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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례 시론 : ww.hani.co.kr/arti/opinion/column/441486.html

“소비를 이념으로 하는가”라는 정용진씨의 방자한 말에 대해 몇몇 지식인들의 비판과 논평이 있었다. 그 가운데 서울대 교수 조국씨가 <한겨레>에 쓴 ‘국가와 시민이 정용진에게 답하라’라는 글이 인상적이다. 한국의 중앙 일간지에서 ‘국가와 시민이 자본을 견제해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보는 건 얼마나 귀한 일인가? 그러나 아쉽게도 글은 정용진에 대한 ‘정서적 응징’으로 그쳐버린 느낌이다. 우선, 조국씨는 국가의 역할을 말하면서 시장 자유를 무작정 옹호하는 이명박 정권을 비판한다. 그러나 지금 그 정권과 대립하는 민주당이나 참여당 역시 시장자유 옹호자들이라는 더 중요한 사실은 생략한다.

자본주의 사회엔 두 가지 자유가 있다. 개인의 자유와 시장의 자유. 전자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많을수록 좋다. 그러나 후자는 많을수록 정직하게 일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지옥이 되기 십상이다. 우리는 개인의 자유를 통해 대통령을 ‘쥐’라고 골려도 잡혀죽지 않게 되었지만, 무한정한 시장의 자유를 통해 자본의 천국(속칭 ‘삼성공화국’)에서 살게 되었다. ‘신자유주의’라 부르는, 무한정한 시장의 자유를 본격화하고 구조화한 건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이다. 이 사실을 분명히 하지 않고 ‘자본에 대한 국가의 견제’를 말하는 건 기만이 된다.

조국씨는 또한 시민의 역할을 말하면서 ‘가격과 편리함을 유일 잣대로 삼지 않는 착한 소비’를 촉구한다. 좋은 말이고 얼마간의 실효성도 있겠지만 먼저 세 정권 내내 이어지는 신자유주의 광풍 속에 사람들이 어떤 지경에 이르렀는지 살펴야 한다. 진보적인 사람들조차도 아이를 사람이 아니라 상품으로 키우는 재난영화적 현실에서 ‘착한 소비 캠페인’은 과연 얼마나 현실성이 있을까? 노동자의 절반을 넘는, 생존 자체가 숙제인 비정규 노동자들이 ‘착한 소비’를 촉구받는 건 공정한 일일까?

시민에게 촉구해야 할 것은 ‘착한 소비’가 아니라 ‘시장 자유에 대한 경계심’이다. 개인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촛불을 들고 이명박과 싸우듯, 나는 물론 내 아이들이 영원히 자본의 노예로 살아가지 않게 하려면 민주당이나 참여당 같은 또다른 시장자유 옹호자들과 싸워야 한다는 사실을 촉구하는 것이다. 정치가 우리 삶에 눈곱만큼이라도 소용이 닿으려면 이런저런 시장자유 옹호자들에 대한 헛된 기대를 접고 진보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사실을 강력하게 촉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진보정치가 세력이 미미하지 않으냐고? 그게 바로 자본의 체제가 우리를 쳇바퀴 속의 다람쥐로 만들기 위해 심어준 어리석은 생각이다. 정용진의 방자한 말에 반감을 느끼면서 눈은 여전히 유시민의 ‘노무현 정신 계승’과 문성근의 ‘국민의 명령’에 가 있게 만드는 어리석음 말이다. 진보정치가 세력이 미미해서 지지할 가치가 적은가, 마땅히 지지할 사람들부터 지지하지 않기 때문에 세력이 미미한가? 진보정치의 세력과 가치는 남이 가져다주는 게 아니라 바로 내가, 주권을 가진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만들어가는 것이다.

물론 제아무리 시민이 각성한다 해도, 지금처럼 진보정당들이 만날 이명박 반대만 외치며 ‘이명박 프레임’ 안에서 맴돈다면 다 소용없는 일일 게다. 민노당이나 진보신당은 이제라도 정신줄 바짝 잡고 자신들이 민주당이나 참여당과 뭐가 다른지, 시장 자유에 맞서는 진보정치가 뭔지 시민들에게 들려주어야 할 것이다. ‘이마트 피자를 먹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는 착한 사람들에게, 세상엔 프랑스처럼 대형마트는 아예 시내에 못 들어오게 하는 정치도 존재한다는 사실부터 차근차근.

