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곱시에 출근을 했다. 

등산화에 등산복으로 중무장을 하고 폭우속을 나선다. 

좋았다... 내방까지는... 

내방역에서 방배역을 거쳐 산사태가 난 방배 레미안이 우리 회사 바로 뒤다 --;; 

8시 부터 40분간 걸어서 회사로 이동했다. 

위대한 월급쟁이들... 

맨홀 투껑이 열리며 폭포처럼 하수가 쏟아져도 묵묵히 우리는 출근을 한다. 

출입통제선을 뚫고 회사로회사로 

250명중 오전 11시까지 3명을 제외하고 모두 출근했다.  

젖은 바지는 방배역 매점에선 산 쫄쫄이 바지로 갈아입고, 

물찬 등산화는 뒤집어 두고 정전이 된 사무실에서 잠시 대기한다.

출근안한 3명중엔 사장님(?)이 있다.  

오다가 길이 막혀 다른지역 사무실로 출근했는데

그리로 보고하러 오라고 직원들을 불렀다 --a 

보고하기 위해 직원들은 임시전력을 끌어다 노트북에 보고서를 어찌어찌 정리하여  

전쟁터로 나간다... 

두시까지 대기하다 퇴근해 지금 집으로 왔다. 

사장님은 왜 그럴까?  

그리고 이 위대한 월급쟁이들을 회사가 어려워지면 왜 제일 먼저 자를까? 

정말 우리가 저 사장님 1/10 월급 받으면서 그만큼도 공헌을 못하는게 맞을까? 

여하간 집에 와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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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1-07-27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대한 월급쟁이들 흐흐흐흐흐흑흑흑 막 웃기면서 눈물 나요. 담담하면서 온갖 애환이 다 담겨 있다는. 저는 오늘 새벽부터 꽃시장 갔다가 샵 나와 있는데, 다들 괜찮냐며 연락 와서 왜그런가 했어요. 신논현은 다행히 안전.

무해한모리군 2011-07-27 16:53   좋아요 0 | URL
산사태로 토사가 넘어오면서 하수가 넘쳐나서 그런듯 해요.
새벽부터 여기저기 다니시다니 정말 대단하세요!
전 회사 갔다가 아무 일 안하고 왔는데 너무 피곤 --
지금은 김치찌개 끓여서 감자전 붙여 먹을려구요 ㅋㄷㅋㄷ

하늘바람 2011-07-27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험한 곳에 있으셨네요 전 2~3년전까지 사당살았는데 우면산 근처를 그리 자주 다녔건만 이런 일은 첨이라서 정말 깜짝 놀랐어요

무해한모리군 2011-07-27 19:00   좋아요 0 | URL
사실 위험하다는 생각은 안들고 제 시간에 출근해야지 하는 생각만 들었어요 ㅎㅎㅎ

회사에 도착하고 보니 비피해가 제 생각보다 심각해서 깜짝 놀랐어요.

마늘빵 2011-07-27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거주하는 지역과 직장 위치는 아마도 좀 상황이 나은 곳인가봐요. 뉴스나 트위터에 올라오는 사진들 보면 장난 아니던데. 난 그냥 신발과 바지 다 젖는 정도에요. 구두는 빨수도 없고 난감...

무해한모리군 2011-07-27 19:01   좋아요 0 | URL
방배동 우면산은 무슨 공사도 하고 있었고 인공적으로 만든 저수지도 넘치고 그래서 피해가 컸나봐요.. 저수지가 넘쳐도 이런데 어서 서울시장이 한강에 크루즈 띄울 생각을 포기해야할텐데 걱정이예요 ㅎㅎㅎ

삼디다스 슬리퍼를 지하철역 매점에서 많이들 구매하시더라구요

무스탕 2011-07-27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생해서 출근하고 고생해서 퇴근하고.. 정말 위대한 월급쟁이들이에요 ㅠ.ㅠ
10년도 더 전에 회사 일로 남태령부근 전원마을 근처(수방사 건너편이죠?)에 자주 다녔었는데 거기가 폭격(?)당했다는 뉴스를 듣고 놀랐어요. 그 부촌도 어쩔수가 없구나! 그러고요.
오늘 고생 많이 하셨으니까 저녁 맛있게 많이 드세요. 보아하니 안주가 좋은듯 싶은데 반주도 곁들여서.. ^^

무해한모리군 2011-07-27 19:03   좋아요 0 | URL
회사에 임시전원만 들어오는 상태라 인터넷이 안되서 저도 얼마나 심각한지 몰랐는데 퇴근길에 깜짝 놀랐어요. 엄청 큰 아름드리 나무가 방배 아파트촌에 떡하니 있더라구요.. 아이들이 난간이로 막 대피하고 아휴...

어떤 아저씨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진흙을 뭍힌채 아내를 못찾겠다고 중얼중얼 너무 끔찍했어요... 이런걸 개기로 자연앞에 좀 겸손해져야 할텐데요..

