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와 매혹 사이 - 왜 현대미술은 불편함에 끌리는가
이문정 지음 / 동녘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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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똥. 정량 30g. 신선하게 보존됨. 1961년 5월에 생산됨.

 

 

 

1961년 이탈리아의 피에로 만초니(Piero Manzoni)는 자신의 똥을 90개의 깡통에 담아 ‘예술가의 똥’이란 이름을 붙여 전시했다. 이 전시 작품(?)은 당시 같은 무게의 금값으로 매겨져 팔려나갔다. 이쯤 되면 사람들은 이렇게 묻고 싶어질 것이다. “이게 미술이냐?” 당신이 『예술가의 똥』 앞에 서 있다면 그것을 보면서 무슨 생각할까? 우선은 그동안 학교에서 배운 미술을 이것저것 떠올리다가 그 작품이 무엇을 표현하고 있는지에 대해 알 수 없는 난처한 입장이 되어 버릴 것이다. 우리는 미술 작품을 시각적 쾌락을 주는 대상으로만 생각해서 이런 지저분한 미술 작품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 알 수 없는 작품을 하물며 내 삶과 관련한 그 무엇으로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많은 사람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그것, 사진을 찍어 놓은 것 같다고 생각하는 것이 곧 작품이다. 그래서 고전미술은 이해가 쉽다. 반면 현대미술은 그렇지 않다. 다이아몬드로 장식된 두개골(데미안 허스트), 박물관 전시실 바닥에 놓은 침대(트레이시 에민), 심지어 예술가의 똥도 미술 작품으로 인정된다. 현대미술은 눈에 보이는 형태보다 ‘의미’에 방점을 찍어 해석하고 분석하며, 관객 스스로 이해해야 하는 조형 세계이기 때문이다. 오늘의 현대미술, 즉 동시대 미술(Contemporary Art)의 한 지점을 차지하는 예술가들은 작품의 생경함 때문에 대중들에게 환영받지 못한다. 이들의 작품은 산뜻하지도 아름답지도 않다. 추하고, 혐오스럽고, 엽기적이다.

 

《혐오와 매혹 사이》는 혐오와 매혹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현대미술을 집약한 책이다. 작년 말에 나온 《불편한 미술》의 개정판이다(알라딘에는 구판에 관한 정보가 없다). 비위가 약한 독자는 책을 펼치기 전에 읽을지 말지 신중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책에 실린 도판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시각적 충격’을 주는 미술 작품의 도판 몇 점 있기 때문이다.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는 포르말린 수조에 동물 사체를 넣은 작품을 선보였다. 마크 퀸(Marc Quinn)은 자신의 피를 직접 뽑아 모은 것을 굳혀 자신의 두상을 만들었다. 안드레 세라노(Andres Serrano)는 시체 안치소에 있는 시체 모습을 클로즈업해서 찍은 작품을 선보였다. 이걸 어떻게 봐야 할까. 거부감과 두려움. 피하고 싶지만 어쩐지 끌리는 두 갈래 길에 직면한다.

 

인간의 혐오 심리를 분석한 줄리아 크리스테바(Julia Kristeva)의 이론을 연구한 저자는 폭력, 죽음, 질병, 피, 배설물, 섹스, 괴물 등 우리를 불편하게 만드는 소재들이 어떻게 현대미술에서 표현되는지 소개한다. 작가들이 유독 추한 것에 집착하는 것은 ‘아름다움’으로 포장되어 있는 현실의 이면을 바라보는 확고한 신념 때문이다.

 

크리스테바에 따르면 인간에게 있어 혐오를 유발하는 대상은 단지 아름답지 않거나 청결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어떤 대상이 적절한 자리에 있지 않으면 기성 체계나 기존 정체성에 벗어난 것이 된다. 크리스테바는 혐오를 유발하는 대상을 ‘애브젝트(abject)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우리는 불쾌한 애브젝트를 피하려고 한다. 문제는 그것을 일시적으로 피할 수 있어도 우리가 죽지 않는 한 완전히 제거할 수 없다. 이를테면 우리는 몸을 씻을 때마다 때를 민다. 몸에서 떨어져나간 때는 목욕하기 전까지만 해도 가장 소중한 몸의 일부였다. 때는 애브젝트다. 우리는 이 애브젝트를 벗겨 내서 몸을 깨끗하게 만들려고 한다. 그러나 아무리 여러 번 씻어도 때는 다시 생긴다. 역설적으로 애브젝트는 우리가 살아 있음을 보여 주는 기호이다.

 

데미안 허스트와 안드레 세라노 등은 ‘죽음’을 주제로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그들은 혹평을 받기도 했지만, 무관심과 냉소로 끔찍한 살육을 보여주는 작품 이면에 어떤 숭고함과 비장함이 어려 있어 죽음에 대한 경고와 성찰을 불러일으킨다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 현대미술은 작가의 다양한 경험에 의해 만들어진 새로운 조형 세계이다. 이 조형 세계에는 과거 미술의 단골 인물이었던 신, 영웅 등이 존재하지 않는다. 현대미술의 주인공은 작가와 관객이다. 그리고 아름다움과 거리가 먼 것, 죽은 것, 폐기물도 미술 작품의 소재가 된다. 과거 미술이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조형 세계라면, 현대미술은 관객들에게 더럽고 불편한 ‘현실’을 과감하게 보여주는 조형 세계이다. 현대미술에서의 애브젝트는 아름다움을 강요하는 사회 체제에 저항하는 상태이자 물체들이다.