김규항〈고래가 그랬어〉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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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으로 김규항의 글들은 세다. 그리고 이런 글들을 지면에 올려주는 신문이 있다는 사실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이 글도 논란거리가 될 수 있을 듯하다. 특히 연대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봤을때는 대안없이 강한 어조로만 이야기한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김규항은 아주 불편한 사람이다. 편하지 않게 한다는게 이 사람의 덕목이 될 수 있겠다. 그래서 글의 찬성유무를 떠나 김규항을 좋아한다. 끊임없이 날 불편하게 만들기 때문에... 

이번에 책이 또 나왔던데... 저번에 나온 책도 읽지 못하고 있다. 차근차근 읽어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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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하늘 2010-10-01 0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잠깐 서재 나들이 해요. 전에 직장이 인천이라 하신것 같은데, 혹여 물난리에 피해는 없으셨는지... 쌀쌀해진 날씨에 건강도 조심하세요~~

머큐리 2010-10-01 12:15   좋아요 0 | URL
추석전에 물난리로 고생 좀 했죠..^^ 잘 지내고 계시죠??

2010-10-01 09: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01 12: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01 21: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02 00: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www.hani.co.kr/arti/SERIES/57/425949.html

진보신당의 지방선거 결과는 참담하다. 노회찬 씨가 3퍼센트 남짓의 표를 얻고 심상정 씨는 아예 선거 직전 사퇴했다. 두 사람은 지난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낙선했지만 이번보다는 나았다. 진보신당의 사정은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 대체 왜일까?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나는 그 가장 결정적인 원인이 대중성 강박으로 인한 ‘프레임 오류’에 있다고 본다.

물론 모든 정치는 대중성이 중요하며 분당을 통해 만들어진 진보신당은 더욱 그렇다. 그러나 진보신당의 대중성은 진보정당으로서 최소한의 정체성을 지키는 한도 안에서만 중요하다. 그걸 넘어서버리면, 다시 말해서 당장의 대중적 호응에 집착해 자유주의적 의제에 몰입해버리면 대중들은 ‘굳이 진보신당을 지지할 이유’를 잃게 된다.

한나라당 같은 극우정당 혹은 민주당, 국민참여당 같은 자유주의 정당은 애써 그 정체성을 설명할 필요가 없다. 두 세력은 이미 반세기 이상 독재/반독재 혹은 여야로 존재해왔고 대중들은 어쨌거나 그 정체성에 매우 익숙하다. 그러나 진보신당은 그 정체성을 대중에게 처음부터 설명해야 한다. 자신들의 정치가 기존의 반독재/민주세력과 어떻게 다른지를, 굳이 자유주의 정치가 아니라 진보정치여야 하는 이유를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기존의 구도가 몸에 밴 대중들은 당선 가능성도 적은 그들을 굳이 지지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좋은 뜻에서든 나쁜 뜻에서든, 많은 사람들은  완주한 노회찬 씨는 진보정당의 정체성을 끝까지 지켰다고 보는 것 같다. 그러나 노회찬 씨 역시 제 정체성을 지켰다고 하긴 어렵다. 이를테면 선거 직전에 열린 그의 인터넷 토론은 시종 오세훈 조롱 경연으로 일관했다. 오세훈을 막는 게 그리 전적으로 중요하다면 당연히 한명숙을 찍어야 한다는 말 아닌가?
그 토론은 ‘한명숙이 아니라 굳이 노회찬이어야 하는 이유’에 집중되어야 했다. “반이명박 반이명박  하는데 당신들 집권했을 때 서민과 노동자 입장에서 이명박과 뭐 그리 달랐습니까?” “부자정권 비판하는 당신들은 삼성공화국 만들지 않았습니까?” “새만금 삽질한 사람들이 4대강 삽질 욕해도 되는 겁니까?” 등등으로 말이다.