꿈꾸는섬 2011-07-27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비 정말 많이 내렸죠. 고생 많이 하셨네요.
위대한 월급쟁이....공감요.^^
무사히 집에 돌아오셨다니 다행이에요.

무해한모리군 2011-07-27 19:04   좋아요 0 | URL
정전으로 일찍와서 약간 신났다는 ㅎㅎㅎ
지금은 찌개 다 끓이고 쉬는 중이요..
내일 어떻게 출근할지 벌써 걱정이예요 --;;

감은빛 2011-07-27 2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대한월급쟁이들 맞아요! 대단한 하루였어요!

무해한모리군 2011-07-28 08:41   좋아요 0 | URL
감은빛님도 무사 퇴근하셨지요?
내방에서 방배에 불빛이 모두 사라진 모습도 놀라왔어요..

라로 2011-07-27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랬군요. 저도 직장 생활 하면서 그런 생각 했었어요...암튼
제 친정아버님이 8시 쯤 안부전화 하셨더라구요.
난리가 났는데 너희는 어떻냐시면서..
내일은 출근 안 하셨으면 좋겠다.

무해한모리군 2011-07-28 08:42   좋아요 0 | URL
저희도 온 식구들이 다 전화하고 난리났어요 ㅎㅎㅎ
오늘도 콸콸콸 쏟아지는 흑탕물을 건너건너 겨우 출근했어요..
그래도 전기가 들어와서 다행이예요..
군인들도 물통들고 와서 열심히 복구하고,
각구에서 물차를 지원해줘서 청소부 아저씨들도 열심히 청소하시고,
소방서 아저씨들도 경찰 아저씨들도 모두모두 수고가 많아요..
정말 모두 수고가 많다는 생각이 드는 하루였어요..

마녀고양이 2011-07-28 0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휴, 무사귀환해서 정말 다행이예요.
오늘 비가 공포스럽더군요. 내일은 좋아져야할텐데.

무해한모리군 2011-07-28 08:43   좋아요 0 | URL
오늘도 비가 계속 오네요.
복구하시는 분들 덜 힘들게 이제 그만 왔으면 좋겠어요..

가슴뭉클 2011-07-28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남부순환로는 통제라 안되고..
휘모리님~
내방에서 마을버스 다니나요?
7번 15번이요.
금호아파트 가야되는데--;;

무해한모리군 2011-07-28 11:27   좋아요 0 | URL
다닙니다 ^^ 일부구간만 통제예요.. 방배역까지는 갑니다.

가슴뭉클 2011-07-28 11:32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방배역까지만 가요?
그럼 방배빌딩은 안가겠네요.
우씨 거기서 양재역가는 17번도 운행 안하겠네요..
이런 줸장ㅜ.ㅜ

무해한모리군 2011-07-28 12:12   좋아요 0 | URL
방배빌딩은 가기도 하고 안가기도 해요.
방배빌딩 바로 옆이 지금 난리라서요 ㅎㅎㅎ

BRINY 2011-07-28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친구는 사당역 근처 직장인데, 그 도로사정에도 불구하고 기사 딸린 회사차 고집하신 임원들이 제일 늦게 출근을 했다고 하는군요.

무해한모리군 2011-07-29 08:42   좋아요 0 | URL
아하하하 어느 회사나 그런가봐요..
지 목숨은 귀하고 남 목숨은 우스운지 우리 사장보세요..
그 난리통에 보고하러 지있는데 오라잖아요 ^^;;

saint236 2011-07-29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저...기가 막일뿐입니다....조심하세요. 아직도 비가 더 온다네요.
 

 

연주회전체풍경3.jpg



 
금요일에 밤새 B급 영화 세 편을 보고 한숨 자고, 

토요일에 차좋아님과 신랑과 함께 참여연대에서 하는 바로크 음악 연주회를 갔다. 

참여연대가 있는 경복궁은 요즘 나의 로망의 장소다. 

조용하고 공기가 좋은 경복궁 윗쪽 빌라로 이사가기를 홀로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 

(오래되고, 추울 것이며, 우린 운전을 못하는데 대중교통이 불편한데 싸지도 않다는 문제가 있긴 하다.)   

잠깐 시간이 남아 들린 길담서원은 개인 서재를 보는 듯했다. 

참여연대 1층에 새로 꾸민 조그마한 찻집에서 연주회는 열렸는데  

바로크첼로, 리코더, 플루트 세가지 악기로 연주되었다. 

놀랍게도 십분 정도로 각 곡들은 짧았고, 

두번째 곡을 들을 때는 코끝이 찡해왔는데, 

음악이 아름답기도 했고, 

이렇게 아름다운걸 즐길 수 있는 사람이 너무 소수라는 생각이 들어서기도 했다. 

