요. 그러나 그 위치에 나를 세워보려는 노력으로서의 ‘이해’는 훈련이고 노동이고 연습이며 미덕으로 장려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전히 타자를 이해하는 것은 미덕입니다. 어떤 종류의 (주로 여성들) 사람들에게는 미덕이 아닐 수도 있고요. 그래서 타인을 이해하고 있다고 단정짓지 말라… 라는 말이 널리 쓰이고 공감되는 저변에는 납작하게 몰이해 당한 사람들의 목소리도 있겠지만 ‘이해하기 싫은’ 무의식이 들어있는 것이기도 하다는 생각 입니다. 더 섬세한 이해를 촉구하는 것과 어느 일방의 이해를 강요하는 것 사이에 각자의 위치와 삶의 경험이 있는 거고. 비판적 읽기든, 공감적 읽기든 확실히 소설 읽기는 좋은 훈련법이라는 생각였습니다.

이해... 어디까지가 싫은 지 어디까지가 감당 가능 한지는 각자들이 스로에게 물어보면서 노력해야하는 거라 생각합니다. 저에겐 어떤 사람들을 더는 이해하지 않는 것(주로 서구/남성/엘리트 ?)이 저를 발견하고 지키고 다듬어 나가기 위해서 더 필요한 과정입니다. 그런데 미국 남자가 쓴 이 소설이 좋았으므로 제 모순이 참으로 수치스럽네요ㅋㅋㅋ

감은빛 2022-07-11 22:52   좋아요 1 | URL
하, 북플 앱에서 긴 댓글 쓰는 일은 어렵군요. 한참 쓰다가 두 번이나 내용을 날렸어요. 이게 글을 날리고 나니까 다시 처음에 하려고 했던 말을 쓰기가 쉽지 않네요. ㅎㅎ

저는 처음 댓글을 달 때, 공쟝쟝님께 ‘오만 아닌가?‘ 라고 질문을 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고요. 순전히 제 관점에서 저는 남을 이해하는 일이 쉽지 않더라는 말을 남기고 싶은 의도였어요.

이 글에 쓰신 말씀과 제게 남긴 답글들 모두 대부분 저도 동의합니다. 다만 여전히 ‘이해‘ 라는 단어를 좀 더 본질적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다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쩌면 제게 하신 말씀처럼 단순히 제가 게을러서 노력을 덜 했기 때문이라고 여길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ㅎㅎ

암튼 두 번이나 쓰다가 날려서 원래 의도보다는 조금 느낌이 달라졌는데, 이렇게 여러 차례 말씀을 나눌 수 있어서 좋네요. 혹시 제 댓글 때문에 기분이 나쁘셨거나 귀찮게 여기시지 않으셨다면 말이죠.

공쟝쟝 2022-07-12 00:32   좋아요 0 | URL
귀찮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해시키는 노동이 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공들여썼습니다. 아마 부족하실 겁니다. 세상은 남자에게 그렇게까지 심층적인 이해라는 노동을 시키지 않거든요. 자아를 없애고 조절하는 노동인 이해라는 영역은 특정 성별이 오랫동안 감내해왔다고 생각합니다. 일반화할 순 없지만 더 많이 발달했다고 생각해요. 사고의 습관과 체화자체가 달라요 (전 메일바디는 그래서 안된다고 표현하죠 ㅋㅋㅋ) 단 사회생활을 많이한 남자들의 경우엔 경험치가 좀 더 많겠죠. 군대 이야기 싫지만 군대가 영원히 지속될 때 선임을 사사건건 미워하는 것보단 스타일 위치 처한 곤란한 상황등을 이해해버리고 군대의 구조도 다 깨닫고 나면 안미워하고 시키는 대로 하는게 낫겠죠? 그걸 계속 한다고 해서 후임에게 자아가 없진 않을 텐데, 선임은 모를 테고요. 요컨대 ‘위치’를 제거한 말 그대로의 낱말 ‘이해’를 다르게 사용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댓글은. (표층, 심층이 아니라 위치와 상황으로 나누셨어야 했을 듯 합니다) 제 글이 혼탁했기 때문이겠지만 글을 누군가를 선명하게 설득할 목적으로 쓰진 않았습니다.
감은빛님이 게을렀다기 보단 할 필요없으셨을 겁니다. 더 사랑하고/받고 싶다면 더 인정을 구해야하는 상황이라면 노력하셔야겠죠^^ 일부 젊은 여성들이 한남을 싫어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노력안하고 거저 사랑받고 싶어하는 지점ㅋ 노력이 뭔지 전혀 모르는 지점. 우리는 얼굴을 깎고 거식증에 걸리고 매일 화장하는 노동을 하는 데 말이죠 ㅋㅋㅋ

난티나무 2022-07-09 15: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감탄한다! 그리고 다시 읽는다! 생각한다! 그리고 다시 감탄한다!!!! 👍👍😍😍😍

공쟝쟝 2022-07-10 02:08   좋아요 1 | URL
😩😩😩😩 또 천재 돋았나? ㅋㅋㅋㅋ

미미 2022-07-09 15: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쟝쟝님만큼 읽어내고 이해하고 싶어요. 쟝쟝님 글을
읽으며 많이들 그런 생각할꺼예요. 고뇌조차 너무 매력적인, 스스로 발명중인 철학자 쟝쟝 ^^

저는 자신을 이해하는 만큼만 타인을 이해한다고 생각해요. 요즘들어 더 그래요. 나에 대한 이해와 타인에 대한 이해가 과거에는 다른 수준, 다른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런저런 일들을 겪고나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그런 면에서 결국 자신을 사랑하고 아껴야겠죠?!

공쟝쟝 2022-07-10 02:20   좋아요 2 | URL
자신을 이해한 만큼 타인을 이해한다. 저는 다른 문장 추가할게요. 그것을 언어로 표현하지 못해도 깊은 이해로 삶으로 타인을 이해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쓸 수 있는 사람은 씁시다. 쓰지 않으면 내 이해는 나만의 이해로 멈춥니다. 적어도 저는 읽겠습니다, 미미님의 글을!

바람돌이 2022-07-09 17: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소설을 왜 읽느냐? 음 저는 제가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의 머릿속이 보이는게 너무 신기해요. 현실에서 진짜 이해 안가는 인간들의 극단이 소설속에서는 많이 나오잖아요. 아 얘들은 이렇게 사고하는구나 물론 그렇다고 그들을 이해할 수 있는건 아니지만 그 사고의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현실에서 그 비슷한 걸 만났을 때 분노수치가 좀 줄어드는 효과가 있더라구요. ㅎㅎ

후배들 만나면 물어보지 마세요. 그냥 좋으니까예요. 아무런 연결고리가 없는데도 계속 만나는건 공쟝쟝님을 만나는게 좋으니까요. 그 맘 하나만으로 이어지는 관계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멋지잖아요. 저도 그런 관계 있걸랑요 ^^

공쟝쟝 2022-07-10 02:19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 바람돌이님 댓글은 이제 읽어버려서 ㅋㅋㅋㅋㅋ 그러더라고요ㅋㅋㅋ 확인할 의도로 물어봤는데 ㅋㅋㅋㅋ 같은 대답을 들어바렸습니닼ㅋㅋㅋㅋ 니들 왜 날 좋아하냨ㅋㅋㅋㅋ 뭔 소리냐 좋아하는데 왜가 어딨냨ㅋㅋㅋㅋ
나: 난 있는데? ㅋㅋㅋㅋ (구체적으로 설명)
애들 : 그래서 언니가 좋음 ㅋㅋㅋㅋㅋㅋ
 
착해빠진 소설이랑 안맞는 이유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 주커먼 시리즈
필립 로스 지음, 김한영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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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열 여섯 살의 소년이다. 나는 막 인기 있는 라디오 드라마에서 ‘링컨’을 연기하며, 부자 동네에 살면서도 노동 계급을 위하는 건강한 사상을 지녔고, 풍채 당당한 신체와 성적 매력으로 유명 여배우와 결혼한 남자 ‘아이라 린골드’를 만났다. 그와의 만남이 있은 후, 나는 어쩐지 아버지와 멀어졌다. 아이라는 나와의 우정을 허락 받기 위해 아버지를 찾아와 악수를 하고 대화를 나눈다.


“(184) 아버지가 다른 사람에게 상처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깨닫는 순간이 유쾌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버지가 나에게 상처 받을 수 있고, 이제 내가 아버지를 필요로 하는 것보다 아버지가 나를 더 필요로 한다는 걸 깨닫는 순간, 또 내가 실제로 아버지를 두렵게 할 수도 있고, 심지어 마음만 먹으면 *짓뭉갤* 수도 있다는 걸 깨닫는 순간, 뭐랄까, 이런 깨달음은 평상시 효의 관념과 너무 어긋나 애당초 말이 안 되는 것처럼 다가온다. … 늘 양자로 삼기에 좋은 아이가 되려 했던 나는 아버지를 사랑하면서도 새로운 아버지를 찾으려는 시도에서 오는 죄책감을 피할 수 없었다. 내가 아이라나 다른 누구 앞에서 아버지를 비난하고 값싼 이득을 얻으려해서가 아니었다. 단지 내게 주어진 자유를 누리는 과정에서 다른 누군가를 얻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을 내팽개친다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그런 감정이 들었다. 차라리 아버지를 미워했다면 쉬웠을 것이다.”


방금 가져온 문장은 이 소설을 통틀어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문장이나 장면이 전혀 아니다. 그래도 책을 덮는 순간 탁 떠오르는 것을 보니… 어쩐지 내겐 이 부분이 소설의 중심부처럼 느껴지나 보다. <공산주의…>는 미국의 이야기다. 매카시즘 광풍의 전후를 다루고 있으므로 한국전쟁도 살짝 언급된다. 주인공은 ‘아이라 린골드’ 라는 공산주의 신념을 가진 사나이고, ‘나(네이선)’와 아이라의 형이 함께 그를 회상하는 형식이다. (그를 파괴한 것은 과연 신념이었을까요?ㅋㅋㅋ) 


읽기에 따라서는 이렇게도 읽힌다. ‘나’라는 문학 소년이 청소년기에 만난 정신적 아버지들에 대한 이야기. 아이라 린골드, 머리 린골드, 조니 오데이, 리오 글럭스먼 … 외에도 여러 인물이 등장하지만… 일단은 이 정도. 모두가 개성적이면서도 어찌 보면 전형적 인물들이라 (살면서 한 두 번은 만났던 것 같은…? 라고 말하면 내 인생 굴곡진 거 너무 티납니까?ㅋㅋㅋ) 어느 부분에서 네이선이 매료되었는지도 확 알겠다.


그런데 이런 남자들의 이쁨(?)을 듬뿍 받으면서 신나게 성장한 작가 ‘나’가 이런 글을 쓰는 건 너무 당연한 것 같은 거야. 와… 미국 현대사의 정중앙에 놓여 인생 찐하게 살아본 남자 사람들의 이런 경험과 통찰과 이야기들을 아주 그냥 다 쭉쭉 흡수해서 걍 씀. 오류 투성이의 욕망 종자들이 아주 처덕처덕 발라져있음. ‘나’는 사실 작가 본인일 테니…. 진짜… 필립 로스… 나에게 남성 연대란 이런 것임을 알려줘버림. 끌어주고 믿어주고 함께 여자를 혐오하고 수치심을 공유하며 비밀을 덮어주고 나이 아흔이 되어서도 우리는 우리만 이해할 수 있지…하는 진심의 의리를 보여줘 벌임.


