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회전체풍경3.jpg



 
금요일에 밤새 B급 영화 세 편을 보고 한숨 자고, 

토요일에 차좋아님과 신랑과 함께 참여연대에서 하는 바로크 음악 연주회를 갔다. 

참여연대가 있는 경복궁은 요즘 나의 로망의 장소다. 

조용하고 공기가 좋은 경복궁 윗쪽 빌라로 이사가기를 홀로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 

(오래되고, 추울 것이며, 우린 운전을 못하는데 대중교통이 불편한데 싸지도 않다는 문제가 있긴 하다.)   

잠깐 시간이 남아 들린 길담서원은 개인 서재를 보는 듯했다. 

참여연대 1층에 새로 꾸민 조그마한 찻집에서 연주회는 열렸는데  

바로크첼로, 리코더, 플루트 세가지 악기로 연주되었다. 

놀랍게도 십분 정도로 각 곡들은 짧았고, 

두번째 곡을 들을 때는 코끝이 찡해왔는데, 

음악이 아름답기도 했고, 

이렇게 아름다운걸 즐길 수 있는 사람이 너무 소수라는 생각이 들어서기도 했다. 

연주가 끝나고 너무나 작은 후라이드 치킨 한마리에 격분한 우리는 

맛나게 매운 불족발을 차좋아님의 인도로 먹어치우고, 

아주 긴 이름의 팥이 들어간 커피도 마시고 

차좋아님이 주는 차도 실컷 들이키고 집으로 돌아왔다. 

차좋아님은 우리 부부를 위해 '커피, 홍차, 직접 덖으신 녹차'를 선물로 주셨는데, 

우리 부부는 무용한 물건 애호가들 답게, 

신랑은 내가 말리는 데도 기독교 서적을 선물했고, 

나는 신랑이 말리는 데도 색연필과 심을 선물했다 --;; 

아 그러니까 제목중에 얘기안한게 그렇다 미인. 

 흔들리는 바위 이후 두번째로 영적 능력을 지닌 소녀 오하쓰와 허약 청년 우쿄노스케 콤비가 등장한다. 자주 만나고 싶은 콤비중에 하나인데 사실 이 작품은 오하쓰와 고양이 데쓰가 주로 활약을 하고 허약 청년은 오하쓰와의 로맨스 라인만 희미하게 그리며 그다지 큰 역할을 보여주진 않는다.   

 시대소설 답게 꽃놀이배, 화살쏘기 연습장, 헌옷을 파는 가게, 건어물상, 그릇가게, 밥집, 야채가게, 나막신 가게를 배경으로 시장잡배와 상인들, 무사들의 모습이 생생히 그려진다. 요괴가 나오고 예쁜 아가씨랑 어리버리 총각이 나오는 옛날 이야기라니 끝없이 듣고 싶다. 계속나와주면 좋겠다. 

나가수랑 csi를 보고 한숨 자니 다시 월요일이다. 아쉽다.


댓글(15)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자하(紫霞) 2011-07-25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기억에 차좋아님은 교회를 다니셨던 것 같은데...기독교 서적 선물을 왜 말리셨나요?
갑자기 궁금해지는...^^;

무해한모리군 2011-07-25 14:03   좋아요 0 | URL
교회를 비판하는 내용의 꽤 많은 책을 쓴 저자라서 이미 읽으셨거나 그 취지를 충분히 알고 계실듯 해서요.(사실로 밝혀짐)

그리고 친교의 자리에 선물로는 좀 ^^;;

차좋아 2011-07-25 23:38   좋아요 0 | URL
베리베리님/ 그러게요 꼭 맘에 들었는데 말이죠 ㅎㅎㅎㅎ 그리고 기독교서적이 맞지만 우리나라에서 기독교 서적이라 함은 복음 위주의 책을 말하니까 그런의미로 기독교 서적은 아니었어요. 기독교 비평서적? ㅋㅋ

그리고 베리베리님! 기억력 짱!ㅎㅎ

치니 2011-07-25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경복궁 뒤 누하동 쯤으로 이사가고 싶어요. 흐, 거기 좋죠. 삼청동 사는 입장에서 말씀드리면, 낡고 오래 되어 춥고, 게다가 비싸다는 문제는 완전 동감, 교통 불편의 문제는 크게 동감은 하지 않아요. 걸어다녀 버릇하면 광화문에서 경복궁 근처 정도는 그닥 멀지 않고요, 택시 타면 기본 요금이라 다닐 만 하더랍니다. :)

