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샌디 피터슨 외 《S. 피터슨이 안내하는 러브크래프트의 공포들》 (초여명, 2016)

* 모리세 료 《도해 크룰루 신화》 (AK커뮤니케이션즈, 2010)

* 노무라 마사타카 《크룰루 신화 대사전》 (AK커뮤니케이션즈, 2013)

* 모리세 료 《크툴루 신화 사전》 (비즈앤비즈, 2014)

 

 

 

오늘 먼저 공개한 《S. 피터슨이 안내하는 러브크래프트의 공포들》 (약칭 ‘러브크래프트의 공포들’) 리뷰는 이 글의 서론에 불과하다. 이 글은 《러브크래프트의 공포들》을 좀더 깊숙이 파고든 글이다. 사실 《러브크래프트의 공포들》은 ‘크툴루의 부름 TRPG’ 게임을 처음 시작하는 이용자를 위해 만들어진 안내서다. 물론, 러브크래티안(Lovecraftian)을 위한 책이기도 하다. 《러브크래프트의 공포들》을 읽으려면 당연히 러브크래프트(Lovecraft)의 작품들을 먼저 읽어야 한다. 《러브크래프트의 공포들》에 소개된 총 53종의 생명체 대부분이 러브크래프트의 작품에 종종 언급되거나 등장하는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소설을 먼저 읽은 다음에 《러브크래프트의 공포들》을 읽으면 생명체의 실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크툴루 신화(Cthulhu Mythos)의 2차 창작에 대한 정보가 많이 반영된 《도해 크툴루 신화》, 《크툴루 신화 사전》, 《크툴루 신화 대사전》도 참고할 만하다.

 

《러브크래프트의 공포들》의 별점을 ‘4점’으로 준 이유가 있다. 이 책은 러브크래프트의 문장을 인용했는데, 문장의 출처는 그가 썼던 글(소설 혹은 공포문학의 의미를 정리한 비평문의 일부)이다. 그런데 작품명을 단 한 개도 소개하지 않았다. ‘신화의 괴물들을 소개하는 글’에 보면 글쓴이(미스카토닉 대학교 중세 형이상학부 명예교수 엘리파스 코드빕 풀워스-미스카토닉 대학은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에 나오는 가상의 장소이다. 당연히 대학에 소속된 인물들은 실존 인물이 아니다)는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가 작품에 남겨 둔 자세한 묘사를 꼭 읽어 보세요. 러브크래프트의 작품은 지금도 자료로서의 가치가 높습니다”라고 썼다. (《러브크래프트의 공포들》 9쪽) 저자와 번역가 중 한 사람이라도 1%의 센스를 발휘해서 작품명까지 알려준다면, 독자들은 러브크래프트의 작품을 찾아볼 것이다.

 

다음에 나오는 두 개의 인용문은 '틴달로스의 사냥개'를 설명한 내용의 일부이다.

 

 

 

 

 

 

틴달로스의 사냥개는 각도 120° 이하인 곳을 통해서만 나타날 수 있다. 방의 구석, 바위에 간 금, 접힌 나뭇잎 등, 어떤 것에서도 그 조건만 충족하면 사냥개의 출현이 가능하다.

 

(《러브크래프트의 공포들》 62쪽)

 

차원을 넘어 인간계에 출현하기 위해서는 90도 이하의 각도가 있어야만 하며 90도보다 각도가 큰 곳에서는 들어올 수 없다.

 

(《크툴루 신화 대사전》 70쪽)

 

 

틴달로스의 사냥개(Hounds of Tindalos)는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에 언급되지 않은 괴물이지만, 러브크래프트의 ‘우주적 공포’에 딱 어울리는 무시무시한 존재이다. 틴달로스의 사냥개는 2차원의 세계에서만 서식하다가 90도 이하의 각도가 있는 공간을 발견하면 인간 세계로 들어온다. 괴물은 원통형의 혀로 생명의 정수를 빨아들인다. 그 녀석이 등장하기 전에 얼른 도망쳐야 한다. 틴달로스의 사냥개가 나타나기 전에 미리 대피하는 방법이 있다. 괴물의 등장을 알리는 위험 신호를 감지해야 한다. 괴물이 출몰하기 전에 90도 이하의 각도로 이루어진 모서리에 악취가 나기 시작하거나 검푸른 안개가 피어오른다.

 

 

 

그런데 《러브크래프트의 공포들》 에서는 ‘120도 이하의 각도’가 이루어진 곳에 괴물이 나타난다고 적혀 있다. 도대체 누구의 말이 맞는 것일까? 아무튼, 직각에 가까운 모서리가 있는 곳은 피하자.

 

초자연적 존재들의 이름은 부르는 사람마다 다르다. 옛 지구의 지배자인 ‘크툴루’는 인간이 발음하기 어려운 외계의 이름이다. 편의상 ‘크툴루’로 통일해서 사용하고 있지만, 미국 구글을 검색하면 ‘크툴루’의 다양한 이름이 나온다. 몇 개만 소개하자면 Tulu(툴루), Clulu(클룰루), Clooloo(클룰루), C‘thulhu(쓰툴후), Cighulu(시굴루) 등이 있다.

 

《러브크래프트의 공포들》 56쪽을 보면 ‘하스투르’라는 이름이 나온다.

 

 

차토구아는 강력한 위대한 옛 것들 중에서도 특별한 존재이다. 비슷한 외계의 존재들로는 크툴루, 이타콰, 형언할 수 없는 하스투르가 있다. (《러브크래프트의 공포들》 56쪽)

 

 

‘하스투르’는 하스터(Hastur)의 동일 이름이다. ‘형언할 수 없는 하스터(Unspeakable Hastur)’라고 불리기도 한다. 하스터는 바람의 속성을 가진 옛 지배자다. 그는 크툴루와 사이가 좋지 않다. 크툴루가 잠들고 있는 고대 도시 ‘를리에(R’lyeh)’는 ‘르뤼에’의 동일 이름이다. 러브크래프트 작품을 번역한 황금가지 판본에는 ‘리에’라고 되어 있다.

 

 

 

 

 

 

 

 

 

 

 

 

 

 

 

* 로버트 블록 《사이코》 (해문출판사, 2001)

* 로버트 블록 《사이코》 (도서출판 다시, 2004)

 

 

《러브크래프트의 공포들》 3쪽에 목차가 있고, 그 바로 밑에 헌사가 적혀 있다.

 

로버트 블로크에게 이 악몽들이 돌아가기를.

 

헌사에 언급된 ‘로버트 블로크’는 미국의 작가 로버트 블록(Robert Bloch, 1917~1994)이다. 그의 대표작은 영화로 더 많이 알려졌다. 그 작품이 바로 《사이코(Psycho)》다. 블록은 러브크래프트의 영향을 받은 작가 중 한 사람이다. 러브크래프트와 블록은 장르문학 연재 잡지 <위어드 테일즈(Weird Tales)>에 글을 발표했고, 두 사람은 서로 편지로 교류할 정도로 친분을 쌓았다.

 

 

 

 

 

 

 

 

 

 

 

 

 

 

* 러브크래프트 《러브크래프트 전집 1》 (황금가지, 2009)

 

 

1935년 블록은 『The Shambler from the Stars』라는 단편소설을 썼다. 이 소설에 러브크래프트를 닮은 작중 인물이 등장하는데, 죽고 만다. 이 소설을 읽은 러브크래프트는 블록을 위해 『누가 블레이크를 죽였는가?(The haunter of the dark)』를 썼다. 이 소설의 주인공 로버트 블레이크는 러브크래프트가 창조한 인물이지만, 누가 봐도 ‘로버트 블레이크’가 ‘로버트 블록’에서 따왔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러브크래프트는 블록이 했던 것처럼 똑같이 소설의 주인공을 죽인다. 언뜻 보기에 두 사람이 엄청 살벌하게 글 쓰는 작가처럼 보이지만, 서로를 비방하기 위해서 소설을 쓴 것이 아니다. 두 사람의 절친한 관계 덕분에 재미있는 두 편의 소설이 탄생할 수 있었다. 앞에 언급했던 블록에게 바친 헌사를 다시 읽어보자. 어떻게 보면 러브크래프트가 블록에게 쓴 것처럼 보인다. “내가 악몽으로 엄청 고생했어. 친구, 너도 한 번 이 악몽의 고통을 똑같이 느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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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17-05-29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툴루 신화? 첨들어 봅니다. 이런 신화집도 있군요!
근데 냐루코 양은 재밌나요??
쓰신 페이퍼의 내용이 생소하기만 합니다그려^^;;

러브크래프트의 공포들...재밌으면 구매할까 합니다..ㅎ

cyrus 2017-05-30 08:54   좋아요 0 | URL
만화의 장르가 개그라서 볼 만합니다. 러브크래프트의 소설과 크툴루 신화를 모르는 분들이 만화를 보게 되면 만화 속 장면과 대사가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지 못해요. ^^;;

AgalmA 2017-05-29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서리 귀신 괴담도 많죠. 모서리에 대한 공포는 심리적인 건지 집단 무의식인 건지 문득 궁금해지네요.

cyrus 2017-05-30 08:54   좋아요 0 | URL
제 생각에는 심리적인 이유로 모서리에 공포를 느끼는 것 같습니다. 방 안에 혼자 있거나 누워 있을 때 우리의 시선이 천장과 (벽과 벽이 만난 생긴) 모서리에 향합니다. 그러면 또 다른 존재가 천장이나 모서리에 서서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러브크래프트의 공포들 - S. 피터슨이 안내하는
샌디 피터슨 외 지음, 박나림 옮김 / 초여명 / 2016년 11월
평점 :
품절


 

 

 

절대로 가면 안 되는 장소가 있다. 하지만 누르면 누를수록 튕겨 나오는 것이 인간의 호기심이다. 금기는 곧 미지의 영역에 대한 호기심을 촉발한다. 드림랜드(Dreamland)로 가는 법을 아는 랜돌프 카터(Randolph Carter)가 금기의 장소에 발을 들이밀었다. 그는 고대 신들이 사는 ‘미지의 카다스(Unknown Kadath)’를 찾으러 여행을 떠났다. 그곳은 오싹하고 음산한 냉기로 가득하지만, 알 수 없는 매력을 지녔기에 누구나 미지의 영역에 대한 환상을 품을 수 있다.

