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샌디 피터슨 외 《S. 피터슨이 안내하는 러브크래프트의 공포들》 (초여명, 2016)

* 모리세 료 《도해 크룰루 신화》 (AK커뮤니케이션즈, 2010)

* 노무라 마사타카 《크룰루 신화 대사전》 (AK커뮤니케이션즈, 2013)

* 모리세 료 《크툴루 신화 사전》 (비즈앤비즈, 2014)

 

 

 

오늘 먼저 공개한 《S. 피터슨이 안내하는 러브크래프트의 공포들》 (약칭 ‘러브크래프트의 공포들’) 리뷰는 이 글의 서론에 불과하다. 이 글은 《러브크래프트의 공포들》을 좀더 깊숙이 파고든 글이다. 사실 《러브크래프트의 공포들》은 ‘크툴루의 부름 TRPG’ 게임을 처음 시작하는 이용자를 위해 만들어진 안내서다. 물론, 러브크래티안(Lovecraftian)을 위한 책이기도 하다. 《러브크래프트의 공포들》을 읽으려면 당연히 러브크래프트(Lovecraft)의 작품들을 먼저 읽어야 한다. 《러브크래프트의 공포들》에 소개된 총 53종의 생명체 대부분이 러브크래프트의 작품에 종종 언급되거나 등장하는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소설을 먼저 읽은 다음에 《러브크래프트의 공포들》을 읽으면 생명체의 실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크툴루 신화(Cthulhu Mythos)의 2차 창작에 대한 정보가 많이 반영된 《도해 크툴루 신화》, 《크툴루 신화 사전》, 《크툴루 신화 대사전》도 참고할 만하다.

 

《러브크래프트의 공포들》의 별점을 ‘4점’으로 준 이유가 있다. 이 책은 러브크래프트의 문장을 인용했는데, 문장의 출처는 그가 썼던 글(소설 혹은 공포문학의 의미를 정리한 비평문의 일부)이다. 그런데 작품명을 단 한 개도 소개하지 않았다. ‘신화의 괴물들을 소개하는 글’에 보면 글쓴이(미스카토닉 대학교 중세 형이상학부 명예교수 엘리파스 코드빕 풀워스-미스카토닉 대학은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에 나오는 가상의 장소이다. 당연히 대학에 소속된 인물들은 실존 인물이 아니다)는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가 작품에 남겨 둔 자세한 묘사를 꼭 읽어 보세요. 러브크래프트의 작품은 지금도 자료로서의 가치가 높습니다”라고 썼다. (《러브크래프트의 공포들》 9쪽) 저자와 번역가 중 한 사람이라도 1%의 센스를 발휘해서 작품명까지 알려준다면, 독자들은 러브크래프트의 작품을 찾아볼 것이다.

 

다음에 나오는 두 개의 인용문은 '틴달로스의 사냥개'를 설명한 내용의 일부이다.

 

 

 

 

 

 

틴달로스의 사냥개는 각도 120° 이하인 곳을 통해서만 나타날 수 있다. 방의 구석, 바위에 간 금, 접힌 나뭇잎 등, 어떤 것에서도 그 조건만 충족하면 사냥개의 출현이 가능하다.

 

(《러브크래프트의 공포들》 62쪽)

 

차원을 넘어 인간계에 출현하기 위해서는 90도 이하의 각도가 있어야만 하며 90도보다 각도가 큰 곳에서는 들어올 수 없다.

 

(《크툴루 신화 대사전》 70쪽)

 

 

틴달로스의 사냥개(Hounds of Tindalos)는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에 언급되지 않은 괴물이지만, 러브크래프트의 ‘우주적 공포’에 딱 어울리는 무시무시한 존재이다. 틴달로스의 사냥개는 2차원의 세계에서만 서식하다가 90도 이하의 각도가 있는 공간을 발견하면 인간 세계로 들어온다. 괴물은 원통형의 혀로 생명의 정수를 빨아들인다. 그 녀석이 등장하기 전에 얼른 도망쳐야 한다. 틴달로스의 사냥개가 나타나기 전에 미리 대피하는 방법이 있다. 괴물의 등장을 알리는 위험 신호를 감지해야 한다. 괴물이 출몰하기 전에 90도 이하의 각도로 이루어진 모서리에 악취가 나기 시작하거나 검푸른 안개가 피어오른다.

 

 

 

그런데 《러브크래프트의 공포들》 에서는 ‘120도 이하의 각도’가 이루어진 곳에 괴물이 나타난다고 적혀 있다. 도대체 누구의 말이 맞는 것일까? 아무튼, 직각에 가까운 모서리가 있는 곳은 피하자.

