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을 팝니다 - 담배 산업에서 지구 온난화까지 기업의 용병이 된 과학자들
나오미 오레스케스 외 지음, 유강은 옮김 / 미지북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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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연가로서 요즘의 세태는 참으로 곤혹스럽다.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공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아니, 거의 탄압이라 부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담배를 피울 공간이 줄어들어도 항변할 수 없다. 그건 간접 흡연이 타인에게 심대한 건강상의 위해를 끼칠 수 있다는 과학적인 결과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명확한 결과에 따라 흡연행위를 공공장소에서 제한하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기 힘들다. 사실을 알고도 이의를 제기한다는 건 나의 쾌락을 위해 타인에게 공공연하게 폭력을 행사하겠다는 의사표시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간접흡연 자체가 타인에게 피해를 입힌다는 사실이 명확한 것이 아니고 실제적인 인과관계가 없다면...또는 매우 부족하다면.... 흡연자인 나는 어떤 행동을 취할까? 아마도 흡연을 제한하는 정부의 방침에 대놓고 반대하거나 암묵적으로 저항할 것이다. 타인에 대한 죄책감도 경감될 것이다. 담배연기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과장되게 주장하는 것일 뿐이지 실제 피해를 주는지 알 수 없는데 오버한다고 되려 화를 낼 것이다.

 

이 작은 사례에서 나오듯이 명확한 결과가 나와있는 과학적 사실들을 비틀고 왜곡해서 과학적 확증이 부족하다고 주장하거나 명확한 인과관계가 결여되었다고 주장함으로서 긴급하게 대처해야 할 사안을 논쟁이 필요해서 더욱 더 조사가 필요한 사안으로 만들어 국가의 정책적 개입을 저지하거나 국가의 정책을 강화하는 과학자들이 있다. 이들은 맨하턴 프로젝트를 통해 과학적 업적을 쌓고 국가의 과학 행정업무를 처리하다 다국적 기업의 후원에 따라 사설 연구기관을 만들어 조직적으로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과학자들이다.

 

이들이 영향을 미치는 분야는 다양하다. 담배산업, 미국의 핵억제 정책인 스타워즈 정책, 산성비에 대한 사안, 지구 온난화에 대한 사안 등등... 이들은 초기에 논란이 되었다가 점차 과학적 결과물들이 누적이 되어 현실적으로 대처가 필요한 사안들마다 개입하여 논점을 흐리고 결과물의 근거가 완전치 않다는 주장을 하여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리곤 한다. 그리고 그들이 주장하는 근거는 바로 '과학'이다.

 

이 책은 이렇게 기업의 용병이 되어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과학자의 양심을 저버리고 교묘한 궤변으로 사람들을 기만하는 과학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전문분야가 아님에도 기업의 후원으로 사설 연구소를 차리고 언론과 홍보회사를 끼고 대대적인 반과학적 선전을 수행한다. 그 목표는 기업의 이윤을 침해하는 정부의 규제를 막아내고 기업의 이윤을 지켜내기 위해서 이다. 더 근본적으로 자유시장의 근본적 질서을 막아내기 위한 전투의 최선전의 용병으로서 활약하는 것이다.

 

왜 한때 저명한 과학자로서의 명성을 구축한 인물들이 과학을 부정하는 행위까지 저지르게 되었을까? 그리고 그런 행위들이 사회적으로 용인받고 스며들게 되었을까?

 

이 책에서 분석하기를 첫째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언론의 기계적 균형에 있다고 본다. 언론은 소수의 의견이라도 그 의견에 대한 표현을 존중해야 한다고 인식했다. 따라서 과학적으로 명확하게 밝혀진 일이 아니라면 소수의 의견에 대한 표현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소수의 의견이라도 사태가 명확하게 밝혀져 인정받지 못하는 의견까지 존중해야 할 것인가에 있다. 오리려 소수 의견 존중은 사회적 소수자가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힘이 없을 경우에 언론의 공공성을 위해 배려해야 하는 원칙일 뿐이다. 그러나 기업의 후원을 받고 있는 이들은 소수의견자들이라 보기보다는 과학적인 근거가 밝혀진 사안에 대한 거의 개인적 의견에 불과한 경우였다. 이것을 언론이 기계적으로 적용한 것이다. (그럼에도 책에서는 자세히 다루지 않았지만, 기업의 후원을 받는 이들에 대한 언론의 대접은 동일하게 기업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언론 환경의 영향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더구나 우익저긴 논조를 싣는 언론들은 이들의 의견을 의도적으로 확대 재생산하고 있었다.