 

 

 

 

 

 

 

당신은 혼자 드림랜드를 여행하다가 인간의 머리를 뜯어먹는 구울(Ghoul)을 만날 수 있다. 역겨운 비린내가 당신의 코끝을 스치기 시작하면, 얼른 달아나야 한다. 심해에 살다가 지상으로 기어 나온 물고기 인간을 눈앞에 마주하는 순간, 형언할 수 없는 악몽이 시작된다. 비록 초자연적인 존재들은 한낱 꿈에 불과하므로 당신을 위협하거나 두렵게 하지는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당신이 꿈에서 깨어 세부적인 면을 분석하기 시작할 때 비로소 꿈속의 모든 것이 매우 괴이하고 끔찍한 실체였음을 알게 된다.

 

 

 

 

 

 

 

 

《러브크래프트의 공포들》은 꿈속의 모든 것들의 실체를 알려주는 안내서다. 괴물들을 자세하게 묘사한 컬러 삽화는 환상적이면서도 생생한 현실감을 준다. 괴물들의 그로테스크한 형태는 독자의 눈과 마음을 압도한다. 컬러 삽화를 보면 볼수록 공포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괴물들의 서식지와 생태 방식에 관한 정보를 숙지하지 않고, 드림랜드를 여행하는 일은 무모한 행동이다. 준비를 소홀히 한 드림랜드의 여행자는 처참한 악몽에 시달릴 각오를 해야 한다.

 

생소한 존재는 익숙한 존재보다 거북하고, 불확실한 존재는 확실한 존재보다 더 신경이 쓰인다. 덜 익숙하고, 불확실한 존재를 만나면서 생기는 불쾌한 느낌이 인간의 무의식 깊숙한 곳에 잠들어 있는 공포의 본질이다. 가장 먼저 드림랜드를 탐사한 러브크래프트(Lovecraft)는 ‘미지의 공포’야말로 가장 오래되며 강력하다고 말했다. 드림랜드는 지금도 가장 강력한 공포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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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29 14: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5-29 14:21   좋아요 0 | URL
그림이 아주 잘 만들었어요.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를 싫어하는 분들이라면 이 책을 피해야 됩니다. 호기심에 책을 펼치다가 충격과 공포를 느낄 수 있습니다. ^^;;

stella.K 2017-05-29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이제 러브크래프트는 다 읽은 건가?

cyrus 2017-05-29 14:28   좋아요 0 | URL
다 읽었어요. 그런데 리뷰나 페이퍼로 소개하지 못한 러브크래프트의 소설 몇 편 있어요. 작년부터 구상하고 있었는데, 자꾸 미루게 되니까 계획이 묻혀졌어요. ^^;;

AgalmA 2017-05-29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리언 그린 한스 루돌프 기거 그림처럼 인상적이네요.

cyrus 2017-05-29 18:48   좋아요 1 | URL
기거의 그림, 정말 대단하죠. 어떻게 보면 기거는 ‘혐짤‘을 예술로 끌어올린 몇 안 되는 아티스트 중의 한 사람입니다. ^^

syo 2017-05-29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보아서는 안될 어둠의 세계에 속하는 2차 저작물들을 통해 우연하게 러브크래프트를 알게 되었어요. 주로 러브크래프트의 러브에 관심이 많아 보이는 그 저작물들 속에서는 니알라토텝이라는 것이 여자였는데......험험.

일본쪽에서 이 세계관이 종종 변형되어 쓰이나보더라구요.

cyrus 2017-05-29 18:53   좋아요 0 | URL
syo님이 보신 2차 저작물, 혹시 만화 아닌가요? 저도 그 만화를 봤어요. 니알라토텝을 여 캐릭터로 만들 생각을 할 줄이야... ㅎㅎㅎ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크툴루 신화에 대한 관심이 높은 편이에요.


syo 2017-05-29 18:59   좋아요 1 | URL
cyurs님의 댓글을 보고 나니까, 제가 ˝우연히˝, 이 부분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네요ㅋ, 하여튼 우연히 발견한 그 저작물이 2차가 아니라 3차 저작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거 어쩐지 온 세상에 죄송스럽습니다;;
그냥 순수하게 기어다니는 혼돈이라는 말이 멋있어서 검색했는데 그런게 나올줄은. 험험

어쨌든 일본은 엄청난 곳이네요. 어떤 의미에서든.

cyrus 2017-05-29 19:22   좋아요 1 | URL
제가 그 만화를 다 보고 나서 덕후들이 로리캐에 열광하는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어요.. ㅎㅎㅎ
 
[전자책] 아니물라
바른번역(왓북) / 2016년 3월
평점 :
판매중지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 1809~1849), 기 드 모파상(Guy de Maupassant, 1850~1893), 사키(Saki, 1870~1916). 이 세 사람 모두 ‘공포소설’을 써본 작가들이다. 그리고 이들에게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한창 활동해야 할 나이에 세상을 떴지만, 적지 않은 단편소설들을 남겼다. 세 작가의 죽음이 예사롭지 않다. 포의 죽음은 기이하다. 그는 혼수상태로 병원에 실려 나갔고, 4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지금도 여전히 그가 혼수상태에 빠지기 직전의 행적이 알려지지 않았다. 모파상은 정신 착란 증세로 고생했다. 그는 자살 기도를 한 후 정신병원에 격리 수용되었고, 그곳에서 생을 마감했다. 애국심이 강했던 사키는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가 적군의 총탄에 맞아 전사했다.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Howard Phillips Lovecraft)《공포 문학의 매혹》(북스피어, 2012)에서 ‘이 작가’를 ‘포의 초창기 후예’라고 극찬했다. 지금부터 작가를 소개하면 이런 작가가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다. '이 작가'가 누구냐면 아일랜드 출신의 피츠 제임스 오브라이언(Fitz James O’Brien, 1828~1862)이다. 러브크래프트는 오브라이언이 일찍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기괴함과 공포를 다룬 걸작들을 감상할 기회’를 놓쳤다고 한탄했다. 그러면서도 오브라이언의 천재성이 포의 수준에 이를 정도는 아니라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아니, 그러면 애초에 '포의 초창기 후예'라고 띄워주지 말던가.

 

오브라이언의 대표작 『그것은 무엇이었을까?(What was it?)』는 모파상의 공포 단편소설『오를라(La Horla)』에 영향을 준 작품이다. 1852년에 오브라이언은 미국으로 귀화하여 남북 전쟁에 참전했고, 전쟁터 한가운데서 숨을 거두었다. 그는 마흔을 넘기지 못하고 생을 일찍 마감했다. 생전에 오브라이언이 잡지에 발표한 작품의 수는 60여 편에 이른다. 어떻게 보면 오브라이언도 '수명이 짧은 다작 작가'인 셈이다. 그의 작품들은 그가 세상을 떠난 지 20년이 지난 후 선집 형태로 출간되었다.

 

오브라이언의 또 다른 대표작 『다이아몬드 렌즈(The Diamond Lens)』는 공상과학소설로 분류되지만, 이 작품 속에 있는 초자연적 현상, 자기파괴에 이르는 인간의 기이한 집착 등의 소재는 공포소설에 나오는 문학적 장치로 봐도 무방하다. 린리(Linley)는 ‘현미경 덕후’이다. 그가 제일 좋아하는 일은 현미경으로 미생물을 관찰하는 일. 그는 아주 미세한 세포를 관찰할 수 있는 ‘궁극의 렌즈’를 가지고 싶어 한다. 린리는 친구 시몬(Simon)의 주선으로 영혼과 대화하는 영매로 활동하는 울프스 부인을 만난다. 그녀의 도움으로 최초로 현미경을 발명하여 미생물을 관찰한 네덜란드의 과학자 레벤후크(Leeuwenhoek, 현행 외래어 표기법을 따르면 ‘레이우엔훅’이라고 해야 한다)의 영혼을 만나는 데 성공한다. 린리는 레벤후크의 영혼으로부터 ‘궁극의 렌즈’를 제조하는 비법을 얻는다. 린리의 머릿속에는 온통 현미경 생각뿐이다. 그는 기어코 다이아몬드로 만들어진 렌즈로 현미경을 완성하여 미세한 자연의 세계를 마음껏 탐닉한다. 그가 현미경으로 물방울을 관찰하다가 그 속에 여성의 외형을 닮은 조그마한 존재를 발견한다.

 

자꾸 분열하는 이 새로운 세상을 한마디 말로 성급히 정의하는 동안, 무지갯빛 숲 속 공터에서 천천히 움직이는 형체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좀 더 유심히 관찰했고 분명 내 눈이 잘못 본 게 아니었다. 이 신비로운 존재가 더 가까이 접근하기를 기다리며 내가 얼마나 가슴 졸였는지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중략] 한 여성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실루엣만 인간과 닮았고 그 외는 도저히 비교가 불가능했다. 인간 세상의 어떤 미인보다 아름다웠고, 미의 기준을 뛰어넘은 모습에 절로 숭배할 정도였다.

