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을 켜다 - 무도한 세상에 맞서는 세상의 울림
표정훈 지음 / 을유문화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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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뭐라해야 하나? 다양한 사람들을 다양한 문체로 소개해야 했다고 할까?

일종의 철학입문서이기도 하지만, 어려운 철학이야기 보다는 철학이 삶에 던져주는 것을 다양하게 변주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딱딱한 철학서라기 보다는 다양한 사람들이 라디오 앞에서 담담하게 이야기 하는 형식?

 

철학자들이 주되게 등장하고 있지만, 딱히 철학자라고 하기 어려운 사람들도 섞여 있다. 저자가 말하고 싶은 건 철학자이란 살아가는 동안 뭔가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이고, 사고에 그치지 않고 실천을 통해 변화를 일군 사람이 있다면 삶으로 철학을 일군 사람들이라 생각했다고... 뭐 그다지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철학사에서 가장 흔하게 등장하는 헤겔이나 비트켄슈타인, 니체, 레비나스, 들뢰즈... 등등

개인적으로 좀 더 보충했으면 좋았을 것이라 생각했던 사람들이 많이 빠진 것은 좀 안타까운 일이다. 때로는 서간체로 때로는 독백체로 또 마르크스 같은 경우는 옝겔스가 소개하는 형식으로 다양하게 변주되어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소소하고 개인적인 에피소드와 이들이 주장하는 핵심적인 사고를 소개했을 때 좋아하는 철학자가 빠진다는 건 좀 맥빠진다. 

 

전체가 통일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음에도 재미와 가독성은 보장하는 책이라고 해야 하나?

이러한 개론서가 가진 장점은 딱딱하고 난해한 철학을 어느 정도는 말랑하게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더불어 현실과 동떨어져 다른 세계를 탐구하는 듯 보이는 철학자들이 사실은 그 시대를 가장 민감하게 느끼고 그 시대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잘 보여주는 장점도 있다. 그리고 또하나 그들 역시 사람이므로 인간적인 약점과 단점들이 많아서 철학이란 뭔가 특별한 사람이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잘 나타낸다.

다만, 주마간산식으로 쳬계적이고 일관된 철학과 사상이 스쳐 지나간다는 점이 있지만, 그거야 이런 개론서를 읽고 흥미가 생기면 알아서 파고 들어갈 문제라 굳이 단점이라 말하기도 그렇다.

 

요즘 철학의 대중화 추세에 한 팔 거드는 책임은 분명하다. 철학적 정밀함으로 읽기 보다 소설적인 에피소드로 읽어내려가게 하는 점도 분명히 있다. 어느 정도 철학적 지식이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뭔가 엉성하고 허술해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이 철학의 정석(?)이라 주장하지만 않는다면서 철학의 세계로 입문하는 여러갈래길 중 하나의 길이 되기에 충분해 보인다. 

 

맛깔스런 음식을 하나씩 맛본 것 같은 느낌이 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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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5-01-10 0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근에 힘들어 하시면서도 이렇게 맛깔스런 리뷰도 척척 써내시는 머큘님~~~. 최고!!^^

머큐리 2015-01-10 10:22   좋아요 0 | URL
^^;; 근데 서울 출장은 무산되신 건가요?
 
우주의 끝에서 철학하기 - SF영화로 보는 철학의 모든 것
마크 롤랜즈 지음, 신상규.석기용 옮김 / 책세상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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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끝에서 철학하기라는 독특한 제목의 책이지만 모든 내용은 철학적 개념들로 가득 차 있다. 철학적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사용한 원재료는 SF의 걸작(?)들이다. 물론 이건 순수하게 SF 쟝르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일 수 있다. 이런 류의 영화는 철학은 커녕 자본주의적 상업주의에 물들어 뭐 볼 것 있냐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은테니까.....