 

둘째로 자본의 힘이 그만큼 강하다는 얘기다. 담배회사나 정유회사는 자신의 의도와 일치하는 과학자들과 손잡고 막대한 자금을 투여하여 사설연구소를 만들고 그것을 기반하여 기존의 과학적 성과를 부정하는 선전을 시행했다. 연구소의 논문으로, 신문의 칼럼으로, 소책자의 발간으로... 막대한 물량으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방어를 해온 셈이다. 물론 그 주장들은 과학적 검증을 받지도 않았고 기존 성과물을 왜곡하거나 자신이 유리한 부분만 짜집기한 과학이라 말할 수도 없는 것들이었다. 

 

덴마크의 정치학자 비외른 롬보르의 '회의적 환경주의자:세계의 실재상태를 평가한다'는 책은 통계를 잘못 사용한 교과서적인 사례로 비판을 받고 있다. 2002년 저명한 과학자 네명이 '사이언티픽 아메리카'에 기고한 글에서 롬보르가 사용한 수학이 어떻게 현실을 오도했는지를 자세히 설명했다. 덴마크에서는 이 책을 둘러싸고 열띤 논쟁이 벌어졌으며, 롬보르는 과학적으로 정직하지 못하다고 비난을 받았다. 결국 덴마크 과학기술혁신부는 롬보르에게 과학적으로 부정직한 행동을 했다고 물을수 없다고 결정했다. '회의적 환경주의자'가 과학저서임이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P479 

 

이들은 심지어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을 비난하기까지 한다. DDT의 환경영향을 고발한 레이첼카슨이 무해한 DDT를 음해하여 말라리아의 창궐을 용인하여 제3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 넣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히틀러보다 더한 학살자로 묘사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러한 주장은 버젓하게 인터넷에서 쉽게 검색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과학자임에도 불구하고 과학에 대한 불신을 퍼트린다. 그 근본정신은 '자유시장'에 대한 절대적인 확신에 있다. 그러나 이들이 공격하는 산성비 문제나 온난화 문제는 자유시장의 작동이 외부로 비용을 전가하는 전형적인 사례이고 실제로 '자유시장'의 실패를 증명하는 사례들이다. 이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오히려 자유시장의 외부비용을 지적하는 환경주의자를 사회주의나 공산주의자로 몰아 붙이고 과학적 사실을 이념적 공포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거기에는 '개인적 자유에 대한 신화'가 자리잡고 있다. 환경주의자들이 미학적 환경보호에 머물지 않고 환경보호를 위해 규제적인 방안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규제에 반대하고 시장의 자유를 지키는 것이 자유를 보호하는 행동이라 여기고, 과학자임에도 불구하고 반과학적인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현재의 시스템을 수정하거나 파괴할 수 밖에 없는 민감한 사안에 대해 과학적으로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오히려 위기를 과장하여 자유시장을 파괴하려는 환경주의자의 음모론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과학은 명확한 무엇인가를 증명한다는 편견이 이들의 행위를 정당하다고 인정하게 하는지 모른다. 그러나 과학은 무엇인가를 명학하게 증명하기 보다는 있는 그댈의 사실을 밝히고 그것이 동료들에게 검증받고 확증할 수 있는 사실을 이야기할 뿐이다. 그 사실에 기반하여 대책을 세우는 것이지 모든 것이 명증해야 과학적인 사실은 아닐터이다.

 

결국 자본과 언론과 이데올로기가 결합하여 과학적 결과물을 무위로 만들고 인류가 시급하게 대처해야 할 문제를 자본의 이익에 봉사하는 일부 과학자들에 의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하게 하고 위기를 심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은 이 땅에서도 보여지고 있다. 황우석 사건과 사대강의 진실은 수많은 과학자들이 아니라고 말한 사실이 어떻게 왜곡되어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환경을 파괴하는지 보여주는 일각일 뿐이다. 황우석의 연구도 자본적 이익이라고 포장되었고 사대강 개발도 환경의 보호라는 명분으로 건설자본의 이윤을 보장했을 뿐이라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이 책의 장점은 결국 과학과 자본과 언론과 국가의 연결고리 속에서 어떠한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를 경험적으로 깨닫게 해준다는데 있지 않을까? 주로 미국의 사례들이 나오지만 매우 흥미진진하며 얻을 수 있는 교훈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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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13-08-22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을 누를 수 밖에 없는 리뷰이네요^^

머큐리 2013-08-22 21:52   좋아요 0 | URL
^^;;
 
[중고] 사랑은 없다- 사랑, 그 불가능에 관한 기록
잉겔로레 에버펠트 지음, 강희진 옮김 / 미래의창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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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하게 말하자면 '우리가 상식적으로 사랑이라 부르는 감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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