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 진압이 재개되고 도장공장외에 다른 곳은 경찰들이 완전히 점령했다. 진압은 전격적이었고 노동자들이 아무리 무장했더라도 수와 무기와 장비면에서 월등한 공권력을 이기긴 어려웠으리라. 아니 지금껏 저렇게 힘든 상황에서 버틴 것만 해도 의지의 힘이 컸을 것이다.  

오늘 8월 5일 더위는 거의 죽음이다. 슬래트 지붕위 그 뜨거움 속에서 버티고 있는 것만도 힘겨울텐데 씻지도 먹지도 못하는 노동자들이 무슨 힘이 있을까? 어쩌면 오기로 버티고 있을 것이란 생각도 든다. 정말 더러운 세상에 그냥 무릎 꿇기 싫어서 버티는 의지, 가족, 자존감, 밀리면 끝이라는 절박감. 그래도 싸워서 이기면 다 보상 받을 수 있을 것 같은 희망.....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이 밤을 지새우고 있는지.... 

그냥 어떻게 끝나던....설사 패배하더라도 (물리력으로 승리할 수 없으니) 그저 목숨은 잃지 않았으면 한다. 살아서 끝까지 살아서 이 더러운 사회가 조금 더 맑게 변하는 걸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제발... 그냥 기도한다. 패배하더라도 살아야 한다.  

쌍용은 나에게 희망과 절망을 동시에 준다. 구조조정에서 살아남은 노동자들... 아 그들의 행태는 이 세상이 지옥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한다. 이 세상은 개미지옥인 것인지.... 노동자라고 다 노동자는 아니다. 그리고 분리하여 통치한다라는 말의 무서움을 오늘 처럼 뼈저리게 느껴보긴 오랜만이다. 흩어지면 죽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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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9-08-05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행지에서 본 뉴스에는 노사 협상을 시작했다고 해서 잘되나보다 했는데, 결국 또 이렇게 되네요. 아까 글샘님 올리신 동영상 봤는데...

무해한모리군 2009-08-06 0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여러가지 생각이 들어서 사실 글을 쓸 수가 없었습니다.
실기했다는 낭패감, 지금, 또 향후 지속될 폭력에 대한 두려움과 분노, 도망가버린 경영자들과 책임을 져야 할 노동자들..
네 저도 그저 목숨이 상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보냅니다.

[해이] 2009-08-06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타까울 따름...
 

휴가철이다. 공단 자체가 조용하다. 출근하는 길... 주말 출근과 비슷한 느낌이 든다. 평일이라고 하기에 사람들이 보이질 않는다. 하긴 그 사람들 뉴스에서 교통 막힌다고 하는 고속도로나 산이나 바다에 있을 것이다. 아님 방콕하고 있던가.... 

휴가기간에 출근한다는 것... 썩 마음이 좋지는 않다. 어쩌겠는가 먹고 살아야 하는 자본주의 사회 노동자로서 그나마 일이 있다는 것에 만족해야지 (아~ 이런 !! 지랄같음이여) 

뉴스를 검색한다. 그리고 후회한다. 요즘 뉴스를 보면 기분 좋은 일은 하나도 없다. 온통 살인적인 이야기들 뿐.... 평택은 오늘 내일한다. 주변 정리부터 시키는 걸 보아하니 하루 이틀 사이에 진압할 것 같다. 또 목숨이 사라지는 건 아닌지... 서울광장에서 기자회견 하다가 사람들 연행되더라. 기자회견도 피켓들고 하면 미신고 집회라고 우기니 할 말 없음이다. 제길... 국제 인권단체에선 한국의 인권등급을 낮춰야 한다고 했다는데... 이것 또한 할 말 없음이다.  

박노자 책을 읽다가....그냥 답답해졌다. 뉴스도 글도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그래서 휴가가 필요한가 보다. 오히려 회사일에 집중하면 잡념이라도 없어진다. 그래서 사람들이 기계가 되어가는 것일까?  

어쨌거나 휴식이 필요한 것 같다. 걍 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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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08-03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휴가에 나오라고 하다닛!!

