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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현대사 - 미래를 향한 회상 - 광주 세대가 촛불 세대에게
이근원 지음, 이은지 그림 / 레디앙 / 2013년 4월
평점 :
얼마 전 트위터에서 민주노총의 민주당 점거를 비난하는 트윗글을 읽게 되었다.
언제부터 민주노총의 노동자들이 배부른 노동자가 되었는지 모르지만, 이명박근혜 정권 내내 저항하고 싸워왔던 노동단체에게 차마 듣지 못할 욕설과 저주를 뱉어내는 모습은 뭐라 할말을 잃게 만든다.
정권이 바뀌니 만만하냐는 비아냥에서 조금만 기다리면 다 해결해 줄텐데 왜 갈길 바쁜 정권의 발목을 잡느냐는 비난. 심지어 무단점거한 노동자들을 모조리 구속하라는 호통까지... 공론장의 모습은 가히 살벌하기 그지 없다.
물론 민주노총이 모두 잘했고 무조건 잘했다고 하지 않겠다. 그들도 사람인지라 그들 내부의 문제와 이해관계로 많은 시민들에게 실망을 안겨준 적도 한두번이 아니다. 그렇다고 노동문제 현안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보다 헌신적으로 싸워왔던 사람들에게 보내는 비난은 처참하다. 단지 민주노총이 안타까워서 그런 것이 아니라 촛불이 지킨 민주주의와 인권이 도대체 어디로 향하는지 가늠하지 못하는 불안감 때문이다. 일부 대통령 팬덤의 무지막지함이야 대선기간 내내 겪어온 것이지만 그들이 목표한 정권창출 이후의 모습은 뭔가 처참하다.
이 책의 배경은 2008년 이명박 정권때 터진 촛불항쟁이다. 저자인 이근원은 이른바 광주항쟁 세대의 노동활동가이다. 저자의 눈으로 본 촛불항쟁의 젊은 주역들에게 저자의 삶과 그 삶의 배경이 된 시대의 상황을 이제 성인이 되어 촛불을 들고 광장에 선 딸에게 들려준다. 1980년에서 2010년 까지 저자가 노동운동가로서 활동한 내역과 만났던 사람들, 그 시대의 논점과 갈등까지 세세하게 담았다. 책으로 엮기전 '레디앙'에서 연재했던 내용이고 연재 시부터 많은 호응이 있었다고 한다.
물론 저자는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30여년 역사를 설명하지 않는다. 자신의 위치한 자리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 책의 역사가 사실상 30년간 노동운동사로 읽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노동운동에 대한 편견이 있거나 노동운동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에게 매우 도움이 되는 내용들로 그득하다. 그리고 왜 이 시점에서 민주노총은 민주당을 점거하고 또 다시 집권여당인 민주당을 압박하여 문재인 정권이 시행하려는 노동개혁에 반대하고 노동계에서 주장하는 요구들을 관철하려고 하는지 이해하기 위한 배경을 알게 될 것이다.
모든 것이 노동으로 이루어지고 노동으로 영위되는 세상이고, 노동을 하기 위해 일자리 문제가 가장 첨예한 세상이지만, 노동이 가장 천시되고 무시받는 모순된 세상. 대기업에 취직하면 노동자가 아니라 대기업맨이 되는 줄 아는 세상. 이러한 세상을 바꾸기 위해 투쟁했던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는 사람냄새가 배여 있다. '사람'이 먼저라고 외치는 정부는 정말 이들에 대해서는 먼저 생각하고 있을까?
혹자는 이렇게 이야기 한다. 김대중, 노무현 민주정부 때 노동자들은 어떠했냐고? 특히 비극적 생을 마친 노무현정권때 민주노총은 참여정부에 적대적이었고 참여정부가 하는 일마다 딴지를 걸고 발목을 잡았다고. 심지어 어느 교수는 '수구좌파'라고 표현하며, 촛불을 통해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는 자신을 '신좌파'라고까지 규정하는 행태를 보인다. 사회학자로 알려진 분이 '수구'와 '좌파'를 연결시킨 나이브함도 놀랍지만 이런 말장난으로 이 사회의 인권과 사회권을 지켜온 한 축을 수구우익과 동일화 시키는 만행은 참으로 역겹다.
현재를 정확하게 읽기 위해서는 과거를 알아야 한다. 아주 먼 과거도 아니다. 지금의 논란은 불과 몇십년 전의 일들만 꼼꼼히 살펴보면 그 원인과 해법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과거 노무현과 참여정부의 등장에 환호했다가 등 돌릴 수 밖에 없었던 노동자들의 삶을 반추한다면, 현재 문재인 정권의 역할은 어떠해야 하는지 충분하게 고민해 볼 수 있을 것이고 그 점에서 이 책이 가진 정점은 탁월하다고 할 것이다.
역사는 반복된다. 한번은 비극으로 또 한번은 희극으로... 지금 벌어지는 민주노총에 대한 비난과 조롱은 희극으로 벌어질 역사의 반복을 보는 듯하다. 정말 역사는 반복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