그런데 그건 그러타 치고… 진짜… 그 와중에 막 역사 사회적 사건 이데올로기 막 개입하고 막 그것들이 화학 반응해서 이때다 복수하고 파멸 시키고 배신 당하고… 인간 심리 취약함 막 폭발하고… 감정은 복잡하고 인간도 복잡하고… 아, 잘 쓴다 잘 써…. 이러고 있는 데 뭐?! 문학 작파하고 좌익 사상에 빠져 노동 운동에 이 한 몸 바칠까 고민하던 네이선에게 어디선가 리오가 나타나서 글쓰기 팁을 알려줌. 그리고 난 또 이걸 받아 적네?


“(370) 기숙사 방으로 데려간 목적은, 나 역시 대중을 미워하게 만들어 내 산문을 파멸에서 구하기 위해서였다.”

“(374) 네가 예술가라면 뉘앙스는 너의 과제야. 너의 과제는 단순화가 아니라고. 네가 아무리 단순하게 헤밍웨이풍으로 쓰겠다고 작정해도 너의 과제는 뉘앙스를 전하는 거다, 복잡하게 얽힌 걸 명료하게 하고 모순을 수용하는 것. 모순을 지우고 모순을 부정하는 게 아니라 그 모순 안에 놓여 있는 고통 받는 인간을 보는 것이야. 혼돈을 허용하고 그걸 받아들이는 것. *반드시* 그걸 받아들여야 해. 그렇지 않으면 선전이 돼버려. 정당을 위한 게, 정치 운동을 위한 게 아니라면 인생 자체를 위한 멍청한 선전이 되겠지. 선전하고 싶은 인생이 있다면 말이지만.”

“(375) 특수성의 본질은 규범에 순응하지 않는다는 거다. *고통을 일반화 하는 것, 그게 공산주의고, 고통을 특수화하는 것, 그게 문학이야.* 그 대립에서 적대성이 나와, 모든 것을 단순화하고 일반화하는 세계에서 특수한 것을 살려내는 행위, 바로 여기서 교전이 벌어지는 거야. 공산주의를 정당화하려고 글을 쓰면 안 돼. 자본주의를 정당화하려고도 글을 써서도 안 되고. 어느 쪽에든 발을 들이면 안 돼. … 너는 이 세계와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아주 다른 방식으로 다루는 사람이야. 정치 투사는 세계를 변화 시킬 신념을, 강한 믿음을 소개하고, 예술가는 이 세계에 들어설 자리가 없는 창작물을 소개하지. 그 창작물은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어. 예술가는, 진지한 작가는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는 걸 소개하는 거야.”


문제는… 필립 로스는 저 꿀팁을 진짜 자기 소설에 구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통을 일반화해서 삶의 동력으로 삼아버린 아이라 린골드를 비롯 아주 인간들이 펄떡펄떡 살아 숨쉰다. 솔직히 소설 내내 여혐이 낭낭한데 다 있을 것 같은 여자들이긴 하다. 즉, 이 아재는 어떤 의미에서는 여자 연구도 끝나신 분인 듯ㅋㅋㅋ (여자에 대해서 1도 고민 안하고 다 아는 것처럼 쓴 동양남작가들같은 여혐은 아니다) 암튼 고통을 특수화하는 문학을 어떻게 구현했는지 알고 싶다? 이 소설을 읽으세요. 띠용. (하지만 작가가 너무 미국 역사 덕후라 초반에 좀 힘이 많이듬)


아이라 린골드. 아이언맨…. 지나치게 허술한데 넘나리 뜨거운 공산주의자…. 아니 혁명가가 가장 갖고 싶은 게 가정과 자기의 아이인 게 말이 되나요…?ㅋㅋㅋㅋㅋ 하지만 말이 되지. 필립 로스니까. 그리고 인간은 원래 말이 안돼지. 푸하하하하.🤣🤣🤣🤣 문제는 인간이 모순 적 인거랑 상관 없이 인생은 더 엉망진창이라는 거야. 크허허 크하하 ㅜㅜㅜ 인생은 한치 앞을 내다 볼 수가 없고, 엉성한 인간들이 만든 세상은 별 시덥 잖은 것을 크게 부풀려서 주인공들을 막 후두려 패고, 너무 처 맞은 인물들은 복수하고 싶은 데 멍청하고, 알고 보면 다 지가 싼 똥이고, 여차 저차 지혜로워지고 나면 이미 늙고 병들어서 곧 죽어버리지…ㅜㅜ (소설은 이런 내용이 아닙니다…)


그런데 진짜 재밌는 게 뭐냐면, 모순 왕 아이언맨이 모순없는 조니 오데이보다 천 만배는 인간적이면서 매력적이라는 거고… 그런 ‘나’가 머리 좀 컸다고 모순왕에 실망하면서, 모순없는 인간에 확 매료되면서도 결국 ‘나’ 자신은 모순인 것을 알고 자기한테 실망해 화자가 울어버리는 그 지점… 그 지점에서 와~ 나는 박수를 치는 데, 또 그 와중에 다른 정신적인 아버지 등장인물이 우는 ‘나’를 조롱하고 앉아 있네ㅋㅋ?ㅋㅋㅋㅋ 대체 네이선의 아버지는 몇 명인거냐…ㅋㅋㅋ 로스옹은 아버지가 많아서 글을 이렇게 잘 쓴 건가? 그런 건가요? 궁금하네요. 말 좀 해주세요.


아무튼 책을 읽는 우리는 모두 시종일관 아이언 맨 왜저뤠… 이런 시선으로 보다가 진짜 빨갱이 인 것만 빼면 넘나 형편없는 쓰레기라 ㅋㅋㅋㅋ 근데 빨갱이가 이 인간의 코어임ㅋㅋㅋ 하지만 빨갱이가 그러면 안되지 않나?ㅋㅋㅋ 그런 걸 다 하는 빨갱이라 매력적인 빨갱이라고요 ㅋㅋㅋㅋ 여튼 읽다 보면 독자는 계속 왜 저뤠… 하는 나 자신이 더 엄청난 모순(내 앞가림 못함)을 가진 존재임을 깨닫게 되고요? …… 그리고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 가서 완전히 하…. (나한테는 반전이었지만 남들한테는 반전 아닐 수 있음.) 이걸 이렇게 쓴다고요? 


와.. 거장한테 이런 말 하면 안될 거 같은 데… 필립로스 옹… 이 아메리칸 girl 여우같은 girl 🦊 365일 춤만출래…. 나 지금 뭐 쓰고 있냨ㅋㅋ(흥분했음)ㅋㅋㅋㅋ 에이쒸….


모든 것을 단순화하고 일반화하고 싶은 건 내 욕망이다. 그렇게 하면 삶이 편해질 것 같았냐? 그렇지도 않고, 미학적이지도 않은 것 같다. 뒤메질, 뒤메질 처럼 살아야지… 그래야 관대해진다….


언젠가 잠자냥님이 나이 들면서 점점 사회 과학 읽는 병 탈출하고 문학 읽는 독서가로 정착했다고 했는 데….

아… 알고는 있었지만 잠자냥님 진짜 깨달으신 분이셨고요… 그리고 질 좋은 문학 한편은 이렇게 사람을 초라하게 만듭니다…. (사람 참 초라해진다….)


“(366) 사회에 반항하고 싶어? 그렇다면 내가 방법을 알려주지. 잘 쓰는 거야.”


네. 로스옹의 이 불한당 같은 가르침. 뼈에 새기겠습니다.


그러니까 이… 이상한 독후감은… 단발머리님께 헌정 하는 데요… 이 책은 단발머리님이 나한테 선물한 책 이거덩요… 근데 단발님 <공산주의…> 보셨어요? 이거 정도면 중간 맛이라는 데… 매운 맛은 어떡해? 읽고 싶은 데…ㅜㅜ 겁이 난다. 좋아하기 싫은 데…. 매운 맛 읽고 필립 로스 너무 좋아하게 되버릴까봐… 아… 내가 바로 미국 남자못잃어였어… 나라는 페미니스트…ㅋㅋㅋㅋㅋ 정말 끔찍하다ㅋㅋㅋ 


난 정치를 하면 안되고 예술을 해야 하는 몸인가 봄ㅋㅋㅋㅋㅋㅋㅋ 바로 어저께 좋은 것 가장 좋은 것을 ‘별’로 박아놓고 추구하겠다고 써놓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


아 참, 그런데 이 소설 이렇게 끝난다.


“(538) 별은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이다.”


모든 사람은 우울에 빠지는 성향을 타고나지만, 일부만이 우울을 습관화한다. 어떻게 습관이 되는 걸까? …. 배신을 당하면 그 습관이 생기는 거야. 정답은 배신이었어.

🦊 나는 여기서 어떤 질문을 하게 되는 데. 배신당하지 않으려면 역시 믿지 않는 것이 최선 아닐까 하는. 그러나 매번 배신이 두려워 믿지 않겠다고 몸부림쳐도, 결국 믿고 싶은 대로 믿어야지 그나마 숨쉴 틈이 생기는 것 아닌가. 배신에 익숙해질 것인가. 믿지 않을 것인가. 이것은 같은 말인가, 다른 말인가. - P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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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7-08 10: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제 공쟝쟝님도 필립 로스 팬이군요 ^^ 여자 연구 끝낸 필립 로스라고 평가하시다니 ㅋ 전 필립 로스가 너무 남성(?)적이어서 이렇게 써도 돼? 이런 느낌을 받았었습니다 ㅎㅎ
주커먼 시리즈도 괘않지만 후반기 4부작(죽어가는 짐승 등) 정말 좋습니다~!!

공쟝쟝 2022-07-08 11:12   좋아요 2 | URL
팬 하기 싫었는 데. 매운맛 중심으로 찾아 읽으려고요.... 일단 <공산주의자...>만 읽었기 때문에 작가의 여성관에 대해서는 알았다고 보기 힘들지만... 전 읽는 내내 좀 복잡한 마음이 듭디다. 등장하는 남성 인물들의 깨달음(?)과 쾌락을 위해 수월하게 등장하고 또 사라지는 여자들이지만, 단 한 명도 개성 없지 않았어요.

히스테릭하 건 창녀 건 삶에서 터득한 고유한 욕망과 고유한 지혜를 가지고 살아 움직이는 모습이어서 (저는 자신의 위로 받고 싶은 욕망을 투사 해서 자아 없는 여자들을 그리는 남자 작가들 작품이 역겨운데요... 로스의 여성들은 적어도 자아는 있습니다. 뒤틀려서 문제지 ㅋㅋㅋ) 이해가 갔고... 그녀들의 몸이 성적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여성의 몸이라는 것 빼고는(그것을 자원화 하고 있다는 지점?) 로스의 소설에 나오는 다른 남성 인물들과 똑같이 입체적이고 고약했어요. 그러니까 필립 로스가 여성혐오적이라기 보다는 필립 로스가 이해한 인간과 사회가 여성 혐오적인 거다?

게다가 이 책의 경우는 야하지 않았습니다. 야한 장면 없던 데? 있었나? 있었을 수도.. 그런데 안 야하게 느껴진걸로 봐서는... (이건 순전히 내 문제 일 수 있음..) 여튼 좀 더 생각해볼게요. 하.. 복잡한 마음이고요. 그래서 더 약올랐던 문장입니다.