 

이 책을 본 독자들은 엇갈린 반응이 내놓을 것이다. 어떤 독자는 ‘그래도 이걸 미술이라고 하다니. 요즘 예술가들은 미술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것 같아’라고 생각할 수 있고, 또 다른 독자는 ‘아름답지 않지만, 계속 보니 이 작품이 관객에게 무얼 전달하고 싶은지 알겠어’하면서 수긍할 것이다. 전자의 반응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아름다움이 동시대 미술의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아줬으면 한다. 사실 오늘날에는 ‘아름다운 그림’으로 알려진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들이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 당대 사람들은 ‘추한 그림’이라고 놀리면서 비난했다. 지금 난해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현대미술이 시간이 좀 지나지 않으면(이 시간이 얼마나 오래 걸릴지 알 수 없다)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작품으로 새롭게 인정받을지 모른다.

 

 

 

 

 

※ Trivia

 

* 103, 105쪽

허스트는 주물을 떠 백금으로 만든 해골에 1106.18캐럿에 달하는 8601개의 다이아몬드를 박아 넣어 <신의 사랑을 위하여>(2007)를 완성했다. 이 작품은 빛나는 투명한 수정으로 조각된 고대 아즈텍의 두개골의 연상시킨다.

 

→ 고대 아즈테카인이 만들었다는 일명 ‘크리스탈 해골’은 영화 소재가 될 정도로 유명한 불가사의한 유물로 알려졌으나 오래 전에 ‘가짜’로 판명되었다.

 

 

* 221쪽

귀스타브 쿠르베의 <세상의 기원>(1819)이다.

 

→ 작품 연도가 잘못 적혀 있다. 1866년에 나온 작품이다. 1819년은 쿠르베가 태어난 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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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8-12-21 20: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리뷰에다가 이런 댓글 달기가 좀 웃기긴 하지만, 시루스 박사님.
2018 당연한 서재의 달인 축하드리구요.
2018 레드스타킹 만나서 인생 이모작(??) 시작하신 것도 축하드리구요.
2018 하여간 축하드려요 ^-^

카알벨루치 2018-12-21 23:51   좋아요 0 | URL
웃긴다 쇼님 ㅋ

cyrus 2018-12-23 15:53   좋아요 1 | URL
인생 사모작입니다. 일반인 최 씨, 알라딘 cyrus, 레드스타킹, 우주지감... ㅎㅎㅎㅎㅎ syo님도 축하드립니다. 서재의 달인, 댓글왕 2관왕이네요.. ^^

2018-12-21 21: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12-23 15:56   좋아요 0 | URL
깡‘똥’을 왜 90개나 만들었는지 잘 모르겠어요. 아마도 많이 팔려고 만든 거겠죠? ㅎㅎㅎㅎ

2018-12-21 2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12-23 16:01   좋아요 0 | URL
사람들은 <예술가의 똥>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할 겁니다. 가령, <예술가의 똥>을 보고 불쾌감을 느끼거나, 그 안에 있는 내용물이 진짜인지 아닌지 알고 싶은 호기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있겠죠. 이러한 여러 가지 반응들이 포스트모더니즘이 지향하는 것입니다. 포스트모더니즘 미술은 ‘미술 작품을 보면서 아름다움을 느끼는’ 관객의 반응을 거부합니다. ^^

카알벨루치 2018-12-24 17: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루스박사님, 메리 크리스마스^^늘 건강하시고 좋은 글로 늘 우리에게 큰 도전 계속 주시길 바랍니다 시루스박사님 뵈면 체호프와 전쟁과평화가 생각납니다 ㅎㅎ 늘 감사해요

cyrus 2018-12-25 08:41   좋아요 1 | URL
메리 크리스마스~ 카알벨루치님처럼 책을 좋아하는 분들이 있어서 올해도 책을 꾸준히 읽을 수 있었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

레삭매냐 2018-12-25 10: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성탄절이네요...

저도 싸이러스님 덕분에 램프의 요정
에 안착할 수 있었네요 ㅋㅋ
아무도 찾지 않는 블록 시절에도 꾸
준히 덧글도 달아 주시구...

