엥겔스는 개도 한 마리 키웠다. 멋진 스패니얼 종으로 이름도 재미나게 지어서
이름이 없다는 뜻의 ' 무명씨 ' 였다.  엥겔스는 단골인 라인란트 레스토랑
(여기서 돼지고기와 독일식 백김치를 배 터지게 먹곤 했다) 에 갈 때도 무명씨를 꼭 데려갔다.  

" 녀석은 술도 아주 잘 먹어, 저녁에 레스토랑에 데러가면 항상 옆에서 한몫 끼지. 아니면 다른 사람 테이블 아무데나 가서 스스럼없이 혼자 놀든지. "

무명씨는 겁이 많아서 제대로 훈련을 시키지는 못했지만 한 가지 재주만은 그런대로 잘 익혔다.

 " '무명씨야, ..... 저기 귀족이닷! ' 하면 녀석은 분노에 치를 떨면서 내가 가리킨 사람을 향해 무섭게 으르렁거려. "  

 1840년대 베를린에서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 <엥겔스 평전> 트리스트럼 헌트, 이광일 역, 글항아리, p 126~127 - 

 

  

 

 

 

 

 

 

제가 어느 출판사 카페에 가입한 지 얼마 안 된 때였습니다. 카페 매니저님의 리뷰를 읽다가  엥겔스의 연애 이야기가 언급되어 있길래, 저는 엥겔스에 대한 이야기가 댓글로 궁금하다고 적었더니 쭉 이어서 궁금했던 이야기를 책 내용 출처까지 하면서 답글로 달아주셨던 적이 있었습니다.   

 

책 속에 수록된 20살의 엥겔스 사진입니다.
그런데,,, 정녕 이 얼굴이 20대란 말입니까? -_-;;
그래도 이 얼굴 덕분에 여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다고 하네요.  

 

 

 

 

 

 

 

  

아직 <공산당 선언>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최근에 엥겔스에 대한 평전이 나온 걸 보자마자 막 읽고 싶은 욕구가 들게 되더라고요.  예전 같았으면 이 사람의 평전 따위에 거들떠보지 않았을텐데. 매니저님의 엥겔스 이야기를 듣고나니 이 사람의 일생을 알고 싶어지더라고요.

부제 역시 무척 마음에 들었고요.  '프록코트를 입은 공산주의자' 

600페이지에 가까운 많은 분량이지만, 평전이라서 그런지 생각보다 쉽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평전과 위인전은 서로 비슷하면서도 다른 영역이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위인전 읽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지금까지 몰랐던 엥겔스와 그의 학문적 동지였던 마르크스에 대한 일화까지 접할 수 있어서 재미있었습니다. 

 
책의 초반부에 제가 발췌한 구절이 나오는데요,,, 엥겔스 특유의 유머센스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가 한 번 구글 번역기를 통해서 알아봤는데 '무명씨' 는 독일어로는 Anonym 라고 하네요. 그런데 제가 고등학생 2학년 이후로 독일어와 담을 쌓아서 어떻게 읽는지 모르겠네요,,, ^^;;

 
자신의 애완견은 이름이 없다는 뜻의 '무명씨' 로 지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산업 자본주의로 인해 부르주아(귀족)가 점차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그 당시 유럽상을 비추어보면 해학적인 일화인거 같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엥겔스도 부르주아적인 삶을 살았다는 점입니다.
여느 유럽의 젊은이들처럼 만날 친구들과 술 마시고 유흥을 즐겼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권유로 인해서 영국 맨체스터에서 대형 방적공장을 운영했었고요.

(하지만, 권유라기보다는 반 강제적이었습니다.  프로테스탄트적인 엄격한 종교관을 가진 아버지는 너무 급진적이고 자유분방한 엥겔스의 삶을 고치기 위한 것이라고 하네요. 물론, 이 계획은 실패하고 맙니다. 그래서 엥겔스는 평생 아버지에 대해 반감을 가졌다고 합니다)

 
아직, 엥겔스의 젋은 시절 부분을 읽고 있는 중인데 이것 말고도 재미있는 일화가 또 있습니다.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서로 술을 마시고 나면, 엥겔스는 술고래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다음 날 아침까지 마셨는데 멀쩡했었으며 반대로 마르크스는 하루 폭음을 하고 나면 2주동안 몸살을 앓았다고 하네요.

 
다른 사람들에게는 짖지는 않는데, 유독 주인인 엥겔스가 애완견에게 귀족이라고 명령만 하면 짖게 되는지, , ,  이 무명씨라는 개는 똑똑한 거 같습니다. 그리고 개 역시 술을 좋아한다는 점.  한편으로는 그 주인의 그 개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 평전에서는 살짝 마르크스 & 엥겔스의 사상도 엿볼 수 있어서 <공산당 선언>을 읽어보셨던 분들이 읽어보시면 좋을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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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2010-12-22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찜하고 있는 책이긴 한데 언제 집어들게 될지 몰라 아쉬워하고 있는데 이렇게 맛만 보여주시다니...

cyrus 2010-12-22 18:27   좋아요 0 | URL
엥겔스뿐만 아니라 마르크스 이야기도 언급되고 있어서 생각보다
엥겔스 평전이 재미있었습니다. 이 책이 이번 신간평가단 선정도서가
된다고 해도 아쉬움이 없을 정도 소장가치 역시 가지고 있기도 하고요.

마녀고양이 2010-12-23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앵겔스 평전 사셨군요, 이거 계속 망설이는 중인데.
안 읽은 책이 하두 많아서......... ㅠㅠ

평전이나 자서전을 좋아해요. 이건 진짜 일어난 일이다 하면 가슴에 더 와닿더라구요.
나랑 똑같은 인간인데... 하면서.

cyrus 2010-12-23 13:51   좋아요 0 | URL
이거 산 거 아닙니다. 사진 때문에 구입한 걸로 보셨군요.
도서관에서 빌린 거랍니다.^^;;
평전을 읽으면서 엥겔스나 마르크스나,,,
정말 우리랑 똑같은 인간이라는 걸 느꼈습니다.
이런 점에서 평전이나 자서전 읽기의 재미인거 같아요.

노이에자이트 2010-12-23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명씨의 독일어 발음은 아노님입니다.독일어는 a 발음이 '아'입니다.제 필명이 노이에자이트긴 합니다만 독일어 실력은 발음만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cyrus 2010-12-23 23:44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고보니 자이트님의 닉네임의
의미를 몰랐었네요^^;;

노이에자이트 2010-12-24 17:06   좋아요 0 | URL
Neue-새로운, zeit-시대. 그래서 노이에자이트는 새시대라는 뜻입니다.

cyrus 2010-12-24 23:51   좋아요 0 | URL
그런 뜻이 있었군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서울에서의 강연회 ' 라는 낯선 환경 때문에 지쳐돌아온 대구 토박이(?)산 나비     

  아무도 그에게 수심을 일러 준 일이 없기에
  흰 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청무우밭인가 해서 내려갔다가는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절어서
  공주처럼 지쳐서 돌아온다.