 

초자연적 존재들의 이름은 부르는 사람마다 다르다. 옛 지구의 지배자인 ‘크툴루’는 인간이 발음하기 어려운 외계의 이름이다. 편의상 ‘크툴루’로 통일해서 사용하고 있지만, 미국 구글을 검색하면 ‘크툴루’의 다양한 이름이 나온다. 몇 개만 소개하자면 Tulu(툴루), Clulu(클룰루), Clooloo(클룰루), C‘thulhu(쓰툴후), Cighulu(시굴루) 등이 있다.

 

《러브크래프트의 공포들》 56쪽을 보면 ‘하스투르’라는 이름이 나온다.

 

 

차토구아는 강력한 위대한 옛 것들 중에서도 특별한 존재이다. 비슷한 외계의 존재들로는 크툴루, 이타콰, 형언할 수 없는 하스투르가 있다. (《러브크래프트의 공포들》 56쪽)

 

 

‘하스투르’는 하스터(Hastur)의 동일 이름이다. ‘형언할 수 없는 하스터(Unspeakable Hastur)’라고 불리기도 한다. 하스터는 바람의 속성을 가진 옛 지배자다. 그는 크툴루와 사이가 좋지 않다. 크툴루가 잠들고 있는 고대 도시 ‘를리에(R’lyeh)’는 ‘르뤼에’의 동일 이름이다. 러브크래프트 작품을 번역한 황금가지 판본에는 ‘리에’라고 되어 있다.

 

 

 

 

 

 

 

 

 

 

 

 

 

 

 

* 로버트 블록 《사이코》 (해문출판사, 2001)

* 로버트 블록 《사이코》 (도서출판 다시, 2004)

 

 

《러브크래프트의 공포들》 3쪽에 목차가 있고, 그 바로 밑에 헌사가 적혀 있다.

 

로버트 블로크에게 이 악몽들이 돌아가기를.

 

헌사에 언급된 ‘로버트 블로크’는 미국의 작가 로버트 블록(Robert Bloch, 1917~1994)이다. 그의 대표작은 영화로 더 많이 알려졌다. 그 작품이 바로 《사이코(Psycho)》다. 블록은 러브크래프트의 영향을 받은 작가 중 한 사람이다. 러브크래프트와 블록은 장르문학 연재 잡지 <위어드 테일즈(Weird Tales)>에 글을 발표했고, 두 사람은 서로 편지로 교류할 정도로 친분을 쌓았다.

 

 

 

 

 

 

 

 

 

 

 

 

 

 

* 러브크래프트 《러브크래프트 전집 1》 (황금가지, 2009)

 

 

1935년 블록은 『The Shambler from the Stars』라는 단편소설을 썼다. 이 소설에 러브크래프트를 닮은 작중 인물이 등장하는데, 죽고 만다. 이 소설을 읽은 러브크래프트는 블록을 위해 『누가 블레이크를 죽였는가?(The haunter of the dark)』를 썼다. 이 소설의 주인공 로버트 블레이크는 러브크래프트가 창조한 인물이지만, 누가 봐도 ‘로버트 블레이크’가 ‘로버트 블록’에서 따왔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러브크래프트는 블록이 했던 것처럼 똑같이 소설의 주인공을 죽인다. 언뜻 보기에 두 사람이 엄청 살벌하게 글 쓰는 작가처럼 보이지만, 서로를 비방하기 위해서 소설을 쓴 것이 아니다. 두 사람의 절친한 관계 덕분에 재미있는 두 편의 소설이 탄생할 수 있었다. 앞에 언급했던 블록에게 바친 헌사를 다시 읽어보자. 어떻게 보면 러브크래프트가 블록에게 쓴 것처럼 보인다. “내가 악몽으로 엄청 고생했어. 친구, 너도 한 번 이 악몽의 고통을 똑같이 느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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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17-05-29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툴루 신화? 첨들어 봅니다. 이런 신화집도 있군요!
근데 냐루코 양은 재밌나요??
쓰신 페이퍼의 내용이 생소하기만 합니다그려^^;;

러브크래프트의 공포들...재밌으면 구매할까 합니다..ㅎ

cyrus 2017-05-30 08:54   좋아요 0 | URL
만화의 장르가 개그라서 볼 만합니다. 러브크래프트의 소설과 크툴루 신화를 모르는 분들이 만화를 보게 되면 만화 속 장면과 대사가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지 못해요. ^^;;

AgalmA 2017-05-29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서리 귀신 괴담도 많죠. 모서리에 대한 공포는 심리적인 건지 집단 무의식인 건지 문득 궁금해지네요.

cyrus 2017-05-30 08:54   좋아요 0 | URL
제 생각에는 심리적인 이유로 모서리에 공포를 느끼는 것 같습니다. 방 안에 혼자 있거나 누워 있을 때 우리의 시선이 천장과 (벽과 벽이 만난 생긴) 모서리에 향합니다. 그러면 또 다른 존재가 천장이나 모서리에 서서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