감사하고 메리 크리스마수입니다.

cyrus 2018-12-26 17:16   좋아요 0 | URL
레샥매냐님의 진가를 알아 봐주는 알라디너들이 늘어날 때마다 기분이 좋아요. 레샥매냐님이 알라딘에 활동하지 않았으면 독서 욕구가 많이 생기지 않았을 거예요. ^^

서니데이 2018-12-25 15: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cyrus님, 크리스마스 인사 드리러 왔습니다.
어제보다는 덜 춥지만 날씨가 차갑습니다.
따뜻한 성탄절 휴일 보내시고, 좋은 시간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도넛 경제학 - 폴 새뮤얼슨의 20세기 경제학을 박물관으로 보내버린 21세기 경제학 교과서
케이트 레이워스 지음, 홍기빈 옮김 / 학고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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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0주년을 맞은 노벨 경제학상은 미국의 윌리엄 노드하우스(William Nordhaus)와 뉴욕대의 폴 로머(Paul Romer)가 공동 수상했다. 노드하우스는 기후 변화의 경제적 효과에 관해 연구했으며, 로머는 지식 기반 기술 혁신을 통해 지속 성장이 가능하다는 ‘내생적 성장 이론’을 제시하여 주목받았다. 노드하우스의 스승은 1970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폴 새뮤얼슨(Paul Samuelson)이다. 새뮤얼슨이 1948년에 발표한 《경제학》은 거의 반세기 동안 전 세계 주류 경제학의 표준이었다. 가장 많이 팔린 경제학 원론 교과서가 됐으며 2009년까지 19판을 찍었다. 우리나라에도 번역된 19판은 새뮤얼슨의 마지막 저서이다. 《경제학》은 그에게 노벨상 수상의 명예보다 훨씬 실속 있는 어마어마한 인세 수입을 안겨줬다. 노드하우스는 1985년 12판부터 《경제학》의 공동 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경제학은 정확한 과학이 아니다.” 새뮤얼슨이 즐겨 썼던 말이다. 경제문제가 왜 일어나는지, 그 처방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어느 정도 말할 수 있지만 꼭 어떻게 된다고 확신할 수 없는 것이 경제현상이다. 주류 경제학에서는 인간을 끝없는 욕망과 완벽한 합리성을 갖춘 인간, 즉 ‘호모 에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로 본다. 경제학 교과서의 설명에 따르면 호모 에코노미쿠스는 정확한 판단에 따라 합리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존재이다. 앞서 언급한 새뮤얼슨의 말을 돌이켜보면 ‘호모 에코노미쿠스’의 실체에 갸우뚱해진다. 인간은 항상 합리적인 예측을 하면서 항상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 존재가 아니다. 또 인간은 때에 따라서는 이기적으로 행동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현실 속 인간은 경제학 교과서에서만 사는 호모 에코노미쿠스와 전혀 다르다. 경제학 교과서가 말하는 인간상과 현실의 인간상이 다를 때 교과서 속의 경제이론은 현실을 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다. 또한 이런 경제이론에 기초를 두고 있는 경제정책 역시 현실에서 기대했던 만큼의 효과를 만들어 내지 못하기도 한다.

 

 

 

 

 

 

 

호모 에코노미쿠스를 전제해온 주류 경제학 관점에서 보면 인간이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소득이 많고 부를 많이 축적할수록 그 사람은 많은 이익을 얻고 더 행복해진다는 논리다. 소득이 많으면 직장과 사회에서 더 나은 지위를 차지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져 삶에 대한 만족도가 더 높아진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주류 경제학자들은 한 국가의 국부(國富)를 평가할 때 경제성장률과 GDP(국내총생산)를 핵심 도구로 사용한다. 그런데 세계는 수백 년 동안 물적, 양적 성장 신화로 엄청난 부를 얻었지만, 금융, 식량, 윤리, 인권, 기후 등 사회 곳곳에선 부작용이 일어났다. 자원 고갈과 환경오염, 금융 위기 등 성장의 한계가 분명해졌는데도 우리는 여전히 ‘성장’을 말한다. 과연 부를 더 많이 축적해서 경제가 하늘을 찌르듯 성장하는 것, 그것만이 인간 모두 잘 살게 해주는 자본주의의 작동 원리일까. 영국의 경제학자 케이트 레이워스(Kate Raworth)‘도넛 경제학’을 제시하면서 현실 경제를 설명하는 데 필요한 기준이 호모 에코노미쿠스만이 전부가 아님을 보여주고자 한다. 저자는 20세기에 나온 폴 새뮤얼슨의 경제학 교과서와 이별하자고 말한다.

 

 

 

 

 

《도넛 경제학》은 경제학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다른 경제이론을 소개한다. 그것도 경제학 전공자를 위한 책이 아니라 일반인을 위한 책이다. 레이워스는 가난한 나라 사람들의 공정무역 거래에 대해 연구했으며 국제구호단체 옥스팜(Oxfam)에서 일했다. 그녀는 인류의 번영과 지속 가능한 발전에 중점을 둔 경제학을 ‘도넛 그림(한가운데에 구멍이 있는 도넛)’으로 시각화하여 설명한다. 도넛 경제학이 강조하는 것은 성장이 아닌 ‘분배’와 ‘균형’이다. 도넛의 안쪽 원은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주는 사회적 기초’를 나타내는 부분이다. 도넛의 구멍은 물이나 식량, 교육, 에너지 등 인류가 살아가는 데 절대로 없어선 안 될 필수 요소들이 고갈된 세계를 뜻한다. 바깥쪽 원은 ‘지구 생태 한계선’이다. 이 한계선을 넘으면 치명적인 환경 문제가 일어나 지구 생태계는 인류가 살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된다. 인류가 잘 살려면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최적의 도넛에 머물러야 한다. 하지만 현재 인류는 도넛 안팎으로 한계에 직면한 상태다.