˝사회에 반항하고 싶어? 그렇다면 내가 방법을 알려주지. 잘쓰면 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오만해. 본받는다 내가. 저거.

새파랑 2022-07-08 11:55   좋아요 2 | URL
야한걸 찾으신다면 <죽어가는 짐승> 추천합니다 ㅋ 필립 로스 책에 나오는 인물들은 다 평범하지 않은거 같아요. 다 공쟝쟝님 처럼 개성 넘칩니다~!!

공쟝쟝 2022-07-08 12:46   좋아요 2 | URL
공쟝쟝님 처럼…. 아 저번에 누구 보고 공쟝쟝님 처럼 이라고 또 해서 진짜 화났는 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안나카레니나였낰ㅋㅋㅋㅋㅋㅋ 저 도덕적인 사람예요 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2-07-08 10: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단발님은 이 책 읽으셨을 걸요?
필립 로스 매니아시잖아요.^^
저는 휴먼 스테인 1 권 조금 읽고, 애브리맨 단편 읽었었는데, 애브리맨 읽고 헉!! 했었던 기억이...굉장히 야한데, 읽고 나니까 인간 심리 묘사가 굉장히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있는 작가란 생각이 들더이다. 이게 뭘까? 싶었죠.
이 책 단발님 극찬한 책 아녔던가요?
눈여겨 보곤 있었는데 공쟝님도 인정한 듯한 느낌이군요?^^

공쟝쟝 2022-07-08 11:14   좋아요 2 | URL
이거 진짜 대작이라... 두껍고 초반에 뭔가 장황해서 진입 장벽 힘들었는 데, 인물들에 공감하는 순간... 아 맞아 인간이 이래.. 인간이 이렇지.. 흑 인간이 이래요.. 이러면서 읽게 됩니다. (내 인간관 어쩔 것이냐...)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는 데.. 이 정도면 중간 맛이라고 해서 어디 한 번 보자 이러면서 더 읽어보려고요. 치명적인 미국 꼰대의 맛. 이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2-07-08 17:02   좋아요 3 | URL
책나무님 / 단발머리는 이 책을 읽었답니다. 내가 무슨 책 읽었는지도 아는 세상 ㅋㅋㅋㅋㅋㅋㅋㅋ 알라딘은 진짜 원더플 유니버스, 마이 파라다이스!! 전 필립 로스를 매우 애정하고 사랑합니다. 아, 간만에 한 권 읽어야겠네요.

쟝쟝님 / 로스는 읽으면 읽을수록 깔게 나옵니다. 치명적인 미국 꼰대의 맛, 맘껏 느끼시구요. 사진 보면 아시겠지만 얼굴에 ‘나 유대인‘ 써있어요. 그 시대, 그 상황을 헤쳐나가는 이민자로서의 시선, 어려움을 쪼금 생각해주시기 바라구요. 아, 로스 이야기하니까 왜케 신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7-09 00:12   좋아요 2 | URL
저 읽을 건데 필립로스를 사서 읽지는 않으려는 ㅋㅋㅋㅋㅋㅋㅋ 치졸한 복수계획 세웠어요 ㅋㅋㅋㅋㅋㅋㅋ (ㅋㅋ근데 이미 집에 두 권 있음ㅋㅋㅋ)

잠자냥 2022-07-08 11: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괜찮아요. 필립 로스 <포트노이의 불평> 읽으면 확 싫어질 거야.
내가 코넬 싫어하는 수준으로 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7-08 11:38   좋아요 3 | URL
아이코 그럼 정뗄때는 그거 읽고 당분간은 좀 즐기자 ㅋㅋㅋㅋ 휴먼스테인 아니면 네메시스 ㅋㅋㅋㅋ 고고싱 ㅋㅋㅋㅋㅋㅋ 그전에 죄와벌 봐야함 ㅋㅋㅋㅋ (행복하다 행복해 ㅋㅋㅋㅋ)
그리고 잠자냥님아 나 코넬 좋아해 ㅋㅋㅋㅋㅋ 잠자냥 바보!!!!

잠자냥 2022-07-08 11:48   좋아요 3 | URL
알아요! 쟝쟝이 코넬 좋아하는 거!
내가 코넬 싫어한다고 단발머리랑!!! ㅋㅋㅋㅋㅋㅋㅋ
나 바보 아님 오줌싸개지 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7-08 11:50   좋아요 3 | URL
잠자냥… 당발머리님은 포트노이의 불평이 최애 작품인 사람이야 ㅋㅋㅋ 인간이 이렇게 모순덩어리 라고요 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 필립 로스는 대작가가 맞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인간 모순 절 정 단 발 머 리 !!

새파랑 2022-07-08 11:56   좋아요 3 | URL
<포트노이의 불평>은 정말 비추입니다 ㅋ

잠자냥 2022-07-08 12:40   좋아요 4 | URL
근데 단발머리 님 페미니스트임.......
나 그래서 내 안의 혼돈 뚜껑 열렸었음..
아...아니, 필립 로스를 그래요, 좋아할 수는 있지요, 그의 작품도 좋아할 수 있지요. 그런데!!! 다른 작품도 아니고 어떻게 <포트노이>가 최애가??!!! 코넬도 싫어(용서 못)하면서 어떻게?! 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7-08 12:45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 그쵸?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 잘쓰면 됩니다 ㅋㅋㅋㅋ 잘쓰면 ㅋㅋㅋㅋ 아 필립 로스여 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방법을 알려주지 잘쓰면 돼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화난다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7-08 13:59   좋아요 5 | URL
저는 포트노이의 불평 재미도 없고 기억나는 것도 없거든요?(다시 읽어봐야겠어요) 근데 <휴먼스테인> 있잖아요. 이거 읽으면 필립 로스가 막 싫으면서 싫어할 수 없는.. 막 그런게 있어요. 쟝님이 말한것처럼 굳이 이따위로 페미니스트를 까야 했나 싶으면서도 또 그 여성의 마음도 막 손에 잡혀. 환장하겠다니까. 인간의 모순 이랄까 내면이랄까 이걸 기가 막히게 잘 그려요. 진짜 천잰가 싶을 만큼. 그래서 싫어하고 싶은데 그렇다고 너무 싫어! 막 이렇게 할 수도 없고, 누가 좋아하는 작가냐고 물으면 거기에도 답할 수 없는 작가인데 그런데 작품들을 다 읽어보고 싶어요. 대환장 지점이라니까. 저는 휴먼스테인이 싫으면서 천재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제가 필립 로스의 책 몇 권 읽으면서(에브리맨,울분,휴먼스테인,포트노이의 불평,죽어가는 짐승, 유령퇴장,네메시스) 감탄해서 무릎 꿇은 건 <네메시스> 였어요..... 하아- 어쩐지 분하지만.. 네메시스가 너무 좋아요 ㅠㅠ 단발님은 로스의 포트노이의 불평 좋아하시고 저는 네메시스.....

공쟝쟝 2022-07-08 15:10   좋아요 3 | URL
다락방님 분해하지마요! 다락방님은 잘쓰잖아요? 잘쓰면 돼요 ㅋㅋㅋㅋㅋㅋㅋ 물론 저는 여자들 보라고 쓰는 데요ㅋㅋㅋㅋ 진짜 잘쓰는 글은 남자들도 보겠지요 ㅋㅋㅋ (그 지점에선 사람 눈 다 똑같음)ㅋㅋㅋㅋ 다락방님 글은 남자들도 볼걸요?ㅋㅋㅋㅋ 왜? 잘쓰니까 ㅋㅋㅋ 잘쓰면됩니닼ㅋㅋㅋㅋㅋㅋㅋ 그 지점에서 다락방님한테 좋아요 못누르면서 읽고 있는 남자들 많을 걸요ㅋㅋ?ㅋㅋㅋ 잘쓰세요 그럼 인정해드립니다.ㅋㅋㅋㅋ

단발머리 2022-07-08 16:52   좋아요 3 | URL
여러분~~~~~~~~
저 독서모임 언니님들 두 달만에 만나서 이야기 나누고 있는데 이런 아름다운 페이퍼가 올라왔다고 누가 알려줬어요.(진짜 찾아오는 서비스) 저 너무너무너무 읽고 싶은데 언니님들이랑 헤어지고 집에 뛰어와서 씻고 이제야 자리에 앉았어요. 필립 로스 이야기 나랑 할 사람 누구에요? ㅋㅋㅋㅋㅋㅋ

잠자냥님 / 필립 로스를 좋아해도 된다고 말씀해 주셔서 감사해요. 제게 필립 로스는 완벽한 길티 플레저이고 ㅋㅋㅋㅋㅋㅋ 페미니즘과 연관해서 생각할 수 밖에 없는데요. 저는 2014년과 2015년에 그의 소설을 10권 정도 읽었습니다. 페미니즘 공부는 2015년 하반기에 시작했구요. 전, 필립 로스를 다르게 볼 수 있다는 걸 ‘모르고‘ 읽었습니다. 지금은 물론 다른 감상이 나올 거라 생각하고요. 하지만, 그를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은 그대로입니다. (존경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애정합니다. 쟝쟝님이 뭘 몰라서 그러는데요 ㅋㅋㅋㅋㅋㅋ 저의 로스 최애작은 <유령 퇴장>입니다. 예전에 골드문트님이 안 써야 할 작품이라고 하셔서 제 맘을 아프게 하셨던 작품입니다. 코넬 미움으로 단결된 우리 마음.... 놓칠 수 없어요. 가지 마요, 잠자냥님!!

새파랑님 / <포트노이의 불평> 별로라 하신 마음 이해합니다. 저는 그 마음 이해합니다. 하지만, 제가 <포트노이의 불평> 우리집 아이들 앉혀놓고 밥상머리에서 읽어줬던 거는 모르시지요? 로스는 그렇게도 읽힐 수 있답니다. 저는 그랬습니다 ㅋㅋㅋㅋㅋ (유대인) 부모의 사랑과 음식에 대한 강박이 제게는 정말 크나큰 충격과 기쁨이었거든요. 그나저나, 제 기억에 제가 필립 로스 매니아 2번째였고 로쟈님이 1번째인줄 알았는데, 저 3번째네요? 새파랑님이 1번째 마니아시더라구요? 언제 다 읽으신 거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님 / 전 진짜 다락방님 댓글이 다 제 마음이라서 ㅋㅋㅋㅋㅋ 그냥 그대로 제 마음이에요. 로스가 극렬한 프로이트주의자라는 걸 최근에는 더 많이 느끼게 됩니다. 근데 심리를 파고드는 글솜씨와 문체... (사실 영어라 잘은 모르지만요) 천재의 반열이라고 생각합니다. 난데없이 저의 로스 순위표 놓고 가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령 퇴장 > 휴먼 스테인 > 포트노이의 불평 > 에브리맨 >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 > 네메시스 > 울분 > 굿바이, 콜럼버스 > 미국의 목가 > 죽어가는 짐승

공쟝쟝님 / 내가 언제 그렇게 말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는 <유령 퇴장>을 젤 좋아하고요. 위에 표 보니까 포트노이는 3위네요. 상당히 높은 거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쟝쟝님 페이퍼 읽는데 책 내용이 정말 가물가물해서 (2014년이니까 8년 전, 그 때의 나는 이미 이 세상에 없음) 읽었나 싶기는 한데, 쟝쟝님의 페이퍼 읽는 것만으로도 넘넘 좋아요. 필립 로스 좀 더 읽어봐봐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새파랑 2022-07-08 18:59   좋아요 1 | URL
앗 ㅋ 단발머리님 <포트노이의 불평>을 읽어주셨다니 놀랍습니다 ㅋ 전 다른(?) 부분 때문에 좀 충격적이더라구요~!

