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당파성이란 단어가 과학적인지 아닌지에 대한 논쟁이 붙은 적이 있었다.
어느 사건이나 사물을 당파적인 시각을 견지해야 진리를 파악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던 것 같은데... 여기서 노동자의 당파성이란 말이 나왔다.
노동자의 입장에서 봐야 이 세계가 투명하게 보인다는 말이다.
이는 거꾸로 자본가의 시각에서 봐도 이 세계는 투명하게 보인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문제는 어느 입장이 더 인간적이냐의 문제가 아닐까...그 지점에서 볼 때 자본주의란 자본가 이외에 어느 누구에게도 인간적이지 못한 체체임은 분명해 보인다.
어제부터 국가가 행정대집행이란 명분으로 밀양의 할매, 할배들을 폭력으로 진압했다. 평생을 일궈온 땅을 765KW가 지나가는 송전탑이 지나가는 자리에 있다는 이유로 빼앗겨야 하는 이들에게 순순히 말을 들으라 하는 것이 인간적인가?
단순하게 땅을 빼앗기는 것이 아니라 삶을 송두리 채 들어내는 것 같아서 저항하는 노인들에게 국가는 '행정대집행'이란 어려운 법률용어로 포장한 날 선 폭력을 휘둘렀다. 조폭들도 국가라고 하면 저항을 포기하는데 아무런 힘없는 노인들이 어찌 감당해 낼 수 있을까? 몸에 쇠사슬을 두르고 알몸으로 저항해도 민중의 지팡이라는 경찰의 날 선 폭력에 끌려 나와야 했다.
여기서 되묻게 된다. 왜 국가는 이들을 이렇게 폭력적으로 진압하는가? 이들이 잘못한 것은 무엇일까? 국가는 과연 무엇인가?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겠지만 콜트콜텍이란 회사가 있다. 기타 좀 만져 보거나 처음 기타을 구입하려는 사람은 들어본 회사일거다. 이 회사가 2006년 대전의 공장에서 노동조합이 결성되자 생산물량을 중국과 인도네시아도 이전하고 이듬해 7월에 공장을 폐쇄하고 노동자들을 정리해고 했다. 해고의 이유는 생산성 저하에 따른 폐업이었다. 당시 회사의 재무구조는 튼튼했고 근로기준법에서 규정하는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도 없는데 사업장을 폐쇄하고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노조는 반발했고 8년째 싸움을 이어오고 있는 상황에서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라는 게...
장래에 올 수 있는 위기를 대처하기 위해 정리해고는 정당하다고 한 것이다....이 무슨 개짖는 소리란 말인가
이런 식이면 모든 대기업도 마음대로 정리해고를 단행해도 된다. 이건희는 항상 언제 삼성이 쓰러질지 모른다고 위기를 입에 달고 다녔는데... 장래에 올 수 있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구조조정을 하는게 법리상으로도 인정받은 이 참에 망설일게 뭐가 있을까? 뭐 그렇다는 얘기다.
밀양에서 보듯, 콜트콜텍 대법원 판결에서 보듯 여기에 빠진게 하나 있다. 바로 '사람'이다.
경쟁, 효율성, 비정규직, 정리해고, 파견노동, 알바....여기 어디에 사람 냄새나는 단어가 있을까?
사람이 사람답게 살자고 할때 국가의 의무는 무엇인가? 공권력이란 미명으로 우리가 국가에게 양도한 저 압도적 무력은 누구에게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가?
어김없이 찾아온 6월 10일에 대학생들이 70여명 연행되었다. 세월호 참사를 묻어버리고 진정한 사과 한마디 하지 않는 뻔뻔한 권력에게 항의하러 가는 길이었다. 대통령 책임이 아니니 헛발질 하지 말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런 참사의 책임은 권력에 있다. 권력을 보유한 자에게 항의하지 않으면 누구에게 항의하란 말인가? 권력을 가진자가 사과하지 않으면 누가 사과해야 하는가? 어른들 모두의 책임이니까 모두 책임을 나누고 아무도 책임지지 말자고 주장하는 것인가? 자본의 이윤을 위해 행한 권력의 보살핌이 참사를 불렀다.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
사람을 지우지 말자.
사람을 지우는 순간 우리가 사는 곳은 지옥이 된다. 천국과 지옥은 다른 곳에 있지 않다. 그곳에 존중할 사람이 없으면 지옥이고 존중할 사람이 있으면 천국이다. 우리는 지금 사람을 지우는 곳에서 살고 있다.... 당파성을 따지지 않아도 이게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