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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퀸 : 적혈의 여왕 1 ㅣ 레드 퀸
빅토리아 애비야드 지음, 김은숙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4월
평점 :
황금가지 출판사에서 펴내는 '블랙 로맨스클럽 시리즈로 출간된 작품이다. 사실 로맨스 소설이라고는 읽어 본 적이 없지만 이런게 로맨스 소설이라 할 수 있을지 모를만큼 독특한 작품이다.
로맨스 소설이라고 하면 보통은 남녀간의 심리적 상황이 주를 이루면서 그 속에서 나타나는 사건과 욕망에 대한 솔직한 묘사가 이루어져야 하는 법인데, 이 소설은 로맨스 소설이라는 분과로 분류해야 할지 아니면 판타지 소설이라고 분류해야 할 지 조금 망설여지는 부분이 있다. 그만큼 로맨스보다는 판타지 소설에 가깝다. 그건 이 소설이 품고 있는 배경이 기존 로맨스 소설로 분류하기에는 너무 거대하고 사건의 전개는 사랑이 아닌 일종의 계급투쟁이 주된 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똑 같은 모습의 인간이되 피의 색깔이 다른 인간들이 있다. 은팩의 피가 흐르는 인간과 적색의 피가 흐르는 인간. 은색의 피가 흐르는 인간 (은혈)은 적색의 피가 흐르는 인간(적혈)과 태생적으로 틀리다. 그들은 일종의 초능력을 타고난 인간들이며, 세계를 지배하는 인간들이다. 귀족적이며 고귀하고 전투적이며 모든 권력의 중앙에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있어서 적혈들은 자신의 지배를 보증하기 위한 소모품이며 더럽고 비천하고 전쟁에서 소모되어도 별의미없는 존재에 불과하다.
은혈들이 지배하는 이 세계는 여러 왕국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현재 서로 전쟁 중에 있다. 전쟁은 장기화되고 있어서 적혈들은 16세가 되면 남녀 상관없이 사회에서 일정한 직업이 없으면 군대에 가야 한다. 그리고 군대에서 복무한다는 것은 일종의 전쟁소모품으로 언제든지 목숨을 잃는 일이 되는 것이다. 주인공인 적혈 소녀 '메어 베로우'는 먼저 전쟁터로 징집된 세명의 오빠들과 같이 군대에 입대해야 하고 이를 거부하기 위해 목숨을 건 모험을 할 결심을 한다.
은혈들의 지배가 강고하지만 이에 저항하는 적혈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적혈들은 '진홍의 군대'를 조직하여 은혈들의 지배에 균열을 일으키기 위해 싸움을 시작한다. 방법은 테러... 은혈들의 지배을 끝내고 적혈들도 은혈들과 같은 조건의 삶을 살기 위한 싸움의 와중에 '매어'는 왕국의 왕자인 '칼'을 만나 은혈의 왕국으로 들어가고 그곳에서 우연치 않게 적혈에서 없는 초능력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왕국에 거주하게 된 '메어'는 은혈의 통치를 전복하기 위해 왕국에서 '진홍의 군대'를 돕기 시작한다.
세계를 가르는 거대한 두 개의 계급과 투쟁이 있고, 생물학적 능력의 차이가 있으며, 생물학적 능력의 차이가 곧 신분과 계급의 차이로 드러나고 이에 따라 사람들의 운명이 결정난다.
곧 차이는 차별로 전환되고 그 차별로 인하여 사람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길에서 이탈하기 힘든 상황이다. 그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혹은 유지하기 위해 작동하는 정치와 테러과 음모와 배신이 씨줄과 날줄로 엮여서 있지만, 적혈에게도 은혈과 동일한 능력을 지닌 능력자들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이야기는 점점 복합적으로 진행된다.
로맨스 소설을 읽어 보지 않아 (사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조금 읽긴 했지만 중도에 포기해 버렸다) 보통 주인공의 특성이 어떻게 발현되는지 모르지만, 이 소설에서 주인공인 '메어 베로우'는 기존의 여성성을 뛰어 넘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10대 소녀의 여린 감수성은 있지만 현실에 대한 자각, 그리고 그러한 현실을 깨기위해 분투하는 모습은 기존의 로맨스 소설의 주인공과는 다른 모습이 아닐까 생각되는데, 이런 점이 굉장히 신선하다. 마치 판타지 소설에 로맨스적 요소가 들어간건지, 로맨스 소설의 분야가 판타지 소설로 확정되어 버린건지 모르겠다.
항성 혼종은 새로운 만족을 주는 경향이 있는데, 이 소설의 처음은 기존 로맨스물에 새로움을 갈구하는 독자들의 갈증을 해소해 주는 듯하다. 그 뒷 이야기는 더욱 장대하고 치열하게 진행 될 것으로 예상되고 처음에는 그다지 중요하게 등장하지 않았던 주인공들의 로맨스의 전개가 어떻게 진행될 지에 궁금함을 자아낸다. 무엇보다 적혈의 여왕으로 등극하게될 여주인공의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 기존의 로맨스물의 주인공처럼 될 것인지, 뭔가 새로운 캐릭터로 탄생할 것인지 이게 제일 궁금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