전 <에브리맨>과 <휴먼스테인> 두 작품 꼽아봅니다~!!
제가 1번째 마니아라니 충격이네요 ㅎ 저는 필립 로스 열세권 읽은거 같습니다~!!

공쟝쟝 2022-07-09 00:09   좋아요 2 | URL
단발님이 <포트노이의 불평>을 보면서 사람마다 어두운 부분이 있는 데 단발님의 어두운 부분이라고 그걸 사주시려고 교보에 갔는데 절판이라 아쉬운대로 <공산주의>를 들려주셨지요.. 당연히 제일 좋아하는 책이 포트노이일줄 알았지 뭐예요? 팩트 정정 인정하겠스미다. // 필립 로스가 프로이트주의에 영향을 받았군요. 그렇다면 제가 크으-한 데에는 그 부분이 작용을 할 것도 같아요. 그런데, 저는 ‘경험‘요. 그가 만난 세상과 세상과 치고 박고 싸운 많은 남자들의 경험담. 그게 로스옹의 글 솜씨와 만난 부분이 분명있다 싶어요. 강렬한 체험은 강렬한 글을 쓸 수밖에 없게 하는 동력이 되죠. 여자들의 경험치가 더 넓어질 수록 좋은 글은 더 많이 나올거고, 그 때 즈음은 필립로스 따위 진짜 빠이짜이지엔 할 수 있겠다.. 이런 생각 했어요. 여자들이여, 모험과 여행을 두려워하지 맙시다 ㅋㅋ 뿅!

반유행열반인 2022-07-08 22: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직 누가 새버스의 극장 읽고 리뷰를
잘 안 써줘서…거기야말로 빻음의 결정체 동서고금 통틀어 콩콩 빻음 그런데 또 그게 악한도 아니고 엄청 흔남 흔한 말년 맞이한 남성의 전형 같은 변태가 하나 나오는데…저는 필립 로스 아끼느라 몇 개 안 봤지만 그게 제일 매웠어요…저런 말년일까 매우 두렵고 ㅋㅋㅋㅋㅋㅋ공산주의자 모셔놓고 오래 안 봤는데 봐야겠네요 한 12월쯤….(6월 완독 도서 단 한 권 현우진의 뉴런1…얘도 개빻았는데 버티다 결국 메가스터디에 돈 갖다 바침…ㅋㅋㅋㅋㅋㅋㅋ왜 소설가도 심지어 강사 나부랭이도 특정 분야 우수한 애들은 콩콩 빻은 걸까요…)

공쟝쟝 2022-07-09 00:11   좋아요 3 | URL
세상이 빻았으니까요 ㅋㅋㅋ 세상에 적응 잘한 남자들일 수록 빻음이 체화되어있겠죠? ㅋㅋㅋ 냅둬요. 고쳐서 못써요. 나나 잘 고칩시다 ㅋㅋ (그래도 잘쓰는 건 부럽다.)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 주커먼 시리즈
필립 로스 지음, 김한영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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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놔진짜 아놔 진짜 나 진짜 아 진짜 …. 필립 로스 …. 이 인간을 아는 자, 문학을 아는 자, 인생도 아는 자, 그러나 여자는 모르고저 한 자… 내 별 잘까드시고 다음 생엔 여자로 태어나서 글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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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2-07-07 22: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로스옹 쟝쟝님의 별 4개 맛있게 까드시고 프란체스카 로스로 태어나 글 써주길 얍!! ☆.☆

공쟝쟝 2022-07-07 23:23   좋아요 3 | URL
정말.. 필립 로스는 남자만 사랑하네요… 부러운 악마적 재능입니다…

단발머리 2022-07-09 00: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필립 로스의 <사실들>이라는 자전적 에세이가 있어요. 이 사람이 얼마나 오만하냐. 자서전 이름이 ‘사실들‘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The Facts : A Novelist‘s Autobiography (1991)
거기 보면은 전처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분이 아주 대단하신 분이라서 ㅋㅋㅋㅋㅋ <포트노이의 불평> 속 아버지, 어머니 캐릭터의 반반씩 나눠주심요 ㅋㅋㅋㅋㅋㅋㅋ 앗! 너무 TMI에요?

공쟝쟝 2022-07-09 00:18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아오진짜 ㅋㅋㅋㅋ 미국꼰대 ㅋㅋㅋㅋㅋ 그래도 전 레이먼드 카버보단 필립로스 쪽이 살짝 더 좋은데 ㅋㅋㅋ 레이먼드 챈들러는 진짜 별로고요 ㅋㅋㅋㅋ아 뭐랄까 병약남 / 쌩마초남 / 차도남 중에 고르는 느낌인 데ㅋㅋㅋㅋ 일단 쌩마초 꼰대남이 읽기엔 제일 매력적…ㅋㅋㅋㅋ 카버는 징징이 ㅋㅋㅋ 챈들러는 좀 너무 지잘난 맛ㅋㅋ
 

북플을 하면서 알라딘 서재를 하게 된 저는 추억의 첫 백자평이 <82년생 김지영>이었습디다? ㅋㅋㅋㅋㅋ
게다가 니체의 책을 사서 아직까지 펼쳐보지 않았구요 ㅋㅋㅋ (인간은 왤케 한결 같은 가 ㅋㅋㅋㅋ) 니체인 내가 니체를 읽를 필요가 없긴 함 ㅋㅋㅋㅋㅋㅋ
작년 12월에 무슨 일이 있었니????
아직은 천만원을 안썼네요 ㅋㅋㅋㅋ 분발해야 겟다 ㅋㅋㅋ 조만간 부자 되서 직원 한 분 연봉 챙겨 드려야겠네 ㅋㅋㅋ (많이 많이 살겁니다 ㅋㅋㅋㅋㅋㅋ)
무튼 저의 알라딘 라이프가 벌써 5년이네요… 신기함 ㅋㅋㅋ (그리고 알라딘 라이프의 9할은 페미되는 과정이어따…)
내가 사 놓고 안 읽은 전자책이 많아요.ㅋㅋㅋ(좀 심했지?) 그러니 알라딘… 나 죽기 전까지 망하면 안돼…
#23주년당신의기록 #알라딘기록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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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2-07-07 16: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쟝쟝님 위해서라도, 쟝쟝님 전자책 ㅋㅋㅋㅋㅋㅋ 알라딘은 망할 수 없는 것이었던 것입니다.
얼마나 페미니즘에 진심이면 첫 100자평이 지영씨 책인가 ㅋㅋㅋㅋㅋㅋㅋㅋ 진심 뼛속까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2-07-07 16:51   좋아요 3 | URL
돈 많이 벌어서 책 더 많이 사요. 책 쌓으려면 더 큰 집에서 살아야겠네요? ㅋㅋㅋㅋㅋㅋ 돈 많이 벌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7-08 11:17   좋아요 1 | URL
아.. 저거 왜 저러나 싶었는데요.. ㅋㅋㅋ 제가 크레마 사면서 열린 책들 전집 샀거든요 ㅋㅋㅋ 백 몇권 들어있는데 안열어봐서 그런거 같아요... 여러분 저 저정도는 아닙니다. 물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놓고 안 들춰본 책은 집에 더 많습니다 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2-07-07 17: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모야 쟝쟝님 니체 안 읽었다더니 갖고는 있었네요 ㅋㅋㅋㅋㅋ 첫 100자평부터 넘나 일관성 있는 그대 ㅎㅎㅎ

공쟝쟝 2022-07-08 11:18   좋아요 2 | URL
네.. 아마 저 무렵에 채사장 강연들었나봐요 ^^ㅋㅋㅋㅋ 그래서 사 놓고 안펴 봄...
예... 제가 일관성이 좀 있습니다... 쉽게 파악 가능한 재미없는 인간이라 재밌는 사람들 보면 신납니다. >_<

새파랑 2022-07-07 21: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시 공쟝쟝님의 첫 만님은 니체군요 ㅋ 전 첫 만남이 TEPS책 이었습니다... 그래서 올리지 못했어요 ㅋ 전자책 비율은 좀 충격적이네요 😆

공쟝쟝 2022-07-08 11:18   좋아요 2 | URL
오해야..열린 책들 전집 때문..(그러나 물질 책인 도끼옹 전집도 한 권만 펴봤기 때문에 그냥 원래 그런 걸로 )

2022-07-07 23: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7-08 1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mini74 2022-07-08 09: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첫 책이 엄마마중이랑 집나가자 꿀꿀꿀. 엄마마중 간다면서 집은 왜 나가는지 ㅠㅠ 일관성없는 책사기는 그때나 지금이나 같네요 ㅎㅎ

공쟝쟝 2022-07-08 11:19   좋아요 1 | URL
엄마는 마중을 나가는 데.... 집 나가자 꿀꿀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관성이 있잖아요?!?!?

책읽는나무 2022-07-08 10: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첫 구매 책이 니체!! 짜라투스트라~
넘 있어보이네요. 부러워요^^
첫 100자평도 김지영씨 책!!
있어 보이는 건 혼자서 다하공~ㅋㅋㅋ
근데 5년동안 벌써 9백만원어치??
여튼 큰 손 여기 또 한 분 추가네요^^

공쟝쟝 2022-07-08 11:22   좋아요 2 | URL
생각보다 덜 사서 놀랐는데요..? (우웅...?)

책읽는나무 2022-07-08 12:42   좋아요 1 | URL
큰 손 맞네~ 큰 손!!!!✋️ ㅋㅋㅋ
 
가부장제의 창조
거다 러너 지음, 강세영 옮김 / 당대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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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무한한 것은 없다. 모든 것에는 끝이있다. 인간의 종말을 믿는다. 

세상은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 관념은 언어일 뿐이다. 언어는 물질이 아니다.

그러므로 내세는 없다. 환생도 없다. 지옥도 천국도 연옥도 지금 여기에 있다. 나는 종교가 없다.


현 시점의 나에게 가장 유해한 사상이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대상이 무엇이든) 메시아니즘이다. 이는 무력한 인간일 수록 취약하게 작용하는 사상이라 세상이 혼란할 수록 창궐한다. 정치인의 모습이든 사이비 교주이든 연예인이든 기업가든 이념이든 기술이든 연인의 모습을 하든 간에… 구원자는 멸종할 때까지 재림할 것이다. 인간은 애초에 무력하기 때문이다. 


그 무력함을 통째로 끌어안아버린 채 삶을 도모하는 신앙적 행운은 내게 오지 않았고, 이제와서 인간의 무력함을 알았습니다, 투항하기에 나는 너무 질문이 많다. 신이 있고 없고는 내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고, 신이 있건 말건 지금 내가 잘 사는 게 내게 중요한 문제다. 잘 사는 것. 그것은 중요하다. 그냥 얻어지는 것이 절대로 아니다. 어쩌면 유신론자들보다 무신론자들에게 훨씬 중요하다.