그 에피소드는 대중성 강박에 빠진 진보신당이 보여 온 무수한 프레임 오류 가운데 한 예일 뿐이다. 심지어 진보신당은 진중권 씨를 비롯한 진보신당 당적의 자유주의자들이 그나마 진보신당의 정체성을 간직한 ‘전진’ 같은 그룹을 마치 스탈린주의자들이라도 되는 양 마구잡이로 조롱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런 자유주의자들이 촛불광장에서 활약한 덕에 당원이 늘었다지만, 그렇게 입당한 사람들은 지금 진보신당을 아예 자유주의 정당으로 만들고 싶어 한다.

2008년 11월 노무현 씨가 “한미 FTA 재협상을 준비할 때”라는 내용의 글을 인터넷에 올리자 심상정 씨가 “민초들이 노 전 대통령에게 기대하는 건 이명박 정권에 대한 ‘재협상’ 훈수가 아닌 한미 FTA 체결에 대한 고해성사”라는 글을 올리면서 논쟁이 시작되었다. 노무현 씨의 중단으로 논쟁이 끝까지  이루어지진 않았지만 내가 기억하기론 진보신당 역사에서 그 정체성을 드러내는 가장 또렷한, 아니 거의 유일한 사건이었다.

바로 그런 사건이, 극우와의 싸움뿐 아니라 자유주의자들과의 경쟁이 진보신당의 주요하고 일상적인 활동이 될 때 비로소 대중들이 ‘굳이 진보신당을 지지할 이유’가 생겨난다. 그렇게만 된다면 진보신당은 여전히 희망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진보신당엔 자유주의를 진보정치라 강변하는 사람들만 있는 게 아니라 제 정체성을 간직한 당원들, 사민주의적 전망으로 이 추악한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진지한 당원들도 많이 있기 때문이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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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26 19: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27 00: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 01. 21  한겨레 칼럼  

www.hani.co.kr/arti/opinion/column/400133.html 

 

<고래가 그랬어>엔 ‘고래토론’ 꼭지가 있다. 아이들이 한 주제를 가지고 저희들끼리 마음껏 떠들어대는 꼭지다. <고래가 그랬어>가 74호까지 나왔는데 고래토론에 실패한 게 딱 두 번이다. 둘 다 부자 동네의 초등학교에서였다. 그 한 주제는 ‘공부만 하느라 놀 시간이 없어요’였다. 그런데 막상 토론이 시작되자 아이들이 입을 모아 그러는 것이다. “경쟁 당연히 해야 한다.” “경쟁에서 이겨야 내가 살고 싶은 인생을 살 수 있다.” “경쟁에서 이겨 힘을 얻어야 사회에 좋은 일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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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인에 문정우의 독서여행이란 코너가 새로 생긴것 같다.
글에서 사교육에 대한 이야기와 참고할 책들이 올라와 있기에 링크해 둔다.

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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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0-01-21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번의 실패에 나락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대단히 높은 면역력 제로인 아이들일 수도 있습니다..^^

머큐리 2010-01-22 08:33   좋아요 0 | URL
그런데..저런 이야기를 하는게 꼭 부자동네 아이들뿐만은 아니라고 보여지는게 문제의 심각성이 더 있는 듯 합니다

Mephistopheles 2010-01-22 09:18   좋아요 0 | URL
사교육 열풍은..흡사 바이러스 같아요. 경쟁이라는 것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가만히 있지는 않겠다는 심리..무서워요.

cc 2010-01-22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회사에서 보다가 눈물이 떨어져서 혼났네요.

머큐리 2010-01-22 11:41   좋아요 0 | URL
눈물이요??
 

['괴짜사회학' 대담③] A급 실천가 김규항이 말하는 한국 사회 

지난 28일 <프레시안>, 김영사, 예스24가 공동 주최한 <괴짜 사회학> 출간 기념 공개 대담이 건국대학교 새천년관 대공연장에서 열렸다. 김규항 <고래가 그랬어> 발행인은 이날 우리는 과연 '잘' 살고 있는지 질문을 던졌다.
김규항 발행인의 대담 내용을
강연 형태로 재구성했다. 

