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간이 지금 지구의 자연적 질서를 깨트릴만한 강력한 힘을 소유하게 됐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전자식 거리측정기, 전기식 손톱건조기, 형형색의 일회용품 등 사소한 물건을 만들어내면서 대체할 수 없는 자원을 낭비하고, 그 생산과정에서 유독가스를 내뿜으며, 우리로 인해 지쳐버린 토양을 더욱더 오염시킨다. 삼림은 축소되는 반면 사막은 확장되고, 화학물질과 약품으로 강과 호수가 오염되고 그로 인해 물고기들이 유전적 변형을 일으키고, 또한 인간도 그 물을 마시며 어느 순간 생명을 대가로 치르고 있다. 우리는 다른 종들을 멸종에 이르게 하거나, 그들과의 미묘한 생태적 역학관계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 자신을 위협하게 되었다. 지금 우리가 이 아름다운 대지에 일으키고 있는 주목할만한 변화들은 곧 미래에 우리에게 엄청난 화를 끼치게 될 재앙의 씨앗임을 파파넥은 경고하고 있다. 그는 또 우리 행위의 향후 결과는 전혀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해야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얼마나 적은가를 인식하는 세계관으로의 전환을 통해, 불투명하고 비관적인 미래로부터 우리는 보호받을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서 개인이나 기업, 국가적 차원의 오만과 경솔함에서 거듭나야 한다고 호소한다.
- 196~197쪽 빅터 파파넥의 녹색디자인 中
제가 가장 잘 아는 것은 원자력을 하는 사람들은 거의 모두 체념했다는 사실입니ㅏㄷ. 원자력의 미래에 확신을 갖고 있는 원자력기술자는 단 한사람도 없습니다. 옛날 동료들은 아직도 그 세계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 만나서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를 하는 사이라 그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모두가 체념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그게 좋아서 하고 있는 게 아니라 "예까지 왔으니 이제 별수 없잖아, 안 그래?" - 거의가 이렇게 말합니다.
저는 원자력기술자의 체념이 바로 재해를 낳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과 반대로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좋으니까 신념을 가지고 희망에 차서 반대하는 일을 해나가는 겁니다. 이렇게 해서 원자력을 없애자는 희망을 다른 사람에게 물려주는 일을 하자는 겁니다. 우리는 반핵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건전하게 살고 싶다는 희망의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 100쪽 생명의 자리에서 원자력발전을 생각한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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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출발은 질문이다.
질문이 있으려면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알아야한다.
우리는 원자력이라는 긴 세월동안 꺼지지 않는 불에 대해 사실 아는게 거의 없다.
거기서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도출해야한다.
과연 우리가 핵폐기물을 수백년동안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지,
원자력발전소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한순간도 실수하지 않을 수 있는지,
실수를 했을 때 우리는 그것에 대체할 수 있는지,
원자력 누출의 피해는 과연 어떤 것인지
모른다는 것을 모르는 것인가, 모르면서도 아는 척 속이는 것일까?
인생이란 희망을 다음세대에 넘겨주는 것이라고 진자부로씨는 말하고 있다.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도 그다지 낮지 않고, (아니 나는 반드시 일어난다고 본다)
피해는 어느정도인지 모르지만 여하간 지구별을 날려버릴지도 모르는데
우리에겐 체념할 권리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