 

(24쪽)

 

린리는 물방울 속에 사는 작은 여인을 ‘작은 영혼’을 뜻하는 ‘아니물라(Animula)’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그는 아니물라의 신비스러운 매력에 이끌리게 되고, 오로지 그녀를 관찰하기 위해 한시라도 눈에 렌즈를 떼어내지 못한다. 『다이아몬드 렌즈』는 관음증, 중독, 집착이라는 어두운 소재를 모두 담아낸 독특한 작품이다. 관음증은 다른 사람을 훔쳐보는 것을 통해 쾌감을 느끼는 경우를 말한다. 렌즈 너머로 아니물라를 은밀히 관찰하는 린리의 관음증은 중독과 집착이 만들어낸 인간의 어두운 본성이다. 오브라이언은 독자에게 자신의 렌즈를 건네준다. 독자는 이 렌즈를 통해서 작가가 적나라하게 파고든 인간 내면의 본성을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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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29 1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5-29 13:48   좋아요 1 | URL
사진기는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착한 사진기’와 ‘나쁜 사진기’로 나뉩니다. yureka01님의 사진은 일반 사람들이 지나치기 쉬운 대상이나 세상의 풍경을 포착한 것입니다. 남들이 보지 못한 것을 사진으로 저장하면 그동안 살면서 지나쳤던 날들을 되돌아볼 수 있습니다. 눈으로 보는 세상과 사진으로 보는 세상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yureka01님의 사진기를 ‘착한 사진기’로 선정합니다. ^^

반면 ‘나쁜 사진기’는 사람들이 보고 싶은 것들만 찍습니다. 연예인의 사생활을 파헤치려는 파파라치나 여성의 신체 부위를 클로즈업에서 도촬하는 사진기자들이 ‘나쁜 사진기’를 가지고 다닙니다.
 

 

 

 

※ 인용문에 이야기의 결말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 원문 :

 

“What is your theory, then, as to those footmarks?” I asked, eagerly, when we had regained the lower room once more.

“My dear Watson, try a little analysis yourself,” said he, with a touch of impatience. “You know my methods. Apply them, and it will be instructive to compare results.”

 

 

* 시간과 공간사 (구판, 268쪽) :

“그래서 그 발자국에 대한 자네의 생각은 어떤 건가?” 다시 아래로 내려왔을 때 나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왓슨, 자네 스스로 분석해 보게.” 그는 조금 짜증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내 방법은 이미 알고 있지 않나. 그걸 한번 적용해 보게. 나중에 결과를 비교해 보는 것도 좋은 공부가 될 테니까.”

 

 

* 현대문학 (주석판, 329쪽) :

“그 발자국에 대한 자네 이론을 듣고 싶어.” 다시 내려온 후 나는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친애하는 왓슨 선생, 스스로 분석을 좀 해보게. 내가 어떤 방법으로 추리해내는지 알고 있으니까 그것을 적용해보라구. 나중에 결과를 보고 자네가 추리한 것과 비교해보면 좋은 공부가 될 거야.”

 

 

* 동서문화사 (225~226쪽) :

“그렇다면 자네 생각으로는 그 발자국이 무엇을 뜻한단 말인가?”

“왓슨, 조금은 스스로 분석을 해보지 그러나. 내 방법은 알고 있을 게 아닌가? 응용해 보게나, 나중에 결과를 비교해 보는 것도 공부가 될 테니까.” 그는 조금 짜증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 엘릭시르 (82쪽) :

“자네는 저게 누구 발자국인지 알고 있단 말인가?”

“친애하는 왓슨, 자네가 한번 분석해보는 게 어떤가. 내가 추리하는 방식을 알고 있지 않나. 그 방식을 적용해보게. 그리고 나중에 결과를 비교해보면 유익할 거야.”

 

 

* 문예춘추사 :

“자네는 저 발자국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방으로 내려오자마자 내가 진지하게 물었다.

“왓슨, 자네 스스로 분석해 보게나. 내가 어떤 방법을 쓰는지는 알고 있겠지? 그 방법대로 한번 해 보게. 그러면 서로 결과를 비교해 볼 수 있을 테니 좋지 않은가?”

 

 

* 코너스톤 (개정판) :

“자네는 저 발자국들이 무엇을 의미한다고 생각하는 건가?” 우리가 다시 방으로 내려왔을 때 나는 정말 궁금해서 물었다.

“친애하는 왓슨 선생, 자네도 한번 혼자 분석해봐.” 홈즈가 서두르는 기색을 보이며 말했다. “내 방법 알잖아. 그걸 적용해보라고. 그런 다음 나중에 결과를 비교해보면 뭔가 배울 게 있을 거야.”

 

 

* 더클래식 (구판) :

“어떻게 된 걸까?” 내가 사다리에서 내려오자마자 물었다.

“왓슨, 한 번 스스로 추리해 보게. 내 추리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 않나.”

 

 

* 더클래식 (개정판, 76쪽) :

“그 발자국에 대한 자네 설명은 뭔가?” 나는 다시 밑으로 내려온 후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이보게 왓슨, 자네 스스로 한번 추리해 보게.” 그는 내 성화를 견디다 못해 말했다.

“내 추리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 않나. 그걸 적용해 봐. 그리고 결과와 비교해 보는 것도 유익할 거야.”

 

 

 

※ Comment :

왓슨은 궁금증이 많은 사람이다. 그는 수사 진척 과정이 궁금해서 홈즈에게 물어보지만, 그걸 쉽게 알려주는 홈즈가 아니다. 더클래식 구판에는 ‘Apply them, and it will be instructive to compare results(“그걸 적용해 봐. 그리고 결과와 비교해 보는 것도 유익할 거야.”)’ 번역이 생략되었으나 개정판에는 사라진 문장이 있다. 이야기 전개에 상관없는 사소한 문장이라고 해도 그걸 빼먹는 것은 성의 없는 번역이다.

 

 

 

 

 

* 원문 :

 

“What then?” I asked.

“Why, we have got him, that’s all,” said he. “I know a dog that would follow that scent to the world’s end. If a pack can track a trailed herring across a shire, how far can a specially-trained hound follow so pungent a smell as this? It sounds like a sum in the rule of three. The answer should give us the—But halloo! here are the accredited representatives of the law.”

 

 

* 시간과 공간사 (구판, 269쪽) :

“그럼 어떻게 되는 거지?” 내가 물었다.

“정말 몰라서 묻는 건가? 이제 녀석은 잡힌 거나 다름없네. 이 정도 냄새라면 세상 끝까지라도 쫓아갈 수 있는 개를 알고 있거든. 사냥개 무리가 미끼의 흔적을 쫓아 하나의 주(州)를 가로지를 수 있다면, 특수 훈련을 받은 사냥개는 어떻겠나. 게다가 이렇게 자극이 강한 냄새라면 절대 놓칠 리 없네. 이제 우리는…‥. 저런, 법의 수호자들께서 납시셨군.”

 

 

* 황금가지 (2판, 79쪽) :

“어떻게 되는 거냐고? 녀석은 꼼짝없이 우리 수중에 떨어진 거야.” 그는 말했다. “나는 저 냄새를 세상 끝까지라도 쫓아갈 개를 알고 있지. 특수훈련을 받은 사냥개가 이렇게 지독한 냄새를 쫓아서 어딘들 못 가겠는가? 결과는 불 보듯 뻔해. 이제 우리는…‥. 허허, 저런! 법의 대표들께서 행차하시는군.”

 

 

* 현대문학 (주석판, 331쪽) :

“그럼 이제 어떻게 한단 말인가?” 나는 물었다.

“몰라서 묻는 거야? 우리는 놈을 잡은 거나 다름없어.” 그가 대답했다. “이 정도 냄새라면 지구 끝까지라도 쫓아갈 비범한 개를 알고 있거든. 특수 훈련까지 받은 개가 이렇게 지독한 냄새를 쫓아 어딘들 못 가겠어? 결과는 비례법 계산만큼이나 뻔하지. 그렇다면 이제…‥.” [중략] “아! 드디어 법의 대리인들께서 오시는군.”

 

 

* 동서문화사 (226~227쪽) :

“그게 어쨌단 말인가?” 나는 물었다.

“모르겠나? 이제 녀석은 잡힌 거나 다름없네. 이 정도의 냄새라면 세상 끝까지라도 뒤따라갈 수 있는 개를 나는 알고 있어. 사냥개 무리들이 미끼의 냄새를 쫓아 주(州)의 끝에서 끝까지 갈 수 있다면, 특별한 훈련을 받은 어떤 사냥개가 이 자극이 강한 냄새를 따라 얼마나 먼 거리까지 갈 수 있느냐 하는 문제는 비례의 계산에서 세 개의 기지수(旣知數)로부터 한 개의 미지수를 구하는 정도의 일에 불과하다네. 그 해답은 즉―저런, 법의 대표자들이 왔군그래.”

 

 

* 엘릭시르 (84쪽) :

“그자를 잡은 거나 마찬가지란 말이지.” 홈스가 대답했다.

“세상 끝까지라도 이 냄새를 쫓아갈 개를 알고 있네. 개들은 물속에 있는 청어 냄새도 쫓아갈 수 있다는데, 특별히 훈련받은 사냥개가 이런 지독한 냄새를 쫓아가지 못하겠나? 이건 아주 당연한 추론일세. 그 대답은…‥ 이런! 법의 대리인들이 나타나신 모양이군.”

 

 

* 문예춘추사 :

“정말 모르겠나? 녀석을 잡았다는 말일세. 이 정도 냄새라면 세상 끝까지라도 쫓아갈 개를 알고 있어. 평범한 사냥개도 청어 냄새를 맡으면 그걸 따라서 주(州) 하나를 가로지를 수도 있다네. 이렇게 냄새가 지독하니 특별한 훈련을 받은 개라면 제아무리 먼 곳까지라도 쫓아갈 수 있지. 이건 마치 비례식을 푸는 기분이군. 답은 이미 주어진 거나 다름없네. 이런, 형사 나리들께서 오셨나 보군.”