 

"이명박은 우리를 괴롭히기 위해 내려온 외계인이 아니다"

현재 한국을 살아가는 아이들을 보면 민주화가 이뤄 진 것은 분명합니다. 내가 초등학교를 다니던 때, 잠깐 동안은 거수경례를 했어요. 학생과
교사가 서로 마주보며 경례를 하고, 이렇게 구호를 외쳤죠. "건설합시다." 더러운 세상이었죠. (웃음) 거기에 모든 남자 교사는 폭력 교사였고, 여자 교사라고 해서 낫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 초등학교는 그렇지 않습니다. 함부로 때리는 교사도 없고, 경례는 상상할 수도 없지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민주화를 이룬 셈이죠. 하지만 실제 아이들이 생활하는 모습은 나의 초등학교 때 모습보다 못하다고 느껴지는 건 왜일까요?.

나의 초등학교 시절, 오후 3시에 소재가 확실하게 확인되는 아이는 벌을 받는 아이거나 아파서 병원에 있는 아이였습니다. 나머지는 저녁 때 엄마가 밥 먹으라고 찾기 전까지 놀기 바빠 어디에 있는지 아무도 몰랐죠. 하지만
지금 초등학생이 오후 3시에 소재 파악이 되지 않으면 사고가 났다고 판단하는 세상이 되어버렸습니다. 세상이 험해져서? 아닙니다. 아이들의 공부 스케줄이 빡빡하게 짜여 있기 때문입니다. 초등학생이 이렇게 생활하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습니다. 민주화는 됐는데 아이들이 군사시대보다 더 참혹하게 살고 있는 셈입니다. 정치 민주화만 보고 있기에 놓치는 부분입니다.

김대중, 노무현 10년 동안의 정치적 민주화는 (시민들에게) 정치적 자유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자본에게도 자유를 가져다 줬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어른들의 삶도 아이들의 삶과 다르지 않습니다. 민주화는 진행됐는데 우리 삶은 더 고단하고 바쁘지요.

이명박 씨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지금 욕하고 있는 이명박 씨를 우리 스스로가 닮아가고 있어요. 우리 안에도 이명박 씨가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예를 들어봅시다. 이명박 씨가 우리에게 하는 모습과 우리가 아이들에게 하는 모습이 똑같지 않습니까. 우리는 이명박 씨가
다스베이더, 케로로 중사처럼 외계에서 우리를 괴롭히기 위해 침입해온 존재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그는 투표로 뽑힌 대통령입니다. 그 사람이 우릴 괴롭히기 위해서 이렇게 하고 있다는 것은 순진한 생각입니다.

그 역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의 가치관과 철학이 잘못됐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겁니다.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교육을 위해 우리가 '어쩔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나 이명박 씨가 한국 사회의 미래를 위해 고통이 있더라도 어쩔 수 없다고 하는 것이랑 무엇이 다른가요? 다를 바가 없습니다.

"돈에 대한 욕망이 한국 사회를 뒤덮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을 욕하는 부모들도 정작 자신의 아이들을 경쟁력 있게 키우는 데 목을 메고 있습니다.
결국 부모가 아이를 경쟁력 있게 키우고 싶어 하는 것은 아이들이 돈을 많이 벌고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렇다보니 현재 한국 사회는 일류대학으로만 몰리는 불균형에 시달리는 것이 현실이지요.

똑같이 이건희를 욕하지만 이건희가 지향하는, 즉 돈에 대한 욕망은 한국의 모든 사람이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가 단지 돈이 없는 이건희일 뿐이라면, 이건희를 욕하는 것은 그의 돈 많음을 시샘하는 것 뿐이지요.

얼마 전 김상봉 선생이 "일류대학을 향한 한국 부모들의 탐욕은 놀랍다"라고 말씀하시는 걸 들었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엔 지금 부모들의 대학입시에 대한 집착은 탐욕이 아니라 공포입니다. 공포에 사로잡혀 이성도 판단력도 잃어버린 거죠.

한국은 재난영화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공포의 근간에는 '내가 가난하다'는 의식이 깔려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일순간에 바보같이 변합니다. 이명박 씨가 경제를 살리겠다는 것 하나로 대통령이 된 것도 시민들 스스로에게 가난하다는 공포가 작용됐기 때문입니다.