 

저자는 사람들이 호모 에코노미쿠스처럼 완전히 이기적이거나 금전적 이익에만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새로운 경제적 인간의 초상화를 제시한다. ‘새로운 경제적 인간’의 정체성은 다양하다. 인간은 의식적으로 비용과 혜택을 정확하게 계산할 능력도 없고, 완벽한 자기 통제력을 갖추지 못하기 때문에 서로 도우면서 살아야 한다. 경제적 인간은 이타적인 존재일 수도 있다. 저자는 현실과 동떨어진 20세기 경제학 교과서의 숱한 오류와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21세기에 걸맞은 새로운 발상 일곱 가지를 제안한다. 저자는 인류 발전을 설명할 때 주류 경제학처럼 높은 소득이 결정적 요인이 된다고 강조한다면 경제와 인간의 삶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가치들을 너무 많이 놓치게 된다고 지적한다. 도넛 경제학은 복잡계 경제학, 생태경제학, 여성주의 경제학, 행동경제학 등 다양한 최신 경제 이론에 근거한 종합적 사고의 결과물이다. 도넛 경제학의 주연은 경제학자, 기업인이 아니라 소비자, 노동자 등 현실적인 경제적 인간이다. 저자는 호모 에코노미쿠스는 한계가 있다며 행복과 경제, 부의 분배 정도, 환경 및 건강 등 인간의 행복과 삶의 만족도를 결정하는 요인들을 다각도로 분석한다. 그간 우리를 지배해온 경제학 교과서에서는 이 같은 요소들이 지나치게 무시했다. 이제 경제적 부는 기업을 위한 이윤보다 인간 위주로 재편성돼야 한다.

 

모든 인간은 충분한 자질들을 가지고 있다. 단, 지역 공동체와 인간적인 유대 관계가 확장된 사회를 만들고 스스로 좋은 시민이 되기 위한 노력을 갖출 때 비로소 완성될 것이다. 그러려면 우선 지나치게 커진 이기심을 눌러야 한다. 도덕과 연대의식을 회복한 경제적 인간이 되어야 한다. 호모 에코노미쿠스를 처음으로 설명한 애덤 스미스(Adam Smith)도 그렇게 주장했다. 그 어느 때보다 공동체 의식과 상호성의 행동이 필요한 우리 사회에서 《도넛 경제학》이 주는 메시지는 새길 만하다. 우리 스스로를 위해서는 ‘착한’ 선택을 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 Trivia

 

* 70쪽에 있는 이 문장은 비문이다.

 

“하지만 도넛 그림은 사실상 거의 같은 않은 이야기를 과학에 기초해 설명한다는 걸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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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21 2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12-23 16:02   좋아요 0 | URL
봄날 같았던 어제 미세먼지가 많았대요... ㅎㅎㅎㅎㅎ
 
메스를 잡다
아르놀트 판 더 라르 지음, 제효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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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 본 사람만이 건강의 소중함을 알 수 있다. 인간은 가진 것을 잃고 나서야 그 소중한 가치를 실감하게 된다. 병을 앓는 사람을 뜻하는 환자(患者)의 ‘환(근심)’은 마음(心)에 꼬챙이(串)가 찔려 있는 모양새를 하고 있다. 질병의 고통은 외부적 요인(꼬챙이)과 내부적 요인(마음)이 동반해서 생기는 것이란 암시로 보인다. 환자는 몸만 아픈 사람이 아니다. 그들은 마음마저 약해지면서 병마와 힘겨운 싸움을 벌인다. 종교의 영역에서 고통은 성스러움을 상징하기도 한다. 기독교가 보는 몸은 위험한 욕망으로 가득한 덩어리로, 자기 정화를 통해 성스러워져야 하는 대상이다. 십자가에 못 박히면서까지 사랑을 실천한 예수의 고통을 바라보는, 타락한 인간은 자신의 몸을 정화해 영적 치유를 얻는다.

 

그러나 근대로 접어들고 과학이 발전하면서 이러한 질병의 중세적 관점이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신이나 초월적 의미로 신비화했던 몸이 과학적 연구의 대상이 된 것이다. 몸속 장기와 조직, 세균의 실체를 탐색하기 시작한 근대 의학은 질병의 고통을 줄이거나 아예 없애는 방법을 찾았다. 이로써 외과 의사들은 완치율이 높은 수술을 할 수 있게 됐다.

 

네덜란드 현직 외과 의사가 쓴 《메스를 잡다》는 원시적인 방광결석 제거술에서 긴박감 넘치는 JFK(존 F. 케네디) 미국 전 대통령의 응급실 현장까지 과거 · 현재 · 미래의 외과술을 보여준다. 이 책 속에 있는 의학의 역사를 되짚어 보면 의학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발달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18세기만 해도 외과 의사는 ‘뼈를 자르는 사람’으로 불리며 멸시를 받았다. 외과 수술은 이발소에서 이뤄졌는데, 무시무시한 칼질을 하던 외과 의사의 모습은 푸주한과 다르지 않았다. 네덜란드의 대장장이는 칼 하나만 가지고 자신의 방광에 있는 달걀만한 돌덩어리를 직접 빼냈다. 몸속 깊숙이 의사의 메스가 들어가기 위해서는 마취제가 본격적으로 병원에 도입되는 19세기 중엽을 기다려야 했다. 오늘날에 마취 없이 환자의 몸에 메스를 대는 의사는 거의 없다. 결국 의학의 역사는 의사와 환자의 관계 속에 진행된 크고 작은 수술들이 만들어낸 역사이다.