연주가 끝나고 너무나 작은 후라이드 치킨 한마리에 격분한 우리는 

맛나게 매운 불족발을 차좋아님의 인도로 먹어치우고, 

아주 긴 이름의 팥이 들어간 커피도 마시고 

차좋아님이 주는 차도 실컷 들이키고 집으로 돌아왔다. 

차좋아님은 우리 부부를 위해 '커피, 홍차, 직접 덖으신 녹차'를 선물로 주셨는데, 

우리 부부는 무용한 물건 애호가들 답게, 

신랑은 내가 말리는 데도 기독교 서적을 선물했고, 

나는 신랑이 말리는 데도 색연필과 심을 선물했다 --;; 

아 그러니까 제목중에 얘기안한게 그렇다 미인. 

 흔들리는 바위 이후 두번째로 영적 능력을 지닌 소녀 오하쓰와 허약 청년 우쿄노스케 콤비가 등장한다. 자주 만나고 싶은 콤비중에 하나인데 사실 이 작품은 오하쓰와 고양이 데쓰가 주로 활약을 하고 허약 청년은 오하쓰와의 로맨스 라인만 희미하게 그리며 그다지 큰 역할을 보여주진 않는다.   

 시대소설 답게 꽃놀이배, 화살쏘기 연습장, 헌옷을 파는 가게, 건어물상, 그릇가게, 밥집, 야채가게, 나막신 가게를 배경으로 시장잡배와 상인들, 무사들의 모습이 생생히 그려진다. 요괴가 나오고 예쁜 아가씨랑 어리버리 총각이 나오는 옛날 이야기라니 끝없이 듣고 싶다. 계속나와주면 좋겠다. 

나가수랑 csi를 보고 한숨 자니 다시 월요일이다.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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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하(紫霞) 2011-07-25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기억에 차좋아님은 교회를 다니셨던 것 같은데...기독교 서적 선물을 왜 말리셨나요?
갑자기 궁금해지는...^^;

무해한모리군 2011-07-25 14:03   좋아요 0 | URL
교회를 비판하는 내용의 꽤 많은 책을 쓴 저자라서 이미 읽으셨거나 그 취지를 충분히 알고 계실듯 해서요.(사실로 밝혀짐)

그리고 친교의 자리에 선물로는 좀 ^^;;

차좋아 2011-07-25 23:38   좋아요 0 | URL
베리베리님/ 그러게요 꼭 맘에 들었는데 말이죠 ㅎㅎㅎㅎ 그리고 기독교서적이 맞지만 우리나라에서 기독교 서적이라 함은 복음 위주의 책을 말하니까 그런의미로 기독교 서적은 아니었어요. 기독교 비평서적? ㅋㅋ

그리고 베리베리님! 기억력 짱!ㅎㅎ

치니 2011-07-25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경복궁 뒤 누하동 쯤으로 이사가고 싶어요. 흐, 거기 좋죠. 삼청동 사는 입장에서 말씀드리면, 낡고 오래 되어 춥고, 게다가 비싸다는 문제는 완전 동감, 교통 불편의 문제는 크게 동감은 하지 않아요. 걸어다녀 버릇하면 광화문에서 경복궁 근처 정도는 그닥 멀지 않고요, 택시 타면 기본 요금이라 다닐 만 하더랍니다. :)

무해한모리군 2011-07-25 15:29   좋아요 0 | URL
전 서울 올라오기 전까지 내내 산밑 오래된 주택에 살아서 추위쯤은 괜찮아요. 문제는 제가 새벽에 강남까지 출근해야한다는 거 ㅋㄷㅋㄷ

치니님 이웃이 되면 좋겠다~

Alicia 2011-07-25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흐흐흐흐흐흐^^ 좋으셨겠어요~ 그리고 무용한물건애호가 정말 웃겨요ㅋㅋ
요즘 드는 생각인데 부부의 정치적 성향은 취향만큼이나 중요한 일 같아요.
만약 그런 사람을 만난다면 모리님 부부와는 정반대로 제가 시니컬한 오이지님
역할을 맡게될 것 같다는, 그런 막연한 예감? ^^

무해한모리군 2011-07-26 08:41   좋아요 0 | URL
아하하하 알리샤님 재미있을때 보다 짜증날때가 많다는?!

어느날이였어요~
제가 광화문에서 미술관을 가면서
"어머 날씨가 너무 좋아~ 신난다"하면서 팔랄라 하고 있는데
신랑왈
"넌 mb가 만든 이 흉물스런 광장을 지나가고 싶냐?
햇빛도 눈부셔 죽겠구만"
하면서 투덜투덜..