  삼월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않아서 서글픈
  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생달이 시리다.


   - 김기림 <바다와 나비> -     
 

 

강연 후기를 작성하면서 문득 떠올랐던 시가 김기림의 <바다와 나비>라는 시였습니다. 며칠 전에 쓴 쥘 미슐레의 <바다> 리뷰에도 인용하였고 김기림의 이 시는 너무나도 유명한 시라서 내용을 아실걸로 생각됩니다.  바다가 청무우밭인줄 알고 무심코 내려갔다가 날개가 젖어서 돌아오는 시 속의 나비는 낯선 근대화에 좌절하는 당시 지식인을 상징하고 있죠. 그런데 어제 <시학> 강연회에 참가하고나니 이 시 속의 나비가 꼭 그 날의 저를 보는거 같더군요.  

사실, 서울에 제대로 마음먹고 와본 것은 딱 두 번이었습니다. 올 해 여름에 한창 인기를 끌었던 퓰리처 상 사진전과 최근 어제 있었던 웅진출판사 주관 <시학> 강연회입니다.  퓰리처 상 사진전 때도 그랬지만, 제가 대구 토박이라서 서울 지리에 그닥 밝지 않습니다. 그래서 서울에 가기 전에 무조건, 교통 및 약도 확인을 필수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저에게는 무척 낯선 환경이다보니 직접 와보게 되면 쉽게 찾지 못하게 되더라고요. 

토요일 그 날도 강연회 시작 시간이었던 오후 3시를 맞춰 가기 위해서 과감하게 서울행 KTX를 타고 말았답니다.  나름 준비해온 비용을 최소화한다는 전략 하에 그나마 싼 가격인 3만 몇 천원짜리 입석을 타고 마는 무리수를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다행히도 입석 KTX는 서울로 가는데 1시간 30분이더군요. 하지만 오랜 시간동안 서서 간다는 건 정말,,,  말이 안 되는 행동이기도 하죠.  안 그래도 새벽에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아침 식사를 간단히 하고 급하게 기차를 타게 되었는데 정신적으로 피곤하기도 했었습니다.  서서 가면서 살짝 잠을 잘려고 해도, 워낙 불편해서 잠이 안 오더라고요. 

어쨌든, 서울역에 도착하게 되었고 같이 강연회에 동행하게 될 매버릭꾸랑 님은 개인 사정이 있어서 좀 늦는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혼자 점식 식사를 하고 먼저 강연회가 치뤄질 웅진출판사로 향하게 되었습니다.  강연날 전날에 미리 교통 확인을 해서 출판사가 있는 지점으로 향하는 버스(웅진출판사가 마로니에공원와 서울사대부속초등학교 뒤에 위치하고 있어서 시청을 경유하는 150번 버스를 타고 갔습니다) 를 잘 타긴 했습니다만, , ,   아까도 말했지만 약도를 보는 것과 약도에 그려진 실제 장소를 직접 찾아가는 것은 상당히 차이가 있더라고요. 

저는 웅진출판사가 번화가 쪽에 위치할 줄 알았는데. 혜화역 근처 주변에 아무리 둘러봐도 건물을 찾을 수가 없더라고요.  결국, 저 혼자 40분쯤동안 마로니에공원, 방통대 주변을 헤맸습니다.  결국에는 머릿속에 희미하게 남은 약도의 기억 덕분에 다행히 웅진출판사 건물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 때 마침 시간이 2시 10분 정도였는데, 강연회가 치뤄질 출판사 지하 1층 W카페라는 곳에 와보니, , ,  아직 강연 참여자분들이 단 한 분도 오시지 않았습니다.  저 혼자만 뻘줌하게 일찍 오게 된 것이죠.  그래서 때마침 강연 준비를 마치고 밖으로 나가려는 출판사 관계자 두 분을 만난 덕분에 먼저 자리에 착석했지만, 생각보다 너무 일찍 오고 만 것입니다.   

(저와 마주쳤던 출판사 관계자 두 분 역시 난감해하시더라고요. 생각보다 너무 일찍 찾아온 강연 참석자를 처음 보셨던가 봅니다. ^^;;) 

매버릭꾸랑님을 통해서 알게 되었는데, 원래 이런 강연회는 왠만하면 제 시간에 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저는 이런 강연회가 생전 처음이라 나름 약속을 맞추려고 찾아왔는데, 생각보다 이른 시간에 오고 만 셈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또 혼자 앉아서 3, 40분을 기다리고 말았습니다.  그 때도 너무 뻘줌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가만히 앉아 있으니 새벽에 못 자던 잠이 막 쏟아지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렇다고, 대놓고 책상에 엎드려 잘 수도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곧 있을 카페 회원분들과의 첫만남 때문에 많이 긴장한 탓에다가 새벽에 잠을 자지 못해서 생긴 피로가 겹쳐서 그런지 바다에 내려갔다고 날개가 젖은 상태로 지쳐버린 나비처럼 저 역시 강연회하기 시작하기 전부터 몸과 마음이 지쳐오기 시작했습니다.  서울 한 번 왔을뿐인데 벌써 급피로해지더라고요.  오늘 오후에 대구로 돌아오는데도 무척 피곤했습니다.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 왔는데, 가는 4시간동안 죽은 사람처럼 잠을 잤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정신이 말똥말똥하네요. ^^;; 

 

 

  번역의 고통

이번 강연회에는 펭귄클래식 시리즈 100권으로 출간된 <시학>의 번역자이신 김한식 중앙대 불문과 교수와 번역에 감수를 맡으신 김헌 정암학당 연구원님이 연사로 초빙되었습니다. 먼저 강연 시작의 첫 스타트는 고전 번역에 대한 김한식 교수님이 끊었습니다.  

 

 

 

 

 

   

  

김한식 교수는 전에도 프랑스의 철학자인 폴 리쾨르의 <시간과 이야기> (전 3권)을 번역하셨습니다. 처음에 갑자기 구조주의 철학, 해석학, 자크 데리다, 하이데거 등을 줄줄이 언급하셔서 철학에 무지한 저로서는 처음부터 머리 아파오기 시작했습니다. ^^;; 

하지만, <시학>을 이해하는데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개념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미메시스(mīmēsis)는 우리말로 풀이하면 모방이라고 보면 됩니다. 하지만 이 개념에 대해서 플라톤와 아리스토텔레스에 대한 입장은 극명하게 갈라져 있습니다. 

플라톤은 모방이라는 것은 현실을 모방하는 속임수라고 주장하였으며 이를 토대로 예술을 부정적으로 보게 됩니다. 반면 그의 제자인 아리스토텔레스는 오히려 미메시스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메시스는 단순히 현실 그 자체를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현실을 모방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하나의 대상을 모방을 하는데에도 모방하려는 자(화가)는 자기의 관점대로 모방할 수 있으며 취사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김 교수의 강연 중에서 기억나는 내용에는 <시학>이라는 악명 높은 고전을 번역하는데에도 나름 겪은 애로사항이었습니다. 3년동안(!) <시학> 번역에 매달리는 동안에 논문 작성 활동에 소홀히 했다는 점을 이야기를 하면서  논문을 많이 써야 학문적 명예와 교수직이 보장되는 대한민국 학계를 쓴웃음으로 비판하였습니다.  