 

이 책은 수술의 역사를 조명하면서 의학사에 위대한 발자취를 남긴 인물들뿐만 아니라 수술대 위에 누운 유명한 환자들도 소개한다. 의사와 환자, 이 두 사람의 만남은 소리 없이 아파져 오는 통증과 심한 부상을 입은 몸이라는 낯선 신체적 조건에서 시작된 우연한 만남이다. 병원과 수술실에서 만나는 두 사람 사이의 기류는 우리가 생각해도 긍정적일 수만은 없다. 환자는 통증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벗어나고자 하는 간절함으로 의사를 찾는다. 의사는 환자가 평소 건강한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는다. 의사와 환자는 서로 불편한 관계가 아닌 질병과 맞서 싸우는 동반자이다.

 

그러나 의사에 대한 지나친 불신 때문에 최악의 상황을 자초하는 환자들도 있었다. 루이 14세의 궁정 음악가로 활동한 장 바티스트 륄리(Jean-Baptiste Lully)는 지팡이 모양으로 된 지휘봉을 사용했다. 이것은 지금의 지휘봉과는 조금 다른 형태이며 사용 방법도 다르다. 지휘봉을 손에 들고 공중에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 바닥을 쿵쿵 내려치며 박자를 맞추는 방법으로 사용했다. 륄리는 왕을 위한 공연 리허설을 진행하던 도중 지휘봉에 발등을 찔리는 상처를 입는다. 륄리는 발등에 생긴 상처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결국 괴저에 걸려 의사로부터 한쪽 다리를 절단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는다. 그러나 의사의 진단을 무시한 륄리는 괴저가 일으킨 합병증에 시달려 끝내 목숨을 잃었다. ‘내 몸은 내가 통제할 수 있다’는 지나친 자신감 또한 몸 상태를 더욱더 나쁘게 만드는 원인이다. ‘전설의 마술사’ 해리 후디니(Harry Houdini)는 튼튼한 체격을 가진 장사였다. 그는 “내 배를 얼마든지 때려도 난 끄떡없다”라고 떠벌렸다. 그를 만난 대학생이 진짜로 그의 배를 세 번 후려쳤고 후디니는 이틀 만에 사망했다. 사망 원인은 충수염과 복막염이었다. 복부 통증을 견디면서 무리하게 마술 쇼를 강행한 것이 화근이 되었다. 륄리와 후디니는 안일한 판단 때문에 자신의 생사를 결정하는 골든타임을 놓쳐버렸다.

 

저자는 의학이 과거에는 질병을 극복하는 데 치중했다면 미래에는 개인 생활방식의 개선, 신체 기능 증진, 수명 연장 등으로 초점을 옮기면서 의학의 역할도 변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래도 륄리와 후디니가 자신의 몸을 혹사해 파국에 이르렀듯이, 질병의 고통을 일시적으로 몰아내면 영원한 안식을 찾을 수 있을 거로 생각해선 안 된다. 급성 질병은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없앨 수 있지만, 만성적으로 지속하는 질병에는 여전히 속수무책이다. 몸에 이상을 느끼면 병원을 찾는 대신 인터넷부터 뒤지는 사람이 적지 않다. 자신의 증세에 해당하는 질병을 확인하려는 본능과도 같은 행동이다. 환자 스스로 진단하고 처방까지 내리게 되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자신의 증세와 비슷한 사람의 글을 읽고, 병원 진료를 받을지 여부를 결정해버린다. 심지어 효과 없는 치료법을 믿고 아예 병원을 찾지 않은 경우도 있다. 따라서 의사와 환자의 만남은 매우 중요하다. 건강하게 사는 것은 의사와 환자가 관계를 맺는 방식에 달린 일이다. 의사와 환자는 서로에게 신뢰를 하고 질병이라는 적에 맞서 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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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12-19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님, 서재의 달인 선정되신 것 축하드립니다.
올해도 좋은 이웃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따뜻하고 좋은 연말 보내세요.^^

cyrus 2018-12-20 16:53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도 축하드립니다. 올해는 이웃들의 글을 제대로 읽은 적이 없어서 ‘좋은 이웃’은 아니랍니다.. ㅎㅎㅎ

글월마야 2018-12-19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cyrus 2018-12-20 16:53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

목나무 2018-12-19 23: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올해는 유독 여기저기 아파서 병원에 자주 들락거렸는데 어떤 의사는 신뢰가 가고 또 어떤 의사는 내내 믿음이 안가기도 하더라구요. 질병은 둘째치고 의사와의 교감도 중요하다는 걸 새삼 깨닫는 한 해였어요.