 

 

* 코너스톤 (개정판) :

“모르겠어? 우리는 그자를 잡은 거나 다름없어. 그게 다야.” 홈즈가 말했다. “나는 저 냄새를 쫓아 지구 끝까지라도 갈 수 있는 개를 알고 있어. 개 떼가 주 전체를 뒤져 흔적을 남긴 청어 한 마리를 찾아내기도 하는데, 특별히 훈련된 사냥개라면 이 지독한 냄새를 좇아 얼마나 멀리 갈 수 있겠어? 마치 비례 공식처럼 들리는군. 그 답은 말이야…‥. 쉿! 공인받은 법의 대리인이 오셨군.”

 

 

* 더클래식 (구판) :

“그는 이미 잡힌 거나 다름없어. 특수 훈련견을 이용하면 이런 냄새는 단박에 잡아낼 수 있지.”

 

 

* 더클래식 (개정판, 77쪽) :

“그러면 어찌되는 건가?”

“그는 이미 잡힌 거나 다름없어.” 그가 말했다.

“나는 이 냄새를 지구 끝까지라도 쫓아갈 개를 알고 있지. 특별히 훈련된 개가 이런 자극적인 냄새를 쫓아 어디든 못 가겠나?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지! 허허, 법의 대표자들이 행차하셨군.”

 

 

 

※ Comment :

 

 

 

 

 

 

 

 

 

 

 

 

 

 

‘Herring’은 ‘청어’를 뜻하는 단어이다. 청어가 죽으면 독특한(지독한, 자극적인) 냄새를 풍긴다. 내장을 제거하고 소금에 절여서 만들어진 훈제 청어는 불그스름한 색깔을 띤다. 그래서 훈제 청어를 의미하는 ‘red herring’‘사람의 주의를 딴 데로 돌리는 것(사람을 꾀어내는 미끼)’이라는 뜻의 관용 표현으로도 사용된다. 청어는 영국 근해에서 가장 많이 잡히는 물고기였다. 사냥꾼들은 사냥개를 훈련하기 위해 훈제 청어를 이용했다. 이 사냥개는 훈제 청어 냄새와 사냥할 동물(여우)의 냄새를 구분하는 훈련을 받았다.

 

더클래식 구판의 번역문은 정전의 긴 문장을 짧게 우리말로 옮겨진(의역한) 것이다. 그렇다 보니 원문에 있던 단어 한두 개가 생략된 번역문이 나온다. 직역을 선호하는 독자 입장에서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문제이다. 엘릭시르 판의 번역문은 “개들은 물속에 있는 청어 냄새도 쫓아갈 수 있다”라고 되어 있다. 청어는 뭍으로 나오면 바로 죽어버리는데, 청어 특유의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사냥개의 후각 감각이 뛰어나다고 해도, ‘물속에 있는 청어 냄새’까지 맡을 수 있을까? (참고문헌 :《교양영어사전 1》, 강준만, 인물과사상사, 2012) 

 

‘the rule of three’는 ‘비례법’을 뜻한다. 방정식에서 이미 그 값이 알려진 수를 '기지수'라고 한다. 《주석 달린 셜록 홈즈 5》에 '비레법'을 설명한 클링거의 주석이 있으니 참고하면 된다.

 

 

 

 

 

* 원문 :

 

“He can find something,” remarked Holmes, shrugging his shoulders.

“He has occasional glimmerings of reason. Il n’y a pas des sots si incommodes que ceux qui ont de l’esprit!”

 

 

* 시간과 공간사 (구판, 274쪽) :

“저 남자도 뭔가를 찾아낼 때가 있군.” 홈즈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가끔은 이성의 약한 빛이 비쳐들 테니까. 재치 있는 바보만큼 처치 곤란한 존재도 없다!”

 

 

* 현대문학 (주석판, 335쪽) :

“저 사람도 뭔가를 찾아낼 수 있군. 그래, 가끔은 그의 이성도 빛을 발할 때가 있어야겠지. 뭔가 조금 아는 바보만큼 까다로운 골칫거리는 없다!” 홈즈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 동서문화사 (230쪽) :

“저 사나이도 무언가 찾을 때가 있군.” 홈즈는 어깨를 움츠리며 말했다.

“때로는 이성의 약한 빛이 비쳐드는 모양이지. 재기를 자랑하는 어리석은 사람만큼 처치곤란한 존재도 없어(이것은 프랑스 말이었다).”

 

 

* 엘릭시르 (89쪽) :

“저자도 뭔가를 찾을 때가 있군.” 홈스가 어깨를 으쓱하고는 덧붙였다.

“가끔은 저 사람의 이성도 빛을 봐야겠지. ‘약간의 지혜를 가진 바보만큼 골치 아픈 존재는 없’지만.”

 

 

* 문예춘추사 :

홈즈가 어깨를 한 번 으쓱한 뒤 말했다.

“저 사람이 뭔가를 발견할 때도 있군. 때로는 머리를 살짝 쓰기도 한다는 뜻이지. 프랑스 속담 중에 ‘잘난 척하는 바보만큼 다루기 힘든 녀석도 없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 코너스톤 (개정판) :

“뭔가 찾아냈나 보군.” 홈즈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저자의 이성은 어쩌다 한 번씩 반짝반짝 한다니까. 그런 사람만큼 성가신 바보도 없지!”

 

 

* 더클래식 (구판) :

문장 생략 

 

 

* 더클래식 (개정판, 81쪽) :

“저 사람이 뭔가 찾아낼 수도 있어.” 홈즈가 어깨를 들썩이며 말했다.

“가끔은 번뜩이는 이성을 보이니까. ‘재치 있는 사람만큼 그렇게 까다로운 바보는 없다!’는 말이 있지.”

 

 

 

※ Comment :

홈즈는 종종 속담이나 격언을 인용하면서 말하는 습관이 있다. 그가 인용한 프랑스 속담은 프랑스의 작가 라 로슈푸코(La Rochefoucauld)의 <잠언집>에 있는 말이다. ‘어깨를 으쓱하다 또는 들썩이다(shrugging)’와 ‘어깨를 움츠리다’는 전혀 다른 의미의 표현이다. 사람이 우쭐한 기분이 들거나 기쁜 감정에 이를 때 어깨가 으쓱하는(들썩거리는) 신체 반응이 나타난다. 반면에 공포감을 느끼거나 상대방의 기세에 눌릴 때 우리의 어깨는 움츠러든다. 홈즈은 늘 자신만만하다. 그런 그가 '어깨를 움츠리면서' 말하는 모습은 상상이 되지 않는다.

 

 

 

 

* 원문 :

 

“The third house on the right-hand side is a bird-stuffer's: Sherman is the name. You will see a weasel holding a young rabbit in the window. Knock old Sherman up, and tell him, with my compliments, that I want Toby at once.”

 

 

* 시간과 공간사 (구판, 277쪽) :

“오른쪽으로 세 번째 집, 박제한 새를 파는 집에 들어가서 셔먼이라는 사람을 찾으면 되네. 창가에 토끼 새끼를 입에 문 족제비가 세워져 있을 거야. 아무튼 셔먼 노인을 깨워서 내 안부를 전하고 지금 당장 토비가 필요하다고 말하게.”

 

 

* 황금가지 (2판, 86쪽) :

“오른쪽으로 세 번째에 있는 박제사의 집을 찾게. 집주인은 셔먼이라는 영감인데, 창가에 토끼 새끼를 붙잡고 있는 족제비 박제를 세워놓았네. 셔먼 영감을 두들겨 깨워서 내 안부를 전해 주고 당장 토비를 달라고 하게.”

 

 

* 현대문학 (주석판, 338쪽) :

“오른쪽에서 새 번째 집이야. 셔먼 영감이 박제한 새를 파는 가게인데 창문에 토끼를 물고 있는 족제비 박제가 보일 거야. 가게 문을 두드려 셔먼 영감을 깨우고 내 안부를 전해줘. 그리고 지금 당장 토비가 필요하다고 말하면 영감이 녀석을 내줄 거야.”

 

 

* 동서문화사 (232쪽) :

“오른쪽으로 세 번째에 새의 박제품을 파는 집이 있는데, 셔먼이라는 이름일세. 쇼윈도에 아기토끼를 입에 문 족제비가 있지. 셔먼 할아범을 깨워서 나의 안부를 전하고 지금 곧 토비가 필요하다고 말하게.”

 

 

* 엘릭시르 (92쪽) :

“길에 들어서서 오른쪽에서 세 번째에 있는 박제 가게야. 주인 이름은 셔먼이고 창문으로 토끼 새끼를 물고 있는 족제비가 보일 걸세. 문을 두드려서 셔먼 노인이 나오면 내 안부와 함께 당장 토비가 필요하다고 전해주게.”

 

 

* 문예춘추사 :

“오른쪽에서 세 번째 집이 새를 박제하는 집인데 들어가서 셔먼이라는 사람을 찾으면 되네. 창가에 작은 토끼를 물고 있는 박제 족제비가 있으니 금방 알아볼 수 있을 걸세. 셔먼 노인을 깨워서 내 이름을 대고 지금 바로 토비가 필요하니 좀 빌려 달라고 하게.”

 

 

* 코너스톤 (개정판) :

“오른쪽 세 번째 집에 새를 박제하는 셔먼 영감이 살고 있어. 창문에 어린 토끼를 물고 있는 족제비가 보일 거야. 문을 두드려 셔먼 영감이 나오면 안부를 전하고, 내가 급하게 토비를 필요로 한다고 말해.”

 

 

* 더클래식 (구판) :

“오른쪽으로 세 번째 집에 박제 새를 파는 가게가 있어. 거기서 셔먼을 찾으면 돼. 그에게 내 이름을 말하고 토비를 데려오게.”

 

 

* 더클래식 (개정판, 84쪽) :

“오른쪽으로 세 번째 집에 박제 새를 파는 가게가 있어. 거기서 셔먼을 찾으면 돼. 창가에 토끼 새끼를 물고 있는 족제비 박제가 있을 거야. 셔먼 영감을 깨워 그에게 내 이름을 말하고 당장 토비를 달라고 하게.”