제가 워낙 그럼에도 불구하고 홀로 즐거운 사람이라 사는거예요 ㅋㄷㅋㄷ

차좋아 2011-07-25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색연필 말인데요, 완전 좋아요 ㅎㅎㅎㅎ 그리고 남편님이 준 책은 다음날 바로 읽었어요 ㅎㅎㅎ 그날 고맙다고 인사도 안한 거 같네요 ㅎㅎ 뭐, 말 안해도 다 아실테니까 ^^

참 발효차는 말이죠~ 90도씨 이상의 뜨거운 물로 우려 드세요. 오래 우리지 마시고 바로 걸러내시구요. 얘기 한다는 걸 깜빡 했네요ㅋ (우려내서 식힌다음 차갑게 드셔도 좋아요~)

그리고 두 분.
신길동 매운 짬뽕 꼭 드셔보시길(재밌게 매운 맛, 미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해한모리군 2011-07-26 08:42   좋아요 0 | URL
뜨겁게 우려서 넵!
오늘 당장 해먹어 봐야겠어요.
감사히 잘먹겠습니다 ㅎㅎㅎㅎ

그건 정말... 무서워 보이던걸요 흑.

웽스북스 2011-07-26 0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무용한 물건. 나도 너무 좋아하는데. ㅋㅋ 갑자기 김중혁의 무용지물박물관 생각나요.

그나저나, 저 날은, 등산 취소되고, 등산 때문에 못간 약속은 두개나 나가리되고, 집에서 뒹굴뒹굴 청소했어요. ㅎㅎㅎㅎ 글을 읽으니 그 토요일 오후를 함께 했어도 좋았을걸, 싶지만, 뭐 이미 엎질러진 물이니까요. ㅋㅋ

무해한모리군 2011-07-26 08:43   좋아요 0 | URL
닭을 먹으면서 웬디양님을 부를까 하는 의견이 나왔지만,
누군가 전화를 하겠다고 했는데,
어 왜 우리 전화 안했지? --;;

감은빛 2011-07-26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즐거운 주말보내셨군요 ^^ 그동네가 좀비싸지않나요? 예전일터가 거기근처였는데.... 많이걸어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무해한모리군 2011-07-26 18:28   좋아요 0 | URL
낡은 빌라는 비슷하더라구요..
좀 고쳐서 살면 어떨까 싶긴 하던데 역시 출퇴근 편한게 짱이겠죠 ^^

pjy 2011-07-26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참,무용한 물건을 남에게 선물하는 센스 있습니다!
문득 어쩌지도 못하고 떠놓은 다양한 크기의 레이스 판대기들이 생각납니다 ㅋㅋ
이참에 주변에 분양 좀 해야겠네요~

무해한모리군 2011-07-26 18:28   좋아요 0 | URL
아니 레이스판대기 같이 훌륭한 걸 만드시는 능력자님이시군요 ㅎㅎㅎ
 

요즘 에세이 두편을 읽고 있다. 

둘 다 프랑스에서의 삶을 이야기 한다.   

 헌책방에서 2500원에 구입한 필립 들레름의 에세이집은 일상에서 만나는 소소한 사물을 소재로 삼아 소박한 행복을 그린다.  

 새벽 거리에서 먹는 크루아상이 첫번째 글이다. 후덕한 주인아주머니가 맞아주는 동네 빵집에 '거의 모두가 잠든' 새벽에 들러 크루아상과 너무 많이 구워지지 않은 미끈한 바게뜨를 사들고 나온다. 그리곤 따스하고 말랑한 크루아상을 걸어가면서 추위속에 먹는다. 그는 하루중 가장 좋은 것을 먹는 중이다. 주머니 칼, 사과, 첫 맥주 한모금, 일요일 저녁 소중한 것을 끝없이 이야기 한다. 이 글을 읽다보니 체인점에서 찍어나온 내 크루아상도 꽤 괜찮은 하루의 시작처럼 보인다. 

 또다른 에세이에서는 일을 그만두고 전업작가의 삶을 시작한 작가가 어느날 파리 좌안의 자기집 근처의 피아노 공방에 들어가게 된다. 낡고 아름다운 자기만의 이야기를 가진 피아노들을 다루는 공방의 작업공간, 그 공간의 주인인 장인의 모습이 매력적이다. 근 안친지 십년된 피아노가 다시 치고 싶어졌다. 우리집에 놓을려면 자그마하고 해드셋을 이용할 수 있는 녀석이라야겠지 하는 제법 구체적인 생각까지 해버렸다. 그러면 신랑은 기타 치라고 하고, 나는 피아노를 치는 흐믓한 광경이 연상이 되는데 아파트에서 가능할런지 모르겠다.  

참 신랑하니까 생각이 났는데 
몇 일전에 집안에 이런 저런 일로 잠자리에서 한숨을 쉬니, 
신랑이 자기처럼 잘생기고 능력있는 신랑을 둔 니가? 왜 한숨을 쉬냔다 --;; 
잘났다 잘났다 했더니 완전히 자뻑 모드 돌입해주신다 흠. 

올해 7월은 금요일이 5개, 토요일도 5개, 일요일 역시 5개다. 