cyrus 2018-12-20 16:56   좋아요 0 | URL
요즘 자격 미달 수준의 의사들이 많아서 진료와 치료를 받는 게 부담스럽지만, 계속 진료와 치료를 미루면 몸이 더 나빠져요. 병원에 안 갈 수가 없어요.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의 별명 중 하나는 ‘티라노사우루스 렉스(Tyrannosaurus Rex)’이다. 티라노사우루스 렉스는 오래전 지구를 주름잡았던 최강의 육식공룡이다. 엄청난 양의 독서와 다양한 지적 편력을 자랑하는 에코에게 티라노사우루스 렉스라는 별명은 어색하지 않다. 그래서 에코의 책 속에는 또 다른 책이 들어 있다. 책을 많이 읽은 독자일수록 에코의 소설 속에 암시하고 있는 책들을 더 많이 발견할 수 있다. 나는 에코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책에 대한 정보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글쓰기에 여러 번씩 감탄하게 된다.

 

 

 

 

 

 

 

 

 

 

 

 

 

 

 

 

 

 

 

* 움베르토 에코 《장미의 이름》 (열린책들, 2009)

* 움베르토 에코 《장미의 이름 작가 노트》 (열린책들, 2009)

* 움베르토 에코 《나는 독자를 위해 글을 쓴다》 (열린책들, 2009)

 

 

 

 

에코는 『나는 어떻게 소설을 쓰는가』라는 글(문학과 관련한 에코의 강의록과 글을 엮은《나는 독자를 위해 글을 쓴다》에 수록되어 있다)에서 자신의 글쓰기 습관을 자세하게 소개한다. 그는 글을 쓰기에 앞서 책을 읽고 나면 소설에 나올 등장인물들의 초상화, 소설에 묘사할 장소들을 표시한 지도 등을 그린다고 한다. 에코는 이미 《장미의 이름 작가 노트》에서 《장미의 이름》을 쓰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밝힌 적이 있다.

 

 

 소설의 집필을 시작한 첫 해를 나는 바로 이 소설의 세계를 구축하는 작업에 바쳤다. 중세 자료가 소장되어 있는 도서관에서 발견될 수 있는 방대한 서명 목록을 뒤적거리는 일도 거기에 포함된다. 이어서 나는 등장인물이 될 만한 무수한 사람들의 이름과 성격의 자료까지 준비했다.

 

(《장미의 이름 작가 노트》 41쪽)

 

 

에코가 소설을 쓰게 된 동기는 아주 단순하다. 그저 소설 하나 써보고 싶은 생각이 떠올랐고 한다. 에코의 머리에 떠오른 것은 ‘어느 수도사가 도서관에서 살해됐다’는 상황이었다. 그는 소설을 쓸 땐 언제나 ‘씨앗’ 같은 사소한 생각에서 출발해 인물들이 움직이는 소설의 전체적인 배경을 만들어내고, 글 쓰는 작업은 맨 나중에 한다고 밝혔다. 에코는 한 권의 소설을 쓰는데 걸리는 시간을 ‘자신만의 세계(소설)를 구축하는 데 걸리는 시간’으로 비유하면서 길게는 8년이나 걸린다고 했다. 작가는 지금 존재하는 세계뿐만 아니라 존재하지 않는 세계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작가는 종이 위에서 현실을 부수고 새로운 언어의 집과 세계를 만들어 낸다. 에코는 일 년에 한 편씩 장편소설을 쓰는 사람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왜냐하면 일 년마다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에코가 생각하는 문학은 단순히 즐거움을 주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따라서 에코는 오로지 독자를 위해 소설을 썼다. 그는 설혹 우주의 종말을 앞둔다고 해도 글을 계속 쓸 것이라고 했다. 그는 우주의 종말에서 살아남은 미래의 누군가가 자신이 쓴 글의 기호들을 해독할 것으로 기대했다. 에코가 소설의 세계를 구축하는 방법을 알고 나서 다시 그의 소설들을 다시 읽으면 그 책에서 한번 봤던 부분을 다시 보게 된다. 에코는 독자를 즐겁게 해주는 요소, 즉 이스터 에그(easter egg: 작가가 자신의 작품 속에 숨겨 놓은 재미있는 것들)를 아주 살짝살짝 끼워 넣었기 때문에 그런 것을 한눈에 알아보기가 쉽지 않다.

 

 

 

 

 

 

 

 

 

 

 

 

 

 

 

 

 

 

 

* 움베르토 에코 《제0호》 (열린책들, 2018)

* 움베르토 에코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열린책들, 2009)

 

 

 

독자를 위한 에코의 장난기 어린 애정은 그의 마지막 소설 《제0호》에서도 변함없이 보여준다. 에코가 문장 곳곳에 숨겨둔 이스터 에그를 찾아보는 것도 굉장히 흥미로울 것이다. 에코의 수필집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은 《제0호》의 이스터 에그를 찾는 데 유용한 단서 중 하나이다. 이 수필집에 수록된 『반박을 반박하는 방법』『셰틀랜드의 가마우지를 가지고 특종 기사를 만드는 방법』을 읽으면 《제0호》의 이스터 에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에드거 앨런 포 《도둑맞은 편지》 (문학과지성사, 2018)