김한식 교수는 라틴어 원전을 프랑스 어로 번역한 저본을 토대로 번역했습니다. 마침 그 날 직접 그 프랑스어 판본을 가지고 오셔서 강연 참석자들 눈 앞에 번쩍 보여드렸는데, 600페이지라는 압도한 분량에다가 주해 분량만 해도 절반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김 교수는 좋은 번역이란 원문 충실성과 가독성이 중요한 요소라고 말하면서 번역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설명하셨는데 , , ,  제가 그 때 축적된 정신적인 피로 때문에 그 분의 강연 내용을 좀 더 자세하게 듣지 못했습니다.   

엉뚱하게 겉절이 이야기들만 새록새록 기억에 남아 있네요. ^^;; 

김 교수는 ' 동양의 <시학>' 이라고 불리우는 유협의 <문심조룡>이라고 언급하시면서, 사실 이 책을 직접 읽어봤는데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책이 한학 분야의 책인걸 감안하면 불문학자에게는 당연히 이 책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교수 본인도 이 책을 이해하지 못한 이유를 한학에 대한 자신의 무지함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그 분이 <시학> 한 권에 3년동안이나 번역에 매달렸다는 점은 정말 대단한 거 같습니다. 척박한 인문학의 현실과 비정상적인 시스템에서 활동해야하는 대학교 교수로서 겪는 고충 속에서도 김한식 교수의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작의 번역은 어쩌면 메마른 대한민국 인문학계의 지형에 단비와 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스승 플라톤의 학문체계를 배반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번역 감수를 맡으신 김헌 박사님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삶과 학문 체계를 지금까지 전해내려오는 몇 몇 문헌에 단편적으로 기록되어 있는 짤막한 일화들까지 곁들어 설명함으로써 아리스토텔레스라는 사람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 고대 철학자들의 일화를 집대성한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가 쓴 책입니다. 김헌 박사님께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생애에 대한 일화를 소개할 때 살짝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 이름을 언급하셨는데, 아마도 이 책에 아리스토텔레스에 대한 일화가 실려 있을거라고 짐작됩니다.  아리스토텔레스뿐만 아니라 이름만 들어보면 알만한 철학자들에 대한 일화가 소개되어 있어서 무척 재미있는 책일거 같습니다.

   

김헌 박사님의 설명으로는 젋은 아리스토텔레서는 처음에는 플라톤의 제자가 아니었다고 합니다. 원래는 플라톤이 제자가 되고 싶어서 그가 문을 연 아카데미아라는 학교에 방문하게 되지만, 하필 그 때 플라톤이 외유 중이어서 그는 할 수 없이, 그 당시 고대 그리스에서 최고 웅변가(지금과 같은 로스쿨 강사 정도라고 하네요)로 손꼽았던 이소크라테스 밑에 제자로 당분간 생활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오랜 외유 중에서 플라톤이 아카데미아로 복귀하게 되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다시 아카데미아에 찾아가 플라톤의 제자가 됩니다.  그런데, 아리스토텔레스가 쓴 문헌에 보게 되면 이소크라테스의 사상의 흔적들이 드문드문 남아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에 대한 학문적 가설이 지금도 주장되어 있다고 하네요. 

플라톤 밑에서 아카데미아 내 훌륭한 제자로 성장하게 된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신이야말로 스승 플라톤의 뒤를 이을 아카데미아를 이끌어나갈 적임자라고 생각하기 시작하였습니다.  하지만, 그가 생각했던대로 현실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엉뚱하게도 아카데미아의 적임자는 플라톤의 조카가 되고 말았던 겁니다.    

비록 다른 고대 학자들의 문헌에서 기록된 진위가 불분명한 일화들 중의 하나지만, 김헌 박사님은 이 일화를 통해서 스승 플라톤의 학문체계를 탈피하게 된 아리스토텔레스 학문의 분기점으로 접근하고 있어서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시학>의 내용이 서로 모순된 이유

그리고, <시학>이 쉽게 읽혀지기 어려우며 왜 악명 높은 고전이라고 불리게 된 이유를 이 책이 아리스토텔레스의 대외용 저서(exoterica)였다는 가정 하에서 보고 있었습니다.  

대외용 저서란 쉽게 말하면 제자들을 위한 강의를 위한 준비자료이면서도 이전 강의 내용을 간단히 기록한 비망록 형식이라고 보면 됩니다. 즉, 아리스토텔레스가 자신이 직접 세운 학교, 리케이온에서 자신들의 제자를 가리킬 때 사용, 참고한 것이죠.   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는 귀납적인 사고와 인과 과정을 통한 진리 인식을 중요하게 여기면서도, 정작 그의 대표작 <시학>에서는 서로 모순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기도 합니다.  

이런 구성이 나오게 된 이유는 아리스토텔레스가 강의를 하면서 자신이 필요한 내용이라도 일부러 기록하지 않았으며, 이전에 기록된 내용이 잘못 되더라도 고치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강연을 위한, 자신만의 기록이었기에 굳이 그렇게 기록할 필요성을 스스로 못 느꼈던 것이죠.   

처음에 기록했던 A라는 논리가 잘못된 것을 알고, 다시 B라는 올바른 논리를 기록했지만 아리스토텔레스는 전에 기록된 A를 일부러 삭제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서로 모순된 논리의 충동으로 구성된 <시학>의 내용이 지금까지 이렇게 전해내려오고 있게 된 것입니다.  

 

  

  이번 <시학> 번역에서 중점적으로 취하고 있는 해석 방식  

마지막으로 <시학>에 관한 3가지 방식의 해석사를 소개했는데, 이번에 펭귄클래식 시리즈로 번역된 김한식 교수의 <시학>은 이전에 번역된 국내 <시학> 번역과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는 내용이었습니다.   

  

 

 

 

 

 

  

 

 

 

 

 

 

 

 

이전에는 체계적 해석과 발전사적 해석으로 <시학>을 번역, 해석되어 왔습니다.  체계적 해석과 같은 경우에는 <시학>의 내용이 완벽하다는 전제 하에서 합리적이면서도 채계적으로 해석한 것이며 발전사적 해석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뿐만 아니라 그가 쓴 다른 저작들과 함께 접근하여 해석한 것을 말합니다. (*)

그런데, 이번 김한식 교수의 번역은 문제제기적 해석이라는 접근으로 번역, 분석했음을 밝혔습니다.  발전사적 해석이란 <시학>의 모순적인 구성 방식을 토대로 이 책은 하나의 논리를 완성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였다고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런 해석 방식을 통해서 그동안 이전 번역에서 단점으로 지적되어왔던 중간에 놓쳐버린 내용의 해석 부분을 보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도 <시학>의 번역과 해석에 대해서 학계에서는 논란의 대상인큼 이번에 시도한 문제제기적 해석의 <시학> 번역은 앞으로의 국내 <시학> 번역에 대한 학문적 논쟁을 또 한 번 일으킬 수 있는 시발점이 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강연을 마무리하였습니다.