무해한모리군 2011-07-25 15:29   좋아요 0 | URL
전 서울 올라오기 전까지 내내 산밑 오래된 주택에 살아서 추위쯤은 괜찮아요. 문제는 제가 새벽에 강남까지 출근해야한다는 거 ㅋㄷㅋㄷ

치니님 이웃이 되면 좋겠다~

Alicia 2011-07-25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흐흐흐흐흐흐^^ 좋으셨겠어요~ 그리고 무용한물건애호가 정말 웃겨요ㅋㅋ
요즘 드는 생각인데 부부의 정치적 성향은 취향만큼이나 중요한 일 같아요.
만약 그런 사람을 만난다면 모리님 부부와는 정반대로 제가 시니컬한 오이지님
역할을 맡게될 것 같다는, 그런 막연한 예감? ^^

무해한모리군 2011-07-26 08:41   좋아요 0 | URL
아하하하 알리샤님 재미있을때 보다 짜증날때가 많다는?!

어느날이였어요~
제가 광화문에서 미술관을 가면서
"어머 날씨가 너무 좋아~ 신난다"하면서 팔랄라 하고 있는데
신랑왈
"넌 mb가 만든 이 흉물스런 광장을 지나가고 싶냐?
햇빛도 눈부셔 죽겠구만"
하면서 투덜투덜..

제가 워낙 그럼에도 불구하고 홀로 즐거운 사람이라 사는거예요 ㅋㄷㅋㄷ

차좋아 2011-07-25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색연필 말인데요, 완전 좋아요 ㅎㅎㅎㅎ 그리고 남편님이 준 책은 다음날 바로 읽었어요 ㅎㅎㅎ 그날 고맙다고 인사도 안한 거 같네요 ㅎㅎ 뭐, 말 안해도 다 아실테니까 ^^

참 발효차는 말이죠~ 90도씨 이상의 뜨거운 물로 우려 드세요. 오래 우리지 마시고 바로 걸러내시구요. 얘기 한다는 걸 깜빡 했네요ㅋ (우려내서 식힌다음 차갑게 드셔도 좋아요~)

그리고 두 분.
신길동 매운 짬뽕 꼭 드셔보시길(재밌게 매운 맛, 미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해한모리군 2011-07-26 08:42   좋아요 0 | URL
뜨겁게 우려서 넵!
오늘 당장 해먹어 봐야겠어요.
감사히 잘먹겠습니다 ㅎㅎㅎㅎ

그건 정말... 무서워 보이던걸요 흑.

웽스북스 2011-07-26 0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무용한 물건. 나도 너무 좋아하는데. ㅋㅋ 갑자기 김중혁의 무용지물박물관 생각나요.

그나저나, 저 날은, 등산 취소되고, 등산 때문에 못간 약속은 두개나 나가리되고, 집에서 뒹굴뒹굴 청소했어요. ㅎㅎㅎㅎ 글을 읽으니 그 토요일 오후를 함께 했어도 좋았을걸, 싶지만, 뭐 이미 엎질러진 물이니까요. ㅋㅋ

무해한모리군 2011-07-26 08:43   좋아요 0 | URL
닭을 먹으면서 웬디양님을 부를까 하는 의견이 나왔지만,
누군가 전화를 하겠다고 했는데,
어 왜 우리 전화 안했지? --;;

감은빛 2011-07-26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즐거운 주말보내셨군요 ^^ 그동네가 좀비싸지않나요? 예전일터가 거기근처였는데.... 많이걸어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무해한모리군 2011-07-26 18:28   좋아요 0 | URL
낡은 빌라는 비슷하더라구요..
좀 고쳐서 살면 어떨까 싶긴 하던데 역시 출퇴근 편한게 짱이겠죠 ^^

pjy 2011-07-26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참,무용한 물건을 남에게 선물하는 센스 있습니다!
문득 어쩌지도 못하고 떠놓은 다양한 크기의 레이스 판대기들이 생각납니다 ㅋㅋ
이참에 주변에 분양 좀 해야겠네요~

무해한모리군 2011-07-26 18:28   좋아요 0 | URL
아니 레이스판대기 같이 훌륭한 걸 만드시는 능력자님이시군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