고통은 지속되지 않는다. 내 생각에 고통의 경험을 되새기고 반복하는 것이 고통의 속성이다. 그래서 고통은 나쁘다. 똑같이 행복은 지속되지 않는다. 언제나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현실을 잊는 자극에 중독된 사람이다. 대체로 행복은 현실과 딱 붙어있는 안녕에 가까운 담담한 상태고, 우리가 행복이라고 착각하는 종류의 감각과 감정은 행복이 아니다. 그건 취해있는 것. 도피다. 현실을 직시하지 않는 자에게 행복은 어려운 것이다. 도취를 행복으로 착각해서는 안된다 … 현실 직시… 나는 이 단어를 스스로에게 읽어주는 것을 좋아한다. 


왜? 내가 이상주의자여서다. 

현실 도피… 그게 내 취미다. 그거 없이 못산다. 그래서 *현실 직시* 해야한다. 수시로 안해주면 ‘잘사는 일’과 멀어지더라.


난 현실에 없는 것, 좋은 것,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을 상정해두기를 좋아한다. 그걸 마음 속 벽 같은 데에 액자 같은 데에 걸어놓고 째려본다. 그러면 내가 어쩐지 그렇게까지 허접한 인간은 아니라는 위안이 든다. 점점 덥고 습해지는 날씨까지 포함해 매일은 현실과의 악전고투다. 달걀하나를 부쳐먹으려고 해도 치열한 (달걀 살 돈을 벌어야하고, 유정란 무정란 부터 닭이 어떻게 컸는지, 몇개를 살 건지, 얼마짜리를 사야 가장 합리적인건지, 사러 온 김에 다른 간식 더 살건지…) 협상을 해야하며, 내가 걱정한다고 해도 아무 영향이 없는 사건 사고들은 수시로 터져나와 휴대폰 알람을 울려대고, 아무리 은둔 생활을 즐긴대도 반면교사가 되어주는 빌런 같은 인간들은 도처에서 출몰한다. 


사니까. 살아가야하니까. 

나는 현대의 도시에 사는 독신 여성이니까ㅋㅋㅋㅋ 



2.


함께, 살아야 한다, 어쩔 수 없이. 현대의 도시녀성인 나는.


에스컬레이터에서 내 어깨를 무례하게 치고 가는 놈도, 일 다끝났는 데 결제 안해놓고 잠수 타는 거래처 이사 놈도, 친구랑 소주를 마시는 데 괜히 궁시렁대며 시비를 터는 놈도, 달리기하다 (자주) 마주치는 노상방뇨 놈도, 한남의 사회성을 극단으로 밀어붙여 나라의 우두머리가 된 서울대 출신의 굥도… 삶에서 마주치지 않을 수가 없다. 아니, 그런데, 왜, 가만히 있는 나를 열받게 이들은 다 중년의 남자인가… 그것이 현실이다. 아, 아무리 함께 안살아보려고 노력을 해보아도… 마주침 그것은 불가항력이다. ㅠㅠ


저것들은 좀비야. 무감각한 표정으로(이젠 징그럽지도 않다), 급소를 푸욱 쑤셔서 으드득 돌려서 후벼파 무찌르고 내 갈길을 가자! 라고 해도 숨돌릴 틈이 생겨 그것들이 내게 묻혀 놓은 흔적들을 들춰보면 어김없이 손톱자국 이빨자국이. 난 어디까지 감염된 걸까. 역시 이 세계를 살고 있는 내가 바로 절비(ㅋㅋㅋ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 참조)로 구나. 


현실과의 악전고투 속에서 ‘나 자신이 되는 일’—이것은 나 자신을 잃지 않는 일일 수도 있겠다. 아니다. 어느 정도는 잃어버린 나 자신을 인정하고, 그래도 어디까지는 복구하는 일이다. 원상복구는 어렵다. 꼬매고 찢어진 누더기 같은 흉터들 사이로 돋은 새살을 보면서 오, 인생 좀 살아본 자의 스크라치하며 피식대는 것일 수도 있고. 남의 쭉 찢어져서 잘 아문 근사한 흉터를 보면서 오, 저 정도는 아니지 내적인 안도하며 감상하는 일일지도 모르겠다고—은 내가 걸어둔 이상주의 액자를 한번씩 쳐다보는 거다. 야, 너 안까먹었지? 하는 거. 나는 그렇게 살고 싶고, 이렇게 삶을 설정하는 데에 영향을 미쳤던 중요한 텍스트가 있다.


좀 읽은 지 오래된 인용문을 가져와본다. 다시 읽으면 20대의 나 처럼 좋을란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대학시절의 내가 참 좋아했던 책의 한 구절 이다.

“(59) 오늘의 사학에서는 종말관을 가질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오늘날 같이 인생관이 아주 물질적으로 되어버린 사람에게는 세계의 끝이 온다는 말은 견뎌내지 못하는 사상이다. 그들은 보이는 이 세계 밖에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명을 구원하는 것은 이 사상일 것이다. 그 이유는 인류의 사상은 순간적인 조건 보다 영원한 미래에 의해 규정될 때 가장 원대성을 띠고 건전한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가까운 언덕보다 저 무한한 거리의 별이 도리어 확실한 목표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대심판은 역사 사실로는 영원히 안 올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을 믿음으로써만 역사를 바른 방향으로 끌 수 있다. *별을 바라보고 가도가도 별이 있는 곳에는 가지지 않는다해서 별은 거짓이란 말은 되지 않는다.* 가도가도 잡히지 않기 때문에 참이요, 지도 목표가 될 수 있다.

*실현되는 것이 이상이 아니라, 영원히 실현 안 되는 것이 이상이다.* 실현되는 이상은 실현되는 그 순간 죽어버리나 실현되지 않는 이상은 현실적으로 안 되기 때문에 뜻으로는 순간마다, 또 영원히 계속되어 실현이 되면서 이끌어가는 산 이상이다. *종말관은 인류 역사를 이끄는 정신적 항성이다.* (중략) 그러나 만일 그날이 없다면 이 무한히 계속될 고통의 운명에서 누가 능히 견뎌낼까? 종말이 온다는 말은 도리어 인류에게 희망을 약속한다. 더구나 그날이 예측할 수 없이 온다는 데 하나님의 사랑이 들어있다. 천년이 하루 같고 하루가 천년 같은 날이 온다. 언제 올지 모르게 도둑같이 온다. 이것을 믿는 데 역사 추진의 힘이 있다.” 

-함석헌, <뜻으로 본 한국 역사>


내 이상한 종말관에는 아마 함석헌 옹이있었나보다. (근데 이 책도 여혐심해가지고 아주ㅋㅋㅋㅋ 한국의 역사를 갈보의 역사에 비벼버리면서 갈보 왜 나쁘냐 꼭 필요하다 하는데 님아 그러니까 제발 제일 낮은 자리에 여자 할당하는 짓을 멈춰 제발. 너는 남자로 태어나서 갈보 못하잖아.) 종교 없는 내가 메시아니즘은 경계하면서도 종말론은 좋아하는 이유를 이 책에서 발견해 버림 ㅋㅋㅋㅋ


암튼 종말론 이야기 할건 아니고, 이상주의의 현실성에 대해 쓰고 싶었던 것 같다. 

여성의 역사적인 종속의 기원을 다루고 있는 책 <가부장제의 창조>를 꼼꼼히 읽으면서 계속 저 구절을 떠올렸다. *별을 바라보고 가도가도 별이 있는 곳에는 가지지 않는다해서 별은 거짓이란 말은 되지 않는다.*


이상주의자인 내가 현실에서 극단적으로 아무리 추구해봤자 놈들이 걱정하는 페미니즘 유토피아는 도래하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내가 가진 이상(별) 자체를 조정 할 필요가 있을까? 그것을 현실주의 혹은 현실적이지 않다, 현실 정치에서는… 라는 말로 무모하다고 하는 것이 정말 맞나? 근래에는 이런 물음표들로 좀 구체화되었고 같은 주제로 친구와 운동장을 수십바퀴 돌면서, 모처럼의 책 모임에서는 아주 핏대까지 올려가면서, 떠들었던 것 같다. 별 수 없네, 난 아직도 이상주의네. 


그래서? 



3.


나는 내가 별 수 없는 이상주의자인 게 좋다. 그런 성향이 아니었더라면 진작에 좀비가 되어서 남의 살점을 씹어먹는 것에 대해 쾌감을 느끼지 못하면서도 채워지지 않은 허기를 해소하고자 애썼을 거다. 나는 허기 해소만이 목적인 텅-빈-인간들을 싫어하고 (어쩌다 그들이 그렇게 되었는지는 내 알바 아니나) 순간순간 쉽고 수월하게 그렇게 하고 싶었을 때, 신앙이 없으면서도 그렇게까지 하지 않았던 이유는… ‘좋은 것, 가장 좋은 것, 현실에서 발견할 수 없거나 어려운 것’들을 내 머릿 속에 어떤 언어/이념 적인 형태로 만들어 놓고, 그것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었다. 나는 있다고 믿는다. 그러므로 그건, 나한테, 있다. 


현실은 이념이 되고 이념은 현실이된다. 그건 얽혀있고, 시간 속에서 변화한다. 위치에 맞게 다르게 해석되고. 사람에 맞게 다르게 도달한다. 나의 지나친 비약과 언어유희 같은 일반화, 오해를 살만한 거친 단어 선택은 좀 더 좋은 것, 좀 더 이상적인 것을 향한 글쓰기다. 그것은 그냥 글쓰기이지만, 또 그냥인 것만은 아니어서 조금 더 조금 더더 하면서 써보는 용기를 낸다. 언제나 용기를 내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쓰지 않으면 모른다. 나한테 그런 좋은 것을 추구하고 싶은 욕망이 있는 지. 


그걸 발견해서 나의 정신없는 자아에 이상한 관점들을 또 하나 추가한다. 걔들은 섞일 것이고 내 세계는 한번 더 혼돈의 카오스가 되고. 그런데 나는 정리를 잘하는 사람. 거기에 맞는 언어와 글씨를 또 찾고. 써보고. 나를 부정하고 또 나를 인정하고. 푸하하하. 과정 그 자체는 방법이며 목적이다. 


“(30) 지배의 우산이 제거되고 개념 정의가 여성과 남성에게 공유되었을 때 역사쓰기는 어떤 모습일까? *과거를 평가절하하고 범주들을 뒤집어 엎고 질서를 혼란으로 대체하는 것일까?*

아니다. 우리는 단지 자유로운 하늘 아래로 나가설 것이다. 하늘이 어떻게 변하며 별은 어떻게 떠오르고 달은 어떻게 도는가를 관찰할 것이고, 세상의 모습과 여성과 남성의 목소리 속에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가를 설명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우리는 아마 더욱 큰 풍요로움을 보게 될 것이다. 이제 우리는 인류의 잣대가 남성이 아니라, 여성과 남성임을 안다. *남성이 세계의 중심이 아니라, 여성과 남성이 중심이다*. ..... 어쩌면 이전에 두 가지 배역이라는 부담을 져왔던 사람이 이제 더 자유롭게 순수한 존재의 즐거움을 연기하고 경험하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오직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발견하기 위해 세상의 먼 변방까지 항해했던 탐험가들처럼, 우리는 우리가 발견하게 될 것을 설명해야하는 의무를 가지고 있다.

*시작하지 않는 한 우리는 결코 알 수 없다. 과정 그 자체는 방법이며 목적이다.*”



4. 