(*) 이 강연 부분에서는 소개하고 있는 개념에 대해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서 제가 최대한 알고 있는만큼 정리하였습니다.  그래서 내용이 두루뭉술할 수도 있습니다.  이 점에 대해서 양해를 구하고, 혹시 이 내용에 대해 심도있게 아시는 분은 댓글이나 트랙백으로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카타르시스에 대한 내용은 이미 전에 올린 페이퍼에서도 언급했고 너무나도 알려진 내용이라 일부러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시학> 강연이 끝나고 난 뒤 , , ,

생전 처음 인문학 강연회 참석에다가 그동안 온라인 공간에서 자주 만났던 카페 회원들을 처음으로 만나게 되어서 강연 내용을 노트로 갈겨 쓴 것들을 정리하는데 쉽지 않았습니다.  물론, 강연에 대비한 기본 지식이 부족한 나의 무지함도 있었고요.  하지만, 어렵게 이해될 줄 알았던 <시학> 강연 내용은 연사분들의 녹록하지 않은 강연 덕분에 어느 정도 미메시스와 카타르시스의 기본개념에 대해서 쉽게 이해할 수 있었으며 <시학>의 독서에 대한 두려움도 사라질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그동안 친분이 있었던 온라인 카페 회원분들과의 뒷풀이도 무척 좋았습니다. 오늘 일정이 피곤한데다가 소심한 성격 때문에 적극적이지 다가가지 못한 것이 아쉬웠지만 이번 일정을 통해서 배우는 즐거움이 무엇인지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저 스스로도 만족스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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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12-19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곤하실텐데 .. 이렇게 또 정성스럽게 후기도 남겨주시다니 ^^
그나저나 시학의 번역본이 몇 종 있군요!!

저는 맨 왼쪽 것만 갖고 있는데, 언제 시간 되면 다른 책들도 좀 참조해봐야겠습니다.
오늘은 편히 쉬세요~ ㅎ

cyrus 2010-12-20 10:45   좋아요 0 | URL
어제 편히 쉬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소개한 번역본 말고도
몇 권 있습니다. 두 권은 대표적인 번역본이고, 나머지 한 권은
해설서일겁니다. 저도 강연 때문에 천병희 씨 번역본을 구입했는데,,,
펭귄클래식 판본과 같이 비교하며 읽어보는 것도 참 좋을거 같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다이조부 2010-12-20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추추추 추천

cyrus 2010-12-20 10:46   좋아요 0 | URL
그 날 너무 즐거웠고 고마웠어요^^

마녀고양이 2010-12-20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이러스님, 너무 이쁘세요... 아하하.

나둥 사이러스님 만나고 싶다, 담에 약속잡고 서울 오시면
관광(?)도 해드리고, 맛난 것두 사드릴게여. 겨울은 피해서,, 크.

세상에, 강연 들은 내용을 이렇게 멋지게 올릴 수가 있을까.
하루 이틀 일도 아니지만 새삼..... 사이러스님에게 감탄하고 마네요.

cyrus 2010-12-20 10:53   좋아요 0 | URL
괜히 저 때문에 마고님까지도,,,^^;;
온라인 공간에서의 저랑 실생활에서의 저랑 무척 다를거에요.
비록 힘들고 지친 일정이었지만, 서울에 또 가고 싶어지더군요.
나름 서울 번화가 쪽에도 구경도 많이도 해봤고요^^

양철나무꾼 2010-12-21 0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페이퍼가 엑설런트해서, 강연 못 들은 게 하나도 아쉽지 않다는~~~
진짜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넓이와 깊이군요.

대구 사시는군요~
대구 분들, 쌀을 살이라고 발음하던데...님도 그러세요?^^

다이조부 2010-12-21 08:43   좋아요 0 | URL


대구 출생인 제가 대신 대답하자면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어요~ ㅋㅋ

cyrus 2010-12-21 18:26   좋아요 0 | URL
꾸랑님 말씀대로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는거 같아요.
저는 오히려 글자에 엑센트를 줘서 발음을 해서,,,
군인 시절에 나름 애먹기도 했었습니다. ^^;;

2010-12-22 08: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22 14: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22 18: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22 18: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23 0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0-12-23 13:56   좋아요 0 | URL
한 번 찾아서 읽어볼께요^^

꽃도둑 2011-01-05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학 읽는데 도움이 되겠어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그리고 문제제기적 해석이라니요....정말 궁금합니다.
아..시학이여 내게로 오라~~~

cyrus 2011-01-05 18:09   좋아요 0 | URL
많이 부족한 글이라서 제 글을 참고하시는것보다는
펭클 카페에 들어가보시면 닉네임이 헤르메스라는 분이 쓰신
문제제기적 해석에 대한 자세한 글이 올려져 있을거에요.
카페에도 이 글이 올려져 있으니 카페 내 검색하시면
찾으실수 있을겁니다.

암향부동 2011-01-14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저도 김한식 교수님 전공이 프랑스어라 중역본일 것 같다고 짐작은 했습니다. 그래도 확실치 않아서 언급하진 않았는데 비록 중역본이라도 3년이라는 시간을 번역에 공을 들였다면 좋은 번역본임이 틀림없을 것 같네요^^

그리고 우리 나라에서 외국 고전 번역이 지지부진하고 엉망인 것은 번역 작업을 학문 성과로 인정해 주지 않는 우리 나라 학문 풍토가 그 원인인 것 같습니다. 일본은 메이지 유신 이래로 자기 전공의 외국 고전을 번역하면 그 자체로 박사 학위를 수여하여 번역에 공을 많이 들이고 그 결과 빠른 시간에 다른 나라의 지식을 자기 것으로 할 수 있었는데 우리 나라는 전혀 그렇지 않죠.

어쨌든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천병희 선생님의 번역본을 가지고 있는데 이 책과 비교해서 다시 한 번 시학을 읽어 봐야 겠네요^^
 

  

 

 

내일이면 12월 18일 , , ,  펭귄클래식 시리즈 100번째 출간 기념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강연하는 날입니다.  지금 제 머리 속에는  

  '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서울, 웅진출판사 건물로 찾아 갈 수 있을까? ' 등등 , , ,  

온갖 생각에 가득 차 있어요.   
  

새벽 아르바이트를 아침에 마치자마자 바로 서울행 기차를 타고 가는 것쯤이야 문제는 없는데, 강연이 끝나고 난 뒤가 제일 걱정이 되네요.   하루 외박하고 싶은데 서울에 아는 사람이 없어서,  아마도 저와 함께 강연에 참가하시게 될 매버릭꾸랑님과 단 둘이서 서울이라는 타지에서 밤을 새야 할 거 같네요.    

