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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 갈등’을 통해 전세계는 일본의 항복을 받아내는 ‘중국의 힘’을 목격했다. 지난 30여년 동안 최대한의 실리를 얻되 힘을 감추는 외교(‘도광양회’)를 추구해온 중국이 강력한 표정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25일 ‘새로운 중국의 세 가지 얼굴’이라는 기사에서 △주변 국가에는 위협적 모습 △미국에는 변명을 늘어놓으며 문제를 질질 끄는 수다쟁이 △북한·이란 문제에선 최대의 이익을 챙기는 현실주의자의 3가지 상반된 모습을 중국이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① “주변국 도전 막아야” 일본엔 ‘강경 대응’
② “협력 우선” 미국 환율절상 요구엔 ‘회피’
③ 제재 따로 교역 따로…북·이란엔 ‘현실형’
실제 지난 7일 일본 순시선의 중국 어선 나포는 몇 년 전이었다면 조용한 외교 협상으로 해결될 사안으로 보였다. 하지만 중국은 달라졌다. 국력이 강해지면서 전세계로 확산된 중국의 이익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에 대한 전략적 관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중국 외교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애초 ‘중국 위협론’ 확산을 막기 위해 조용히 대응하자는 온건파와 주변국들이 영토문제와 관련해 계속 중국에 도전하는 사태를 막으려면 강하게 대응하자는 강경파의 대립이 있었으나, 결국은 강경론이 사태를 주도했다”고 분석한다. 특히 정책 방향과 차기 후계구도 등을 논의하기 위해 10월에 열리는 공산당 17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17기5중전회)를 앞두고 강온파의 노선 대립 속에서 군부 등 강경파의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는 관측들이 나온다.
일본의 ‘항복’을 목격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당장 중국의 위협적인 모습에 긴장하며,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과 관련해 미국과 관계를 강화하는 모양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아세안(ASEAN) 10개국 정상들은 24일 유엔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남중국해에서) 방해받지 않은 통상과 항해 자유가 중요하며, 분쟁은 평화롭게 해결돼야 한다”는 내용의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중국은 미국의 요구엔 정면 대응을 회피하고 있다. 원자바오 총리는 지난 23일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협력”이라는 단어를 잇따라 사용하며, 미-중 윈윈 관계를 강조하기 바빴다. 이날 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2시간 동안 집요하게 위안화 절상을 요구했지만, 원 총리는 미국의 예봉을 이리저리 피해갔고 위안화 절상에 대한 구체적 결과는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들어 미국과 대립각을 세웠던 중국은 최근 화해 쪽으로 돌아섰으나, 위안화 환율이나 기후변화 등 미국의 요구에 질질 끄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동시에 중국은 냉정한 현실주의자다. 미국과 중국의 국익이 첨예하게 충돌하는 이란과 북한 문제에 대한 대응이 대표적 사례다. 중국 역시 북한 핵에 불만을 가지고 있고 북한의 2차 핵실험 이후 유엔 제재에도 동참했지만, 올해 천안함 사건 이후 북한의 위기가 깊어지는 상황에서 북한의 안정이 위협받는 것은 막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또한 석유 사용량의 12%를 이란에서 수입하는 중국은 유엔 안보리의 이란 제재에 동참했지만 원유 교역은 제재 대상이 아닌 정상적 교역이라고 강조하면서 이란 에너지 산업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