복받은 달이다. (내 생일도 있고)

왠지 모르게 삶의 빈공간이 느껴지는 프랑스적인 생활이 부러워지지만 

나는 나의 금토일 5개를 기뻐하면서 또 올 하반기를 시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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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11-07-01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신랑님 역시 재밌으심 ㅋㅋㅋ
생일파티 한번 해용ㅋ

무해한모리군 2011-07-01 18:37   좋아요 0 | URL
뽀는 우리집에서 언제든 환영받고 있는거 알죠 ^^

굿바이 2011-07-01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저 필립 들레름 무지하게 좋아해요~ <첫맥주 한모금>은 조금씩 낭독해도 좋은 것 같아요.
쪼글쪼글해진 사과창고 이야기를 읽고 일부러 사과 한 상자를 오래도록 두었다가 먹었던 적도 있어요^^


무해한모리군 2011-07-01 18:38   좋아요 0 | URL
맞아요.
왠지 이 작가가 사는 삶은 무척 풍요로울 거 같아요.
맥주 한모금에도 그리 할 말이 많고 느끼는게 많으니 말이예요..
친구들 모임때 읊어봐야겠어요 ㅎㅎㅎ

잘잘라 2011-07-01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신랑님, 열 번 백 번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무해한모리군 2011-07-01 18:38   좋아요 0 | URL
저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

... 2011-07-01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페이퍼 읽자마자 달력으로 확인했다는, 정말로 금토일이 5개인가. ㅎㅎ

무해한모리군 2011-07-01 18:38   좋아요 0 | URL
브론테님 무척무척 드문 경우라고 하더라구요..

쎈연필 2011-07-02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랑이 저와 수다 떨면 잘 통하실 듯... ㅋㅋ
프랑스의 삶을 다룬 책이라... K-팝 이야기가 많이 나오겠군요 ㅎㅎ

무해한모리군 2011-07-03 10:59   좋아요 0 | URL
제랄님 어제 결국 프랑스 공연을 지상파에서 방송해주더군요..
호들갑호들갑 --;;

으흐흐흐 제가 제랄님 서재를 적극 신랑에게 추천해봐야겠어요.

머큐리 2011-07-02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휘님 생일이라...그냥 넘어가면 좀 섭한데...공개 안하시나요???

무해한모리군 2011-07-03 10:59   좋아요 0 | URL
머큐리님 우린 만날거예요 암요!
 

나는 우울에 아주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인간이다.  

일전에 우울이 나를 거의 죽일뻔 했기 때문이고, 

우울은 생각보다 치사율이 높다. 

하긴 인간은 생각보다 쉽게 죽는다. 

아주 사소한 상실도(타인이 보기에) 한 인간을 꺽을 수 있다. 

여하간 내가 해본 시도는 다양한데, 

목표는 심신상실의 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처음엔 심신상실 상태가 되기위해 술을 잔뜩 먹거나, 

음식을 잔뜩 먹기도 했으나,   

후유증으로 건강에 심각한 이상이 오기에 한 이년 정도 하다 포기했고,

집중이 잘 안되는 관계로 드물게 성공하긴 하지만 영화나 음악 감상에 도전하기도 했고,

천부적으로 재능이 없는, 그래서 미칠듯한 집중력과 시간이 필요한 

바느질, 뜨개질 등 각종 만들기에 도전해 집에 온갖 종류의 쓰레기들이 싾이기도 하고, 

가장 최근에는 오래 걷고 좋은 곳에서 차마시는 것을 시도해보았으나, 

이 도심에 도대체 '오래' 걸을 수 있는 곳 까지 가는 과정에 내 우울이 의욕을 이겨 좌절되기 쉽상이었다.   

여하간 이렇게 길고 지루하게 나의 우울 대처법을 이야기 하는 이유는 

내가 그로칼랭을 읽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주 목요일에 책의 주인공이 미국적 감정의 잉여를 풀어놓고자 하는 유일한 대상인(감정의 잉여를 매우 절식하는 동물인 그의 반려동물 비단뱀 그로칼랭을 제외하고) 인간여성 직장동료가 드디어 주인공의 집으로 놀러오겠다고 하는 대목까지 읽었다. 그러니까 나는 그 다음을 읽기가 너무 두려워서 내버려 두었는데 보나마나 주인공이 무척 난처해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인사나 하던 여성이 비단뱀 구경 오겠다는 말을 데이트로 여길 만큼 이 극도의 감정잉여에 시달리는 여리디여린 남자사람 말이다. (이 남자사람은 사실 도마뱀 먹이로 사온 생쥐에게도 감정의 잉여를 나눠줘버려 결국 동거에 들어간다)

여하간 오늘 아침 도저히 더 미룰 수 없어 다음을 읽었고, 몇 가지 개인적인 머리 아픈 문제와 더불어 우울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현재 나는 여기서 그로칼랭의 주인공이 도마뱀에 대한 책을 쓰듯이 우울에 대한 페이퍼를 쓰는 것으로 극복 시도중인건가?  