그렇다고 이 책이 한 없이 가볍지는 않다. 문체는 가볍지만 그 안에 철학적 개념들은 그리 만만치 않다는 말이다. 사실 철학책치고 이렇게 유쾌하게 저술한 책은 오랫만이다. 논문식의 딱딱한 책만 읽다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철학책을 만난다는 것은 얼마나 행운인건지.. 그것도 한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을 맞이하는 이 시점에서...


작년의 나와 올해의 나는 동일한 사람인걸까? 고작 하루의 차이를 두고 나는 1년의 간극을 느끼고 있다. (어쩌면 밤사이 담배값이 배로 뛰고 담배를 피울 장소들이 마법처럼 사라져 버려서 더 그렇게 느낄지 모르겠다) 이러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나는 동일성을 유지하고 있는 걸까? 만일 동일성을 유지한다면 그건 어떠한 이유일까? 이러한 의문을 영화 '토탈리콜'을 통해 풀어간다고 하다면 흥미진진하지 않겠는가? 토탈리콜의 완성도와 별개로 그 속에서 나오는 철학적 논점들을 해명해 간다는 설정 자체가 그대로 흥미롭다. 


재치있는 글담도 이 책의 흥미를 더하고 있다. 이를 테면 아널드 슈워제네거에 대한 다믕과 같은 소개는 어떤가?


"오스트리아에는 스키를 제외하곤 좋은게 별로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사실 오스트리아는 위대한, 아니 적어도 썩 괜찮은 20세기 철학자 상당수를 배출했다. 몇 사람만 거명한다면,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카를 포퍼, 지크문트 프로이트, 오토 바이닝거, 카를 크라우스, 프리드리히 바이스만이 있다. 그런데 오스트리아 창공의 가장 빛나는 큰 별은 '오스트리아의 떡갈나무'라는 애칭을 지닌 의심할 여지없는 할리우드 철학계의 거물 아널드 슈워제네거다. 농담이 아니다! 사실 나는 그가 출연한 거의 모든 영화를 이 책에서 다룰 수 있었을 정도다."


이 정도의 유머를 장착하고 있다면, 아무리 어려운 철학이라도 유쾌하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이 책은 전문인을 위한 철학서일 수 없다. 철학이라는 창공의 학문이 사실 얼마나 우리와 가까이 있는지를 알려주는 철학의 입문서일 뿐이다. 


왜 SF장르일까? 그건 우리가 일상에서 만날 수 없는 타자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는 세계와는 전혀 다른세상의 존재들. 이 존재들은 우리와는 완전하게 다른 존재 즉 타자이다. 타자들을 만난다는 건 우리가 발견하지 못한 또 다른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것이고 이 점을 착안하여 이 책은 멋진 자기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나온 모든 영화들이 개인적으로 내가 너무 좋아하는 영화들이라는 것도 그리고 그 영화들에 대한 저자의 찬사와 비아냥도 읽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뭐... 그렇다는 거다. 책의 내용은 정리하지 않고 주절주절 무슨 말을 하는건지....


마지막 다루는 영화는 '블레이드 러너' 다. 많은 매니아를 두고 있는 영화... 이 영화를 통해 죽음에 대한 철학적 논의들을 다루고 있다. 죽음이라... 철학적 논의도 중요하지만 죽음을 앞둔 리플리컨트 마지막 독백으로 그냥 이 잡문을 마무리 해야 겠다. 


"난 너희 인간들은 믿지도 못할 것들을 봤어. 오리온 성운 근방에서 불붙은 전투함들 속으로 뛰어든 적도 있고, 탠하우저 게이트 근처에서 바다 광선들이 춤추는 것도 봤지. 이제 그 모든 순간은 시간 속에 사라지겠지. 빗속의 눈물처럼 말이야. 이제 죽을 시간이군."