사실 페미니즘 정치…까지는 잘 모르겠다. 나 하나를 이 정도의 페미니스트로 만드는 거 그거 하나도 엄청난 고통(과 희열)을 수반하는 지난한 과정들이었기 때문에. 아, 나는 그냥 이렇게 생겨먹은 사람이구나… 를 아는 것 만으로도 이토록 훌륭하게 똑똑해져 버렸는 데ㅋㅋㅋㅋ 이걸 막 다른 사람들이랑 같이 하려고 생각하는 순간 막…막… 어후… 막막해. 역시… 못할 거 같다. 그냥 하던대로 열심히 알라딘에서 여성주의 책읽기 열심히 해야지. 


내게 성경 책은 없지만 페미니즘을 계속한다면 (아마 계속 하지 않을까?) 이 책을 성경처럼 사용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버려서는 안되는 여성주의적 원칙들을 아주 확고하게 쥐고 있는 책이다. 특히 마지막 장이 그랬다. 이상, 별, 항성. 그러니까 그건 좀 움직이면 안되고 확고해야 하것 같다… 그걸 확고하게 설정해서 딱 박아 놓지 않으면 길을 잃는다. 어느 정도의 현실적 타협은 해야하지만 ‘페미니즘’의 본질 자체를 바꿔버려서는 안될 것 같다.


“(396)우리는 반드시, 최소한 당분간은 여성중심적(woman-centered)이어야 한다. 우리는 반드시, 가능한 한 가부장적 사고를 떠나야 한다.”


백래시. 분리주의를 비판적으로 평가했던 일부 강단 페미니즘은 ‘페미니즘’이라고 말하면서 어느 순간 페미니즘적 원칙을 져버린 것 같다. 일전에 모 교수의 주디스 버틀러 강연을 들으면서 했던 생각이다. 응? 저게 페미니즘이라고? 


요즘엔 이런 생각을 한다. 그러니까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이라니… 그건 페미니즘일 수 있나? 대선을 거치면서 나의 그런 생각은 소위 진보 진영의 페미니스트 학자 집단들이 하는 (…ㅜ_ㅜ 정희진 까지도…) 말들을 듣고 보면서 점점 더 혼란해 졌는 데… “(394)제 각기 머릿 속에 최소한 한 명의 간직된 훌륭한 남성들”을 두고 있어서 그러신 지… 오로지 독학으로 독서로 페미니즘을 공부하는 나는, 종종, 저게 왜, 페미니즘인건지 당최… 모르겠는 상황들이 현실에서 펼쳐지니까… 그래서 내가 하는 공부가 페미니즘 맞아요? 이럴 때가 있었는 데… 그 분들이 하시는 게, 되려 페미니즘적이지 않을 수도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을 좀 했다.


아무튼, 이 책에서 배운 몇가지 기준들을 원칙삼아 많이 배운 지식인 여성 페미니스트 교수라고해서 무조건 맞다고 생각하지 말 것이며, 이 책이 필요없어지는 날까지는 이 책에서 정리해준 페미니즘적 원칙들을 잊지 않아야 하겠다. 


“(396)가부장적 사고의 바깥으로 나가기가 의미하는 것은, 사고(thought)의 모든 알려진 체계를 향해 회의적이 되는 것이며, 모든 가정들과 서열짓는 가치와 정의들에 대해 비판적이 되는 것이다. 우리 자신의 것, 여성의 경험을 신뢰함으로써 누군가의 진술을 검증하기. 그런 경험은 대체로 하찮은 것으로 취급되거나 무시되었기 때문에 그것은 우리 자신과 우리의 지식을 타당한 것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우리 자신 속에 깊숙이 들어 앉아있는 저항을 극복하는 것을 의미한다.”


페미니즘이 내게는 비교적 건강한 메시아니즘으로 작용해왔던 것은 아닐까하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불안하고 혼란스럽고 무력한 이 세계에서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부여 잡은 사상(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ㅋㅋㅋ)이긴 한데, 이게 안내하는 길이 더 혼탁하고 더 엉망진창이고 세상에 끈질기게 남아 실낱 같은 안전을 담보하는 마지막 구원 담론(낭만적 연애…와 가족…)마저 걷어차버리는 그런 사상이었던 거라… 난 부득불 나 자신을 더 굳걷히 부여잡을 수 밖에 없었고, 뭔가 ㅋㅋㅋㅋ 졸라 멘탈이 강해짐 ㅋㅋㅋㅋ


나. 여성인 나. 일하는 여성인 나. 좋은 학벌과 번듯한 직장이 없는 주제에 감히 결혼도 하지 않으려는 나. 심지어 돈을 버는 것에도 썩 진심이 아닌 나(노력을 안한 것은 아니었다 진쉼~;;;), 로맨스에 휴머니즘 마저 비웃고, 세상을 따돌리는 아싸가 되어 은둔생활을 하는 와중에… 이렇게 아무도 나를 사랑해주지 않고 나도 아무도 안 사랑하는 채로 늙어가면 어떡하지?라고 생각했는 데 이미 그 상태라는 것을 알아버려서 아… 이 상태를 유지하면 되는 거구나를 제대로 깨달아 버린 나는 믿을 것은 나 자신 밖에 없다!!! 라는 현실 직시를 하고 페미니즘을 뼈 아프게 섭취하며, 아무도 안사랑해주면 나나 나를 사랑하자! 아주 건강하고 자립적인 존재로 재탄생해 버림😩


“(391)역사적으로, 생각하는 여성들은 즐거움·일상성·즉시성을 가지고서 한 여성의 삶을 사는 것과, 생각하기 위해 한 남성의 삶을 사는 것 사이에서 선택해야만 했다. 교육받은 수세대의 여성들이 한 선택의 대가는 잔혹하고 컸다. 다른 여성들은 의도적으로 혼자 살거나 혹은 다른 여성들과함께 삶으로써 성성별체계(sex-gender system) 바깥에 사는 것을 선택했다. 여성들의 사고에서 가장 중요한 진보 중 일부는, 대안적인 삶의 방식을 위한 개인적 투쟁이 자신의 의식 속에 녹아든 여성들에 의해 우리들에게 주어졌다. 그러나 그런 여성들은 대부분의 역사적 시간 동안 사회의 변두리에서 살도록 강요받았다. 그리고 그들은 ‘일탈적‘인 사람으로간주되었으며, 그 때문에 그들의 경험은 다른 사람들에게 일반화되기가 어렵고, 또 영향을 미치거나 인정을 받기도 어려웠다. 왜 체계 건설자 중에 여성은 없는가? 그 이유는, 자신의 자기(self)가 일반칭 (generic)에서배제되어 있을 때 그 사람은 보편적인 것들을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추상적 사고의 구축이라는 인간적 사업에서 여성을 배제함으로써 생긴 사회적 비용은 한번도 계산된 적이 없었다. 우리가 우리에게 취해진 행동들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명명하고, 그것이 아무리 고통스럽더라도우리가 그 사업에 참여했던 방식을 설명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생각하는여성들에게 그 비용이 어느 정도였던가를 이해하기 시작할 수 있다. 우리는 강간이 우리를 겁에 질리게 하고 우리를 종속상태에 머물러 있게하는 하나의 방편이었다는 것을 오랫동안 알고 있었다. 이제 우리는 또한, 비록 고의는 아니었지만, 우리가 우리의 정신에 대한 강간(rape of our minds)에 참여했다는 것을 안다.”


그러므로 페미니즘. 나 자신이 되는 것. 나 자신의 경험을 신뢰하는 것. 나 자신을 구하는 내가 되는 것. 나의 섹슈얼리티가 아닌 나의 노동으로 나를 생산하고 나를 재생산하는 것. 적은 임금이나마 노동을 하는 나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 그것만 해도 되었던 남자들이 만든 역사와 문자와 철학을 시간내서 공부하면서 조롱하는 것. 나의 가부장적 사고(남자 못잃어)에 대해서 비판적 검토를 계속하는 것. 그게 어쩔 수 없는 나라면 나를 조롱하는 것. 여자들이 쓴 글을 읽는 것. 여자들을 독려하는 것. 여자들을 사랑하는 것. 나를 사랑하는 것. 생각하는 나 자신을 귀하게 여기는 것. 나의 경험을 신뢰하기 위해 노력하는 내 글을 쓰는 것. 나는 물리적으로도 사상적으로도 이제 더 이상은 소수가 아니라는 것을 힘으로 삼는 것. 인류의 절반 여성으로서의 나의 추상적 사고를 구축하는 것.


여기까지 쓰고 나니 내게 남은 질문은… 인류 재생산이네…? (응?) 

매달 피를 흘리는 나는 재생산을 포기 했을까? 아니, 어쩌면, 아니? 어쩌면. 어쨌든. 아마도 포기한 것 같은 데… 내가 가장 사랑했던 존재는 엄마였다. 지금도 마찬가지고. 그래서 비혼을 마음 먹으면서도 끝끝내 포기 안되던 것이 엄마가 되는 거였던 거 같다. (어쩌면 엄마가 되고 싶어서 결혼을 하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삶에 결정적인 것이 될 중요한 결단은 상황이 닥쳐야 내려지는 것이라서 아마도 나는 결단을 내리는 상황 자체를 만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재생산. 하지 않겠지. 



5.


그러니 현 시점에서의 나를 기준으로 생각하면… 이렇게 살면… 내 세계는 끝난다. 내 대에서 완벽히. 기후위기든 핵폭탄이든 인류는 멸종할테지만 (여기에 더 좋은 세상으로 가자라는 상상력으로의 이상주의는 절대로 발동하지 않는 데… 이에 대해서는 좀 더 생각해보겠다…) 이렇게 되면 그런 인류의 종말과도 정말로 나 자신과는 상관이 없어지고 마는 것이다. 


미래는 알 수 없으므로 당장 내일이 나 자신이라는 유한한 종족이 끝나는 날이 될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런 폐색이 짙은 세계관으로 어떻게 세상을 살아요? 라고 물어보면 대답은 간단하다.

무슨 소리! 그래서 살아있는 동안은 명랑하게 삽니다.😉


여자가 자기 자신으로 사는 것이 얼마나 명랑한 일인지 일단 살아보겠습니다.

살다가 이토록 똑똑한 내가 너무 싫고 힘들어서 미춰버리면 그건 다 여성 종속 5천년의 가부장제 탓ㅋㅋㅋㅋㅋ

내가 졸라 잘살고 엄청 근사하면 해질 수록 그건 페미니즘 탓 ㅋㅋㅋㅋ

남자를 잘못만나서 망하는 여자는 많지만 남자를 안만나서 망하는 여자는 없다.

내가 망하면 그건 남자 탓 내가 안망하면 그건 여자 탓.


나는 나자신이라는 신을 명랑하고 건강하고 심각하게 주조하는 지적 오만을 지속해볼 생각입니다. ^^


“(397) 가부장적 전통 속에서 훈련된 사고인 우리 자신의 사고에 대해 비판적이 되기. 결국, 그것은 지적 용기, 즉 혼자 우뚝 설 수 있는 용기, 우리에게 닿는 것보다 더 멀리 뻗으려는 용기, 실패를 감수하는 용기를 발달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아마도 사고하는 여성에게 가장 큰 도전은 안전과 승인을 추구하는 욕망으로부터 그 모든 것 중에 가장 ‘비여성적인’ 자질 —세계를 다시 질서짓는 권리가 스스로에게 있음을 주장하는 최상의 자기 과신인 지적 오만—로 옮겨가려는 도전이다. 신을 만드는 자의 자기과신, 남성 체계건설자들의 과신으로.”