 

 

 

※ Comment :

더클래식 구판 번역본의 홈즈는 왓슨에게 박제 가게의 위치를 대충 알려준다. 아마도 왓슨은 박제 가게를 찾지 못해 길을 헤매고 다녔을 것이다. ‘입에 토끼를 물고 있는 족제비 박제’는 셔먼 노인이 운영하는 박제 가게의 상징적 표식이다.  

 

 

 

 

 

* 원문 :

 

“Well, I gave my mind a thorough rest by plunging into a chemical analysis. One of our greatest statesmen has said that a change of work is the best rest. So it is.”

 

 

* 시간과 공간사 (구판, 331쪽) :

“그래서 난 화학 실험에 매달려 머리를 깨끗이 비웠지. 어떤 위대한 정치가가 ‘기분전환은 최고의 휴식이다.’라고 말했거든. 그 말이 맞아.”

 

 

* 황금가지 (2판, 144쪽) :

“그래, 나는 화학 분석에 몰두하면서 마음을 깡그리 비웠지. 어느 위대한 정치인이 그런 말을 하지 않았던가? 최고의 휴식은 다른 일을 하는 거라고 말일세. 그건 사실이네.”

 

 

* 현대문학 (주석판, 398쪽) :

“그런데 화학 실험에 몰두한 덕분에 정신적으로 완벽한 휴식을 취할 수 있었어. 위대한 정치가가 이런 말을 했지. ‘최고의 휴식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멈추고 다른 일을 하는 것이다.’ 나는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해.”

 

 

* 동서문화사 (279쪽) :

“그래서 나는 화학 분석을 열심히 하면서 머리를 깨끗이 식혔네. 우리나라의 가장 위대한 정치가 한 사람이 ‘일을 전환시키는 것은 최선의 휴식이다’라고 말했거든. 그 말이 맞아.”

 

 

* 엘릭시르 (153쪽) :

“그때 화학 실험에 몰두했더니 정신적으로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네. 위대한 정치가가 이런 말을 했지. 최고의 휴식은 다른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이야. 정말 그렇더군.

 

 

* 문예춘추사 :

“그래서 나는 화학 실험을 하며 머리를 완전히 식혔지. 어떤 위대한 정치가가 ‘다른 일을 하는 것이 최고의 휴식이다.’라고 했거든. 정말 옳은 말일세.”

 

 

* 코너스톤 (개정판) :

“그러다 화학 실험에 몰두한 덕분에 정신적으로 완벽한 휴식을 취할 수 있었어. ‘최고의 휴식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멈추고 다른 일을 하는 것이다.’ 위대한 정치가가 한 말인데, 정말 그래.”

 

 

* 더클래식 (구판) :

홈즈가 인용한 ‘정치가의 격언’ 생략

 

 

* 더클래식 (개정판, 30쪽) :

“그래. 나는 그날 밤 화학 실험에 몰두하면서 평정심을 되찾았어. 위대한 정치인 중 한 명이 말했지. 다른 일을 하는 것이 바로 최고의 휴식이라고. 그건 사실이라네.”

 

 

 

※ Comment :

더클래식 구판 번역본, 특히 《네 개의 서명》은 정말 추천하고 싶지 않다. 최악이다. 홈즈는 자신의 유식한 면모를 드러내려고 속담이나 격언을 인용한다. 인용문을 생략하면서 말하는 홈즈는 ‘겨자가 빠진 냉면’을 먹는 것과 같다. 생략된 문장이 많은 더클래식 구판 번역본 때문에 써야 할 내용이 늘어났다. 사소한 것 하나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어느 주석가는 ‘정치가의 격언’에 대해 날카로운 지적을 했다. “아마도 ‘정치가’가 글래드스턴(Gladstone, 총 네 차례나 수상을 역임한 영국의 자유당 소속 정치가)을 의미하는 것 같은데, 그가 언제 어디서 이런 말을 했는지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은 없는가? 인용의 출처를 밝혀줄 수는 없는가?” (현대문학 주석판 398쪽)

 

 

 

 

* 원문 :

 

“What a pretty box!” she said, stooping over it. “This is Indian work, I suppose?”

“Yes; it is Benares metal-work.”

“And so heavy!” she exclaimed, trying to raise it. “The box alone must be of some value. Where is the key?”

“Small threw it into the Thames,” I answered. “I must borrow Mrs. Forrester’s poker.”

 

 

* 시간과 공간사 (구판, 351쪽) :

“상자가 참 예쁘네요.” 모스탄은 상자 위로 몸을 굽히며 말했다. “인도에서 만든 건가 봐요?”

“그렇습니다. 베나레스의 금속 세공이지요.”

“굉장히 무거워요!” 모스탄은 상자를 들어올리려고 했다. “상자만 해도 값이 꽤 나가겠어요. 열쇠는 어디 있죠?”

“스몰이 템스 강에 던져 버렸습니다. 아무래도 포레스터 부인의 부젓가락을 좀 빌려야겠군요.

 

 

* 황금가지 (2판, 165쪽) :

“상자가 참 예쁘군요!” 모스턴 양은 감탄하며 상자를 들어보려고 했다.

“상자만으로도 상당한 가치가 있겠어요. 열쇠는 어디 있지요?”

“스몰이 템스 강에 던져버렸습니다.” 나는 대답했다. “포레스터 부인의 부지깽이를 빌려야겠어요.”

 

 

* 현대문학 (주석판, 421쪽) :

그녀는 상자를 보려고 허리를 굽혔다. “상자가 참 예쁘네요! 인도에서 만든 것 같은데, 맞나요?”

“네, 바라나시에서 만든 금속 세공품이지요.”

“상당히 무거워요!” 그녀가 상자를 들어 올리며 놀란 듯 크게 말했다. “이 상자도 상당한 가치가 있겠어요. 그런데 열쇠는 어디 있지요?”

“스몰이 템스 강에 버렸다더군요. 포리스터 부인의 부지깽이 좀 빌리겠습니다.

 

 

* 동서문화사 (295쪽) :

그녀는 상자 위에 몸을 굽히며 말했다. “예쁜 상자로군요. 인도의 세공이군요.”

“그렇습니다. 바라나시의 금속 세공입니다.”

“어머나, 굉장히 무거운데요! 상자만 해도 값이 무척 나가겠어요. 열쇠는 어디 있어요?” 그녀는 상자를 들어올리려고 하며 말했다. 나는 대답했다.

“스몰이 템즈 강에 던져 버렸습니다. 폴레스터 부인의 부젓가락을 빌려야겠습니다.

 

 

* 엘릭시르 (175~176쪽) :

“정말 예쁜 상자네요!” 모스턴 양이 몸을 숙여 상자를 들여다보며 말했다.

“인도에서 만든 건가 봐요, 그렇죠?”

“네. 베나레스에서 만든 금속 세공품이죠.”

“정말 무거워요! 상자 자체도 귀한 물건일 거예요. 그런데 열쇠는 어디 있나요?”

그녀가 상자를 들어보며 감탄했다.

“스몰이 템스 강에 던져버렸습니다. 아무래도 포레스터 부인댁의 부지깽이를 빌려야겠군요.

 

 

* 문예춘추사 :

“정말 아름다운 상자예요! 인도에서 만들 걸까요? 그녀가 상자 위로 몸을 내밀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인도 동부 갠지스 강변에 있는 힌두교의 성지, 베나레스에서 만든 금속 세공입니다.”

상자를 들어 보려던 그녀가 커다란 소리로 말했다.

“무게도 상당하네요. 상자만 해도 가치가 대단하겠어요. 열쇠는 어디 있죠?”

“스몰이 템스 강에 던져 버렸답니다. 포레스터 부인의 불쏘시개라도 좀 빌려야겠는데요.

 

 

* 코너스톤 (개정판) :

“상자가 참 예쁘네요!” 모스턴 양이 보물 상자에 몸을 숙여 말했다. “인도에서 만들었겠죠?”

“맞아요. 베나레스(인도 동부에 있는 힌두교 성지로 지금의 바라나시-옮긴이)에서 만든 금속 세공품이에요.”

“아주 무겁군요.” 모스턴 양이 들어보려고 힘을 주며 말했다. “상자만 해도 값어치가 상당하겠는데요. 열쇠는 어디 있죠?”

“스몰이 템스 강에 던져버렸대요.” 내가 대답했다. “포리스터 부인의 부지깽이를 좀 빌려야겠군요.”

 

 

* 더클래식 (구판) :

“상자가 무척 아름답군요.”

베나레스의 금속 세공입니다.”

“정말 묵직하군요. 열쇠는 없나요?”

“템스 강물에 가라앉았습니다.”

모스턴이 꼬챙이를 내왔다.

 

 

* 더클래식 (개정판, 161쪽) :

“상자가 무척 아름답군요.” 그녀는 허리를 굽혀 살펴보며 말했다. “인도에서 만들어진 것 같은데요?” “맞아요, 힌두교 성지인 베나레스의 금속 세공품입니다.”

“정말 묵직하군요.” 그녀가 들어 보려고 시도하며 외쳤다. “상자만으로도 상당한 가치가 있겠어요. 열쇠는 어디 있나요?”

“스몰이 템즈 강에 던져 버렸습니다.” 나는 대답했다. “포레스터 부인의 부지깽이를 좀 빌려야겠네요.”