머큐리 2009-08-04 18:43   좋아요 0 | URL
일이 생겨서 말이지..ㅎㅎ 근데 피곤하긴 피곤해용..에고

라주미힌 2009-08-03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회사에서 일하면 멍해지는 효과 확실히 있어요 ;; -_-;;

머큐리 2009-08-04 18:44   좋아요 0 | URL
ㅎㅎㅎ 라님은 공감할 줄 알았어..그래서 내가 좋아하잖아~~ㅋㅋ
 

차를 타고 평택으로 진입하여 평택역으로 갔다. 오늘 만큼은 한 번 가봐야 마음에 무언가 눌린 것이 풀릴것 같기에 평택으로 갔다. 집회 장소는 평택역이었고 평택에 머리털 나고 처음 가보는 나는 그저 막연한 기분이었다. 집회 참가야 작년부터 주말 행사 같았기에 사실 덤덤한 마음이었다. 정오뉴스에 노측이 협상을 거부했다는 소식을 듣고 집회 때문에 경찰 병력이 증강되었다는 보도를 보고 그냥 그런가 하였다. 그러나 평택역으로 가는 길에 쌍용자동차 정문을 지나야 했는데...그 길에서 내 눈에 들어온 첫 광경은 무지막지하게 불법 주차되어 있는 경찰 버스들이었다. 대강 세어봐도 50대가 넘는 경찰차들.... 

평택역에서 집회를 마치고 거리행진을 한다. 땡볕속에 구호를 외치면 걷는 사람들....모두의 마음은 하나일 것이다. 쌍용 노동자들이 버려진 폐품처럼 정리해고 되는 것을 막고, 함께 어려움을 극복하고 평화로운 가정으로 돌아가기를....그렇게 원했다. 어쩌면 이 소원이 그리도 어려운 일이었을까? 4대강 사업을 위해 최소 22조원을 투입해야 한다는 정부가, 1조만 투입해도 정상화 시킬 수 있는 회사를 버리고, 회사 정책에 아무 책임도 없이 땀 흘리던 노동자들을 무더기로 해고한다는 것은 어떠한 논리로도 이해되지 않는다. 말이 해고지 이건 죽으라고 하는 것 아닌가?? 

어차피 공권력은 길을 내어주지 않았다. 공장 진입로를 가로 막는 경찰들....행진할 때부터 머리위에서 헬기가 날아다녔다. 처음 온 평택에서 처음 육안으로 보는 헬리콥터....그 소음...그 바람... 틀림없이 정찰용이었다. 가로막힌 도로에서 돌이 준비되고 경찰을 물리력을 돌파하려고 준비하고 있는 그때...헬리콥터에서 무엇인가 떨어져 내린다. 색소가 들어있는 물봉지...여기 저기 떨어뜨린다. 그리고 곧바로 들이닥치는 살수차.....앞 사수조가 순식간에 무너지고 정신없이 쫓겨야했다.  

결국 아파트 단지로 피했다. 특수하게 어디로든 빠져 나갈 수 없는 조그만 단지...시위 본대는 저만치 밀린 것 같고...섬같은 아파트 단지에 갇혔다. 그리고 빠져 나가지 못하고 쉬는 사이 경찰들이 아파트 단지를 수색한다. 젊은 이들이 타킷이고 몇몇 저항하지만...이미 무너지고 흩어진 사람들은 무력하다. 아파트 안까지 수색해서 잡아가는 경찰들...이건 사냥이다. 인간 사냥... 공권력은 이미 야수가 되었다. 평택은 전쟁터다. 야수적인 자본의 이빨이 날 것으로 그대로 드러난 전쟁터....여기서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 곳에 인권이란 것이 존재할 리 없다. 그렇게 평택은 정글이 되어 버렸다.  

몇번의 충돌이 일어났지만...물리력으로 경찰을 돌파하기는 힘들다. 계속 밀리고 밀려...다시 대오를 정비했는때는 이미 날은 어두워졌고, 원하는 만큼 시위대를 밀어버린 경찰은 처음 위치로 돌아간 듯하다. 원래 공장안으로 식수라도 넣으려고 했지만...실패 했을 것이다. 돌과 쇠파이프, 죽창으로 무장했지만...물리력으로는 공권력을 능가하긴 힘들었다.  

평택은 전쟁터다. 국회도 전쟁터다. 총성과 대포없이 벌어지는 전쟁....그러나 사람이 죽어나가고 어쩌면 더 많은 희생이 생길 가능성이 농후하다. 전쟁이란 추악할 수 밖에 없다. 사람의 피로 누군가의 배를 불리는 추악함.... 이런 추악함이 합리적 판단이라는 포장으로 감싸지는 사회....무엇이든 해야하는데....그저 지금 공장안의 노동자들에게 아무일 없기를.... 

힘들고 .... 울분에 가슴 먹먹한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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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09-07-26 0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기 가셨다고 휘모리님한테 들었어용..;; 수고하셨습니다..
기사로 접하긴 하는데 점점 심각해지네요..