"대기업 그만 두면 불행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런데 정작 이런 사람들은 먹고 살 만한 사람들입니다. 누가 봐도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현실이 어렵다. 우리 아이들이 잘 살았으면 좋겠다' 식의 말들을 합니다. 가난하다는 공포의 근간에는 좀 더 잘살고 싶다는 '욕망'이 내재해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대기업을 다니는 이들도 안정에 대한 공포가 있습니다. 심지어 내가 아는 변호사 부부도 미래를 불안해 합니다. 은행 잔고가 0인 사람은 걱정이 없습니다. 돈이 없으니 걱정할 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은행 잔고에 100만 원이 있다가 80만 원으로 내려가면 불안해 집니다. 가난하다는 생각, 모자란다는 생각이 가난과 불안을 만들어냅니다.

결국 돈이 중심이 되는 현재 한국 사회의 패러다임을 깨뜨려야 합니다. 하지만 시민들 대부분이 돈 중심의 패러다임이 잘못된 것을 알고는 있지만 그것을 깨기 위한 실천에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이기도 합니다. 사교육과 무한경쟁에 반대하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교사가 자신의 아이가 돈을 많이 벌어 잘 살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자식을 사교육 현장에 내보내는 사회가 바로 한국 사회이니까요.

좌파와 우파의 차이가 뭔지 아세요? 우파는 자신의 아이를 떳떳하게 사교육 현장에 보내고 좌파는 부끄러워하며 보낸다는 점입니다. (웃음) 우리가 생각해야 할 부분은 좌파니깐 사교육 시키면 안 된다는 것이 아니라, 도대체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한 것인가를 이제 고민해야 합니다.

좌파들은 자신의 아이가 좋은 일류대학에 가서 진보적인 엘리트가 되기를 바랍니다. 욕심도 많지요. 노동운동하는 사람이 아이가 노동자나 민중이 되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물론 모든 부모는 자기 아이가 가장 잘 살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을 해야 하는데 문제는 잘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소수 부자들이 잘산다는 관념을 모든 이가 가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어떤 삶이 더 충만하고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현재 한국 사회에서는 가난하다는 의식이 가난하다는 것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마음을 편하게 하면 오늘의 삶에 감사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람들이 오히려 불행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대기업을 다니다 그만둔 후배 얘기를 해볼게요. 처음에는 아주 불안해 하더군요. 하지만 지금은 훨씬 더 행복하다고 합니다.

한국 사회를 뒤덮고 있는 이 탐욕의 굴레를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요? 간단합니다. 욕심을 버린다면 길들여진 삶을 벗어난 삶은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얼마든지 잘 살 수 있습니다. 그것이 훌륭하게 사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것은 훌륭해서가 아니라 즐겁고 편하기 때문입니다. 먼저 해본 사람들의 증언이 '잘했다, 좋다, 안 죽는다' 등입니다. 다들 겁내지 마십시오. 용기를 내십시오.  

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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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09-02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글을 읽고 참 공감이 갔어요.

2009-09-02 12: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9-02 18: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Arch 2009-09-03 22:31   좋아요 0 | URL
ㅋㅋ 알겠사와요.

쟈니 2009-09-03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돈에 대한 욕망과 가난에 대한 두려움이 한국 사회를 휘몰고 있어요... 저도 그 욕망과 두려움을 버리려 하지만, 쉽지않네요... 용기가 필요한 시대입니다. 두려움을 강요하는 저들에게서 우리가 버려야 하는게 두려움일 겁니다.

머큐리 2009-09-04 08:11   좋아요 0 | URL
해법은 간단해 보이는데...그걸 이루기가 어려워 보이는 이유가 바로 그 두려움때문이겠지요.. 안다와 행한다는 역시 간극이 있는 것 같아요...--;
 

 www.hani.co.kr/arti/opinion/column/373339.html

한국은 참 슬픈 사회다. 그토록 오랫동안 그토록 많은 사람들의 싸움과 희생으로 자유를 얻었는데 이젠 그 자유에 의해 정직하게 일하는 사람들이 스러져가고 있으니 말이다. 김대중씨도 참 슬픈 사람이다. 그토록 염원해온 바로 그 자유에 의해 스러져가는 수많은 착한 사람들을 보며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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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28 01: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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