 

 

 

※ Comment :

‘Benares(베나레스)’는 힌두교와 불교의 성지로 알려진 인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한 곳이다. 베나레스는 구칭이고, 현재는 ‘Varanasi(바라나시)’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가끔 사람들이 인도의 도시 ‘Mumbai(뭄바이)’를 ‘Bombay(봄베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다. 봄베이는 뭄바이의 옛 명칭이다. 1995년 5월 1일에 봄베이에서 뭄바이로 개명했다. 인도를 지배한 영국인들은 힌디어(인도의 주어)로 된 지명의 발음을 알파벳 형태로 고쳐서 사용했다. 봄베이와 베나레스는 인도 현지어를 무시한 발음이다. 그래서 1995년에 본격적으로 인도 지명이 개명되기 시작했다. 코난 도일이 이 작품을 집필한 시기에 인도는 영국의 식민지였고, 당연히 정전에는 ‘Benares’로 되어 있다. 현대문학 주석판과 동서문화사 판은 개명된 지명이 적혀 있다. “참 잘 했어요!”

 

황금가지 판은 왓슨과 모스턴의 대화 문장(모스턴: This is Indian work, I suppose?, 왓슨 : Yes; it is Benares metal-work)이 생략되어 있다. 문예춘추사 판은 “인도에서 만들 걸까요?”로 되어 있는데, 어법에 맞게 고쳐 쓰면 “인도에서 만든 걸까요?”라고 해야 된다.

 

왓슨은 보물 상자를 열기 위해서 포레스터 부인의 부지깽이(부젓가락)를 사용하자고 말했다. 그런데 문제 많은 더클래식 구판 번역본의 문장을 보라. "모스턴이 꼬챙이를 내왔다"라고 옮겼다. 모스턴은 상자 속에 든 보물에 관심이 없다면서 뭣이 급한지 자신이 직접 ‘꼬챙이’를 들고 온다. 이건 정말 심각한 오역이다.

 

 

 

 

 

* 원문 :

 

A very patient man was that inspector in the cab, for it was a weary time before I rejoined him. His face clouded over when I showed him the empty box.

“There goes the reward!” said he, gloomily. “Where there is no money there is no pay. This night's work would have been worth a tenner each to Sam Brown and me if the treasure had been there.”

 

 

* 시간과 공간사 (구판, 353쪽) :

내가 한참 후에 나왔는데도, 마차 안의 형사는 참을성 있게 기다려 주었다. 빈 상자를 보여 주자 그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렇다면 사례금도 없겠군요.!” 그가 우울하게 말했다. “돈이 없는데 사례금이 있을 리가 없지요. 보물이 들어 있기만 했어도 오늘 밤 일로 나도 샘 브라운도 10파운드짜리 지폐 한 장쯤은 받을 수 있었을 텐데요.”

 

 

* 황금가지 (2판, 168쪽) :

마차에서 기다리던 경사는 굉장히 참을성이 강한 사람이었다. 그는 내가 돌아올 때까지 한참을 기다려주었다. 빈 상자를 보여주자 경사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상급을 받기로 했는데!” 경사는 탄식조로 말했다. “돈이 없으니 상금도 없겠군요. 만약 보물이 나온다면 오늘 밤에 수고한 대가로 샘 브라운과 나는 각각 10파운드씩 받기로 했지요.”

 

 

* 현대문학 (주석판, 424쪽) :

경위는 참을성이 강한 사람이었다. 내가 한참 뒤에 마차로 돌아왔지만 별다른 볼멘소리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빈 보물 상자를 보여주자 그의 얼굴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그렇다면 이제 제 상여금은 날아간 거군요.” 그는 우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보물이 없으니, 상여금도 없겠지요. 보물이 있었다면 샘 브라운과 나는 야간작업에 대한 상여금으로 각각 10파운드씩 받기로 돼 있었습니다.”

 

 

* 동서문화사 (297쪽) :

좀처럼 나오지 않는 나를 참고 기다리고 있던 마차 안의 순경은 매우 참을성 있는 사람이었다고 생각한다. 빈 상자를 보이자 그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렇다면 상금은 허사로군요! 돈 없는 곳에 보수가 있을 리가 없지요. 보물이 들어 있기만 했다면 오늘 밤 일로 해서 나도, 샘 브라운도 10파운드 지폐 한 장쯤은 받을 수 있었을 텐데요.” 그는 처량하게 말했다.

 

 

* 엘릭시르 (179쪽) :

마차에서 기다린 경위는 인내심이 강한 사람이었다. 내가 기다리기 지겨울 정도로 시간이 한참 지난 다음에 돌아갔는데도 별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빈 상자를 보여주자 경위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상여금이 날아갔네요! 보물이 없으니 상여금을 받지 못하겠습니다. 샘 브라운과 나는 보물이 있을 경우 야간 근무의 대가로 십 파운드씩 받기로 되어 있었는데.

 

 

* 문예춘추사 :

마차에서 날 기다리던 경관은 아주 참을성이 강한 사람이었다. 내가 돌아올 때까지 꽤 시간이 걸렸는데도 그는 마차 안에서 계속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빈 상자를 보여 주자 그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럼 포상금이고 뭐고 다 끝이로군요. 돈이 없으니 포상금이 나오지도 않겠죠. 보물만 있었다면 나도 샘 브라운도 적어도 10파운드는 받을 수 있었을 텐데.

 

 

* 코너스톤 (개정판) :

내가 다시 마치에 오를 때까지 시간이 꽤 걸렸는데도 경위는 참을성 있게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텅 빈 상자를 보여주자 경위의 얼굴이 어둡게 변했다.

“포상금이 날아갔군요!” 경위가 맥빠진 얼굴로 말했다. “보물이 없으면 포상금도 없죠. 보물이 들어 있었다면 오늘 밤 근무로 샘 브라운과 제가 10파운드씩은 받았을 텐데 말입니다.”

 

 

* 더클래식 (구판) :

내가 빈 상자를 보여 주자 경관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그럼 사례금도 없겠군요. 보물이 있었다면 나도 10파운드짜리 한 장쯤 가질 수 있었을 테지만요.

 

 

* 더클래식 (개정판, 164쪽) :

마차에서 기다리는 경관은 참을성이 매우 강한 사람이었다. 그는 내게 다시 돌아와 합류할 때까지 꽤 긴 시간을 기다렸다. 내가 빈 상자를 보여 주자 경관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그럼 보상금은 없어졌네요.” 그가 우울하게 말했다. “보물이 없다면 보상금도 없겠죠. 만약 보물이 나온다면 오늘 밤 수고의 대가로 샘 브라운과 나는 각각 10파운드씩 받기로 했거든요.”

 

 

 

※ Comment :

더클래식 구판 번역본의 경관은 이기적이다. 자신과 함께 야간 근무한 동료 샘 브라운을 빼놓고, 자기 혼자 사례금을 차지하려고 한다. 오역은 인물의 대사를 바꿀 뿐만 아니라 인물의 품행마저 바꾼다.

 

 

 

 

 

* 원문 :

 

“A crocodile took me, just as I was half-way across, and nipped off my right leg as clean as a surgeon could have done it, just above the knee.”

 

 

* 시간과 공간사 (구판, 357쪽) :

“강 한가운데까지 헤엄쳐 갔는데, 악어가 달려들어 오른쪽 다리의 무릎 위쪽을 마치 외과의사가 잘라 내기라도 한 것처럼 깨끗하게 물어뜯어 버렸소.”

 

 

* 황금가지 (2판, 172~173쪽) :

“내가 강을 절반쯤 건넜을 때 악어가 다가와 내 오른쪽 다리를 외과 의사처럼 깨끗한 솜씨로 물어뜯어버렸소. 무릎 위에서 말이오.”

 

 

* 현대문학 (주석판, 428쪽) :

“강을 절반쯤 건넜을 때 악어가 달려들었는데 순식간에 내 오른쪽 다리를 물어뜯었어요. 마치 외과 의사가 자른 것처럼 무릎 바로 위까지 말끔하게 떼어냈더군요.”

 

 

* 동서문화사 (300쪽) :

“강 한가운데까지 헤엄쳐 갔을 때 악어가 달려들어 오른쪽 다리의 무릎 윗부분을 마치 외과의사가 잘라 내기라도 하듯 물어뜯었던 겁니다.”

 

 

* 엘릭시르 (184쪽) :

“강을 절반쯤 건넜을 때 악어가 나타나더니 외과의사가 잘라낸 것처럼 말끔하게 오른쪽 다리를 물어뜯더군. 무릎 바로 위까지 말이야.”

 

 

* 문예춘추사 :

“나는 헤엄을 쳐서 강 한가운데까지 갔는데 그때 악어가 달려들었소. 그러고는 내 오른쪽 다리 무릎 위쪽을 마치 외과 의사처럼 깨끗하게 물어뜯어 버렸소.”

 

 

* 코너스톤 (개정판) :

“내가 강을 반쯤 건넜을 때 그만 악어가 내 다리를 물었어요. 오른쪽 무릎 위까지 마치 외과 의사가 잘라낸 것처럼 싹둑 뜯어가 버렸죠.”

 

 

* 더클래식 (구판) :

“악어에 물려 오른쪽 발목을 잃었지.”

 

 

* 더클래식 (개정판, 168쪽) :

“내가 강을 반쯤 건넜을 때 악어가 다가와 내 오른쪽 다리를 외과 의사가 수술하듯 깔끔하게 물어뜯었죠. 무릎 윗부분을 말이오.”

 

 

 

※ Comment :

마지막 내용이다. 글을 길게 쓴 글쓴이를 원망하지 않길 바란다. 나는 내용을 쪼개서 쓰고 싶지 않다. 하루에 공개된 게시물이 두 개 이상이 ‘화제의 서재글’에 나오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복수의 게시물 때문에 나와 같은 시간대에 작성된 상대방의 게시물이 ’화제의 서재글‘에 오랫동안 노출되지 못한 채 사라진다. 지금 당장 읽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홈즈 번역본을 고를 때 내 글을 참고하면 되고, 잘못된 내용이 있으면 댓글로 알려주면됩니다. 아무튼, 내 글이 길어지게 된 원인은 더 클래식 구판을 번역한 ‘베스트트랜스’이다. ‘베스트트랜스(Best trans)’의 최악의 번역(worst trans)을 알리고 싶어서 다른 번역본들의 문장도 함께 공개했다.