뭐,,, 대학교 시절에 밤 새서 술과 안주를 벗 삼는 것이 일상이라서,,, -_-;;  그렇게 나쁘지는 않게 여기지만, 서울 물가가 좀 쌘 걸로 알고 있는데 돈이 꽤 많이 나갈까봐 걱정되네요,  

괜히 저 때문에 타지에 사시는 꾸랑님도 밖에서 보내셔야할텐데 죄송한 마음이 드네요, 거기에다가 사실 저도 수중에 돈이 많지 않아서,,,  그 날 강연 끝나고 뭐 해야할지 막막합니다. ㅠ_ㅠ  

하지만, 이번 강연회가 생애 첫 인문학 & 고전 강연이라서 기대를 많이 하고 있기도 합니다. 평소에 이름만 들어보던 유명한 고전을 강연회를 계기로 더욱 심도있게 배우고 알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뜻 깊고 의미 있는 일인거 같습니다. 

그래서, 강연회 전부터 <시학>에 대한 내용이 너무 궁금한 나머지...  천병희 교수가 번역한 <시학>을 알라딘에서 구입하고 말았습니다.   

 

   

 

 

 

  

 

 

워낙에 유명한 책이라서 전부터 읽고보고 싶어서 사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구입에 대한 후회는 전혀 없습니다. 그동안 모아놓은 적립금으로 구입했기 때문입니다. ^^  

특히, 그리스 비극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와 플라톤의 관점을 서로 비교해서 읽어보니 흥미롭고 괜찮았습니다.  (천병희 교수가 번역한 <시학>에는 플라톤이 쓴 <시학>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그 밖에도 호라티우스, 롱기누스의 시론도 함께 번역, 수록되어 있어요)   

 

 

 

 

 

 

 

 

무엇보다도,  소장하고 있었던 진중권의 <미학 오디세이 1> 에 아리스토텔레스와 플라톤의 시학을 비교할 수 있게 풀어놓은 대화체 내용이 있어서 쉽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진중권의 유명한 저작인 <미학 오디세이> 시리즈에 나오는 인물이 아리스토텔레스와 플라톤이죠)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진중권의 책 1권에 [원형 극장에서] 라는 소제목의 글에 있습니다. 그 글의 마지막에 저자가 참고한 책들이 소개되고 있는데, 그 목록에도 천병희 교수의 <시학>이 소개되어 있기도 하죠.  

아리스토텔레스는 시야말로 역사보다 철학적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플라톤은 반대로 시는 단지 모방에 불과한 글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 역시 시가 인간의 감정을 모방하고 있다는 점에서 인정을 하고는 있지만, 모방한 것을 본 독자들이 느끼는 정신적인 쾌감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평일 오후 8시 20분쯤에 하는 일일드라마 <웃어라 동해야>를 보는 저희 어머니 같은 경우에는 주인공 동해가 잃어버린 아버지인 제임스(강석우 분)를 찾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동해의 입장이 되어 애가 타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의 부귀영화를 위해서 과거까지 숨기는 등 거짓말을 일삼는 윤새와(박정아 역)를 보면서 욕(?)을 합니다.  주인공의 앞길을 사사건건 태클을 하는 윤새와를 어머니는 못마땅해하는 것이지요.  그러다가 이야기가 점차적으로 그녀의 숨겼던 과거가 들통나기 시작하면서 어머니는 기분 좋아지게 됩니다.  

이렇듯, 드라마가 시청자들의 감정을 흥분시키게 하여 진정시키게 하듯이 아리스토텔레스는 비극도 그렇다고 보고 있는 것입니다.  이를 정의한 단어를 카타르시스(katharsis, 정화)라고 합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시학>을 번역한 천병희 교수는 서론에서 정작 이 책에서는 카타르시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나오지 않는다 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시학>에 대해서 잘못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저 역시 처음에 제목이 <시학>이길래 시에 대해서 중점적으로 다룰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시뿐만 아니라 비극 작품에 대해서 논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접 이 책을 읽어보게 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신의 시론과 부합되는 작품을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 이라고 밝히고 있는데,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강연 후기 때 다시 언급하겠습니다. 

사실. 지금까지 천 교수가 번역한 <소포클레스 전집>만 읽어봤는데 아이스퀼로스, 에우리피데스, 아리스토파네스의 작품들이 번역되어 나왔으니 이번 강연회를 기회 삼아서 그동안 쭉 군침만 흘린 채 눈여겨 봤었던 그리스 비극들을 읽어봐야겠습니다.  

                                      

 

 

 

 

  

 

 

 

 

 

 

 

 

 

 

  

 

 * 헤시오도스의 <신들의 계보>는 그리스 신화의 내용을 바탕으로 한 서사시입니다.  

 

 음,,,

내일 서울에서의 일정이 2010년 마무리를 장식하는 스펙타클한 하루가 될 거 같다는 

예감이 슬쩍 드네요... 

 

어쨌든, 이미 주사위는 던져 졌으니  

6이라는 큰 숫자가 나올지, 아니면 1이라는 작은 숫자가 나오게 될지 

내일이 되어봐야 알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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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0-12-18 0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입 D-1이나 신혼 첫날밤 카운트 다운 하는 것 같아요.
전 위에 언급하신 책들 중에서 진중권 미학오딧세이만 어렵게 읽었었네요.

암튼 맘껏 즐기시고 무사귀환하세요~^^

cyrus 2010-12-18 09:29   좋아요 0 | URL
정말 고대하던 강연회라서 기대가 되네요.
꾸랑님과 함께 무사귀환하겠습니다.^^

마녀고양이 2010-12-18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운데 술 너무 많이 드시지 말고,
잼난 이야기 많이 나누세요.
나두 너무 혹하는데,, 아아,, 가고 싶다.... 강연보다도
사이러스님과 매버릭 님의 만남이 더 가고 싶네요. 아하하.

cyrus 2010-12-19 19:35   좋아요 0 | URL
생각보다 술 많이 안 마셨어요, 저 그날 생전 처음 겪어본 환경과
분위기라서 그런지 그날 술빨이 좀 안 맞더라고요^^;;
강연 끝나고 카페 회원분들과 함께 술자리를 가졌었는데,
그날 머리속에 집에 어떻게 가야할까? 아니면 서울에 밤 새야할까?
막 걱정만 했답니다. 그러다가 결국 꾸랑님이렁 저랑
막차를 못 타서 모텔에서 외박했습니다.^^;;
어쨌든 그날 저랑 꾸랑님 모두 흡족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사실, 이 페이퍼 작성하기 전에 여러가지 많은 생각을 했었습니다.  

' 알라딘 서재에 이런 거 써도 될까? ' 하는 조바심이 났었습니다.   

강연회 후기를 올리는 알라디너 분들이 있고,  페어퍼는 자유로운 형식의 글이니 

저도 강연회에 관한 글을 올려봅니다.  