덧, 남들은 메소포타미아가 힘들었다는 데... 난 정말 기독교의 성경을 몰라서 힘들었다... 하지만 그거랑 별개로 정말 잼난 책이었음. 강추강추! 별 열개! 

‘가부장제의 성립’ 기간은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대략 기원전 3100년부터 기원전 600년까지 약2500년에 걸쳐 전개된 과정이다.

😉 그리고 그것은 5000년 째 현재 진행형이다. - P22

시작하지 않는 한 우리는 결코 알 수 없다. 과정 그 자체는 방법이며 목적이다.

😉 과정 자체가 목적이 되는 것이 주는 활력. - P31

그래서 우리의 탐색은 가부장적 체계의 역사에 대한 탐색이 된다. 남성지배체계에 역사성을 부여하는 것과, 그 기능과 양상이 시간에 감에 따라 변화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전해져 내려오는 전통과 뚜렷하게 결별하는 것이다. 이 전통은 가부장제를 비 역사적이고 영원하며 눈에 보이지 않고 불변한 것으로 만듦으로써 그것을 신비화 하였다.

😉 가부장제는 인간이 ‘창조‘한 거다. 그건 그러니까 ‘폐기‘할 수 있다. 물론 그걸 만든 성이 폐기할 순 없고, 여성들이 교육받고 글자를 익힐 기회를 가질 때까지 견고했다... 지금도 정신 못차린다ㅋㅋㅋ 폐기는 여자가 한다. - P56

산업사회라는 대담한 신세계를 출범시킨 현대 남성들이 오염이나 생태계에 대한 영향과 관련된 결과들을 알지 못했던 것만큼이나, 신석기 시대의 사람들도 그러한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그과정과 결과에 대한 인식이 발달할 수 있었던 시점이 되었을 때는 이미 그 과정을 멈추기에 너무 늦었다. 적어도 여성들에게는.

😉 모든 악행은 악한 의도로 행해지는 것이 아니지... ㅋㅋㅋ 이제 그만 망쳐 ㅋㅋㅋ 비켜 ㅋㅋㅋ - P90

그러므로 사유 재산의 첫번째 전유는 재생산자인 여성의 노동력에대한 전유로 구성되어 있다.

😉 그렇다.
- P91

그 경험은 노예제가 발명되기 이전에 남성들에게 주어졌던 것인데, 그것은 바로 자기 집단의 여성들을 종속시켰던 경험이다.
*여성억압은 노예제보다 먼저 일어나 노예제를 가능하게 만든다.*

😉 이 책의 핵심 문장이다. - P139

그 태동기부터 고대 국가는 가부장적 가족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으며, 가족의 질서정연한 기능과 공적 영역에서의 질서를 등치시켰다. 가부장적 가족을 공적 공동체라는 건강한 유기체의 기초적 건축블록, 즉 세포에 비유한 것은 메소포타미아법에서 최초로 표출되었다. 그것은 3천년에 걸쳐 이데올로기와 실천 속에서끊임없이 강화되어 왔다.

😉 국가는 시작부터 가부장적 가족제에 의존했다. 그래서... 국가는? 여성에게 조국은 없다ㅋㅋ 기본 소득 도입하면 생각해 볼게... - P211

여성에 대한 성적 규제는 계급형성의 기초이며, 국가를 떠받치고 있는 토대 중 하나이다.

😉 남자는 계급으로 분할되어 있다. 여자는 섹슈얼리티와 계급으로 분할되어 있다. 그런데 그 계급은 여성의 성적 규제를 하지 않았으면 만들어 질 수가 없었다. - P249

만일 우리가 뱀을 다산 여신의 오랜 상징으로 이해한다면, 이것은 유일신 사상을 확립하는 데 반드시 있어야 하는 조건이다. 그것은 언약 속에서 울려퍼지고, 재차 단언될 것이다. 세상에는 오직 하나의 신만이 있을 것이며 다산 여신은 악이기 때문에 내던져지고 죄의 상징 그 자체가 될 것이다.

😉 아. 뱀이. 뱀이.. 뱀이다아... 응...? - P341

창세기에서 유일신 사상의 발달은 추상적 사고의 경향과 보편적으로 타당한 상징의 정의라는 면에서 인류의 엄청난 진보였다. 이 진보가 가부장제를 강화시키고 지지하는 사회구조와 조건에서 일어났다는 것은 역사의 비극적 재난이다. 따라서 상징이 만들어지는 과정 그 자체는 여성을 주변화하는 형식 속에서 일어났다.

😉 난 좀 추상적인 사고하길 좋아하는 편이라 그런 사고는 남자들이 하는 거다라고 말할까봐 걱정했는 데, 여자도 안시켜줘서 그렇지 잘한다고 해서 아주 기분 좋았음 ㅋㅋㅋ - P342

이성애 주의자 페미니스트들도 역시 여러 시대에 걸쳐 여성들과의 우정에서, 선택한 독신생활에서, 혹은 사랑과 성의 분리에서 힘을 얻었다. *사고하는 남자들 중 누구도 생각하는 대가로 자신의 자아 정의와 사랑에서 위협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

😉 여성의 자아를 강화해주는 사람은 다른 여성 밖에 없다는 거 너무 맞는 말이고... 남자들은 생각과 공부하는 것의 댓가로 자신의 정의와 사랑에서 위협 받아본 적 없다는 것도 너무... 와 너무 억울하다... 나 여자애가 공부잘해서 뭐할거냐 라는 말 들으면서 컸는데. 틀린 말이란 거 알면서도 아주 잘하지는 못하니까 공부는 내 길이 아니다라고 생각했던거 좀 화남... - P394

가부장제 체계는 역사적인 구성물인 만큼, 그것에는 시작이 있고 끝도 있을 것이다. 가부장제의 시간은 그 경로를 따라 거의 끝나가고 있는것 같다—가부장제는 더 이상 남성들 혹은 여성들의 욕구에 봉사하지못하며, 군사주의 · 위계 그리고 인종주의와의 뗄 수 없는 연관성 속에서 지구상에 있는 생명의 존재 자체를 위협한다.
그 다음에는 무엇이 올 것인가, 어떤 종류의 구조가 우리가 아직 알수 없는 사회조직의 대안적 형태를 위한 토대가 될 것인가? 우리는 전에없던 변형의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는 무엇인가로 형성되어가는 과정에 있다.

😉 이미 너무 망해서 더 망할 수 가 없는 페미니즘 하기 참 좋은 시대입니다. - P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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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7-07 08: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일단 이 책이 쟝님께 쟝님만의 성경이 된다는 것이 너무 뿌듯합니다. 제가 쓴 책도 아닌데 왜... 아무튼 뿌듯하고요.

이 리뷰를 읽다가 생각나는 걸 좀 적어볼게요. 우선, ‘구원자는 멸종할 때까지 재림할 것이다. 인간은 애초에 무력하기 때문이다‘라는 문장에 대해서요. 저는 믿는자에게는 그 힘이 작용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게 무엇이든요. 예수님을 믿는다면 예수님의 힘은 작용할 것이고 사주팔자를 믿는다면 사주팔자의 힘은 작용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여기엔 어떤 전제가 있느냐, 그 어떤 힘, 인간보다 더 큰 힘, 결국 인간으로 하여금 믿게 하는 힘, 그 전에 존재해야 하는것은 ‘인간의 믿음‘, ‘믿는 존재인 인간‘ 이라는 것이죠. 제가 최근에 엔도 슈사쿠의 <침묵> 을 읽으면서 이 생각을 더 확고히 하게 됐습니다. 고통당할 때 신은 어디에 있었는가, 라고 작가는 묻고 결국 신은 늘 우리와 함께 있었다, 라고 말하지만,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고 믿는 존재가 인간인 것이죠. 정말로 신이 있느냐 보다 우선하는 것은 신이 있다고 믿는 혹은 없다고 믿는 인간이요. 이건 아마도 제가 지극히 인간중심적인 사람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쟝님이 적어주신 말, 그러니까 인간은 애초에 무력하므로 구원자는 계속 나타날 것이다, 라는 것은 바로 저의 이런 생각과 같은 흐름이라고 봅니다.


저는 정희진 쌤의 강연에 갔다가 ‘워마드는 페미니즘이 아니에요‘ 라는 말을 듣고 크게 실망을 했었어요. 그리고 제가 페미니스트라고 정체화 하고나서 ‘너는 페미니스트니까‘ 라며 저에게 어떤 기질, 성향(자신들이 바라는) 을 기대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됐고요. 이 과정에서 나를 어떤 단어로 정체화하고 정의내리고 감별하는 것은 나에게 쓸모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습니다. 한나 아렌트가 행동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나타낸다고 했잖아요? 저는 제가 믿는 바를 행동으로 보이자, 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 행동이 어떤 효과를 봤으면 좋겠고요. 그런데 효과를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극단적이어야 합니다. 부드러운 말로 설득하는 것은, 특히나 페미니즘에 있어서 아무 효과를 주지 못해요. 묵살되는 언어가 될 뿐이지요. 그런점에서 저는 모든 여성들이 극단적인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불가하겠지요. 우리는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가도록 합시다.


재생산에 대해서라면, 저는 또 한번 깨달았어요. 쟝님의 리뷰를 읽으면서요.
저는 엄마를 사랑하고 조카들을 사랑하지만, 제가 재생산을 함으로써 저만 바라보는 존재가 생긴다는 것, 제가 무한히 사랑하고 무조건적으로 사랑하고 또 저를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는 존재를 만든다는 것은, 역시 제가 선택할 수 없는 영역의 것이라는 것을요. 저는 그걸 감당할 자신이 없고 의지도 없다는 생각이 쟝님의 리뷰를 읽으면서 새삼 듭니다.


아무튼, 읽고 씁시다!!