주인공의 미국적 감정의 잉여나 나의 우울은 소통을 통해 극복 가능할까? 내 휴대폰엔 가까운 몇 명의 번호가 삭제되어 있는데, 너무나 자상한 그들에게 혹여나 내가 우울할 때 전화해서 인간관계를 망치게 될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서다. 약간 덜 자상한 이들에게 전화하는 위험을 감수하기엔 나는 무척 소심한 성격이라 이정도면 충분하다. 그러니 주인공은 우울도 아닌 감정의 잉여를 나눌 대상을 생쥐나 기니피그나 도마뱀이 아니라 인간 중에 발견하기가 넓디 넓은 도시에서 얼마나 어렵겠는가. 

여하간 나는 아직 책을 끝까지 읽지 않았다. 왜냐면 가학적으로 그의 난처함을 조금 더 느끼고 싶기 때문이고, 실용적으로는 회사일을 시작해야하기 때문이다.  

흠, 이상한 일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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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1-06-28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니까 청춘이다' 라는 제목의 책이 있잖아요. 그 제목의 형식대로 말하자면 '살아있으니 이렇게 우울하기도 한거지' 전 그렇게 생각한답니다. 우울한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 우울함을 이겨내기 위해 이런 저런 노력으로 안간힘을 쓰고 있음이 곧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 아니겠나, 이런 생각도 하고요.
생쥐, 기니픽, 도마뱀이 때때로 인간보다 더 큰 도움이 될 때가 있더라고요.
휘모리님, 오늘도 비가 안 온다면 잠깐이라도 꼭 산책을 다녀와야겠어요.

무해한모리군 2011-06-28 10:41   좋아요 0 | URL
hnine님 직장에서 점심시간에 몇 번 산책을 한적이 있어요. 상사와 함께 친절한 가면을 쓰고... 역시 업무시간엔 무얼 하든 자유롭지 않아요. 퇴근 시간에 한번 해볼게요.

스틸 라이프라는 책을 읽었어요. 진정한 사귐이라는 글을 보는데 눈물이 날거 같았어요. 퇴근길에 데이트할 친구가 간절히 필요한거 같아요.. 우울 극복과는 별도로 말이지요.

다락방 2011-06-28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을 다 읽고 그간의 로맹 가리보다는 좋지 않군, 이라고 생각했었는데 휘모리님의 이 페이퍼를 읽으니 갑자기 울컥 해요. 이 책을 다시 읽어봐야 하나 그런 생각도 들구요. 무엇보다 어제까지 '수키 김'의 [통역사]를 읽었는데 책 속에서의 화자, 수지가 반복적으로 내뱉던 말이 떠올랐어요.

'그에게 부담을 지울 수 없다' 하는 말이요. 수지는 자신의 어려움이나 난처함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려고 하지 않아요. 부담을 지울 수 없다고 생각해서요. 휘모리님께서 가까운 몇명의 번호를 삭제한 것과 같은 이유인 것 같아요.

무해한모리군 2011-06-28 10:44   좋아요 0 | URL
맞아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로맹가리 작품이 되진 않을 듯해요. 말도 안되는 소리를 주절주절 적어놓은 그 글이 그냥 내가 사는 이 도시 같아요. 티브이 같기도 하고.

통역사는 정말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작품 다섯개 안에도 들어갈거 같아요. 왜 다음 작품을 쓰지 않을까요? 앵무새죽이기 처럼 한 작품에서 끝나는 걸까요? 음 번호를 삭제한 이유는 우울을 말해버렸는데, 제가 그사람에게 내 마음을 전할 수 없다는 느낌, 조금도 나눠가질 수 없다는 느낌이 들면 그 사람을 제가 그런일을 벌이기 전만큼은 좋아할 수 없을 것 같다는 느낌 때문인거 같아요. 그리고 다들 저보단 큰 짐을 들고 살아가는 듯 해요... 그리고 한번 기대면 너무 자주가 될 거 같아요...

굿바이 2011-06-28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용적으로 회사일을 해야하는데 저는 이 페이퍼를 몰래 읽고 있습니다.
제 처지를 생각하니 급하게 우울해집니다~^^

고고씽휘모리님 글을 읽으며 나는 어떻게 우울에 대처하는가 생각해 봤더니
딱 한 가지 방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무조건 잡니다!!!! 나도 남도 괴롭히지 않으려는 몸부림이죠. 휘모리님이 어떤 이들의 전화번호를 삭제한 것처럼 말입니다.