 

혹시 보는 분들 입장에서는 출판사의 인지도 및 출판사 카페 등급을 올리기 위해서 

홍보하는거 아니냐하고 보실 수 있을겁니다.  하지만,  좋은 강연회일거 같아서  

저의 서재에 들리시는 몇 몇 분들을 위해서 조심스레(?) 심사숙고해서 올린 것이니,,, 

좋게 봐주셨으면 하네요.. ^^;;

   

 

펭귄클래식 코리아 100권 출간 기념 특강  - <시학>으로 고전 읽기

 

시간 - 12월 18일 토요일 3시

장소 - 동숭동 웅진씽크빅 단행본그룹 지하1층 카페W (약도 참조)  

연사 - 김 헌  (수사학·시학 박사, 『고대 그리스의 시인들』 저자,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HK문명사업단 및 정암학당 연구원)     

             김한식 (중앙대 불문과 교수, <시학> 역자)
  

              


이번 <시학> 강연의 연사 중 한 사람이 정암학당 연구원이라는 사실에 저로써는 무척 관심이 가네요.   정암학당이라면 우리나라 최초 플라톤의 저작들을 번역하는 인문학 연구 단체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시학> 강연에 가고는 싶지만 , , ,   제가 갈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일요일이면 괜찮을텐데,,,  금요일 새벽 아르바이트하고 안 자고 바로 서울로 가면 피곤하기도 합니다  ,,, -_-  

참고로 저는 펭귄클래식코리아 카페에 가입한 회원입니다. 출판사 직원 아니니 오해하지 마시길,,, ^^;;           그래서 여기에는 출판사 카페 링크를 걸어두지 않겠습니다.  강연에 대해서 더 자세히알고 싶으신 분들은 좀 번거로우시더라도 검색창에 ' 펭귄클래식 ' 을 쳐보시면 카페가 나올겁니다.    

그리고 펭귄클래식 카페 같은 경우에는 가입을 해야지 카페의 글들을 읽을 수 있으니 미리 알려드립니다.  (다른 출판사 공식 카페들도 비공개 설정한 걸로 알고 있으니,, 이해해주세요,, ^^;;) 

평소에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이나 펭귄클래식 그리고 고전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주말에 유용한 강연에 참여해보시면 참 좋을거 같습니다. ^^  

  

> 김 헌 씨가 쓰신 책입니다. 

 

 

             

   * 국내에 번역된 <시학> (국내에 소개된 책들 중에서 대표적인 책들을 골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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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조부 2010-12-13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오실거면 같이 갔으면 좋겠네요~

저도 주인장 가면 갈 의향 있거든요 ㅎㅎㅎ

cyrus 2010-12-13 19:50   좋아요 0 | URL
아,, 진짜 토요일만 아니면 참 괜찮을텐데 말이죠. -_-

마녀고양이 2010-12-13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학으로 고전읽기 라니.
저도 가보고 싶어요. ㅠㅠ. 아아, 묶인 몸이여.

탐나는 강의, 전시회 정말 많네요. 정보 감사드려요!

cyrus 2010-12-13 19:52   좋아요 0 | URL
시간이 되시면 한 번 가보시면 좋을겁니다.^^

양철나무꾼 2010-12-14 0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슈룹~^^
군침 도는 페이퍼인걸요.

이런 괜찮은 행사를 이제야 알게 돼 아쉽네요.
12월은 다른 일들로 넘 뺵빽해서 말이죠~

cyrus 2010-12-14 21:10   좋아요 0 | URL
사실 이 행사가 지난주부터 알려진 것도 있어서 그렇게 호응이
많지 않을 줄 알았는데, 마침 오늘 이 강연과 관련된 이벤트와 함께
공지사항이 떴네요. ^^;; 아마도 많은 분들이 꽤 참여할거 같습니다.
 

 

  사. 친. 소 (내 4차원 친구를 소개합니다)

제 친구 중에는 유독 남다른 성격을 가진, 4차원적인 녀석 한 명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친한 친구들 중에서 눈에 띄일 정도로 유별날 뿐만 아니라 나의 유일한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자란 친구이기도 합니다. 특이하게도 제가 대학생이 되면서 만나게 된 것입니다. 여기서 친구의 실명을 밝히기는 그렇고 하니, 별명으로 소개하겠습니다.

그 친구와의 첫만남이 아직도 기억합니다. 2007년, 두근거리면서도 대학생이 된다는 설레는 마음을 가슴에 안고 과 OT 때 그 친구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별명은 '오리원숭이' 랍니다. 서울에 생활했을 때 주위의 서울 친구들이 이렇게 불렀다고, 본인 스스로 말했답니다.

어쨌든, 으레 신입생 동기들과 선배들이 한 방에 모여 빙둘러 앉아서 자기소개를 하게 되면 본격적인 OT가 시작되는 것이죠. 그래서 오리원숭이가 자기 소개를 하게 되었는데, 3년 전인데도 서울말 쓰는 그 녀석의 소개 멘트가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있습니다.

 "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에서 온 오리원숭이라고 합니다 , , ,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며 제가 집에서 먼 대구에 있는 대학교로 오게 된 것은 대구 여자가 이쁘다고 하길래 대구 여자들과 사귀고 싶어서 이곳 학교에 다니기로 했습니다. "

주위의 선배들은 물론이고, 저를 포함한 동기들은 그 녀석의 독특한 소개에 웃고 말았습니다. 저는 생판 모르는 처음 본 녀석의 소개가 어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대구에 살아서 잘 모르겠지만 지방이나 서울에 사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대구 여자가 미인이라는 말을 듣긴 합니다. 그런데 진짜로 대구 여자가 이쁜다고 단지 사귀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자기 집에서 수천 km나 떨어진 대구에 있는 학교에 오다니 , , ,  순간 저는 오리원숭이가 돌+아이인줄 알았습니다. (뭐 지금도 돌+아이 소리 간혹 듣는 녀석이기는 하지만) 그리고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했습니다.

  " 저 녀석, 수능 성적이 얼마나 개판이었으면 이런 대구에서 수준이 낮은 학교에  

   왔을까? "

뭐, 저도 수능 성적이 좋지 않았고 가까스로 4년제 대학에 들어갔다만(제가 다니는 학교 , , , 사실 그리 좋은 수준의 학교가 아니랍니다) 저런 말을 할 정도이면 왠지 놀기만 놀고 공부 좀 안 할 거 같은 느낌이 문득 들었답니다.  어쨌든 저와의 오리원숭이는 그렇게 만나게 되었으며 생각보다 오리원숭이는 대구 생활에 잘 적응하였고 동기들과도 잘 어울렸습니다. 물론 저도 그 친구의 자취방에 자주 놀러가서 외박할 정도로 오리원숭이와 많이 친해졌습니다.   
 

 

  서울 여자 vs 대구 여자

그런데 이상하게도 2학기가 지났는데도 그가 바라는 대구 여자와의 교제는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제가 봐도 오리원숭이는 여자 선배들의 귀여움을 받을 정도로 나름 얼굴이 괜찮은 편이고 (이 말이 사실인지 모르겠지만) 본인 입으로는 서울에서 여자랑 10번 넘게 사귀어 봤다고 할 정도로 그렇게 꿀리는 남자애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한 번, 그 친구에게 물어봤습니다. OT 때 소개한 말도 생각난 것도 있었고 여자친구를 안 사귀고 있는지도 무척 궁금했었습니다.

  cyrus :  오리원숭아. 너 OT 때 대구 여자랑 사귀고 싶다는고 말한거 , , , 

             일부러 웃기려고 그런거였지? 