이제 글을 끝 맺을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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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란 무엇인가 (반양장) - 벌린, 아렌트, 푸코의 자유 개념을 넘어
사이토 준이치 지음, 이혜진.김수영.송미정 옮김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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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기를 통치하는 자유

 

 문제의식

18세기 말 이후의 리버럴리즘은 '간섭의 부재'라는 영역을 확정하는 일에만 전념했던 것이 아니라 동시에 어떻게 과잉통치 - 가령, 칸트와 훔볼트가 가부장주의를 비판했던 국가의 내무행정 = 경찰과 같은 - 를 억제할 수 있는가에 관심을 기울임으로서 피통치자 자신에 의한 자기 통치의 실천을 추구해 왔다. 그렇다면 현재 자유롭다고 간주된 개인에게는 어떤 자기통치 [각자에 대한 자신의 지도(指導)]가 요구되어야 할까

 

자유에는 자기 규율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견해는, 가령 '자유통치'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성격을 '수동적'이 아닌 '능동적' '자조적'인 것으로 보았다. 이러한 견해는 밀에서 부터 하이예크에 이르는 리버럴리즘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사고 방식이다.

 

로즈나 딘의 지적처럼 현대의 통치는 국가에 의한 직접적 일원적 통치에서 개인에 의한 능동적인 자기 통치에 작용하는 간접적 다원적 통치로 급속하게 변화화고 있다.

 

자기통치의 주체는 변화된 통치하에서 어떻게 자유의 규율을 수행하고 있는지 그 특징을 세가지로 지적해 보면

첫째, 현대의 자기통치에 요구되는 것은 유연한 자기개발 자기실현이다.

둘째, 자기의 행위에 대한 자기 평가의 시선이다.

세째, 자기 책임의 강조다.

즉, 자기의 능력을 모두 끌어내 자신이 소유한 잠재력을 성공적으로 실현하고, 자신의 행위에 대한 평가를 자기 / 타자 / 사회에 적극적으로 맡기면서 자기가 선택한 결과를 개인적으로 수용하는 것을 긍정하는 선택의 주체. 이것이 바로 현대의 '자유의 규율'이 추구하는 주체상인 것이다.

 

2. 자기 통치의 문제성

 

가장 먼저 지적할 수 잇는 것은 자기 통치의 주체는 자기 통치와 자신의 삶에 대해 항상 불안과 불만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은 자신을 평가해야 할 척도가 절대적인 안정성을 담보하지 않는 이상 그 척도가 바뀔 수도 있다는 점에 대한 불안을 떨쳐버릴 수 없으며, 또 무엇보다 앞으로 자신을 자기 통치의 주체로 유지할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좀 더 근본적인 불안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두번째 문제는 자기 선택에 대한 자기 책임이 당연한 것으로 수용되는 환경에서는 사회적 문제가 개인적 문제로 환원됨으로써 사람들 '사이'에 있어야 할 문제가 사람들 '내부'의 문제로 전환되는 경향이 강화된다는 점이다.

 

세번째 문제는 자기선택 - 자기책임의 윤리는 이렇게 문제를 개인화하는 태도를 조장하는데, 이런 태도는 타인의 삶에 대한 관심의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각 개인에게는 자신의 선택에 대해 타자의 책임을 물을 수 없기 때문에 타자의 좌절이나 실패는 - 조금 안타깝기는 하지만 - 나와 '관계 없는'일이 된다.

 

마지막으로 자기를 통치하는 주체의 관심의 방식은 이러한 상호 배타성뿐만 아니라, 특히 '자유의 규율'에 복종하지 않는다고 간주된 타자에 대해 징벌적인 태도를 갖는 다는 특징이 있다.

'의존적 상황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적의와 증오는 그/ 그녀들이 의존하고 있는 '공적인 것' 일반에 대한 멸시와도 관련이 있다.

또한 바우만과 모리스 스즈키가 지적한 바와 같이, 자기 책임이 과잉적으로 강조되는 정치 문화와 '공통의 적'으로 간주되는 사람들 - 범죄자나 어떤 부류의 외국(인)등 - 에 대한 '공동체적 증오'의 고조 사이에는 분리하기 힘든 관계가 있다.