공쟝쟝 2022-07-07 09:43   좋아요 3 | URL
제게 페미 성경을 쥐어주시다니ㅋㅋㅋ 아주 꼭 마음에 들었습니다. 페미니즘이 너무 방대하고 훌륭하고 최신식의 사상이라 그 안에서 복잡해지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데, 그러다 보면 영판 다른 소리를 하게 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여성주의자가 여성주의를 버린다?ㅋㅋㅋ 그냥 말 좋아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여성주의 하다 만 거 아닐까요?) 근데 이것 저것 다 좋을대로 떠든 뒤에 자기가 하는 게 페미니즘이라고 하는 건 좀 싫기도 하고, 기준이 좀 애매했거든요. (무언가로 정체화하는 것의 위험성과는 별개로 최소한의 기준이 있어야 하는 데 그것의 근거 마저 회의 하게 하는 게 페미니즘 특유의 급진성이긴 하지만^^)

최근에 서재 안에서 나의 페미니즘 모먼트와 관련된 글을 읽으면서 왜 내가 페미니스트가 되었는지를 생각하면 페미니즘 적 원칙들은 명확해질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먼저 페미되신 선생님들의 페미니즘은 제가 알 수가 없고, 저는 넷상의 혐오표현(일베)들과 불법 촬영물 이슈가 각성 계기 였거든요. 가부장제의 창조도 거슬러 올라가서 여성의 종속에 대해 다루잖아요? 여성 종속의 모먼트! 그걸 추적한 대단한 책이었다 생각합니다! (강간… 이 있었겠더라고요… 강간이…) 생각하는 여성들에게 정신적 강간을 저질러왔을지도 모르겠다고 적힌 부분에서 저는 그토록 제가 생각하기를 두려워하고 내 생각을 말하는 것에 조심스러워했던 과거들이 좀 떠올랐구요…. “(394)사고하는 남자들 중 누구도 생각하는 대가로 자신의 자아 정의와 사랑에서 위협을 받아 본 적이 없었다.” 음. 그렇대요. 이거 너무 충격적인 문장예요. 여자들 한테 너무 슬프고... 뚫린 입이라고 말을 막하면서 여자들이 말막하면 어떻게 그런 말을… 이러면서 자아에 상처입는 남자들을 많이 봤는 데... 징징대지 마라 진짜 경고한다 내가ㅋㅋㅋㅋ

믿음에 관해서라면… 저는 침묵을 꼭 읽어본 후 믿음에 대해 생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어쨌든 저는 무언가를 믿어요. (걍 나 자신에 대한 다짐일 수도 있어요….) 종교인의 그것과는 뭐가 다른지 같은 지 잘 모르겠지만 단발님이랑 대화하다 보면, 아… 꼭 신을 믿지 않는 내가 나로 살기 위해서 만들어낸 방법들이 종교적 차원에서는 구축이 이미 되어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할 때가 좀 있었어요. 그것이 맞건 말건 조금 더 ‘건강하게’ 작용한다는 것에 대해 함석헌 옹의 글을 읽으면서 좀 끄덕끄덕 했고요. 칸트처럼 수확을 기대하지 않고 씨앗을 뿌리는? ㅋㅋㅋㅋ

재생산… 이건 제가 좀 더 생각하겠습니다. (생각을 피해온 것일지도?) 이젠 삼십대 중반 넘어서 난자 얼리는 것도 별 가망이 없고…. 뭐 점점 더 못하는 노산의 나이가 되어가고 있어서 몇 번의 유혹만 더 물리치면 자연스럽게 포기할 거 같은 데 ^^ (엉?) 하지만 다락방님이 조카들을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는 모습이 제게 참 귀감이 됩니다? … 저는 꼭 조카 아니더라도 인류애 회복하여 사랑하고 싶고요… 내 애는 안 키우지만 키우고 싶은 사람들 잘 키우라고 매달 모단체에 후원합니다…ㅋㅋㅋㅋ

그러니 애 안낳아본 여자에 대한 혐오를 멈춰라!

건수하 2022-07-07 13: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391쪽에 나와있는 문장이 무척 가슴에 와 닿네요..

아직 2장까지밖에 못 읽었는데, 얼른 마저 읽고 싶습니다.
다 읽고 다시 와서 쟝님 글 읽을래요.

저는 엄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전혀 안했던 사람이었는데요, 엄마가 되고 나니 그게 참 힘들지만 의미가 있는 그러나 강요해서는 안되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엄마가 된다는게 어떤 건지도 잘 모르면서도 되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알았다면 저는 절대 엄마가 되지 않았을 거예요.. (이런 말할 때마다 아이에게 미안하지만)

공쟝쟝 2022-07-07 15:33   좋아요 1 | URL
우린 같은 여성이라서 서로를 십분 이해하지만, 또 그래서 무조건 다 같아!라고 묶기엔 너무도 다른 경험들을 하고 다른 감정들을 느낄 수 있다는 것. 그러니 더 힘을 내어서 떠들고 읽고 쓰고 또 떠들고 논쟁하고 그러다가 지치면 쉬고 또 힘나면 나는 대로 읽고 쉬고해야한단 걸 한번 더 생각하게 하는 댓글예요!
저는 낳지 않은 / 낳아서 길러보고 싶었던 / 하지만 존재조차 하지 않게 만들어버린 / 없는, 없을, 없앤 / 미안해 할필요 없는 원래부터 없었던 제 아이를 생각하면서 좀 더 좋은 사람이 되야겠다라고 맘 먹어 볼게요. (뭔가 심오한 댓글이 되었다)

거리의화가 2022-07-07 13: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른 것보다 대학 때 읽으신 책 보고 흠칫했네요ㅎㅎ 저 책 일단 한국통사 하면 손에 꼽히는 책이라 읽자 해서 구입은 해뒀는데 손이 안갑니다^^; 그걸 무려 대학 때 읽으셨다니 아후~ 대단~! 역사책 읽다보면 특히 여혐 등 보기 싫은 장면들을 마주하게 되어서 괴로울 때가 많아요. 제대로 읽자 생각하며 비판적으로 읽기 중입니다! 주어진 대로 받아들이지 말기~ 태도는 역사책 읽기에도 유용한 것 같습니다.

재생산은 하지 않으니 저도 제 대에서 삶이 끝나겠네요. 끝나는 삶까지 열심히 살아야겠어요. 그리고 비혼주의자 쟝쟝님 응원합니다!

공쟝쟝 2022-07-07 15:40   좋아요 3 | URL
대학때 읽는 책들은 인생에 영향을 많이 미치는 것 같아요. 함석헌 옹의 저 책은… 한학기 수업 교재라서 열심히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거화님은 잘 모르시겠지만… 제가 숨겨진 현대사 덕훕니다. (응?)ㅋㅋ 알라딘은 페미되고 부터 시작했고… 이제 맛 없어서 역사 안읽지만.. 최근에 읽은 책 중에서 <법률가들>은 아주 수작였습니다… (응?) 추천드려요.

비혼/주의/까지는 아니지만… 결혼 제도에 대해서는 (특히 한국의 며느라기~문화에 대해서는) 살짝 건네다 본 것 만으로도 치를 떨었습니다. 여자가 여자를 미워하게 만드는 최전선에 고부관계가 있는 것 같더라고요. 이대로라면 인류 재생산과 마찬가지로 비혼에 안착하게 될 것 같고요. 그런데 제가 한번도 제가 설계한대로 인생이 굴러간 적이 없어가지고, 단정짓지는 않습니다 ㅋㅋㅋㅋㅋ 네 뭐 그러합니다… 제가 이나이 먹고 유튜브를 만들고 있을거라고 생각을 해본 적이 없으므로 ㅋㅋㅋㅋ 일단 끝나는 삶까지는 우리 열심히 살아요 ^^ 화이팅!

거리의화가 2022-07-07 17:11   좋아요 2 | URL
엇 쟝쟝님 이렇게 더 알아갑니다ㅎㅎㅎ <법률가들> 책은 못 읽어봤는데 참고해볼게요 고부관계 쉽지 않죠 그나마 저는 시월드 참 편하게 지나가는구나 생각합니다 시어머니가 안 계시고 시할머니만 계셔서^^;
미래는 알 수 없으니 예단할 수는 없지요^^ 그래서 재미난 게 인생이고^^

독서괭 2022-07-07 17: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메소포타미아보다 성경이 힘들었다, 저요! 저도 성경을 몰라서.. 함무라비법전이 더 익숙한 것만 같은 느낌? ㅋㅋㅋ
긴 글 읽다보니 앞부분에서 하고 싶었던 말 까먹고.. 음..
아 인용해주신 30쪽 저도 넘 좋았어요! 그리고 *별을 바라보고 가도가도 별이 있는 곳에는 가지지 않는다해서 별은 거짓이란 말은 되지 않는다.* 이 문장 참 좋네요. 다 쓸데없어, 하는 체념적 현실주의와 반대로군요? 이상적 현실주의? 현실적 이상주의? 전 별보다 새우깡 찾으며 가는 사람 같지만.. 쿨럭.. 약간 다른 얘기긴 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괴테의 구절이 생각납니다. ˝올바른 목적에 이르는 길은 그 어느 구간에서든 바르다˝
앞으로도 쟝쟝님의 읽고 생각하고 쓰기를 응원합니다~^^

공쟝쟝 2022-07-08 11:26   좋아요 1 | URL
저 였나 제 mbti였나 모르겠는 데 저를 설명한 표현 중에 ‘현실주의자 인 척 하는 이상주의자‘ 라는 표현이 있었어요. 끄덕끄덕 했습니다. 하지만 확실히 현실의 새우깡엔 별 관심이 없어요. 그러나 언제나 진짜 행복은 새우깡 먹을 때 느껴지는 것 같다요 ㅋㅋㅋ

독서괭 2022-07-08 11:31   좋아요 1 | URL
별을 바라보면서도 새우깡 먹을 수 있어요! 쟝쟝님 옆에는 입에 새우깡 갖다 넣어주는 분들이 계시니 문제 없습니다 ㅋㅋㅋㅋ

공쟝쟝 2022-07-08 11:39   좋아요 0 | URL
맞아요… 입천장까질까봐 소주도 부어주는 분들… 사랑합니다…💕

책읽는나무 2022-07-10 18: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좋은 글을 이제 읽었네요^^
지난 번에 분명 뉴스레터에서 본 기억이 있는데 공쟝님의 글을 읽은 기억이 없더군요.
안 읽었어~ 안 읽었어~ㅋㅋㅋ
‘현실주의자인 척 하는 이상주의자‘ 인 공쟝님!!
진짜 맞는 말 같은데요?
저는 그게 참 건강하게 다가옵니다.
늘 공쟝님의 글은 읽고 나면 건강해지는 기분이에요. 현실을 직시하지만, 멘탈을 더 강하게 만들어 주는 믿음직스런 부분들이 있어요.
저도 작년부터 여성주의 책을 계속 읽게 되는 이유는 좀 더 올바른 자아를 확립하고 싶어서..라는 욕구가 큰 것 같아요.
이 사람 말, 저 사람 말들을 듣다 보면 좀 혼란스러울 때가 많은데 중심을 잡으려면 아무래도 지식이 많아야 겠구나! 싶더군요.
공쟝님은 중심을 빨리 잡아가고 계신 듯!!^^
재생산은 여자 인생의 행복과 연결 된다는 것은 저도 아이를 키우고 있지만 반반인 것 같습니다. 제 곁에 결혼은 했지만 재생산 하지 않고 살아가는 친구가 있거든요. 보고 있음 또 막 부럽기도 하고..ㅋㅋㅋ
요즘 결혼하는 조카들도 재생산 하지 않는 부부들이 늘어나고 있어 이젠 당연하게 받아 들이게 되면서...재생산이 꼭 의무일 필요는 없구나! 생각하게 되었죠.
삶이 확 바뀌게 되는 것 같아요.
재생산에 대한 제 생각은 그래요ㅋㅋㅋ

공쟝쟝 2022-07-10 22:13   좋아요 1 | URL
자아 확립. 여성에게 여성주의는 좋은 것입니다. 왜냐면 우리가 읽은 거의 모든 것은 여성이 아닌 남성들 혹은 남성언어의 훈련에 익숙해진 여성들이 쓴 글들이기 때문이죠. 때로는 가장 많이 읽은 여성이 가장 앞장서서 여성을 혐오하는 글을 쓰는 것을 우리는 보기도 하고요. 나의 위치를 선명하게 인식하고 내가 내 목소리를 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내 목소리가 진짜 내 목소리를 심문하는 글을 쓰면서 나의 언어를 발명하는 것. 우리 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재생산에 관련해서도 더 많은 이야기와 담론들이 필요하구요 ^^... 생식/번식ㅋㅋ에 관해서는 별로 할말이 없고... 다른 소리 같지만 나무님의 훌륭하고 건강하고 먹음직스러운 상차림이라는 재생산 노동들이 저는 근사한 재능이라고 생각하고 부럽답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