 오리원숭이 : 아니, 난 그 때 진심으로 말한거야. 나 진짜 대구 여자 사귀고 싶어서 

                 여기 학교에 입학했는거라니까.

 cyrus : 야!  그런데 2학기가 되었는데, 아직도 여자를 못 사귀고 있냐? 

           너의 잘생긴 페이스와 여자를 꼬시는 말빨 정도면 괜찮은데 , , ,
 

 오리원숭이 : 그럼, 넌 지금까지 대구에 살았으면서도 여자를 한 번도 못 사귀어봤냐? 

                 난 그게 궁금하다.

  cyrus :  , , , -_-;; 

 

이런 , , , 예상치 못한 오리원숭이의 반격에 급당황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제가 궁금했던 내용에 대해서 다시 물어봤습니다.


   cyrus :  으흠 , , , 그건 맞는 사실이지만 , , , 그게 중요한게 아니라 , , ,

              왜 대구 여자를 못 사귀고 있냐 말이다. 너 OT 때 말한거 기억 안 나? 

              대구 여자 사귀려고 여기 대구에 있는 학교에 다니기로 했다면서 , , ,


그러자, 오리원숭이는 얼굴에 화색이 돋으면서 천연덕스럽게 대답했습니다.


   오리원숭이 : 아 , , , 그거 , , , 그 때 말한거 그걸 기억하고 있었다니. 

                  사실은 대구 여자랑 사귀고 싶은데 , , , 여기 생활해봐서 느낀건데

                  대구 여자들은 내가 사귀었던 서울 여자랑 다른거 같아.


저는 처음에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대구 여자랑 서울 여자랑 차이점이 뭐시길래 , , , ?   그래서 다시 한 번 물어봤습니다. 대구 여자랑 서울 여자의 차이점이 뭔지를 , , ,   그런데 그 녀석의 대답을 듣고나니 무척 황당했었습니다.

 
   오리원숭이 : 대구 여자들은 너무 폐쇄적인거 같아.  서울 여자들은 약간의 농담에도 

                 잘 웃고 반응을 해주는데

                 여기 대구 여자들도 남자들처럼 무뚝뚝한 것도 같더라. 

                 왠지 웃는 것도 억지로 웃어주는 것도 같고 , , ,

                 그리고 대구는 서울처럼 재미있게 놀만한 곳이 없어서인지 모르겠는데

                 노는 것도 그리 재미있지도 않고 , , ,

                 내 생각이지만 서울에서 사귀었던 여자들이랑 성격이 정반대인거 같아. 

                 그래서 사귀기가 쫌 그래.

 

그의 말이 약간은 대구를 비하하는 것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기분이 제일 안 좋았던 이유는 여자를 지역에 따른 문화적 차이를 빗대어 비교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 친구의 말이 너무 일부분만 보고 있는 '우물 안 개구리' 식 오류에 빠졌다면서 그 녀석의 잘못된 논리를 지적해주었습니다. 서울에 사는 모든 여자가 다 잘 놀며 대구에 사는 여자들은 재미 없다는 식의 논리는 성립 자체가 안 되는 것입니다. 제 말에 오리원숭이는 수긍이 한다는 자세를 보였지만 , , ,  원래 남자나 여자나 남의 말에 잘 수긍하지 않으며 겉으로나마 상대방의 말을 어느 정도 이해했다는 자세만 보여주는 것이 남자이기도 하죠. 즉, 한 쪽 귀로 듣고 다른 한 쪽 귀로 말을 흘러버린다는 것이죠. 
 

 

  지역 문화 차이가 빚어낸 연인의 갈등   

피츠제럴드의 단편소설들이 수록된 <아가씨외 철학자>에는 1920년에 발표되었던 [얼음 궁전]이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얼음 궁전]이 집필했던 1920년이나 <아가씨와 철학자>라는 이름으로 단편소설집을 출간했을 때에는 피츠제럴드 문학 인생 중에서는 작가로 활동한지 얼마 안 되었으며 주로 단편만 집필했던 초창기 시절 입니다.     



 

 

 

 

이 단편소설에는 샐리 캐롤 해퍼라는 미국 남부 쪽에 위치하는 조지아 주에 사는 여자와 반대로 북부 지역 쪽에 살았던 해리 벨라미라는 남자 간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사건들도 이야기가 구성되어 있습니다. 남부에서 쭉 살아왔던 여자와 그 반대로 북부에서 살았던 남자로 대비되면서도 이 남녀 주인공들이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는 설정이 흥미로웠습니다. 

이 두 사람은 서로를 사랑하고 있지만 유독 샐리는 자신이 살았던 남주의 조지아 주와 전혀 다른, 벨라미가 사는 지역의 문화와 환경에 무척 낯설어합니다. 조지아 주보다 기온이 낮은 북부 지역의 추위에 몸을 떨어야했으며 모임 장소에서 작은 농담도 하지 못하는 북부 특유의 사회적인 분위기에 당황해하기도 합니다.  

 

 

 

 

 

 

 남부에서는 약혼녀나 젋은 기혼녀도 사교계에 처음 발을 디딘 여인에게 베풀어지는 조금은 가식적인 농담이나 찬사를 똑같이 기대할 수 있었지만, 여기에서는 그런 것이 전부 금지된 것 같았다. 

 - <피츠제럴드 단편선 2> 민음사, [얼음 궁전] p 63 -


그래서 해리가 사는 마을에 세워진 명물인 아름다운 얼음 궁전 안에 들어가게 된 샐리는 결국, 그동안 마음속에 쌓여왔던 북부 지역에 대한 심적 고통과 불안정한 마음이 폭발하게 됩니다. 그리고는 샐리는 자신의 집이 있는 곳에 가고 싶다고 조증을 부리기도 합니다.

얼핏 피츠제럴드의 소설 속 해리와 샐리 간의 갈등은 남녀 간의 서로 다른 감정을 이해하지 못함에 기인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미국 내의 남부와 북부 지역 간의 차이와 지역 갈등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해보셨다거나 어느 정도 생활해보신 분들은 아실겁니다. 미국의 남부와 북부는 문화적으로 차이가 있으며 우리나라에 서로 다른 분위기가 나는 서울 표준어와 대구 사투리가 있듯이 이들의 언어도 서로 다릅니다.  그리고 지금은 모르겠지만 예전에는 남부와 북부로 갈라져 미국 사람들끼리 으르렁거리고 서로 대립하기도 했었답니다.