 

자기선택 - 자기 책임의 논리가 타당한 권역에서 탈락한 사람들은 한편으로는 재교육이나 직업훈련 등과 같은 좀 더 직접적인 규율 대상, 즉 자기 통치의 주체가 되는 것을 저해하는 모든 요소를 제거하기 위한 교정/치료의 대상이된다. 그/ 그녀들은 능동적인 '자조'의 주체로 취급되는 것이 아니라, 가부장적 간섭으로 통치되어야 할 '피통치자'의 위치에 놓이는 것이다.

 

다른 한편 대체로 자기 통치능력이나 의욕이 부족해 보이는 사람들은 감시/ 치안 관리의 대상이 된다. 실제로 대도시 저변의 하류층은 이동의 자유, 통신의 자유, 또는 프라이버시까지 침해 당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시민적 자유에 가해지는 제약은 실제로 안저의 확보라는 이유로 정당화 되고 있다. 공권력에 의한 직접적인 치안관리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경우에도 그들은 거주공간의 분리, 격리 및 상업시설 등의 경비 강화를 통해 실질적으로 이동 = 접근의 자유를 제약 받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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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하는 일상 - 삶과 앎과 함을 위한 철학 에세이
이경신 지음 / 이매진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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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랑말랑 하면서도 쉽지 않은 글들이다.  

철학함이란 일반인들에게 점을 보는 행위와 비슷하고, 전문적으로 철학을 공부하는 이들에겐 뭔가 딱딱하면서 현학적인 말을 해야만 하는 것이라는 편견이 존재하는 듯하다. 나 자신도 그런 편견에 절대 자유롭지 않았음을 인정한다. '철학과 굴뚝청소부'와 같은 입문서를 봐서 그렇고 '철학에세이'를 봐도 그랬다. 아무리 쉬운 입문서도 철학이 내재하고 있는 딱딱함을 피하기는 힘들었다. 그러나 이 책은 그렇지 않아서 우선 좋았다. 

그건 이 책의 저자와 관련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 아니 우선 이 책의 저자가 여성인 점에 더욱더 관련성이 깊지 않은가 생각해 본다. 남성적 가치관과는 다른 여성적 섬세함과 풍부함이 일상의 생활에서 건져올리는 사고는 그리 가볍게 볼 수 없다. 오히려 철학을 공부한다면서 일상에서 벗어나 뜬구름 잡는 현학적인 이야기들이나 개념을 풀어놓는 것보다는 훨신 철학함에 더 다가서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일상의 삶에서 부딪치고 느껴지는 여러가지 일 속에서 다른 시각으로 사고하고 좋은 생활을 하기위해 더 깊은 사색에 잠길 수 있다면 그것이 곧 철학함이 아닐까? 철학이란 그런 풍요로운 사고를 기르는 힘이 되고 더 좋은 생활을 이끌어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엔진이 된다. 거기에는 진리와 정의 같은 추상적인 단어보다 채식과 걷기, 독서와 가난에서 건져올리는 싱싱한 생각들이 넘쳐난다. 공허하지 않으면서 실용적이고 작은 것을 이야기 하면서 커다란 경이와 기쁨을 느끼게 한다. 더불어 반복되는 일상의 조그만 차이가 그토록 커다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경이감까지 느끼게 된다. 그것은 저자의 생활과 삶이 투명하게 반영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직도 난 철학이 무엇인지 대답하지 못한다. 철학을 통해서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자신있게 답할 수도 없다. 그러나 좋은 삶을 위해 철학이 필요하다는 사실만은 분명하게 깨닫게 된다. 그 좋은 삶을 건지기 위해 생각하고 사고하는 힘이 당장의 현실을 변화시키지 못하더라도 변화시키기 위한 실천의 조그만 실마리가 됨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내가 스스로 철학함에 대한 일정한 길을 보여주었고 그 길이 새롭고 흥미진진함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단순하게 사색이나 생각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생활과 삶 속에서 나오게 됨을 알게 되었다.  