무해한모리군 2011-06-28 17:09   좋아요 0 | URL
저는 화가 날때는 잡니다 ㅎㅎㅎ
굿바이님께 댓글을 다는 지금 세시간 동안 회사에서 놀고 있어요.
내일부터 바쁠 예정인데 오늘은 일이 많지 않네요.
얼른 집에가서 만두국 끓여서 먹어야지 하면서 말이죠.

그나저나 굿바이님 좀 더 다른 사람을 괴롭혀도 우리 되지 않을까요? 너무 자주가 아니라면 말이지요.. 아 그런데 한번 하면 자주가 될 거 같아요.. 그죠?

... 2011-06-28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번뜩 생각났어요. 제 책장 어딘가에, 이 책이 있다는 것이. 찾아봐야 겠군요...

휘모리님의 적극적인 우울증 대처방법 중 가장 효과적인 것은 어떤 것이었나요?

무해한모리군 2011-06-28 17:13   좋아요 0 | URL
그때 그때 달라요 ㅎㅎㅎ
그래도 하나를 꼽자면 수건으로 곰인형을 만드는거요. 가장 어려운 과정은 눈코입을 만들때예요. 개성을 부여하는 작업이지요. 균형을 잘못잡으면 곰이 아니라 솜뭉치가 되어 버리거든요. 그런걸 막 만들고 있으면 생각이 없어지고 좋아요.

책 앞에 길고 긴 책 소개가 붙어 있는데 지루했지만 딱 하나 건질만한 건 아마도 로맹가리 본인과 가장 닮은 소설이 이 책이 아닐까 하는 얘기였어요.
 

나는 외근을 은근히 기다린다.    

태양 아래 걷는 것 자체만 해도 즐거운데다 

약간의 농땡이도 부릴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사당역에 내려, 

역사안 서점을 어슬렁거리며 눈 맞은 책 한권을 산다. 

책을 읽으며 목적지까지 지하철로 이동한다. 

오늘은 조경란의 백화점 이었다. 

누군가 내 속의 말을 빼어 적은 듯하다. 

을지로3가에 내려 볼 일을 보고 

11시 이른 점심을 먹기로 한다. 

외근은 회사 앞 메뉴가 아닌 다른 점심을 먹을 수 있는 드문 기회기도 하다. 

한 냉면집에 들어서는데 같이 들어선 4명에게는 물도 주고 주문도 받는데 내게는 좀처럼 오지 않는다. 

소심한 나는 조그마하게 '저기요' 하고 외친다. 

아주머니는 여전히 물수건을 접으면서 눈을 든다. 

나는 다시 조금 더 크게 '냉면 주세요'하자, 

아주머니는 아직도 여전히 물수건을 접으며 

'혼자 오셨으면 자리를 옮겨주세요. 그리고 냉면은 기다리셔야 되요' 

라고 퉁명스레 말한다.  

아주머니가 가르킨 자리는 창과 문 앞이다.  

혼자가면 더 아늑한 자리를 배치해주는 레스토랑이 그리워진다. 

8천원짜리면 그리 싼 점심도 아닌데 오전 11시 썰렁한 식당에서 야박하기 그지없다. 

슬그머니 일어나 나온다. 

일전에 던킨에서 브리토와 커피를 시켜먹는데,  

브리토가 너무 매워 물한잔 달라고 했더니  

'물은 사마시는 거'라는 말을 들었을 때보단 덜 야박했고, 

예쁜 꽃무늬 양산을 들고 걷는게 좋아서 금새 마음이 풀어진다. 

한 십분 더 헤매다 4300원에 커다란 당근, 호박이 들어간 카레라이스를 먹는다. 

강 남쪽에 산지 꽤 오래되었지만 나는 강 북쪽의 식당들의 분위기가 더 편안하고 마음에 든다. 

드물게 백화점에 가지만(주로 식품관에) 나는 백화점의 향도 과도한 친절도 불편하다.  

미용실도 같은 이유로 드물게 가고 가면 자는 척을 한다. 

나는 엄마가 사준 스텐 다라이가 마음에 들지 않아 쳐박아 두었다. 

수세미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사는 신랑이 미워질 때도있다.  

싱크대를 볼때면 미운 모양새에 성능도 시원치않은 수세미만 보인다..

그래서 때로 내가 물건에 너무 과도하게 정을 주는게 아닌가 걱정스러울 때도 있다. 

아니다. 물건들이야 말로 내가 있을 장소가 거기라는 걸 말해준다. 

나를, 타인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게 되는건 너무 고통스러운 일이다. 

속속들이 인간을 알 수 있는 눈 같은게 주어진다면 재앙일 것이다. 

단 하루도 살기 싫을 만큼. 

다른 이들이 고심 끝에 고른 물건들로 나를 오해해 주기를 오늘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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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1-06-15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외근나가는걸 좋아합니다. 답답한 사무실에 콕 박혀있는것보다 훨 낫죠! 그 냉면집은 참 너무하네요! 잘지내시죠? 일전에는 정말 고마웠습니다!