1861년부터 1865년까지 미국 대륙에서 치뤄진 남북 전쟁은 미국 사회 내 지역 갈등 형성하게 된 동족상잔의 내전이었습니다. 전쟁의 원인은 서로 간의 얽히고 설킨 수많은 갈등들이 있지만 남부와 북부가 싸워야만 했던 진짜 이유는 서로 엇갈린 노예제도에 대한 입장이었습니다. 결국, 노예제도 해방을 옹호했던 에이브러험 링컨 대통령이 이끈 북부의 승리로 4년동안 치뤄진 혈전을 마무리짓게 됩니다. 전쟁이 끝나게 되면서 미국에도 평화와 안정의 시기가 찾아왔지만 전쟁에 의해서 생긴 남부와 북부 간의 지역 감정의 앙금은 여전히 남아 있었습니다. 결국에는 이 앙금 때문에 미국사에서 비극적인 기록으로 남게 될 대형 사건이 발생하게 됩니다. 에이브러험 링컨이 대통령 재임 중에 남부 지역 출신인 배우 부스에게 암살당하고 맙니다. 이렇듯, 미국 내 북부와 남부 간의 지역 갈등은 피츠제럴드가 살았던 20세기에서도 이어져 오게 된 것입니다. 

 
 
  

  지금도 사라지지 않는 지역 갈등의 골   

미국의 지역 갈등은 지금 우리나라에서도 볼 수 있는 문제적인 사회 현상입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지역 갈등으로는 영남과 호남 이 유명하죠. 우리나라 같은 경우도 미국의 지역 갈등의 원인과 유사합니다. 6.25 전쟁이라는 냉전 이데올로기로 인한 민족 간의 전쟁이 발발하고 난 뒤부터 지역 갈등의 역사가 시작됩니다. 그리고 지금은 정권의 정치세력들에 의해서 영남과 호남 간의 지역 갈등은 더욱 깊어지게 되었고요.

그래서 결혼상대를 찾게 되면 항상 따지게 되는 조건들에는 재산 정도, 성격 등 다양하지만 출신 지역이나 연고지를 따지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전체적으로는 잘 어울리는데, 상대가 기피하는 지역 출신이라는 이유로 만남 자체가 불가능할 때가 생기기도 합니다. [얼음 궁전] 속 해리와 샐리처럼 서로 사랑하지만, 서로 다른 지역 문화 간의 차이 때문에 사소한 다툼이 발생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런 지역 갈등이나 감정에는 이미 대한민국 사회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이 심각한 문제가 사라지지 않는 것도 문제가 있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특정 지역에 대한 왜곡되거나 과장된 정보가 더 심각한 지역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앞에서 언급했던 오리원숭이의 경우처럼 말이죠. 제가 사는 대구에는 유독 성폭행이나 지하철 대형사고 등 정말 안 좋은 사건사고들이 터지는 곳이기도 합니다. 대구에 사는 저로서는 왜 이런지는 모르겠지만 대구에 대한 지역 감정이 있는 어느 네티즌을 이를 비꼬아서 대구를 '고담 대구' 라고 하더군요. 고담이라면 만화영화 <배트맨>배경인 악의 도시의 이름을 말하는거죠. 이렇다보니 대구라는 하나의 지역뿐만 아니라 대구에 사는 사람들도 안 좋은 사람으로 폄하되고 맙니다.

저는 지역 갈등을 무척 싫어하며 이런 세상을 원하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서로 다른 지역 문화에 대해서 서로 이해해주고 포용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평생 죽을 때까지 살아야 할 배우자를 지역 감정을 따지면서까지 고르는 것 역시 옳지 못한다는 생각도 들기도 합니다.

작품 속에서 샐리가 남부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 개라고 표현하는 대사가 등장하는데 자신이 사랑하는 남부 사람인 해리에게도 갯과라고 말하는 대사는 그녀가 남부에 대한 좋지 않은 지역 감정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려면서도 지역 차별적인 뜻을 감추기 위해서 자신은 민감성이 강한 고양이과이며 갯과는 민감성과 대비되는 과도한 남성상이라고 포장하고 있습니다.

저는 고양이과와 갯과가 남녀 간의 서로 다른 감정을 상징하는 재미있는 표현인 줄 알았는데 막상 읽어보니 표현된 문장 뒤에는 심각한 뜻이 담겨져 있다는 사실에 씁슬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사회생활을 하면서 지역 감정뿐만 아니라 지역 차별적인 발언이나 표현을 하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기도 했었습니다. 짧은 내용의 단편소설을 읽으면서 세상에 대한 진지한 생각을 해줄 수 있어서 뜻깊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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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11-24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명 사귀어보고 대구여자가 모두 그렇다는 생각을 가진 그 친구도 좀 답답하네요, 그쵸?
그리고 서울에 사는 사람이라고 다 토박이도 아니고, 서울토박이는 얼마 안되는걸요.

좁은 땅덩어리 안에서 지역감정이라니, 참 씁쓸합니다.
요것이 또 역사가 길지 않은데, 이렇게까지 골수에 박혀있다는 게 안타까울 뿐이구요.
에효~~~

cyrus 2010-11-25 18:16   좋아요 0 | URL
제 친구의 발언이 지역감정의 차이와는 거리가 멀지만,,
간혹 지역치별하는 발언을 듣게 되면 좋지가 않더라고요.

blanca 2010-11-24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영화 남녀 주인공 이름이 저 소설에서 온 것일 수도 있겠군요. 피츠제럴드의 단편집 표지가 참 이뻐서 관심있었는데 이런 작품이 있었군요. 대구 여자가 이쁘다,는 얘기는 사과가 많이 나서 그렇다고 어렸을 때부터 들었는데(저희 친가가 대구랍니다.) 대학원때의 그 친구분 너무 재미나네요^^;;

cyrus 2010-11-25 18:18   좋아요 0 | URL
말은 저렇게 해도 성격은 정말 착한 아이랍니다. 저도 처음에는
서울에서 왔다는 말에 그 친구에 대해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친해지고보니 괜찮은 녀석이었습니다. 가끔 저런 생각없는 말을
해서 돌+아이 소리를 듣긴 하지만요^^;;

저도 글 쓰면서 영화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제가 저 영화를 보지 못했답니다. 제가 아주 어렸을 때
나온 영화이더군요^^

양철나무꾼 2010-11-25 0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전 서울 토박이인데 말이죠~ㅠ.ㅠ
서울깍쟁이라는 말도 있고해서 별로 내색하고 싶지 않아요.
글구 결혼을 하고보니 여자는 남자에 의해 좌우되는 것도 있고요.

영화가 두편이나 생각나네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때'랑 '개와 고양이에 관한 진실'

cyrus 2010-11-25 18:21   좋아요 0 | URL
몇 몇 분들이 공통적으로 영화제목을 말씀해주시네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는 소설 속 남녀 주인공과 비슷해서 그런거고,,
작품 속에 언급되는 갯과, 고양이과를 보고 '개와 고양이에 관한 진실'이
떠올린다는 분도 나무꾼님 말고도 있었답니다.^^

반딧불이 2010-11-26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역감정이 우리나라에서만 심각한줄 알았더니 세계공통의 문제로군요.

cyrus 2010-11-26 16:26   좋아요 0 | URL
저도 지역감정이 우리나라 사회에서만 볼 수 있는 특수적인 문제 줄 알았답니다.^^