이제 미망속에서 헤매고 있는 나의 사고를 접어야 겠다. 그리고 새로운 길을 탐색해봐야 할 듯하다. 그 길은 나의 생활과 유리되어 있지 않고 일상을 반성하고 느끼는 속에서 진행되어야 할 듯하다. 더불어 자연과 사회, 인간과 동물, 세계와 개인간의 유기적 연관관계에 대한 더욱 깊은 통찰과 사색이 필요할 듯 하다. 여전히 나는 경직되고 부족하지만 이 책이 던진 과제를 진행하다보면 좀더 부드러운 사람이 될 수 있을 듯 하다. 그래서 이 조그만 책이 참으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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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과 자유 - 장자 읽기의 즐거움 問 라이브러리 8
강신주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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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라이브러리 8권을 읽는다. 짤막하면서도 사고할 거리를 많이 준다는 점에서 문라이브러리 시리즈는 일독할 만 하다. 장자에 대한 여러가지 해석 중에서 이 책은 '망각'에 대해 다루고 있다.  

장자에 대한 깊은 지식이 부족한 나는 강신주가 주장하는 '망각'에 대해 뭐라 평가를 내릴 수 있는 역량은 못된다. 장자를 읽으면서도 난 재미있는 옛날 이야기...그것도 역설적 쾌감이 짙은 이야기를 읽는 것이지 그 글에서 어떤 철학적 주제를 숙고하지 못한다. 그게 나의 한계이다. 따라서 이 책에서 펼쳐지는 사유를 평가하지는 못하겠다. 다만, 장자의 철학을 논하면서 인용되는 많은 서양철학자들 (칸트, 니체, 레비나스, 사르트르, 베르그손 등) 과의 장자와의 유사점과 차별점에 대해서는 퍽 간명하면서도 친절하게 잘 설명해 주고 있다고 느낀다. (느낌이다...ㅎㅎ)

이 책에서 내가 깊이... 아주 깊이 공감했던 것은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망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흔히 사랑하는 사람을 기억하고, 그 사람을 생각하는 것이 그 사람 (타인)에 대한 사랑이라고 생각한다는 그건 오산이라는 것이다. 사랑은 혼자서만 하는 것이 아니다. 사랑은 양자가 서로 소통하여야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타인과 소통한다고 해도 타인이 거부하면 그만일 것이다. 내가 내 본위로 타인을 재단하고 생각한다고 그것이 타인에게 기쁨이 된다는 것도 희망사항일 것이다. 기쁨이 된다면야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그건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하는 원하지 않는 폭력이 될 것이다. 장자는 사랑의 행복과 더불어 사랑의 불행에 대해 깨닫고 있었던 것이다. 사랑은 근원적으로 불행할 수 있는 것이다.  

근원적으로 불행할 수 있는 사랑... 그러나 사랑은 행복해지려고 하는 것 아닌가? 행복한 사랑을 하고 싶다면 자신에게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이 바로 '망각'이다. 타인과 만나면서 가지는 자신의 생각, 선입관, 사고 일체를 판단 정치하고 타인에게 순수하게 동화될 수 있으려면 '망각'이 필요하다. 최소한 사랑에 접근하고자 하는 필요조건인 것이다. 물론 '망각'했다고 다 사랑을 이루는 것은 아니다. '망각'은 필수조건일 뿐이지 충분조건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수조건도 없이 충분조건을 만족시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사람은 '망각'을 통해 타인과 연대할 준비를 갖추고 나서야 타인에게 다가갈 수 있는 길을 확보하는 것이다.  

사랑이 쉽지 않은 것은 그토록 많은 사랑에 불화가 많은 것은 서로 타인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사고와 감정만을 고집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망각'의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장자는 '망각'이 불필요한 것이 아니라 필요한 덕목으로 사랑을 위해 우리에게 권고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 역시도 나의 관점과 사고와 생각에 따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재단하고 평가했는지 반성하게 된다. 나만의 생각으로 실망하고 나의 고집으로 타인을 배척했던 많은 순간들...어쩌면 내가 좀 비웠으면 그들과 다른 관계를 맺을 수도 있었는데... 그들과 다른 사랑을 할 수 있었을텐데... 지금도 늦지 않으리라 자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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