* 에드거 앨런 포 《검은 고양이》 (민음사, 2017)

* 에드거 앨런 포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1 : 미스터리 편》 (코너스톤, 2015)

* 에드거 앨런 포 《도둑맞은 편지》 (바다출판사, 2010)

 

 

 

 

 

 

 

 

 

 

 

 

 

 

 

 

 

 

 

 

 

 

 

 

 

 

 

 

 

 

* 코난 도일 《셜록 홈스의 모험》 (엘릭시르, 2016)

* 코난 도일 《셜록 홈즈의 모험》 (코너스톤, 2016)

* 코난 도일 《주석 달린 셜록 홈즈 1》 (현대문학, 2013)

* 코난 도일 《셜록 홈즈의 모험》 (문예춘추사, 2012)

* 코난 도일 《셜록 홈즈의 모험》 (황금가지, 2002)

 

 

 

 

《제0호》 1장에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의 추리소설 『모르그 거리의 살인』『도둑맞은 편지』, 그리고 코난 도일(Conan Doyle)셜록 홈즈 시리즈와 관련된 문장이 나온다.

 

 

 

 내 아파트에 벽난로가 있다면 「모르그 거리의 살인」에 나오는 커다란 원숭이가 지나갈 수도 있었겠지만, 여기에는 그런 벽난로가 없다.

 

(13쪽)

 

 

 그런데 오늘 아침에는 물이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면 친애하는 와트슨, 급수관의 손잡이는 밤중에 잠긴 거야. 물론 자네가 잠근 건 아니지.

 

(13쪽)

 

 

  그들은 무엇을 찾아내리라고 기대했을까? 분명한 것은 그들이 우리 신문에 관한 무언가를 찾고 있었으리라는 것이다. 그들은 바보가 아니다. 우리가 편집부에서 하고 있던 모든 일에 관해서 내가 메모를 했으리라 생각했을 것이다. 또한 내가 브라가도초 사건에 관해 무언가를 알고 있다면 어딘가에 적어 놓았으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들의 짐작은 틀리지 않았다. 실제로 나는 모든 것을 디스켓에 보관하고 있으니까. 분명 그들은 간밤에 편집부 사무실에도 들렀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디스켓을 찾지 못했다. 따라서 그들은 지금쯤 디스켓이 내 호주머니에 들어 있다고 결론을 내고 있으리라. 우리가 멍청했어, 그자의 재킷을 뒤져 보았어야 하는데, 하고 그들은 푸념하고 있을 것이다. [중략]

  이제 그들은 다시 올 것이다. 적어도 탐정이 <도둑맞은 편지>를 찾으러 오는 것과 비슷한 일이 벌어질 것이다. 어쩌면 가짜 소매치기들이 길거리에서 기습을 가할지도 모른다.

 

(14~15쪽)

 

 

 

‘친애하는 왓슨(My dear Watson)’은 홈즈가 자주 쓰는 말 중 가장 유명하다. 내가 인용한 《제0호》 14~15쪽 문장은 포의 『도둑맞은 편지』와 홈즈가 나오는 단편 『보헤미안 스캔들(《셜록 홈즈의 모험》에 수록되어 있다)와 관련되어 있다. 두 작품 모두 주인공인 탐정이 비밀 편지를 찾는 과정을 보여준다. 『도둑맞은 편지』의 범인은 별다른 장치 없이 훔친 비밀 편지를 숨기는 트릭(속임수)을 쓴다. 『보헤미안 스캔들』에서 홈즈는 편지를 가지고 있는 아이린 애들러(Irene Adler)에게 접근하기 위해 목사로 변장하여 자신이 고용한 가짜 소매치기들과 함께 ‘연극’을 펼친다. 에코는 추리소설이 탄생하는 데 기여한 두 작가의 작품을 오마주한 이스터 에그를 숨겨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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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페미니즘 북클럽 레드스타킹매주 월요일(저녁 730분부터 930분 또는 10시까지)카페 스몰토크에서 (페미니스트) 회원들과 함께 책을 읽으면서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밖에도 레드스타킹은 명사 강연, 영화제 등 페미니즘과 관련된 다양한 행사들을 진행했습니다.

 

 

 

 

 

 

 

 

 

 

어제 스몰토크에서 레드스타킹 송년회가 열렸습니다. 작년에 페미 부흥회라는 이름으로 송년회가 열렸는데요, 회원이 아닌 분들도 참석할 수 있었습니다. 올해 송년회는 외부 인사를 받지 않고, 회원들과 함께 올 한 해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바쁘셔서 한동안 보지 못했던 회원들을 오랜만에 만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송년회인데 당연히 음식과 술이 빠질 수 없죠. 요즘 연말 모임 문화의 트렌드는 포틀럭 파티(pot-luck party)입니다. 포틀럭 파티는 여러 사람들이 각자 음식을 조금씩 가져와 나눠 먹는 미국식 파티 문화입니다. 저는 닭강정을 사왔습니다. 맥주를 마시려면 닭고기가 없으면 안 되죠. 연어, 무침 회를 사 온 분도 있었습니다. 음식 사진에 안 나왔지만, 포도주와 위스키도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음식이 많았어요. 사진에 나온 음식들을 다 먹은 뒤에 달콤한 디저트를 먹었습니다.