무해한모리군 2011-06-15 21:48   좋아요 0 | URL
네 저희는 잘지내요.
감은빛님도 금요일에 뵐 수 있으면 좋을텐데..
고맙긴요 이힛
그 책이 너무너무 기대되요.

웽스북스 2011-06-16 0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휘모리님. 저 낮에 이 글 읽고 너무 좋았어요 :)

무해한모리군 2011-06-16 08:58   좋아요 0 | URL
웬디양님이랑 차한잔 할 영광을 어서어서 가져야겠어요.
보고 싶어요 ^^

다락방 2011-06-16 0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백화점은 별로 불편하지 않은데 미용실은 불편해요, 휘모리님. 이상하게 미용실에 가면 제 자신이 너무 작아져요. 어서 빨리 나오고 싶어지죠. 그래서 자꾸만 동네의 아주 작은 미용실에 가게 되는것 같아요. 스텝없이 혼자서만 일하는 그런 미용실이요. 낡아버린 소파, 저렴한 파마요금.

일전에 혼자서 회덮밥을 먹으러 갔는데 테이블에 앉았더니 자리를 옮겨달라는 거에요. 4인용이라고. 그리고서는 바에 앉으라길래 앉았는데, 아우 마음이 너무 불편했어요. 밥을 5분도 안걸려서 먹어치운 것 같아요. 회를 뜨는 주방장이 바 앞에서 왔다갔다 거리는데 그 사람과 눈을 마주치게 되면 어찌나 어색한지. 끔찍했어요.

저 위에 백화점도, 레몬케이크의 특별한 슬픔도
이렇게 나직나직한 페이퍼를 쓰게 될 휘모리님께 참 좋은 책이 될 것 같아요.


무해한모리군 2011-06-16 08:57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제가 지난 이주일동안 그동안 읽은 열권의 책을 한페이퍼에 리뷰를 써보겠다고 끙끙거리느라 포스팅을 못하고 있었어요.
결국 그 페이퍼는 완성을 못하고 아직도 임시저장 상태예요 --;;

저는 비싼 가방이 딱 하나 있는데 그걸 들고 가는 장소가 저 두곳과 결혼식장이예요. 왠지 옷차림도 한번 다시보게 되고 말이지요... 그중에서도 물론 더 힘든 곳은 미용실이예요. '어떤 스타일을 원하세요?'라고 물으면 저는 할말이 늘 없는거예요 ㅠ.ㅠ

백화점은 다락방님이 생각나서 산 게 맞아요. 어제 서점에서 몇몇 책을 보며 다락방님 글이 떠올라서 참 좋았어요.

자하(紫霞) 2011-06-16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미~던킨에서는 물도 사먹는거였어요?
커피도 뿅뿅하게 맛없으면서...
저는 백화점가면 좋아하는 브랜드에서 초스피드로 쇼핑을 마치기 때문에...
미용실도 단골미용실가서 알아서 해주세요~하고 맡기기 때문에...
<백화점>을 봐야할지 모르겠어요.
여자로서 감성이 좀 부족한건지도...ㅋㅋ

무해한모리군 2011-06-16 12:18   좋아요 0 | URL
그니까요... 커피를 주면서 물한잔을 함께 내는 것이 본토의 예절이거늘 말이죠.
백화점은 읽을만한 에세이인데 고만 반 읽고나니 밀려서 덮어뒀다 다시 생각나면 읽어야겠어요..

베리베리님 안그래도 제가 질문이 있었어요 ㅎㅎㅎ
제가 8월말에 교토에 4박5일을 가려고 하는데요.
아무래도 오사카도 하루 다녀오는게 좋을까요?

자하(紫霞) 2011-06-16 17:26   좋아요 0 | URL
쇼핑을 좋아하신다거나 오사카성을 보고 싶으시다거나 무인양품 물건을 좋아하신다거나(3개 층이더라구요) 그렇다면 오사카에서 하루를 보내셔도 좋을 듯 합니다.
그렇지 않으시다면 나라에서 하루를 보내시는게...나라는 하루면 다 본다고 하더군요.(오사카보다 나라가 좋다는 분도 있으셨습니다.^^)

무해한모리군 2011-06-17 10:24   좋아요 0 | URL
아하 나라에는 사슴들이 있다던데...
그냥 교토에서 술이나 마실가봐요 ㅎㅎㅎ

... 2011-06-16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던킨 도넛츠 갈때마다 그 브리또를 (참치랑 치킨, 두 가지 있는 거 맞죠?) 노리고 있는데 10분에서 15분 기다리셔야 합니다, 손님. 하는 말에 다른 거 시키고야 말아요....

백화점과 레몬케이크는, 모두 모두 좋은 책이죠? 풋.

무해한모리군 2011-06-17 10:24   좋아요 0 | URL
그런데... 별 맛이 없어요 ㅋㄷㅋㄷ

네 두책다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