 

조나단 스몰은 불의의 사고로 오른쪽 다리를 잃는 부상을 겪었다. 정전에 ‘above the knee(무릎 위)’라고 되어 있으니 발목과 종아리를 포함한 부위가 잘려나간 것이다. 그런데 더클래식 구판 번역본대로 사나이가 ‘발목’을 잃었다면, 무릎 부위는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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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7-05-28 13: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우, 이걸 언제 다 살펴보셨습니까? 대단한 작업을 하셨습니다.

저도 가지고 있는 책, 몽테뉴의 수상록이 글자가 작아서 다른 출판사의 것으로 새로 구입했는데
번역을 비교해 보니 뜻이 완전히 달라지는 대목이 있어서 놀랐어요. 사소한 것 같지만 절대 사소하지 않지요.

cyrus 2017-05-28 17:17   좋아요 1 | URL
주말에 도서관에 가서 하는 일이 번역본을 살펴보는 것입니다.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면 주말이 금방 지나가버립니다... ^^;;

원문을 우리말로 옮기는 과정에 원문의 단어 하나만 빠져도 번역문의 의미가 달라집니다. 그래서 사소한 오역도 그냥 지나칠 수 없어요.

2017-05-28 16: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5-28 17:20   좋아요 1 | URL
제가 번역 일을 해본 적이 없는 독자라서 어느 번역이 잘 됐는지 콕 집어 말하기가 어려워요. 홈즈 번역본을 고르려는 독자들의 판단이 제일 중요합니다. 직역을 선호하면 직역본을 선택하면 되고, 의역이 좋으면 의역본을 선택하면 됩니다. ^^

AgalmA 2017-05-28 19: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cyrus님 분석에 따르면 더 클래식 문제가 많네요ㅎ;;

cyrus 2017-05-29 06:12   좋아요 1 | URL
더클래식 출판사 ‘구판‘이 문제가 많아요. 요즘에 홈즈 번역본이 워낙 많이 나와서 중고서점에 가면 낱권을 살 수 있어요. 그런데 중고책 가격이 싸다고 사는 건 손해입니다. 출판사, 번역가 이름을 잘 확인해야 합니다. ^^

yamoo 2017-05-29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하신 사이러스 님!^^

cyrus 2017-05-30 08:57   좋아요 0 | URL
이제 고작 홈즈 전집의 두 권 읽고, 글로 정리했을 뿐입니다. 글로 정리해야 할 내용이 많습니다. 완독하려면 한참 멀었어요. ^^;;
 

 

 

 

 

 

 

 

 

 

 

 

 

 

 

 

 

 

 

* 데이비드 호크니 《명화의 비밀》 (한길아트, 2003)

* 진중권 《놀이와 예술 그리고 상상력》 (휴머니스트, 2005)

 

 

 

영국의 팝 아트(Pop Art)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는 15세기 유럽 화가들이 카메라 옵스쿠라(Camera Obscura)를 이용해 그림을 그렸다는 주장을 제기해서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페르메이르(Vermeer)앵그르(Ingres)의 극사실적 묘사에 의문을 제기했다. 어떻게 해서 ‘사진과 같은 그림’이 나올 수 있는 것일까. 호크니는 화가의 옛 거장들의 비법을 알아내려고 분석했다. 그 결과, 그는 광학 장치(거울, 렌즈, 카메라 옵스쿠라)에 능숙한 화가들은 사실적이며 섬세한 묘사를 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카메라 옵스쿠라는 라틴어로 ‘어두운 방’을 의미한다. 화가는 빛이 차단된 어두컴컴한 방 안에 들어가 눈으로 보기 힘든 내밀한 세상을 바라봤다. 빛이 차단된 커다란 상자에 작은 구멍을 뚫으면 바깥의 상이 상자 반대편 벽면에 거꾸로 맺혀진다. 화가는 구멍 안으로 들어온 빛이 만든 형상을 베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화가들은 이곳저것 떠돌아다니면서 그리고 싶은 대상 또는 장소를 물색한다. 그런데 거대한 카메라 옵스쿠라를 이리저리 옮길 수 없다. 화가의 고민을 해결해준 것이 바로 카메라 루시다(Camera Lucida)이다. 거울과 프리즘을 이용해 물체의 상을 화면에 비추게 하는 장치이다. 화가는 렌즈에 보이는 형상을 종이 위에 그릴 수 있었다.

 

 

 

 

 

 

 

 

 

 

 

 

 

 

 

 

 

 

* 장 뤽 다발 《사진예술의 역사》 (미진사, 1991)

* 윌리엄 A. 유잉 《몸》 (까치, 1996)

 

 

 

프랑스의 시인 보들레르(Baudelaire)는 1859년에 발표한 평론 글에 사진에 대해 불쾌한 반응을 드러냈다. 이 글의 요지는 이렇다. ‘사진을 예술의 한 분야로 절대로 인정할 수 없다.’ 보들레르는 회화란 자연을 완벽히 복사할 수 있는 창조적인 능력이지만, 사진이 자연을 복사하는 것은 창조적이지 못하다고 주장한다. 엥? 그림은 자연 모방이 되고, 사진은 안 된다? 보들레르의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식 논리이다. 보들레르는 사진을 ‘예술의 한 분야’가 아닌 ‘공업의 한 분야’라고 봤다. 사진의 등장으로 예술이 파멸될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한다. 장 뤽 다발은 보들레르의 글을 인용하면서 그를 ‘방향 감각을 상실’했다고 꼬집어 말한다. (《사진예술의 역사》 104쪽)

 

 

 

 

 

보들레르의 전망은 틀렸다. 사진의 등장으로 인상주의 미술이 태동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화가들은 자연을 완벽히 모방하는 사진술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사진을 자신의 경쟁자로 생각했고, 밥벌이를 걱정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렇지만 인상주의 화가들은 변화의 흐름을 예술의 위기가 아닌 새로운 예술로 지향할 수 있는 돌파구로 받아들였다. 그들은 자연의 모방이 아닌 조형적 입장에서 형태나 색채의 자유로움을 구현하였다. 에드가 드가(Edgar De Gas)는 말년에 조각 제작과 사진 촬영을 병행했다. 펠릭스 나다르(Felix Nadar)는 친구 보들레르의 초상 사진을 남겼으며 1874년에 열린 제1회 인상주의 전시회의 장소는 나다르의 개인 작업실이었다.

 

사람들은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싶어 한다. 사진기가 없었던 시절에 귀족들은 화가에게 초상화 제작을 의뢰했다. 그런데 그림값을 내는 능력이 없는 중산층 사람들은 사진가에게 초상 사진을 의뢰했다. 초상 사진에 대한 대중의 욕구가 커질수록 화가들은 미래에 불안을 느꼈고, 생계유지를 위해 사진 찍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화가에서 사진가로 직업을 바꾼 사람들은 사진이 ‘예술’로 인정받기 위해 회화의 고전적 주제를 모방한 사진 작품을 남겼다.

 

 

 

 

 

영국 출신의 오스카 구스타브 레일랜더(Oscar Gustave Rejlander)는 회화주의 사진 작품을 많이 남겼는데, 그는 원래 화가였다. 레일랜더의 사진 작품 『화가에게 붓 한 자루를 더 주는 아기』는 고전 회화의 양식과 흡사하다. 화가들은 종종 뮤즈(Muse)가 예술적 영감을 불어 넣는 장면을 주제로 한 그림을 그렸다. 화가의 손에 붓을 건네주는 아기는 ‘어린 뮤즈’이다. 하지만 이 사진을 예술 작품으로 인정하지 않는 관람객들은 레일랜더의 의도를 거부한다. 사진 작품을 고전 회화를 어설프게 흉내 낸 복제품으로 생각한다. 빅토리아 시대 사람들은 실제 인간의 모습이 찍힌 사진을 거부했고, 화가나 조각가가 묘사한 이상적인 인간상을 선호했다. 하여튼, 이 시대 사람들의 이상한 편견은 알아줘야 한다니까.

 

 

 

 

 

 

 

 

 

 

 

 

 

 

 

 

 

 

* 아서 코난 도일 《주홍색 연구》 (황금가지, 2002)

 

 

 

시대가 변하면서 사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인물 사진의 수요가 증가했다. 유명하지 않아도 누구나 사진 모델이 될 수 있었다. 이때 ‘직업 미인(professional beauties)’으로 알려진 여성들이 등장했다. '직업 미인'의 사진은 남자들이 선호했고, 남자들이 항상 들고 다니는 담뱃갑 표지로 사용되기도 했다. ‘직업 미인’을 언급하거나 상세한 소개를 한 책이 많지 않다. 윌리엄 A. 유잉의 《몸》 282쪽에 잠깐 언급되어 있다. 홈즈 시리즈 첫 번째 작품 《주홍색 연구》에서 셜록 홈즈(Sherlock Holmes)가 직접 이 단어를 언급한다. (참고 : [질투심 많은 직업여성] 2017년 5월 25일 작성, http://blog.aladin.co.kr/haesung/9358530)

 

‘직업 미인’이 등장한 사진들이 예술적인 감각을 반영했어도 사진이 ‘예술’로 인정받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특히 포르노 사진의 등장은 누드화를 그린 화가들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상황이었다. 보들레르는 포르노 사진도 용납하지 않았다. 그는 포르노 사진이 사람들의 관음증적 욕구를 더욱 부추기는 외설적인 것이라고 비난했다.