      

동영상을 만들 줄 아는 회원이 올해 레드스타킹 활동을 담은 기록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이분 혼자서 몇 개월 동안 손수 촬영하고, 영상을 편집했습니다. 행사(8월에 있었던 정희진 님의 강연. 이 행사 하나만을 위해 회원들 모두 열심히 준비했고, 고생했습니다)를 열심히 준비하는 회원들이 나오는 영상을 보니 새삼 그분들이 대단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정말 잘 만들었는데, 여기 블로그에 공개할 수 없어서 아쉽습니다.

 

 

 

 

 

 

 

내년 119일 토요일에 레드스타킹 회원들과 함께 페미니즘 영화를 보기로 했어요. 회원들은 그날에 볼 영화를 고르기 위해 논의했습니다. 레드스타킹에는 영화를 엄청나게 좋아하고, 영화를 즐겨 보는 회원들이 있어요. 저는 책 바보라서 영화에 대해선 잘 몰라요. 그래서 저는 영화 마니아들의 안목을 믿습니다. 이분들의 안목이 얼마나 대단하냐면요, 독립영화를 즐겨 보는 것을 넘어서 독립영화 감독들의 필모그래피까지 꿰뚫고 있을 정도로 남다른 내공이 있어요. 또 국내에 개봉하지 않은 외국 페미니즘 영화에 관심이 많아요. 자막 없이도 영화를 보는 분들입니다.

 

저는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레드스타킹 회원들과 함께 책을 읽고, 함께 영화를 보고, 함께 행사에 참여하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거든요. 레드스타킹 회원들 덕분에 책 읽는 시야를 더 넓혔을 뿐만 아니라 책 밖에 있는 페미니즘도 볼 수 있었습니다. 저의 페미니즘 공부는 레드스타킹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어요. 레드스타킹을 처음으로 알기 전에 했던 페미니즘 공부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저는 이제 페미니즘 공부를 제대로 시작한 지 일 년도 채 안 됐습니다. 올해 초에 시작한 레드스타킹 활동이 제겐 소중한 경험입니다. 평생 가슴속에 간직할 특별한 보물을 얻은 기분입니다.

 

 

 

 

 

 

 

 

내년 17일 월요일부터 레드스타킹은 케이트 밀렛(Kate Millett)성 정치학(이후) 번역본을 읽습니다(일정과 선정 도서 변동이 있을 수 있습니다). 분량은 1장(~70쪽)까지입니다. 참석 신청은 @hippie_yolo 계정으로 DM 보내주세요. 인스타그램 계정이 없는 분은 여기 댓글로 알려주셔도 됩니다.

 

 

 

 

 

 

 

 

[제목 주] 로버트 풀검의 책 제목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RHK)를 패러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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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8-12-18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통풍이라면서 그런 거 먹어도 되나?
하긴 한번쯤 먹었다고 크게 저어될 건 없겠지.
이럴 때 안 먹으면 언제 먹겠니?ㅎ
아무튼 모처럼 신나는 저녁이었겠구만.^^

아, 그런데 너는 뭐 입고 갔니?
저기 빨간 티셔츠 팔뚝 네거냐?ㅋ

cyrus 2018-12-19 12:59   좋아요 0 | URL
그 날 캔맥주 1개, 포도주 다섯 잔 정도 마셨어요. ㅎㅎㅎ

빨간 티셔츠 팔뚝은 다른 분입니다. 레드스타킹 인스타에 가면 제 얼굴이 나오는 사진과 동영상을 볼 수 있어요. ^^

stella.K 2018-12-19 14:56   좋아요 0 | URL
계속 서서 맥주 마시고 있는
안경 낀 형제가 너냐?ㅎㅎ

cyrus 2018-12-19 17:45   좋아요 1 | URL
네, 맞아여 ㅎㅎㅎㅎㅎ

stella.K 2018-12-19 18:08   좋아요 0 | URL
그런데 알라딘 기네스 봤지?
너랑 내가 남의 글에 댓글 가장 많이 단 사람
1, 2위야. 그거 보고 얼마나 웃음이 나던지.
난 남의 페이퍼에 댓글 많이 안 단다고 생각했는데
작년에 이어서 2연패야.ㅋㅋㅋㅋㅋ

난 꼭 이런 쓰잘떼기 없는 거에 연패를 하고 그더더라고.
좋아요를 가장 많이 받거나.
친구 가장 많이 당한 사람이나 땡스투
뭐 이런 영양가 있는 거는 안 되고. 췢!

cyrus 2018-12-20 17:00   좋아요 0 | URL
저는 알라딘 연말 통계 결과에 연연하지 않아서 감흥이 없어요... ㅎㅎㅎ
알라딘 내에 글을 많이 썼거나 서재 즐찾 수 많은 게 그리 대단한 일 아니잖아요.
알라딘 밖에 나가면 대단한 분이 많아요. ^^

2018-12-18 20: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12-19 13:00   좋아요 0 | URL
내년에도 이런 푸짐한 모임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