무해한모리군 2009-07-26 0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평택에 갈 것을...
서울역 집회는 참 무기력하게 흩어졌습니다..
글을 읽는 제 마음도 답답하네요.

글샘 2009-07-26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생하셨네요. 참 힘든 싸움입니다.
승산이 보이지도, 해결책이 보이지도 않는...

머큐리 2009-07-27 20:31   좋아요 0 | URL
글샘님 안녕하세요... 그래도 할 수 있는 만큼이라도 할 수 있는건 해야겠지요..

후애(厚愛) 2009-07-27 0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저도 글을 읽는동안 제 마음이 어찌나 답답하던지요..

머큐리 2009-07-27 20:32   좋아요 0 | URL
오랫만에 댓글 주시는 후애님..^^ 몸도 안좋으신데...넘 스트레스는 받지 마세요...건강이 최고랍니다
 

오늘은 시청이라는 얘기를 듣고 시청으로 나들이(?) 갔다. 언론노조의 집회는 마치 무슨 콘서트 장이나 종합예술공연 같은 느낌이니 나들이를 가는 기분... 사실 주변에 초코볼들만 없으면야 얼마나 평화롭고 즐거운 여름밤인지...... 

먼저 가 있던 후배가 시청 대한문 앞에 대학생들이 한 백여명만 있고 사람들이 없다고 한다. 어? 벌써 지친건가하는 생각이... 아님 낼을 맞이하기 위한 휴식???  암튼 요즘 추세가 집회인원 1명당 전경 3명의 황금비율이 꾸준히 이어지는 듯한데 오늘은 집회인원 1명당 전경 10명의 무지막지한 비율로 급등했으니.... 결국 퇴근 후 도착한 시청은 평화(?)로웠다. 건너편 시청 광장에선 우아한 오페라가 상연되고.... 

이왕 시내 나온김에 반디앤 루니스에 들려 책한권 고르고...후배랑 차 한잔 하려고 알라디너들이 잘 간다는 '블라'(?) 를 찾아 헤매이다, 휘모리님과 전화 한 통, 라주미힌님과 아프님은 전화 안 받으시고....결국 블라는 못 찾고.... 

집에 돌아오는 길....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비 내리는 밤.... 창 밖 빗소리에 그냥 몸이 축 쳐짐을 느낀다. 이런 날은 잊어버린 기억들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인스턴트 커피 한 잔에 담배 한 대 피고 쉬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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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09-07-25 0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라;;; 크.. 찾기 힘들긴해요.. 간판이 눈에 잘 안들어와용;;;

머큐리 2009-07-27 20:33   좋아요 0 | URL
간판 큰걸로 달라고 청원 할까.... -,-;

무해한모리군 2009-07-25 0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국 못찾아셨구나.
제가 길치예요 --;;
목요일 여의도도 분위기도 너무 잠잠해서 살짝 우울했는데..
99도는 커녕 70도도 안되는듯 흠..

머큐리 2009-07-27 20:35   좋아요 0 | URL
언제 어떻게 끓어 오를지 아무도 모르니까...걍 열심히 할 수 있는건 하자구요 근데 휘모리님에게 율동 배우는건 내가 할 수 있는 일일까???
 

용산의 유가족들이 눈물을 멈추고, 부서지고 무너진 육신과 마음에 평화가 깃들여지는 그날이 오는 꿈.  

쌍용에서 전쟁을 치루는 노동자들의 땀과 눈물이 기쁨과 승리의 웃음으로 바뀌는 그날이 오는 꿈.  

민중을 배신하고 민중의 의사에 반하여 악법을 제정하고, 편법을 저지르며, 오만방자하게 웃어넘기는 딴나라 의원들이 낙마하고 딴나라가 해산되는 꿈.  

조중동이 폐간되는 꿈.  

이 땅에 모든 사람들이 '인간'이라는 하나의 전제로 사랑하고 아끼고 나누고 행복하게 사는 꿈.  

그리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지금에 실망하지 말고, 지금에 좌절하지 말고, 지금에 낙담하지 말고 분노가 일면 분노하고, 고민해야 할 일은 고민하며, 무엇보다 가장 조그만 일이라도  내가 당장 실천해야 할 일이 있다면, 실천해야 합니다.  

사람에게 실망하지 말고, 사람에게 열망하지 말고....그저 조그마한 일.... 촛불 하나 켜는 일이라도 할 수 있다면 해야겠지요...그게 내가 가진 꿈을 잃지 않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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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짱 2009-07-25 0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이라는 글자가 상처가 되는 시간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