 

 

많은 사람들이 굶주린 눈길로, 무한으로 열린 다락방의 창밖을 내다보듯이 만화경의 구멍 위에 몸을 굽히고 그 안을 들여다본다. 자신에 대한 사랑 못지않게 인간의 자연적인 본성에 깊이 뿌리내린 사람들의 포르노그래피에 대한 사랑은 자기만족의 절호의 기회를 놓치려고 하지 않는다. 모든 사람들이 포르노그래피에 넋을 빼앗겼다.

 

(보들레르의 「현대의 대중과 사진」 중에서, 윌리엄 A. 유잉 인용, 《몸》 206쪽)

 

 

사진은 탄생일이 분명한 예술 분야이다. 다게르(Daguerre)가 만든 은판사진술이 1839년에 발명품으로 공식 인정받은 뒤 사진은 화가들의 습작 활동을 돕는 역할을 했다. 화가들은 사진이 혁신적인 발명품이 되리라 예상하지 못했고, 사진을 회화의 한 단계 아래로 봤다. 보들레르처럼 자연을 완벽히 모방하는 사진기술을 인정하지 못했다. 사진기술이 점점 발달하고, 사진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전문 사진작가들이 활동하기 시작했고, 사진도 예술의 한 분야로 인정받았다. 일상의 소품은 예술 작품의 재료로, 평범한 사람은 예술 창조의 주체가 된다. 이처럼 오늘날의 예술은 '고급스러운 품격'과 거리가 멀다. 예술가와 시민들이 자유롭게 소통하고 교류하는 일상예술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일상예술에 가장 근접한 분야가 사진이다. 사진이 너무 친숙한 탓일까, 아니면 사진을 가볍게 보는 인식이 문제일까. 프로와 아마추어 불문하고 사진가의 작품을 도용하고, 허락 없이 공유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사진 도용을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한 사람들은 사진을 '사진가의 노력과 열정이 스며든 작품'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사진 한 장 조차도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예술 작품‘으로 생각한다면, 누구도 함부로 도용하지 못했을 것이다. 남이 찍은 사진 한 장 달랑 올려놓고 자신의 게시물인 척 행동하는 사람을 보면 사진에 무지한 나도 화가 난다. 알라딘 서재에도 그런 사람이 있던데…‥ 매일 인터넷에 떠도는 남의 사진을 출처 없이 올리니까 마음이 뿌듯하십니까? 하긴 몇 시간 투자해서 글 쓰는 것보다 남의 사진 한 장 몇 분 만에 올리는 것이 더 편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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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7-05-27 20: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 요즘 cyrus님 글은 ‘기-승-전- 홈즈‘입니다. 2017년을 ‘홈즈의 해‘로 보내실 기세군요.^^:

cyrus 2017-05-28 01:29   좋아요 3 | URL
제가 한 작가의 전작 읽기를 달성한 일이 잘 없어요. 초반에 열심히 읽기 시작해요. 여기까진 좋아요. 전작 읽기를 시도한지 3주 지나면 슬슬 흥미가 떨어져요. 한 작가의 책만 계속 읽는 일이 쉽지 않아요. 솔직히 말하면 지겹습니다. 다른 작가의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생겨요. ^^;;

dellarosa 2017-05-27 20: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더니스트 보들레르가 사진예술을 폄훼하는 모습이 흥미롭네요. ^^

cyrus 2017-05-28 01:35   좋아요 2 | URL
저도 최근에 알게 된 사실입니다. ‘1859년에 발표된 평론’이라는 사실만 확인했을 뿐, 번역문은 찾지 못했어요. 보들레르의 미술 평론이 번역되긴 했는데, 사진을 부정하는 글이 그 평론의 일부인지 저는 잘 모르겠어요. ^^

2017-05-28 0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5-28 03:02   좋아요 3 | URL
북플의 댓글 알림을 확인하자마자 ***님의 댓글을 읽었습니다. ***님이 댓글에 첨가된 내용도 확인했습니다. 제가 원래 심야시간에는 서재 접속을 하지 않아요. 그런데 ***님의 댓글을 여러 번 읽으니까 생각이 많아졌어요. 답글을 어떻게 써야할지 심각하게 고민했습니다. 혹시 제 답글의 문장에 비문이 있어도 이해해주세요. 비밀 댓글의 답글은 ‘공개 상태‘로 하겠습니다. 답글을 공개한 이유는 제가 저지른 실수나 문제점을 인정한다는 입장을 드러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제 실수를 공개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숨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님의 댓글을 보면서 불쾌한 기분이 들지 않았어요. qualia님은 가끔 제 글에 있는 어색한 문장 한두 가지 알려주는 분입니다. 그 분은 공개 댓글을 남기는데, 기분 나쁘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저는 그분의 지적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qualia님을 여기서 잠깐 언급했습니다. 알라딘 서재에 상대방의 글이나 댓글을 꼼꼼하게 보는 분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qualia님을 포함한 총 다섯 분입니다. 이 다섯 분에 당연히 ***님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정독까지는 아니지만, 평소에 ***님의 글을 보면서 ***님도 글을 꼼꼼하게 읽는 성격일 것이라고 주관적으로 판단했었는데, 다행히 제 생각이 맞았군요.

글 한 편을 완성하면 항상 ‘한국어 맞춤법-문법 검사’를 합니다. 절대로 한두 번만 하지 않습니다. 제가 마음에 들 때까지 열 번 이상은 검사합니다. 그래도 끝내 고치지 못한 문법이 하나쯤 있기 마련입니다. 다음 날에 어제 쓴 글을 다시 읽습니다. 어제 보지 못했던 비문이 보여요. 번거로운 과정이지만, 저는 이 과정이 한 편의 글을 남기기 위한 루틴(routine)으로 생각합니다.

***님이 지적한 비문은 ‘문법 검사기’가 발견하지 못한 것들입니다. 정확히 짚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답글을 다 쓰고 난 뒤에 수정하겠습니다. 허술한 제 글을 오랜 기간 동안 참고 읽으셨다는 말씀에 죄송한 마음이 듭니다. 글을 계속 쓰고, 고치는 일을 반복하면 조금이라도 잘못된 문법을 사용하는 악습이 고쳐질 거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님의 의견을 듣고 보니 제가 착각했습니다. 독자가 이해하기 쉬운 바른 문장을 쓰는 것이 글쓰기의 기본인데 제가 아주 중요한 사실을 깜빡 잊고 있었습니다.

글 쓸 때 나타나는 악습이 금방 고쳐질 거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노력은 해보겠습니다. 퇴고할 때 좀 더 꼼꼼하게 확인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님께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요, 제 글을 애독하는 분은 많지 않습니다. 여기서 제가 말하는 ‘애독’의 의미는 ‘정독’입니다. 제 글은 북플의 기능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북플로 짧은 글을 금방 읽을 수 있어서 좋아요. 그런데 제 글의 분량이 길어서 스마트폰 화면으로 보기 불편해요. 스마트폰으로 글을 읽으면 시력에 악영향을 줍니다. 저는 제 글을 좋게 보는 분들에게 꼭 이런 말을 합니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재미없고 긴 글을 읽지 말아 달라고요. 정말로 정독을 하는 분이라면 ***님처럼 쓴소리를 하지 않습니다. 물론, 글을 제대로 읽지 않고 쓴소리하는 분도 있어요. 처음에 제가 언급한 다섯 분 모두 좋은 의도로 제게 쓴소리를 합니다. 저는 잊을 만하면 실수를 반복하는 어리석은 사람입니다. 다음에 제가 또 실수를 하면 참지 말고 알려주세요. 제 답글을 인용문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인용문은 셜록 홈즈의 말입니다.


“왓슨, 만일 내가 능력을 과신한다거나, 최선을 다해야 마땅한 사건을 건성으로 다루려고 한다는 생각이 문득 들면, 부디 내 귓전에 ‘노버리’라고 속삭여줘. 그래 주면 정말 고맙겠어.” (《셜록 홈즈의 회고록》의 단편 ‘노란 얼굴’ 마지막 문장, 현대문학 121쪽)

2017-05-28 08: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5-28 11:24   좋아요 1 | URL
이 글의 결말이 가장 중요한 내용입니다. ***님도 공감하실 거라 믿습니다. ^^

AgalmA 2017-05-28 20: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샤를 페로는 『예술의 종류』에서 여덟가지 ‘순수예술‘로 웅변술, 시, 음악, 건축, 그림, 조각, 광학, 기계공학을 꼽았다. 프랑스에서는 17세기 말까지 광학과 기계학은 회화 및 조각과 같은 범주로 여겨졌다.
1746년에 아베 바퇴가 자신의 영향력 있는 논문 『하나의 원리로 통일된 순수예술』을 출판하면서 순수예술 - 음악과 시, 그림, 조각, 무용 -을 일상기술과 분리했다. 바퇴의 체계는 18세기말 유럽 사회에 널리 퍼졌다. 유명한 1751년의 『백과전서』와 그 후에 나온 재판再版들에서 바퇴와 순수예술 체계는 명시적으로 승인되었다.˝
ㅡ메리 앤 스타니스제프스키 《이것은 미술이 아니다》중.

위 인용을 보듯이 예술의 정의는 특정 시대의 분류였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유동적이죠. 보들레르 경우 예술은 ‘천재가 만든 창작‘이라는 당시 낭만주의 풍조 때문에 더 저렇죠^^

cyrus 2017-05-29 06:29   좋아요 1 | URL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이 ‘순수예술‘의 의미를 고집하는 경향이 있어요. 보들레르는 사진을 ‘순수예술‘에서 분리하고 싶었을 겁니다. 그렇지만, 그의 안목이 짧았어요. 사진이 회화에 영향을 준 것을 생각하면 사진도 ‘예술‘의 범주가 될 수 있는데, 사진과 회화를 별개의 분야로 보는 사람이 의외로 많습니다. 일부 미술 연구가들은 호크니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호크니의 주장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회화를 ‘천재(거장)이 만든 창작‘이 탄생되는 분야로 생각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